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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20191115 에이미 조 고다드
자기 자신이라는 집으로 가는 길
10월에 13권을 본 것에 비하면 11월은 형편없다. 열흘 넘게 다 본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말하라면 순식간에 백 가지도 넘게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장 명확한 이유들을 생각해 본다면. 음.
깃털도둑을 읽고 플라이 피싱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마침 전부터 읽어보자 했던 피싱을 빌렸다. 그런데 여흥을 위한 낚시가 아닌, 생존을 위한 고기잡이의 역사에 관한 고고학 서적이었다. 흥미를 가지려면 가질 수도 있는 주제지만 너무 갔다. 읽어볼 만한 책이긴 하겠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참고 붙들고 있다가 결국 보내주었다. 아, 한 번 쥔 책은 책임지기로 한 원칙이 점점 무너져간다. 뭐 어때.
역시 가장 관심 있는 분야(?)를 읽어 보는 거야. 그래서 빌렸다. 제목부터 세다. 멋지다. 섹스하는 삶. 원제는 우먼 온 파이어, 이것 보면 여성 대상 도서 같은데 맞다. 저자는 스스로 폴리아모리에 킹키, 퀴어임을 밝힌 성적 임파워먼트를 되찾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구루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종종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자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체험자들의 사례와 간증이 자주 나와서 이거, 프로그램 참여 홍보 책잔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완전 찌라시는 아니라는 걸 알고 참고 감안하고 읽다보면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실현하고 싶은 여성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녀는 왜 주저하는가, 왜 힘들어하는가, 궁금한 남성에게도 실마리가 될 부분은 있는 책인 것 같다.
내가 이미 많이 하고 있고,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 깨닫지 못하거나 벽에 부딪힌 부분이 있다. 주로 자존감의 영역인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해 격려하는 말을 반복해 준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책의 지시 방향은 배워라, 그래서 제대로 알아라, 스스로에게 허락해라, 자신을 사랑하고 자유를 누려라, 뭐 이런 식이다. 대원칙이라면 스스로와 타인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너 하고 싶은대로 다해, 이렇다.
허락해라, 는 좋은 말이었다. 이 시점에서 나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거기에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좋았다. 노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자기 자신을 보호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는 법. 그거 정말 괜찮아 보였다.
아 그래서, 어쨌든 관심분야이고 다른 사람들의 사례, 이런저런 세부사항, 구체적 방법, 지침 이런게 잔뜩 나오니 잘 읽혔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거의 8일을 붙잡다가 겨우 읽었다. 그냥 술렁술렁 넘긴 부분도 많다. 그렇다면 분야나 책의 문제만은 아닌가?
그렇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분명하다. 반면에 고민도 많다. 책이 읽힐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래도 잘 버텨나갈 것 같다. 이런 시점에 맞는 책이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이주 남짓한 사이 단편 초고 두 개를 지어냈다. 이건 내 능력 밖의 과부하 상황이다. 결국 세 편 째는 접고 고치는 시간에 들어갔다. 집중해서 고쳐야 할 원고는 이미 네 편이다. 수능 앞둔 고3마냥 정신 없을 때가 맞다. 시간이 부족하고, 그럴 수록 다른 데로 회피하고 싶고,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뭐 이건 알아서 잘 해야지...
저자가 언젠가 한 말을 나도 입에 담고 싶다. 그런 날이 곧 올 것 같다. 네거티브 자아 어디로 도망가니. 그래 가라 어서.
“나는 내 인생을 완전히 사랑해. 내 인생의 모든 것,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좋아. 마치 내가 이제껏 본 것 중에서 최고의 영화 같아.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서 못 견디겠어!”
+밑줄 긋기. 순 듣고 싶었던 말만 주워 모았다...하하하하
“관계에서 감정적 고통과 혼란은 대개 상대가 줄 수 없는 무언가를 원하거나 상대가 그것을 주지 못할 때 당신이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한계 문제이다. 상대가 당신에게 주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의 인식과 능력이 그렇게 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가까운 사람의 한계를 파악하는 것은 그들이 해줄 수 없는 것을 기대하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당신은 고통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 만일 상대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잊어버리고 넘어가라.”
“호기심은 긴장감을 창출한다. 긴장감은 뜨거움을 창출한다. 부재는 갈망을 창출한다. 갈망은 열정에 불을 붙인다.”
“남들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주려면 자기 자신부터 산소마스크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이라는 집에 깃들어 사는 일은 독립성, 자기 효능감, 근본적인 자립성, 건강한 관계, 자아 친밀감, 자아 명료성, 자신감, 책임감, 그리고 진정한 힘을 요구한다.”
“인생은 정말 짧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서, 모든 것을 쏟아서, 크게, 대담하게, 남들에 개의치 않고, 원하는 만큼 욕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뭔가 배울 만한 것이 있는 죄의식인가, 아니면 쓸데없는 죄의식인가?” 어느 쪽인지 판단하려면, 그 활동이 당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되거나 제약을 가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라. 그 활동이 당신의 권리나 자유로움을 침해하는가? 다른 사람의 권리나 자유로움을 침해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쓸데없는 죄의식이고 에너지의 낭비이다. 죄의식을 흘려보내라.”
책에서 소개한 베티 도슨의 갤러리 링크. 섹스에 관한 아트 워크가 많다. 교육용 비디오는 아쉽게도(?) 유료입니다.
https://dodsonandross.com/index.php/betty-fin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