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는 꼴랑 세 권 읽었다. 게다가 한 권은 그림책이야… 올해는 만화책이 좀 많이 포함되긴 했지만, 10월에 이미 한 해 읽은 책 100권을 넘겼다. 그러니까 이제 남은 동안은 책 안 읽어도 되는 것 아니냐… 읽어도 읽지 않아도 삶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300권(어린이 스티커북이랑 만들기책이 다수이긴 하다…) 사고 100권 읽은 건 부조리 아닌가! 그래도 사고 싶던 책 중고로 괜찮게 올라오면 또 못 견디는 것이다… 이번 구매 테마는 필립 로스 쟁이기냐… 사 두고 안 본 거나 다 보고 사시죠…올해 필립 로스 한 권도 안 봤다… 에브리맨 본 게 벌써 일 년 전이라니…

탑으로 눕히고 쌓는 게 식상해서 다 차렷 시켜 봤습니다. 밀란 쿤데라 할배 다 봤으니 또다른 기둥뿌리였던 필립 로스 할배도 20년 안에 다 봐야 겠습니다.


 



프리모 레비는 주기율표랑 릴리트 사 놓고 쳐다도 안 보고서 하나 더 샀다… 제목이 참 슬프네…주기율표부터 일단 보자…


 아시아 출판사 책들 좀 어정쩡하긴 한데, 그래도 황인찬이잖아… 제목이 좋잖아… 요즘 수능 국어 다시 공부하면서 윤동주 읽는데 왠일인지 자꾸 황인찬 시가 생각난다. 

 


 요새 재미있게 읽어 주는 미스터 멘과 리틀 미스 시리즈. 오늘은 정글 모험 봤다. 이거는 조금 덜 재밌었는데 그래도 읽기 전에 뭐 나올까? 뱀 나오겠지? 물에 빠지겠지? 호랑이 나오겠지? 악어도? 이러고 이야기 미리 주고 받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면서 읽었다. 50권 컴플리트 콜렉션이라는 걸 개인 판매자가 2만원대에 내놓아서 못참고 이것도 질러 버렸는데 아직 먼 남쪽에서 다가오는 중이다. 어린이 핑계대고 내가 더 재밌게 보고 있음…스머프나 이 시리즈처럼 개체성, 특이성 하나하나 그린 캐릭터 책들 은근 좋아한다. 


 종이책 잔뜩 줄세워 놓고 정작 보는 중인 책은 전자책…ㅋㅋㅋ 수능 물리는 접었지만(우리 생명과학으로 돌아가자!!!) 물리학자들이 핵분열 연구하고 핵폭탄 만드는 과정 그린 책은 재미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별로 관심 없었는데, (거, 프로메테우스란 비유 너무 미화한 거 아니냐… 인물 하나 중심으로 그리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님…영화 오펜하이머는 봤다…ㅋㅋㅋ) 이충호 선생이 오펜하이머 개봉 무렵 자기가 번역한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홍보(?)하는 글을 봐가지고 낚여서 사 버렸다. 여기는 영화에 나오던 핵개발 관련 미국 쪽 인물도 슉슉 지나가지만 잘 안 나오던 독일 쪽 소련 쪽 상황도(좀 후하게 걔들이 못해서 안 만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안 만든거야 하고 쉴드 침) 제법 자세하게 나와서 더 흥미롭다. 


 

샐리루니 신간도 빌렸는데 이거 2주 내로 보겠냐!!! 표지가 영… 



그렇지만 내가 하루 대부분 봐야 할 책은 수1 개념 교재… 생명과학 개념완성… 지구과학 개념완성… 쎈 기하… 뭐 이런 날들. 줄세운 오늘 들어온 니들도 언젠간…만나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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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2-02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필립로스 <새버스의 극장> 때문에 잠정 휴업중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2-02 19:42   좋아요 2 | URL
아니 그 명작을 대체 왜요?ㅎㅎㅎ 잃시찾도 읽으신 새파랑님한테도 힘든 책이 있단 말입니까? ㅋㅋㅋ저랑 책 취향 은근 반대이시지요? 새파랑님은 곱고 순한 것들, 저는…(말을 아낌…)

새파랑 2023-12-02 20:05   좋아요 1 | URL
한번 손을 놔버리니 다시 못읽겠다는..<위대한 미국 소설>을 먼저 읽어야하나 고민중입니다. 전 <포트노이의 불평>도 쫌 힘들었습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2-02 20:14   좋아요 1 | URL
저는 시작이 포트노이라서 원래 이런 작가야! 이러고 각오가 깊어 괜찮았나 봐요 ㅋㅋㅋㅋ 그래도 읽은 중 제일 길어 그런가 역시 저는 아직 필립 로스 중에 새버스의 극장이 제일 흥미로운 소설이에요 ㅋㅋ

yamoo 2023-12-04 09:49   좋아요 2 | URL
흠...포트노이로 필립 로스를 시작하셨으니 다른 책들도 모두 좋으실겁니다!!ㅎㅎ
저는 <에브리맨>으로 시작했는데, 읽는 족족 다 별루더라구요. 에브리맨이 워낙 좋아사 여타 책들은 실망감만 더하다가 걍 손절해버렸다눈..^^;; 돈 드릴로와 같이..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12-04 18:24   좋아요 1 | URL
에브리맨은 저한테는 제법 순한 맛이지 싶었습니다. 필립 로스 치고는 착하구만 착해 하고요 ㅋㅋㅋ

yamoo 2023-12-04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책들과 식물사가 겹치네요! 권수로는 5권!!
와우~ 이렇게나 반가울수가!!!^^

반유행열반인 2023-12-04 18:23   좋아요 0 | URL
식물책은 3년 전 글항아리에서 책 10권 주는 이벤트 당첨이 되어 모셔 두고 여태 모시고만 있네요 ㅎㅎ필립 로스 책을 이미 많이 보셨군요!
 
Mr.Men and Little Miss Adventure Collection 12종 미니 박스 세트 (Paperback 12권)
Harper Uk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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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이웃 블로거 중 대학생인 분이 봉사활동 간 기관에서 애기들 책 정리하다가 읽고 싶다고 한글판 책 뒷면 찍어 올렸는데, 거기 캐릭터들이 보기만 해도 넘넘 궁금했다!!! 간지럼씨 팔 왜 이렇게 길어!!!
알라딘 뒤져보니 한글판 중고 많은데, 원서 페이퍼백 12권 묶은 모험시리즈를 꽤 싸게 팔고 있어서 우왕, 이러고 샀다.
책은 얇고 작고 글씨도 작은데 그런데도 내용도 알차고, 공룡 모험이랑 우주 모험만 꼬맹이 읽어줬는데 내가 더 재미있잖아…이거 하나 읽어주면 흥미롭게 듣다가 길어서 그런가 꼬맹이님 금세 쿨쿨 주무신다.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고 짧은 실력으로 동시 통역하려니 힘들구나…그래도 재미있어서 다음 권 얼른 읽어주고 싶다. 우주 센터 가이드로 일하던 Mr Wrong씨 개웃겼다. 왜 다 틀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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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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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밀란 쿤데라. 재독.

밀란 쿤데라를 처음 읽은 지도 이십 년이 넘었다. 한 번 만난 적 없는 경상도 소년을 짝사랑했고, 그 아이가 좋다는 밴드며 책이며 모범생처럼 받아 적고 갈증을 느끼며 다 받아 마셨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그랬다. 끝내준다고 그래서 읽었는데 정말 끝내줬다. 1999년에 프랑스어판을 한국어로 옮긴 초역이 나왔고, 나는 2000년엔가 2001년에, 만나이 16살에 그걸 읽었다. 2002년 고3 여름 방학 때 두번째로(이건 수첩에 적어 놔서 확실하다) 읽었다. 소년은 하나가 아니라 시기마다 바뀌었다. 그 소년마다 이 책을 선물했고 사랑하는 소년이 아니라도 책 사줄 생각이 들면 이 책을 사고 또 사서 최소 열 번은 사고 또 열 번은 넘게 읽었다.
누굴 주고 사고 반복하다보니 지금 가진 건 1999년판과 표지가 같은 2004년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름이 테레사 토마스에서 테레자 토마시로 바뀐)2009년판, 그리고 2018년에 30주년 기념으로 나온 밀란쿤데라가 그린 카레닌 표지는 저거 멍멍이 아니고 영감님 ㄲㅊ야 했다가 서재관리자한테 블럭 먹고 겨우 안 샀고, 전자책 신청했다 수 년 만에 나온 밀란 쿤데라 전집판을 2021년에 바로 사 둔 것까지 세 권이다. 이번에는 전자책으로 처음 읽었다. 대화체가 몇 군데 경어-반말 바뀐 것도 같고 완전 갈아 엎진 않았지만 문장 매끄럽게 가다듬은 것도 같고(기분 탓일 수도), 하여간에 오랜만에 읽으니 좋았다.

밀란쿤데라 전집 나오자마자 얼마 안 되서 메롱, 하듯 2014년에 무의미의 축제를 툭 농담처럼 던져 전집 머쓱하게 하던 할배는, 10년 조금 안 되게 더 살다가 2023년 영면하셨다. 더는 새 작품이 나오지도, 대중에게 언론 인터뷰나 X같은 걸로 잔소리 던지지도 않는 먼 곳의 침묵한 사람이라면, 물리적 죽음이 언제인지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적어도 내가 읽는 동안은 할배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으니까. 나한테 할배는 죽지 않았다.

새삼 이번에도 이건 참 아름다운 소설, 했다. 그리고 나는 비극과 불행 읽는 걸 좋아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비극이 아니었다. 태어난 나라를 떠나거나, 터전이던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옮기거나, 천직으로 알던 직업을 잃거나, 사랑하는 생명체(사람/개 포함)를 영영 볼 수 없게 되거나, 죽거나 하지만, 주요 인물 대부분은 삶의 어느 시점에 죽는 순간까지 떠올릴 사랑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품었다. 심지어 테레자와 토마시는 그런 사랑이 아직 지속되는 상태로 둘이 한날 한곳에서 함께 죽는다. 역사, 권력, 이념, 조국, 혼인, 혈연, 모든 것을 농담 삼을 수 있고 냉소하거나 비판할 수 있지만, 밀란 쿤데라는 사랑 만은 거기에서 예외로 두었다. 많은 당위와 의무와 강요에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안 하겠다고 하면서 굴러 떨어질 수 있지만, 사랑의 부름만은 거절하지 못하고 끝까지 쥐고 가는 인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끝이 불행이나 파멸 아니고 전원의 평온, 머리 맡 램프 같은 안온함이라 더 좋았다.

소설 읽을 때마다 애 없는 세계, 애를 개가 대체한 세계로 읽었는데 애가 아예 안 나오진 않았다. 엄마의 그늘 아래 불행한 딸이었던 테레자의 어린 시절이 나오고, 프란츠의 딸도 잠시 나오고, 토마시의 아들 시몽도 아빠랑 똑닮은 모습으로 평행하게 그 뒤를 쫓아 추방되고, 농촌으로 가서 종교에 안착한다. 다시 보면 그게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 않았고 토마시 인생 말년에는 아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왕래하는 모습도 보인다. 생각보다 시몽한테는 해피엔딩이었잖아… 지 맘대로 아빠 비석에 하나님의 왕국도 세우고 말야… 죽은 뒤의 모든 일들은 (장례절차 조차) 죽은 이를 위한 게 아니라 남은 이를 위한 일 같다. 그러니 풍장을 하든 장기 기증을 하든 미라를 만들든 나 죽으면 너들 좋을 대로 해라 다 해라…

카레닌에 대한 사랑은 그동안 가장 공감하지 못하던 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렴풋하게나마 개와 인간의 사랑에 대해 알 것 같았다. 그 사이 내가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서 카레닌은 카레니나랑 크게 상관 없는, 오히려 그녀의 냉담한 남편 이름이었다는 걸 알아서, 랑은 아무 상관이 없고, 그냥 마음 붙일 곳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말로 불평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닌 존재이면서도 내내 나만 바라보는 존재라면, 내가 무한하게 책임져야 할 존재이면서 나보다 먼저 떠날 것이 더 명확한 수명이 짧은 존재라면 더 애틋할 것도 같다. 카레닌을 보내주는 장면에서 떠오른 것은 재미있게도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었다. 부모보다 조로하고 그런데도 조숙해서 두 사람을 잇던 사랑스러운 아이가 먼저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거랑 카레닌의 죽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크게 상관은 없는데 며칠 전 산책 나섰을 때 겪은 일도 떠올랐다. 공원을 걷다 맞은편에서 주인이 붙잡은 목줄을 팽팽 당기며 뭔가 불만에 찬 하얀 보숭보숭 멍멍이가 걸어왔다. 어쩐지 개가 나를 막 째려 봐서 나도 모르게 어머, 되게 못 되게 생겼어, 했다. 개와 나는 스쳐지나가는데, 열받은 개가 계속 뒤를 돌아보며 한참을 마구 짖어댔다. 마치 너 얼굴 봤어! 뭐라고! 죽고 싶냐! 내가 너 잘 사나 지켜 본다! 악을 쓰면서 주인한테 끌려가는 것 같았다. 확실히 못된 개긴 했네...그래도 다 알아들으니까 대놓고 말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매번 사람이나 개나 듣거나 말거나 할 말 다 하는 나도 못 됐다.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처음 본 놈이 자기 욕하는 거도 알아듣는데 매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자기 사랑하는 걸 왜 모르겠어...

우리는 한 번 밖에 살지 못한다. 이미 산 때를 다시 살 수도 없다. 내가 수능 봐서 기를 쓰고 대학생이 다시 되려고 하는 것도 이렇게 어렵지 않은가… 삶의 흐름을 거스르는 자는 필히 고통 받는다. (syo야 넌 행복했다고? 어디나 괴물 같은ㅋㅋ 예외는 있는 법이지…) 그렇지만 소설 속 사람들은 내가 읽고 또 읽으면 그때마다 다시 산다. 읽히는 한 불멸에 가까워진다. 적힌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읽는 사람 따라, 그 사람의 시절과 상황 따라 그들의 삶은 조금씩 변주된다. 예전에 읽을 때는 세상 바람둥이 같아 원망스럽던 토마시는 이제 저렇게나 대책 없이 낭만주의자에 애정지상주의자일 수 있나...싶고, 멍청해 보이던 프란츠도 비슷하게, 사랑 때문에, 사랑 속에 죽을 수도 있구나, 대단하네, 싶다. 나는 테레자였다가 사비나가 되고, 다시 프란츠와 토마시가 되었다가 카레닌이면 좋겠네, 싶다. 이곳을 떠나고 싶다가 떠나고 싶지 않고, 또 다시 떠나고 싶다. 체코에 가보고 싶다가 안 가도 되겠다 싶다. 사는 동안 몇 번 더 읽으면 나는 또 이들과 몇 번을 더 살게 되겠지. 어디선가 같은 책을 읽으며 누군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토마시와 테레자를 살거나 관찰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말고 푹 잠이 드세요. 비행기를 타고 있으니 별이 우리 아래에 있는 거예요.


+밑줄 긋기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테레자의 망명 욕구를 토마시는 죄인이 유죄 선고를 받듯 받아들였다. 그는 그 선고에 따라 얼마 후 테레자, 카레닌과 함께 스위스의 가장 큰 도시에 있게 되었다.

-호텔을 나와 취리히의 집(테이블, 의자, 소파, 양탄자를 들여놓은 것도 오래전 일이다.)으로 돌아가면서 토마시는 달팽이가 자신의 집을 메고 다니듯 자기도 자신의 삶의 방식을 휴대하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며 행복을 느꼈다. 테레자와 사비나는 그의 삶에 있어서 두 극점, 서로 멀리 떨어져 화해가 불가능하지만 하나같이 아름다운 극점을 표상했다.
그러나 토마시가 몸 안에 맹장을 달고 다니듯 삶의 방식을 어디에나 지니고 다녔기에, 테레자는 언제나 같은 꿈을 꿨다.

-우리 생각에는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아틀라스가 어깨에 하늘을 지고 있듯 인간도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토벤의 영웅은 형이상학적인 무게를 들어올리는 역도 선수다.

-모성애가 희생 그 자체라면, 태어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죄인 셈이다.

-그 순간 그녀를 부르는 토마시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중요했다. 그 목소리는 그녀의 어머니를 모르고, 매일 음탕하고 끈적끈적한 말을 건네는 술주정뱅이들도 모르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높이 자리 잡고 있었다.

-테레자에게 책이란 은밀한 동지애를 확인하는 암호였다. 그녀를 둘러싼 저속한 세계에 대항하는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시립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뿐이었다. 특히 소설들.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그녀의 사랑에 발동을 걸고, 끝나는 날까지 그녀에게 힘을 준 에너지의 원천은 아마도 이런 몇몇 우연들일 것이다.(이런 하찮은 도시에 걸맞게 변변치 않고 진부하긴 하지만.)

-인간의 삶은 마치 악보처럼 구성된다. 미적 감각에 의해 인도된 인간은 우연한 사건(베토벤의 음악, 역에서의 죽음)을 인생의 악보에 각인될 하나의 테마로 변형한다. 그리고 작곡가가 소나타의 테마를 다루듯 그것을 반복하고,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다. 안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마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과 죽음의 테마, 사랑의 탄생과 결부되어 잊을 수 없는 이 테마가 그 음울한 아름다움으로 절망의 순간에 그녀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여자로 사는 것, 이것은 사비나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이다.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것은 장점이나 실패로 간주될 수 없다. 우리에게 강요된 상태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적합한 태도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 사비나의 생각이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것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만큼이나 그녀에게는 부조리하게 보였다.

-그때 그녀는 공산주의 세계란 이러한 음악의 야만성이 군림하는 유일한 곳이라 생각했다. 나라 밖으로 나가 보았을 때, 그녀는 음악의 소음화가 인류를 총체적 추함이라는 역사적 단계로 밀어붙이는 세계적 과정임을 확인했다. 추함의 총체적 성격은 우선 도처에 편재된 음향적 추함으로 발현되었다. 자동차, 오토바이, 전기 기타, 파쇄기, 확성기, 사이렌. 시각적 추함의 편재도 이에 뒤질세라 나타났다.

-그날 이후 그녀는 아름다움이란 배반당한 세계라는 것을 알았다. 그 아름다움이란 박해자들이 실수로 어딘가에서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만 만날 수 있다. 아름다움은 노동절 행렬의 배경 뒤편에 숨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배경이 그려진 화폭을 찢어야만 한다.

-그녀는 자기에게 참을성이 없었던 것을 후회했다. 함께 더 오래 있었더라면 그들은 조금씩 그들이 사용했던 단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어휘는 너무도 수줍은 연인들처럼 천천히 수줍게 가까워지고, 두 사람 각각의 음악도 상대편의 음악 속에 녹아들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이제 너무 늦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지만 손에 잡히는 증거라곤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우리들은 눈만 뜨면 상스러운 말을 내뱉지만, 존경받는 유명 인사가 말끝마다 시팔이라고 하는 것을 라디오에서 얼핏이라도 듣는다면 왠지 모르게 조금은 실망한다는 점이다.

-범죄적 정치 체제는 범죄자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발견했다고 확신하는 광신자들이 만든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을 처형하며 이 길을 용감하게 지켜 왔다. 훗날 이 천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광신자들은 살인자였다는 것이 백일하에 밝혀졌다.

-문제는 몰랐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 내가 여자와 관계를 맺은 지 이제 거의 이십오 년이 넘었어. 200을 25로 나눠 봐. 매년 새 여자가 여덟 명쯤 있었던 셈이지. 그리 많은 건 아니잖아.”(그리 많은 게 아니구나...평생 여덟 명도 어려운 거 아니냐…이새키)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그녀만이 중요했다. 여섯 우연의 소산인 그녀, 외과 과장의 좌골신경통에서 태어난 꽃 한 송이, 모든 “es muss sein!”의 피안(彼岸)에 있던 그녀, 유일하게 그가 진정으로 애착을 갖는 그녀.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너무 추해서 누구도 죽은 자 사이에서 부활하기를 원치 않았다.

-만약 흥분이 창조주가 재미 삼아 즐기는 기계 장치라면, 사랑이란 오로지 우리의 권능에만 속한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창조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사랑, 그것은 우리의 자유다. 사랑은 “es muss sein!”을 초월하는 것이다.

-정치 운동은 합리적 태도에 근거하지 않고 표상, 이미지, 단어, 원형 들에 근거하며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이런저런정치적 키치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다음도 또 계속될 것이다. 잊히기 전에 우리는 키치로 변할 것이다. 키치란 존재와 망각 사이에 있는 환승역이다.

-인간에 비해 개에게는 특권이랄 것이 거의 없지만 부러워할 만한 것이 하나 있다. 개의 경우에는 안락사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았다. 짐승은 자비로운 죽음에 대한 권리를 누린다.

-하지만 원칙상 합의를 보았다 해도 불안한 불확실성을 더는 것은 아니었다. 고통이 어느 순간부터 불필요한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더 이상 살 만한 가치가 없는 순간을 어떻게 확정할 수 있을까?

-그는 그녀에게 그 조그만 것을 손에 쥐여 주었다. 그것은 공포에 사로잡혀 몸을 떨었다. 토끼였다. 그는 토끼를 테레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공포와 슬픔은 사라졌고 그녀에게 속했던 이 작은 동물, 그녀가 품에 껴안을 수 있는 이 작은 동물을 손 안에 든 그녀는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울었고 울음을 멈추지 않았으며 눈물 너머로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녀는 마침내 목표를 달성해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 더 이상 도망칠 이유라곤 없는 그런 곳에 있다고 생각하며 토끼를 집으로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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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26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존가에 대한 찐한 애정이 느껴지는 리뷰! 좋네요...🥹 이런 독자가 있으니 밀란쿤데라는 저멀리서 흡족해하지않을지 ㅋㅋㅋ
근데 카레닌 표지 보고 ㅈ같다는 생각 안했는데 유열님 글 보고 다시 보고오니까 보이네요...보여... 흠.... ㅈ같군요..

반유행열반인 2023-11-26 16:24   좋아요 3 | URL
ㄱㅊ같아서 ㄱㅊ 같다고 했을 뿐인데...(곤충입니다!!!) 그때부터였어요. 알라딘이 절 미워한 게...ㅋㅋㅋㅋ 밀란쿤데라는 저 멀리서 됐고 알 바 아니고 니 읽거나 말거나 난 그냥 썼을 뿐이고 이러고 딱딱 하고 먼저 보낸(그래서 자기보다는 더 젊은) 여자들하고 하렘 만들고 있을 거 같습니다...

유수 2023-11-26 2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바보야..

반유행열반인 2023-11-26 22:38   좋아요 3 | URL
갑자기? 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은 자본주의야. 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11-28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글 읽고 이어서 바로 읽은 열반인님 글^^

인용 - ˝넌 행복했다고? 어디나 괴물 같은ㅋㅋ 예외는 있는 법이지…˝ - 열반인님 스타일 유머감각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1-28 20:26   좋아요 1 | URL
늘 후하게 재미있어해주시는 얄님 ㅋㅋㅋ 근데 수능공부하며 행복하면 괴물 아닙니까…ㅋㅋㅋㅋㅋ

syo 2023-11-28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괴물 같은 예외가 내년의 괴물 같은 예외께 인사드립니다! 안녕! 🤓

반유행열반인 2023-11-28 20:29   좋아요 1 | URL
안녕 글 예쁘게 쓰는 괴물!!!

페크pek0501 2023-11-29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이네요. 제가 읽은 책이 나오면 반가워서 댓글을 남기게 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1-30 11:13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좋아하는 책과 겹치는 분들 보면 참 반가워요 ㅎㅎㅎ

잠자냥 2023-11-30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리뷰는 그 책을 쓴 작가에게 보내는 러브레터가 아닌가.... 싶은.
<참을 수 없는...>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하는 아름다운 글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11-30 18:05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말씀 듣고 보니 그동안 닿을지 말지 모를 편지들을 여기저기 잔뜩 쓰고 다닌 것 같은 기분입니다 ㅎㅎㅎ부족한 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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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3 요시타케 신스케.


 책 안 사! 이러고서 또 샀다. 요시타케 신스케 신간이랑 중고책이랑 접어 만들기, 뜯어 만들기 이거저거 샀다. 호구 새기야 그만 사. 그만 읽어. 수학이랑 물리나 해.
 작은 어린이 잠들기 전에 읽어주니 좋아했다. 요즘 세계 지도랑 국기에 푹 빠진 여섯 살은 국기 그림 지나가는 영상 보고 바누아투! 마셜 제도! 레바논! 신나게 맞추고 색연필로 열심히 국기를 그린다. 
 지금이 언제인지 몰라서 지금이 일 년 전이야? 묻는다. 
 지금이 언제야? 묻는 그때는 이미 지금이 아니긴 하겠다. 
 지도 이야기인데, 지도랑 도표랑 그래프랑 다 뭉뚱그려서 비슷한 걸로 해 놨다. 대충 여기가 어딘가 저기가 거긴가 보여주는 건 다 비슷하긴 하지. 

 제목은 내가 묻고 싶은 그대로다. 나는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굿즈도 골랐다. 예전보다 적립금 까는 게 꽤 쎄졌다. 그래도 손수건 귀엽다. 


 거울도 귀엽다. 머리는 내 머리인가? 이런 책도 나왔구나…일 년 전에… 거울이 내가 놓친 책을 알려준다… 살 지 말 지는 봐서…


 백 몇 조 년 전엔 뭐가 있었냐 먼지만 있었냐 해서 우주 나이가 137억년 정도래, 하고 알려주었다. 책을 (백 만년 만에) 읽어 주니 어린이는 금세 쿨쿨 잘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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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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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2 스테파니 카치오포.
 
 뷰렛-Love Forever.
 


 읽는 중간중간 기대나 예측을 벗어나며 흥미를 불러오는 사랑에 관한 책이었다계속 읽어오던 뇌과학책들이랑 비슷한 교양서인가 했는데읽다 보면 이거 뭐냐 연애 에세이냐로맨스 소설이냐하다가 마지막엔 그렇게 간단하지 않군했다. 뒤로 갈수록 좋았다. 누가 무슨 책이에요? 하고 짧게 답해 달라고 하면  사랑의 일대기하겠다.
 
 저자 스테파니는 유럽에서 나고 자라 심리학과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었다스테파니의 엄마 아빠는 사이 좋고 다정한 부부였다맨날 우울하고 싸움박질에 폭력을 일삼는 부모 아래 자라다 보니 다정한 부모 아래 자라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스테파니는 부모가 너무 다정하니까 나는 저런 사랑은 얻지 못할 것이다, 하고 일찌감치 기대를 내려 놓았다고 했다. 그게 의외인 듯했지만 좋은 배우자를 만난 자신의 부모처럼 자기도  좋은 사람을 만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오히려 나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을 대비 못할 수도 있으니까 자식 대까지 혼인 생활이 성공적이지는 않을 수도, 반대로 부모가 망한 혼인 생활했어도 그거 보고 자식은 반면교사 삼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스테파니는 누굴 좋아해  적도연애한 적도 없이 37살  되도록 모태솔로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사랑과 관계 맺음의 중요성그런 스테파니에게 운명의 사랑이 나타난다상하이 학회에 참석했다가유명 심리사회과학자인  카치오포를 만난다사회신경과학 창시자이기도 하고, 정교화 가능성 이론하면   ? 해서 ...나도  들어봤을지도했다대학원 시절 다정한 법교육 전공 선배들이랑 사회심리학 스터디를 했었는데 이거 저거 배우면서 엄청 즐거웠던 기억이 났다.(차분하고 끈질기고 친절한 스터디원  최소 셋이 일찌감치 박사하고 교수평가원 연구원이 되었고성질 급하고 불친절한 나는 법교육 전공을 포기했다ㅋㅋㅋㅋㅋ스터디   보던 사회심리학 교재 카치오포  나오겠다하면서 나중에    읽고 색인 뒤져보니  카치오포 인용 페이지가 다섯 개나 나오는...그런 거물이었다둘은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학회 기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홀다닥 반했다스테파니가 메일로 존에게 연락을 하면서  마음을 확인하고는미국의 존과 스위스의 스테파니는 대륙을 넘나들며 연애한다파리의 노화 관련 행사에 존이 연사로 초대되어 스테파니가 함께 참석했는데거기서 만난 학자 하나가 너네 결혼할  내가 주례 해 줄게 혼인 절차 진행하는  수료했음했다그말에 꽂혔는가 존은 스테파니에게 청혼하고스테파니는 부모에게 전화로 알리고 허락도 받고 그냥 당장 하자, 하고서 행사 참석 학자들(대부분 그날 처음 초대해서 당장 적당한 장소 섭외를 못해서 근처 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파리 경찰이 쫓아와서 허락없이 잔디밭 망쳤다고 혼내서 잔디밭에서는 나와야 했지만
 
 내가 사회심리학책 뒤적이기도 전에 스테파니는 자기 반려자가 얼마나 짱짱맨인지 장황하게 자랑하고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잘 통하는지나는 사랑에 관해, 존은 외로움에 관해 연구해서 뇌과학의 그쪽 분야로는 전문가인데 우리가 만나면서 겪는 모든 과정이 우리가 이론적으로 배운 그대로였어우리는 이론만 바삭하고 실제 삶은 그와 동떨어지게 나는 모솔존은 이혼만  번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우리가 만나서 얼마나 찹쌀떡-이었는지 한참 풀어댔다.와….
BIGBANG-BAE BAE (듣고 있자니 존나 배배 꼬임 ㅋㅋㅋㅋㅋ)
 


 
 내가 어린 시절 사람들이 한동안 쓰다 지금은   쓰는 말이 있다오랜만에  말이 생각났다. ‘염장질하다.’
 염장은 염통심장을 일컫는 말일 수도 있겠다그렇다면 심장을 쥐어지르는 염장은 소금에 절이는 일을 말하기도 한다그러면 소금 뿌리고 싶은 재수 없는 . 주로 쓰이는 상황은 연인 둘이서 남들 보이는 데서 애정을 과시하며 소외감을 느끼게  때였다 가지  맞을 수도, 외로운 누군가의 심장을 쥐어지르고그래서 보고 있으면 소금 뿌리고 싶을 만큼 꼴보기 싫은 모습
 
  남들의 사랑은 때로 부러움을 넘어 부정적인 감정을 자아낼까장기하는 부럽지가 않어-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갖지 못한 뭔가를 남들이 풍요롭게 누리면 부럽다 못해 분한 모양이다
 
 대작가가  뒤라스도, 아니 에르노도, 우리 완전 찰떡이에요 햄복해요 호호호 하는 글을 써서 사랑받지는 않았다대부분 망한 사랑사랑 때문에 고통 받고 남들이 자기 사랑 가지고 뭐라고 하고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은 지나간 이야기를 좔좔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공감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느낌을 가지고 읽었다  점도 궁금했다 다들 남의  되는 사랑 이야기는 심드렁한데 망한 사랑 이야기는 좋아할까...샤덴 프로이데처럼 꼬소하다이건 아닌  같고 그냥 같이  아파하고...망한 거는 공감하는데  지내는 거는  공감  못하는  같기도...나만 그런가!!!
 
 처음에는 스테파니가 굳이 저렇게 우리 사랑 짱짱맨 하는   이해가  됐다그런데 그렇게 둘만 마냥 좋다고    아닌  슬슬 밝혔다둘이 혼인   나이 스테파니 37 60스테파니가 존의 나이가 되었을   존은 살아 있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다.(- 책에도  놨다.) 스테파니가 스위스에서 근무처를 옮겨 시카고대학 존의 사무실에 옮겨 함께 근무하고(그러니까 교수실을 부부 교수님이 같이 쓰는 거지…), 성도 존의 성인 카치오포로 바꾸자(둘다 이탈리아계 혈통이 섞여 있어 스테파니는 자신과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사랑하는 사람 성으로 바꿔서 너무 좋다고 했다), 주변에서 잔소리도 했다여성 연구자들한테 네가 하는 일들이 악영향을 미칠거라고그니까 다들 곱게   거다. 나이도 엄청 어린 애가 노인인 학계 권위자의 아우라에 올라타서 커리어  찐하게 올려서 득보는 걸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그러거나 말거나 둘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멋진  차를  뽑고좋은 집을 구해 이사하고여행을 다니고공부도 일도 함께 하고, 매일매일을 신혼여행처럼 살았다실제로 혼인 무렵엔 둘다 너무 바빠서 신혼여행을 못한 대신 일상의  순간을 특별하게 보냈다.
 
 ...그런데 혼인한 챕터 다음 다음에 위기가  들어왔다둘이 혼인한 지 4 만에 존의  부위에 침샘암이 4기까지 진행된 것이 발견되었다진단 받고 1  생존율이 매우 낮은 병이었다 2 정도 수술항암치료방사선 치료, 온갖 합병증 치료하면서 존은 고통을 겪었다그와중에 식사  못해서 근육 째고 음식 공급하는  넣는 시술 했는데 그게 너무 아파서 총상인  알고 “오바마를 보호해야”한다는 잠꼬대 같은  해서 존의 비밀요원 판타지를 두고 나중에 둘이 웃은 이야기는 진짜 웃펐다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는 와중에 호전이 있어 존은 다시 강의와 연구에도 복귀하고  사이도  탄탄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급격히 상태가 나빠진 존이 집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응급대원이 왔지만 심폐소생술을 해도 존은 일어나지 못했다스테파니가 마지막으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미 존은 떠났고스테파니는 들것에 실린 존과 마지막으로 30 아파트에서 1층까지 내려왔다혼인 7 만이었다
 
 이후 오래도록 스테파니는 난파된 것처럼 ‘복합 비애’라는 심한 슬픔의 상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이웃과 친구들이 스테파니를 위로하려고 애를 썼지만 스테파니는 홀로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마냥 수렁에 빠져들고 있었다그러다가 우연히 아주 오래  알았던 은퇴한 프로 테니스 선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혼인 사실과 사별 사실도 모르던 유럽 멀리 있던  친구가 메일과 전화로 밖에 나가서 겁나게 달리라고 시켰다. 1  매일 9킬로씩 시키는 대로 달리면서 쇠약해진 몸과 마음을 회복한 스테파니는 친구의 또다른 처방대로 다시 테니스를 시작하고 계속 살아남을  있었다.
 
  책의 마지막인 에필로그 부분이 내겐 가장 좋았다책의 시작도 솔로였던 스테파니가결국 책의 말미에도 혼자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누구나 시작도 끝도 혼자인데도 왠지 직접  과정을 라가 보니  서글프기도 했다. 2018 존을 잃고, 2020-2021년 스테파니는 홀로 팬더믹의 시대를 지났다그런데 그렇게 모두가 외롭게 고립된 순간에 수많은 사람이 스테파니를 찾았다외로움 박사는 존이었는데 존이 죽었으니  공동 연구자인 (심지어 성이 같아서 그녀를 존으로 착각한 기자들도 있었다스테파니에게 조언을 구했고스테파니는 존의 부재를 느끼게 하는  상황이 슬프기도 했지만이런 관심을 좋아하고 성의있게 답변했을 존을 떠올리며 응대를 했다고립된 우주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비대면이지만 그들과 소통한 , 머리 위를 지나는 우주정거장이 남일 같지 않게  것처럼존의 육체는 스테파니의 곁에 없지만존은 많은 기억과 흔적과 의미를 그녀에게 남기고 영원한 존재로 함께 하게  것이다. (‘당신의 부재는 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지만 당신은  심장 가까이에서 언제나 함께 합니다.’ (283))
 
 내가  책들 중에 특히 마지막 감사의 말이 길었다. 내가 별로 읽지 않아 그렇지많은 과학자들의 사랑 이야기가 있을 텐데, ( 책에도 제법 인용이 되어 있다아직 살아 있는그리고 사랑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책으로 읽는  편지를 받은 것처럼 깊은 느낌이 있었다스테파니는 아직 제법 젊으니 존을 마음에 간직한  그대로 살아갈 수도, 존은 마음에 계속 남고 또다른 사랑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올초에 제때 발견해 치료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망률이 제법 높은 폐색전증에 걸렸었는데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이야기를 읽으니 내가 남은 이들에게 저런 고통을 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약간 아찔했다사랑을 잃어 본 경험이 있다상대방이 죽은  아니었지만 영영 이별은  사람이 죽어 다시  돌아오는 거나 다름없다부재의 시간은  고통이 내내 반복되었다다행히도 내가 없는  상대방도 힘이 들었는지 여름에 죽은 사랑은 여름이 다 가기  살아서 돌아왔고이런저런 굴곡은 있었지만 사랑도 나도   지낸다생살을 잘라내는 고통이야 이제 왠만해서는 오지 않겠지만모든 관계는 이별의 순간이 온다토마시와 테레자처럼 한날 한시  사고로 죽지 않는 이상 이르고 더딘 차이가 있을  혼자 남는 때를 누구나 겪는다그래도없는 것에 힘들겠지만 내게 누군가 있었다는 것이 계속 살아갈 힘이  것이다. 혼자 남을 누군가에게 내가  힘이 되도록 내가 언젠가 힘을   있도록 계속 사랑하는  말고 지금  일이 또 뭐가 있겠어
 
 
+밑줄긋기
-사랑은 선택사항이 아니며없어도   있는 것이 아니다사랑은 생물학적 필수 요건이다. (17)
 
-우리는 통계의 의미와 긍정적 자극에 대한 반응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대화 내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나는 속으로 이런  신경과학자들이 서로를 유혹하는 방식일까 하고 생각했다. (106)
 
-그는 나를 너무도  이해했다  “저도요!” “동감이에요“를 너무 자주 연발해서 오히려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이렇게 조화로운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나란히 앉히고 뇌파 검사 장치EEG 연결해 보면  사람의 뇌파가 일치하는 현상을 관찰할  있다신경과학자들이   교란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113)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았다우리가 사랑에 빠지겠다고 선택한 것이었다.”(228, 케이트런의 에세이 인용)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 해서는   말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겁니다시간이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행동과 인지, 타인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249,  카치오포)
 
-(파인만의편지는 잊을  없는 아름답고도 놀라운  문장으로 끝이 난다. “ 아내를 사랑한다 아내는 죽었다.” 그리고는 서명을   다음과 같은 추신을 달았다. “ 편지를 부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당신의 새로운 주소를 모르잖아.” (266)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언제나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해도 말이다
 존을  삶에 계속 존재하게 하려면 존을 기억할 때의 고통을유령을 끌어안으려  때의 고통을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269)


+적절한 짤 발견. 웨딩피치 악마였네…닥,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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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11-12 1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책에 대한 오해를 줄이려면 이 책은 뇌과학 일반에서 분류를 사랑/연애 에세이로 바꾸어야 한다. 나도 과학책인 줄 알고 읽다 뭐지 뭐야...했거든. 근데 기대와 다른 이게 의외로 좋았고 반대로 사생활 듣기도 싫은 거 썰 푼다고 싫어하는 독자도 있어서 아 나도 처음엔 우웩 했는데 사별한 후에 불쌍해서 다 용서됨...ㅋㅋㅋㅋ호불호가 있네요.

2023-11-1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2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2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2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3-11-12 1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소위 당선하시려면 쇤네야 읽기엔 좋지만, 그걸, 문장으로 만들지 마셔요.
그냥 예를 들자면 ˝듣고 있자니 존나 배배 꼬임 ㅋㅋㅋㅋㅋ˝ 이런 거요.
결판내는 담당자도 담당자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겁니다. 안 그렇겠어요?
아오, 이 아줌마는 다 좋은데 몇 마디가 존나 배배 꼬여서 명단에 못 올리겠어, 그럴 수 있을 겁니다. ^^
당선하시면 천 원 주세요.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1-12 17:28   좋아요 2 | URL
아오 꿀팁 감사합니다만 ㅋㅋㅋ팔백작님 읽기 좋은게 중하지 비속어 필터링하고 착하게 쓴다고 뭐 개전의 정 봐주겠습니까 ㅋㅋ안 뉘우치고 안 받고 안 산다 새끼들아 ㅋㅋㅋ뽑지 마라 뽑지 마! 팔백작님 천원 안 줄라고 발악이요 ㅋㅋㅋㅋ쟤들은 우리 나이 차에도 쏘 스윗한데 팔백작님이랑은 서로 골탕먹이고 농담이나 따먹고 있네요 ㅋㅋㅋㅋ

yamoo 2023-11-13 14: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닥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1-13 16:37   좋아요 1 | URL
저랑 웃음포인트가 비슷하시군요 yamoo님!

2023-12-07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7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