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법 - 시와 처음 벗하려는 당신에게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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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김이경

송인 -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비 갠 긴 둑에는 풀빛이 짙은데
그대 보내는 남포엔 슬픈 노래 울리네
대동강 물이야 어느 때 마를 건가
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강물에 더하는 것을

고등학교 때 한문 교과서에 실린 이 한시를 정말 좋아했다. 짝사랑하는 아이를 생각하며 일기장에 베껴 적었다.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지만, 더 어릴 때는 시를 찾아 읽은 적이 있었다. 처음 인터넷을 시작한 중3-고1 무렵엔 이상의 시 전작을 올려놓은 홈페이지를 찾아 우와! 횡재했어! 하면서 잉크젯 프린터로 슉슉 뽑아 A4용지에 호치키스 박아 책인 양 고이 들고 다니며 읽었다.
중학생이 알아야 할 시 라는 책을 엄마가 사줬는데 꾸역거리고 보다가 마음에 들어서 종이에 옮겨 적은 시도 있었다. 황석우의 벽모의 묘. 어쩜 파란 털 고양이래, 하며 중이병답게 하늘색 펜으로 적어놨다. 생각난 김에 시인의 다른 시들을 검색해 읽어보니 캬아 나란 놈은 역시 이런 취향이군. 몰랐는데 이 시인 자체가 되게 기인에다 여자 밝히는 놈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린 나는 주로 세기말적이고 퇴폐적인 1920, 30년대의 시를 좋아했던 것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에 실린 걸 보고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을 읽으려다 실패했던 기억도. 어둠의 자식아...
그나마 읽었던 것 중 가장 예쁜 시는 엄마가 화장실 벽에 붙여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다. 거기 이국적인 소녀 이름 중에 내 이름자가 있어서. 그래도 화장실 휴지걸이 위에 올려둔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게 처음 시를 건네준 건 제도권 교육이다. 다만 계속 찾아 읽을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 수능 문학영역 준비하며 시며 소설이며 나름 재미거리 위안거리로 즐겼던 것 같다. 그런데 대학 오면서는 많지도 않은 읽는 거리가 그나마 산문으로 치우쳤다. 말이 많고 친절한 말을 길게 건네 듣는 게 좋은 나한테는 시보다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짧게 요약할 만큼 시와 만난 시간이 짧고 경험도 부끄럽게 부족하다.

이 책은 얇아서 읽은 책 권수를 늘리는 데 아주 유용하다. 전자책을 빌려서 쪽수만 보고 처음엔 좀 두껍나했더니 뒤에 1/3 정도가 유유 출판사 책 광고였다. 세상에…
얇지만 시에 관해 나처럼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수업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어려운 말은 거의 안 하고, 서술도 강의에서 말로 전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작가가 실제로 시에 관해 가르쳤던 강의록을 바탕으로 한 책인 듯하다.
나한테는 시가 별로라고,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사실 괜히 겁을 내고 벽을 쳤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가로막힘을 살살 걷어내고 시를 읽어야 할 이유를 조금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말과 글을 잘 갈고 다듬어 건네는 사람을 보며 느낀 점이 많다. 나도 그런 고운 말을 써서 마음을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거친 말들은 고운 사포로 열심히 문질러서 부드럽게 전하고 싶다. 말로 누구를 다치게 하는 일이 너무 많았어서 이제는 줄이고 싶다. 내 속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걸 잘 풀어줄 단어와 문장도 가지고 싶다. 소설과 다른 좋은 산문 독서도 꾸준히 해야겠지만 뒤룩뒤룩한 내 글을 날씬하게 하는 데 시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시 읽는 법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럭저럭 마음을 갖추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다음 달부터는 매달 시집 한 권씩을 읽어야 겠다. ㅎㅎㅎ엄마가 모아둔 책들이 아주 많다.


+밑줄 긋기

시를 읽을 때는 시가 가진 형식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시는 다양한 라임(압운)과 장치로 운율을 만드는데 때로는 시구의 내용이나 의미보다 이 리듬이 더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19세기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이렇게 말했어요.
어떤 책을 읽는데 전신이 얼어붙어 어떤 불기로도 몸을 덥힐 수 없게 되면, 나는 그것이 시인 줄 안다. 머리 맨 위가 떨어져 나간 듯 몸이 반응해도, 나는 그것이 시인 줄 안다. 이것이 내가 시를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시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반성이에요...반성이 한자로 反省인데 돌이켜 살핀다는 뜻이에요. 돌아본다, 다시 살핀다는 건 내가 무엇을 봤는지, 제대로 봤는지, 왜 그것을 봤거나 못 봤는지 의심하고 확인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란 눈에 보이는 사물, 현실을 돌이켜서 다시 보는 것이란 뜻입니다.

보는 것은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지만 시인은 이것을 의식하고 내가 어떤 대상을 왜, 어떻게 보았는지 스스로 자문합니다. 대상을 정확히 보았는지, 본다는 행위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보는 ‘나’는 어떤 존재인지, 계속 묻는 거죠. 시란 이런 물음의 과정이고 탐구이고 그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물음에 쉽게 답하고 안주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고요. 그러니까 이 말은 시란 끝없는 질문이고 의심이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끝없는 회의를 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언어를 배려한다는 건 말만이 아니라 말과 말 사이의 틈, 여백에도 마음을 쓴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백에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쉼보르스카는 시인에겐 모른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모른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자세히 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새롭게 보게 되고 새로운 것을 보게 돼요. 새로운 발견, 새로운 표현이 나오는 거지요.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질문 자체를 낯선 말로 쓰인 책처럼 사랑하라”고 조언한 것도 비슷한 얘기입니다. 모른다는 마음,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이런 겸손과 호기심이야말로 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조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이상-‘가정’)

별들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

전갈은 어째서 독을 품고

거북은 무엇을 생각할까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빗방울은 무슨 노래를 부를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을 맞을까

나뭇잎은 어째서 초록색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도 못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네루다, 「다문 입으로 파리가 들어온다」, 『에스트라바가리오』,1958)

요즘은 책들도 그렇고 시들도 위로와 공감을 앞세우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사실 괜찮지 않잖아요. 그렇게 간단히 괜찮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지요. 괜찮다고 말하는 건 하얀 거짓말 같아요. 우리는 괜찮다고 최면을 걸면서 살아요. 그런데 이 영화가 일깨우듯이, 시란 괜찮지 않음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미자는 거기서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내가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지, 우리가 다 괜찮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로 나아가요.

이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감옥

빠져나올 어떤 방법도 없네.

팔십 되면 모두 죽여 버리니

백성도 임금도 똑같은 신세.
(이언진)
‘아우아불우인’我友我不友人, 나는 나를 벗하지 남을 벗하지 않는다고 해요.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를 믿고 나아간다는 거죠.

하지만 나 가난하여, 오로지 가진 것 꿈뿐이라

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아 드리니

사뿐히 밟으라, 그대 내 꿈을 밟는 것이니.
(예이츠, ‘그는 하늘의 옷감을 바라노라’)

가능이 아니라 불가능을 꿈꾸는 것, 불가능의 힘을 믿는 것, 그래서 마지막까지 우리가 자기 안의 힘에 눈 뜨고 최선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시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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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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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박서련

친구가 재미있다고 해서 읽어야지, 하다가 2년 만에야 읽었다. 어제 재미있는 책읽고 싶다고 했는데 소원성취. 와하하.
전반부는 독립운동x연애물, 후반부는 노동운동x연애물, 중반부는 물론 작품 전체 곳곳에 녹아 있는 페미니즘까지.
주룡과 전빈 커플은 근래 본 소설 속 커플 중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독립된 국가에 살기를 바랍네다.’
애국을 겸비한 사랑 고백이라니.ㅋㅋㅋ참신했다. 그렇게 함께 독립운동하던 동지이자 친구이자 배우자인, 사랑하는 전빈을 잃는 장면은 정말 슬픈데도 아름답게 그려놨다.
중후반부 가면서는 약간 지루해진 감은 있다. 그래도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마음대로 노인네 후처로 보내려는 가족을 떠나 스스로 힘으로 벌어 먹고 사는 고무공장 노동자로 꿋꿋이 서는 주룡의 모습이 씩씩해서 좋았다.
‘싸우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노동 운동의 동지로 만난 정달헌이 주룡을 처음 본 날 일기에 쓴 말이다. 둘은 인텔리와 직공이라는 놓인 위치의 차이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티격대기도 하지만, 점차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싸움을 하는 사람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쓰기 시작한다.

강주룡에 대해서는 독립운동가를 다룬 역사책에서 짧게 마주친 게 처음이었다. 실존 인물의 구체적인 생애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소설 속에서 마주한 강주룡이라는 인물은 투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강하고 멋진 사람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 이기고 싶은 사람. 여자이고 노동자이고 과부이고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주저앉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 오랜만에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존경스러운 캐릭터를 만났다. 박서련이라는 작가의 입담이 참 좋았다. 다음 소설도 궁금해진다.

고무공장 안에서의 아사농성과 을밀대 위에서의 고공농성. 분명 20세기 초반의 일인데 이런 비슷한 장면이 그간 시간 사이사이를 빼곡이 채우고 내가 사는 지금까지도 자꾸 반복되고 있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인간답게 일하고 싶었을 뿐인데 고통받고 심지어 죽기까지 한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싸우고 죽어간 사람들 덕에 나와 배우자가 누리게 된 늘어난 출산휴가 기간, 육아휴직 급여, 최저 이상의 임금과 줄어든 법정 노동 시간 등의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법에 정해진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고 법에도 미비한 점이 아직도 많다.
우리집 두 사람 다 노동자인데 한 사람 직장은 법으로 인정받는 노조가 없고 또 한 사람은 회사에 노조가 (실질적으로)없기로 유명한 회사에 다닌다. 뭔가 웃기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 어린 친구들이 노동자 권리와 노동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도와야겠다. 휴직 전에 노동 인권 프로그램 진행하다 그리 성공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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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1-29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웬 전래동화를 읽으셨나 했더니 여성노동운동가에 관한 소설이로군요..하하;; ( 전래동화가 여기서 왜 나와.. ㅉㅉ 엉겹결에 땡쓰투해드림 ㅋ)

근데. 아늬.. 지금까지 고구려삼족오의 기운이 느껴지던 열반인님과 오늘 이 안경낀 도우넛과의 갭차이. 어쩔꺼냐구여 ㅋㅋㅋㅋ 아이고 🤣

반유행열반인 2020-01-30 06:09   좋아요 0 | URL
표지나 제목이 되게 그런 느낌이죠? 왠지 최무룡 생각도 나고...(어느 시대 사람이야 나...) 그런데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ㅎ
아이고 ㅋㅋㅋ졸지에 안경 낀 도우너ㅋㅋㅋㅋ이미지 쇄신해 보려고요. 그거 까마귀에다 다리 세 개 (아니면 다른 다리...)소리 듣던 거 어떻게 아셨어요?! 이러니 무님이 독서취향 친구 1위 하시지.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가보니 진짜 1위로 갱신되어 계셨어요.

syo 2020-01-29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참 이 책으로 떠들썩한 시기에 안 읽고 넘어갔더니 오늘날 이렇게 거대한 뽐뿌로 돌아오네요. 허어....

캐릭터 변신은 찬성입니다. 귀요미들은 세상의 빛이지요.

반유행열반인 2020-01-30 06:12   좋아요 0 | URL
이래놓고 syo님의 구미에 안 맞으면 원숭이 설욕전? 가는 거죠 ㅋㅋㅋ
저 근데 예전에 누가 알라딘에서 호기 프사한 거 보고 왠 할머니 사진을 해놨어? 한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다시 까마귀 하고 싶어지네...

추풍오장원 2020-01-30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네요^^ 좋은책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반유행열반인 2020-01-30 14:32   좋아요 0 | URL
좋은 선물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머니즘 - 웃음과 공감의 마음사회학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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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8 김찬호

고등학교 때 같은 저자의 사회를 보는 논리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 지금 보면 또 어쩔런지는 모르겠다.
학부 졸업 때 엉성하게라도 논문을 써야 했는데, 그때 주제가 인터넷 유머사이트 이용자 분석이었다.
큰 아이 이름에 바다 해 대신 농담 해(해학할 때 그 한자)를 넣었다.
어디가면 남들을 웃기지 못해 난리다. 되게 내성적인데 어쩌다보니 이 한몸 불살라 광대짓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니 이 책 제목에 오래 붙들렸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부제에 사회학이 붙었지만 학문적 깊이나 근거로 댄 부분이 많이 미약한 느낌이다. 그냥 적당히 가져다 붙인 듯한 서술이 대부분이었다.
지식, 정보 쪽에서 얻을 것이 없다면 웃음과 유머에 대한 에세이로서 마음을 울릴 만한 표현이 있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유머에 대한 책인데 놀랄 만큼 재미가 없었다. 읽다보면 어느새 책에서 도망쳐 딴짓 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굳이 책의 용도라면, 익히 다 알고있는 공동체 삶에서 유머의 가치를 한 번 더 설파하고, 웃겨야 할 때와 아닐 때, 웃어야 할 때와 웃어선 안 될 때,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인간다움을 훼손하지 않고 적절하게 유머를 구사하는 마음가짐을 돌아보는 정도이다. 별 내용 아닌 것을 길게 풀어놨다. 사실 웃음이나 유머에 대해 학문적 접근하는 게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 저자가 겪었을 어려움도 짐작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책의 기획과 구성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재미도 없고 유머를 잘 구사하는 방법 같은 건 가르쳐주지 않는다...일단 사람이 되고 봐야 유머도 먹힌다 정도의 원론만…

사례로 종종 나오는 우스갯소리들은 저자가 고민하고 골랐을 거라는 짐작은 되지만 잠시 피식할 뿐이고 어디 가서 써먹으면 안 되겠구나...역시 유머란 시의성과 순간에 맞는 번뜩임으로 던져야지 아재개그 열심히 수집해야 소용없다 하는 교훈만…
의외로 인용된 시들이 제일 읽을만 했다. ㅋㅋㅋ되게 따뜻한 시가 많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합성어인 유머니즘의 어원 중 유머보다는 휴머니즘에 방점이 크게 찍혔다. 인간을 생각하는 유머라는 출발점은 알겠는데 거기에 유머에 대한 게 잘 녹아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보상심리로 정말 웃기는 책을 보고 싶어졌는데 추천 좀...아, 내 시간...누군가에겐 가치롭고 웃음 넘치는 책이겠지...나는 아니었다네… 날 좀 누가 웃겨다오...같이 웃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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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1-29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벼운 마음으로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함 보시죠.
(안 웃기다구 친구 끊고 막 그러는거 아니죠?•_•)

반유행열반인 2020-01-29 07:14   좋아요 0 | URL
읽고 나서 재미없으면 여기 별점 테러 하는 리뷰 올려서 권한 사람 무안하게 하는 정도에요. (선례: 모이웃님이 권한 원숭이 자본론 읽고 어렵고 재미없네 웩 하고 까리뷰 올림ㅋㅋ) 무안해서 무님이 이웃언팔만 안 하시면 주욱 갑니다 ㅋㅋ

syo 2020-01-30 00:02   좋아요 1 | URL
원숭이 권한 모 이웃이 익독중 그 책 아는데, 그 책 재밌습니다. 최소한 독서가들한테는 통하는 개그코드. 그 책 재미없으면 독서가 아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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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7 김초엽

지구에 계신 엄마께

긴 잠에서 깨어나 처음 본 천체는 우주선이 방금 지나온 에리스와 디스노미아였어요.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낸 희끄무레한 왜소행성과 그 위성. 육안으로 그들을 마주한 첫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구나, 벅찬 마음과 동시에 착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태양빛조차 희미한 태양계 변두리까지 멀어져 온 게 실감이 났거든요. 우리는 카이퍼 벨트를 지나고 있어요.
동료 천체물리학자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에리스의 크기와 질량을 갱신하느라 바빠요. 저는 잠든 5년 동안의 운항기록을 분석하고 우주선이 정상가동되고 있는지 동료 기술자들과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수리가 필요한 곳들을 손보았어요.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했었죠. 엄마처럼 쓸모없는 문돌이 되지 말고 수학 과학 열심히 해서 이과 가. 기왕이면 서울에 있는 대학 말고 포항이나 대전 가서 공돌이 하자. 최대한 멀리 가서 니맘대로 살아.
아무 대답 안 했지만 속으로 맞는 말이지, 하면서도 속상했어요. 엄마는 같이 있으면 내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니까. 너무나 안 맞는 우리는 떨어져 사는 게 서로에게 나을지 몰라. 그래도 끊임없이 나를 밀어내는 엄마를 느끼는 일이 기분 좋을 리가 없잖아요.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가 말했던 학교 중 한 군데로 갔어요. 다행히 기계랑 전자 공부는 나에게 잘 맞았어요. 간섭 없는 자유로운 생활은 정말 숨통을 틔여줬구요. 대학 입학 후 떠나온 집에서 나는 자꾸만 멀어져 갔어요. 결국 이만큼 멀리 왔네요.
잘 지내시죠. 통신 기록에 부고는 없었으니 아직 그곳에 계실 거라 믿고 메일 남겨요. 다른 동료들은 영상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넬 말을 녹화하지만, 엄마는 동영상보다는 텍스트를 좋아하잖아요.
경험한 감각들을 통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검색할 수 있는 매체가 등장했어요. 심지어 특정 경험 중 분비된 호르몬과 심박 같은 신체감각까지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어릴 때 유튜브 영상을 검색하던 것처럼 지금 사람들은 다감각 정보를 생각만으로 불러들여 정보를 찾거나 단순히 감상하거나 그 자체를 현실인 양 체험하며 시간을 보내요. 떠나오던 몇 년 전의 기술 수준이니까 지금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네요. 지구 사람들의 삶은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젊은 세대는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였고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도 구식 매체가 되었어요. 책을 읽는 행위는 고루하고 괴상한 소수의 취미로만 남았지요. 엄마도 그런 소수의 사람 중 하나구요.
종이장이 누래지고 책등이 바랜 채 거실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이 생각나요. 책상 앞에 구부리고 앉아 시력보조장치에 의지해 책장을 들여다 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야기나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 무심하다가도 읽고 있는 책에 관해 질문하면 신이 난듯 대꾸해주던 엄마였죠. 그래서 일부러 더 엄마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곤 했어요.
관내분실이 뭐야?
책 제목 이상하지. 도서관내분실 했으면 알아듣기 쉬울 것을.
도서관에서 책을 잃어버려?
비슷한데, 열람하는 게 책이 아니라 죽은 사람 뇌내 정보야. 마치 살아있는 사람 만나듯 접속할 수 있대.
섬뜩하네.
난 더 섬뜩한 거 생각했어. 제목만 보고 대공분실이랑 헷갈려서 민주화 운동하다 고문당하는 얘기인 줄.
엄마의 말장난을 들을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무뚝뚝하고 하나도 다정하지 않은 엄마인데, 가끔 이상한 말을 해서 나를 웃기곤 했어요. 책 속에 그런 말장난이 잔뜩 담겨있는 걸까? 굳이 그걸 확인하려고 책을 읽을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요.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최초의 유인우주선 정비 기술자로 우주 탐사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엄마는 낡은 전자책 단말기를 건네줬었죠.
평생 모은 전자책 다 담아놨다.
누가 요즘 책 같은 걸 봐.
몇 십 년 우주여행하다보면 심심할 거 아냐. 심심해 죽을 것 같을 때 봐.
돌아가긴 해?
배터리 개조해서 50년은 멀쩡할 거래.
이걸 나 주면 엄마는?
종이책 많이 쟁여놔서 괜찮아. 인간다움의 상징물이다 생각하고 폼으로라도 들고 가.
우주선이 출발하고, 항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우주 생활에 적응한 뒤 장기 수면모드에 들기까지 엄마 말대로 무지하게 심심한 시기가 잠시 왔어요. 정말 책을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는데, 몇 년쯤 우주를 떠다니다보니 지구에 대한 향수랄까, 감상적인 기분이 들던 어느날 꾸려온 짐을 뒤적였죠. 짐 속의 전자책 단말기를 손에 쥐는 순간 엄마 생각이 났어요.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원이 켜진 단말기의 목록을 빠르게 훑다가 독특한 책제목 앞에 멈췄어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 나이 무렵의 엄마가 이 책을 읽던 모습이 기억났어요. 차례를 보니 엄마가 분실가지고 웃기던 소설도 들어 있어 더욱 관심이 갔어요.
그 책, 에스에프야, 판타지야?
둘다 아닌가. 그런 구분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 실현되지 않은 과학 기술은 판타지로 남아 있고, 얼마 안 된 과거에 공상이라 생각했던 일들은 결국 현실이 되어 우리 삶을 뒤흔들어 놓았잖아.
엄마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어느 만화가가 1965년에 2000년대 미래를 상상해 그린 만화를 찾아 보여줬어요. 태양열 주택, 전파 신문, 전기자동차, 무빙워크, 스마트폰, 원격의료, 인터넷 강의, 이미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기술들인데 그림이 그려진 당시에는 모두가 꿈같은 소리로 치부했다고 했어요. 그림 속 장면 중 달로 수학여행 가는 게 가장 나중에 실현 되었지요.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 있어요.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탐사, 그저 가장 멀리 나아가는 인류의 꿈을 위한. 태양계 밖 우주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에 동의서를 작성하고 끊없는 유랑을 택한 나의 동료들.

오래전 그려진 과학상상만화를 보며 신기했던 것처럼, 수십년 전 쓰여진 과학소설을 읽고 지금을 돌아보는 일도 이 지루한 여정에서 재미거리가 될 것 같아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중에서)
그 한 사람을 찾지 못해 나는 지구를 떠나게 된 걸까요. 한동안 사랑하던 많은 얼굴들을 떠올렸어요. 어쩌면 내 유전자와 합쳐 새로운 사랑할 사람을 함께 만들고 키웠을 누군가들을. 떠나온 이곳도 결코 완벽하지 않은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떠나온 건 아닌가 가끔 후회도 해요. 그래도 막상 두고온 게 슬퍼 눈물이 날 만한 사람이 있나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아서 더 서글퍼져요. 내가 순례자들과 같은 이유로 지구에 돌아가거나, 돌아가지 않는 날이 오긴 할까요?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중에서)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의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스펙트럼’ 중에서)
우리의 탐사에서 무리인 같은 외계 지능체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고 동료 과학자가 단언했어요. 생명체가 사는 행성에 발디딜 가능성조차, 적어도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희박하다고 했어요. 그래도 아주 만약에, 우리와 다른 감각과 지각을 가진 존재를 만나면 그들과 짧은 인사라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얼마나 감격할 만한 일일지, 저는 상상할 수 없어요.
‘-잘 자.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스펙트럼’ 중에서)

‘만약 공생의 대상이 지구상의 생물이 아니라면 어떨까? 지구에서도 유래하지 않은 것, 수만 년 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에 지구 밖의 어느 행성에서 온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뇌에 자리 잡았고, 우리의 유년기를 지배했고, 우리를 윤리적 주체로 가르쳐왔다면. 인간을 비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백한 특질들이 사실은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라면.’(‘공생가설’ 중에서)
아직 우리가 어린 동안 무언가 곁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종이나 존재 간에 교감하는 이야기는 엄마가 어려서 권해준 만화책 기생수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이야기를 다 낡아빠진 종이책까지 찾아가며 보냐고 친구들이 핀잔 주긴했지만. 문득 깨달은 게 있어요. 굳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도, 우리는 이미 서로 기대고 보살피고 있었어요. 나를 밀어내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기억만 남아 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날 엄마가 날 돌봐줘서 이만큼 자라고 살아남았을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슬픈 마음이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공생가설’ 중에서)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에서)
기술이 발달할수록 모두가 편해지고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 날이 있었어요. 공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자신감이 자라난 적이 있었죠. 그런데 기술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아직 우리는 빛의 속도로 나아갈 수 없어요. 뉴호라이즌호가 25년 걸려 도달했던 이곳에 유인 우주선을 탄 우리가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한 건 엄청난 발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우리의 짧은 삶은 이 넓은 우주 안에서 순식간에 바스라지고 말아요. 여기까지 오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야 했어요.
가끔은 빛보다 느린 덕분에 위안받을 때도 있어요. 내가 떠나온 곳에서 그리 멀리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의 탐사가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지만, 더 먼 우주로 간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내곁에 있던 사람들과 영영 헤어져 웜홀을 뚫고 워프버블을 타고 터널을 통과해 다른 세계에 도달하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요. 그래도 지금은 계속 나아갈 수 밖에 없어요.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중에서)

과학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미래 예언일까요? 아님 인류의 자기성찰? 사랑의 전파? 그저 소수의 취향에 맞는 여흥 거리? 그 전부 다 일 수도 있겠네요. 결국 과학소설도 소설이에요. 소설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엄마가 오래전에 말했잖아요. 소설을 읽지 않기 시작한 인류는 너무 오래도록 사람이란 뭘까에 대한 고민을 잊고 살았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손에 들린 책의 느낌이 잊었던 그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듯했어요. 그리고 기묘한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는데 거기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고립된 우주선 안에서는 자본으로 뭔가를 교환하는 행위조차 그리워요. 감정을 물화된 형태로 소비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신비롭고 부러울 지경이에요.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지금 느끼는 감정에 붙일 이름표를 사고 싶어요.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감정의 물성’중에서)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러면 그녀는 그 깊은 바닥에서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녀를 붙잡아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그래도 엄마는 분실되었을까.’(‘관내분실’중에서)
생전의 경험과 감각을 저장하는 기술은 등장했지만 마인드 같이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도서관에 보관하고 살아있는 사람 만나듯 느끼게 해줄 기술은 아직 없어요. 마인드가 있다면 오히려 끔찍할 것 같아요. 죽은 엄마에게마저 잔소리를 듣고 싸울 생각을 하니까 되게 절망적이더라구요.
엄마집 거실 책장 옆에 서서 내다 보던 풍경이 떠올라요. 옹벽으로 앞이 막힌 저층 아파트는 햇볕이 드는 시간이 아주 짧았죠. 엄마는 책이 햇볕에 상할 일이 없어서 좋다고 했지만. 벽 앞에는 볕이 부족해 가늘고 길다랗게 웃자란 메타세콰이어 몇 그루가 심어져 있었어요. 바람이 불면 무성한 여름날에도 낙엽을 모두 거둔 겨울날에도 가지가 마구 흔들렸죠. 아직도 가끔 창밖을 보나요?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잃었던 많은 것들을 떠올리나요? 거기에 이제는 나도 추가되었을까요.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함께 바라보고 싶어요. 우주에는 바람도 나무도 없어요. 자라면서 보고 겪고 느낀 것들 대부분이 부재한 곳이에요. 그래서 가끔은 상실감을 느껴요.
엄마 뱃속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로 우리는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지만, 그 덕에 내가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도 했어요. 굳이 알기 위해 여기까지 와야 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오지 않고 모르는 것보다는 나은 것도 있겠지요. 창백한 에리스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뭔가를 느끼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없잖아요.
내 긴 메일이 오랜 뒤에라도 지구에 닿으면, 엄마가 답장을 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얼마나 오래 걸리든 기다릴 거에요.
아직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관내분실’ 중에서)

—-
아직 열 살인 딸내미를 먼 미래에 우주로 보내 보았다.
묻지도 않고 보냈네, 하면서 “너는 우주에 가보고 싶어?” 하고 뒤늦게 물었다.
“별로 가고 싶진 않아.”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안. 다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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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01-2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직접 쓰신 건가요? 대단하세요~ 소설로 손색이 없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8 11:10   좋아요 0 | URL
많이 부족한 글 좋은 말씀으로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대회가 있어 응모해보려고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어요. ㅎㅎㅎ

syo 2020-01-28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퇴근길 지하철의 지치고 고된 시간 중 한 덩어리를 단숨에 삭제시키셨어요. 짝짝짝......

저도 얼른 써야 할 텐데요. 오늘까지인데 으아아아아

반유행열반인 2020-01-28 17:57   좋아요 0 | URL
무사 마감 기원합니다. 얼른 써서 다 싹싹 발라?버리셔요ㅎㅎ
나란히 책갈피 타서 인증해보아요. (저는 수상 아니고 막 추첨의 요행을 바라는 중...ㅋㅋ)

무식쟁이 2020-01-29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야. 여기두. 리뷰 대~~~박!

반유행열반인 2020-01-29 07:11   좋아요 0 | URL
길어서 스크롤 주욱 내리고 싶은 욕구 만드는 거만 막 쓰고 ㅋㅋㅋ
 
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 김원영, 남다은, 정희진, 최은영, 앨리슨 벡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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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김보라

나의 1994년.

은희보다 4살 어린 나는 국민학교 4학년이었다. 경기도 도농복합지역 나 살던 동네는 아직 군이라 불리웠다.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은희가 사는 서울은 사는 친척 하나 없는 별세계였다.
이른 봄에 할머니댁에 머물던 큰아빠가 돌아가셨다. 치질 수술 받고 입원했던 아빠가 일찍 퇴원해서 집에 왔다. 아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다가 울었다. 형이 죽었어. 장례 후 큰아빠의 외아들인 사촌이 놀러왔다. 나랑 동갑이지만 오빠라고 불렀다. 명절마다 만나면 나를 때리고 놀려서 울리던 사촌이 그때는 기가 많이 죽어 있어서 가엾게 느껴졌다.
큰아빠 죽음 이후 아빠가 많이 아팠다. 입이 한 쪽으로 비뚤어졌다. 신경과에 가니 뇌졸중을 의심하다가 검사해 보니 뇌졸중은 아니라고 했다. 용하다는 침쟁이에게 갔더니 침을 놓아주면서 중풍도 아니라고 했다. 웅어라는 물고기를 누가 구해다 주면서 그걸 저며 한쪽에 붙이면 돌아간 입이 돌아온댔다. 붙이는 꼴은 못봤고 처음 보는 특이한 물고기가 살아 있을 때 한참 구경했다. 오리인지 거위인지 목 따고 피를 마시면 낫는다고 그걸 구해다 먹였다는 소리도 들었다.
여름이 아주 무더운 해였다. 아빠는 나와 동생을 데리고 동네 뒷산에 자주 올라갔다. 숲의 그늘은 짙푸르렀지만 그래도 무더웠다. 바위에 앉은 아빠는 불경을 꺼내 읽기도 하고 명상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낯선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매우 힘겨워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어디가 왜 저렇게 아픈 걸까. 얼른 나았으면 싶었다.
부모님이 가게를 열었다. 두 분 다 바빠졌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도 엄마가 없어 쓸쓸했다. 가게에 가면 시계가 아주 많았다. 탁상시계들 알람을 울려 다양한 멜로디를 감상했다. 시계 바늘을 손끝으로 빙빙 돌려 뻐꾸기를 열두 번 뻐꾹하고 울게 했다. 조명을 받은 진열품들이 눈이 부셨다. 다 파는 물건이었고 내 것은 하나도 없었다.
큰 빚을 내어 가게를 연 아빠는 잠을 못자고 엄마에게 가게를 접자고 매일밤 졸라댔다. 엄마는 가게 일보다 아빠한테 시달림 받는 걸 더 힘들어했다. 아빠는 가게를 지키는 대신 친구들과 술을 먹으러 나가거나 옆옆 양복점에 가서 아저씨들과 고스톱과 포커를 쳤다.
나는 일기를 열심히 쓰는 아이였다. 월간 학습지 뉴턴은 밀렸지만 일기는 매일 꼬박꼬박 썼다. 학교 담임 혜영 선생님은 일기를 읽고 아빠 아프신 데는 어떠냐고 상냥하게 물어주셨다. 일기장마다 상세하게 멘트를 달아주셔서 일기 쓰는 맛이 있었다. 일기장 맨 마지막에 내가 궁금한 것들-하고 여러 물음을 끄적여 놓은 게 있었는데 거기에 일일히 답을 해 주셔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어느날 고칠 물건이 생겼다면서 방과후에 나를 티코 옆자리에 태우고 일부러 우리 가게를 찾아가셨다. 엄마에게 내 칭찬을 많이 하고 가게가 잘 되길 아빠가 쾌차하길 빌어 주셨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혜영 선생님은 나를 남겨서 다음 날 친구들이 아침자습 시간에 풀 문제를 칠판에 적는 일을 시켰다. 분필 글씨는 반듯반듯 쓰는 게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반 아이 하나가 왜 쟤한테만 자습 내는 걸 시키냐면서 샘을 내기도 했다.
학교 생활은 바빴다. 혜영 선생님 권유로 합창부에 들어가 대회 준비를 했다. 단발머리의 합창부 선생님은 자꾸 검은 뿔테 안경이 흘러내렸고 마음이 여렸다. 어떤 아이가 험한 말을 해서 선생님을 울리기도 했다. 걸스카우트 활동을 해서 학교에서 야영도 하고 자연농원(지금 에버랜드)에 가서 자고 온 적도 있었다. 한 주에 한 번 교육청에 가서 과학실험 수업에도 참가했다. 바빠도 재미있는 날들이었다.
같이 과학실험 수업을 다니던 옆 짝꿍을 좋아했다. 울프컷을 하고 눈이 쳐진, 손가락이 짧뚱하면서도 바이올린을 잘 켜는 남자애였다. 반 아이들은 그 애를 말대가리라고 불렀다. 3년 연속 같은 반이었는데 4학년이 되면서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날 시장에서 엄마가 사준 핫도그를 먹으며 길을 가는데, 말대가리와 마주쳤다. 너는 길에서 그런 걸 사먹니? 하는 말에 너무 부끄러워서 이후로 길에서 음식을 사먹는 일이 (거의 평생) 없어졌다. 학년 말에 짝꿍이 전학간다고 해서 정말 슬펐다. 마지막 날 그 애 가방 속에 편지와 초콜릿을 몰래 넣었다.
두 학년 아래 동생 반에 성수라는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사고 이후 아이들에게 너 다리 무너졌대 하고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나도 얼굴을 아는 아이라 뉴스를 볼 때마다 자꾸 성수 얼굴이 생각이 났다.
학교를 마치면 피아노를 배우러 갔다. 란 선생님은 친절하게 피아노 뿐 아니라 청음, 시창, 온갖 음악이론을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음악이론 쪽지시험을 봐서 100점 맞은 개수만큼 백원짜리 동전을 쥐어주셨다. 나는 동전 한움큼을 들고 아래층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사 먹었다. 아빠가 아프다고 울먹이는 내게 란 선생님이 같이 기도하자고 위로해 준 기억이 난다. 다음해에는 교회 성가대에 나를 데리고 가서 반주를 시켰다. 란 선생님은 피아노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내게 별도 레슨비도 받지 않고 추가로 레슨을 해주셨다. 피아노가 없는 내게 주말에도 언제든 연습하러 오라면서 다른 애들 없는 시간에도 학원을 열어주셨다. 수시로 진행 상황을 점검해주고 어느 주말에는 자장면도 사 주셨다. 처음 나가는 대회라 너무 긴장한 나는 무대를 내려오면서 펑펑 울었다. 상을 탔는데도 내가 너무 못쳤다고 생각했다.
여름방학 때 란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안보 여름캠프에 갔다. 학원에 안 다니는 동생들까지 데려오라고 하셨다. 수영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고 재미있게 놀았다. 캠프 기간 중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면 이제 통일이 되는 건가 싶었다. 캠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군은 인구가 무럭무럭 늘어 다음해에 시가 되고, 국민학교는 다음다음해에 초등학교가 되었다. 4학년은 어린이라 부를 마지노선이었던 것 같다. 바로 한 해 뒤에는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어른 흉내를 내고, 재미와 기쁨보다 우울함이 삶에서 더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거든.
큰아빠는 심한 두통에 시달려서 시골에 쉬러 내려왔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병원에 보낼 생각은 안 하고 골방에 가둬놓고 쉬쉬하며 아픈 큰아빠를 구박만 했다고 한다. 큰아빠가 다 죽을 지경이 되서야 할아버지가 택시에 태워 병원에 가는 도중에 돌아가셨다.
아빠는 점점 미쳐가고 있던 건데 그 상황을 알아차릴 정신의학적 지식이 그때 우리에게 있었을 리가 없다. 거의 1년 간 수면장애에 시달리던 아빠가 조현병 발작으로 망상에 빠져 식구들을 죽이려고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신병원에 실려갔다. 그후 오랜동안 우울증, 자살시도, 알콜중독으로 주변을 힘들게 했다. 딱 지금 내 나이였던 아빠는 왜 아픈 사람이 되었을까. 유전적 소인에다 그 난리를 지켜보고 겪은 나는 내가 그렇게 아픈 사람이 될까 봐 늘 걱정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골몰한다. 약과 병원을 싫어하고 술로 버티던 아빠와 달리 다행히도 나는 언제든 병원으로 달려갈 마음가짐이 되어있다.
일기 쓰는 습관은 오래 따라와서 지금도 클라우드노트앱에 가끔 쓴다. 돌아보면 행복할 때는 일기를 잘 안 쓰는데 가장 힘들고 우울한 시기의 기록만 잔뜩 남아있다.
전학 간 짝꿍의 소식은 한참 뒤 특이한 방식으로 전해듣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옆 도시로 멀리 통학하게 되었는데, 고1 짝과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하다가 말대가리가 이사간 곳이 고1 짝이 살던 곳인 것을 알게 되었다. 고1 짝과 말대가리는 사귀었었는데, 말대가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담배도 피우고 오토바이도 타면서 방황을 많이 했다고, 장난 아니었다는 말을 했다.
아, 그 애가 전학가고 얼마 안 되서 같은 반 여자 아이가 내게 말을 했다. 너 그 애 가방 속에 편지랑 초콜릿 넣어놨더라? 그걸 들키다니 너무 창피했다. 그런데 걔는 왜 남의 가방을 열어봤을까. 걔도 뭘 넣어 두려고 했나. 편지랑 초콜릿은 원래 수신인에게 무사히 돌아갔을지 여자 아이가 낼름 빼다 먹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김일성이 죽고 나서도 삼대 세습을 하며 북한은 아직 연명하고 있다. 통일은 언제 될까.
첫 직장이 광진구, 성동구 인근이어서 어느 날 동료의 차를 타고 성수대교를 지날 일이 있었다. 멀찍이 놓인 위령탑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어린 성수의 얼굴이 여태 생각이 났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다가 죽는 사회는 수학여행을 가다 죽는 사회로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은 슬픈 세상이었다.

혜영 선생님도, 란 선생님도, 정말 좋은 분들이셨다. 두분 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선생 후계자 양성을 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분들만큼 좋은 선생이 되지 못했다. 베토벤 선생님이 안 되려고 기를 쓰긴 했는데, 혜영, 란, 영지 선생님만큼 아이들에게 다정하진 못했다.
나는 자기가 싫어진 적이 있냐고 묻는 은희로 오래 남아 있었다. 나 자신도 자라지 못한 나머지 더 어린 친구들에게 영지 선생님처럼 맞지 말라고, 우울하고 힘들 땐 손가락을 보라고, 나쁜 일이 닥치면 기쁜 일이 함께 한다고, 세상은 신기하고 아름답다고도 말을 건네지 못했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내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내내 알지 못하고 살았을텐데. 그걸 다른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일에 너무 인색하게 살았다. 마냥 낙관하기에는 확신이 없었고 비관이 더 많았다. 그런데 어린 내게 필요한 건 정답도 정확한 예언도 아니었다. 그냥 따뜻함이면 충분했잖아.
그러니 또다른 은희들이 제 삶도 언젠간 빛이 날까요? 하고 내게 묻는다면, 너는 지금도 눈부시고 앞으로는 더 그럴 거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끔 돌아보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시나리오라는 글 자체를 처음 읽어 보았다. 이게 영상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책을 읽기 전에 이상은의 음악이 깔린 티저만 봤었다. 나는 긴 영화를 잘 보니 영화도 곧 봐야겠다.

책 뒤편에 영화에 대한 감상과 나름의 해석을 적은 글들도 흥미롭게 읽혔다. 같은 컨텐츠를 보고도 가진 관점과 경험과 배경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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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1-26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같다..... 반님의 인생사 서술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울멍울멍한데 또 담담하기도 하고,
근데 또 그런 게 어쩐지 좋고 그러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6 14:58   좋아요 0 | URL
울멍울멍 동그라미 아이콘 떠오르네요. ㅎㅎㅎ

무식쟁이 2020-01-26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채기투성이. 잉~ 아푸다.. ㅠㅠ
글쓰기가 업인 사람(특히 소설가)은. 아픈 뼈와 살을 드러내고 곱씹고 갈아내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 같아서.. 아프지만 언젠가는 멋진 소설로 승화를...


반유행열반인 2020-01-27 00:25   좋아요 0 | URL
생채기랄 것도 없고 안 아프고 글쓰기 업도 아니고 뼈 살도 안 드러나고(순살치킨?!) 소설가도 아니고 댓글 온통 오류 투성이 아닌가요?! ㅋㅋㅋ그래도 다정해서 마냥 좋은 무님.

공쟝쟝 2020-02-02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94년을 지나오셨군요. 언제나 좋은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는 좋아요. 좋은 어른 되야겠어요 ㅜ
벌새 시나리오 참 좋죠. 저도 좋았는데 이런 독후감 읽으니까 더 좋으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02-02 09:13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순전히 쟝쟝님 덕에 읽은 거에요 ㅎㅎㅎ좋다고 하시면 믿고 읽습니다 ㅎㅎㅎ은희 이야기 보니 나의 94년 돌아보고 싶더라구요. 나의 미시사.

공쟝쟝 2020-02-03 19:14   좋아요 1 | URL
반님의 미시사~! 우리들의 미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