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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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0 옌롄커
중국 소설은 별로 읽은 게 없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 단 두 권. 그리고 옌롄커의 사서를 읽었다. 중국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몇 편의 소설 속에서 마주한 이미지들에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의 일이란 완벽할 수 없고, 어떤 대의와 신념과 확신으로 뭉쳐 무언가를 이루려는 자들이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런데 그 힘이 향하는 방향이 생각보다 한참 잘못되었을 때 그 영향력 아래 놓인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고통을 당하고 인간의 존엄을 잃고 쉽게 죽어간다. 그 와중에 할 거 다하는 우리 인간들...이라는 이웃의 코멘트에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제목처럼, 네 개의 책이 교차 서술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사실 시시포스 신화 한 권은 마지막에만 짧게 등장하고, 저자를 알 수 없는 하늘의 아이, 작가가 몰래 쓴 옛길, 작가가 아이의 지시에 따라 쓴 죄인록 세 작품이 번갈아가며 나온다. 죄인록은 중반부에 사라지지만 작가가 아이에게 식량을 구걸하고 나중에 뒤늦은 죄책감을 깨우치는 장치로 종종 등장한다. 여러 책을 병치하며 서술을 달리하는 구성이 나름 신선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뻘짓을 다하면서 온갖 실패를 겪어도 인간이란 이내 적응한다. 일부는 살아남는다. 또 일부는 그 와중에 사랑도 한다. 책이 뭐라고,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책을 지킨다. 아니 그런데 또 극한에서는 역시 목숨이랑 먹을 게 우선이긴 하다.
왠만한 괴작들 아무렇지 않게 보는 편인데 읽기 힘든 장면들이 더러 있었다. 작가가 황무지에 홀로 나가 밀을 키우는 이야기, 음악의 비밀, 작가가 학자와 음악에게 사죄하기 위해 하는 일들이 그랬다. 단순히 장면의 고어함이 문제라기보다 그만큼 절박하고 한계에 몰린 인간 상황을 감당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그게 다 있을 법할 이야기로 느껴지는 동시에 말이 되나, 아니 또 저럴 수도 있겠다, 오락가락거려서 더 그랬지 싶다. 피를 팔아 아이를 살리려는 허삼관 매혈기 속 아버지, 인생에서 홀로 남아 콩을 퍼먹다 죽은 가여운 손자, 극심한 기아의 끝에 아이를 잡아먹거나 생살을 베어 먹이거나 시체를 뜯어먹는 설화 같은 것들이 자꾸 떠올랐다. 저런 이야기가 반복해 나오는 건, 언젠가는 누군가 정말 겪은 일들인지 몰라, 그게 아니라도 저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겠다 싶은 처지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내내 전해왔는지도 모른다.
이야기 속 아이의 존재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랑을 가진, 선량한 의도, 동시에 자신의 명예와 허영을 채우려는, 호기심 많은, 천진한, 죽고 싶은, 마지막에는 자기 희생을 감내하는, 알고 보니 책의 수호자인, 그의 죽음을 도교적으로 구름 까치 등등 온 자연이 슬퍼하는, 굉장히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징이었다. 저자가 나는 인민의 반동도 아니고, 사실 국가가 나를 아껴서 그런 거 알아, 뭐 이렇게 물타기하려고 저렇게 그린 건가 싶기도 했지만 조금 무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중간 마름에 착취에 일조하는 멍청이 아닌가. 이 소설 보니까 애들한테 스티커 나눠주면서 동기 부여하는 일이 되게 끔찍하게 느껴졌다. 많이 하던 짓인데. 아 싫으다. 빨간 꽃 종이별 강철별 온갖 치장의 말로 탐미적으로 아름답게 그린 장면들이 많지만 그냥 섬뜩하기만 하다.
황폐해 가는 자연 풍경,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예쁘게 써 놓은 문장들이 많았다. 지나온 역사에 상상을 더하고 사람의 마음과 일을 전하고 아름다운 말을 만들어내는 소설의 일을 생각한다. 많은 생각과 씀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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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6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6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6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6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개를 베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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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7 윤성희
어느 새벽 잠을 자다 깨서 베개에 대한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저런 메모도 해 두었다. 베개를 다르게 부른다면. 잠기둥 잠들보 머리받침 머리도마. 나는 왜 머리도마가 제일 마음에 드냐. 뎅겅 할 것 같다. 결국 베개에 관해서 뭘 쓰지는 못했다.
그래서 소설집 이름을 보고 끌려서 빌렸다. 윤성희의 소설은 처음 보았다. 막 엄청 재밌고 술술 넘어가고 하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오래 보다 말다 했는데 또 읽고 있으면 좋았다. 읽고 나서도 그럭저럭 좋았다.
엄마, 딸, 언니, 형부, 전부인, 친구, 친구의 부인, 친구의 자녀, 외삼촌, 조카, 직장 동료, 다양한 관계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자꾸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사람 사이의 다양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지 참, 싶었다. 내가 이 년 간 끄적인 습작 속 관계들도 돌아보았다.

아내와 남편과 단식농성 중인 내연남/시간강사와 그의 한 학기짜리 제자들/중학생과 중학생/고3수험생과 담임과 아버지/교사와 중학생/고등학생과 독서실 주인/아내와 남편/동아리 부원과 신입생/또 동아리 부원과 신입생/형과 동생/딸과 아버지와 언니/일기 쓰는 나와 친한(친했던) 언니와 옛 남자사람 친구/외할머니와 엄마와 아들/소개팅에서 만난 먹방유튜버와 한국사검정능력시험 대리로 쳐주는 대학원생과 주선자인 뷰티유튜버/또 아내와 남편/교사와 복학생/남자와 갑자기 쳐들어온 모르는 여자와 그 여자 전남친과 남자의 전남친/동네 꼬마아이들/남자와 약혼자와 전여친과 전여친의 남편/여자와 남편과 여자의 남자인 친구들과 아이/중학생 연인/엄마와 나와 실종됐다 돌아온 아버지

사람 사는게 뻔하고 관계도 뻔하다 싶다. 그 뻔한 관계에 대해 나의 이해는 너무나 협소하고 상상력은 부족하고 할 이야기는 별로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뻔한 걸 뻔하지 않게 관찰하고 생각해서 쓰는 사람들이 작가가 된다. 뭐가 되고 싶어서 썼던 건 아닌데 그래도 꾸준히 일 년 반 가까이 끄적이던 걸 초고 하나 쓰지 않은지는 두 달이 넘었다. 퇴고조차 하지 않게 된 건 한 달 쯤 됐다. 내가 잠시 쉬고 있는 건지 아예 그만 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이번에 읽은 소설가는 이 십년 넘게 쓰고 있는 사람이다.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오 년 후에 쓸 글은, 십 년 후에 쓸 글은. 나아질까. 계속 쓸 수 있을까. 쓰지 않는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떻긴 지금처럼 살고 있겠지. 요즘 나는 조금씩 읽고 가끔 멍때리고 누군가를 무언가를 자주 기다리며 산다. 얼른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들면 좋겠다.

소설집에서는 휴가라는 소설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낮술도 좋았던 것 같다. 베개를 베다도 쪼끔 좋았다. 제목을 보고 딱 어떤 내용이었지, 하고 떠오르지가 않는다. 읽다 보면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 또 다르기도 했는데. 대체로 덤덤한 서술인데 읽고 있으면 자꾸 서글픈 느낌이 드는 소설들이었다.

가볍게 하는 말 …… 『문학동네』 2015년 여름호
못생겼다고 말해줘 …… 『현대문학』 2012년 5월호
날씨 이야기 …… 테마 소설집 『헬로, 미스터 디킨스』(이음, 2012)
휴가 …… 『창작과비평』 2014년 가을호
베개를 베다 …… 『세계의문학』 2012년 가을호
팔 길이만큼의 세계 …… 『문학동네』 2013년 여름호
낮술 …… 『한국문학』 2014년 겨울호
모서리 …… 『자음과모음』 2013년 봄호
다정한 핀잔 …… 『악스트』 2015년 11·12월호
이틀 …… 『21세기문학』 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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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1-07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글쓰시는 분이셨군요. 어쩐지 뭔가 아우라가 남다르다 생각했었드랬었었어요..
머리도마.. 앞으로 베개에 머리를 못대고 잘것 같아요. 책임지세욧.이라고 말하기엔 드르렁쿨쿨 잘만 자겠지만요.

반유행열반인 2020-01-07 18:09   좋아요 0 | URL
글쓰는 사람이라 하기엔 민망한 수준의 취미여요...그냥 북플에 서평 쓰고 일기 쓰는 수준이옵니다...
도마가 죄송스러워 무님께는 다른 이름 드릴게요. 베고자는왕마시멜로우라든가...수습이 될까요. ㅋㅋㅋ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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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김하나, 황선우

친구가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궁금했던 책이다. 전자도서관에 9월 중순쯤 예약을 걸어놨는데, 해가 바뀌고 나서야 내 순번이 되었다. 에세이를 읽는 일 자체가 드물던 내가 작년에는 팔랑귀가 되어 나같지 않게 여러 권 읽었지 싶다.ㅎㅎ
40대 여성 둘이 한강 변 망원동에 30평대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구입해 그곳에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이야기이다. 아, 이렇게만 써 놓아도 뭔가 판타지같은 느낌이 든다. 2016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으니 이제 햇수로는 5년 차, 만 3년은 넘겼겠구나. 그 무렵보다 서울의 아파트는 두 배 이상 올랐고, 대출 규제 등등 부동산 정책은 가혹해져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매한다는 것은 진짜 상상 속의 봉황 주작 해태 기린 같은 일이 된 요즘이다. 저자들은 카피라이터, 잡지사 직원, 강연자, 인세 받는 저자, 팟캐스트 진행자 등등 번듯하고 멋진 직업을 가지고 소득 또한 제법 잘 벌고 있는 능력있는 이들이다. 원래 있던 전세금, 거기에 약간의(집값의 20퍼센트 라면 정말 약간인 수준이다…) 대출, 거기에 또 부모에게 빌리는 것...에서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말았다. 넉넉하고 다정한 부모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획 하고 빈정이 상하는지 모르겠다. 계층과 계급 사회경제적지위 문화자본 같은 게 자꾸 떠오른다. 초졸 알콜중독 정신병자 아버지의 자녀 출신 프롤레타리아는 웁니다. 광광. 뒤틀린 마음.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은 각자의 다름을 장점 삼아 가끔 티격태격하면서 서로를 다독여주고 멋진 인생을 살아간다. 두 사람이 산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에서는 거의 겪기 어려웠던 일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3살 10살 꼬맹이가 다 커서 독립한 뒤라면 빨라야 대략…17년 후? 뱃속에 사람 하나 만들고 시작한 결혼 생활에다 중간에 훈련소까지 보냈던 터라 신혼이라 할 만한 둘이 지낸 시간은 단 넉 달이었다. 그마저도 준비 없이 힘들게 힘들게 쥐어짜서 이룬 공간과 관계여서 마냥 힘들고 여전히 외로웠던 기억만 남아있다.
여자 둘이 집을 구매해서 산다는 이야기에 곁의 사람 반응은 당연히 둘이 연인이 아니겠냐, 하는 것이었다. 기사에서 언뜻 본 비혼 공동체, 주거협동조합 같은 움직임을 읊어줘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뭐 아직까지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과 반응은 이렇구나, 짐작하는 대목이었다.

여자 둘이 살아본 경험이 있긴 하다. 이건 거의 폭망에 가까운 실패담에 가깝다. 그래서 저토록 서로를 좋아하고 배려하고 친하게 잘 노는 모습이 신기하다. 사람의 문제일수도 있겠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하는 고백 같아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동아리에 두 살 위 언니가 있었다. 걸핏하면 주사 부리고 난동피우다 이제는 손찌검까지 하는 아버지 때문에 나는 20살 되자마자 가출을 밥먹듯이 했다. 그때마다 언니 집에서 신세를 지곤 했다. 언니는 수더분한 성격이었고 친구와 자취하는 동안, 그리고 다시 원룸에서 혼자사는 동안 내가 묵어갈 수 있게 해 주었다. 20살 말에 엄마를 데리고 첫번째 탈출 시도로 서울에 올라왔는데, 엄마는 빈털터리 신세에다 준비된 것 없는 막막한 마음으로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나만 서울에 남아 독립의 결실을 독식하게 되었다. 싱크대도 없이 방 하나 욕실 하나만 갖춘 자그마한 방 안에서 나는 홀로 잠자고 일어나고 먹고 학교에 다녔다. 컴퓨터가 없어서 가끔 언니 방에 가서 컴퓨터를 빌려 썼다. 나름 말이 잘 통한다 생각했고, 둘다 과외를 하면서 비싼 월세 감당하는 게 버거운 것을 토로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증금을 합쳐 같이 방 두 개짜리 집을 구하고 월세를 나누면 훨씬 넓으면서도 저렴하게 지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1살 나와 23살 언니는 같이 방을 보러다녔고, 마침 적당한 위치의 이층 셋집을 구했다. 살던 사람이 세탁기와 냉장고와 가스렌지를 팔고 갔다. 군대가는 다른 선배가 가구를 맡기고 가서 침대는 언니 방에, 책상은 내 방에 놓았다. 그렇게 세간도 쉽게 갖추고 함께 사는 삶을 쉽게 시작한 듯 보였다.
집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만만치는 않았다. 큰 방은 볕이 잘 들었다.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커서, 종종 단체로 동아리 친구들이 놀러와도 한 열 명쯤은 여유롭게 둘러앉아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작은 방은 부엌 겸 거실을 사이에 두고 어두컴컴한 옆집 뷰로 종일 빛이 들지 않았다. 크기도 침대 하나 들어가면 꽉 찰 만큼 작았다. 처음에는 큰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잠을 자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둘다 남자친구가 있었고 자고 깨는 시간도 다르고 결국 나는 큰 방, 언니는 작은 방에서 주로 생활하게 되었다. 그것부터가 갈등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내가 그렇게나 예민하고 까칠한 인간이라는 것을 그때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남들 보기에는 사소하고 치졸할 만한 것들 하나하나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언니는 정말 안 치웠고 매우 잘 어질렀다. 얼굴에 붙였던 흉터 패치가 거실 바닥에 들러 붙은 채 하나 둘 늘어갔다. 토너를 발라 얼굴에 문지르고 지저분해진 화장솜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화장실 타일 위로 흩뿌려진 핏자국이 마르도록 닦지 않았다. 나라고 뭐 엄청 깔끔하게 굴지도 않았을텐데, 남이 그러는 건 보고 있기 힘들었다. 내가 굉장히 이기적이고 내건 내거 니건 니거 라는 관념이 강한 것도 그 무렵 처음 알았다. 늦게까지 과외를 마치고 주린 배를 쥐고 라면 사 둔 게 있지, 가서 먹어야지, 하고 집에 도착해 찬장을 열었을 때, 텅 비어있는 것을 보고 분개했다. 그게 몇 번 이어지니 폭발해서 남의 것좀 함부로 먹지말고 먹었으면 좀 사두라고 버럭질을 해댔다. 냉장고에 계란을 사서 채워둘 때도, 나는 또 가리는게 많아서 좀 가격이 나가고 커다란 신선대란 특란 같은 걸 사서 팩째로 넣어두었다. 언니는 조그맣고 표면이 지저분한 계란을 사왔다. 그 두 가지를 섞어서 계란 놓는 자리에 놓더니, 어느 날 냉장고를 열어보니 큰 계란은 다 먹어버리고 언니가 사온 계란만 남아 있었다. 나는 그런 거에도 막 화가 났다. 애초에 섞어 놓질 말든가, 지가 사온 걸 먹지 왜 내 걸 먹어! 세탁기에 자기 남자친구 양말은 왜 섞어 빨아 기분 더럽게!
집터가 안 좋았는지, 그저 운이 없던 해였는지, 그곳에서 사는 동안 우리 둘 모두 온통 안 좋은 일만 겪었다. 몸이 아프고, 나는 아토피가 너무너무 심해져서 피부가 다 벗겨져 걷기 힘들 정도였다. 온통 뒤집어진 얼굴을 챙모자로 가리고 진물과 피가 흐르는 다리에 바지가 엉겨 붙는 걸 고통스러워하며 겨우 학교를 오갔다. 언니도 수술 받을 일도 생기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 게다가 둘다 그곳 사는 동안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언니는 헤어졌는데도, 전 남자친구가 찾아오면 집에 들이는 눈치였다. 내가 엉엉 울면서 따졌다. 왜 그러고 살아, 소중히 대해주지도 못하는 남자 왜 받아줘. 남의 인생에 오지랖도 참 쩔었다. 결국 내가 잠든 동안 몰래몰래 만나는 것 같았다. 사실 난 남의 인생 걱정한 게 아니라 그냥 누가 드나드는 게 싫었지 싶다.
언니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마음 속으로는 좁고 어두운 방에서 언니가 지내는 게 미안한 적도 있었는데 막상 그 말을 들으니 울컥했다. 싫었던 거지. 결국 짐 옮기기 번거롭다고 없던 일이 되었지만 끝까지 난 이기적이었다.
몸이 아파서 하던 과외를 다 그만두고 괜찮았던 학생 한 명은 언니에게 소개시켜줬다. 그 학생에게 내가 언니에 대해 많이 불평했었나 보다. 기억도 안 났는데. 언니가 어느날 과외를 마치고 오더니 학생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놨다. 내가 이러이러했던 걸 걔한테 말했었다며.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이미 웃고 있는 게 아닌 걸 알았다.
딱 1년 쯤 지내고, 우리는 새로운 집을 알아보았다. 언니는 같은 블록에 있는 고시원을 개조한 것 같은 원룸을 구했고, 나는 큰길 건너가서 산꼭대기에 있는 역시 고시원을 개조한 풀옵션 신축원룸을 구했다. 세간을 학교 커뮤니티에 올려 팔아 버렸다. 더 이상 우리는 친한 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러고도 몇 해 지나 얼마간 같이 밴드도 하긴 했지만 ㅎㅎ. 혼자 살지언정 절대로 친한 이와 같이 살지 말아야겠다, 좋은 사이도 망가지기란 이렇게 쉽구나 했다.
내 입장에서만 이렇게 싫었던 기억들 풀어놓지만, 사실은 돌아보면 그런 걸 왜 싫어하고 못 견뎌 하고 또 굳이 직접 입에 올려 비난했는가 하며 뒤늦게 후회하는 일들이다. 왜 착한 언니에게 잘해주지 못했을까. 잘해주기는 커녕 그토록 못되게 대했을까. 둘다 마냥 힘들게 살았는데. 반대로 언니도 나에 대해 거슬리는 게 많았을 텐데 언니는 내게 별 말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뻔뻔하게도 저렇게 불만 토로한 것 외에는 내가 잘못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고 한심한 인생.

사람이 함께 한다는 건 그만큼 참아내고 양보하고 또 나를 바꾸는 일인 것 같다. 또한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조심스럽게 상처 받지 않는 방식을 최대한 고민하면서 전할 말의 양을 줄이고 줄여 정말 필요할 때만 건네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그게 서툴고 내 멋대로 굴면서 살고 또 후회하고 미안해한다. 반대로 같이 사는 이는 내게 뭔가를 바꾸기를 요구하지도, 원하는 걸 토로하지도 않는다. 그냥 묵묵히 할 일을 하고, 해달라는 일을 하고, 내가 불만을 쏟아놓으면 그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듣고 있다. 그리고나서 별 말 없이 내가 이야기한 것들을 기억하고 하라던 대로 행동을 바꿔놓은 채 살아간다. 나는 아직 멀었다. 후회만 하지 말고, 미안해만 하지말고 나도 달라져야지. 오래도록 보아야 할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란 어렵지만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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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5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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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위근우

직장 내 성희롱. 더러운 기억은 이상하게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때의 상황도, 이물스럽고 불쾌하고 무기력한 기분도 장면과 함께 상세하게 떠오르곤 한다.
주로 주요 일의 무대가 아닌, 회식자리, 야유회 같은 곳에서 사달이 난다. 개저씨들은 일터만 벗어나면 마음이 헬렐레 뜨는 건지 원래 글러 처먹은 족속인지. 그렇게 점잔빼던 인간들이 왜 비슷한 분위기에 술이라도 들어가면 그렇게 찌질하고 추잡해지는가.

2008.
신임 발령지. 보스는 내 학교 선배였다. 일한지 몇 달 되지도 않은 꼬꼬마 신규에게 수시로 일 잘해 참, 하고 칭찬을 해 주었다. 다른 동료나 상사들이 보스가 너 일 잘한다더라, 칭찬하더라, 하고 전해주는 일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일에 곤란이 있어 의논하면 잘 듣고 조언과 대안을 곧 잘 건네주었다. 머리가 좋고 괴롭히지 않고 일 잘하는 보스.
공식 회식은 아니었다. 부장 몇과 보스, 젊은 일꾼들 몇이 밥을 먹고 노래방에 갔다. 남자부장 하나가 여자 선배 한 명을 끌어 안고 부르스를 췄다. 선배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어색하게 끌어안긴 채 끌려다녔다. 술취한 그 부장이 갑자기 선배의 콧구멍에 티슈를 뽑아 쑤셔넣기 시작했다. 선배가 뿌리치며 손을 쳐내도 거듭 그랬다. 지금 떠올려도 분노하는 장면이다. 강간을 목격하는 것만큼 충격적이었다. 다를게 뭔가. 의사에 반해 남의 신체에 뭔가를 밀어넣는 행위. 보는 나조차 치욕이었는데 말리지도 못하고 멍하게 있었다. 그때 보스가 다가와 춤을 추자고 했다. 거절 못하고 손을 잡았다. 개같은 부장처럼 몸을 끌어안고 밀착하지는 않았다. 그저 양손을 엉거주춤 붙잡힌 나의 팔을 천천히 흔들었다. 불독처럼 검고 쭈글대는 얼굴에 비해 손의 촉감이 부드러워 놀라웠다. 부드러운데 불쾌하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어느 날에는 단체 건강검진이 있었다. 가운도 입지 않고 런닝만 걸친 보스에게 안구테러를 당하자 나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왜 돌려? 보면 어때서? 보스가 능글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한술 더 떠 내게 물었다. 그 가운 안에는 뭐 입나? 안 입나?
나는 태연한 척 대꾸했다. 어디가서 그런 거 묻지 마세요. 물으면 안 되나? 안 되죠. 큰일나요.
남의 일처럼 말했냐 왜. 넌 왜 큰일로 만들지 않고 왜 항의하지 못했니 어린 나야.
아니지. 어린 나야 넌 잘못 없다. 보스 개새끼야 밥은 잘 먹고 사니. 그런데 왜 난 미워 못하지. 발령지도 옮기고 보스도 퇴임한 지금 와서 그때 왜 그랬어요? 사과해요! 하면 보스는 멀뚱한 얼굴로 너 왜 그래 내가 너 예뻐했는데, 우리 잘 지냈잖아 했겠지.

2014.
새로 전입 온 남자 동료. 기기도 잘 다루고 일도 잘 도와준다. 나이는 삼촌뻘. 단체 외부 연수(라 부르는 야유회)에 갔다. 멀리 화려한 성이 보였다. 테마파크인가 하고 한참 보다보니 00모텔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저 성 놀이공원인 줄 알았는데 모텔이에요. 내 말에 동료들이 어머, 그러네 했다. 삼촌뻘 동료가 말했다. 왜 새삼스럽게, 남자친구랑 옛날에 많이 가봤을 거 아냐? 내가 말했다. 그런 말 하시는 거 아닙니다. 동료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 내가 뭐 잘못했구나 하는 표정이지만 사과는 안 했다. 하면 안 될 말씀 하셨어요. 사과하세요. 미안합니다. 동료는 곧바로 사과를 건넸다. 그러고 뭐, 나는 그 분을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4년 가까이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언제나 나에게 예의바르게 대했고 내가 일하다가 클레임해도 늘 흔쾌히 받아들이고 고치는 게 좋았다. 물론 나에게만 쿨하고 꼰대 아닌 척 했지 남들에게는 늘 어렵고 꼰대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ㅎㅎㅎ

2008년과 2014년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나이를 먹었고 경력이 쌓여 넌 어려서, 신규라 뭘 모르지, 하는 소리를 들을 일이 없어졌다. 발령지가 바뀌기도 했다. 애도 낳고 결혼도 했군. 나이로 권력으로 우격다짐으로 누르는 힘에 조목조목 근거와 규정과 이유를 대며 따지는 법을 배웠다. 열심히 기록하고 녹음하는 집요함도…또…

2009.
외부 행사에 지원해서 참여할 일이 있었다. 다양한 근무지 사람들이 모여 몇 박짜리 행사를 치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활동 동안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자주 쳐다보고 한 번은 단체로 일 끝나고 남아 뭐 먹을 거 사주며 대학생 아들 자랑하던 아저씨 한 분이 있었다. 그냥 행사 끝나고 말면 좋은데, 밥이나 먹고 끝 했어야 하는데, 총괄하던 관리자가 사람들을 노래주점?에 데려갔다. 그런 곳은 처음 가봤다. 노래방 같은데 술집 같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화면 앞으로 가서 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냥 앉아 있었다. 겨우 맥주 몇 잔에 꼴은 옆에 앉은 아저씨가 나를 보고 헛소리를 뱉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이렇게 푸는 거야, 너는 그걸 알아야 해…. 또 한참 중얼대다가 난 니가 좋다…. 소름 돋았다. 분위기가 다같이 화면 앞쪽에 모이는 상황이어서 자리 피할 겸 앞으로 나아갔는데 갑자기 뒤에서 그 아저씨가 껴안았다. 너무 기분이 나쁘다 못해 무섭고 징그러웠다. 울면서 뿌리치고 뛰쳐나갔다. 뒤늦게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같이 일하던 사람 몇이 따라 나와 우는 나를 달랬다. 보셨죠? 봤어요? 00씨가 뒤에서 갑자기 껴안았다구요. 다들 보지 못했다고 했다. 어떻게 할까, 뭘 원해? 데리고 나와서 사과 시킬까? 그때 그 아저씨가 따라나와 이쪽을 흘겨보며 화장실 쪽으로 갔다. 내가 계속 울며 고개를 흔들자 남자 한 명이 그 아저씨가 이쪽으로 오지 않도록 따라붙어서 빌어먹을 룸으로 다시 데리고 들어갔다. 다시 얼굴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 그 순간은 그랬다. 술취한 사람에게서 진정한 사과가 나올리도 없고 또 괜한 해코치를 당할까 무서웠다. 그러자 그 남자가 말했다. 이거 그럼 그냥 덮는 거다. 나중에라도 다시 이야기 꺼내면 안 돼.
어떤 위로도 대처법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덮자는 이야기를 먼저 했고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은 없었다.
이후 직장 회식에서 노래방에 갈 일이 있었다. 앉아 있는데 누군가 노래를 해 보라며 나를 잡아끌었다. 할머니 동료였는데도 이상하게 노래주점에서 껴안던 그 아저씨가 오버랩되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견딜 수 없어져 울면서 노래방을 뛰쳐나왔다. 밖에 쭈그리고 앉아 이유도 모르고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한 동안 노래방 같은 어둡고 폐쇄적인 장소를 갈 수 없게 되었다. 뭔 공황장애 같은 게 생겼던 것도 같다. (그 이후로 노래방 갈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지금은 혼자 들어가는 코인노래방 덕에 뭔가 노래방 공포증은 극복된 것 같은 기분이다.ㅋㅋ)
덮자던 남자는 내가 매해 가야하는 어떤 다른 행사의 참가자 안내 영상에서 다시 마주했다. 같은 영상이 몇 년간 반복되었고 그 때마다 그냥 덮자고 말하던 얼굴이 계속 되풀이해 떠올랐다.
다음 해 내가 참가했던 그 외부 행사는 여전히 하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참가할 마음을 먹지 않았다. 그 아저씨는 여전히 멤버로 참여하고 있었다. 덮으라고 하던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이나 영상 편집에 능하다고, 계속 같이 하자고 술자리마다 다독이던 그의 동료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남들에게 보여줄 가시적인 성과물을 제시하는 그는 그들에게 중요했다. 그가 생리 때문에 수영장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한 여학생들에게 독일군 장교 좀비가 내장을 파먹는 영상을 틀어줘서 아이들이 이건 아동학대에요, 하고 항의했던 사실은 누구도 궁금해하지도 알지도 못했다. 그걸 지켜보던 나도 그저, 다른 영상을 찾아 틀어주자고 했을 뿐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뒤늦은 후회를 했다. 공론화할 걸. 그래서 사과도 받고 저 행사에 저 사람이 더는 이름을 못 올리게 했어야 해. 반성하고 몸사리며 일했을까? 아무래도 또다른 나쁜 짓을 나쁜지도 모르고 계속 했을 가능성이 높다. 잘못을 잘못으로 짚고 가야할 큰 이유. 그래서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있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기로 다짐했다.

뭐 그런 일들이 있었다. 왜 저런 일들이 일어났나. 나는 그저 어리고 작고 약한 여자였다. 비스무레한 중년의 경력있고 일하는 분위기 좀 안다 하는, 일 좀 잘 한다, 하는 아저씨들은 약간 일의 분위기를 벗어난(그렇지만 여전히 일터의 연장인) 장소와 시간에서 그런 여자에게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귓등으로 듣고, 저지르고도 거듭 용인받았다. 부조리다.
지금의 내가 그런 일을 겪지 않고, 비슷한 상황에 처해도 그 자리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대처할 방법을 미리 궁리할 수 있는 건 내가 단단해진 이유도 약간은 있겠지만, 이제 어리고 어리숙함을 벗어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곧, 구조가 바뀌지 않고 개인에게 알아서 대처하라고 맡겨 두는 한, 또 다른 사람들이 이유가 되지 못할 어리고 작고 약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비슷한 상황에 취해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구조를 바꾸는데 어떤 보탬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방관자의 위치이고, 심지어는 열심히 움직이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냉소하는(바뀌겠어? 그게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거 맞아? 올바른 방법이 맞냐고?), 힘을 빼놓는 자세도 여러 번 취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여러 번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주장과 논조를 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논리적으로 설득되는 부분이 여러 번 있었다. 나의 틀림에 대해, 그들의 틀림에 대해. 여성과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차별을 목도하고 알면서도 그걸 웃음거리 삼는 부조리에 대해.
그래서 화력을 보태지는 못하더라도, 힘빠지는 말을 보태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 열심히 싸우는 이들을 응원하기로 했다. 한참 부족하지만 네거티브하고 말 안 들어 처먹는 나 치고 꽤 나아진 거야 얘도라…

대중문화 비평 특성상 책의 소재 대부분이 2017-2018년 이슈가 된 방송 컨텐츠나 시사 논쟁이었다. 내가 아는 사건이 거의 없어 새삼 놀랐다. 그럼에도 잘 모르고 또 그저 웃고들 넘어가는 일들에 비판과 성찰을 요구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의 중요성도 느꼈다. 비평의 존재 이유가 거기 있는 거지. 불편하고 의문에 대해 답하거나 반박할 궁리를 하고 그렇게 말이 오고가면서 알려져야 공고화된 구조도 흔들리고 무너지고 다시 세울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말하는 입을 막지 말자. 귀를 기울이자. 할 말을 미루지 말자. 하는 말이 약한 이를 다치게 하는지 먼저 살피자. 다짐이 많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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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1-05 0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엉망인 개저씨들 이네여...!!! 부들부들! 제가 다 화납니다. 그런데 또 그자리에선 분위기 망치기 어려우셨겠죠. 그 모든 분위기에 균열을 낼 수 있도록 더 말하고 생각하고 설치는 불편한 여자애가 되겠습니다!!( 다짐!)

반유행열반인 2020-01-05 02:36   좋아요 1 | URL
씩씩하고 다정한 쟝쟝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제가 눈물 빼는 대신 나와 주변 이에게 그런 말한 행동한 이들 눈물 쏙 빼게 혼내주는 사람 되고 싶네요. 야심차다.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1-23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내성희롱대처법
http://m.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8377&fbclid=IwAR1nyXIgURKy-t4Fb_cO1cSyoxQ9hqMXYH5HSu1PpyYdfrHe5_3VTJrOb2c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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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1 이나가키 히데히로

이상하게 못 참고 빌려보는 분야 몇 가지가 있다. 식물, 맛, 약에 대한 책. 공통점은 다 먹는 거네. 그런데 의외로 먹는 거 안 좋아한다. 2020년 새로운 미래에는 약 한 알로 하루 끼니를 때울 기술이 얼른 등장하길 빈다.
식물책이라고! 하고 빌린 이 책은 그러나 재미가 없었다. 원서부터 후진 건지 번역자 센스인지 문장도 별로다. 13가지 식물보다 작물이 더 적당한 제목 같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놀랄 만큼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별 재미도 없고 새로 알게 된 것도 적었다. 게다가 챕터 간 중복되는 내용도 자주 나온다.
13가지라고 하지만 다뤄진 식물 간 분량 격차가 좀 크다. 꼭 비슷하게 다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갯수 맞추려고 끼워놓고 충분히 이야기거리 준비 못한 주제도 있는 티가 나는...
세계사라는 제목을 붙힌 만큼 역사에 대한 이해나 통찰이 좀 깊었으면 좋았을텐데 저자가 농학박사라 전공 분야만 능한 듯했다.
그래도 식물에 대한 책을 처음 읽거나 쉽게 접하는 작물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렵지 않아 흥미를 가질 듯하다.

전에 빌려보다 9번째 까지 보고 너무 재미없어하다 자동반납됐는데 모르는 사이 예약대출 되어 내일이 반납일이길래 치우듯 읽어버렸다.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책이 칸트에서 식물로 또 갱신 ㅋㅋㅋ읽는 거 말고 할 것 없는 연말이다. 읽지 않으면 힘든 시간. 내년에는 이러지 말고 읽는 일 자체를 즐기고 집중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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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12-3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유행열반인님 항상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01-01 02:34   좋아요 1 | URL
항상 읽고 쓰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저도 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한해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초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