읽지도 쓰지도 못하는데 그렇다고 공부도 많이 못하는 나날이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이어졌다. 마음은 초조와 체념을 오가다 그냥 다들 이렇게 살지, 중학교 들어가는 아이 이거저거 사고 학원도 알아보고 어린이들 데리고 짧은 여행도 가고 쓰던 가전 당근에 팔고 새 물건을 집에 들이고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고 그런데 쓰는 시간도 있는 거지, 그게 유기체의 대부분의 일이지, 한다. 공부하기 싫으면 운동을 했더니 세상에 살이 빠졌다. 아파서 55킬로 최고 몸무게 찍었던 게 몇 달 몇 주 사이 48킬로 언저리로 안착했다. 야 이게 맞냐 왜 빠졌어 하고 기계식 저울과 디지털 저울 두 개 놓고 왔다갔다 맨날 재 본다. 12월 중순에 72센티미터였던 허리가 66센티가 되어 내장비만이 해소되었다. 그래 건강이 최고. 건강해졌으면 이제 공부하자… (공부 잘 안 해서 건강해진 건가…)
한 달 한 권 읽지도 못하는 걸 자꾸 책만 사 모은다니까 친구는 그게 다 불안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랬구나… 여러분 댁내 책장의 소장품들은 불안의 소산입니까… 월초에 카드 할인 리셋되니까 그러고도 샀다. 막 샀다.
원래 궁금했던 건 이 책이었다. 그레이 시리즈는 뭔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데서 변죽 울리는 것만 보고 책이든 영화든 본 적 없는데, 패러디는 좋아하니까. 저기 닭을 너무 꽉 맨 게 아닐까요… 이 책을 저렴하게 팔고 있는 판매자님이 계셔서 이거랑 나머지는 과학책만 종류별로 잔뜩, 주문했다. 그런데… 치킨책이 품절이었다. 어차피 당장 사도 언제 읽을지 모르니… 그래서 나는 과학책만 잔뜩 받아 들게 되었고…
알라딘 우주점 여기저기에서 (중학생 되었는데도 후속 시리즈가 궁금하다는 큰어린이 요청으로) 전천당 시리즈를 그러모으면서 마침 신간 해제되어 풀린 소설책도 사 모으고 알라딘 직배송도 뭔가 시키고(한 번 주문에 최소 세 판매처 섞어 사는 편…품절나면 적립금 쿠폰 꼬이고 복잡함)… 그래서 3월의 콜렉션은 이렇게 완성됩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307/pimg_7921671144213272.jpeg)
뭐에 홀렸는지 치킨 판매자 판매 페이지에서 우주, 화학, 기원, 물리, 천체물리, 그리고 우주점에서 메타 과학이라 해야 하나 그냥 노승영 번역가가 옮겼길래 사 봤고,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주로 팔백작님에게 영업당한 아고타 크리스토프, 동남아시아 엘리트였나, 이건 헝가리 작가랬나 (근데 사탄탱고 소개페이지엔 빨간색인데 내건 왜 까매? 겉지 어쨌어 알라딘?!!) 뭐 그런저런 소설책들도 사 모았다.
과학 좋아하지만 잘 모르고 잘 못하는 문돌이의 열망과 그래도 놓지 못한 문학에 대한 미련이 적절히 조합된 구매리스트입니다…
아…‘아버지의 해방일지’도 알라딘 직배송 중고로 샀는데 엄마께 먼저 보시라고 드렸다. 엄마는 지금 쓰던 소설이 비슷한 구성과 스토리였어서 읽고서 시무룩한 듯 하셨다. 어제 함께 병원에를 가면서 대기가 길면 읽는다고 들고 가셨다가 생각보다 진행이 휙휙 되서 꺼내보지도 못하고 도로 들고 오셨다.
꽤 오래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저녁식사로는 고기류도 못 드시던 엄마… 그런데도 건강검진 가셔요, 위내시경 하고 위염약 꼭 지어 드셔요, 노래를 불러도(노래만 부르는 불효새끼 니가 모시고 가야지…) 말만 가야지, 하던 엄마가 드디어 병원 검진에 다녀오셨다. 만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이 있긴 하지만 위 쪽은 괜찮다는 말에 안도하시던 엄마, 막상 검진 병원에 위염약 지으러 갔더니 내과 선생님이 담낭에 담석이 많이 있다고 밤중에 자주 아프고 소화 못하는 건 그 탓이라고 큰 병원 가서 수술하는 거 말고는 다른 치료책은 없는 질환이라고 듣고 오셨다.
오…담석증 듣는 순간 오직 한 사람이 떠올랐고(먼저 수술 받으신 분), 그 분의 현재 식사량과 건강상태를 생각하며 나는 그냥 조금 안심했다. 당장은 힘들고 아프고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수술 후에 건강히 잘 지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나를 많이 안 좋아하시는 분이지만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늘 위안과 도움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요즘 전공의 파업이 심각한 때라 가까운 3차 시립 병원 외래 예약은 해놨지만 수술이 잡힐지 걱정이었다. 외과 수술 가능한 근처 2차 종합병원도 염두에 두고 어제 엄마랑 병원에 다녀왔다. 다른 대학병원들 진료 감당 안 되는 걸 공립 시립 병원이랑 군병원이 다 감당한다, 뭐 그런 기사 본 후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병원은 여유로웠고 작년 내가 입원 치료 받던 시절보다도 훨씬 사람이 적어서 대기 없이 휙휙, 외래도 예약 시간 삼십분 전엔가 갔는데 환자 없어서 미리 진료 다 봐주심… 의사 선생님은 담석 크기 개수 상관 없이 증상이 오래되고 심하면 담낭절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요즘 고생 많으신데 수술이 잡힐 수 있나요…했더니 마침 잡힌 수술 환자가 기한을 미뤄버려서 내일 모레 가능하다고…그래서 일사천리로 다음 날 입원하고 씨티 찍기로… 귀가 전에 입원 전 검사 미리 하고 가기로… 여기저기 1,2,3층 돌면서 이런 검사실 입원 행정 관련 빙빙 돌고 나왔는데도 병원 체류 시간이 채 두 시간이 안 되었다. 아마도 환자들이 알아서 중증 질환이나 수술할 정도가 아니면 3차 병원은 안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의대 증원 이슈 보면 양가 감정이 든다. 나야 당장 올해 수능 볼 놈이니 잘하는 애들 의대 슉슉 빠지면 약대 가긴 좀 수월하냐…했더니 친구가 아니 오히려 증원 보고 유입인원이 더 많아지면 경쟁률 높아져서 더 힘들지도… 했고 뭐든 늘리긴 해야 한다면 조금씩 단계적으로 해야지 한 방에 쾅 몇천 땡땡 말만 하면 그게 되냐 반발도 심하고 대학들 학생 수용하는 거도 한계가 있을 건데 저눔들 관련자 중에 올해 입시생 자녀 분명 있지 그러니 저렇게 한 방에 쾅 하지 어이없는 놈들…싶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토마시처럼 저놈의 정책 대의명분 선거전략 몰아부침으로 삶이 흔들리는 의사들도 있겠네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하여간에 의사 선생님들 환자들 다들 힘내시길…
아침부터 주절주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책 사진과 잡담이나 올리는 나새끼는…아침부터 오후 입원 준비랑 가기 전 집안일 이거저거 챙기고 가시려는 엄마의 부산함 옆에 갈피를 못 잡는 불안함 때문일지도… 열심히 검색해서 이런저런 예상 상황 전해주고 작년 같은 병원 입원했을 때 필요했던 것 겪은 것 전해드리면서 괜찮을 거야, 그런데 좀 아프대, 오락가락 위로와 불안을 같이 전하고 있는 나새끼 불효새끼 모지란 나새끼 곁에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머물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