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듀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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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SF는 거의 읽은게 없다. 잘 모르는 여러 작가가 모여 옴니버스?식으로 낸 소설집들은 소설의 결과 편차가 커서 택해서 읽는 게 약간 도박 같다. 그래도 한 두 작가 정도는 건질 때가 있었으니 또 읽었겠지. 일단 장강명은 아는 작가니 그거 믿고 펼쳤다.

제대로 SF 읽어 본 적 없지만 이 책 읽으며 느낀 SF소설의 특성은- 한계의 소설, 규칙(과학 이론, 법칙)의 소설, 가능성(규칙 안에서 한계를 넘는)의 소설, 우화적 소설이라는 점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마션이랑 아르테미스도 읽었었다. 하하. 아예 안 읽었던 건 아니네.

생각하고 보니 아, 아주 어릴 때, 거의 일고여덟아홉살 쯤에, 아버지가 어디선가 얻어다 준, 그 때 이미 누렇게 삭아 톡 쳐도 먼지나고 부서지고 낱장이 뜯겨져 나가던 SF전집이 있었다. 다는 아니지만 그 중 몇 개를 분명 읽었었다. 기억 나는 게 눈보라(백설)의 공포, 로봇 머신 X는 확실히 읽었었다! 검색해보니 집에 있던 그 먼지 조각 같던 전집은 아이디어회관의 SF세계명작(혹은 그 해적판) 이었던 것 같다. 
다 잊어버렸던 그 바탕이 이 책을 펼치게 했던가. 결과는. 

장강명-당신은 뜨거운 별에. 금성
금성으로 (뇌만) 간 냉철한 여성 과학자, 그녀를 구하기 위한 딸의 현대무용과 동성 혼인식, 이를 자본주의 첨단에서 중계하고 광고 수익을 얻으려는 매스미디어, 예측 가능하면서도 쉽게 읽히고 이미 익숙한 장강명 문법이라 그냥 저냥 잘 봤다. 
최근 읽은 윤이형 ‘굿바이’, 김성중 ‘화성의 아이’ 이런 것도 생각났다. 여성, 모녀관계, 의식만 옮겨가는 것, 거기에 추가된 아이디어라면 뇌자극으로 조종되어 자기의지라는 것이 무력화 되는 것에 대한 저항?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 열린 결말은 흐지부지인 느낌이라 개운하진 않지만 뭐 그 뒤에 구구절절 탈출 성공 실패 여부를 나열하는 건 완성도에 도움이 안 되니 장강명식 영리한 선택이다. 

배명훈-외합절 휴가. 화성
음. 이 소설 읽는게 제일 힘들었고 그래서 대여기간 다 잡아먹어서 남은 두 편을 밀린 숙제 보듯 몰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많이 원망스럽다. 할 일 다 제끼고 남은 소설 충분히 음미 못 하고. 이 글을 견뎌야 했거든.)
화성의 빠른 달, 지구와의 식민지-제국(?) 지배력 알력 싸움, 여전히 견교한 관료제. 
말로는 공간이 존재 형태를 지배한다고 말하고, 그래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먼 둘 중 어느 시기에 선거를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면서도 서술은 전혀, 오히려 인간은 어디가나 비슷하고 조건에 지배받고 관료제 하에 정치 권력 싸움 하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설정을 뿜뿜 풍기고 있었다. 그러다 바보같이 다 자폭...끝...허무하고 종말론적이었다. 
스토리나 설정이나 구성의 불만은 작가의 세계관이 그렇다, 하면 그렇다치더라도, 제일 안 읽힌 가장 큰 이유는 문장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러나 물론’뭐 이런 식으로 접속사를 중복시키거나 남발하고, 문장 안에 부사 같은 군더더기가 너무 과도하고, 대화체가 서로 주고 받는데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장면 전환도 너무 뚝 떨어져 이동해 버리고, 정치나 세계 묘사의 어휘가 좀 문학적이지 않고 신문 시사면 정치면 한자어들 막 남발하는 것 같고(그러면 뭔가 있어보이는 듯...그러나 가독성 엄청 떨어지고…)... 원래 못 쓰는 사람이거나 퇴고가 아주 많이 부족했다는 느낌이었다. 

나름 반성한 부분은 있다. 나도 독후감 쓸 때 퇴고 안 하고 군더더기 막 붙여서 대충 올리지! 그건 내 글을 읽기로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 없음이야!! 퇴고가 생명이다!!!(그러면서도 아마 일기 쓰듯 이번에도 퇴고 안 하고 올릴지도 모른다...나란 새끼 반성만 하고 달라지지 않는 몹쓸 새끼…)

김보영-얼마나 닮았는가. 토성의 위성 타이탄. (원래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로 가던 중…)
앞 소설에서 입은 내상을 그나마 중화시킬 만한 문체와 문장과 구성이라 다행이었다. 인간과 유사해진AI, 외형과 감정을 갖게된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 혐오, 인간처럼 대하게 되는 마음 등은 프로메테우스나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나온 애쉬, 비숍과 오버랩되면서 흥미로웠다. 
그러나 온갖 폭력적 남성성(쓰레기성)의 압축체 같은 강우민의 존재가 너무 두드러지게 그려지고 절대악 수준의 평면적 인물에 권선징악 수준의 인물 제거...까지 조금 작위적인 느낌이었다. 게다가 설마 설마 했는데 갑자기 젠더 감수성을 푹 떠 먹이는...부분에서는...아 나 사실 Sci-Fi아니고 Sexism-Feminism이야 하고 커밍아웃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좀 무리수 아니냐...하는 나는 여전히 (머리로만 알고 공감은 못 하는, 무서운 언니들이 무서운 말로 비하하는)젠더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너무 괜찮은 남자들도 많이 만난 극히 예외적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일말의 가능성을 가지고 계속해서 구호품을 보내려는 의지는 나름의 휴머니즘 같긴 했다. 

듀나-두 번째 유모. 해왕성의 위성 트립톤. (거기에 화성과 지구의 사정.)
듀나라는 이름만 들어보고 그녀? 그? 그 존재?의 글은 처음 읽어 봤다. 이 소설집 기획을 한 사람이라 했다. 뭔가 내가 보고 읽은 것의 몇 백 배 되는 영화와 책을 섭렵했을 것 같은 느낌이 글 곳곳에서 비겨져 나왔다. (얘야...대부분의 작가가 그럴걸…) 나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이 글에서 온갖 곳의 다양한 신화, 사우론, 사도, 성경책 따위의 영향을 조금씩 느꼈을 뿐이다. 
각 행성을 엄마라 부르는 인격신(이라기엔 어색하지만 이미 호칭이 그러하니)의 어떤 계획이나 의지 같은 것으로 표현하고 거기에 속해 살아가는 아이들(인류 또는 초인류)의 모습을 그린 것, 아버지라는 절대 악(분노, 파괴, 전쟁, 살육, 자기 중심성), 아이들을 위해(혹은 세계의 유지를 위해) 자기 희생 하는 두 유모 가을과 서린(에일리언 3인가에서 용광로에 자기를 던지는 시고니 위버 같은 자기 파괴적 여전사?), 거기에 뭐 대지의 여신이니 자식 잡아 먹는 아버지 신이니 하는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인물 고유명사나 비행체, 우주 내 인공 구조물? 같은 것의 명칭에 콩나물, 다리, 거미, 가을, 풀잎, 연두, 보라, 샘물, 수리매, 온갖 한글말들을 쓴 게 인상깊었다. 그런데도 하나도 안 오글거려, 신기해,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내공이 느껴졌다. 

그치만 너무 거대한 범위로 확장된 세계관, 건축물 이상을 벗어나 우주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듯한(뭐 겨우 태양계 내인데 그래도 내 한계를 아슬아슬 벗어날 듯한…) 거시적 구상은 나한테는 버겁다. 그럭저럭 오,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머리가 좋구나, 영리하구나, 하지만 그 이상 오, 더 찾아 읽고 싶어, 까지 가기엔 조금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기회되면 뭐 또 읽겠지만 오오!! 또 읽을래!! 책을 더 내놔!! 여기까지는 못 가겠다. 너무 똑똑하면 배 아프거든…)

좀 쉬었다가 올해 안에 집에 재고로 보유된 어슐러 르귄 책들이나 한 번 봐야겠다. SF매니아는 못 될 것 같은데(타고난 문돌이거등요...머리 아프면 싫거등요...자기들끼리 아는 말로 과학적인 척 하면 화나거등요…) 그래도 가끔 보면 사고 전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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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2-11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공돌인데도 SF가 별로예요. 사이언스도 좋아하고 픽션도 좋아하는데 뭉쳐놓으면 아웃 오브 취향.....
된장도 좋아하고 초콜릿도 좋아하지만 된콜릿은 안 좋아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심정으로다가.....

반유행열반인 2019-02-11 12:46   좋아요 1 | URL
저희집 공돌이는 만화책이랑 그래픽 노블(...스즈미야하루히?그런 넌 왜 3D인 나를...)만 보는 걸 보면 전공은 독서 취향에 큰 상관 없나 봐요. 공돌이인 syo님이 맑스랑 철학을 파고 문돌이인 제가 자꾸 과학책을 사(모으고 안 읽)는 걸 보면...
 
체스의 모든 것 Everything About Chess K-픽션 16
김금희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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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7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딱 한 편 읽어 봤었는데 이제 두 편째 읽어 본 김금희.
국화, 노아 선배, 나(영지), 셋이 만드는 관계의 감정과 긴장. 
국화는 뭔가 필용이가 좋아했던, 누구지 이름이 기억 안 나, 아, 양희랑 많이 비슷한 느낌이었다. 구조도 사실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 때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렇더라, 그런데 또 그 때 감정이 이렇게 달라져버렸더라 이런 것. 
지금도 늙은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어릴 때는 그 순간들이 지나가면 다시 못 올 것이다 잊혀질 것이다 하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아주 가까운 과거 조차 이제 그 때로 다시 못 가지, 이 순간도 지나면 잊겠지, 그 때처럼 또 지금처럼은 다시 못 살겠지, 또 달라지겠지 하면서 회한에 젖는 날이 많아졌다.  
구질구질 징글징글 집요하게 써 놓지 않으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사소한 것들을 써 놓은 것들을 좋아한다. 그걸 또 이렇게 잘 써 놓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첫 편 읽었을 때는 그냥 그래 그랬는데 두 편째 읽으니 좋았다. 최은영도 그랬는데 김금희도 그래서 소설집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집에 있는 꼬맹이가 체스를 두자고 하면 나랑 둘 때는 같이 놀아주는 것만도 황송해 에프엠으로 하고 그러면 나는 가차없이 왕을 쓰러뜨려 버리고 그랬는데. 왕이 잡히기 직전/무승부/기권 이렇게 승패가 갈린다는 건 처음 알았다. 노아 선배가 그렇게 억울해 할 만도 했겠다. (나라 이름 대기 할 때 오스트레일리아랑 오스트리아 말한 걸로 했던 거 또 했다고 졌다고 지적한 다른 애한테 흥분해서 대들던 초딩 때 그 기분 같았을 것 같다.) 
꼬맹이가 아빠랑 둘 때는 온갖 변칙룰을 두고 결국 자기가 이기고 득의만만 의기양양 즐거워 한다. 나랑은 이제 놀자고도 안 한다. 내가 주지 못 하는 행복을 생각한다. 내가 주는 불행을 생각한다. 그러면 슬픈데도 자꾸 잘못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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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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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배준

 책을 고를 때 어떨 때는 그 때의 절박한 소망을 반영하는 제목을 택하기도 하는 것 같다. 뭐 아무튼 괜시리 심란했겠지. 조금이나마 웃고 싶었겠지. 전자 도서관에서 시트콤을 빌렸을 때는.(정작 이 책 읽을 만큼 정신 들었을 때는 또 아무렇지 않았다.)
자음과 모음 경장편소설 공모전 당선작이다. 공모전 당선 장편들 중에는 은근 실망스럽거나 용두사미인 경우도 많이 봐서 내심 이번에도 그럴까 싶었는데. 
역시 첫 장부터 작위적인 느낌에 이번에도 참고 읽어야 하나 싶었다. 첫 장은 사실 약과 수준이었고 결말 부분이 정말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장점을 건질만한 것이 있어서 다행?인 부분도 있었다.

핵심 서사와 갈등은 전교 1등 이연아가 서울대에 가라고 강요하는 폭압적인 엄마와 세우는 대립각이다. 연아는 하루 저녁 가출해서 찜질방에서 하루 자는 동안 엉뚱한 자동차에 태워졌다 다시 돌려 놓아지고, 자동차에 치었다가 살아나고, 주인 잃은 개를 찾아주고, 집에 돌아갔지만 엄마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학교에서 설사에 시달리다 담배도 피워보고, 선생도 패 보고, 엄마의 불륜도 목격하고, 자살 시도도 해보고, 그러다 화해하고 끝난다. 얼핏 써 놓고 보니 온갖 걸 다 버무려놓고 개막장인데 실제 상황 자체가 개막장 개노답이다. 곁가지 이야기들은 연아와 스쳐지나가거나 의식하지 못한 채 영향을 주고 받는 작은 에피소드들인데 일부는 결말에서 문제 해소에 쓰이고 일부는 그저 스치는 이야기로 쓰인다. (아빠 차 몰고 나온 중등 동창, 원조교제녀와 예비 학생회장과 나쁜 아저씨, 개 주인 아저씨, 탁자 밑 두 커플, 말이 안 통하는 물리 선생 등등등)

첫 장에서 상담실에 사람들이 배경처럼 몰려들고, 바깥에서는 변태와 멧돼지 출몰 등 소동이 언뜻 언급되고, 생매장 당할 뻔한 나쁜 아저씨가 굴러떨어지고, 이것이 나중에 그럭저럭 써 먹어지는 것은 나름 소설적 구성을 하려는 시도로 보여 긍정적인 부분 같다. 대부분이 우연한 마주침이나 우발적인 사건 발생이지만 그것이 서로 이어지고 영향을 주도록 이으려는 시도 자체가 작가가 애쓴 부분이고. 좋게 보면 창문을 넘어 도망간 백세 노인마냥 유쾌하게 실소 할 수준으로 보아 넘길 속도감도 있었다. 

가장 공들여쓴 듯 하고 그래 뭐 완전 엉망은 아니네 할 부분은 연아가 차에 치여 날아가며 주마등을 보는 장면을 달에서 관조하듯 그린 장면인데, 여기는 오 잘 썼구만, 그래 그래 상 줄만하네 하고 끄덕였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고 그 이후에 아무렇지 않게 편의점 가서 피 닦고 집에 가니 엄마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 이후로 아무런 후유증에도 시달리지 않고 이대로 살지 않겠네 어쩌네 대오 각성한 것 마냥 해놓고 정작 주인공은 거의 달라진 게 없는 듯 해서 (기껏 다짐한게 자퇴할래! 엄마 뜻대로 살지 않을거야!라니!!!) 정말 실망스러웠다. 
엄마한테 김치 싸대기 맞는 장면이나 엄마가 불륜이면서도 하필이면 에스엠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기존 한국 아침드라마나 미드(위기의 주부들)같은데서 봤던 너무 강렬한 장면들이라 아, 이건 좀, 하면서 손발을 펼 수가 없었다. 특히 엄마 캐릭터가 거의 절대악 수준인데 또 마지막에는 그 엄마가 히어로 수준의 힘을 발휘하고 전혀 입체성이 없을 듯 해서 비현실적이던게 아예 180도 전환하니 그건 그거대로 비현실적이었다. 하필 엄마를 발암캐로 만든 거니…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그랬다. 제목을 시트콤으로 붙여 놓으면 그래 그냥 속도감 있게 가독성 읽게 잘 읽고 한 번 웃고 가면 되지, 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나름 애써서 시트콤 흉내내듯 그러면서도 은근 진지한 삶에 대한 시선을 그려내는 듯 표현하려 애 쓴 것 같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잘 쓴 장편 만나기나 장편 잘 쓰기 모두 어려운 일 같다. 제목만 보고 혹해 봤자 문제 해결은 커녕 기분 전환마저 못할 때도 많은 것 같다. 그냥 작은 장점들에 만족하면 그냥저냥 일 것이고. 왜 명작이 아니야!!라고 외칠 거라면 그냥 고전을 읽으면 될 것이다. 신인작가니까 뭐 아예 가망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좋은 부분도 약간이나마 있었으니 앞으로 더 잘 쓰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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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2-10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하는 <하나뿐인 내편>에 나오는 왕가네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캐릭터로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이 할머니의 치매 발작이 현실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 할머니가 주인공(유이 분)과 그녀의 아버지(최수종 분)를 대놓고 좋아하고 감싸주는데, 저는 별로였어요. ^^;;

반유행열반인 2019-02-11 18:3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진짜 시트콤이나 드라마는 원래부터 기대치가 낮아 그런지 막장의 용인도가 높은 편인데, 소설에는 더 엄격해 지는 것 같아요 ㅋㅋ(너무 꼰꼰해지는 듯 ㅠㅠ)
 
귀여운데 오싹해 심해 생물
소니시 겐지 지음, 정인영 옮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감수 / 아울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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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4 소니시겐지

귀여운 만화랑 삽화로 도감 구성을 한 일본 과학책이 꽤 많다. ‘비커군과 실험실 친구들’ ‘왠지 이상한 동물 도감’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 특징은 만화 퀄리티는 좀 떨어지는데 그럭저럭 귀여움, 아즈망가 대왕 마냥 짧은 컷 구성, 책 구성 역량에 따라 만화에 정보를 잘 넣거나 거의 안 넣었거나(...후자는 옆에 긴 설명글 처리...그런 건 애들이 잘 안 봄)
반짝이랑 말랑이란 해파리 둘이 다양한 심해 생물들을 만난다. 아마도 우리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물렀을 이상하게 생긴 생물을 잔뜩 구경했다. 책이 짧아서 금방 본다. 초등학생도 재미있게 봤다. 
-심해에서는 검은 색, 붉은 색이 잘 안 보여서 검은 색,  붉은 색을 한 동물이 많다. (붉은 빛을 볼 수 있어서 붉은 광선을 쏘고 먹이를 찾는 특이한 애들도 있다.)
-물그림자 때문에 적에게 들킬까 봐 빛을 내서 숨는 카운터 일루미네이션이란 기술을 쓰는 애들이 많다. 주로 파랑빛을 낸다고 한다. 
-일본 책은 대부분이 세로쓰기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알고 나서 보니 컷 구성이랑 한국어 식자가 어색한 이유를 대강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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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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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윤이형
계속 읽어봐야지, 하다가 윤이형의 이상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나서야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잘 쓴 소설 읽으니 좋았다. 샘도 나다 좋다 했다.

대니-노인, 인공지능, 육아의 고달픔, 온갖 것을 섞어 써도 잘 쓰면 된다. 헬렌 올로이도 생각나고 한 스푼의 시간도 생각나고.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적인, 인간의 감정을 더 잘 읽는다는 점에서는 초인간적인 존재는 오래된 인간과 어린 아이 모두를 사랑해 줄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는 엄청 낙관적인 미래관 같다. (그래서 인간은 더 슬퍼질 수 있다는 것은 별개로.)

굿바이-화성의 아이가 언뜻 떠올랐다. 여기서도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가 될 기회를 갖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드러나는 불평등, 제목 때문에 꽤 슬픈 결말이 될까 걱정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서 뭐.

쿤의 여행-쿤에 내가 기생한 건지 쿤이 내게 기생한건지. 자라지 않은 나의 회한. 가입하지 못 했던 연극회활동. 자라지 못한 채 죽은 아버지. 이 소설 말고도 은근 열 다섯 살 짜리가 많이 나온다. 집에 사춘기 소년소녀라도 키우는건가.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랬다. 그게 내가 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눈을 깜빡일지,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지조차 나는 알 수 없었다.” 

루카-게이 서사의 또다른 형태. 제대로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사랑한다고 믿었다가 다시 그 사랑을 잃어가는 것을 느끼는 것. 루카와 딸기가 그렇고 루카와 아버지가 그렇고. 액자 이야기 같은 루카와 딸기의 시나리오. 아버지가 루한을 찾아가는 이야기. 
“어떤 일들은 그저 어쩔 수 없고 어떤 일들은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으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살 수 없다. 그저, 그럴 수 없다. 삶이라는 이름의 그 완고한 종교가 주는 믿음 외에 내가 다른 무언가를 믿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 믿음을 지켰고 너를 잃었다. 그 사실이 가끔 나를 찌르지만 나는 대체로 평안하다.” 

러브 레플리카-마음이 아픈 사람들. 그 아픔 때문에 남을 자신인 양 만드는 사람. 엑스 저팬 노래 중에 이런 곡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핍-핍과 얀. 어른이 사라진 세계. 어른을 대체하지만 제대로 대체하지 못하는 고통. 망해가는 세상. 잃어버린 사랑.  숫자가 바뀌는게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검색하다 어떤 블로거가 알아냈다!!해서 오, 하고 들어가보니 뭔지는 안 밝혀놔서 치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좀 알려주세요. 
캠프 루비에 있었다-외우주 행성 개척 중인 사람들. 진우와 린. 모두를 구하지 못해 절망하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한 소년. 남의 마음이 들리지만 왜 그들을 살려둬야 하는지 죽이면 안 되는지 답하지 못하던 소녀. 소년과 소녀. 사랑의 확인. 고통의 공감과 함께 사라지지 말라고 절규하는 소녀.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 우리 곁의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을 뿐이지. 오래전 그의 동료 한 명이 스스로를 위로하듯 던진 말이 졸음 속으로 끼어들었다. 죄책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우리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것을 주어야 해.” 
“자신이 읽은 과거의 다른 마음들이 가르쳐준 문장, 사람은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없어를 그는 몇 번이나 쓰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사라지게 하지 마. 이 바보들아. 사라지지…… 마. 가! 가서 살아. 어디든.” 

엘로-마법사였다가 조약돌 공예를 하게 된 주인공과 엘로. 고양이의 죽음. 엘로와 마법사 양피지는 뭘 비유한 걸까. 캠프 루비랑 겹치는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남의 작은 고통이나마 덜어주고 소소한 행운이라도 주려는 마음. 그것을 할 수 없을 때 떠난 여행. 거기서 만난 동료. 퀘스트. 모험. 빗방울을 꿰어 파는 것은 소설에 대한 비유가 될 수도. 남의 고통으로 돈 벌기. 그에 대한 가책. 대신 돌을 갈아 팔기. 약간 청소년 소설이나 위저드 베이커리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의심에서 벗어나려는 마법사는 다음 세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첫째, 행복한 사람 한 명의 피를 유리병에 가득 담아 충분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것
  둘째, 나무를 베는 사람들이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할 것
  셋째, 내리지 못하는 빗방울 언덕으로 가서 거기서 얻은 것으로 4천 함펜을 만들 것
되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라지는 것만은 아니다”- 양피지 퀘스트.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 못 하고 끝난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나. 

해설의 제목이 ‘가망 없는 세계의 사랑’인 건 매우 적절해 보인다.
‘인간에게 생명(삶)이란, 사람들 사이에 머문다는 것을 의미하며, 죽음은 사람들 사이에 머물기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던 한나 아렌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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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2-01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전까지 어떤 명절 보내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올해는 이것저것 끝내주게 행복한 명절 되실 거예요!!

2019-02-02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