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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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4 샘 킴.

주기율표를 좋아한다. 예전에 읽은 ‘왜 맛있을까’란 책의 저자 찰스 스펜스가 칠리 콩카르네를 좋아하는 건 자기 이름 스펠링과 많이 겹쳐서 라고 하길래 개소리하네, 했었다. 그런데 내 이름 초성과 발음까지 비슷한 주기율표 좋아하는 거 보면 조금 일리가 있나 싶은...과학책 실컷 읽어 놓고 허튼 소리 중…
알라딘에서 주기율표 담요 사면 과학책 두 권 주는 굿즈 이벤트할 때 갖춘 플란넬 담요 아직도 애정한다. 물론 그때 받은 두 권 중 김상욱의 양자공부는 아직도 방치 중...비슷한 이벤트의 주기율표 북램프는 막상 받아보니 실망스러운 모양새였지만 밝기 조정이 되어 수면등으로 잘 쓰고 있다. 두 굿즈 디자인한지 제법 되었는지 마지막 118번 원소가 우누녹튬이란 잠정적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은 오가네손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원소 명칭은 대학화학회 홈페이지에 표준주기율표 보시면 확인 가능합니다.

세상을 이루는 물질 거의 모두를 블록 쌓아둔 것 같은 표 하나에 원소의 이름과 양성자수와 원자 질량수까지 모두 모아놨다니, 게다가 세로줄의 주기만 따라가도 대략 비슷한 성질인 걸 파악 가능하다니, 정말 매력터진다. 거기에다 올리버 색스 할아버지가 원자번호로 나이 헤아리는 놀이까지 알려줘서, 나는 올해 알칼리 토류 금속 스트론튬이 되었다! 불꽃 반응은 붉은 색이지- 헤헤 하고 한 살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첨부된 주기율표에서 올해 자신의 원소번호를 찾아봅시다)

무식한 문돌이이지만 가끔 못 알아먹으면서도 과학책을 챙겨본다. 작년 후반부에는 거의 본 게 없길래 마침 서재에 누군가 리뷰 쓰신 걸 보고 이 책에 흥미를 느껴 빌려보았다. 주기율표에 대한 책은 애들 사준 예쁜 플립북 어스본에서 나온 ‘원소와 주기율표’랑, 일본사람이 쓴 ‘주기율표로 세상을 읽다’,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를 보고 몇 달 전 리뷰 당첨금으로 ‘세상을 이루는 모든 원소’라는 백과도감 한 권을 갖춰 놓았다.
여태 본 원소와 주기율표 책 중 ‘사라진 스푼’이 제일 재미있고 유익했다. 원소의 발견과 이름 붙이기 가지고 정치적으로 싸우는 건 어느 책이나 공통으로 나왔던 것 같고… 원소에 대한 연구와 발견이 단순히 화학 연구에 그치지 않고 물리학(양자, 천체 등등 다양한 분야), 생물학 등 다른 과학 분야 발전에 폭넓게 영향을 준 걸 알았다. 각각 원소가 어디서 주로 발견되는지, 어떻게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고 얼마나 금세 사라지는지, 어떤 특징 가지고 우리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보는 재미도 있었다. 물론 전자를 뺏고 빼앗는 아주 기본적인 성질부터 지샵 지플랫 하고 비유해가며 세슘 원자시계 원리 설명하는 부분, 거품이 과학 연구에 활용되는 부분 등등은 아 뭔말인지 모르겠다...하면서도 이상하게 모르겠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3년 후에 큰꼬맹이가 중학생이 되면 같이 중고등학교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고 싶다. 가르치기 위한 게 아니라 같이 묻고 답하면서 공부하지 않았던 이과 수학이랑 물리까지 공부해보고 싶다. 그럼 왠지 애가 수학 과학 잘 못해도 응 해보니까 어렵네...왜 못하는지 이해가 돼...할 것 같다.ㅋㅋㅋ내가 먹고 사용하고 나와 내 주변을 이룬 물질의 특성과 작용 원리를 알아가는 일은 큰 재미인 것 같다. 물론 아주 자세한 계산이나 원리는 모르겠지만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싶다. 그러니까 가끔이라도 과학책을 읽어야겠다. (저기 꽂힌 양자공부책도 언젠가는...ㅋㅋㅋ)

+밑줄 긋기
-p16(진폐증의 철자수를 딴 이름. 일반 단어 중에 제일 긴 영단어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한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단어는 철자수가 무려 1185이다…)은 폐렴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며, 석면을 흡입하면 걸릴 수 있다. 모래와 유리의 주성분인 이산화규소를 흡입하는 것도 진폐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건축 현장에서 하루 종일 모래 분사기를 사용하는 노동자나 단열재 생산공간에서 유리섬유를 들이마시며 작업하는 노동자 중에서 종종 규소를 기반으로 한 p16에 걸리는 사람이 나온다. 그러나 이산화규소는 지각에서 가장 풍부한 광물이기 때문에 진폐증에 걸리기 쉬운 인구 집단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활화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다. 활동이 활발한 화산은 수백만 톤의 실리카(이산화규소)를 고운 분말 형태로 공기 중에 뿜어낸다. 이 가루들은 화산 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똑똑한 막내아들에게 모든 기대를 건 어머니는 멘델레예프를 말에 태우고 스텝 지대와 눈 덮인 우랄 산맥을 지나 삼천여킬로미터를 여행해 모스크바의 일류 대학을 찾아갔다. 그러나 대학측은 멘델레예프가 현지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했다. 어머니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멘델레예프를 말에 태우고 죽은 남편의 동창을 찾아 육백여킬로미터를 더 여행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다. 그리고 멘델레예프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 세상을 떠났다.
(시베리아 출신 주기율표 창시자 멘델레예프 엄마의 멘모삼천킬로미터지교 보면 맹모삼천지교는 살짝 빛이 바랠 수준이다…)

-갈륨은 실온에서는 고체이지만 29.8도에서 녹기 때문에,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녹아서 수은처럼 변한다. 갈륨은 액체 상태에서 만져도 뼛속까지 살이 타지 않는 희귀한 금속 물질 중 하나이다. 그래서 갈륨은 화학 전문가들이 사람들에게 장난치고 싶을 때 선호하는 물질이 되었다.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알루미늄처럼 보이고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갈륨으로 찻숟가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뜨거운 차와 함께 손님에게 내놓고는, 손님이 찻잔에 담근 찻숟가락이 사라지는 걸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즐긴다.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따왔을 갈륨의 특성. 하얀 가운 입은 화학자가 차 대접하면서 뒤에서 히히 거리고 있는 거 상상만 해도 웃기다. 나도 하나 가지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해보니 갈륨숟가락 국내에선 실험용품 전문샵에서 17만원에 팜…포기 ㅋㅋㅋ 갈륨숟가락 만지거나 온수에 담그어 녹는 모습은 인터넷 검색하면 쉽게 움짤이나 영상을 찾을 수 있다.)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은 소속 과학자들이 97번원소와 98번 원소를 발견한 뒤 그 원소에 버클륨과 캘리포늄이란 이름을 붙였다...그렇지만 이 이름을 지은 사람들은 홍보에 대한 생각이 모자란 것처럼 보인다...과학자들은 조만간 새로운 원소를 한두 가지 더 발견할 게 틀림없는데, 대학이...원소들의 이름을 유니버시튬(97번), 오퓸(98번), 캘리포늄(99번), 버클륨(100번)이라고 붙인다면 주기율표에 대학의 이름을 영원히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를 영영 날려버리고 말았다.”
이에 대해 글렌 시보그와 앨버트 기오르소가 이끄는 버클리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지은 이름이 선제적 예방 조처를 염두에 둔 천재적인 것이라고 응수했다. 즉, “97번과 98번 원소를 ’유니버시튬’과 ‘오퓸’이라고 이름 붙인 뒤에 뉴욕의 어느 과학자가 99번과 100번 원소를 발견하고서 ‘뉴윰’과 ‘요큠’이란 이름을 붙이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는” 묘안이라는 주장이었다. <뉴요커>의 편집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응수했다. “우리는 이미 우리 회사 실험실에서 ‘뉴윰’과 ‘요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는 이름만 지었을 뿐이다.”
(이것이 가진 자이자 천재들의 여유와 농담의 세계로군...하긴 이런 저런 원소 잔뜩 발견, 합성한 시보그는 살아 있는 과학자로 유일하게 자기 이름 붙인 시보귬을 누리게 된다. 노년의 검버섯 핀 얼굴의 시보그가 주기율표의 시보귬 가리키는 사진 원소 책 시보귬 페이지마다 나옴 ㅋㅋ근데 관계없지만 시보그 들으면 자꾸 학부 경제학 수업 들었던 *시복 교수님 생각남….ㅋㅋㅋ)

-일부 러시아인 사이에는 자신들이 사는 땅에 대한 창조 신화가 전해 내려온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태초에 신이 모든 광물을 팔에 안고서 땅 위를 걸어다니면서 골고루 뿌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이 계획대로 잘 풀렸다. 탄탈은 여기에, 우라늄은 저기에...하는 식으로 뿌려나갔다. 그런데 시베리아에 도착하자 손가락이 얼어붙어서 모든 광물을 그만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동상에 걸린 손으로 그것을 집어 올릴 수도 없어 신은 내키지 않았지만 광물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왔다고 한다. 러시아인은 자국 영토에 광물 자원이 풍부한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그치만 러시아는 별로 쓸모도 없는 루테늄이나 발견했다고 곧바로 디스 들어감 ㅋㅋ)

-스탈린은 과학자를 체포하고 강제 노동 수용소로 보내는 것에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많은 과학자를 시베리아의 노릴스크 외곽에 위치한 악명 높은 수용소로 보냈다. 그곳은 겨울이면 온도가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날도 흔했다. 노릴스크는 니켈 광산으로 유명했지만, 디젤유 증기에서 나는 황 냄새가 늘 진동했고, 이곳에서 과학자들은 비소, 납, 카드뮴을 비롯해 유독한 금속을 추출하느라 노예처럼 일했다. 오염 물질이 하늘을 시커멓게 물들였는데, 추출하는 중금속의 종류에 따라 분홍색 또는 파란색 눈이 내렸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금속을 다 추출할 때에는 검은색 눈이 내렸다.(검은색 눈은 지금도 가끔 내린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싹한 것은 유독한 니켈 제련소에서 50킬로미터 이내에는 지금까지 나무가 단 한 그루도 자란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러시아인의 으스스한 유머 감각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노릴스크의 부랑자들은 잔돈을 구걸하는 대신에 빗물이 고인 컵을 모은다고 한다. 물이 증발하고 나면 컵에 남은 금속 부스러기를 팔아 돈을 챙기려고 그런다는 것이다. 어쨌든 거의 한 세대에 이르도록 소련 과학은 산업을 위해 니켈과 그 밖의 금속을 추출하느라 낭비되었다...스탈린은 자비롭게 말했다. “[물리학자는] 손대지 말고 그냥 놔두어라. 나중에 언제든지 총살할 수 있으니까.”
(진짜 스탈린은...할많하않...백기행 나오는 소설에서도, 밀란쿤데라 소설에서도 그랬지만, 공산국가는 과학과 예술의 무덤이었다. 문돌이가 진짜 미안해…)

-플료로프의 사례는 러시아에서 과학적 통찰력이 부족했던 이유를 또 한 가지 상기시키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에서는 금기나 다름없는 아첨 문화 탓이다. 멘델레예프가 살던 시대인 1878년에 한 러시아 지질학자는 62번 원소인 사마륨을 포함한 광물 이름을 상사인 사마르스키 대령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렇게 해서 그냥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을 그 관리의 이름이 주기율표에 남게 되었는데, 그것은 원소 이름 가운데 가장 자격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어쩐지 이름부터 후지고 기분 나쁜 사마륨 ㅋㅋㅋ쓰잘데기 없나 했더니 전기 기타 픽업에 코발트랑 혼합해서 영구 자석으로 쓴다고 한다...너도 쓸모가 있구나..)

-오늘날 대체 에너지에 관심을 가진 물리학자들은 거품으로 초전도체 모형을 만든다. 병리학자들은 에이즈를 ‘거품’바이러스라고 말하는데, 감염된 세포가 팽창하다가 폭발하는 방식 때문이다. 곤충학자들은 거품 방울을 잠수정처럼 사용해 물속에서 숨을 쉬는 곤충을 알고 있고, 조류학자들은 공작 깃털의 속에 있는 거품 방울들에 빛이 산란하면서 깃털에서 금속성 광채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발견은 2008년에 식품과학 분야에서 일어났다. 애팔래치아 주립대학 학생들이 다이어트 콜라에 멘토스 캔디를 집어넣으면 콜라가 왜 폭발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낸 것이다. 입자가 거친 멘토스 캔디의 표면을 콜라에 녹아 있는 작은 거품 방울들을 붙잡는 그물과 같은 작용을 하는데, 이 거품 방울들이 합쳐져 점점 커진다. 그러다가 아주 커진 거품 방울 몇 개가 폭발하면서 콜라가 팡!!!
(마지막 멘토스는 농담으로 덧붙인 거 같지만 ㅋㅋ여러분 멘토스 먹을 때 콜라 마시면 뒤지는 수가 있으니 단 건 따로 먹읍시다.)

-(옮긴이의 말에서 대한화학회에서 주기율표의 명칭을 바꾼걸 울분에 차서 적어 놓았다. 나도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원소기호 Na, K하면 직관적으로 나트륨, 칼륨하는데 뭔 소듐 포타슘이야 이거 예전엔 독일 유학 화학자들 판이다가 판이 미국 유학파로 바뀌었구만...아이오딘, 타이타늄, 망가니즈 글자수 늘어난 거 봐 에라이...하는 의심 밖에 안들었다. 이걸 역자가 막 제대로 영어도 아니야! 타이테이니엄, 맹거니즈, 아이어다인! 하고 표까지 제시하며 뼈때림 ㅋㅋ)
...모두 독일식 또는 프랑스식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영어식으로 바꾸려면 발음이라도 좀 정확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그런데 이름을 이렇게 막 바꾸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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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1-14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도 주기율표 좋아할래영! 스트론튬 맘에 들어요🔥 올리버 색스 할아버지 책상에 주기율표 원소 조각 있던 거 생각나서 또 부러워지네요. 3년 뒤 문송 탈출 응원합니당! 점심 맛있게 드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14 12:5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비스무트 83세 축하기념 ㅋㅋㅋ80살 82살 축하한다고 수은이랑 납 뿌려줬으면 조금 소름 돋았을 듯 ㅋㅋㅋ하나님도 점심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psyche 2021-01-14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부터 찍어놓기만 했는데 반유행열반인 님 리뷰 읽으니 빨리 읽고 싶어지네요. 원소 이름에 대한 옮긴이의 말이 공감가요. 예전에는 화학계를 독일 유학파가 잡고 있다가 지금은 미국 유학파가 잡고 있나봐요. 원소 이름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한글표기법에 대해 제대로 된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저 담요 무척 탐나요. 언제 다시 굿즈로 안 나오려나...

반유행열반인 2021-01-14 15:46   좋아요 0 | URL
색 배치도 안 촌스럽게 해가지고 우리집에서 애기들이랑 서로 덮는다고 난리에요 ㅋㅋㅋ옆에 주기율표 하나 가져다 놓고 이 책 읽으면 좋더라구요. 저는 널리 쓰여 익숙하고 짧은 이름 좋은 것 같은데 나트륨 정말 소듐이 되어야했니 하고 아쉬운 마음 ㅋㅋ

syo 2021-01-15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멘모삼천킬로미터지교 이런 거 볼 때마다 정말 반님의 센스에 감동하고 맙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15 09:31   좋아요 0 | URL
멘델레예프 저렇게 엄마가 죽어가면서 가르쳐놔서 위대한 업적은 세웠는데 인성은 영 또라이 같더라고요 ㅋㅋㅋ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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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10113 백수린.

월요일 저녁, 직장이 아주 먼 옆 사람이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다. 손에는 케익 상자를 들었다. 기념할 일이 겹치는 날이긴 했는데 생각지 못한 케익에 모두들 즐겁게 촛불을 끄고 나누어 먹었다.
초콜릿이 겉면에 반들반들하게 코팅된 자허토르테. 11년 전 겨울 아직 이십 대일 때 옆사람이 인스부르크의 학회에 참석하게 되어 처음 유럽에 갔었다. 빈에 갔을 때 처음 만든 사람 이름을 딴 케익이라고 가이드북에 소개된 자허토르테를 먹었다. 살구쨈이 발린 초코케익이었는데 지금은 그 맛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께 함께 나눠먹은 케익은, 음, 몽쉘이 참 잘 만든 과자야,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맛있는데 그냥 몽쉘 맛이었다ㅋㅋㅋ쨈을 생략하고 초코만 발라놔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마 쨈을 넣었으면 빅파이 맛있지, 했겠지만…
남은 케익 조금 이따가 커피랑 먹어야겠다.

백수린 소설을 좋아한다. ‘여름의 빌라’는 작년에 읽은 소설집 중 손꼽힐 만큼이었고(그런데 연말 목록에 손 안 꼽음…왜...ㅋㅋㅋ),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읽을 때는 짧은 소설 장인이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빵과 단과자를 좋아하고, 소설이랑 책도 좋아하지만 이 모든 걸 버무려 쓴 백수린의 첫 산문집은 이상하게도 와 닿지 않았다. 아마도 어느 잡지에 연재한 글을 엮은 것 같은데, 정해진 분량 안에 딱 적당한 이야기 분량과 밀도 있게 예쁜 문장과 온기 같은 걸 각 맞춰 놓긴 했다. 그렇지만 책으로 묶어 놓으니 뭐랄까, 동네마다 있는 파리바게뜨에 늘 있는, 봉지에 담긴 달달하고 부드러운 치즈케이크(라고 이름 붙은 카스테라에 가까운, 납작하고 세로로 길고 모서리가 둥글고 폭신한 그 빵) 여러 개 퍼먹는 느낌이었다. 양산형 빵, 분명 거기 가야 먹을 수 있는 달달하고 위로가 되는 맛이지만, 내가 이걸 먹자고 굳이 여기에...싶은 글의 연속. 차라리 초반의 소설집 ‘참담한 빛’이나 찾아 볼 걸, 읽는 내내 시간이 아까웠다.

소설가가 쓴 산문집에는 유독 인색하고 실망도 많이 한다. 그만큼 소설을 많이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아주 짧은 글 하나하나가 완성도 있고 따뜻한데다 빛나는 문장도 많다. 다만 내가 삭이기에는 너무 짧고 가볍다 싶었다. 글에 담긴 마음까지 가벼운 건 아닌데, 풀어쓴 게 읽는 일조차 힘들 만큼 삶에 지친 사람 배려해서 일부러 짤막하게 토막내고 압축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내 취향이 아니었다. 막상 이렇게 투덜대 놓고 밑줄 친 글 다시 훑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또 깜짝 놀랐잖아ㅋㅋㅋㅋ표리부동한 나새끼야...

+밑줄 긋기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부드러운 모래가 나른한 꿈처럼 펼쳐지고, 뜨거운 태양 아래 올리브가 익는 곳에서의 휴가를 닮은, 미혹으로 가득 찼지만 아름다운 거짓말이. 하지만 여름의 끝을 알리는 폭우마저 그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트렁크를 창고 깊숙이 넣어두어야만 한다. 틀림없이 쓸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일이지만, 계절은 바뀌고, 괄호 안에 넣어두었던 것들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은 우리를 어김없이 찾아오니까.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괜찮아, 나에게는 소설이 있어.
소설이 삶을 닮은 것이라면, 한길로 꼿꼿이 가지 못하고 휘청휘청 비틀댄다 해도 뭐 어떤가. 내가 걷는 모든 걸음걸음이 결국엔 소설 쓰기의 일부가 될 텐데. 길 잃고 접어든 더러운 골목에서 맞닥뜨리는, 누군가 허물처럼 벗어놓고 간 쓰레기들과 죽은 쥐마저도 내 빵에 필요한 이스트나 밀가루가 될 텐데. 그러므로 그림자처럼,
한낮의 시간에는 더욱 짙어지는 익숙한 열등감과 수치심이 찾아오면, 이제 나는 그것들을 양지바른 곳에 펼쳐놓고 마르길 기다리며 찬찬히 들여다본다. 오븐의 열기는 하오의 볕처럼 공평하니까 어쩌면 내가 소설을 쓰는 사람인 한, 나에게도 언젠가는 따뜻한 식빵 한 덩이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믿어보면서.

-소설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겠고, 나는 매번 백지 앞에서 초심자처럼 두렵고 막막하지만, 한 가지 그래도 지난 시간 동안 바뀐 것이 있다면, 소설을 쓰는 재능에 대한 회의나 의구심이 불쑥불쑥 찾아올 때마다 그것들을 곱게 접어 서랍 한구석에 넣어둘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 소설이 지닌 효용이나 가치에 대해 묻는 일도 관두기로 했다. 좋은 소설을 나는 어쩌면 끝끝내 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지러움만 남기고 입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지독한 달콤함처럼, 어떤 아름다움은 고통만을 남기는데도 어째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걸까.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비밀스러운 영역이 예술의 영역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내가 마음을 뺏긴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인생이 매끄러운 서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가 연구를 위해 조사 대상자의 사연을 듣던 도중, 갑자기 죽어버린 늙은 개에 오래도록 마음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졌다. 그러니까 서사가 중단되고 찢겨나가는 그 순간에 주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는 데이트를 마친 후 헤어지던 집 앞 골목에서 간밤에 구운 초코칩 머핀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 “집에 가서 열어봐.” 그리고 심야 버스 안에서 쇼핑백을 열어본 후 놀라서 전화를 걸어왔던 나의 어린 연인. “정말 네가 만든 거야? 네가 만들었어?”라고 연거푸 묻더니, “지금 내가 너희 집 앞으로 돌아갈 테니까 잠깐이라도 다시 나오면 안 돼?” 하던 그의 한껏 들떠 있던 목소리.
그 후로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와 연애를 했고, 긴 시간 동안 집 앞 골목에서 헤어질 때마다, 혹시라도 그가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해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리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두려워지곤 했다.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열정이나 도취를 쉽게 떠올리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넘치는 건 젊음뿐,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여유는 조금도 갖지 못해 서로를 오독하는 시기를 지나야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공고한 ‘나’의 성을 허물고 타인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 마침내 사랑은 그 눈부신 폐허에서 시작할 테니까.

-다다르기를, 정박하기를 기다리며 부유하는 사람. 그것은 틀림없이 쓸쓸한 일이지만 머물기보다는 도착하길 기다리는 우리의 고독은 부드럽다. 드러난 피부를 감싸는 봄날의 대기만큼. 달콤하고. 밤공기를 타고 날아오는 꽃향기만큼.

-“목을 조를까봐서요.” 나는 이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 들은 이후, 아버지가 들려준 대답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한단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나’는 그제야 불면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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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1-13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읽어놓고 뭔가 헛헛할 때가 있죠. 아마도 쓴 사람의 마음이 머물러 있는 자리를 내가 지나와서거나 비슷하거나 그래서가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여름의 빌라 궁금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13 11:39   좋아요 4 | URL
뭔가 좋은 문장 작정하고 그러모아 글 한편한편에 다 때려넣고 꼭 마지막에 몇 줄로 꾹 눌러서 번쩍뻔쩍 칠해놔서 아이씨 왜 이렇게 교훈적이야...그런데 밑줄 치고...교훈 싫어함 ㅋㅋㅋ작위적 따뜻함도 싫어함ㅋㅋㅋ오랜만에 까까까리뷰 쓰네요...백수린 좋대면서 모질다 나...여름의 빌라 좋았어요. 전작들 읽고 읽으니 점점 나아져서 포텐 팡 터지는 느낌 들었어요. 백수린 딱 한 권 읽으라면 그거요ㅋㅋㅋ

hnine 2021-01-13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수린 소설 좋아하면서 산문집 읽기는 미뤄두고 있는 심리가 바로 이런건가봐요.
자허 토르테가 사람 이름에서 붙여진 이름이었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1-13 12:13   좋아요 2 | URL
저처럼 한 번에 우루루 읽지 않고 다른 책 읽으며 한 편씩 쉬엄쉬엄 읽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어요. 하긴 초코케익 한 통 다 퍼먹는 게 미련한 일이지...한 조각씩 한 입씩 먹어야지...제가 잘못했네요 ㅋㅋㅋㅋ

2021-01-13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3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1-01-13 2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궤적>,작년에 올해의 단편소설로 뽑을만큼 무척 좋아서 <참담한 빛>을 읽어봤는데 전 기대가 커서인지 그저 그랬어요^^;;
<여름의 빌라>나<오늘밤은 사라지지 말아요>중에 하나 읽어볼까 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13 23:51   좋아요 2 | URL
네 저는 참담한 빛 다음의 폴링인폴을 제일 처음 읽고 말씀하신 뒤에 두 개를 읽어서 그런가 둘다 좋았어요. 누군가 점점 나은 글 쓰는 거 보는 일 흐뭇해요. (반대로 좋아하던 작가가 후져지면 마냥 슬픔...ㅋㅋㅋ)

syo 2021-01-15 0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구성이 정형적이어서, 짜 놓은 틀에 내용이랑 먹을 거리만 바꿔넣는다는 느낌이 있죠? 한 꼭지만 읽으면 와 좋아 이렇게 되는데 한 권을 다 읽으면 그 틀이 더 크게 느껴지면서 어쩐지 멀어지긴 하더라구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1-15 09:30   좋아요 2 | URL
소설 잘 쓰는 사람이랑 에세이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에세이스트 중에 소설가 되고 싶은 사람은 많이 봤는데 된 사람도 못 꼽겠고 ㅋㅋ

붕붕툐툐 2021-01-17 0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백수린 작가 좋아하는데, 제가 읽은 건 다 초기작이군요!!(좋아하는 거 맞겠죠?ㅋ) 소개해 주신 소설집 읽어봐야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17 09:22   좋아요 1 | URL
네 처음부터 좋아하셨으면 요즘 책들 보시면 뿌듯하실 거에요 이렇게 컸군 하고요 ㅋㅋㅋ
 
콜롬비아 아스무까에스 톨리마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제법 긴 휴가 중이다. 아침에 드립커피 내릴 여유가 생겨서 캡슐 커피 머신은 거의 놀고 있다. 솔직히 머신으로 룽고 뽑아 먹으면 맛이 없다. 특히 스타벅스 캡슐은 커피를 먹는 건지 담뱃재 우린 물을 먹는 건지 모를 탄맛이 난다.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캡슐은 맛이 여러가지라 처음에는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싶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그게 그거 같다. 그나마 에스프레소로 먹거나 데운 우유에 샷 넣어서 라떼로 먹을 때는 먹을 만 하다. 호환 캡슐 중 일리 커피가 있는 걸 알고 해외직구로 에스프레소/룽고/디카페인 에스프레소 세 종류를 60캡슐 샀는데, 신세계였다. 혹시 머신 구매 고민하시는 분은 네스프레소 말고 일리 머신을 사십시오... 커피 꼬꼬마라 뭘 몰라서 제일 조그맣고 싼 기계 사고 회한의 읍소 중...

 알라딘커피 상품평에 캡슐 커피 타령해서 죄송합니다. 이것은 원두를 팔기 위한 빌드업이었습니다. 지난 달은 신제품 출시를 쉬어가던 알라딘에 새 원두가 나왔다. 콜롬비아 커피는 워낙 수입 많이 하니까, 인스턴트 커피 원료도 대부분 이 동네 것이고 제일 무난하게 여기저기서 먹을 수 있는 커피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신제품이잖아...그리고 새해 첫날 10만원 넘게 알라딘 질러버리고 이달엔 더는 책 안 살 거야!!!하고 있는데 알라딘느님께서 오랜만에 리뷰 적립금을 하사해서 큰꼬맹님 중고책 네 권, 작은꼬맹님 스티커북 두 권, 그리고 내 커피 한 봉다리를 샀다.(봐봐 내 책은 안 샀어...)

 벌써 재작년이네. 이웃님 한 분이 서재 뜸하시다가 낙동강 근처에서 커피 농사 짓는 글을 올리셔서 아니, 요즘 뭐 하신다더니 이런 일이! 하다가 픽션인 걸 알고 머쓱했던 적이 있다. (무슨 다단계 같은 외국인한테 사기 당해서 졸지에 커피 키우는 이야기였던 듯...) 인간은 자기 앉은 자리가 제일 편한 줄 모르고 다른 삶을 넘보길 좋아하는 존재이다 보니, 눈 안 내리고 일년 내내 따뜻한 나라에서 커피 열매 따다 씻고 말리고 까불리며 살면 어떨까, 하는 망상에 젖어들었다. 겉모습이 있고 손에 잡히고 심지어 먹을 수 있는 데다 잠과 피로를 잊고 노동이든 여흥이든 힘내서 할 수 있게 돕는 마법의 약, 커피를 만드는 삶이라니! 육체 노동의 고단함에 절어보지 못한 먹물 새끼의 허영심인 걸 이내 깨닫고 하던 일이나 잘하기로 다짐했다...

 아스무까에스는 콜롬비아 톨리마 지역의 커피 조합 중 한 군데라고 한다. 회원 모두가 여성이라는데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정말 생활력 강해 보이는 언니들이 단체샷을 올려 놓았다. https://asocafeterosurtolima.wixsite.com/asocafe21/asmucaes
 톨리마에는 아스무까에스 말고도 많은 커피 농장이 있는 모양이다. 콜롬비아 자체가 커피로 먹고 사는 나라라니까. 물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정글 곳곳에 숨어 코카인 재배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도 꽤 많은 걸 보면 같은 중독자를 양산하는 농업이라도 커피 농가는 제법 생산적인데다 양심적이다. 
 
 꼬맹쓰들 책이 먼저 오고, 오후에 커피 봉다리가 따로 도착해서 한 숟갈 내려 보았다. 적당히 달달하고 약한 산미가 있는 무난하고 신선한 커피였다. 아직 12월에 산 부룬디 뭉카제도 다 못 마셔서 번갈아가며 마셔야겠다. 쟁여놓은 캡슐이랑 콜드브루랑 믹스커피랑 아주 커피 부자인데 하루에 두 세 잔 이상은 마시지 않으니 제법 오래 먹겠다. 다음 달에 새 원두 안 나오면 알라딘 디카페인 콜드브루 도전해봐야지.
 맑은 정신으로 책을 읽...는 대신 큰꼬맹이가 졸라서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하러 가야겠다...마신 커피가 아깝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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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1-11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알라딘 이직하셔야겠다. 이제 알라딘 원두를 파시기 위한 빌드 업~도 하시네. ㅋㅋㅋ 열반인님 커피 농사 망상 들으니까 예전에 장학사님들이 힘들게 할 때마다 옆자리 동료 외할머니네 통영 땅에 블루베리 농사 지으러 가자고 밈 만들었던 거 기억나네요... 하나쌤 머해여? 나 블루베리 품종 연구 *^^* ㅋㅋㅋㅋㅋㅋ 올해 이상 기후라 한살림이 국내산 참기름 공급 포기했다던데 저도 걍 하던 일 열심히 하겠읍니다! 열반인님과 떠나는 커피 여행 연재 은근 기다려져요.

반유행열반인 2021-01-11 22:35   좋아요 1 | URL
그냥 쓸 거 없으면 또 한 잔 마시고 써요 ㅋㅋㅋ 커피 때문에 여태 마리오 하다 왔어요...마리오 오디세이 무간지옥...옆에서 구경하다 그만 할라 그러면 계속 하라 그러고 ㅋㅋㅋ

syo 2021-01-12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2년이나 되었군요.... 놀랍습니다.
그런데 낙동강 아니고 섬진강이었습니다..2년이 지났는데 이걸 기억하고 있다는 게 2년 지났다는 사실보다 더 놀랍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1-12 09:42   좋아요 0 | URL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글이었어요 ㅎㅎㅎ나중에 뭐시기조합이라도 만들어 섬진강커피영농조합 같은 거나 하고 사는 건 어떨까요[버리지 못한 귀농의 꿈]

tksdksro 2021-01-18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18 12:57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사랑, 매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8
김금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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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1 김금희.

식탁에 둘러 앉아 있는데 내가 앉은 의자가 삐그덕거렸다. 내가 조립한 이케아제 의자였다. 남편이 그 의자 조립할 때 썼던 육각렌치를 짐정리하다 보았다고 했고 나는 웃었다.
그거 전동드라이버로 했어.
어째서 조립하는 모습은 보지도 못했는데 그 조그만 렌치를 썼을 거라고 상상했을까 싶어 웃겼다.
전동드라이버 사길 잘 했어. 그런데 그냥 전동드릴 살 걸 그랬어. 벽 막 뚫고 앙카도 탁 박아 넣을 수 있는 걸로.
내가 덧붙인 말에 큰아이가 앙카가 뭐야, 했고 부모는 앵커, 닻, 이라고 동시에 말했다.
그 순간 닻이라는 말을 내가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 나를 붙잡고 흔들리지 않게 해 줄 무언가를 누군가를 오래도록 원했다. 이제 크고 무겁고 아름다운 닻을 갖게 되었으니, 만족할 만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여겨왔다. 오늘은 눈보라를 헤치고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다녀온 지 딱 십 년이 되는 날이고, 작은아이가 태어난지 딱 천 일이 되는 날이다. 내 삶의 닻이란 그렇게 오래된 다정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저녁 식탁 앞에 앉은 기분이다.
그렇지만 이 배는 얼마나 허약하고 잔물결에도 심하게 흔들리는지. 닻이 여러 개라면 폭풍우에도 좀 더 굳건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무게를 감당하는 일만도 버거워서 가라앉고 싶은 충동을 종종 느꼈다. 너는 왜 바다로 나아가지 않고 자꾸만 방파제나 항구 같은 것이 되려고 하느냐. 한강가의 움직이지 않는 유람선 레스토랑이나 박물관에 전시된 고선박이 되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물 속에 오래 가라앉힌 쇳덩이는 녹이 슨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가끔 물밖으로 끌어 올리고 멀리 나아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다. 영원히 머물 곳은 없다. 봄에 이사를 한다. 주기적으로 직장이 달라진다. 아이들은 자라나고 떠나간다. 어느 기간이나마 고정하고 안전하게 돕는 것들에 고마워하며, 같이 있는 동안은 나도 꼭 붙잡으려 애쓰는 일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직장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쓰지 못한 회식비 등을 책 사는 예산으로 돌려줘서 책처돌이는 신이 났다. 한 해 동안 꽤 많은 책을 내 돈 안 내고 갖췄다.(그리고 그런 책은 읽는 일이 미뤄지기 쉽지…) 우록리 할머니들 구술생애사 모음 ‘할매의 탄생’, 드라마 나오기도 전에 고르고 여전히 안 본 ‘보건교사 안은영’, 다윈 새 번역본 ‘종의 기원’,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현미경으로 본 커다란 세상 ‘미생물’(높은 책값에 비해 책 만듦새는 기대에 못 미쳤다...정작 보라고 내밀자 큰아이는 징그러워! 하고 외면해서 슬픔…)
그리고 남은 잔액 털어서 김금희 소설 ‘나의 사랑, 매기’를 골랐다. 한 권이지만 분량은 중편 쯤 되려나. 쌀종이에 꽃과 잎과 커다란 알뿌리가 달린 이름 모를 식물을 그린 표지, 세로폭이 길고 작아 손에 쥐는 책느낌이 좋아서 직장에서 책을 나눠주는 날 동료들에게 예쁘죠, 하고 자랑했다. (다윈 두 권 왔을 때도 표지 질감 신기하다고 여기저기 만져봐요, 해서 이미 책변태로 소문 났을 것 같긴 하다…)

매기와 재훈은 이십 대에 잠시 사귄 연인이었고, 삼십 대에 다시 만나 또 잠시 사랑한다. 배우인 매기는 제주도에 아이와 남편이 있고 서울에 촬영차 올라올 때마다 마포구에 사는 출판사 직원인 재훈을 만난다. 처음 헤어질 때에도 매기는 재훈에게 이런저런 말로 상처를 주었는데, 다시 만나는 동안에도 재훈은 매기가 정한 룰과 제약 때문에 열받으면서도 매기를 그리워하고 계속 만나고 싶어한다. 나는 이 책을 늦게 보았다. 읽는 내내 역시 김금희 너무 좋아, 잘 써, 이런 이야기를 이만큼 쓰는 구나 싶은 동시에 콩콩 찧기는 마늘이 되는 기분이었다. 살살 좀 빻으면 안 될까… 왜 이렇게 디테일이 살아있나요 금희 언니...


+밑줄 긋기
-매기 어록. 책 속 인물이니 매력적이지 진짜 이런 사람과 사랑한다면 수명이 많이 줄어들겠구나...싶었다.
“잘 지내, 미래는 현재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단지 긴 현재일 뿐이야”(21-22)
나는 그것을 열어보는 일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가 노란 고무줄에 손가락을 넣어 풀었는데, 거기에는 아주 간단하게 “나는 인간이니까 당연히 섹스를 하며 살아야 해”라고 쓰여 있었다.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29)

-매기를 사랑하고 나서 줄곧 나를 붙잡았던 의문은 왜 내가 이런 관계를 선택했는가, 였다. 그런데 적어도 9호선에 몸을 구겨 넣고 만원의 상태를 견디며 바닥과, 그 바닥의 깊음과, 그래서 겪는 불편과 고통과 힘듦과 귀찮음 모두의 원인인 한강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매기와 나의 관계에서 선택이란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빗물이 손바닥을 적시듯 매기가 내 인생으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는.(60)

-6월의 햇살은 봄의 뒷자락이 남아서인지 목덜미에 눌어붙는 것처럼 은근했다. 햇살은 강했지만 여름과는 달랐다. 그것은 따뜻함과 따가움 사이에 놓인 것 같았다.(71)

-그래, 당신은 고양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나, 죽었다고 생각하나.
상관없어요.(97)

-작은 창으로, 겨울을 견디고 있는 숲의 나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 움츠리고 기꺼이 피폐해진 나무들, 봄이 채 오기 전까지는 어느 것이 성공적으로 살아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 알 수는 없는 것들. 나는 우리가 자꾸 어긋나고 상대를 향한 모멸의 흔적을 남기게 된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매기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냥 그것은 시작과 동시에 숙명처럼 가져갈 수 밖에 없었던 슬픔이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덜 사랑하거나 더 사랑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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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1-11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독후감이 점점 아름다워져요. 이게 다 카페 때문인가... 닻에 대한 열망 파트는 나중에 어디론가 꼭 옮깁시다! 이승우가 글 이렇게 쓴대여.. 수첩에 단상 모아서 소설에 고대로 옮겨버린다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표지가 고와요. 마치 빗물처럼 툭툭 떨어져 내린 시작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처럼, 어긋나버린 슬픔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게 좋네요. 쪼금 살아보니까 내 의지보다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자녀분 천일 축하드려염 🎉)

반유행열반인 2021-01-11 10:40   좋아요 1 | URL
요즘 댓글이 점점 아름다워지는 것도 카페 때문인가요... ㅋㅋㅋ 독후감에 다 써 먹어버리면 점점 더 소설 못 쓸 거 같아서 원래 독후감은 무미건조똥구멍 같이 썼었는데 요즘은 공력 허비(?)를 여기에 하고 있네요...재활용 나도 할 수 있으까...리바이벌은 잘 못 하는 구만 ㅋㅋㅋ
다른 분 리뷰 보니 표지 흉악하다는 평도 있었나 보더라구요 ㅋㅋㅋ 그냥 받아들이면 맴이 편해지죠. 오래 그걸 못했는데 조금씩 연습중입니다... 꼬맹이 나도 축하해 ㅋㅋㅋ하고 말하고 박수쳐주니 뭔지 모르면서 덩달아 박수치네요 ㅋㅋㅋ

하나 2021-01-11 10:48   좋아요 1 | URL
꼬맹이분도 열반인님도 귀엽네여 ㅋㅋㅋ 표지 흉악하다니.. 10년 전에 이상한 폰트 유행할 때 책을 못 보셨나 ㅋㅋ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서 바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닐 것이다, 라고 쓴 거 보고 ㅋㅋㅋㅋㅋ 그냥 졸라 받아들이는 거구나 생각한 적 있어요. 바다도 받아들이는데 지금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11 10:51   좋아요 1 | URL
귀욥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편으로는 실물 보고 실망하실 날이 많이 걱정이 됩니다...
헤밍웨이 하니까 헤밍웨이도 봐야 할 거 같네요 보다 만 에덴의 정원? 인가 하는 안 유명한 소설이랑 노인과 바다는 애기 때 보고는 또 애기들 보는 판형 하나 사놨는데 하나님 책 잘 판다... 바다 걔는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걸 거 같은데?! 인간이고 물고기고 다 쓸어버려야징 케케 하고 ㅋㅋㅋ못된 심성을 투사하는 나란 새끼..같은 마음이 포세이돈을 만들어냈겠구나 싶어요.

하나 2021-01-11 11:05   좋아요 1 | URL
저는 귀여움 필터 장착한지 오래구요 ㅋㅋㅋㅋ 어쩌면 바다 새끼는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걸 거야, 하고 바다를 원망이라도 할 때가 건강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노인과 바다 저도 어릴 때 애기들 책으로 보고 다 커서 봤는데 되게 슬프더라고요 ㅋㅋㅋ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러면서 낚시줄 드리우고.. 헤밍웨이 많이 아팠던 거 같애...

공쟝쟝 2021-01-11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닻.

반유행열반인 2021-01-11 20:14   좋아요 1 | URL
닻닻!!

2021-01-24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노멀 피플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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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조금 있습니다...그러고보니 언제부터 신경 쓰고 독후감 썼다고ㅋㅋㅋ새해에는 착하게 살겠습니다.)

-20210108 샐리 루니.

Pulp-Common People
https://youtu.be/yuTMWgOduFM

I wanna live like common people
I wanna do whatever common people do
I wanna sleep with common people
Like you

이 소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푹 빠져 있던 펄프의 노래를 생각했다. 언뜻 비슷한 느낌이지만 다른 의미인 건 알겠다.
자기보다 높은 계층, 계급의 사람에게 넌 결코 네 삶이 네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지 못할 거야(넌 나처럼 밑바닥에서 살지 못해), 하는 비애감만큼이나, 왜 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을까, 하고 묻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슬픈 일일 것 같다.

언젠가 느껴본 듯한 감정에 공명할 수 있는 소설이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 왜 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하고 겉돌까, 나는 과연 사랑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내가 좋아하는 저 아이가 나를 거절하면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 먹고 보면 왜 그땐 별것도 아닌 관계와 감정에 목숨 걸었을까 싶은 젊은 날의 어둠이지만, 그때 그 무렵에는 관심 받고 사랑 받는 일이야 말로 삶의 의미이자 정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분명 다른 세대(코넬과 메리엔이 고등학교 마지막 시절을 보낼 무렵 나는 첫 아이를 낳아 로맨스와 거리가 먼 삶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른 공간(더블린과 서울의 거리는 8946km…)을 살았지만, 두 사람이 마주하고 그리워하고 닿을 때 기뻐하는 마음, 사랑하지만 함께 하지 못하고 서로의 언어와 비언어적 신호를 오해하는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언제 어디선가 겪은 기분이 자꾸 들었다.

소설은 두 사람이 처음 섹스한 이후 몇 년 만에야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끝이나서, 읽는 나는 그들이 얼마나 더 오래 함께 할지 알 수 없다. 모든 관계가 ever after하지 않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산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이 마음에 최선을 다 할 뿐. 끝내 너무 슬퍼하지 않길 다짐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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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1-08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마지막 문단이 너무나도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번주엔 정말 피곤해서 책을 한쪽도 못읽었는데 반님 리뷰를 읽으면 자꾸만 책을 읽고싶어져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1-09 05:47   좋아요 1 | URL
눈폭탄에다 강추위까지 고단한 파이버님 한 주 느껴지는 듯... 주말에는 한 쪽 한 쪽 넘겨가며 평온한 시간 잠시라도 꼭 누리시길 진심 기원합니다! 그게 우리 쉬는 방법이니까!!! ㅋㅋㅋ

하나 2021-01-09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에는 메리앤한테 기시감 느꼈는데요. 권위 의식 같은 거에 거부감 보이고 차라리 혼자 책을 읽으리~ 하는 부분에서요. 나중에는 메리앤에게 동질감을 느끼지만 주변 눈치보느라 솔직하지 못해서 자꾸 메리앤을 상처 입히는 코넬에게서 기시감을 느꼈어요. 내가 저랬구나.. 막 소름.. 다시는 메리앤을 혼자 두지 않으리. 누가 뭐래도 졸업파티는 꼭 좋아하는 애랑 가자고 너무 늦게 결심하는 38살 9일차 인사드립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09 05:50   좋아요 3 | URL
둘다 어려가지고 쟤 나 사랑하는 거 맞냐 나 쟤 사랑하는 거 맞냐 의심하느라 사랑할 시간 흘려보낸 거 아까워요...그래도 그런 과정이 있어야 내가 널 사랑하는 건 알 거야. 하고 던질 수 있겠쥬. 스무살에는 시간도 많고 젊으니 조금 저리 망설이고 에둘러가도 괜찮을 거 같은데 서른여덟은
돌직구가 옳습니다. 마, 니 내 좋지, 금 내랑 땐쓰파티 가자! 하고 칵 질러야 됩니다. 이제 남은 절반 만큼 살았기 때문에 서둘러도 됩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09 09:04   좋아요 4 | URL
아니 그리고 어제 술처먹고 썼더니 막 스포를 처발라났네요 ㅋㅋㅋ 스포 주의 문구라도 달아야 겠다....

하나 2021-01-09 11: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열반인님 어록집 먼저 나오겠다. 나 새해에 본 것만 벌써 두개자나... “마, 니 내 좋지, 금 내랑 땐쓰파티 가자!”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1-09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끝내 너무 슬퍼하지 않기라니.... 지금은 알아요. 사랑이 맺어지든 헤어지든 원래의 그 사랑은 지지고볶는 일상 속에 언젠가는 흩어져 사라질 뿐이라는걸.... 끝내 너무 슬퍼하지않을 마음의 다짐이 필요하죠. ^^

반유행열반인 2021-01-09 15:27   좋아요 1 | URL
네 미리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덜 슬프기로 해요 ㅎㅎㅎ

2021-01-09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9 2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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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10 01: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0대 참으로 소비적인 연애질 많이 하면서 넘나 인생 고단하게 살았던것 같아요. 30대는 덜할줄 알았는데, 그냥 정도만 약해졌을뿐이지...보면 더 진상짓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마 연애할 기회가 적어지다보니..그래진것 같기도 하고 ㅠㅠ ㅋㅋㅋㅋㅋ이런 소설들 보면 먼가 내 연애사 들킨 느낌이 막 들어요 ㅠ 그런데 노멀 피플라고 하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1-10 07:49   좋아요 2 | URL
솔직히 어브노멀 피플이 어딨어! 싶어요. 소비적인 연애질이 어딨겠어요 그 사랑 덕에 그럭저럭 여기까지 살아왔겠쥬 ㅎㅎㅎㅎ

공쟝쟝 2021-03-21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어졌어요 이커플.ㅋㅋㅋㅋㅋㅋㅋ
백퍼 헤어집니다 ㅋㅋㅋㅋㅋㅋ (궁예질)
2011년에 시작한 사랑은 2020년이 되기 삼년전에 아주 성숙한 방식으로 종료됐을 거다.. 제 생각에 메리앤은 성공했습니다. 열라머찐 저널리스트 됏을거고요, 비혼주의자에 페미니스트입니다. 코넬은 어느정도 잘나가는 소설가가 되서 학교에서 강사하고 있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3-21 10:32   좋아요 1 | URL
뭐 헤어지고 더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아니면 홀로 잘 살기만 하면 된다 ㅋㅋㅋ헤어졌다고 단정하기 맴찢이라 맘대로 열린 결말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2021-03-21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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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1 1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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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1 1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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