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어린이가 종이접기에 푹 빠졌다. 유치원에 종이접기 책 있는 걸 보고 접다 빠졌는지 집에 돌아와서 가방을 뒤집어 쏟으면 색색의 괴물체들이 우수수수… 유치원 색종이 얘가 다 쓰겠다 싶어 쿠팡에서 1000장짜리 한 상자를 사줬다. 사면서 이거 두 박스가 할인율 더 높은데? 했는데 곁의 사람이 하나면 되지 해서 그치, 저거 다 접기도 전에 시들해질지도…했지만 과소평가였다. 한 달도 못 되어 색종이 500장이 넘게 사라졌으니…
큰어린이 방을 뒤져보니 초등 저학년-중학년 때 마련해 준 종이접기책이 몇 권 있어서 그걸 주자 설득해서 내놓았다. 나랑 동생이 어릴 때 보던 종이접기 책도 있고, 가장 최근 것은 3-4학년 쯤 사준 유튜버로도 유명한 네모아저씨 책이었다.
작은어린이는 실력 대비 야망만 큰 편이라 책을 받자마자 맨 뒷장 끝판왕 사람 접기를 하겠다고 그런데 어렵고 안 된다고 몇 날을 끙끙댔다. 하다가 안 되면 울고불고 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원통해하고…(수학문제 못 푼다고 질질 짜는 나를 보면 저렇게 속이 터지겠구나…) 어느날 보다 못해 내가 한 번 접어줬더니 신이 났다. 그러고는 색종이 위에 사인펜으로 보조선을 긋고 난리를 치더니 결국 사람 접기에 성공.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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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접기를 활용한 홀로코스트(…) 재현 구성
바닥에는 무수한 종이 사람이 쌓여갔다… 쌓아둔 걸 보면 조금 섬뜩할 지경…살구색 색종이로 접은 건 조금 더 무섭네…
책이 있어도 지맘대로 하는 성질 탓에 나름 창의적 접기를 시도하는데, 분명 책에는 2차원 동백, 무궁화꽃이었는데 얘는 접고 보니 3차원… 맛있는 화과자 같다고 내가 집어 먹는 시늉을 하니 아이들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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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꽃 접기 설명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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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런 꽃이 나온 것이냐. 동백, 무궁화, 접시 위에 담은 화과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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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불명의 형체 수십 개를 접어 늘어 놓기도 하고…이건 마치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무리. 새끼 고래도 있구나…
지난 주에는 작은어린이 생일이 있었는데, 모진 어미는 사 달라는 거 다 사주고 매일매일이 생일날인데, 생일 선물은 색종이 한 상자나 더 사줄게, 지금 있는 거 다 쓰면… 이러고 퉁치려다가… 알라딘에 들어가 주섬주섬 새로 나온 종이접기 책을 검색해서 아침에 주문해서 저녁에 받는 당일배송으로다 새로 한 권 마련해 드렸다. 어린이가 쌍날 표창 접고 싶은데 유튜브 보고 하긴 너무 어려워…했던 걸 기억해서 찾아보니 표창 접기로만 한 권 가득 채운 신간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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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색종이 두 장 이상, 심한 건 색종이 8장까지 써야 해서 작은어린이 수준엔 어렵고…나랑 14살 큰어린이가 몇 개 접어주고 그거 보며 작은어린이도 열을 올리고 거실에는 색종이들(접은 것과 망친 것)이 쌓여가고… 큰어린이가 색종이 8장으로 접어준 유닛을 내가 조립해서 작은어린이가 노래를 부르던 레인보우 표창을 완성하고만 나는 뭔 정신인지 다음 날 한 권 더…(그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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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접은 표창과 팽이들
종이의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나마 내 대신 접어줄 큰어린이(미안)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저 종이접기책들은 다 어린이용이 아닌 보호자용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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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종이접기책 사면서 집에 있던 알사탕 책 스핀오프 같은 게 나왔길래 같이 주문했다. 알사탕 제조법의 비슷한 장면 최근에 스폰지밥 보니까 나왔다. 스펀지밥이 물속에서 물방울(비누방울 같은 거) 불려면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자세 취하고 춤추고 돌리고 한 다음에 불면 된다고… 징징이가 말 안 듣고 맘대로 불다 잘 안되었는데 스펀지밥이 시키는대로 하고 나니 잘 되더라… 종이접기도 사탕 만들기도 물방울 불기도 기본이 중요하지… 작은어린이는 책을 스윽 훑더니 사탕 먹고 싶다아…사탕… 사탕 타령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