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2018년 독서 102권 돌파(축)
육아휴직을 빙자한 독서휴직 덕에 집에 콕 박혀 책을 읽었다.
최근 3년 간 연간 60여권이 한계였는데 두문불출 전자책 종이책 닥치는대로 봤더니 올해는 드디어 마의 세 자리수를 돌파했다.
구미호는 100명 채우면 사람이 되는데 100일 동안 쑥과 마늘 먹으면 곰도 사람이 된다는데 나는 100권 채워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서 조금 슬프다.(언제 사람 될래...)

2018 독서 목록 (괄호 안은 읽은 달, 저자명)
1. 레모네이드 마마(1, 버지니아 외버 울프)
2. 지하로부터의 수기(도스토옙스키)
3. 열 일곱살의 털(김해원)
4. 모스 가족의 용기 있는 선택(엘렌 레빈)
5. 초등 1학년의 사생활(김지나)
6.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후밀 흐라발)
7. 귀찮아, 법 없이 살면 안 될까(곽한영)
8. 행복한 어른이 되는 돈 사용 설명서(미나미노 다다히루)
9. 오직 두 사람(김영하)
10. 천사가 된 비키(재클린 윌슨)
1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
12. 하우스오브카드(2, 마이클 돕스)
13. 핑거스미스(3,세라워터스)
14. 소비의 역사(설혜심)
15. 6분 다이어리(도미닉 스팬스트)
16. 1등에게 박수치는게 왜 놀랄일일까(오찬호)
17. 그림과 이야기로 쉽게 배우는 소프트웨어와 코딩 첫걸음(김현정)
18. 남아있는 나날(가즈오 이시구로)
19. 자크와 그의 주인(밀란쿤데라)
20. 의식의 강(올리버 색스)
21. 법치주의 이야기(4, 마리아나 발베르데)
22. 신선이 되고 싶은 화가 장승업(조정육)
23.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애니체니, 여기부턴 출산 후 독서)
24. 어젯밤(5,제임스 설터)
25. 우리의 소원은 전쟁(장강명)
26. Song of Ariran 아리랑(김산, 님웨일즈)
27. 그 개와 같은 말(임현)
28.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김연수)
29. 피그말리온 아이들(구병모)
30.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31. 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6,필리프브루노,레티시아코엥)
3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소세키)
33. 파과(구병모)
34. 당선,합격,계급(장강명)
35. 검은꽃(김영하)
36. 한눈에 쏙 들어오는 세계사(라인하르트 바르트)
37. 걸그룹 경제학(유성운, 김주영)
38. 만화 전두환1,2(백무현)
39. 네 이웃의 식탁(구병모)
40. 댓글부대(장강명)
41. 아홉 번 째 파도(최은미)
42. 위저드 베이커리(7,구병모)
43. 그믐, 또는 당신이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장강명)
44. 5년 만에 신혼여행(장강명)
45. 무엇이든 쓰게 된다-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김중혁)
46. 심리학, 열 일곱 살을 부탁해(이정현)
47. 표백(장강명)
48. 악기들의 도서관(김중혁)
49. 흰(한강)
50.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김영하)
51. 역사의 역사(유시민)
52. 아가미(8,구병모)
53. 뤼미에르 피플(장강명)
54. 호모 도미난스(장강명)
55. 빨리 걸을수록 나는 더 작아진다(세르스티 안네스다레르)
56.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김영하)
57. 아이돌(테디웨인)
58. 대한민국에서 걸그룹으로 산다는 것은(이학준)
59. 오빠가 돌아왔다(김영하)
60. 살아있다면 저질러라(정보경)
61. 대한민국! 오디션에 미치다(이영호)
62. 호출(김영하)
63.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김영하)
64. 열광금지, 에바로드(장강명)
65. 한 스푼의 시간(9, 구병모)
66. 인더풀(오쿠다히데오)
6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68. 여름, 스피드(김봉곤)
69. 2016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70. 201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71. 현남 오빠에게(조남주 외)
72.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10, 오찬호)
73. 디어 랄프 로렌(손보미)
74. 뱀과 물(배수아)
75. 꽃을 보면 멈추자(장성욱)
76. 쇼코의 미소(최은영)
77. 누운 배(이혁진)
78.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오찬호)
79.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양경수)
80. 매일 아침 써봤니?(11, 김민식)
81. 왜 맛있을까(찰스 스펜스)
82. 이동진 독서법(이동진)
83.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사이토 가쓰히로, 다카야마 미카)
84. 내게 무해한 사람(최은영)
85.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정진호)
86. 느림보 수면교육(이현주)
87. 소설의 기술(밀란 쿤데라)
88. 아르테미스(앤디위어)
89. 단 하나의 문장(구병모)
90.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12,박연선)
91.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최낙언)
92. 팔과 다리의 가격(장강명)
93. 회색인간(김동식)
94. 그들에게 린디합을(손보미)
95.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오찬호)
96. 술 취한 식물학자(에이미 스튜어트)
97. 내 정원의 붉은 열매(권여선)
98.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이기호)
99. 사라진 직업의 역사(이승원)
100. 조선직업실록(정명섭)
101. 표현의 기술(유시민)
102.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다비드 라게르크란츠)

목록 정리하니 패턴이 보인다.
1. 5월 이후 월 평균 10권 읽었다.
2. 한국 소설을 가장 많이 봤다.
3. 빡 꽂혀서 다 읽어 버린 특정 작가들이 있다.(장강명, 구병모, 사회학자 오찬호 책들도 계속 읽는 중)
4. 아주 더웠던 8월, 13권으로 가장 많이 봤다.
5. 전자도서관...반납 연체 걱정도 없고 현관 밖 안 나가는 거 갱신 중인(게다가 책 살 돈도 끊긴 백수인) 나한테 정말 축복이다.
6.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계속 책이나 봐야겠다.
7. 소화기 사야겠다. 불 나면 책 참 잘 타겠다...갑자기 걱정됨...
8. 책 더 읽으려고 내년에도 휴직 연장한다. 허허허허허....내츄럴 본 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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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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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1231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책을 안 읽은 분은 나중에 리뷰를 읽어 주세요. 

책 속에서 만나게 된 음악
Django Reinhardt - Nuages - Official
https://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qn_90PKM1xE

올해의 마지막 책이 이 책이어서 좋다.

2014년 과한 업무로 바쁜 나를 밀레니엄 시리즈가 위로해 줬었다. 세 시리즈를 틈틈이 신나게 보았고 데이빗 핀처의 용문신을 한 소녀와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 세 편도 재미있게 보았다. 루니마라와 누미 라파스(이름 맞나)로 시각화된 리스베트를 보는 재미도 괜찮았다.
스티그 라르손이 아직 다 맺지도 못한 이야기를 남긴 채 이미 십 년 전에 사망했다는 사실은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다. 으아니 안 돼! 밀레니엄 시리즈가 3탄으로 끝이라니!
그의 3부작도 훌륭한 선물이지만 가장 큰 업적은 리스베트와 미카엘이라는 캐릭터를 남겨 놓았다는 점이었다. 어디선가 악당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까부수며 지금도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을 것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 덕에 결국 후속작을 이어 받는 작가까지 나오고 나는 4, 5부까지 재미나게 읽게 되었다. 

밀레니엄이라는 큰 산을 지고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을 나름 분투하며 만들어낸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게도 리스펙트.

전작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 리스베트의 쌍둥이 여동생의 존재와 극한 대립이 드러났다. 이전에 리스베트를 위협하던 살라첸코의 배다른 자식들도 거대하고 위협적인 쌍둥이였다. 이번에도 쌍둥이들을 둘러싸고 과학의 이름으로 자행된 인권 침해가 이야기를 관통한다.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여성 억압과 희생된 연인의 이야기도 있다. 언제나 소수자 억압, 인권의 문제가 이 시리즈의 화두다. 

사실 어느 틈엔가 아, 그렇겠네 하며 금세 짐작이 가고 아, 왕자와 거지냐? 이렇게 일찌감치 예측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김이 빠지거나 하진 않았고 계속해서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있었다. 이상 기후에 가까운 6월 무더위 안의 리스베트, 미카엘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동시에 파리아의 상황(전반부), 레오의 겨울 이야기(후반부)를 회상하는 식으로 지루할 틈 없이 연출을 잘 해 놓았다. 

아쉽기도 하지만 수긍이 가는 것은 리스베트의 모습이다. 일단 지나치게 말이 많아지고 전혀 주변 따윈 안중에 없던 리스베트가 전작에서도 자폐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했던 것이나 이번에 파리아를 돕기 위해 애쓴 것, 못 된 라켈 할망을 조져버리지 않고 경찰에 넘긴 것 등이 라르손의 리스베트만 기억하던 사람들에게는 ‘나의 리스베트찡이 이럴리 없다능!’하면서 분개할만한 지점인 듯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리스베트가 사회성 없이 자폐마냥 은둔하고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니. 미카엘이나 홀게르나 주변에서 그녀를 돕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믿음을 가질 수도 있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아마 라르손도 그렇게 변화하는 그녀를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레오와 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이상적인 거울 같은 느낌이지만 현실에서 형제란...그 둘보다는 리스베트와 카밀라에 가깝지 않나 싶은…(내가 내 자매랑 너무 적대적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만…) 그토록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반쪽마냥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게 부럽긴 하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가 되면서도 언젠가 완결과 함께 놓아줘야 할 리스베트와 미카엘과의 이별이 벌써 아쉽기도 하다. (아 일찌감치 헤어지게 된 홀게르...편히 쉬소서...)
 읽은지 5년이 다 되어가는 이전 3부작도 시간이 되면 다시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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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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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6 유시민, 정훈이

유시민 책은 많이도 봤다. 

대학 때 노래패에서 첫 세미나(노래랑 세미나랑 뭔 상관..?하겠지만 고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하는 곳이었거든…)할 때 선배들과 함께 읽으며 정말 재미있었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가 시작이었다. 뭔지는 다 까먹었지만 사무엘의 천사...가 아직도 생각나. 그 때 달변으로 우와-저 선배들은 어쩜 저리 똑똑해-하고 반했던 선배1에게는 고백했다 까였고(그 분은 연예인이 되었다…) 선배2는 지금 같이 산다. 하하하.

내가 대학 다니는 동안 유시민은 작가가 아닌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거의 관심을 끊고 살다가...내가 졸업하고 사회인 되고 나서 어쩌다보니 하나 둘 그의 책을 읽게 되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정리’라고 되어 있지만 뭐 알 사람 다 알겠지만 유시민이 다 쓴 것이다. 그렇게 따르던 그 분의 죽음에 충격이 컸는지 ‘어떻게 살 것인가’고민한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나도 읽었다. 
그 다음에는 출간 순서와 상관없이 눈에 띄는대로 혹은 그 때 그 때 필요를 느끼는대로 ‘글쓰기 특강’, ‘후불제 민주주의’,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역사의 역사’ 를 빌리거나 사서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보았다. 
쓰고 보니 작가의 책을 거의 다 보았다. 기회가 되면 ‘청춘의 독서’도 볼까 생각 중이다. 서평에 대해 말하면서 작가가 권하던데 뭐 아직은 서평을 잘 써야지 하는 욕심이 없어요...누가 본다고…

사실 전작 글쓰기 특강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미 이야기 한 뒤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좀 더 넓은 범위에 걸친 글과 말(SNS 상의 토론, 일반인의 비평, 댓글, 보고서, 회의록 등등)의 표현 노하우를 다룬다. 노하우라면 그렇고, 이렇게 하면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이게 아니라 난 이렇게 하고 있는데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 하세요..하는 저자 특유의 조심스러운 어법으로 말한다. 
어떤 부분들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혹은 안티들의 공격에 대한 방어와 해명이 주이기도 하고…

난 이 분이 나온 토론 프로그램이나 정치적 행보나 교양인지 예능인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이나 팟캐스트는 접한게 거의 없고 글로만 만나다 보니 ‘사람 참 한결 같아…’라고 했더니 같이 사는 사람은 ‘전혀’아니라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으로 장관 당시의 이런 저런 행보들을 읊어대서 조금 놀랍기도 했다. 가만보니 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사람을 도지사 선거에서 찍었었구나…(그 때는 이분 책 읽은 것도 한 두개 밖에 없었구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안티에 대처하는 법이다. 
뭐 한 줄로 요약하자면 ‘대처하지 마시오.’이다.
비슷한 말, 생활지도 연수에서 들었다. 아이가 제게 욕을 합니다. 쌍욕을, 대놓고, 어쩌죠?
강사 선생님은 ‘못 들은 체 하세요.’ ‘무시하세요.’ ‘대응하지 마세요.’
응대해야 하고 새겨들은 비판은 나름 성실히 듣고 답하되, 그냥 작정하고 개소리로 상처 주기 위해 긁어대고 도배하는 인간들은 그 인간 자체의 (아마도 마음의)문제니 그 남의 문제가지고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느라 고생하지 마라, 뭐 그래도 아프긴 아프지만 많이 겪어보니 그것 밖에 답없다…
악플이 아니라도 일상 생활의 안티들(직장 상사가 될 수도 있고 사이 안 좋은 사람일수도 있고)을 마주할 때 고려할 만한 방법이지 싶었다.
뭐 일단 악플보다는 무플이 일상이기 때문에...그리고 수많은 사랑을 원하다가 결국 악플도 반사작용처럼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조용히 묻혀 사는게 행복의 비결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것 또한 하나의 정신 승리?!)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나와 생각이 다른 가족들 혹은 지인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까’
이것 역시 ‘바꾸려 들지마라’ 대신 그들의 말도 경청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되 그와 다른 자신의 생각을 건네보아라. 
나 역시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고 신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좇고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책만 읽고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믿음을 강화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듯…
그러니 누구를 함부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은 쓸데 없는 희망인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하는 말에 비슷한 생각하는 사람이 우연히 걸려들고 모여들어 그래 맞아 맞아 이런다면 뭐 그것도 행운이 아닐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지만 거기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책을 꼭 끌어 안고 창 밖을 바라거나 화단을 서성이며 진하게 담배 한 대 끄슬리는 작가의 모습이 생생하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잘 적어 놓고는 나름 회심의 미소를 지었겠지. 의도대로 전달에 성공한 표현ㅋㅋㅋ) 다음 번에는 매번 빨리 치워버리듯 독후감 쏟아 놓고 잊어버리듯 새 책 찾아 헤매는 대신 나도 책을 한 번 꼬옥 끌어 안고 눈은 지긋이 감은 채 음미해 볼까나. (난 안 되겠다...집어치자...) 거기 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 이입을 해 보려는 노력은 계속 필요할 것 같다. 

책에서는 표현하는 기술 측면, 컨텐츠 측면(쓰는 사람의 가치관과 경험 등 삶 그자체), 거기에 더해 감정이입 능력(나는 공감 능력이라 말하는)을 강조한다. 
책의 시작에서 “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옵니다.”로 문을 열고 마무리에서 “마음이 먼저입니다.”라고 정리하고. 정훈이 선생도 “가장 좋은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아 이 책은 중간중간 정훈이 선생이 삽화와 만화를 그리고 마지막에 자서전 비슷하게 자신이 만화가가 된 배경을 만화로 그려 놓았다.) 마음, 마음, 마음.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남의 마음을 읽는 것, 남의 기분에 공감하는 것, 애써 옮은 감정으로 상처 받지 않으려고 언젠가 닫아 버린 문 같은, 그걸 열지 않으면 아마 계속 뭔가 부족한 글들만 늘어 놓게 되는게 아닐지. 알지만 못 하고 있는 것. 해야 하겠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는 그것. 

아, 서평 쓰기 관련 부분에서 영향력 있는 논객이나 학자나 그런 사람들이라면 해석이 많은 서평을 쓸 수 있지만 일반인은 서평에 발췌나 요약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 책을 읽지 않고 서평을 읽는 사람이 더 많으니 요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점은 잘 모르겠다. 독후 글쓰기가 언제나 남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일독을 권하는 목적은 아니지 않나. 책을 읽으며 혹은 읽고 난 후 느낌 감정 생각 정리하기 위해 아니면 거기서 파생된 뭔가를 아무말잔치하듯 벌여 놓는 것도 자신을 위해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뭐 요약 한 줄 없는 독후 글쓰기도 가능하지 뭐. 그래서 내가 쓰는 건 서평이 아니라 여전히 독후감이긴 하다. 잘 쓰고 남들도 잘 읽으면 좋겠지만 거기까진 일단 접어두고 어쨌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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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20181224 정명섭

올해의 100번째 책. 나름 기념적 숫자니 어떤 책을 완독해야 의미 있고 폼이 날까 고민했으나 다른 책 제쳐놓고 결국 도서관 반납 임박한 이 책이 당첨ㅋㅋ
사라진 직업에 대한 책을 직전에 본 터라 약간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비슷한 주제나 같은 작가책은 연달아 보는 걸 피하는게 더 즐거울 듯...

나라의 녹을 받는, 스스로 벌어 먹고 사는, 무엇이든 해서 먹고 사는, 이렇게 3부 큰 주제 아래 조선 시대의 다양한 직업을 소개한다. 
직업명만 열거해도 참 길다.
 멸화군, 체탐인, 한증승과 매골승, 다모, 시파치, 오작인, 숙수, 기인, 외지부, 여리꾼, 전기수, 책쾌, 장빙업자, 재담꾼, 곡비, 매품팔이, 내외술집, 조방꾼, 거벽, 사수, 선접꾼, 추노객, 무뢰배

각 장마다 그 직업에 대한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 부분, 사극 영화나 드라마 마냥 생생하다. 묘사나 대화체 등 표현력이 예사롭지 않아 음 저자가 역사학자 아니고 소설가인가? 하며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봤다. 과연 소설가였고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직업 소재로 역사 소설도 두루 쓰고 추리소설에 청소년소설, 이 책과 같은 역사 교양서 등등...무수히 많은 저서가 있는 숨은 실력가였다. 세상엔 참...글로 먹고 사는 다양한 숨은 고수들이 있군 싶었다.

에피소드에 이어지는 각 직업의 특성,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주로 실록, 그 외 당대 사료들을 참고로 소개한다. 역사다 보니 많은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메워지는 당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 직업에 대한 인식과 여러 이유 등등을 작가 나름대로 쓴 것인지 ‘아마도, 어쩌면, -로 보인다, -인듯 하다...’등등의 추측성 서술이 많았다. 

문제는 아예 날 것 그대로의 한자 원서들만 참조하진 않았을텐데, 분명 현대 저자들의 2차 저작물도 많이 참고했을텐데 아무리 교양서라고는 하지만, 각주 미주까지 달 건 없겠지만, 권말에 참고 문헌 같은 걸 하나도 표기해 두지 않았다. 

굳이 이런 말 하는 것은, 직전까지 읽었던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나온 전기수, 책쾌, 재담꾼 등등의 서술이 이 책과 너무 흡사해서이다. 참고한 책들이 서로 비슷할테니 그럴 수 있다 쳐도 아무래도 전의 책이 몇 년 더 먼저 나왔고, 그래도 그 책은 어떤 책 참고했는지 상세히 표기를 해 놓았는데 이 책의 해당 부분은 참고 수준을 넘어 거의 표절에 가까운 느낌이 들다 보니 다른 챕터도 다른 책들을 그런 식으로 가져온 것이 아닐까 괜한 우려도 되었다. 물론 두 책을 막 밑줄치며 일일이 대조한 것 아니고 심증이긴 하지만, 작가가 나름 편집 구성 각색에 공을 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 그랬다. 작가니까 저작권 존중의 중요성을 잘 알텐데 출처 표기 안 한 점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각 장 마지막에는 사진과 함께 해당 직업의 (거의 다 사라져 미미하지만 그나마 남은)흔적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는 점도 이색적이었다. 관심 없이 지났던 표지석들, 유적지들, 각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 그곳의 그 돌덩이가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새삼 관심이 생겼다. 다음에 또 그런 곳들을 지나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구미호는 100명 채우면 사람 되고 막 그러던데 나는 100권을 채워도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것 같아 뭔가 서글펐다. ‘책 먹는 여우’책에서 여우가 책을 먹다 먹다 종이똥만 싼...게 아니라 작가가 되고,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아 이런 아동 도서까지 치면 진즉 100권 넘었는데 어쩌다보니 서평 안 쓴 건 그냥 제외 했다...뭐 100권 중에 만화책도 제법 있으니 그냥 쌤쌤...) 에서는 여우처럼 작가가 되겠다고 열폭하던 쥐돌이가 결국 사서가 되어 독자로 만족하는 걸 보니...

흠 뭐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져도 좋겠다 부럽다- 싶다가도 책의 멸종시대에 아마 그것조차 (슬프게도)조선시대 직업 마냥 조만간 사라질까 싶어 그냥 당장은 즐기는데 만족하기로 했다. 읽고 쓰는 것도 취미로나 즐거운 거라고, 밥벌이가 되면 뭐든 괴롭고 고달픈거라고, 같이 사는 이가 조용히 타일렀던 걸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계속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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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24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옛날 21세기 초엽에는, 작가라는 직업이 있었대. 무려 책을 써서 먹고 살았다지?
세상에, 그게 돼?? 정말 미개했다 우리 인류......
옛날엔 뭔들 없었겠어. 노예라는 것도 있었다는데 작가라는 것도 있을 법 하지.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

무엇보다 마지막 줄 네 글자가 뼈때리네요.

반유행열반인 2018-12-24 17:16   좋아요 0 | URL
작가들은 역시나 앞서가서 그런 것도 소설로 썼더라구요...구병모의 ‘오토포이에시스’...인공지능 ‘자가창작’기계?ㅋㅋ자동 소설 기계...오르골 같은 건가....
사실 제 경우엔 마지막 줄 앞에는 (허튼 소리+생각 말고)(닥치고 걍)...등이 생략되어 있어유...
실시간 댓글 감사합니다. 이쯤 되면 ‘syo님은 인공지능 서평 리액션러(오토리플라이포이에스어쩌고...)나 알라딘에 고용된 댓글부대나 강남 건물주가 아닐까?’하는 허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제 책을 그렇게나 보시면서 언제 댓글을 이렇게나 누추한데까지 달아주실까 하면서....써 놓고도 실례가 많습니다.

syo 2018-12-24 17:4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 그것에는 아주 간단명쾌한 대답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시간만 있고 돈은 없어서 책을 빌려 읽기에 매우 적합한 인종, 백수라는 종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자를 빨리 읽어낼 수 있는 편이 못 되어서, 읽을 것과 읽어야 하는 것 위주로 골라서 읽는 중입니다. 책도 그렇고 다른 분들의 서평도 그렇구요. 바로 그런 이유로 저는 열반인님의 서평을 ‘고른‘ 것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8-12-24 18:21   좋아요 1 | URL
저는 클리셰인 허접한 대답을 혼자 상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댓글을 달았고 나는 거기에 또 댓글을 달고...그러다 바닥에 떨어뜨린 책장이 바람에 차르르르르르 넘겨지는데 그게 끝내 멈추질 않고...일어나보면 어, 댓글들을 누가 다 지웠지...아 ㅅㅂ꿈...내 눈물도 멈추지 않고...
 
사라진 직업의 역사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8
이승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81221 이승원
 택시 기사와 카카오 카풀의 이해 관계 대립이 한창이다. 고통스러운 불길에 몸을 사를 만큼 생계를 넘어 생존의 위협을 호소하는 택시 기사들은 새로운 기술과 그것이 가능하게 한 새로운 서비스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두려운 미래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미래에 대한 책들을 읽거나 연수를 받으러 가면 4차 산업혁명, 인공 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금 있는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반복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굳이 인공 지능까지 언급 안 하더라도 사회 변화와 함께 무수히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났다.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유튜버란 직업은 이름 조차 없었으니. 한 때 애들이 선망하던 프로게이머란 직업은 또 금세 시들해 졌으니.)

사람 대하기 어려워하는 내게 인터넷은 거의 혁명이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 인터넷 숍에서 음반 시디를 주문했다. Suede의 ‘Coming up’과 Oasis의 ‘Morning Glory’였다. 그 다음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샀다. 동네 서점보다 저렴했고 발품 팔 필요도 없이 집까지 책을 가져다 주니 그렇게나 좋았다. 그 땐 몰랐다. 내 소비 패턴의 변화가 결국 동네 음반점을 문 닫게 하고 서점들을 망하게 할 줄은.

가스검침을 위해 매월 문 앞 스티커에 계량기의 숫자를 적어야 한다. 어느 날 ‘스마트앱 설치하고 자가검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매월 특정 기간에 알림이 뜨면 앱을 열고 계량기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찰칵-찍는다. 앱은 사진 속 숫자를 인식해 사용량을 입력하고 곧바로 예상 요금까지 알려준다. 편했다. 문 앞 스티커에 ‘앱 자가 검침 이용중’이라고 네임펜으로 적어 놓고 더 이상 기록하지 않는다.
검침원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문자 메시지로 검침 숫자를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앱 자가검침 이용중입니다.’하고 답신을 보냈다. 얼마 뒤 답신이 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딸이 일괄로 보내다보니 실수를 하였습니다.’
순간 어딘가가 일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검침 숫자를 적어가는 것은 기계가 아닌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었다. 딸이 있고 실수도 하는 사람이었다. 나처럼 앱 자가 검침을 하는 사람들이 늘다보면, 언젠가는 직업을 잃고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었다. 인터넷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과 신발을 사고 키오스크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그러면서 마음 편하게 여기는 사이 내가 없앤 일자리의 수와 직업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돌고 돌아 그것이 내 차례가 되는 날은 또 언제일까. 
“죄송하다고 하지 마세요. 당신 일자리를 위협하는 사람한테 죄송할게 뭐 있어요. 그런데 전 사람을 직접 대하는게 무섭고 현관 밖을 나가는 것조차 무서워요. 이런 나라서 정말 죄송해요.”
보낼 수 없는 답신 메시지를 마음 속에서만 쓰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직업’이라는 추상적인 명칭으로 뭉뚱그려진 것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모습만 보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저자가 열심히 뒤진 사료-주로 구한말과 일제 식민지배 시절의 신문, 잡지-를 통해 그 시대 그 이름의 직업 아래 살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딱히 대접 받지도 벌이가 시원치도 않았던 직업이 그나마 사라져 가며 삶을 위협 받았을 사람들의 목소리.
한참을 먹고 살던 일을 그 일이 사라진다고 금세 작파하고 다른 직업인으로 거듭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런 적응 능력을 갖도록 우리는 길러지지도 않았다. 
교육에서 역량 이란 말을 강조하는 최근이다. 평생 학교에만 갇혀 한 우물만 파던 교사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역량을 기르기란, 아니 그것에 관심을 가지기란 장님 코끼리 만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아마 이런 무용함이 커지면 언젠가 교사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까. 오랜 화두이면서도 현재의 최고 화두인 것도 같다. 정확히 하면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소개된 직업과 특이점, 사라진 이유 정리.
1. 소리의 네트워커, 전화교환수
-특이점: 어린 여성 대상 모집(친절을 이유로). 느리게 연결한다고 온갖 욕 먹고 성희롱에도 시달림. 오늘날 전화상담원과 비슷. 
-사라진 이유: 기술 발전으로 자동 전화 연결 가능해짐. 114안내원도 뭔가 비슷하게 등장했다 사라짐. 
2. 모던 엔터테이너, 변사
-특이점: 한 때는 슈퍼스타, 오늘 날 연예인 같은 존재. 무려 변사 시험도 있었음.(변사들이 상영 도중 일제에 대한 반발심을 일으키고 선동할 것을 우려해 거의 사상 검증 수준의 문제가 등장하기도..)
-사라진 이유: 기술 발전으로 유성 영화 등장. 변사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외화를 엉뚱하게 해설해 불신을 삼. 신기하게도 영화는 아직 살아 있다. 
3. 문화계의 이슈 메이커, 기생
-특이점: 일,이,삼패로 나뉘어 기생도 급이 있었다. 모두가 성매매 특화는 아니었다. 그러다 천대 받기는 마찬가지. 기생 조합도 있었다. 국가가 기생을 관리하는 독특함(변사또가 기생점고 한 것도 사실 나름 행정 업무)에 서구인들의 오리엔탈리즘적 환상을 부추기기도. 
-사라진 이유: 신분제 철폐, 공창제 폐지. 기생에 대한 편견과 일반인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예능인이나 전통 예술 전수자가 될 기회를 얻지 못함. 
4. 이야기의 메신저, 전기수
-특이점: 이승우의 ‘전기수 이야기’ 라는 소설 제목만 듣고 안 읽어 봤는데 이야기 책 읽어주는 사람이 직업으로 있었다는것이 신기함. 쿠바에는 아직도 lector라는 전기수가 있음. 공장 노동자들에게 소설 뿐 아니라 사회과학 개론서 읽어주며 의식화?깨인 노동자를 만드는 역할. 우리나라는 주로 엔터테이너 역할이었음. 
낭독과 공동 독서의 독특함과 함께한 직업. 묵독과 혼자 하는 독서가 생각보다 긴 역사가 아니란 것이 의외였다.
-사라진 이유: 책에서 밝힌 건 아니고 내생각에는-근대교육과 함께 문맹도 거의 사라짐. 라디오, 텔레비전 보급으로 직접 누군가 읽어주지 않아도 재미거리가 많아짐.
5. 트랜스 마더, 유모
-특이점: 근대 초기에 지면 상에서 지식인들이 의외로 친모에 의한 모유수유를 강조했다. (사실 제대로 만든 분유 보편화 전이라 대안은 유모, 곡식 미음 같은 것 밖에 없었으니.) 그런데 저자는 이를 건강한 국민을 길러내기 위해 모성을 강요하고 여성의 역할을 이에 한정짓는 점을 지적한다. 갑툭튀 페미니즘 프레임(수긍할 만한 지적이긴 하지만). 수유부로 인한 아동의 수직 감염은 많이 들어 봤지만 사례에선 기생인 매독 환자 엄마에게 감염된 매독 환자 아기가 유모에게 젖 먹는 중 매독을 옮겨 상해죄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된 독특한 사례는 여기서 처음 듣는다. 
나름 친엄마 젖 먹을 형편이 안 되면 유모의 모유 수유도 괜찮은 대안 같은데 유모가 돈 벌기 위해 남의 아기 먹이느라 자기 아기 굶어 죽인 사연 같은 호러블도 있으니...젖이라도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란...눈물 뚝뚝
-사라진 이유: 유모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난(친모 젖이 짱이고 돈 받고 파는 젖은 나쁜 젖, 건강에도 심리적으로도 등등…)책에서는 말 안 하지만 사실 제일 큰 이유는-모유를 대체할 만한 양질의 분유 등장. 굳이 사람 안 구해도 돈만 있으면 엄마가 분유 타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음. 소가 아기들을 구했네.
6.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 인력거꾼
-특이점: 인력거는 도입 초기에는 의외로 고급진 (오늘날 외제차 같은)이동 수단이었음. 불쌍한 김첨지(와 그의 아내)…인력거꾼들이 인력거삯 인하로 물가를 낮추겠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처우 개선 위한 파업도 함.
-사라진 이유: 자동차 등장. 택시 등장...그 택시도 이제는 인력거와 비슷한 걱정 중입니다. 
100만원(당시 물가로 100억 넘는 돈)이 있으면 시내 자동차 다 사다 부숴버리고 싶다는 인력꾼의 넋두리.
7. 러시아워의 스피드 메이커, 여차장
-특이점: 뻐스껄. 양장을 한 어린 그녀들을 향한 에로 서비스 운운 하는, 허영심 운운하는, 남성 중심적 대상화 시각(여기서도 갑툭튀 페미니즘). 별로 좋지 않은 노동 조건, 소매치기 위험, 삥땅친다는 의심과 잠재적 범죄자 취급으로 몸수색 하며 또 성범죄 노출...화난다. 으으.
-사라진 이유: 책에는 언급 안 됨. 삥땅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여차장 이후엔 기사가 검표와 요금까지 책임지게 된 듯. 지금은 뭐 교통카드까지 도입된 마당이니...
8. 토털 헬스 케어? 물장수
-특이점: 물을 사고 파는게 의외로 봉이 김선달 마냥 허황된 것이 아니었음. 우물 등 물자리 사용권과 이를 사고 팔고 여기에 고용되어 물 지고 나르는 직업이 꽤 있었음. 수도회사가 광고하는 것이 공포 마케팅 이용하는게 (순량한 물 먹으라! 우물물 니 만병의 근원!!) 지금이나 비슷함. 위생에 대한 근대적 관점 도입과 급수의 문제. 
생각해 보니 나 어려서 20년 정도 살던 셋집이 상수도 안 들어오고 지하수를 펌프로 퍼 먹던 집이었다. 그 펌프 옆에는 옆 집이 쓰던 재래식 화장실이 바로 붙어 있었다. 그냥 그게 생각난다. 우물물 먹고 자랐네 나...
-사라진 이유: 근대식 상수도 보급.(강물 정수해서 보급하는 수도회사 등장)
9. 메디컬 트릭스터, 약장수
-특이점: 가짜 만병통치약 파는 약장수 부터 일반의약품에 가까운 매약 판매 장수까지. 오늘 날 떳다방과 연관. 그런데 근대 의료체계와 국가의 의약 관리에 대해 뭔가 부정적인 서술 느낌. 한의학을 무당과 동급으로 규제했다는 것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는데 오히려 예시로 든 한의학 치료 중 급사한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엄격한 관리하게 된 것이 긍정적인 것 같음. 
제약 회사에서 허위 과장 광고 하고 약 권하는 사회가 된 점을 지적한 점은 좋음. (이제는 약으로는 못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비슷한 명맥 유지중인….)
-사라진 이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엉터리 약, 과대 허위 과장 광고,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관리. 

세세하게 우리가 살지 않은 시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관련된 소설(예:더 리더와 전기수)이나 좋은 글들, 현대의 직업이나 사회의 모습과 연관짓는 점이 좋았다. 그런 연관들이 크게 갸우뚱하지 않고 나름 설득력있게 와 닿았다. 무엇보다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앞 부분 보다는 뒷 부분이 더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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