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독서는 정말 부진해서 만화책 넣고도 네다섯 권만 완독했다. 4월15일에 살던 집을 나왔고, 4월24일에 새집으로 이사했다.
인테리어는 직영공사로, 인테리어 업체 없이 알아서 필요한 공정마다 섭외하고 일정짜고 재료도 사고 감독하는 식으로 했다. (요즘엔 이런 걸 반셀프 인테리어라고 한다더라…) 직장 나가면서 아침 저녁으로 한 번 씩 드나들어 확인했는데 다행히도 크게 구멍나거나 일정 밀리지 않고 아흐레 만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집공사를 마쳤다.
(인테리어 사이트가 아니니 집 사진은 간략히 투척 ㅋㅋ)

엄마는 백삼십 들고 가출했던 십오년 전에 비하면 (빚은 졌어도 천 배 가까운 곳에 살게 되었으니) 출세했네, 했다. 정말 그런가, 그렇네. 사고 싶은 책 잔뜩 사고 읽지도 않은 채로 쟁여둘 공간을 가졌으니. 붙박이장롱 하나 맞춘 거 빼면 가구도 가전도 그대로 가져와서 예전 집과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7평 남짓 커진 공간은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고 낙낙해진 느낌이다. 3층에서 15층으로 승천? 남서향에서 정남향으로 승진? 한 것도 역시나 출세다. 창밖으로 옹벽과 메타세콰이어가 보이다가 이제는 앞동 피뢰침이랑 비행기 지나가는 걸 보면 어리둥절하다.

보관 이사를 해서 지난 주에 입주하는데, 몇 년 전 이사 잘해주신 업체를 다시 섭외했는데 문제는 나온 날과 들어온 날 책 담당자(나름 이사업계의 일꾼분들 분업이 철저하다)가 바뀌었다. 훨씬 할아버지로. 옆에 주방 담당자 분이 ‘책이 하도 많아서 공부 좀 하셔야겠소’ 농치길래 무슨 소린가 했는데 아무래도 책 정리를 처음 해 보신 분 같았다…
책짐 나르는 분들의 얼굴은 뭐랄까 농사 안 짓는 사람이 거름 지게 지는 듯한 고단하고 지긋지긋한 표정을 보는 듯했다.
다른 짐은 별것 없어 금세 정리가 되었는데 책은 자꾸 책이 먼저 오고 책장들이 순차로 늦게 올라와서 정리가 늦었다.
책 포장한 분이 분명 테이프로 책장 위치와 좌우상하 다 표시해 두셨는데, (나도 빤히 보이는데) 오늘의 대타 책담당님은 한참 멀거니 어쩔 줄 모르시다가 자꾸 엉뚱한데 책을 마구 꽂으셨다. 어차피 정리 다시 해야지, 하고 포기하고 적당히 꽂아주세요 했는데… 이사 마치고 나니 책짐의 상황이 처참했다. 다 꽂지 못한 책을 이방저방 책탑으로 쌓아두고 가셨는데 ㅋㅋㅋ책장은 왜 다 듬성듬성 비어있어…진짜 개빡쳤다.

이사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 또 일주일 내내 물건 자리 잡고, 치우고, 버리고, 아직 옷 정리는 손도 못댔고 주말 되자마자 책부터 제자리 잡기 했다. 직접 나르며 온 집안 책들을 다 뒤집어 엎고 보니… 이사해주신 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빌어먹을 똥같은 폐지들, 왜 끝이 없어, 다 버려버릴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일요일 오후에야 책은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워낙 많이 버리고 자리 모자랄까 봐 걱정된다고 일부는 막 이중삼중 꽂아 처박아버렸더니 책장에 휑덩그러니 자리가 많이 남아 아싸 이제 새 책 사도 둘 곳 생겼다…하는 말종이여…

거실 한 벽은 당연히 책

철학책들은 제일 구석에 따로 처박음

들어오는 입구는 꼬마책

안방 책상 위에도 책

그 옆에도 책

화장대 옆은 장식장 같은데 책장 아닐텐데 하여간에 책

방2도 만화책 이중으로 꽂은 책장. 이 책장만 내가 정리 안 했는데 진짜 각잡은 거 봐…

만화책장 옆에도 기역자로 책장

방과 방 사이에도 책장

방3에는 딸래미책 (이 방 발코니에도 책장 세 개나 되지만 오래된 잡동사니 책 다 처박아놔서 지저분해서 사진 안 찍음…ㅋㅋㅋ)

주방에도 당연히 책장

식탁 뒤에도 책장

엄마가 이사오시면 엄마방과 거실에 책장 두 개 더 늘 예정…

이제 그만 쌓고 좀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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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5-09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신림동 열반 투어 해본 입장에서 엄청난 출세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여!! ㅋㅋㅋㅋ 조만간 또 놀러가께여!!

반유행열반인 2021-05-09 21:27   좋아요 1 | URL
꼭 놀러오세여 ㅋㅋㅋ신림동 투어 즐거웠는데 ㅋㅋㅋ어디갔다 이제 왔담 ㅋㅋㅋ

하나 2021-05-09 21:30   좋아요 1 | URL
진짜로~ 일찍 퇴근하는 날 알려주면 바로 가께열 ㅋㅋㅋ 이제 약간 급한 불 꺼서 사회성 있는 자아 꺼낼 수 있어서 왔어열 ㅋㅋㅋㅋㅋ 보고 싶었지만 내 동생이 내 방문 앞에 금줄 친댔다.... ㅋㅋㅋㅋㅋㅋㅋ 지만 예술하나? <<<<

반유행열반인 2021-05-09 21:32   좋아요 1 | URL
아 뭔가 쑥과 마늘만 먹고 제대로 매운 거 만들었을 거 같은 기대감 ㅋㅋ저는 책도 쥐콩 만큼 읽고 아무 것도 안 썼대여!!! 하나님께 막 이름!!! 열반이 안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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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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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8 패티 스미스.

사진은 하나도 모르는데,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 전시회 소식을 듣고는 강한 흥미를 느꼈다. 자기 삶을 갈아 반짝이 가루랑 섞어 예쁜 뭔가를 만들고 싶어 했던 사람이라면, 그걸 보여주고 싶어했다면, 암암 가야지. 두 남자가 왕관을 쓰고 포옹한 채 춤추는 듯 꿈꾸는 듯한 모습을 검색으로 보고 나니 그 실물 사진을 꼭 보고 싶어졌다. 이제 시작되는 봄날이었고 햇살도 좋고 맑은 날이었다.(벌써 너무 오래 전이 되어 버렸다.) 조퇴하고 도심으로 나가 사진전을 보는 일은 뭔가 꿈 같은 일이지만 이루는 게 어렵지는 않은 꿈이었다. 대부분의 사진은 흑백이었고, 지팡이에 달린 해골장식과 메이플소프의 얼굴이 닮아 보였다. 고통과 추함이 아름다움과 닿는 지점을 여러 사진을 통해 느끼는 일은 묘했다. 마른 몸의 누드 사진 속 주인공은 패티 스미스라고 했다. 사진을 찍은 작가와 음악가의 숨은 이야기가 더 궁금해서 책을 검색하다가 패티 스미스가 써낸 회고록을 발견하고 냅다 사서 읽었다.
책을 읽다가 패티 스미스의 노래 몇 곡을 찾아 들었는데, 으응, 내 취향은 아니었다. 굳이 그 시절 노래를 들으라면 너무너무 잘 부르는 재니스 조플린이 있잖아. 이 책에도 패티가 재니스 조플린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패티는 짐모리슨 공연도 가고, 앤디 워홀도 보고, 지미 헨드릭스도 만나고, 벨벳 언더그라운드 공연도 보고, 하여간에 내가 고딩 때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좋아한다고 멋도 모르고 트로트 듣듯 따라 듣던 노래를 만든 수많은 이들을 직접 만난 이야기를 잔뜩 풀어 놓았다.
로버트와 패티가 젊은 시절 창작과 예술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며 함께 지낸 날들을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었다. 죽은 친구에 대해 그리워하고 로버트의 부탁대로 쓰게 된 이야기니 미화된 부분 많긴 하겠지만, (사실 많은 예술가 연인이 그렇듯 로버트도 가끔은 좋고 대부분은 개새끼가 아니었을지) 그래도 덤덤하게 좋았던 일 위주로 적을 수 있는 건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라서 가능했을 것 같다.
패티가 로버트의 동성애 또는 양성애 성향을 알고 많이 충격 받는 장면에서 나는 그리 놀랄 일인가 싶었다. 워낙 자존감이 낮다보니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랑의 경계가 너무 커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어느날 내 사랑이 나 사실 남자도 좋아해, 해도 아 그러냐, 할 것 같은 기분. 그렇지만 질투는 느끼겠지. 상상해보니 남자가 내 남자 빼앗아가면 빡칠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패티와 로버트는 연인이 아니게 된 이후 다른 연인과 잘 지내면서도 계속 친밀했고 로버트의 생애 말까지 교류하며 지낸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삶의 어느 순간에 있다는 건 상당히 부러운 일이었다.
타버린 검은색처럼 강렬한 사진들을 남기고 활활 불타 사라진 로버트를 보면 예술 같은 거 아름다움 같은 거 너무 캐고 다니지 말고 그냥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까, 사랑이나 실컷하다 늙어 죽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밑줄 긋기
-우린 서로 배고프지 않은 척하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내가 보석 상자를 여는 부분에서 로버트는 항상 울부짖듯 말했다. “패티, 안 돼……”
우린 서로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언제나 나는 착한 애인 척하는 못된 애였고, 로버트는 못된 척하는 착한 애였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웃곤 했다. 우리는 커가며 착한 애였다 못된 애였다를 계속 반복했고 결국 내면의 양면성을 인정하게 될 때까지 그 일은 계속됐다. 우린 둘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내면세계를 지녔던 것이다. (21)

-로버트의 기도는 그저 꿈이었다. 우리 둘 다 로버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긴 했지만 그는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스스로 영혼을 팔고 싶어했다. 나는 숨겨진 채로 소중히 간직되길 바랐지만.
나중에 그가 말했다. 교회가 그를 신에게로 이끌었고, LSD가 그를 우주로 이끌었다고. 예술은 그를 악의 세계로 이끌었고, 섹스는 그가 계속 악마와 함께 지내도록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87)

-“아무도 우리처럼 될 순 없어, 패티.” 그가 다시 이 말을 했다. 로버트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시공간이 멈춘 듯 이 세상에 둘만 있는 것 같았다. (139)

-어린 시절 가게 쇼윈도를 지나치며 어머니에게 왜 저 유리창을 그냥 발로 차 깨부수면 안 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어머니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하고 그런 규칙을 지켜야만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 순간 나는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모든 것이 정해져 있어, 일정한 규칙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파괴적 충동을 억제했고, 그런 에너지를 창조적인 예술 행위로 바꾸려 애썼다. 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규칙에 대한 반항심은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로버트에게 어린 시절 쇼윈도를 깨부수고 싶었던 경험을 얘기했더니 나를 놀리며 말했다.
“패티! 나쁜 아이였구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진 않았다.
반대로 샘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반응은 달랐다. 그에겐 어린 시절 그 자그마한 발로 쇼윈도를 후려 차는 장면을 상상하는 게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그런 충동을 느낀다고 말했더니 그가 말했다. “차버려, 패티 리, 내가 보석으로 풀어줄게.” 샘과 함께 있으면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있었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나 자신의 면면을 속속들이 이해해주었다. (231)

-로버트는 자기 정체성을 곧잘 악마라고 규정짓곤 했는데, 어느 정도는 농담 삼아 한 말이고 어느 정도는 남들보다 특별해 보이려고 그랬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가 가죽 코드피스를 차는 걸 바라보곤 했다. 그는 분명 사탄보다는 자유분방함과 카타르시스를 사랑하는 디오니소스에 가까웠다.
“특별해 보이려고 악마 흉내를 낼 필요는 없어. 그러지 않아도 넌 특별해. 예술가는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거야.”
로버트는 다가와 나를 안았다. 코드피스에 눌렸다. “로버트, 찔리거든? 못됐어.”
“말했잖아, 나 못됐다고.”그가 윙크하며 말했다. (248-249)

.. 사진은 내가 찍은 거 아니고 다른 관람객이 찍은 거 퍼 온 거...전시회 가서 한 장도 안 찍고 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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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4-19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메이플소프란 영화를 볼까말까 했거든요..열반인님 글 읽으니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지금 찾아보니 청불이네요ㅎㅎ 은근 기대중 >_<

반유행열반인 2021-04-19 18:53   좋아요 1 | URL
영화도 있었군요 ㅋㅋㅋ작가 생애나 성적 지향 취향 보면 청불일 것 같긴 하네요 ㅋㅋㅋ

han22598 2021-04-29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사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반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 그런데, 저분들은 왜 왕관을 썼을까요? 서로가 서로의 빛나는 면류관? 머..이런 의도일까요? (개무식자의 해석 ㅎ)

반유행열반인 2021-04-30 11:06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느낌 있더라구요. (한 편으론 저들 모두 늙을 수 있었을까 괜한 걱정) 자기 둘만의 왕국에선 퀸앤킹 하고 행복한 거 아닐지, 아님 오늘 너랑 있으니 태어난 날 우리 둘다 생일 이런 건지 사진 찍은 이가 일찍 돌아가셔서 물을 수도 없네요 ㅎㅎㅎ해석은 남은 우리 몫이지요 개무식이라니요 ㅋㅋㅋ고견이십니다.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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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되새기며 미안해하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빌고 세상이 나아지도록 바라는 마음 밖에 보탤 게 없다. 살아남은 분들이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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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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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3 김홍모.
2014년에는 너무나 무감하고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삼 년 뒤에야 금요일엔 돌아오렴과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차례로 읽었다. 뒤늦게 슬픔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돌아가신 분들께도 너무 미안하고 맘 아프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비통과 고통이 아직도 많아서 침몰 당시의 무심함이 내내 죄스러웠다. 만화 펀딩 소식을 듣고 책을 구매해서 받아 보았다. 그렇게 기억하고 이런 이야기라도 보면서 되새기며 미안해하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빌고 세상이 나아지도록 바라는 마음 밖에 보탤 게 없다. 살아남은 분들이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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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4-14 0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14년 저도 그때...내 땅굴에 파뭍혀서 헤매고 있을 때라서.. 그저 지나쳐 버리고...그래서 아픔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늘 남아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4-14 15:45   좋아요 3 | URL
네 저도 비슷한 땅굴의 시기였나 봐요. 뒤늦게 미안하네요.

새파랑 2021-04-14 07: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그때의 안타까운 기억이 나네요 ㅜㅜ 살아남으신 분과 가족분들의 고통이 아직도 얼마나 크실지.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4-14 15:47   좋아요 3 | URL
정말 다시는 없어야 할 일이고 그러기 위해 뭘 더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계절이네요

Yeagene 2021-04-14 14: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잊어선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관련된 책과 영화가 계속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반유행열반인 2021-04-14 15:48   좋아요 3 | URL
네 이렇게 책이나 컨텐츠 같은 게 계속 나와야 잊지 않고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뒤늦게 깨달을 수도 있었구요 ㅠㅠ

붕붕툐툐 2021-04-14 2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구~ 또 그날이 다가옵니다.. 이런 펀딩이 있는 줄 몰랐네요. 함께 읽고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4-16 19:00   좋아요 1 | URL
구할 수 있었는데 아무 것도 못한 죄책감과 무기력감이 너무 큰 것 같아요. 뒤늦게나마 알고 또 그런 일 없도록 날 세우는 게 남은 사람들의 일인가 싶네요.
 
[eBook]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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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1 사쿠라기 시노.

이사가 나흘 후로 다가와 요즘은 버리는 게 일이다. 5년 간 이사 없던 집에는 뭐가 이렇게 바리바리 쟁여져 있는지, 이쪽 구석 쑤셔내고 돌아서면 저기에도 뭔가 꽉꽉 채워져 있다. 조금 놀라기도 한 게, 이제 버리는 일에 망설임이 없어진 내가 미련을 많이 털어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발코니 가득 버릴 것을 잔뜩 내놓았다가 분리수거일에 싹 비우고 나면 쾌감에 가까운 홀가분함을 느낀다.
그러니 버리십시오. 묵직하게 이고지고 있는 것들 싹 다. 그런데 책은 안 버리는 나새끼야...ㅋㅋㅋㅋ 법교육연구 같은 학술지랑 대학 대학원 때 공부하던 자료들만 버렸다. ㅋㅋㅋ 거의 십 몇 년을 다시 펴보지도 않을 걸 왜 지고 있었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 주고받던 편지도 대부분 버렸다. 스쳐가는 이름 중 지금 연락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게 신기할 지경. 아싸여. 고립된 이여.
어제도 실컷 버리고나서 보관이사라 냉장고도 비워야 하는데 어쩌냐, 하다가 병 아래 조금 남은 화이트와인도 마셔버리기로 했다. 문득 여기에 가향 탄산수 섞으면 스파클링 와인 아냐? 하고 섞어 마셨는데, 진짜 술술 넘어갔다! 읽고 있던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의 사유미와 노부요시 커플이 맨날 술에 탄산수니 뭐니 타서 츄하이?라는 걸 해 먹길래 뭐야 일본놈들 왜 술에 물타, 했는데 직접 해 보니 이분들, 술 맛있게 먹을 줄 아네 싶었다. 여러분, 남은 화이트와인이 안 없어지면 빅토리아 탄산수 피치를 조금 섞으시면 향미 풍부한 스파클링 와인이 됩니다. 레드와인에 로즈힙 탄산수 섞으면 로즈와인인가? 키위도 섞어볼까, 하면서 신나했는데 와인 다 마셔서 없다…
책을 절반 이상 봤을 때 나보다 일본을 잘 아는 곁의 사람에게 삿포로역이면 어느 동네야, 물었더니 엄청 북쪽, 추운 동네라고 했다. 그제서야 추운 훗카이도 배경인 걸 알고 겨울을 실감하며 읽었다. 그래도 횡단보도 앞에서 하얀 입김이 얼어 아래로 툭 떨어지는 장면 묘사는 오버다. 곁의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듣더니 우리도 영하 이십도 되어도 그런 일은 없잖아…하고 어이없어 했다. 그 추운 훗카이도도 여름에는 삼십 도가 넘는다!(고 소설에서 알게된 사실.) 어머니 살던 집을 밀어버리고 토지 40평 남짓을 팔면 겨우 900만원 남는대 이상해 했었는데 훗카이도니까 그렇지, 하고 이해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부동산 이야기할 때만 열정적이 되어버린 경제 공동체, 동업자여… 이번에 정리하다가 각트 포스터 버린다니까 순순히 그러라고 하던 왕년의 팬 그대여… 수 년 전 그 시디 발매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생일날 12월의 러브송 이란 타이틀이 담긴 시디를 줘서 와 이런 낭만적인 면이? 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시디에 있는 응모권으로 내한하는 각트의 악수회 신청을 하려고 여러 개 사고 그 중 하나를 날 준 것이었다. 어쩐지 시디가 개봉되어 있더라...이번에 집 정리하다보니 그 시디 같은 게 자꾸 나와서 아니 대체 몇 개를 산 거냐고 버럭 했다.ㅋㅋㅋㅋ결국 악수회 당첨 안 되었지…
일본 소설은 잘 안 봤는데 그 감성에 잘 울리는 친구가 권해줄 때마다 조금씩 보게 되었다. 이번 소설도 순간순간 징 같은 거 울리는 감성 터지는 문장이 많았다. 가난하고 자리 잡지 못한 남자와 질투심과 외로움이 많아 연인 주변의 이성만 봐도 며칠을 꿍 하는 여자 보면서 귀엽기도 하고 아 저거 왜 알 거 같니 하고 재미있고 편하게 읽었다. 커플과 그 커플 주위의 나이든 커플이나 커플이었던 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런 구성도 큰 사건이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 은은하게 잘 풀어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누구와 함께하든 둘이 편한데. 살림 합쳐 삼대가 같이 살 예정인 마당에 전에도 앞으로도 복작대며 살겠지만 책으로나마 단둘의 삶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단둘이어도 결코 둘이 아니라는 것, 여기저기 다른 사람과 이어질 일이 자꾸 생긴다는 걸 보여주니 또 좋았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특이하게도 사유미와 옆집 다키 할머니 둘의 이야기로 노부요시가 안 나오고 마무리되는데, 다키가 료 짱 거리면서 어린 가수 좋아하는 거 보니 한국에 임영웅에 열광하는 어머니들처럼 일본도 비슷하구나 하고 또 재미있었다.

아, 다 읽고 나서 맨뒤에 서지정보 보는데 몽실북스란 작은 출판사가 관악구에 있어서 또 괜히 반가웠다. 우리 동네 출판사에서 나온 거야 ㅋㅋ그 근처 벚꽃빛깔을 나는 알아ㅋㅋㅋ사소한 걸로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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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1 1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위스키랑 보드카는 당연하지만 남아있는 소주나 연태도 탄산수 섞어 먹으면 맛있어요^^
(책보다 술에 관심이 더 가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4-11 11:37   좋아요 3 | URL
열거하신 액체 중 근 몇 년 간 먹은 게 탄산수 뿐이라 놀랐어요 ㅋㅋㅋ술쪼렙은 맥주나 홀짝 저건 처음 사본 와인이었어요. 연태가 뭔지 찾아보러 가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4-11 11:40   좋아요 3 | URL
무려 30도가 넘는 고량주군요 ㅎㄷㄷ 원래 탄산 있는 맥주 제외 모든 알코올 음료가 탄산과 죽이 잘 맞는 걸 덕분에 알았습니다 ㅎㅎㅎ

han22598 2021-04-11 1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파클링 와인 좋아해요 🍷 크하! 반님 이사 잘 하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1-04-11 12:4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섞어 먹어보니 그게 스파클링 와인이 되더라구요 ㅋㅋㅋ

Yeagene 2021-04-11 1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파클링 와인 좋아하는데...
언제 와인 남으면 탄산수랑 섞어마셔야겠네요ㅎㅎ열반인님 꿀팁 감사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1-04-11 20:34   좋아요 1 | URL
레몬 계열은 안 해봤는데 의외로 피치랑 와인 어울렸어요!!!

붕붕툐툐 2021-04-11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님도 버리는 것의 즐거움을 체험하고 계시는군요~ 그래서 이사가 좋은 거 같아요. 강제적 정리가 되니까요~ 벚꽃빌깔을 안다니 참 시적인 표현이에용~

반유행열반인 2021-04-12 06:46   좋아요 0 | URL
뒤늦게 버리기 재미 들어서 막 버리고 있어요 ㅋㅋㅋㅋ이 동네 꽃이 산골짜기라 늘 늦는데 올해는 너무 빨리 졌네요 ㅎㅎㅎ

하나 2021-05-09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디 일화 재밌네여.. 저 아는 분도 남편되신 분이 연애 때 닭다리를 2개 다 줘가지구 와 이거는 찐사랑이다... 이러고 결혼 결심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원래 퍽퍽살만 먹는 사람이었다고.... ㅋㅋㅋ 다 그런거죠 모

반유행열반인 2021-05-09 21:25   좋아요 1 | URL
저도 다리랑 날개는 내 거 퍽퍽살은 곁의 사람 거 라서 사이 좋게 지내요 ㅎㅎㅎ

하나 2021-05-09 21:27   좋아요 1 | URL
보기 드문 천생연분이네여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5-09 21:30   좋아요 1 | URL
왜 날 날개랑 다리를 줘가지고...다 두 개씩이잖아...

하나 2021-05-09 21:36   좋아요 1 | URL
결혼하자는 뜻이죠 모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