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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20181224 정명섭
올해의 100번째 책. 나름 기념적 숫자니 어떤 책을 완독해야 의미 있고 폼이 날까 고민했으나 다른 책 제쳐놓고 결국 도서관 반납 임박한 이 책이 당첨ㅋㅋ
사라진 직업에 대한 책을 직전에 본 터라 약간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비슷한 주제나 같은 작가책은 연달아 보는 걸 피하는게 더 즐거울 듯...
나라의 녹을 받는, 스스로 벌어 먹고 사는, 무엇이든 해서 먹고 사는, 이렇게 3부 큰 주제 아래 조선 시대의 다양한 직업을 소개한다.
직업명만 열거해도 참 길다.
멸화군, 체탐인, 한증승과 매골승, 다모, 시파치, 오작인, 숙수, 기인, 외지부, 여리꾼, 전기수, 책쾌, 장빙업자, 재담꾼, 곡비, 매품팔이, 내외술집, 조방꾼, 거벽, 사수, 선접꾼, 추노객, 무뢰배
각 장마다 그 직업에 대한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 부분, 사극 영화나 드라마 마냥 생생하다. 묘사나 대화체 등 표현력이 예사롭지 않아 음 저자가 역사학자 아니고 소설가인가? 하며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봤다. 과연 소설가였고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직업 소재로 역사 소설도 두루 쓰고 추리소설에 청소년소설, 이 책과 같은 역사 교양서 등등...무수히 많은 저서가 있는 숨은 실력가였다. 세상엔 참...글로 먹고 사는 다양한 숨은 고수들이 있군 싶었다.
에피소드에 이어지는 각 직업의 특성,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주로 실록, 그 외 당대 사료들을 참고로 소개한다. 역사다 보니 많은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메워지는 당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 직업에 대한 인식과 여러 이유 등등을 작가 나름대로 쓴 것인지 ‘아마도, 어쩌면, -로 보인다, -인듯 하다...’등등의 추측성 서술이 많았다.
문제는 아예 날 것 그대로의 한자 원서들만 참조하진 않았을텐데, 분명 현대 저자들의 2차 저작물도 많이 참고했을텐데 아무리 교양서라고는 하지만, 각주 미주까지 달 건 없겠지만, 권말에 참고 문헌 같은 걸 하나도 표기해 두지 않았다.
굳이 이런 말 하는 것은, 직전까지 읽었던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나온 전기수, 책쾌, 재담꾼 등등의 서술이 이 책과 너무 흡사해서이다. 참고한 책들이 서로 비슷할테니 그럴 수 있다 쳐도 아무래도 전의 책이 몇 년 더 먼저 나왔고, 그래도 그 책은 어떤 책 참고했는지 상세히 표기를 해 놓았는데 이 책의 해당 부분은 참고 수준을 넘어 거의 표절에 가까운 느낌이 들다 보니 다른 챕터도 다른 책들을 그런 식으로 가져온 것이 아닐까 괜한 우려도 되었다. 물론 두 책을 막 밑줄치며 일일이 대조한 것 아니고 심증이긴 하지만, 작가가 나름 편집 구성 각색에 공을 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 그랬다. 작가니까 저작권 존중의 중요성을 잘 알텐데 출처 표기 안 한 점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각 장 마지막에는 사진과 함께 해당 직업의 (거의 다 사라져 미미하지만 그나마 남은)흔적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는 점도 이색적이었다. 관심 없이 지났던 표지석들, 유적지들, 각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 그곳의 그 돌덩이가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새삼 관심이 생겼다. 다음에 또 그런 곳들을 지나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구미호는 100명 채우면 사람 되고 막 그러던데 나는 100권을 채워도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것 같아 뭔가 서글펐다. ‘책 먹는 여우’책에서 여우가 책을 먹다 먹다 종이똥만 싼...게 아니라 작가가 되고,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아 이런 아동 도서까지 치면 진즉 100권 넘었는데 어쩌다보니 서평 안 쓴 건 그냥 제외 했다...뭐 100권 중에 만화책도 제법 있으니 그냥 쌤쌤...) 에서는 여우처럼 작가가 되겠다고 열폭하던 쥐돌이가 결국 사서가 되어 독자로 만족하는 걸 보니...
흠 뭐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져도 좋겠다 부럽다- 싶다가도 책의 멸종시대에 아마 그것조차 (슬프게도)조선시대 직업 마냥 조만간 사라질까 싶어 그냥 당장은 즐기는데 만족하기로 했다. 읽고 쓰는 것도 취미로나 즐거운 거라고, 밥벌이가 되면 뭐든 괴롭고 고달픈거라고, 같이 사는 이가 조용히 타일렀던 걸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계속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