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양장 한정판)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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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0190923 야마구치 슈
제목만 보고, 전자도서관에 길게 선 예약 대기 줄을 보고 따라 섰다. 세 달 넘어서야 내 차례가 되었다.
철학 교양서 같지만, 저자는 철학자가 아닌 컨설턴트이고 철학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자기계발서이다. 사실 테츠가쿠 붙이기도 민망하게 책의 많은 내용이 철학 뿐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특히 사회 심리학), 경제학 등등 온갖 학문의 이론을 가져다 놓았다. 철학 만으로는 50개 항목을 채우기 힘들었나보다. 강준만이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를 7권까지 냈고 나는 그 중에 생각의 문법만 봤는데 책 구성은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결심한 게 있는데, 무기, 망치, 도끼 등의 제목 붙인 책은 앞으로 거른다. 도구화, 실용화의 허점이 있다. 벽돌을 들어다 못을 박는 시도는 임시방편으로 할 수 있겠지만 그 벽돌 깨지고 파편에 다칠 수 있다. 완벽한 이해는 못하고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완전히 오해하고 오용 남용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이런 책을 보면 틀려도 그게 틀린지 모를 위험이 있다. (난 의심이 너무 많아 ㅜㅜ)

그래도 책을 읽는 효용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기업 경영이나 실무 측면에서 철학이나 제반 사회과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갖다 붙이는 게 나름 재미있기도 했다. 간략한 철학자와 사상 소개나마 읽는 동안 전혀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철학을 제대로 모르지만 저자가 완전 사기치고 하나도 모르는 소리를 쓴 것 같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폭넓은 독서와 컨설팅 경험에서 얻은 사례를 통해 자기가 이해한 수준에서 다양한 사상과 이론을 풀어놓았다. 물론 참고 문헌은 제대로 달려 있지 않아 저자가 원전을 읽었는지 온갖 입문서를 섭렵한 결과물인지는 알 길이 없다.

예상과 달랐지만 항상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관심을 뻗어 보는 것도 사고를 자극하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제목으로 낚시하는 건 속는 걸 너무 싫어하는 내게는 데미지가 크다. 사양한다. 차라리 세상을 꿰뚫는 이론, 사상, 직장인을 위한 철학 뭐 이런 제목이면 배신감 덜하겠지만 그러면 나도 볼 일이 없었겠지?

+간략 밑줄 긋기
-얼굴을 본다면 할 수 없을 잔인한 일들에 대한 소설을 봤었는데 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죽일 수 있는 것은 타자의 얼굴을 응시하지 않는 경우뿐이다.’(레비나스)

-이건 뭔 개소리야? 했는데 일본 새학기가 4월 시작이라고 한다. 난 12월생이라 기분 나쁘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구가 있다고 하는데도 납득 안 된다.
‘확실히 아이의 성적이나 운동 능력이 높아지는 출산법이 있다. 바로 4월에 아이를 낳는 것이다.’

-의외의 깜짝 사실. 일본에 같은 동요가 있다는 것도 함께 놀란.
동요 〈주먹 쥐고 손을 펴서〉는 루소가 작곡한 작품이다.

-뒤에 부분의 말은 잊고 안 퍼 왔는데,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 좋았다.
‘세상은 공정해야만 하는데 이 조직은 공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직은 도의적으로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조직에 원한을 품게 된다. 이는 테러를 일으키는 심리 과정 그 자체다.(멜빈 러너, 공정한 세상 가설)

-자꾸 이상한 쪽으로 회의하게 된다. 결정론적 세계, 자유의지 부정, 계획한 건 항상 어긋나게 되어 있어. 무계획이 계획이야. 세상은 내가 아닌 소수의 사람들이 움직여. 흑흑 이런 마음 말고 아래의 말에 감탄하며 눈을 빛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만 안 되겠지.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남에게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엘런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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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 소설가가 되는 길, 소설가로 사는 길
박상우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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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2 박상우
소설가 지망생이나 신인 소설가 대상의 일종의 정신교육서?잠언집 같은 책이다.
대체로 훈장님 훈수 같고 반복되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지만 연륜 넘치는 도움될 이야기도 많았다. 30년을 한 길 만 걸은 사람의 자부심과 연륜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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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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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0 앤드루 포터

16일 만에 아이패드미니가 돌아왔다. 수리가 썩 잘 되진 않았는지 저혼자 터치가 눌리고 난리지만 일단 그냥 쓴다.
4인치 폰으로 전자책을 보니 눈에 잘 안 들어왔다. 그래도 딱히 할 일이 없으니 계속 읽었다. 큰 화면으로 돌아오니 좋다. 부품이 너무 입고가 늦어져 그냥 확 새 거 살 걸 보름 내내 그랬는데 막상 고친 기계 받고 나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수리비 13만원이나 들었으니 3년 이상 더 써야겠다.
박상우 소설가의 에세이? 훈수집? 같은 걸 읽고 있는데 추천 도서 30권 목록에 이 책이 있어서 반가웠다. 이야 나 이거 읽고 있는데. 여기 중에 7권이나 읽었네. 안 읽고 가지고 있는 건 8권있네. 하하호호 마저 읽어야지.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제목에 끌려 대출 예약 걸어놨는데 받아보니 소설이었다. 실린 소설 전부 1인칭 나의 시점으로 쓰여있다. 가족을 관찰하는 나의 이야기가 많다.
가족이 아니라도 연인, 부모나 형제자매의 연인, 이웃 등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사람에 대해 화자가 회고하는 식이다. 감출 것, 지금 보여줄 것, 나중에 보여줄 것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호기심과 긴장감을 잘 유지했다. 인물을 묘사하면서 관찰되고 있는 사람의 감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의 소회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어떤 느낌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고, 그러면 잘 쓴 소설이지.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괜찮았다.
마지막 판권에 편집인 명단에서 김봉곤 보고 혼자 반가워서 오오 하이루 곤이 열일 하는 사회인 소설도 잘 쓰고 계시죠 이 책이 문학동네 거였군 새삼 그랬다. 아 마지막 소설에 비문 있어요. 편집인들 뭐한 거에요. 떼끼.

-구멍
어린 시절 구멍으로 사라졌다 죽어버린 이웃 친구에 대한 회상이다. 기억나는 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다 마지막 고백 같은 꿈이야기로 덮어둔 일들과 죄책감 같은 것을 슬쩍 비춘다. 짧은 이야기라도 구성하기 나름이다.

- 코요테
성공하지 못한 영화인은 어딜가나 낭인 꼴을 못 면하네 싶다. 변변찮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연인, 떠나는 아버지. 왜 어떤 부모들은 애들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주나 싶다. 코요테가 바깥에서 우는 소리는 미국 애들한테는 익숙한가 본데 한쿡 사는 나는 겪어볼 수도 상상하기도 어렵다. 예전 같으면 동네 개 하나가 아우-하고 울면 다른 애들도 아우-우우우-하고 울었지. 집합주택 살면 그런 경험조차 어렵다. 그냥 남의 집에서 밤늦게 개가 짖거나 밥그릇 달각거리는 소리가 천장에서 들리면 아있ㅇ어리머아리백파아ㅓㄹ 하면서 화만 내지. 밤에 밖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생각한다. 가을밤의 귀뚜라미. 여름밤의 매미. 대형폐기물 수거하러 올 때 나는 큰 소음. 지금은 바깥에서 사다리차 오르내리는 소음, 인테리어하느라 무지막지하게 때려부수는 소리, 위층의 발소리 쿵쿵만 들린다.

-아술
교환학생인 다른 나라 청년 아술을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아내와 나 사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술은 동성애인이 있었고, 그와 싸운 뒤 침울해해서 아내가 아술을 위해 집에서 파티를 열어준다. 집은 난장판이 되고, 나는 무슨 충동인지 전화 걸어온 아술의 구 애인 라몬에게 파티 중이라고 오라고 한다. 그 결과는...피투성이. 머리 깨진 애 이미지는 뒤에 다른 소설에도 또 나온다.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이루어질 수 없었던 노교수 로버트와의 사랑과, 현재 배우자인 콜린과의 사이를 넘나들며 담담하게 회고하는 형식이다. 제목이 왠지 의미심장한데 읽고 나서도 왜 이런 제목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로버트와 내가 이어진 건 물리학 수업에서 주어진 터무니 없이 어려운 공식을 푸는 시험 이후였다. 그러니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로버트가 빛 콜린이 물질이라 그러면 너무 유치하고. 시간과 감정에 관한 이론 이래 버리면 너무 노골적이고. 사랑에 관한 이론 이러면 때려버리고 싶으니 역시 잘 지은 제목 같긴 하다. 나한테 영업 성공했으니.
읽으면서 이상하게 먹먹했다. 닿을 수 없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 신체 접촉 없이 그저 함께해서 좋은 시간. 서신 교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듣는 부고. 인정하거나 발설할 수 없는 감정. 나를 내가 되게 하는 사람은 곁에서 멀고 내가 함께 지내야 할 사람은 나를 종속물 내지 그저 거기 놓인 것으로 만드는 현실. 거기서 생기는 간극.
마지막에 과거의 어느 밤 홀로 있는 장면을 풀어 놓으며 마무리하는게 진짜 여운이 남았다. 미래가 될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것 같았다. 헐벗고 남의 이불 속에 홀로 누워 오지 않을 누구를 기다리다 체념하는 그 마음을 왜 알 것 같지.

- 강가의 개
김유정 만무방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읽은 지 이십년은 넘어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노름꾼에 개차반인 형이 농사는 안 짓고 산 돌아다니며 송이 따먹던 부분은 생각난다. 그 비슷한 형이 나온다. 그 형 때문에 동생은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하는 내용이다.
제목은 형 취미가 쓰레기장에 죽은 채 유기된 개 시체를 찾으러 다니는 데서 따왔다. 형 자체도 강가에 사는 개새끼이기도 하고 죽어 버려진 개의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다. 나중에 동생이 개를 찾아 다니는 모습으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는 데에도 등장한다.
형이 어느 밤 파티에서 술에 꽐라된 여자 선배를 건드리는데(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명백하게 강간 우리법에서는 준강간이라고 부르는 상황인 걸 짐작할 수 있다.), 아무 일 없었고 여선배도 고소를 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 시절 잠깐 소문이 돌다 잊혀졌다. 그 날 밤의 이야기를 반복하면서도 바로 접근하지 않는다. 형은 여전히 잘 살지만 화자인 동생은 그 일에 대한 생각을 내내 잊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선배의 안위를 생각하고 남몰래 그 선배를 관찰하기도 한다.
후반부에 형이 남의 차 창문 박살낸 걸(형은 자기가 안 그랬다고 끝까지 발뺌하고 유리값은 엄마가 물어주고) 동생이 치우는 일화가 잠시 나오는데(이 장면도 형과 동생의 유년 내내 관계와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차 주인이 건넨 말로 소설이 마무리 된다.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란다.”
역설적으로 파티에서 선배가 강간 당한 일에 대해 알면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화자의 죄책감이 몰려오는 말이었다.
형이 준 오토바이는 괴롭힘에 대한 일종의 보상인가 싶은데, 그마저도 동생의 다리를 분지르고 다시는 타지 않게 만든다. 나중에 비슷한 사고로 동생의 대학 동기가 죽기도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형은 끝까지 도움이 안 돼 심지어 나를 죽일 뻔 했어 하는 느낌도 든다. 그런 형에 대한 불만과 불편한 심기가 직접 발화되지는 않지만 동생의 행동으로 잘 드러난다.
야이씨 자꾸 이렇게 잘 쓸래. 할 말 많게.

-외출
전통 농경생활하며 폐쇄적으로 사는 아미시 공동체 아이들과 화자가 접촉한 경험담을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공동체 해체와 그 이후를 목격한 자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해체의 징후는 그곳에 속한 아이들의 밤나들이에서 드러난다. 아미시 아이들은 마차를 타고 식당에 나와 바깥 세상처럼 입고, 먹고, 린치 당하고, 싸움하며 버티고, 데이트 비슷한 걸 하다 마을로 돌아간다. 화자는 친구 태너와 함께 그들이 나와 돌아다니는 식당과 케이마트 근처를 얼쩡대며 아미시 아이들과 접촉한다. 태너와 화자는 잘 나가는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열외의 존재고, 그래서 자신들보다 더 열 밖에 있는 아미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닌다.
아미시의 몰락과 해체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아이 둘이 화자의 주요 관심이자 관찰 대상이다.
화자와 오래 데이트를 하면서도 이 도시를 떠날 궁리만 하다 결국 떠나간 레이철. 그 아이와 어둠 속에 십 수 미터 강 위에 놓인 널빤지 위를 질주하는 이미지가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 무모함에 뒤늦게 아찔해 하는데.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오히려 그럴 수 있던 시절이 더 좋게 기억될 것 같은데. 현실이 안정되고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이면 그렇게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딱히 그래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작 킹. 거대한 덩치로 조용히 음악만 즐기던 남자. 외부 아이들의 가혹한 린치에도 끝까지 맞서다가 가장 오래 버틴 마지막 싸움에서 각목에 맞아 뇌혈전으로 죽는다. 도데의 스강씨네 암염소가 왠지 생각났다. 버티고 버티다 젊은이들이 다 빠져나가며 결국 쇠퇴한 아미시 공동체를 왠지 너무 노골적으로 상징하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뉴규먐댸료오-긔겨아뉜데에- 라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
...

-머킨
공공장소에서 게이의 이성 동반자 행세하는 사람을 비어드, 레즈비언의 같은 역할하는 사람을 머킨(가짜 음모)이라 한다고 소설 주석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이렇게 하나 더 배웁니다.
화자가 바로 그 머킨이다. 이웃의 린의 아버지 방문 전 열심히 계획을 짜서 린의 애인처럼 보이려고 한다. 화자는 린의 말에 지나치게 고분거린다. 딱 봐도 린을 좋아해. 린이 단순 레즈비언이 아닌 양성애자라는 것은 후반부에 나온다. 남편이 바람 피워서 상처 받은 적이 있고 딸 아이 조지아가 있으며 델핀이라는 여자친구랑 살고 있는. 화자 역시 구여친이 교수와 바람 나고는 자기 탓하며 헤어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더욱 린과 죽이 잘 맞는지 모른다.
화자는 후천성 청각 장애 아이들을 가르친다. 거기에 호세라는 아이가 시를 쓰고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그래서 듣기 괴로운 쪽에 가까운 시 낭송을 굳이 스스로 하려고 든다. 린은 그것을 보는 일을 견디지 못하고, 화자는 호세의 낭송을 막거나 외면하지 않고 약속이 있는데도 꼭 호세를 보기 위해 행사장에 찾아간다. 화자와 린이 잘 풀릴 듯한 분위기였지만 호세를 대하는 태도에서 둘이 그렇게 잘 되지 않을 것을 예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를 말하여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한 소년‘을 린과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이런 착해 빠진 놈이.

-폭풍
초반만 보면 리처드를 스페인에 버리고 돌아온 누나가 샹년 같고 동생은 보살이네, 하는데 사실 이 집안 가풍이 보살이다. 병신같은 새 애인 톰을 여전히 끼고 보살피는 엄마나, 누나가 지랄같이 굴어도 항상 기분을 살피고 지지하는 동생이나, 반전이라긴 그렇지만 어쨌든 남의 허물을 자기 허물로 만들어 가리는 누나나. 결국 폭풍은 영원하지 않고 언제든 지나가긴 한다.


- 피부
짧은 이야기이다. 이러저러한 비극의 미래가 예정되어 있지만 지금은 그녀의 피부에. 이런 형식을 본 것도 같은데. 손보미 소설 중에 차 사고 나고 아들 죽고 안 죽었다면 뭐시기 하는게 비슷한 느낌? 이런 거 써 보고 싶다.

- 코네티컷
음. 미국에 대해 진짜 모르긴 하다. 코네티컷 하면 어디 붙어 있는 어떤 느낌 동네인지 감이 안 온다. 뭐 근데 사실 내가 용인, 하면 미국 놈들도 그게 어떤 동네인지 감이나 오겠어? 관심이나 있겠어? 나도 용인, 하는 걸 써 봐야지 언젠가.
엄마의 비밀-벤틀리 부인과의 사랑에 대해 그때와 지금 깨달은 것을 풀어 놓는다. 사실 소설집의 소설 중 제일 그냥그랬다. 아니 어쩌자고 어떤 사람들은 자꾸 애들이 알면 곤란해하고 말도 못하고 괴로울 것들을 자꾸 노출하는지. 의도했든 아니든. 그건 주로 부모의 연애 문제다. 부모의 연애, 자기 양친이 아닌 사람과의 애정 관계의 복잡함, 피할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자기들 문제를 자녀한테까지 영향을 주게 만드는 건 좀 무책임한 것 같다. 여기 실린 소설 최소 네 편에 그런 부모 자녀가 나온다. 부모 관계가 아이들에게 영향 주듯 연인 문제도 유사한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아 마지막 소설에 비문이요 한 거 별 거는 아닌데...
땡땡이 쳐도 안 들키고 안전한 화목에 대한 부연이다.
‘그 두 날은 어머니가 평소 어울리는 사람들과 컨트리클럽에서 브리지 게임 하는 걸 좋아했다.’

내가 바보라서 문제 없는 문장으로 트집잡는 건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이상하잖아. 그 두 날이 좋아하는 것 같음. 안 이상해? 화요일이랑 목요일이 엄마가 뭔짓거리 하는지 좋아한다고? 아님 엄마가 좋아한다고? 그것도 아니면 내가 안전해서 엄마가 그러는 걸 좋아한다고?
아무래도 엄마가 좋아하는 거 같은데...그러면

‘그 두 날은- 게임하기를 좋아하는 날이었다.’
‘그 두 날은 -게임하기를 즐기는 날이었다.’
그 두 날은 빼고 ‘어머니가 - 게임 하는 걸 좋아하는 요일이었다.’
몰라 이건 개정판 낼 때 알아서들 고민해 고쳐주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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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9-20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벌써 다 까먹어놓고 이렇게 말하는 게 되게 웃기긴 한데, 정말 좋았어요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9-20 14:01   좋아요 1 | URL
저도 벌써 까먹은 거 같은데 좋구나, 이거만 남으면 됐죠. 진짜 좋았으면 나중에 또 보고 히히

초딩 2019-09-20 14:10   좋아요 2 | URL
저도 동의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19-09-20 14:11   좋아요 1 | URL
초딩님의 동의에 동의합니다ㅋㅋㅋ

은오 2023-08-07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나서 보니까 유열님의 이 페이퍼 제목 딱이네요. 가족이 아니라도- 이 문단 싹 다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7 12:17   좋아요 1 | URL
이 잘 쓴 소설의 비결은? 하고 세 마디로 딱 압축했던 거 같은데 실천은 못하고 있습니다 ㅋㅋㅋ나 은오님 댓글 보고서 은오님 웃길라고 개노답 삼총사 만들었는데 은오님이 안 보러옴!!!
 
숨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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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테드 창
내가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는 있다.

월초에 모 작가의 SF소설집을 읽고 많이 깠어. 전작 다 읽었던 작가를 급기야 손절 선언했어. 너무 가혹한 평가가 아니었을까? 내게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건 아닐까? 마침 이 책을 봤어. 절반만 맞아. SF에 대해 잘 몰랐고 읽은 게 없던 것도 맞아. 이 책은 그 매력을 알려줬어. 탄탄한 구성과 기발한 상상력과 사고의 깊이와 좋은 문장이 더해진 과학소설은 정말 흥미진진해. 어딘가 어설픈 데가 있다면 저 중에 뭐 하나 빠진 거지. 취미로 쓴 작품을 봤다면야 노력이 가상하고 더 나아지길 빌어줄 거야. 그런데 돈 내고 기대감 가지고 현역 작가의 글을 시간 쏟아 봤는데 불만이다? 리콜도 안 되니까 그냥 빠이빠이 더 나아질 때까지 별거. (라고 지 돈 안 들이고 전자책 대여한 거지에 뻔뻔이가 지껄입니다.)

공상과학소설이라지만, 과학을 잘 모르는 나도 어떤 과학 소재를 활용한 건지 대략 파악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 프리즘의 원리 같은 건 에라 나도 모르겠다 어버버 했지만 그래도 평행우주와 다양한 분기의 평행자아와 이곳의 내가 대면하는 상상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는 거지. 좋았어. 단순히 신기한 상상을 재미있게 잘 그린데서 더 나아가니까 이건 뭔가 아름답기까지 했어. 거기에다 우리의 자유의지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긍정 같은 게 엿보여서, 마냥 디스토피아만 그리는 나 같은 인간조차 약간은 감화될 정도였다니까.

작가노트는 정말 핵심만 넣은 친절한 주석 같았어. 데헷 내가 허투루 읽지는 않았네? 하고 뿌듯하게 만들면서도 핵심을 짚어줬어. 게다가 어쩌다 이런 걸 썼는지도 비교적 명확히 밝혀주고 연결고리가 되는 작품도 언급해줘서 흥미로웠어.
필립K딕의 전기 개미, 로저 펜로즈의 황제의 새로운 마음이 궁금해. 월터 옹의 구술 문화와 문자 문화 같은 건 궁금하긴 하지만 제목만 딱 봐도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라 도전할 마음은 접어두게 되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무슬림 문화권을 배경으로 이거 아라비안 나이트식 민담이네? 그런데 타임머신이라니. 시간의 문 같은 게 나와. 과거로 갔다 미래로 갔다. 많은 걸 바꿀 수 없지만 더 나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동이란 게 흥미로웠어. 약간 교훈적인 느낌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숨
인류라는 말은 한 번도 안 나오지만 화자는 읽는 사이 나도 모르게 우리와 동일시 할 만큼 인류와 닮은 수준의 지적 존재야. 공기의 흐름으로 기억과 사고를 유지하는 그들 세계는 그들의 숨이 만드는 압력의 평탄화로 인해 언젠가는 멸망할 거야. 그들 자체나 세계가 직면한 문제가 우리와 유사해. 근사하고도 슬픈 우화야. 사라지지만 존재했던 것에 대해 기뻐하는 존재. 나도 그런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각인 같은 흔적을 남겨야 할까. 그럴 수 있을까.
-우리가 해야 할 일
자유의지가 환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럼에도 결정론에 절망하지 않는 것을 권고. 그런 경고를 남길 수 밖에 없는 자신. 순환적이다.
누르기도 전에 누를 것을 알고 불이켜지는 장난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무동무언증 상태에 빠진다는 상상력이 재미있고 섬뜩했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인공지능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인데 그 동안 본 것과 사뭇 달랐다. 긴 데도 재미있었다. 인간이 형성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고 예측이 어렵듯 인공 존재 또한 그럴 것이라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묘하게 겹치면서도 다른 이슈들이 등장했다. 여기서도 자유의지의 문제가 등장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 그 대상이 인공 존재일라도. 내 육체의 유전자를 지니지 않았더라도. 플랫폼의 쇠퇴로 인한 단절은 우리도 많이 겪었지. 공들여 키운 인공지능 디지언트까지는 아니라도 서비스 종료된 게임 속 캐릭터, 프리챌에 꾸민 아바타, 싸이월드의 미니미와 미니룸...다들 잘 있니?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 걸.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교육학 배운 사람이면 수차례 봤을 것이다. 새끼 원숭이가 어미 대신 주어진 헝겊 인형과 젖주는 기계 인형 중 어디에 애착을 가졌는지. 이 이야기도 그런가 했는데 결론이 조금 달랐다. 인간을 새끼오리 마냥 초기의 각인에 따라 달라요 하는게. 납득은 안 되었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구술 문화의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서 글을 깨친 청년 지징기의 이야기와, 기억 기록 장치 리멤을 통해 자신이 딸 니콜을 부당하게 대하고도 기억을 왜곡한 채 살아온 것을 깨달은 화자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꾸려진다. 마무리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관통하는 생각은 마음에 새기고 싶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경험과 기억의 블랙박스 같은 리멤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장작가 책임가?) 분명 읽었는데 그새 어디에서 봤는지 까먹었다. 제대로 기록을 못한 증거. 독서에도 리멤이 필요한가. 망각은 축복이 맞고 나는 기억력이 쓸데없이 좋아 불행하다고 여겨왔는게 다 뻥이다. 요즘엔 제대로 기억하는 게 없어.
-거대한 침묵
절멸 직전 앵무새가 우리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와 되게 비슷한 느낌이었다. 존재의 사멸과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지는 언어들. 다만 현실의 박물관은 그런 자취조차 담지 못하지. 사라지는 건 그냥 사라진다.
-옴팔로스
의도를 가진 인격신의 창조가 세상의 근원으로 공인된 세상. 과학은 그런 믿음을 뒷받침하는 철저한 신하. 그 믿음이 흔들리는 우주 관찰. 그런 상상 하에 세계를 인식하는 것도 그럭저럭 흥미로웠다.
기도문 형식은 처음엔 풍자하고 비꼬는 건가 웃자고 하는 건가 했는데 세계관을 못 박고 시작하니 의외로 진지했다. 중간에 자유의지나 선택을 언급하는 부분은 갑자기 기도문에서 벗어나 독백? 방백? 하듯 서술하는데 의도적인 변형 같지만 그 효과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고치다 말거나 번역하다 실수한 듯 어색한 느낌 외에 극적인 효과는 없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프리즘을 이용해 평행우주 속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가 보지 않은 길. 나의 수많은 다른 가능성. 그걸로 돈을 벌려는 사람. 그걸로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만족하거나 반대로 불행해지는 사람. 어느 정도는 결정론적.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의 통제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 누구도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책 한 권으로 SF빠돌이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은 즐거웠다. 앞으로도 이런 장르를 골라 읽겠다고 단언은 못하지만 이런 걸 쓸 자신도 없지만 테드 창 작품은 기회가 되면 기꺼이 읽을 듯하다. 잘 썼고 재미있고 유익한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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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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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델리아 오언스

아이패드미니2가 고장났다. 블루투스 키보드 붙여 글쓰는 도구. 전자책 뷰어. 상심이 컸다. 얼마나 컸냐면 윤이형 작가와의 만남 당첨되었는데도 안 간다고 할 정도였다. 당첨 문자 받은 순간이 고장난 기기 맡기기 전 그동안 써 둔 글이며 온갖 어플을 지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엘이디 패널 가는 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월요일에 맡겼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다. 혹시 어디 울란바토르 같은 데로 유유히 흘러가 버린 건 아니지. 아니겠지.

그래도 빌려둔 전자책이 있어 손바닥보다 작은 아이폰5s 화면으로 마저 보았다. 원래 베스트셀러라고 광고하는 책은 좋아하지도 않고 잘 안 보는데 이 책은 기대보다 재미있었다.

연세 지긋한 동물학자의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습지와 해안에 대한 묘사, 온갖 조류와 패류, 야생동물에 대한 묘사가 정말 좋았다. 나처럼 방구석에서 옹벽 위로 보이는 조각 하늘 보며 쓴 글이 아니라 진정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붕 아래 있는 시간보다 많은 사람의 글 다웠다.

카야(캐서린)가 어린 나이에 습지의 판잣집에 홀로 남아 성장하고 사랑하며 습지생물을 연구하는 삶을 누리게 되는 이야기이다. 온갖 이야기가 섞여 있다. 가정폭력과 아동 유기를 넘어선 성장소설에다 사랑과 배신과 다시 찾은 사랑을 다룬 로맨스 소설에다 의문의 살인 사건과 피고로 몰려 재판을 받는 과정까지 다룬 추리 범죄 법정소설...어린 시절인 1950년대부터 카야가 생존에 분투하는 과정과 현재 시점인 1969년에 발생한 동네 청년 체이스 살해 사건을 교차로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이다.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잘 읽다 중간에 연애소설처럼 풀리는 부분은 좀 통속적이네 하다가, 오빠 로디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은 좀 뜬금없네, 혹시 이놈이?(응 아니야) 하다가, 중간중간 시 읊는 부분 나오면 유명한 작가인가? 나 시 잘 모르는데? 그런데 왜 자꾸 시야? 하다가... 굳이 노년기와 사망까지 왜 나와 하다가... 결말은 그랬구나. 그런데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어쨌든 끝까지 의문과 비밀을 안고 궁금해서 읽게 만든 점은 인정해야겠다.

반딧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데 자연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기억도 느낌도 가물거려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저자가 야생에 대해 풀어 놓은 모습을 보면 이런 건 그냥 상상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겠구나, 평생 자연과 동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오래 바라보고 함께한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그런 아름다움을 깊이 느꼈구나 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소녀와 소년이 희귀한 깃털을 나무 둥치 위에 주고받으며 교류를 시작하는 이야기는 환상 같지만 낭만적이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종이 편지나 문자가 없어도 서로 교감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법에 대한 상상이 좋았다. 갈매기 떼가 날아들고 그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소녀, 해변의 갈매기들 틈에 잠드는 소녀, 소년과 소녀가 소풍 나간 들판 위 하늘을 가득 메우다 그들 주변으로 날아 앉는 흰기러기 등... 자연과 생명을 소재로 한 묘사는 이 소설의 최강점이었다. 구성의 미흡함이나 진부함이 약간 있더라도 그 강점이 소설을 살린 것 같다.

홀로 외롭게 고립되어 사는 소녀 이야기가 중심 이야기지만, 사실 카야가 그렇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완전한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섯 살 까지는 엄마와 오빠 조디가 함께 하며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고, 열 살까지는 주정뱅이지만 그런 아버지라도 함께 하며 푼돈을 주고 보트로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후에는 홍합을 매입해주는 점핑과 그의 아내 메이블이 소녀의 안위를 살피고 경제활동을 도와주었고, 테이트가 글을 알려주고 책을 날라다 주면서 소녀가 지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이들은 카야의 법정에서도 그녀의 뒤에 앉아 그녀를 믿고 함께 있어 주었다. 그들 외에도 소녀를 변호해준 톰, 그녀의 책 편집인인 로버트, 테이트의 아버지 스커퍼도 그녀의 무죄를 믿고 힘을 보탰다. 세상에는 홀로된 소녀를 악용하려는 체이스 같은 파렴치들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이나 혈연과 상관없더라도 약하고 외로운 이를 돕고 돌보려는 사람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물론 소설은 소설이고 지나치게 판타지인 측면도 있다. 부모가 버려 혼자 남아 굶고 병들어 죽은 어린아이들, 세상으로 나왔지만 성적으로 경제적으로 학대 당하다 몸과 마음이 다친 아이들, 파괴되고 교육받지 못하고 병들고 꿈꾸지 못하고 그렇게 겨우 어른이 되어도 고통받는 사람을 더 많이 본다. 사랑받고 함께 하는 삶이 사람을 구할 수 있지만 그 하나를 얻는 게 그렇게나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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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9-12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유행열반인님 행복한 추석 되세요~ 항상 서재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9-12 10:21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초딩님도 즐겁고 편안한 연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