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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평점 :
-20190125 이상희, 윤신영
‘왜 맛있을까’를 읽으며 번역자인 윤신영 기자(과학 분야)에 대해 찾아 보다 이 책의 공저자인 걸 알게 되었다. 과학자이면서 문재를 갖춘 번역가들을 보면 신기하다. (핑거스미스를 포함한 빅토리아 3부작 번역한 최용준도 무려 천문학자다. 관심이 생겨 그가 번역한 어슐러 르귄 책들을 몇 권 사 모아 놨지만 아직 한 권도 못 봤다...언젠간 보겠지…)
마침 예쁜 주기율표 담요가 “날 3만 얼마 주고 사면 잘 나가는 과학책을 두 권 줄게.”라고 해서 그동안 궁금했던 이 책을 소유하게 되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있게 되었는가?”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다. 오랜만에 제목과 내용이 아주 적합하게 일치하면서도, 고인류학이라는 분야를 쉽고 흥미롭게 소개하고, 재미있는데다 유익하구나! 하는 느낌이 읽는 내내 드는 책을 찾아냈구나! 왜 이제 봤지!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학교 다닐 때 역사책에서 두어쪽 남짓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어쩌구 저쩌구 요놈 저놈-호모 에렉투스-호모 사피엔스!!’ 이렇게 배우던 초기 인류의 역사가, 십 몇 년 전 배운 내용조차 새로운 발견과 유전자 분석 등 기술 발전으로 벌써 뒤집히고 또 뒤집히고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모든 앎이 고정된 것은 없음을, 다 변하고 항상 옳은 것도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확인한다.
서문은 저자에 대한 소개쯤 된다. 미국에서 고인류학 박사학위를 하고 대학에 자리 잡은 이상희 교수가 자신이 경험한 미 대륙 자동차 횡단 여행을 이야기하며 고인류학 여행에 우리를 초대한다. (사실 안 읽어도 큰 지장 없지만 나름 저자와의 아이스브레이킹, 강의 첫 시간 같은...)
책의 차례를 주욱 훑어보면 연대 순이 아닌, 흥미로운 질문과 주제로 고인류학의 주요 연구 성과와 현대의 우리의 모습을 설명할 만한 점들을 연결지어 꾸려 놓은 것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책의 뒤쪽으로 가서 찾아보기 직전 페이지를 보면 간단한 연표를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의 시간적 위치를 대략 파악하는데 미리 보고 가면 도움이 된다.
22개의 주제는 각각이 강의 한 시간처럼, 궁금할 만한 것들을 다뤄준다. 한 챕터의 분량은 길지 않고 핵심을 딱 추리면서도 알려줄 건 다 알려준다. 잡지와 신문 지면에 연재했던 특성이 책에도 반영된 듯 하다. 연구 성과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과 지식은 이교수의 몫, 문장의 명료함과 전달력 있게 (특정 전공 분야임에도 어린 학생들도 무리 없이 볼 만큼) 쉽게 정리된 것은 아마도 과학동아 편집장이던 윤기자의 몫이었던 것 같다. 좋은 공저자다.ㅎㅎ
1장 원시인은 식인종? : 인류 일부가 특정 공간 특정 시점에서 식인 행위나 풍습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나, 극한의 위기나 상징적, 문화적 행위(적에 대한 복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도)로 실시했을 뿐 ‘식인종’이라 할 만한 주식으로서의 식인은 없었다.
2장 짝짓기가 낳은 ‘아버지’ : 일대일 파트너가 아닌 유인원에게 ‘어머니’개념은 있지만 ‘아버지’개념은 없다.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인간 수컷은 다른 종보존 전략(다수에게 씨를 뿌린다든가…)보다도 한 암컷을 지키고 그녀가 낳은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이 종보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에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3장 최초의 인류는 누구? : 응, 아직 몰라. 아마 계속 모를 수도. 고인류학이야 말로 귀납적 가설이 뒤집히고 뒤집히는 반전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학문 같다. 이전의 가설을 뒤집을 만한 화석이 발굴되면 그동안 정설로 알려진 것이 후다닥 뒤집히고. 그 덕인지 저자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유연성을 기르게 된 것 같다.
4장 머리 큰 아기, 엄마는 괴로워 : 인류가 진화할 수록 머리는 점차 커졌는데, 직립보행을 선택하면서 골반과 산도는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유인원은 혼자 셀프로 제 새끼를 받는게 되지만 인간은 누군가 아기를 받아 줘야 하고-그리하여 사회적 인간의 탄생!
5장 아이 러브 고기 : 원시인 여럿이 석기를 들고 매머드를 때려 잡고 만화 고기 뜯는 이미지는 사실 엄청 최근의 모습이고, 육식 시작 초창기에는 겨우 1미터 남짓의 불쌍한 꼬마 같은 인류가 다른 육식 동물이 뜯어먹고 남은 사체의 뼈와 두개골을 돌로 죽어라 부숴서 골수 빨아 먹으며 연명했다. (상상하니 너무 불쌍하다.) 그런데 골수는 지방 듬뿍이라 먹다보니 애들이 에너지도 많이 섭취하고 뇌도 똑똑해지고 덩치도 커져서 나중에는 진짜 매머드도 때려잡게 되었다. 그치, 시작부터 창대한 것은 없다.
6장 우유 마시는 사람은 ‘어른 아이’ : 유당 불내증은 질환이 아니다. 락타아제는 모유 먹던 아기만 형성하다 젖 떼면서 사라지는게 일반적이었는데 돌연변이 일부가 성인 되서도 젖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 뿐이다. 유목이 먼저냐 돌연변이가 먼저냐(DNA분석결과 목축 낙농업이 먼저다. 문화가 진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미쿡애들이 우유 마시는게 쿨한 것처럼 광고해서 우유 못 마시면 촌스럽고 덜떨어진 거 마냥 여기게 됐지만 사실 우유 마시는 어른은 엄청 인공적인(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일이다!!
7장 백설공주의 유전자를 찾을 수 있을까? : 피부색과 멜라닌. 털 달린 사자 같은 육식동물과의 경쟁을 피하려고-걔들 낮잠자는 무더운 한낮에 사냥-더우니 털 없는게 낫지-털 없으니 피부암 위험!!-멜라닌 색소 형성으로 검은 피부(초기 인류는 검다)-고위도로 이동하며 검은 피부가 비타민 디 형성 방해!-다시 하얘집니다…(흰 피부는 5000년 정도 밖에 안 됐댄다…)-참고로 유럽 애들이랑 동아시아 애들이랑 피부가 밝게 만드는 유전자가 다르댄다...각자 다른 경로로 하얘진거다...
8장 할머니는 아티스트 : 인류의 수명 증가, 노년층은 정보 전달자이자 예술이 꽃필 수 있는 기반+손주 돌보는데 힘을 보태어 자손의 번성도 도움
9장 농사는 인류를 부자로 만들었을까? : ‘사피엔스’에도 나오는데 수렵 채집 시절의 인류보다 농업 시대 인류가 죽도록 일하고도 기아에 시달리기도 함. 골고루 아무거나 처먹고 적당히 생존하던 인류가 농사 망하면 다 죽음...ㅠㅠ영양 섭취도 불균형해짐…
10장 베이징인과 야쿠자의 추억 : 베이징 원인의 화석은 (다행히도 정교히 복제된) 모형만 남기고 실종, 이교수에게 왠 일본인이 야쿠자 행사에 그 실종된 화석이 등장할 예정이라는 첩보를 주며 같이 잠입하자! 했는데 이교수의 지도교수가 위험하다고 절대 안 된다고 해서 포기.
11장 아프리카의 아성에 도전하는 아시아의 인류 : 모든 인류의 시작은 아프리카 기원론(완전 대체론)이 대세이다 최근 비슷한 오래된 시기의 아시아 화석이 발견되어 다지역 연계론(인류는 각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도 힘을 얻고 있다.
12장 ‘너’와 ‘나’를 잇는 끈, 협력 : 네안데르탈인 조차 다쳐서 홀로 살 수 없는 사람을 동료들이 먹여 살리며 노년까지 부양한 흔적이 화석에 남아 있다. 인간은 약하니까 서로 도왔겠지. 이기적 유전자설. 그러나 저자는 단순 생물학적 이익이 아닌, 더 넓게 남을 생각하는 협력과 이타심을 인류가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심한 근시안인 자신이 그 먼 시절 태어났더래도 살아남았을거라며. 훈훈.)
13장 ‘킹콩’이 살아 있다면 : 거족, 거인에 대한 원형으로 추정되는 기간토피테쿠스(대형 유인원, 아마도 인간과 경쟁하다 사라짐. 사라진 그들이 남긴 뼈를 현생인류가 용뼈라며 소비 중…...미안해…)
14장 문명 업은 인류, 등골이 휘었다? : 이족 보행으로 얻은 이익과 요통, 관절통. 두뇌가 먼저 커졌다는 설에서 연구 결과 아무래도 다리가 먼저 발달했다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15장 가장 ‘사람다운’ 얼굴 찾아 반세기 : 고인류학자 리키 집안(부부-그의 아들-아들의 부인과 딸)의 인간다운 고인류 화석 찾기 반세기. 퀴리 집안도 생각나는 한 분야 파기 가업
16장 ‘머리가 굳는다’는 새빨간 거짓말! : 인간의 큰 두뇌. 일부만 사용한다는 건 거짓말. 아이 때 형성되고 땡이라는 것도 거짓말. 넓은 사회성과 큰 두뇌의 연관성(그렇다면 히키고모리 내 뇌는 점점 쪼그라 들고 있을 수도…)
17장 너는 네안데르탈인이야! :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사피엔스 종이랑 싸우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족했다는…) 최근 유전학 발전과 함께 아닌데? 현생 인류에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몇 퍼센트 남아 있는데? 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18장 미토콘드리아 시계가 흔들리다 : 돌연변이에 일정 주기(걸리는 기간)가 있다고 믿고 그에 따라 연대 추정을 했었는데 (중립 이론) 알고보니 그 딴 것 없고 불확실성의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 그 동안 일정하다고 여기고 계산한 것 다 엉터리일지도…) + 쓰잘데 없다고 믿었던 수많은 비암호화 DNA도 삶에 영향을 준다. 미토콘드리아 DNA도 핵 밖에 있지만 역시 인간 삶과 번식에 영향을 준다.
19장 아시아인 뿌리 밝힐 제3의 인류 데니소바인 : DNA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리적인 증거인 화석이 충분히 발견되지 않아도, 조그만 뼈조각 하나로도 고인류종의 존재 증거가 된다. (그 중 한 예가 데니소바인. DNA로만 존재 증명한 고인류종)
20장 난쟁이 인류, ‘호빗’을 찾아서 : 인도네시아 플로렌스 섬에서 발견된 작은 인류 플로렌스인. 다양한 초기 인류 출발 지점의 가능성
21장 70억 인류는 정말 한 가족일까? : 인종 개념의 허구, 아프리카 기원론의 문제점, 비슷한 이유로 반대 주장인 다지역 연계론도 지닌 문제점(어쩌라고…)
22장 인류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 식생활 문제나 질병 이야기하는 주장들을 보면 현대 인류의 생활패턴은 바뀌었지만 신체는 여전히 석기 시대 인류와 같아서 어쩌구...하는 걸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었는데 어, 그게 아니랜다. 문화와 문명도 진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하긴 요즘 애들이 우리 때보다 키 엄청 커짐…)인구 증가, 인류 집단 간 교류, 의학 발달, 인류 다양성 그 자체로 인한 지역성 증가가 진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저자는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인류가 워낙 많아지고 여기저기 방방곡곡 살다보니-고산 지대 살다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고산병에 적응하는 유전자가 생겨났다 뭐 이런…)
진화 라는 말 자체만 보면 뭔가 더 나아지고 위대해지고 이럴 것 같지만, 과학에서 진화란 철저하게 중립적인 의미이고 그저 변화, 적응과 관계된 것이라고 저자는 부록에서도 거푸 강조한다.
두 저자의 맺음말을 읽고, 부록1에서 진화에 대한 간단 속성 정리(여기서도 재차 언급되는 것을 보니 빠른 시일 내에 ‘종의 기원’을 보긴 봐야 겠다는 생각…이러고 또 몇 년 묵힐 듯), 부록2에서 이 책에서 다룬 고인류의 계보를 역시 초간단하게 (추정)시간 순으로 다룬다. (사실 이렇게 압축적이니 더 어렵다…)
아, 뭔가 유익했다, 뿌듯하다, 하면서 나중에라도 생각나라고 나름 대강대강 정리해 봤는데...아마 나중에 이 글만 봐서는 뭐라 하는지 하나도 모를 것 같다. 이 책은 두고두고 나중에도 읽어 보고 싶다. 딸아이(만7세)에게도 야 너 크면 읽어 봐 재밌다 아주. 이러고 있다. 끝.
P.S. 고인류학 분야에서도 성별 편향성이 존재하고, 이를 인식한 저자는 개선을 위해 책 속에 동봉된 이 엽서(알라딘은 모바일에서는 사진이 안 들어가네...인류 진화의 모습을 여성으로 그려 둠)를 인근 박물관에 보내 보자, 고 제안한다. 내용도 좀 예시로 자세하게 써주시면 보냈을텐데...”인류 진화사에서 지워진 주인공을 되찾아 주세요-“ 이건 너무 모호하잖아. “왜 박물관에 원시인 중에 열심히 매머드 때려 잡는 남자들만 잔뜩 그려놨어? 여자 어디갔어? 응? 공평하게 그려 좀!” 뭐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