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 남성문화에 대한 고백, 페미니즘을 향한 연대
박정훈 지음 / 내인생의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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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박정훈.

소년들의 패거리 문화는 여전히 공고하고, 남자 중학생들은 유튜브에서 자기들보다 몇 살 더 많은 형들이 설파하는 여성혐오적 발언과 백래시를 따라하고, 남자라서 억울한 점을 계속 호소한다. 사실은 젠더나 성별 문제가 아닌 이슈조차 자꾸만 여자만, 남자만, 하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정도를 더해 여자 교사에게 사귀실래요, 쌤 아헤가오가 뭐에요, 저새끼 히토미해요 일베해요 엔번방이에요, 온갖 개소리로 떠보거나 일부러 들으라는 듯 남자인 다른 아이에게 씨발년아, 씹새끼야, 하고 욕을 한다. 우루루 몰려들어 교사를 둘러싸고 갑자기 00이 팬티 빨간색, 박수! 하더니 수십명이 한참 시끄럽게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여성의 전화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러 온 강사의 강의를 보며 저 사람 페미예요, 하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학부모는 교육 내용의 오류를 꼬투리잡고 남초 사이트에 불만글을 올려 교육청에 민원 넣어라, 국민 청원 올려라, 하는 호응을 받으며 시키는대로 한다.

이미 글러처먹은 놈들이라고 손을 놓아버리기에는 미래가 암담하다. 그놈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갈 딸들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남성 페미니스트의 대응 전략이 궁금했다. 그래서 빌렸다.

다그치고 비난하기 보다 가부장제 남성중심 문화, 남성성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남성 자신이 겪는 손해와 고통을 살살 달래가며 설명해서 납득시키라는 걸로 들렸다. 이 책 또한 그런 의도로 쓰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서인 우리가 죄인 맞아, 기득권 맞아, 닥치고 부끄러운 줄 알고 반성하자. 안 그러면 삶이 더 후져질 테니. 하는 양심의 목소리 쯤 되었다.

맞는 말 같지만 또 설득과 납득이 좋은 전략이 되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현 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으로 인한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다면, 뭐 조금의 부끄러움 쯤이야 안면몰수 쌩까고 절대 세상이 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끝없이 반격하고 여성운동의 싹을 자르겠다,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나는 사람의 선함을 깊이 믿지 않아.

내 가까이에는 좋은 남자도 많지만, 쓰레기 같은 남자도 많아서, 같이 살아가긴 해야 하는데, 부당한 언행에 대해 악다구니 쓸만큼은 자랐지만 저 여학생이 속옷을 안 입고 다니는 것 같은데 잘 좀 지도해보세요, 하는 중년 남자 선생한테 머릿속에 길게 떠오른 말로 응대하기란 쉽지도 않고 씨알머리나 먹힐까 싶게 아이고 의미없다 싶기도 하고, 하여간에 이 책도 여성 입장에서는 이런 목소리 내주는 남성들이 더 많아진다면 반갑겠고 그래 계속 반성하고 나쁜놈들한테 그건 아니라고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분위기가 달라질까 싶지만 누군가 앞선 백자평에서 말했듯 결국 이 책 읽는 건 대부분이 여자들일 것이고 남자들은 제목만 보고도 발끈하며 불쏘시개로 쓰고 싶어할 것 같아 그저 슬프다. 사이다 말고 소화제가 필요한데 불을 끌 소화기도 필요하고 마냥 두드려 패는 전략이 분열과 갈등과 악감정을 낳는 상황이 또 마냥 답답하고 그러니까 조금 더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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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0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 부터 솔깃한데요?!! 지상파 방송에서도 일부 패널들 여혐을 은근 드러내기도 하니 말이죠.
반대 경우도 점점 강도가 세지는 느낌이예요. 무슨 브렌드 광고에 ㅇㅇ상징이 들어갔다느니..쩝
결론은 저도 자꾸 읽고 알아가자 입니다. (부릅)🤨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1:37   좋아요 2 | URL
네 어떤 방식이든 차별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먹힐 만한 말들을 행동들을 (그리고 같이 당하는 입장에서도 오히려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해 봐야겠습니다.

Yeagene 2021-06-10 2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의해요..이런 글 읽고 관심 기울이는 건 거의 여자들일 겁니다.몇명의 남자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요..조금 말만 하면 무조건 꼴페미로 몰아가니..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1:39   좋아요 3 | URL
남자들 중에도 관심 가지는 사람이 차츰 많아지면 좋겠고 아직 잘못을 고치고 문제점을 받아들일 만한 어린 세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같이 잘 살자 하는 건데 헤게모니 다툼이나 제로섬게임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싶네요.

dollC 2021-06-11 15: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 책 읽는 건 여자들‘이라는 말에 공감도 가고 씁쓸해지네요. 공부하고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까지 왜 여성의 몫으로 미루는 건지 답답할 때도 많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6:37   좋아요 2 | URL
이해하려고 귀기울여주고 설득해볼 기회라도 주는 남자라면 그나마 개선 가능성이 있을 테고 나머지는 갖다버려야 되나 ㅋㅋㅋ싶습니다.

공쟝쟝 2021-06-13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학교 ㅠㅠ 혼돈의 카오스 ㅠㅠㅠ 진짜 ㅠㅠ 반쌤 계신곳에서 열공해서 조금이라도… ㅠㅠㅠㅠ 중요합니다 정말….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3   좋아요 1 | URL
출근 하기 싫어유.....

syo 2021-06-17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 🐦끼들......

반유행열반인 2021-06-17 21:25   좋아요 0 | URL
요새끼들…
 

북플이 걸음수도 세어주고 같은 책 읽은 이웃도 알려주고 커뮤니티 기능이 좋지만, 누적 기록은 좀 약한 느낌이었다. 나도 책 표지 썸네일 가득한 이미지 뽑아 보고 싶다고…
유료앱이 대부분인데 캐릭터 결제 기능이 있지만 돈 안 내도 책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북적북적이란 앱을 발견했다. 읽은 책을 두께가 보이게 쌓아줘서 뭔가 신났다. 아이패드가 30센티미터 쌓으면 나오는 캐릭터인데 인앱결제 안 했더니 80센티 넘는데 여전히 안 바뀜ㅋㅋㅋ
종이책이랑 전자책 섞어 읽어서 읽은 책의 두께 부피 막연하고 궁금한 분들은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아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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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8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저도 이거 쓰고 있는데 반갑네요^^ 저는 21년 162cm인데 아이패드 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8 22:10   좋아요 3 | URL
제 두 배 두께나 읽으셨다니 대단하네요 ㅎㅎㅎ제가 늦게 깔고서 뒷북 치는 걸지도 ㅋㅋㅋ이미 이웃님들 다 막 쓰고 계시고? ㅋㅋ

독서괭 2021-06-08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산책”이라는 무료어플 쓰는데 이건 책장에 책 꽂혀 있는 모양새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더라구요. 두께도 반영이 되는데 소개하신 앱만큼 섬세하진 않은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9 07:07   좋아요 2 | URL
우와 말씀하신 앱은 기능이 더 어마어마하네요. 개발자가 사용자한테 피드백 받고 답변도 잘 해주시고 진짜 책 사랑하는 분이 만든 앱 같아요. 소개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파이버 2021-06-09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두께로 확인하면 더 뿌듯하실거 같아요 ‘안나카레니나‘는 역시 한두께하네요! ㄷㄷㄷ

반유행열반인 2021-06-09 13:45   좋아요 2 | URL
저도 두께로 보고 겁냈는데 막상 도전해보니 두꺼운 것보다 읽을 만 했어요 ㅎㅎㅎ

Yeagene 2021-06-09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열반인님 이렇게 보니까 정말 많이 읽고 꾸준히 기록하셨네요.안나 카레니나와 채털리 부인이 눈에 띄게 두껍군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9 22:08   좋아요 4 | URL
두꺼워도 소설 두꺼운 건 페이지 잘 넘어가는 거 같아요 ㅋㅋㅋ결국 위에 이웃님이 권해주신 산책도 깔아서 책 찍는데 책장 세 칸만 찍어도 백권 넘네요 ㅋㅋㅋ우리집엔 그런 칸이 백개쯤 있는데 ㅋㅋㅋ큰일이다…

붕붕툐툐 2021-06-09 2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곧 하늘에 닿는 거 맞죠? 우주에서 만나요, 우리라고 할랬지만, 전 땅에서 손 흔들어 드릴게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10 07:03   좋아요 0 | URL
올해 안에는 제 키쯤 하겠죠 ㅎㅎㅎ우주유영 중인 툐툐님 ㅋㅋ

syo 2021-06-17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거 잘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

반유행열반인 2021-06-17 21:25   좋아요 0 | URL
차곡차곡 쌓아요. 쇼님 책 키가 궁금하네요. 올해는 한…500미터??
 
[eBook] 나의 주식투자생존기 - 주식 투자 10년간 천국과 지옥을 오간 썰
김근형 지음 / 갈라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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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6 김근형.

브로콜리너마저-속물들

https://youtu.be/V-WdnnrukRc

거의 사십 년 살면서 주식이나 펀드를 구입해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해 본 재테크(?)라면 온갖 대출을 열심히 갚는 것.
요즘은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도 자산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온갖 정치와 이념이 투쟁하는 장이다. 노동 인권 들어갔으니 기업가정신과 혁신 넣어달라 했을 사용자단체, 금융 교육 중요하다고 투자 부문 넣어달라 했을 유관단체, 따지고 보면 사회 생활에 필요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애들 배울 시간도 교과서도 한정되어 있고 이거 넣고 저거 빼고 난리가 아닌 것이다…그러다가 인성교육도 넣고, 학교폭력예방도 넣고, 21세기 핵심역량도 넣고… 갈수록 교육이 그 모든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저 슬로건 뿐 아닐까 싶은 불신자의 마음…
하여간에 중학생도 주식을 사네 마네 하는데 나는 거기에 대해 하나도 모르잖아? 투자는 내 일이 아니고 쳐다도 안 보겠다 다짐하며 살았지만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아야 꼬맹이들이 물어보면 어버버 안 하고 대답하지 싶어서 책 두 권을 빌렸다. 하나는 네이버 금융만 잘 뒤져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는 스테디셀러 투자 입문서였고, 하나는 이 책이었다.
책 속 주인공은 이십대 부터 엄마 돈 몇천만원 가지고 겁없이 주식 거래를 시작한다. 왠 듣보잡 기업 주식을 샀다가 상장폐지 당하고, 대기업이라고 몰빵 했다가 여러번 큰 손실을 보고, 중간에 이런저런 아르바이트 하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따서 개업도 하고, 그렇게 십여년 허비하다가 아, 잃지 말자 내 돈, 잊지 말자 분산 투자, 하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 수익을 냈습니다. 하는 이야기였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남이 뻘짓하고 망하는 거 보면서 이새끼야 좀 하지 말라고, 정신차려, 하는 게 은근 재미있다. 나새끼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러면서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인간 아니던가. 당분간 직접 주식 투자를 할 일은 없지만 관심도 없던 경제, 증권 기사를 한 번씩 훑어보게 되었다. 뭔말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마어마한 돈이 굴러다니고 자본을 바탕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또 어디서는 그 자본에 콩콩 빻이며 누군가 노동력을 갈아만든 편리함을 내가 누리며 산다. 그리고 또 어찌저찌 내 주머니에 월급이 꽂히고 또 스리슬쩍 빠져나간다. 로또 사는 심정으로 코인이나 주식에 내 몸과 마음을 갈아 짜낸 소중한 돈을 생각 없이 멍청하게 들이 붓지 말아야지. 그런데 예금 이자는 0.75퍼센트라니 하아… 온갖 수익률을 다 따져도 결국 내 몸 건강해서 연봉 얼마얼마 받고 직장 다니는 게 제일 남는 일이다. 그리고 어디서 얼마를 추가로 불리느니 당장 사고 싶은 거 참고 돈 아끼면 그게 또 남는 거 같다. 하루에도 무한하게 진동하는 그래프 보면서 불안과 공포에 짓눌려 사는 게 사는 건가. 읽고 쓸 시간도 다 빼앗기겠지. 와 나 새끼 이렇게 필사적으로 안 해!!!하는 거 보니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ㅋㅋㅋㅋㅋ 이렇게 망하는 이야기부터 읽어 놓고도 빌려 놓은 주식투자 실천가이드북 완독하겠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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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6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새 주식 안하는 사람 없는거 같더라구요 ㅋ 알긴 알아야 할거 같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직 실천은 안하고 있네요 ㅜㅜ <속물들 > 뮤비 첨보는데 너무 웃기네요. 덕분에 간만에 이앨범 듣습니다. 이 앨범 너무 좋아요 ^^

반유행열반인 2021-06-07 06:49   좋아요 2 | URL
네 바이러스 이전에 나온 앨범이라 라이브 공연도 신나게 갔었는데 그리운 시절이 되어버렸네요 ㅋㅋㅋ

2021-06-13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4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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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데비 텅.

아깝다. ㅋㅋㅋㅋ 여러분의 시간과 돈을 아껴 드립니다.
나도 MBTI에서 INFJ(몇 년 전에는 INTJ나오던 게 바뀌었다…ㅋㅋㅋ)가 나와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불안하고 불편한 부분은 비슷한데 이상하게 허둥지둥하는 인물에게 공감이 안 갔다. 그리고 그렇게나 남을 의식하고 주변 시선 신경쓰는 사람이 이런 그림체와 이런 스토리 진행과 기획과 구성으로 별 걱정 안 하고 (걱정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낸 게 놀랍다. 물론 깊이 공감이 가고 재미있게 보는 독자도…있겠죠. 있으시군요. 죄송합니다. ㅋㅋㅋ오랜만에 악성 독후가미스트 출동!!! 내 시간 내 놔!!!(안 사 봤지만 안 다행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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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6-06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솔직한 리뷰 완전 좋습니다.저는 읽은 책이나 영화가 별로여도 생각보다
시원하게 까질(?) 못 하겠더라고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6 16:25   좋아요 1 | URL
읽다가 그만두려다 우씨 다 읽고 깔 거야! 하면서 보는 멍청한 경우가 많습니다 ㅋㅋㅋ 저거 위에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 만 봐도 음 정말 남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해??? 하면서 생각보다 자아상이 건강한 친구네(그런데 만화가 재미없구나) 하고 맘 놓고 까기로 했어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1-06-13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intj .. 돌아와 f여ㅋㅋㅋㅋ 나 intj 나밖에 못봄…. ㅜㅜ 만나고 싶다 인트제…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2   좋아요 0 | URL
intj둘이 있음 잘 지낼지 서로 보기 싫다고 싸울지 궁금합니다 ㅋㅋㅋ
 
[eBook] 뭐든 다 배달합니다 - 쿠팡·배민·카카오 플랫폼노동 200일의 기록
김하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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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김하영.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 서비스가 없었다면 진작 굶어 죽었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십여년 전부터 직접 마트에 들르기 보다 인터넷 슈퍼에서 장을 봐서 배달을 시켰다. 이십년 전 인터넷에서 음반과 도서를 시키면서 이건 정말, 나를 위한 거다, 했었다.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동안 곁을 맴도는 점원이나 가게 사장님이 늘 불편했다. 지어낸 게 뻔한 과도한 친절도 싫고, 사긴 할 거니? 혹시 훔쳐가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주시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일도 너무너무 싫었다. 주문을 기다리는 계산원 앞에서는 초조해져서 메뉴를 제대로 훑어보지 못하고 아무거나 곧바로 보이는 걸 부르던 때가 있었지만, 키오스크 앞에서는 이리저리 페이지를 옮겨 가며 신메뉴와 할인 메뉴를 따져보는 여유를 부린다.
기술 발달로 비대면 서비스를 누리게 될수록 없어지는 직업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동네 음반 가게나 서점이 없어지는 걸 지켜보며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패스트푸드점에 머리 하얀 어르신들이 일하시는 걸 보고 나도 은퇴하면 저렇게 파트타임 할 지도 모르겠네, 하던 것도 잠시, 이젠 최저시급 받던 일들마저 전부 사라져 버리겠구나, 예전에 읽었던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등장하는 물장수, 전기수, 인력거꾼 같은 직업이 생각났다.

이 책은 반대로 기술 발달과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노동’에 대해 보여 주었다. 기자였던 저자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2020년 2월부터 약 200일 간 쿠팡 물류센터, 배달의 민족 배달원, 카카오 대리운전기사로 일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들이라 궁금했던 노동의 시간과 공간을 정말 생생하게 그려 주었다. 가끔 풀타임으로 매여 사느니 딱 일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고 덜 벌고 적게 쓰는 삶을 꿈꿔 보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냥 하던 일이나 잘하자 싶었다. 근력 부족, 면허 없음, 자전거도 못탐, 대인 기피 매우 심함-이런 나는 대부분 서비스 직종에 해당하는 비정규 노동 시장에서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쿠팡 오비 업무 체험담은 거대한 물류센터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주문된 물건들을 포장하고 출고하는지 알려주어서 흥미로웠다. 그야 말로 단순 업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기계가 가리키는 대로 움직이는 부품처럼 사람이 이용되는 장면은 섬뜩하기도 했다. 배민 커넥터 체험도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는 노동이 그들이 광고하는 것처럼 그렇게 산뜻하지도, 여유 시간에 쉬엄쉬엄 용돈 벌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풀타임 배달원이 사라지고, 사람을 점점 대체 가능한 존재로, 소위 노동시장 유연화에 기여해서 사람을 소모하고 또 바꾸고 하는 걸 보면 이제 배달료나 택배비 아까워하면 안 되겠네 싶었다. 카카오 대리운전 체험은 정말 짠했다. 길에서 헤매고 대기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지는 시간당 임금, 한밤을 헤매며 불확실함과 운에 기대어 손님을 찾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자꾸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떠올랐다. 그 인력거꾼을 택시가 밀어내고, 다시 택시 노동자를 우버가 밀어낼 뻔한 걸 겨우겨우 법안으로 정책으로 틀어 막고 있다고, 우버와 대리기사 시장의 유사점을 든 점도 앞으로 우버가 도입되더라도 그 산업이 흘러갈 방향을 대략 보여주는 듯싶었다. 하여간에 쉬운 게 없다. 대체 뭐해 먹고 살아야 하는가!!

최저임금이나마 챙겨받을 수 있는 시간제 노동자에 비해 배달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알았다. 인도 위를 달리고,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 건너는 내 앞을 쌩 지나치는 오토바이 배달맨들을 보면 열받기는 하지만, 무엇이 그들에게 법을 어기고 다치거나 죽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렇게 폭주를 멈출 수 없게 떠미는지는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집앞에 놓인 택배박스에서 손쉽게 생활용품을 꺼내들고, 맛있는 뿌링클을 따뜻하게 받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누군가의 노고에 계속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과연 나는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산업 구조나 국가의 노동 정책은 그런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끝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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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6-06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택배 노동하시는 분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선 늘 조금만 더 알아보자 느긋해지자..하지만 다른 일들에 치여 늘 뒷전으로 밀어놓내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06 16:23   좋아요 1 | URL
택배 노동은 까대기 만화 보시면 자세하고 여기서는 쿠팡 물류센터 이야기 중심으로 나와요. 그나마 쿠팡맨(현 쿠팡친구)은 업계에서 대우가 좋은 편이라 하네요.

공쟝쟝 2021-06-13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관련한 책 최근에 봤어요. (리뷰 써야지!!!!했다가 영영 잊음…) 이책도 좀 읽어봐야겠어요 ^_^ ~~~~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1   좋아요 1 | URL
직접 세 군데 다 뛴 르포는 처음이라 괜찮았습니다

scott 2021-07-07 1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7월 건강하게 ^.^

반유행열반인 2021-07-07 16:18   좋아요 2 | URL
scott님, 축하 감사드리고 scott님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친구랑 아이씨 알라딘 맨날 나 안 뽑아줘 왜 미워해 했는데 그냥 제가 못 써서 그랬던 걸로 ㅋㅋㅋ
scott님도 내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파랑 2021-07-07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쓰시는 열반인님 축하드려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07 16:55   좋아요 1 | URL
아코코 수식어는 과분하지만 축하는 정말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2021-07-0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7-08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08 06:08   좋아요 0 | URL
초딩님 축하 감사합니다! 초딩님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1-07-08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7-08 11:02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