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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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모 디카페인이 부활했습니다 ㅋㅋㅋㅋ일단 주문하고 잠도 지키고 커피도 지키는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한 백자평 먼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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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2-01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 기쁜 소식 감사합니다! 지금 커피 다먹으면 바로 주문해야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2-01 22:42   좋아요 3 | URL
저는 아직도 콜롬비아 언니들 커피 남았는데 디카페인이니까 사도 돼 이월 초니까 적립금이랑 쿠폰도 받았잖아 헤헤 하고 오늘 사 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

하나 2021-02-01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니가(친애하는 열반인님) 좋으면 나도 좋아 🎶

반유행열반인 2021-02-01 22:43   좋아요 2 | URL
헤헤 하나님 오나 안 오나 목 빼는 열반인 맘 아시고 부지런히 댓글 감사합니당 ㅋㅋㅋ
 
[eBook] 성적 동의 - 지금 강조해야 할 것
밀레나 포포바 지음, 함현주 옮김 / 마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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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9 밀레나 포포바.

살면서 동의라는 말을 어디서 가장 많이 접할까. 나는 상거래나 사이트 이용, 복지 지원 같은 공적 상황에서 ‘개인 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하십니까’ 하는 물음에 동의함, 을 체크하지 않으면 해당 서비스 이용이 어렵거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서 주로 마주쳤다. 어차피 동의함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데 왜 묻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법률적 문제 상황을 면피하기 위한 동의 말고, 이 책은 개인 간 성적 교류 또는 관계 맺음을 위해 행위 이전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정에 관해 파고든다. 다양한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고 드러나는 상황에서 법에서 지정한 ‘강간’이나 ‘강제 추행’, ‘성희롱’ 등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성적 동의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나름의 의의가 있다. 우선 여성이 마주하는 성적 침해 상황은 단순히 강제 성기 삽입으로 국한할 수 없는 다양한 경우가 있고 이를 모두 다룰 여지가 생긴다. 원치 않는 신체접촉은 신체 부위만큼이나 다양하고, 성적 수치심과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표현 또한 너무나 창의적이다. 너무나 참신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은 재미있어 하고 웃어 넘기고 마는데 막상 그 말과 행동의 대상이 되어 당하는 사람은 멘탈이 박살이 나고 그런 장면이 알려졌다는 사실, 다시 겪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 만으로도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또한 어디까지를 성이라고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다시 고려하게 된다. 법에서의 강간은 지극히 이성애자, 삽입 섹스 중심의 성애를 종착지로 보는데, 동성이 저지르는, 성기가 개입되지 않는, 성적 목적 또는 경제적 목적으로 저지르는 성적 침해의 경계가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추행, 모욕, 성희롱, 상해, 폭행 등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다른 형법이 있지 않냐 물을 수 있지만 그런 과정 자체가 소수자와 이성애 지배적 관념의 위계를 만든다. (피해 정도에 상관 없이 형량도 약하고 사후 조치도 달라진다.)

성적 동의와 관계된 상황을 형법적(범죄 상황), 법률적(민사적 손해 여부와 배상)인 부분에 국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성과 관계된 담론이 문화적으로 구성되고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그래서 여기에서도 푸코가 나오죠…)에는 수긍이 갔다. 대중문화가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끼치고 그래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안을 모색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일부 그럴 수도 있겠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소설과 영화, 팬픽문화, 섹스 칼럼이 동의 문화에 줄 수 있는 영향력에 관심을 할애한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생각할 만한 부분이긴 했다.
그렇지만 사법절차의 2차 가해나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서 법 이외의 해결책을 더 나은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약간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미투운동이 그나마 소기의 효과나마 얻었던 것은 폭로와 함께 이슈가 되고, 가해자의 잘못을 비난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되어 얻은 부분도 있지만, 뒤늦게나마 가해자가 수사절차를 거치고 법정 앞에 서고 그 결과 일부라도 나쁜놈들이 처벌을 받고, 그래서 자신들이 그런 짓을 했을 때 잃게 될 것들을 직시하게 되고 (그래서 정치 생명 끝났다 생각하고 삶을 버리든가) 그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변형적 정의는 처벌이나 응보적 목적보다는 교육과 교화를 중시하는 청소년 (또래)법정 같은 데서는 많이 강조되고 있고, 성인이 저지른 성적 침해에 대해 회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보완적으로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법적인 조치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제력이 없는 조치에 누군가에게 위력과 폭력으로 대응하던 사람이 응할지 조차 의문이 든다. 처벌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대안적 조치를 피해자가 수락하도록 종용될 가능성도 우려가 되었다. 다만 사법 절차 중 유죄나 무죄 여부에 관계 없이 피해 회복과 교육의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고려해볼 만 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지나온 삶에서 겪은 일에 대한 인식도 약간 바뀌었다. 친밀함을 느낀 이들에게 성적인 제안을 했다가 까인 일이 과거에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가, 하면서 자존감이 하락하고 실패한 연애에 대한 자괴감만 늘었다. 내게 노 라고 말한 친구들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친구로 잘 지냈고 다시 나를 만나거나 연락하는데 스스럼 없이 지냈다. 그러니까 어쩌면 친구로는 좋지만 더 나아가는 건 아니에요, 라고 정확히 답해준 그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동의 여부를 묻고, 노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재차 묻고, 다시 노라고 하는 그 과정이 성별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반복된 제안은 상대에게는(내가 여자이고 위력을 쓸만한 신체능력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상황 자체가 어느 정도 폭력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심히 반성하게 되었다.
반대로 나에게 성적인 침해는 그런 물음이나 혹은 거절할 여지 없이 일어났다. 잘 알지도 못하고 호감을 느끼지 않는 상대,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순간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의 신체 접촉을 시도했고, 성적인 말을 던졌고, 그들 중 아무도 사과하거나 처벌받거나 그로 인해 뭔가를 잃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조금 덤덤해지고 울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되었지만, 십년 이십년 가까이 지났어도 되돌아보는 나의 가슴은 서늘해진다.

책을 보던 도중 우연히 상품평 페이지에서 별점 테러해 놓은 걸 보고 조금 놀랐다. 내용을 보면 분명 책은 읽지도 않았고, 책이 다루는 주제나 개념도 모르면서, 뜬금 없이 상상이니, 사생활 침해니, 피해망상이니, 판타지니 하는 말을 끄적여 놓았는지. 이 책이야 말로 뭐가 잘못인지 하면 안 되는 짓인지도 모르고 성범죄 저질러서 철컹철컹 하는 일 없이 건전하고 원만한 사회 생활하라고 친절히 가르쳐주는 건데 좀 읽어보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미 철컹철컹 한 뒤라 억울하고 속상해서 그러는 거면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더 읽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더 나은 삶을 위한 권유일 뿐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재작년에 읽은 ‘섹스하는 삶’이라는 책에서 허락해라, 거기에다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읽고 좋았다. 노, 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자기 자신을 보호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는 법을 책은 알려주었다. 우선 묻고, 거기에 거절당하는 것이 치욕이나 자존감 하락의 지점이 아니라 오히려 고마운 일이라고 가르치는 부분이 이 책과 연결할 만한 부분으로 읽혔다. 어린이 책 중에 ‘동의:너와 나 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레이첼 브라이언)이 나온 것을 마침 알게 되어 나도 읽어보고 꼬맹이한테도 권할 예정이다. 어려서부터 예의를 갖추며 거절하는 법, 그런 거절을 상처 받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 그래서 남에게 어떤 강요나 강압을 저지르지 않는 삶의 태도를 여자 남자 모두에게 가르치는 일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밑줄 긋기
-강간 문화는 가해자가 성폭력을 저지르기는 쉽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그에 맞는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렵게 만드는 사고방식과 관습, 사회 구조의 총체다. 여기에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정관념이 포함된다(성적으로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고 여기며, 이에 어긋나는 여성은 ‘음탕하다’라고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 등). 또 강간으로 판단되는 상황과 ‘진짜’ 강간 피해자라면 응당 어떤 행동을 보이리라고 단정 짓는 것도 강간 문화의 일면이다(육체적 폭력이 수반된 경우에만 ‘진짜’ 강간이라는 인식, ‘진짜’ 피해자라면 사건을 즉시 신고할 것이고 정신적 외상이 심하겠으나 지나치게 히스테리를 부리지는 않으리라는 인식). 강간범은 어두운 골목에서 튀어나온 괴물이며, 남자친구나 아버지, 대학생이나 정치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 또한 강간 문화의 일부다.

-페미니즘 사상 내에서도 동의의 개념, 정의, 어원에 대한 여러 견해가 경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이론과 개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성폭력과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 이해하는 것이다.

-신체적 자율권이란 내가 하는 행동, 내 몸에 일어날 일, 내 몸과 접촉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접촉을 어떤 식으로 허락할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외부의 압력이나 강제, 어떠한 권력 행사도 없어야 한다.

-성 비평 접근법은 문화와 지배적 사고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형성하고 신체적 자율권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본다. 그리고 성관계에 대해 자유롭게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묻고 탐색한다. 자유롭게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에서야 비로소 ‘좋다’라는 말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강간 신화는 성폭력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묻고 피해자를 비난하도록 몰아가며, 개개인이 성폭력과 피해 당사자를 대하는 태도(친구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놨을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또는 보일 것인가])와 사법 제도가 취하는 관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성적 동의는 나와 상대방의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마땅히 보여야 하는 신중함과 배려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내가 그런 것처럼 성관계를 맺을 의사가 상대방에게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법률 계약은 성적 동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 동의는 소통과 배려, 인간적 존중이 있어야 가능하고 이런 것들은 법으로 규제되지 않는다.

-동의에 관한 한 우리가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물어보기다.

-‘조건부’ 동의란 “좋아, 나도 너와 섹스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저런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할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행위를 하는 동안 언제든 무슨 이유로든 마음을 바꾸거나 동의를 철회할 수 있고, 자신의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행위를 중단하고 싶다면 “그만하고 싶어”라고 말하자.

-섹스를 자기 욕구 만족을 위해 타인의 몸을 이용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면서 서로 행복한 성적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나뿐 아니라 상대방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해진다. 즉, 상대가 만족하는지, 내 행동을 상대가 좋아하는지, 여전히 동의하는지 거듭 확인해야 한다.

-언제든지, 어떤 이유로든지 싫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꼭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싫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신체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것은 곧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것이자 애매하거나 정중한 표현 또한 명확한 거절이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직 섹스만이 관계의 목표인 양 자신과 타인을 압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경계는 내가 괜찮은 것과 괜찮지 않은 것 사이에 놓인 선이다. 성적 상황뿐 아니라 여타 사회적인 상황, 타인과의 일상적 관계와도 관련이 있다.

-성적 상황에서라면 특정 정도의 접촉과 행동은 괜찮지만 그 이상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지금 당장은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거나 어떤 사람과는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 내가 정한 경계이다.
내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은 무척 까다롭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고 선을 정하는 일은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지만, 자신의 경계에 대해 타인과 이야기해야만 개인의 자율권 행사와 사회적 규약 존중 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동의 협상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난해한 일이지만 법이나 계약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신체적 자율권 존중을 근간으로 삼고 성관계를 단일한 형태로 규정하는 성 각본을 흔들고 해체하는 것이다. 성기 삽입뿐 아니라 모든 성적 행동에 동의를 구해야 하며, 어떤 대답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상대방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동의가 유효한지 확인하는 것,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오래된 관계에서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관계 유지’라는 말로 포장한다. 꼭 원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거나 현재의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상대방도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해준다는 이유로 성관계를 하는 것이다. 한편, 가벼운 만남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를 경험한 여성들은 사회에서 말하는 ‘성적으로 진보한 여성’이라는 관점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원치 않는 성관계에 대한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는 성관계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항상 성관계를 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에 압박을 받는다고 말한다. 성적 지향과 관계의 유형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여성과 만나는 여성들은 그들 사이에서 성관계의 빈도나 횟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의식적으로 애쓴다. 그 관계에서 로맨틱하고 섹슈얼한 성격이 사라지면 자신들의 관계가 우정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권력이 개인의 의도적 행위와 자율성을 어떤 식으로 제한하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이 담론을 통해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 세계관을 형성하고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주체, 신체, 실천을 구성하고 생산한다. 또한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사방으로 작용한다. 국가가 행사하는 힘만이 권력이 아니다. 권력은 경쟁적이고 모순적인 방식으로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행사되는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관리할 모든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신자유주의다. 여기엔 우리에게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행동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는 가정이 숨어 있는데, 이는 여전히 문제를 겪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결정을 한 우리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소리다. 당연히 개인의 통제력을 넘어서는 구조적 요소들은 간과된다. 하지만 임금이나 인사고과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줄이지 못할 수 있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여러 개 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또 시간이나 돈의 제약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는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구조적 착취와 억압을 은폐한다.

-하지만 반대로 소수자에게 응원을 건네는 포르노가 있을 수 있다. 각자의 성 정체성과 경험을 돌아보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해보는 마중물의 역할을 포르노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가능성들이 개인이 성적 자기 결정권과 신체 자율권을 행사하고, 더 나아가 성과 관련한 사회 체계에 도전하는 데 일조할지도 모를 일이다.

-2018년 5월 16일 자 『틴 보그』에는 애널 섹스에 관한 글이 게재되었다. 성 소수자 권리와 성적 동의가 핵심 주제였음에도 도입부에는 애널 섹스라는 주제가 불편한 독자는 다른 이슈나 건강에 관한 글로 언제든 건너뛰어도 좋다고 안내한다. 이 글은 사전에 동의 협상이 있어야 하며 동의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남녀 성기 결합만이 유일한 성관계 방식이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시도를 계속한다. 그리고 애널 섹스가 일탈적이고 일종의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거나 ‘포르노에서나 하는’ 행위라고 일축하지 않고, 많은 이가 즐기는 섹스의 형태임을 인정한다. 또한 항문에 삽입되는 것을 페니스로 단정하지 않고 성 중립적 언어를 사용한다. 어쩌면 ‘포르노’에서 접했을 성행위 이미지를 일상 속으로,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환경으로 가져오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위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다.

-법 제도 자체가 성폭력 사건을 공정하게 다루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데다 피해자 대부분이 법 영역에서 2차 피해를 입는다. 관련 법조문은 섹슈얼리티와 행위자의 의사, 신체적 자율권을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래서 법적 개선을 추구하기보다 법에 얽매이지 않고 성폭력 문제를 다루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변형적 정의는 가해자 처벌보다 범죄가 야기한 모든 피해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사건과 관련 있는 모든 당사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대화와 이해를 촉진하는 자발적 과정으로 실천된다. 재발 방지를 넘어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접근들은 대체로 이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당사자 모두 발언할 기회를 가지며, 가해자가 자신이 한 잘못을 이해하고 스스로 변할 수 있게 돕는 수단을 고민한다. 가해자의 인정과 사과, 가해 사실 공개, 재발 방지 교육 프로그램 참석 등이 이 과정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다.

-버크는 미투가 ‘공감을 통해 얻는 힘’이라고 말한다. 성폭력 생존자들이 이 말을 주고받는 것은 ‘당신의 말을 믿습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압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성폭력 피해자의 말을 불신하는 문화에서 ‘나도’라는 한마디는 엄청난 힘을 갖는다.

-미투 운동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피해를 입고도 비난받았던 성폭력 생존자들이 공개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피해자를 향한 원색적인 조롱은 계속됐고 그들의 폭로와 증언을 믿지 않거나 다시금 침묵하도록 종용하는 일도 사라지지 않았다. 변화의 조짐이 약하게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피해자의 말을 묵살하기가 조금(단지 조금) 어려워진 정도이다. 처벌받는 가해자는 일부(아주 일부)일 뿐이고, 법과 법조인들이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방식도 딱 그만큼만 변했다. 하지만 성적 동의는 이제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긍정적인 방향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에게 포옹을 제안하는 적절하고 일반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거절의 표현을 더 잘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거절 의사가 직접적이든 알아채기 힘들든 상관없이.
두 번째는 강간 문화를 굳건히 지탱하는 담론을 통한 권력 작용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그것을 해체하는 것이다. 우리는 강박적 성애 개념이 소외 집단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또한 전통적인 성 역할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지배적 담론을 끊임없이 추궁하고, ‘정상적’이고 ‘인정되는’ 성관계와 그것의 ‘정해진 방식’을 깨야 한다.

-교육에서 신체적 자율권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은, 아이에게 꼭 해야 하는 일의 이유를 시간을 들여 신중히 설명한다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아이가 싫어하는 일의 이유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갈등이 생기면 참신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다.

-가령 여학생이 남학생의 행동 교정 및 진정에 영향을 주리라 기대하면서 여자‒남자를 짝지어 앉히는 것 같은 교육 관행은 어쩌면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과 억지로 가까이 지내게 강요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는 남성의 행동을 여성이 책임지게 하는 성차별적 문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꼴이다. 교복과 복장 규정은 아이들의 자율권을 박탈하며 자기 표현 능력을 제한하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항하여 개선을 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동의 문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지나칠 수 없는 과제이다.

-강간 문화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인종차별, 장애인 차별, 시스젠더‒이성애 중심주의, 강박적 성애, 그리고 이 시스템의 수혜자들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권력과 억압 시스템의 일부다. 사적 경계를 침해하고도 그 사실을 무마하고 묵살하는 태도와 섹슈얼리티를 우월 집단과 열등 집단을 나누는 잣대로 삼고 성폭력을 ‘합법화’하며 피해자를 탓하고 2차 피해를 스스럼없이 입히는 사회 환경도 마찬가지다. 이 시스템은 변화를 막고 그에 저항해 살아남았다.
역사적으로 강간 문화는 피해자에 대한 침묵 강요, 남성 성욕 담론이나 강박적 성애 개념처럼 지배적 관념에 의해 재생산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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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1-29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자녀들이 부러워지네요. 근데 진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공부가 필요한 일인 거 같아요. 전에 비슷한 주제의 책 리뷰(재작년에 읽은 ‘섹스하는 삶’이라는 책에서 허락해라, 거기에다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읽고 좋았다.˝ )에서 말씀하신 것과도 이어지는 거 같은데,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씩씩하게 ˝경계˝를 확립하면서 살 수 있었을 거 같은데. ^^

반유행열반인 2021-01-29 22:35   좋아요 2 | URL
미리 아니라 지금 알아도 괜찮아요ㅎㅎ아쉽지만 그때 그래서 지금 더 씩씩할 수 이써!!! ㅋㅋㅋ와이라고 애들 보는 만화 시리즈에 성교육 있길래 중고로 사다 놓고 먼저 보니 이거 좀 아니다 싶은 게 많이 있더라구요? 그래도 만화니까 입문 허들 낮으니 일단 보라 그러고 보충설명 하고 다른 독서 권하면 되지, 맘 먹고 내밀었더니 필요없어! 이러고 거부하고 도망감 ㅋㅋㅋ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나 싶어 기다리기로 ㅋㅋㅋ엄마만 괜히 각오 충만 앞서 나갔다 ㅋㅋㅋ

하나 2021-01-29 22:4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열반인님네 넘 귀여워 엄마만 괜히 각오 충만 앞서 나갔다 ㅋㅋㅋㅋ 저는 큰 어린이님에게 자극 받아서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어른 버전으로 읽었어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22:45   좋아요 2 | URL
어려서 그냥 무슨 괴기담이나 에스에프로 알았는데 커서 보니까 잘 썼더라구요...배경묘사고 인물묘사고 심리묘사고 다 훌륭해 ㅋㅋㅋ형식도 막 이야기 전하고 편지남기고 괜히 후대까지 읽히는 거 아니다...인간 내면 보편성에다 형식적 실험도 겸해야 남는 거다...(또 또 엄마가 너무 앞서 나간다 ㅋㅋㅋㅋ)

하나 2021-01-29 22:49   좋아요 2 | URL
와 근데 열반인님이랑 아이랑 진짜 좋은 친구될 거 같아여 독서모임 벌써 하고 있어 ㅋㅋㅋㅋ 저도 생각보다 형식에 신경 많이 썼구나 생각했어요 편지가 있어야 할 곳에 있으니 또 좋더구만요(엄마 친구도 같이 앞서 나간다 ㅋㅋㅋ)

공쟝쟝 2021-01-30 15: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 푸코^^ 반가워^^ 요즘 통 못읽었네.. 애정은 식지 않았어.. 우리..다...다음달에 만나...^^

반유행열반인 2021-01-30 17:13   좋아요 1 | URL
슬쩍 나왔다 가더라규요 대머리 넌 안 끼는데가 없냐 눈치 없이...

2021-01-3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1-01-31 17: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중요한 문제들을 얘기하는 것 같네요..그런데 이런 책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벌점테러하는 인간들이 있더라구요.정말 왜 그러는지...-_-;;;

반유행열반인 2021-01-31 17:22   좋아요 3 | URL
피해를 줄이고 없애고 침해된 권리 회복하자는 거에 억울해 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궁금하긴 해요. 왜 그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하도록 사고구조가 짜여지는 지도...사실 저도 불과 얼마전만 해도 여혐적 사고를 완전 탈피했던 건 아니라 자라온 분위기나 누군가 감내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문화 같은 게 생각보다 영향이 큰 것도 같구요.

붕붕툐툐 2021-02-01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필요한 일인거 같아요. 사실 성적인 부분 말고도 정말 많은 부분에서 진짜 동의가 가능한 사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말씀하신 정보동의 같은 것도 말이죠. 일단 상대의 경계를 존중하는 자세를 저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다짐하고 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2-01 17:5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남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고 허락을 구하고 조심히 살피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기울이려고 합니다. 반성할 일이 넘쳐.... ㅋㅋㅋㅋㅋ

2021-02-01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1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1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견문록 (보급판 문고본) - 에디오피아에서 브라질까지 어느 커피광이 5대륙을 누비며 쓴 커피의 문화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20210129 스튜어트 리 앨런.

원제 The Devil’s Cup.

알라딘에서 첫 원두를 구매한 때가 겨우 일 년 전이다. 그 이후 생긴 일: 알라딘 원두 14종을 사 먹었다(…) 드리퍼를 갖췄다. 드립 주전자도 갖췄다. 캡슐 머신도 갖췄다. 캡슐도 200개 넘게 샀다. 그만 갖춰 제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원두를 내려마실 때마다 검색을 해서 몰랐던 곳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어디 커피 산지에 관한 책이 없나...찾아보니 있었다.

우리 부모 세대는 과립 형태의 인스턴트 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커피를 다방에서 시켜 먹는 아빠 옆에 앉아 있으면 다방 언니가 빨대 꽂은 야쿠르트 하나 가져다 주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맥심이가 한 봉지 안에 그 세 개를 황금비율로 섞어서 툭 까 넣고 뜨거운 물만 부어 휘휘 저어 마시면 되는 진짜 인스턴트를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경지에까지 갔다. 이건 (사무실이나 작업장의) 노예야 일해라 포션 쯤으로 여전히 롱런하고 있다.
다음 세대는 커피나 프림 넣지 않고 원두만 물로 추출해 먹는 아메리카노를 카페에서 사 먹기 시작했다. 쓴 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우유에 에스프레소 타고 카라멜이나 바닐라시럽 같은 달달한 걸 탄 라떼류를 먹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쓰고 시커먼 커피는 이름도 여러가지던데 차이가 뭐야…1도 모르겠다... 했던 때도 있었다.

-에스프레소: 기계로 원두에 열과 압력을 가해 진한 커피 원액 추출한다. 그대로도 마시고, 커피 음료 만드는 기본 원액이 되기도 한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에다 물이나 얼음 타서 마신다.
-라떼: 우유에다가 에스프레소 타고 거기에 무슨 시럽이나 맛내는 재료 넣어서 신제품(?)만든다. 돌체라떼(연유), 흑당라떼(흑설탕이나 원당 시럽) 같은 거…
-드립 커피: 기계 말고 커피 내리는 깔때기에 여과지 얹고 간 원두 붓고 그 위로 물 부어 여과시켜서 방울방울 떨궈 내려 먹는다. (초딩 때 실험관찰 시간에 혼합물 거르기 거름종이 실험하는 거랑 비슷함)
-콜드 브루(더치): 원두에 차가운 물 부어 오랫동안 내리는 특수 기구 같은 게 있는데, 그렇게 내린 원액을 에스프레소 원액처럼 여기저기 넣어 아메리카노나 라떼 해 먹는다.
이런 걸 구분하고 마신 게 얼마 안 되었다. 지금은 저 모든 종류를 돌려가며 마시지...

커피 종류와 이름만 들으면 커피 마시는 문화의 시작이 아메리카나 유럽일 것 같지만, 커피 열매는 더운 열대기후 고산지대나 아열대기후에서 잘 자라고 냉온대기후 지역에서는 온실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재배가 어렵다. 그러니까 커피의 시작은 더운 나라들이고, 오늘날 대부분 저개발국에 속한 지역이 일찍부터 커피를 마셨고, 지금도 그곳에서 커피를 재배해 전 세계로 수출한다.

커피는 커피라는 이름 이전에 부나, 카와, 알모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잊힌 이름들이었다. 다양한 이름 만큼이나 커피 만드는 방법도 동네별로 다양했다. 막판에 원두에 계란 알맹이랑 껍질이랑 이거저거 다 때려넣고 향이야 날아가거나 말거나 달달 달여 먹는 충격적인 방식이 나오는데, 이게 예전 미국 커피 레시피였다. (심지어 백악관 요리 레시피 책에도 실림…) 오히려 스타벅스야 말로 미국식 커피 제조법 버리고 이탈리아식 커피 만드는 방식 고집해서 인기 끈 케이스라고…(그런데 원두맛은 왜 그렇게 쓰고 탄 맛이죠…)

이 책은 다양한 커피 산지와, 유럽과 미국 이전에 커피 문화가 번성했던 아프리카, 서아시아, 남부아시아를 주 무대로 한 여행기였다. 캘리포니아 출신 자유로운 방랑자인 저자는 케냐, 에티오피아, 지부티, 예멘, 터키, 인도, 오스트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의 온갖 도시를 거치며 커피가 퍼져나간 경로를 추적한다.
초반부터 저자의 똘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1988년 케냐에 있던 스튜어트는 에티오피아 커피가 끝내준다는 말에 총든 국경수비대한테 사정해서 국경 넘어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온다. 다음 날 한 번 더 마시러 가…(두 번째는 통과 안 시켜줘서 못 먹고 돌아옴...) 에티오피아의 하레르에 시인 랭보가 커피 장사 하러 갔다가 망하고 돌아온 건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거기에 랭보 저택이 있고 현지인들이 람보, 람보, 하고 부르는 것도 몰랐다. 사실 랭보도 잘 모르지만…
스튜어트가 탄 아프리카 동부에서 예멘 건너가는 허름한 배 안에는 소말리아 난민 아이들이 있었다. 아예 나라라는 게 무너진 곳에서 국민들이 카트나 씹고 앉은 역시나 망한 나라로 떠나는 난민들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둘다 외교부 지정 여행금지 국가다…)
오스만제국이 빈 쳐들어갔다가 전쟁 망하고 도망가면서 두고 간 원두가 유럽 카페 개업의 밑천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커피가 아프리카와 이슬람의 서아시아에서는 도입 초기에 종교 의식에 쓰였고, 약으로 여긴 곳도 많고, 환각제 취급 받으며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종교적 이유로 탄압을 시도한 시기가 있다는 것도(심지어 현대 미국에서도 약물로 취급해 규제를 시도함) 재미있는 지점이었다. 확실히 커피를 마시면 읽고 쓰고 일할 때 도핑되는 느낌은 있다. 너무 마셔서 밤에 못 자고 상념에 젖는 날은 괴롭지… 커피가 종교와 자주 연관되다보니 저자는 여행 도중 커피를 사용하는 (또는 지금은 커피가 빠졌지만 나머지 의례는 남아 있는) 여러 종교 의식을 참관한다. 커피를 추적하는 도중 브라질리아의 외계인 믿는 신흥종교 교단에 끌려 갔다가 시껍하고 도망쳐 나오기도 한다.
프랑스 갔을 때는 루이14세랑 사드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둘다 변비탈출하고 싶어서 커피를 애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 대부분이 서프라이즈나 믿거나 말거나 같지만,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쪽 자료는 직접 현지 답사하고 주민에게 탐문하고 현지 도서관 자료 찾아 적어 놓은 거니 그 이상 사실 여부 확인할 길이 없고, 그렇게라도 알려준 노고를 칭찬해야겠다.
인도에서 양기(이름부터 느낌 이상한...)에게 사기 당해 프랑스 시골구석까지 가는 에피소드도 길게 이어지는데 덕분에 라자스탄 자이푸르라는 지역을 구글링으로 찾아보았다. 핑크시티라고, 도시에 온통 분홍분홍하고 화려한 궁전 유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아이참 18세기면 무술제국 말미냐? 영국놈들 쳐들어오는데 황제 새끼들은 인민 착취해서 저런 사치나 하고 있었구나 하고 괜히 욕나왔다. ㅋㅋㅋ

1999년에 나온 책이고 남자 저자라 그런가 가끔 농담이라고 던지는 여성 비하적이고 성적인 빻은 소리들이 거슬리긴 했지만, 아주 가끔이고 수위도 약한 편이라 넘길 만한 수준이었다. 이제 막 인터넷이 보급되고 토론방, 이메일 같은 게 유행하던 시기라 그 초기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순수 카페인 들고가다 코카인으로 오해 받고 경찰한테 혼나고 다 쏟아버린 경험을 토론방에 올리니까 다른 유저들이 저자 편들어주고 같이 경찰 욕해주는 게 웃겼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되게 비슷해서 ㅋㅋㅋㅋ
로부스터 품종의 최대 산지이자 소비지인 동남아시아-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등, 최근에는 중국 운남성도 차 대신 커피 산지로 바뀌고 있는데 조금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이쪽 문화권은 네덜란드가 식민지 플랜테이션 농장 만든 것 살짝 언급만 하고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뭐 그 쪽 커피 맛 없긴 해…)
책의 마무리는 미국의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저자와 여행 동반자인 매그가 맛탱이 간 상태로 차를 멈춰서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미국이 약물과 커피에 취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우리는 영화나 뉴스에서 제일 잘나가는 미국의 최첨단 도시들의 화려함만 보지만, 사람 사는 곳 똑같고 미국 남부나 소도시들은 다 암울하다. 화이트 트래시라고 자국민을 조소하면서 획일화되고 특색없는 커피맛과 희망 없는 꼬라지를 결말로 한 게 뭔가 저자놈 생각보다 회의적이구나 싶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하고 묻는다면 여기에요 여기, 한국, 코로나 때문에 카페 문닫으니까 집집마다 커피머신까지 갖추고 종류별로 열심히들 마시고 있답니다...하고 싶었다.

예사롭게 마시는 커피에 얽힌 노예무역, 식민지배, 종교탄압 등 다양한 역사를 풀어 놓으니 재미있게 읽혔다. 커피농장의 현재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다면 그것 또한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자만큼 용감하게 전 세계를 떠도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인도, 이슬람, 전부 여성들에게는 악명 높은 여행 금지 내지 적색경보 국가잖아...뒤지기 싫으면 그냥 책이랑 원두랑 구글링으로 만족해야겠다. 그래서 오늘의 아침 커피는 이탈리아 어쩌구 하는 캡슐 내린 에스프레소, 스콘이랑 먹었다. 낮에 콜롬비아 드립 커피 한 잔 먹든가 귀찮으면 믹스커피(모두가 외면한 홍삼라떼...이거 만든 남양이랑 이거 산 나새끼랑 다 죽어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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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1-29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홈삼 아니 홍삼라떼 라는 게 있었군요!! 반유행열반인님은 드셔보았음이 틀림없음으로 추정됩니다! 비추천으로 이해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2:44   좋아요 3 | URL
먹으면 은은하니 넘어가긴 하는데 내가 커피를 먹는 거 같진 않고ㅋㅋㅋ 선심쓰며 내밀어도 모두가 거부하는 아이템이라 비추합니다 ㅋㅋㅋ

syo 2021-01-29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홍삼라떼! 삼이한테 처먹이고 싶은 이름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48   좋아요 2 | URL
삼이님이 어 이거 달달하니 맛있는데...몸에도 좋은 기분이고...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갖다 바칠까...)

Yeagene 2021-01-29 15: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진지하게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홍삼라떼에서 뿜었어요!ㅋㅋㅋ
이런 제품도 있었나요..ㅋㅋㅋ
열반인님 왜 사셨어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49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왜 샀대 나새끼야 ㅋㅋㅋㅋ흑당라떼랑 1 1하길래 배리에이션!하고 자매품 고른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그냥 드립 먹었어요 오늘은 ㅋㅋㅋ

하나 2021-01-29 2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쏘아올린 열반인님의 커피 견문록이네요~ 우리 열반인님 먹는 걸로 모험하는 타입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저 홍삼라떼 이상하게 끌리는데 사실 옛날에 인삼껌 좋아했어요... ㅋㅋㅋㅋㅋ 잘 안 팔아서 사람들이 그거 발견하면 너 생각나서 사왔다 이러고 막 던져줌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22:36   좋아요 2 | URL
아 그럼 아마도 홍삼라떼와 사랑에 빠지실지도....진짜 향이 옛날 그 인삼껌임... ㅋㅋㅋ옛날에 나 초딩때 은단껌 두리안껌 별 게 다 있었는데 ㅋㅋㅋ

얄라알라 2021-01-29 2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대 위축되는 마음을 열반인님 서재 댓글 읽으며 빵빵 터뜨려 키웁니다 ㅋㅋㅋ˝먹는 걸로 모험하는 타입˝에 ˝인삼껌˝까지, 넘 유쾌합니다. 두리안 껌이라니, 이건 금시초문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1-30 09:10   좋아요 1 | URL
저도 믿기지 않지만 두리안이 뭔지도 모를 시절 두리안껌을 씹어봐서 그런가 십수년 후 진짜 두리안을 마주했을 때 거리낌 없이 먹어지더라구요ㅋㅋㅋ그치만 홍삼라떼는...😔

공쟝쟝 2021-01-30 15: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알라딘 원두 14종 ㅋㅋㅋㅋ 저는 왜 알라딘 원두는 좀 싱겁게 느껴지죠? 아 최근에 먹은 건 맛있었는 데(기억이 ..) 핸드드립으로 찐하게 내려진거 마시고 싶을 때는 역시 스타벅스 원두입니다!! 한번 사서 갈아드셔보세요, 아니면 갈린 걸 사서 내려드셔보세요... ㅋㅋ

공쟝쟝 2021-01-30 15:57   좋아요 2 | URL
기억났어 (검색함) 이번에 나온 콜롬비아 아스무까에스 톨리마 훌륭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30 17:12   좋아요 2 | URL
쟝쟝님은 으른의 맛(스모키한) 거 좋아하시는 듯해요 스타벅스 캡슐 먹어봤는데 저는 으른의 맛 윽 하는 ㅋㅋㅋ알라딘이 좀 슬쩍 뽂아서 맛이 약하게 느껴지긴 해요 이번 콜롬비아도 비교적 세게 볶은 맛 같아요 카누맛 무난함ㅋㅋㅋ다시 세 보니 13종이네...한 종류 뻥튀기했네...

공쟝쟝 2021-01-31 00:36   좋아요 2 | URL
옴멈머 맞나바 저 스모키한거 좋아하나봐여 왜냐면 제가 스모커거덩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31 07:39   좋아요 2 | URL
스모크핫커피리필 달이 뜨지 않고 니가 뜨는 밤- 이러는 노래 생각나네요 ㅋㅋㅋ
 
[eBook]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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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이민경.

작년에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을 읽으며 한국 페미니즘의 관점들에 대해 정리한 책이 있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어쩌다보니 봄알람의 책을 세 권 읽고 우연히 출판사 홈페이지에 갔다가 이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원하던 책인가보다 싶어 빌렸다.
책의 구성이 특이했다. 단순히 읽는 게 아닌 문제집 형식으로 독자에게 끊임없이 쓰고 말하길 요구한다. 적당한 주제에 적당히 쓰인다면 문제집 형식의 책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국 페미니즘의 ‘계보’나 ‘이론’, ‘다양한 관점’을 정리한 책은 아니었다. 한창 여성 문제 관련 이슈가 폭발하기 시작한 2016년 무렵 나온 책이고, 그때까지의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여성운동에 대한 간략한 역사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개인이 자신의 미시사를 돌아보고 목소리 내는 연습을 하도록 돕는 책 쯤으로 읽혔다. 제목에서 기대한 바와 약간 차이가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런 약사를 돌아보는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여성운동을 위해 싸우던 많은 사람들, 사건들을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적어도 이 책 나오던 즈음과 그로부터 오랜 기간 스스로를 부정하고 여성 혐오의 말과 생각을 품었던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고 잘못 생각한 게 많았다는 걸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더 나아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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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1-28 0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못한 놈들을 두루 알려서 잘못한 놈도 두들겨 맞아야 하지만, 그놈들이 한 짓이 나쁜 짓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야한다˝ 추가하고 싶어요 ㅎㅎ 열반님...빈칸을 참으로 성의있게 답변하셨네요. 짱! 글씨체도 몽환적인게..느낌 좋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8 08:30   좋아요 3 | URL
제일 두둑한 빈칸만 집어 왔어요. 오히려 학교 공부(?)와는 다르게 서술형이 할 말 많고 선택형이나 단답형은 답을 못 적는(역사적 사실 같은 건 정답이 정해져 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확인시킨 후 답을
알려주는 순서에요 ㅋㅋㅋ)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글씨를 몽환적이라고 표현하시다니ㅋㅋㅋ 악필이라 칭하지 않고 좋은 수식어 붙여주시는 센스에 감탄하고 또 감사합니다 ㅋㅋ

2021-01-28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2:57   좋아요 0 | URL
ㅋㅋㅋ못난 글씨체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양과 상관 없이 꾹꾹 눌러쓴 그 마음 누구나 기쁘게 받을 거에요 ㅋㅋㅋ

2021-01-28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01-28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세 여자> 읽으면서 너무 놀라고 있어요.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그외 등등 이런 분들이 다 실제 인물인데 넘나 멋진 페미니스트인 거에요!! 우리나라 1920년대에 이렇게 멋진 여성들이 있었는데 왜 저는 지금에야 알게 되었을까요?? 나혜석이니 김활란이니 이런 사람들 밖에 몰랐던 이유가 뭔가? 알고 보니 공산주의,,,,우리 나라는 정말 역사가 참,,,, 페미니즘을 해방하는 역사구나,,, 공산주의보다 더 무서운 독재 같은 느낌. 어떻게 역사에서 이분들을 빼먹을 수가 있었을까요?? 암튼, 몽환적인 글씨를 쓰시는 반열님의 이미지도 갑자기 몽환스러워지는,, 하지만 글쓰기는 절대 몽환적이지 않으신 멋진 반열님이 알라딘에 계셔서 넘나 좋아요. 헤헤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6:35   좋아요 2 | URL
백석 같은 월북 시인도 늦게 발견된 것처럼 늦게라도 이념 상관 없이 옳은 일 하신 분들 찾아내고 우리도 알게되면 좋겠어요 ㅎㅎ갑자기 몽환적인 글씨로 굳어지는 이미지 ㅋㅋㅋ오히려 취중 필체라 그러는 게 더 나을 거 같네요 ㅋㅋㅋ(저날 맥주를 마셨던가 아닌가) 좋게 말씀해주셔서 늘 감사하고 덕분에 알라딘 열심히 하게 되네요 ㅎㅎㅎ

막시무스 2021-01-28 1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9번문제 답으로 꾸준히 계속에 깊이 동감합니다!ㅠ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지겠지요?ㅎ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8:25   좋아요 2 | URL
나아지면 좋겠어요 꾸준히 계속 ㅎㅎ

공쟝쟝 2021-01-28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해답부분 ㅋㅋㅋ 내용 읽으면서는 좋고, 뭔가 분노 터지는 (?) 글씨보고 더 놀랬어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8 22:07   좋아요 1 | URL
뭔 글씨조차 화가 나 있냐 ㅋㅋㅋ분노의 몽환체 ㅋㅋㅋㅋ

syo 2021-01-29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박따박 답 써서 올린 게 중학생 같아서 귀여워요..... 내용은 분노인데 태도는 귀엽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50   좋아요 1 | URL
아니야 나는 화가 나있지 않았어 덤덤하게 쓴 거에요 중학생이 귀여운 줄 아시나요? 엄청난 착각이십니다...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51   좋아요 1 | URL
우등생의 태도가 배어 있어서 문제집 마주하면 일단 열심히 풀고 보는...공교육의 ㅍㅖ단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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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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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3 루시아 벌린.

루시아 벌린의 큰아들 제프 벌린이 쓴 서문을 읽자마자 짐작했다. 이건 루시아 벌린 죽은 뒤 남은 원고들 중 무리해서 낸 책이 아닐까. 예감은 적중해서 집중해서 읽는 도중, 루시아가 30살쯤 되었을 때 남미 가족 여행 중 퍼붓는 빗속에 가족이 온통 병에 걸리고 남편 버디가 금단 현상에 시달리는 장면에서 뚝 글이 끝나 버린다. 육십대 후반의 루시아는 자신이 곧 죽게 될 걸 미리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런 글을 쓰기 시작했을테고, 삶의 절반도 정리를 못했다.

그렇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게, 그녀가 남긴 소설을 묶은 소설집 읽으면 충분하다. 나는 두 권의 소설집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그게 맞는 순서인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건 그냥 자기 삶을 갈아 넣어 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글인데. 그런데 한 사람이 이 모든 걸 겪으며 살았다면 진짜 어마무시한데. 그냥 겪은 일 쓰면 소설이 되어버리는 삶은 축복일까 고통일까. 고통인 중에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축복인 걸까. 그러고나서 그녀의 (인생 초반 절반만 남긴) 회고록을 읽으면서 아, 왜 내 예감 맞았어...더 슬프잖아… 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도 소설로 만날 수 있어서 나한테는 다행이고, 만약 쓰여졌다면 나머지 인생 후반부 절반의 삶은 진짜 눈물 없이는 못 읽었겠다 그냥 소설로 남기길 잘했어요 루시아, 싶었다.

책의 나머지 절반은 루시아가 주고받은 편지를 묶었다. 편지를 출판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사적이고 내밀한 글을 훔쳐보는 이들이나 그걸 팔아 돈을 벌게 될 후손이야 즐겁겠지만 편지를 쓴 당사자라면 굉장히 부끄럽고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물론 죽어서 모르니 그나마 다행인가… 언젠가 주고받은 수백통의 이메일을 전부 지웠다 다시 살렸다 또다시 지웠다 아 괜히 지웠어 하다가 어딘가 일부 백업이 남은 걸 보고 또 기뻐하다 반복했는데. 나중에 유명 작가 되면 다 지워버려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1980년대에 루시아 벌린이 자기가 그동안 살았던 집의 문제점을 나열한 글이 첨부되어 있는데, 그거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 (개인사 TMI니까 여기까지만 읽으셔도 좋습니다 ㅋㅋㅋ그냥 정리해보고 싶어서 썼는데 길어져 버림…)










수원, 지동(0-5세):방 하나 넓긴 한데 반지하라 볕이 안 듦. 화장실 밖에 있어서 가본 적 없음(애기변기랑 요강 씀). 부엌도 밖에 있음. 일 안 하고 돈 안 벌어오고 술 마시고 엄마 괴롭히는 아빠.

용인, 김량장리1(5-7세):1층 방 하나에 수원 살던 곳보다 방 절반도 안 됨. 역시나 화장실 밖에 있어서 가본 적 없음. 여름에는 마당에 있는 수도에서 씻고 겨울에는 엄마가 세숫물 데워서 방안에서 씻겨줌. 저녁에 동생하고 떠들고 놀면 옆집 아줌마가 시끄럽다고 소리질러서 아빠가 창밖으로 아줌마한테 욕하고 싸움. 주인집 오빠가 자꾸 놀리고 괴롭히고 지우개 따먹기하자 그러고 지우개 빼앗아서 울림. 술 마시고 엄마 때리는 아빠.

용인, 김량장동2(7-23세): 1층 방 두 개에 가장 오래 살던 곳이라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옴. 상수도 연결 안 되어 있어 지하수 펌프로 퍼서 써서 가끔 광물질 때문에 우물막히면 아빠가 굴착 작업 하는 거 옆에서 거들어야 함. 나랑 동생 자던 방 벽에 곰팡이 겁나 핌. 이사가서 방 생겼다고 신났는데 곧바로 삼촌 쳐들어와서 몇 년 간 살다가서 방 없어서 서운함. 옆집 살던 우리 자매랑 동갑인 자매가 거짓말킹에 도둑질킹이어서 맨날 뭐 훔쳐감(크레파스, 샤프, 거북이, 이런 건 훔쳐갔다가 마당에서 주웠다고 돌려주며 몇 년간 절도 연습하다 나중엔 지폐 꺼내가고 그건 안 돌려줌…심지어 집열쇠 훔쳐서 따고 들어오다 식구들이랑 마주친 후에야 절교함). 위층 살던 아줌마 성격이 지랄 같아서 맨날 시비검. 거실에서 컴퓨터하다가 맨날 엄마아빠한테 혼남. 술 마시고 조현병 발작와서 입원하고 우울증에 자살시도해서 입원하고 현관 유리 문짝 망치로 부수고 엄마 때리는 아빠.

서울, 신림2동1(20-21세): 엄마랑 집 나와서 머물던 방 하나. 고시원 개조했는지 화장실은 있는데 부엌은 복도 끝에 공동이라 밥 해먹기 힘듦. 창 열면 옆 건물 벽 보이는 빛 안 드는 방이라 맨날 오전 수업 놓침. 나중에 같은 라인에서 조금 높은 층으로 옮겨주긴 했는데 월세도 비싸서 엄마 용인 돌아가고 나서 같은 동아리 언니랑 살기로 함.

서울, 신림2동2(21-22세): 언니랑 월세도 아끼고 같이 살려고 투룸 구했는데 방 크기가 하나는 엄청 크고 하나는 너무 작음. 누가 어떤 방 쓰나로 갈등. 처음에는 큰 방에서 같이 자고 작은 방은 다른 용도 쓰자 했는데 둘다 남자친구 있어서 가능하지 않은 선택지였고 내가 못되서 큰 방 독차지 함. 바로 앞으로 마을버스 지나가면 방이 막 덜컹덜컹 심지어 남자친구랑 흔들흔들만 해도 집 덜컹덜컹 완전 잘못 지음. 주인 할아버지가 온동네 쓰레기랑 고물 다 주워다 쌓아놔서 음침하고 안 좋은 기운 가득. 실제로 집 사는 동안 언니랑 나랑 안 좋은 일만 가득함. 둘다 몸 아프고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둘이 사이 안 좋아지기까지 해서 얼마 못 살고 갈라짐. ㅋㅋㅋㅋㅋ

서울, 신림9동1(22-23세): 아주아주 작은 리모델링한 원룸. 산꼭대기 밭 옆에 있음. 아토피 때문에 다리 피부 다 찢어졌는데 학교가는 셔틀까지 걸어내려가기엔 좀 멀어서 곳통ㅋㅋㅋ방이 너무 작음. 공사 잘 못했는지 벽에 결로랑 곰팡이 생김. 그걸로 나중에 방빼고 나갈 때 집주인 아줌마가 트집 잡고 보증금 안 돌려줘서 싸움ㅋㅋㅋ겨우 돌려받은 보증금(내가 장학금 받고 과외비 모은 건데) 아빠한테 다 털림 ㅋㅋㅋㅋㅋ

용인, 동백동(23-24세): 아빠가 집 나간 엄마 다시 꼬셔서 들어오게 하려고 빚내서 분양 받은 새 아파트. 엄청 넓고 깨끗한데 살았지만 사는 내내 좋았던 적이 없음. 졸업학기 서울 통학하기 너무 멀고 교통 나쁨. 이전보다 훨씬 심해진 강도와 빈도로 주사와 폭력 행사하는 아빠와 진짜 이러다 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공포 속에 사는 날들. 안 되겠어서 그냥 도망 나옴 ㅋㅋ

서울, 신림9동2(24-25세): 가진 돈 다 털어서 구할 수 있던 보증금 100에 월세 30, 2/3이 지하인 반지하. 여름에 더움. 겨울에 벽에 물흐르고 벽지에 곰팡이 미친 듯이 펴서 아토피 재발ㅋㅋㅋㅋ 인터넷이나 유선방송 달 돈 없어서 피씨방 가서 외장하드에 영화 받아다 집 와서 봄 ㅋㅋ엄마는 누가 자꾸 창밖에서 들여다보는 망상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쩔어 있음ㅋㅋㅋ

서울, 상도동(25세): 취직해서 신나서 이모한테 돈 조금 빌려서 500에 40 지상4층으로 옮김. 계단 겁나 높아서 올라오기 힘들고 배달기사님들이 문 밖에서 휴 씨발 하는 소리 맨날 들림ㅋㅋㅋ. 방 하나인데 막 좁고 길쭉한 희안한 구조임. 몇 달 안 살다가 외숙모가 돈 빌려줄테니 더 좋은 전셋집으로 구하라고 해서 믿고 계약했으나…

서울, 봉천동1(25-27세): 리모델링한 1.5룸?베란다에까지 장판 깔아서 길쭉하고 좁은 방 같지 않은 공간 추가된 곳 공사하는 것만 보고 계약했는데, 갑자기 외숙모 외삼촌 태도 돌변해서 왜 맘대로 집구하고 돈 빌려달래냐고 마통 이자 내면 빌려주든가 하겠다 해서 인연 끊김 ㅋㅋㅋ 다행히 직장에 은행에서 갑자기 대출 홍보하러 왔길래 7퍼센트 이자(...그땐 그렇게 고금리 시대였다)로 첫 빚쟁이 시대가 열려 겨우 입주함. 집 앞:모텔, 집 왼편: 모텔, 집 오른편: 모텔이었다가 원룸 개조 공사중, 집 뒤: 아마도 모텔인 모텔촌이었고, 사는 내내 주변 공사 소음 시달림. 8층이라 볕은 잘드는데 이때 우울증 오지게 와서 자꾸 창문 통해 1층 내려가고 싶은 충동 참다가 결국 병원 다님ㅋㅋㅋ 집주인 아줌마가 까칠해서 입주할 때 보일러 공사 잘못 됐는데 안 고쳐줘서 오래 난방 온수 못 쓰고 퇴거할 때 돈 요구해서 좀 힘들었음ㅋㅋㅋㅋㅋ

서울, 대학동(27세. 신림9동3인데 그 사이 동 이름 바뀜 ㅋㅋ): 돈 떨어져서 다시 신림동 들어감...직장까지 많이 갈아타야 하고 교통 나쁨. 집주인 성격 고약함. 집이 길 옆이 아니라 골목 안 쪽이라 이사할 때 차 못 들어와서 개고생함. 가을인데 얼어죽을 만큼 바람 들어오고 개추움. 여기 살 때 우울증에 수면장애에 성대결절까지 와서 휴직하고 방황하다가 임신까지 함.

서울, 대학동2(28-30세): 아기 낳자고 엄마랑 남자친구랑 설득해서 신혼집구함. 가진 돈 직전 이사 때 다 털어서 돈 없어서 4300만원 대출 땡겨서 6000만원 전세 구함. 이사 오고 두 달만에 남편 군대(연구요원이라 한달 훈련소)갔는데 집에 문제 있다고 공사한다고 나가 있으래서 만삭으로 엄마 집 가 있음 ㅋㅋ살면서 심심하면 고장나고 공사. 심지어 아기 낳고 몇 달 후 겨울에 벽에 결로랑 곰팡이 심해서 아기 아토피로 난리 나서 엄마집 대피가고 단열 공사ㅋㅋㅋ집주인 아줌마 엄청 신경질적이고 징징대고 사람 괴롭혀서 사는 내내 힘들었음 ㅋㅋㅋ다행히 직장을 근처로 옮겨서 뛰어 내려가면 10분도 안 걸리는 건 좋았음 ㅋㅋㅋ그런데 직장 가까워지니 출퇴근할 시간에도 일 더 하고 맨날 더 늦게 퇴근하는 함정 ㅋㅋㅋ

서울, 삼성동(30-32세): 네 강남구 아니고 관악구 삼성동 ㅋㅋㅋ삼성산 아래. 완전 산꼭대기. 어마어마한 각도의 비탈 올라가고 다 왔나 하는 순간 더 가파른 비탈 올라가는 구조. 집 바로 뒤가 산 ㅋㅋㅋ옥상에서 딱따구리 꿩 오소리 같은 거 보임ㅋㅋㅋ 아래층 할머니 4살 아기 층간 소음 항의하며 맨날 쳐들어와서 혼내고 감(4센티 매트 깔아도 집 잘못 지어서 엄청 시끄러움 ㅋㅋ). 동네 길바닥에 개똥천지. 개 너무 많이 키우고 주민들이 산책 시키면서 길에 똥 싸게 하고 절대 안 치움 ㅋㅋㅋ밤에 귀가하면 맨날 똥에 당함… 집주인이 상습 체납자에 채무자라 집이 심심하면 가압류 근저당 난리남. 보일러 고장났는데 주인이 잠수타서 겨울에 고장 안 난 조그만 방에 다 모여 웅크리고 잠 ㅋㅋㅋ퇴거 즈음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집을 교회에 증여해 버림 ㅋㅋㅋㅋ교회에서는 목사님 사택 쓸 거라고 해서 얼른 탈출해야 했고…

서울, 봉천동2(32세-현재): 전세금 뺀 1억에 3억 빚져서 그냥 집 사버림ㅋㅋㅋㅋ남편 아직 졸업도 취직도 못했는데 어케 되겠지 하고 ㅋㅋㅋ빚 아직 다 못 갚음. 3층 저층, 옹벽 바로 아래라 햇볕은 하루에 1시간 쯤 듬 ㅋㅋㅋ 역시나 등기 갑구에 이상한거 막 써 있는 소유관계 복잡한 집이었는데 어케 해결해서 입주. 단지 입구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 타고…(혹은 고가도로를 비잉 돌아 올라와서) 스키장 슬로프 같은 비탈을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함. (바로 옆 동네 가파른 비탈에서 봉준호가 ‘옥자’에서 미자가 옥자야 소리지르면서 뛰어내려가는 장면 찍음. 그정도로 가차 없는 각도) 그래도 이사 안 다녀서 좋았음.
올봄에 가까운 곳으로 다시 이사 예정.


원 가정이 너무 힘들었어서 술담배 안 하고 다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만나는 게 소원이었는데 당장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엄마가 나 어려서 너무 우울해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큰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웃긴 엄마긴 한데 화 좀 안 냈으면 좋겠다고 하고 ㅋㅋㅋ내가 태어나고서 우리집 점점 형편이 나아진 거지?하고 묻고 그럼그럼-하는 대답 듣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를 웰컴-해주는 홈-이 생겼는데 루시아 벌린을 보면 그게 영원하고 고정적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슬프고 더 소중하고 감사해야지, 하면서 그럭저럭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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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1-23 14: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사 읽는 게 더 좋은데요. ^^;; (그리고 읽지 않아도 좋다고 하면 더 읽고 싶은 심리.ㅋㅋ)
근데 어떻게 다 기억을 하시나요? 머리 좋으신가봐요. 저는 선택적 기억상실인지 기억 잘 안 나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5:06   좋아요 5 | URL
맨날 되풀이해서 이야기 하고 써서 그럴 지도요 ㅋㅋㅋ이 책 형식 따라서 장소에 따라 주마등(?)켜보니 나름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네요.

scott 2021-01-23 15:49   좋아요 6 | URL
열반인님에 솔직한 리뷰
읽어내려가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도 열반인님도
그래도 공부 일 사랑 그리고 예쁜 아이들과 함께
2021년 봄에 좋은곳으로 이사 가시길 바랍니다
ヾ(*‘∀`*)ノ☆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22   좋아요 4 | URL
scott님 늘 좋게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기울기는 달라도 이 정도 굴곡은 다들 있겠지유 ㅋㅋㅋ 축복의 말씀도 감사합니다.

하나 2021-01-23 15: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집의 문제점 목록 되게 따라하고 싶죠? ㅋㅋㅋ 현재 : 아직까지 별 문제 없음, 으로 끝나는. 열반인님 목록도 조금 슬프지만 되게 씩씩하구 용감한 목록이네요. 오늘도 이 여자 되게 씩씩해. 반하겠어, 고요. 세상에서 젤 웃긴 엄마도 좋아요. 엄마들은 원래 화는 내는 거 같으니까... 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삼십대 후반 좋은 거 같아요. 이 나이쯤 되니까 어떻게든 자기 살 자리 찾아간다... 물론 여러 문제들 아직도 있는데 걍 여태까지 견딘 거 보면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가 되고요. 올봄에 이사하실 집이 조용하고 안락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네요. 웰컴, (온라인) 홈! (^.^)/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24   좋아요 2 | URL
내 목록이 왜 어째서 어때서 슬퍼요 ㅋㅋㅋ삼십대 후반 아무래도 뇌성장도 될 만큼 되고 호르몬 완급도 덜해져서 할 만해지는 나이 같아요ㅋㅋㅋ 이사 준비시작하면서 또 심란한데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ㅋㅋㅋ응원의 말씀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나 2021-01-23 16:26   좋아요 1 | URL
(뭘 해?)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45   좋아요 1 | URL
뭘 해 하고 은근하게 물으니까 진짜 뭘 한다는 건가 내가 뭘 한댔지 하고 되게 고민했네요... 곰곰 생각해보니 아직 호르몬 뿜뿜인가 보다 그래서 할 만한가보다 하고 수정....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23 1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사주쟁이가 보면 이걸 서른 넘어서 풀리는 운이라고 할 듯... 꿈만같은 내공간 넣른 내 집필실 내서재를 만들어 혼자 방한칸 다 쓰시게 나중에 꼭 유명작가 되시길 바라요 😽 ㅋㅋㅋㅋ 첫 책 나오면 전 마이리뷰 세개쓸께!! 인스타에도 홍보하고!!!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8:53   좋아요 1 | URL
옆에 동료가 사주 풍수지리 대학원까지 나왔대서 작년에 한 번 사주 봤는데 ㅋㅋㅋㅋ인내심을 가지고, 성질을 죽이고, 노년에 잘 풀리는 운이라고 합니다 ㅋㅋㅋㅋ리뷰 세 개에다 인스타까지 겁나 든든하다 선든든 후 뭐시기... 이사가도 집필실은 요원하고 그냥 꼬맹이들 얼른 커서 아 알아서 한다고-하는 큰어린이들 되면 좋겠어요 ㅋㅋㅋ

막시무스 2021-01-23 1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삶을 견뎌내며 살아내신건 열반님이신데, 울림이 너무 큰 글 앞에서 제가 뭐라고 맘이 아프기도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뭐라 말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네요! 앞으로 열반님과 가족분들의 삶은 꽃길만 걸으시길 응원드립니다! 가슴으로 읽어낸 이 글에 정말 감사드려요! 행복한 휴일되십시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9:19   좋아요 2 | URL
저는 그냥 있던 일 회상하며 쓴 건데 울림이나 뭉클함 같은 걸 드렸다니 원래 그런 따뜻함을 막시무스님이 기본 장착하신 거겠죠 ㅎㅎㅎ 좋게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도 꽃길 걸으시고 행복한 휴일 보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Yeagene 2021-01-24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ㅠㅠㅠ
올봄에는 좋은 곳으로 이사가시는 건가요? 좋은 기운 가득한 곳으로
이사가셔서 열반인님 앞으로 복 펑펑 받으셨음 좋겠어요 ㅠㅠ
제가 맘 속으로 기원합니다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1-24 13:42   좋아요 1 | URL
복을 기원해주시는 말씀 정말 감사드려요 !!!!ㅋㅋ지금 집도 나쁘진 않은데 엄마를 모실(이라 쓰고 육아에 더 신세질ㅋㅋㅋ불효)예정이라 그게 가능한 공간으로 가려고 해요.
예진님 이사 후기 보면서 아 우리집도 짐 진짜 많은데...큰일이다 하면서 요즘 당근마켓 첨 시작해서 마구 소유물들 내다 팔고 있어요 ㅋㅋㅋ

syo 2021-01-24 2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루시아 벌린이 저승에서 응원 댓글 달아줄 것만 같은 반님의 가옥사.....

반유행열반인 2021-01-24 22:05   좋아요 1 | URL
에이 아무리 그래도 루시아 벌린 살던 굴곡 만큼 못함...그건 절대 따라잡고 싶지 않을 만큼 가혹해...

link123q34 2021-01-27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침에 레이먼드카버 인생 보고 책보고 카버처럼 따라서 후기 써보기 실패하고 짜부짜부되서 반님 서재 왔는데.. 벌린책 보고 벌린처럼 쓰기 패치업데이트해놓은 반님..ㅋㅋㅋㅋㅋㅋ 저도 카버 보면서 비슷한 생각 했거든요...흑.... ˝그냥 겪은 일 쓰면 소설이 되어버리는 삶은 축복일까 고통일까. 고통인 중에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축복인 걸까.˝ 너무 이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신기해랔ㅋㅋㅋㅋㅋ 그치만 카버는 남자고 루시아는 띠지보니까 여자처럼 보이니까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겠죠? 또 내가 자초한거 말고 남이 투척해버린거겠죠? 흐미.. 루시아는 또 누구얔ㅋㅋㅋ보관함터져욬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7 11:15   좋아요 1 | URL
ㅋㅋㅋ저 그 페이퍼 보고 으와 고전 중의 고전은 다 섭렵하셨네 하나도 안 본 난 언제 보니 하고 쮸글 했는데 ㅋㅋㅋㅋ 루시아 벌린의 곳통은 남이 투척한 거랑 자기 선택이랑 범벅인 듯해요 ㅋㅋ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요 에효 저새끼듀 저새끼지만 저새끼를 선택한 건 나새끼...하면서 버티는 건지도 ㅋㅋㅋㅋ

link123q34 2021-01-27 13:34   좋아요 1 | URL
인생은 카오스군요.... 자꾸 남때문이라고 하고싶은 진심이 나와버렸네요ㅋㅋㅋㅋㅋㅋ 흑.... 슬프고 짜장범벅 먹고싶어요.... 짜장범벅 먹는건 진짜 나때문인것..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