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말하기 -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김하나 지음 / 콜라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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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 김하나.

말을 많이 하는 일로 먹고 산다. 그덕에 후두염을 거쳐 성대결절, 성대용종으로 섀도우창법을 구사...한 건 아니고 목소리가 쉰소리로 갈라져 결국 용종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고나서야 본디 음색을 찾았지만 이전과 같이 쉬이 노래할 수 없게 된...건 아니고 노래는 원래부터 잘 못했다.
제법 많은 수의 사람 앞에서 말해야 하고, 일대일로 상담도 해야 하고, 회의도 많고, 그런데 말을 하다보면 금세 감정적이 되고 화도 잘 내고 또 직설화법을 쓰다보니 남에게 상처줄 일도 반대로 받을 일도 많았다. 그래서 한 때는 말 안 하고 살 수 있는 직업은 없나 하고 전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노동력 팔아 먹고 사는 주제에+근력 쓰는 육체노동을 할 처지도 못되는 체력에 그런 건 없더라. 목소리라도 팔아 먹고 살아야했다. 한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내가 말하는 걸(얼굴은 안 나오게) 잔뜩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릴 일이 생겼다. 검토한다고(실수를 찾아봤자 재녹음은 없고 텍스트로 오류 사항을 수정해 게시할 뿐이지만…) 녹음한 걸 다시 재생해 보면서 내 말버릇 같은 걸 알게 되었다. 예전보다 말의 속도가 느려지고 소리의 높이가 약간 낮아진 건 듣기 편해진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이다. 발음이 비교적 명료하지만 가끔 끝을 흐리는 건 새로 생긴 나쁜 버릇.
처음 본 날 어떤 친구는 내가 말을 하도 잘해서 본인은 정신 없이 듣고만 있었다고 했다. 그말을 들은 나는 서로 주고받는 말하기, 대화 같은 데는 영 소질이 없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리액션과 내 차례를 찾는 법과 끼어들지 않고 참는 법 같은 걸 잘 못해서, 말을 안 할 때는 아예 안 해 버리고, 또 주도권을 잡았다 싶으면 말하고 듣는 시간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하고 도취 상태로 내 말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화 상대에게 뒤늦게 미안함을 느낀다.

그런 내 앞에 ‘말하기를 말하기’라니, 책 제목에 끌려 읽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알게 된 김하나 작가의 책이었다. 말을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일이지만 잘 말하는 일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어 그걸 미리 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성우 공부도 하고, 자신이 말한 것을 다시 들어보고, 남이 말하는 걸 주의깊게 듣고, 특히나 말 잘한다 싶은 사람들의 특징에도 주목해보고, 준비도 많이 하고, 습관에 젖는 걸 경계하고, 잘 말하기 위해서 고민할 부분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팟캐스트는 들은 적 없고, 유튜브도 많이 안 보는 편인데 문득 궁금해서 유튜브를 열어보았다. 박상영 작가와 김하나 작가가 북토크 하는 영상 썸네일이 딱 보였다. 거기에서 김하나 작가가 말하는 걸 (아니 아예 생김새 자체를) 처음 보았는데, 별 예상 안했지만 그래도 뭔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나새끼 유튜브 영상으로도 낯가리나 봄… 영상인데도 이런데 이제는 일로든 친목이든 새로 사람을 만나면 진짜 으아아와와아가어ㅔㅂ하고 적응 못할 것 같다.ㅋㅋ

목이 아파도 말을 해야 쌀이 나오고 돈도 나온다. 글로는 (일회적인 이벤트 당첨이나 온라인 자문이나 연구 협조, 검토 보고서 작성 같은 거 말고는) 벌어 먹을 처지가 못된다. 말로 하는 대화보다는 글자로 하는 대화가 훨씬 편한 사람이지만 대면해야 해결되는 일이 세상에는 더 많다.
그러니 기왕해야 하는 말하기라면, 조금 더 낫게 말하는 법을 고민하고, 내 말하기를 돌아보고, 남의 말도 잘 듣고 적절한 시점에 리액션도 하고, 한 마디 더 할 거 참고 상대가 한 마디 더 하도록 기다려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일단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것부터 조금씩 나아질 방법을 찾아야 할 듯. 지나치게 친해지거나 나빠질 사이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오면 오는 거고 가면 가는 거지 하는 거부터. 그래도 일단 내 앞에 있을 때는 친절하고 의미 있게 대하는 법부터 시작.
사랑도 미움도 시작은 말하기와 듣기인 것 같다. (글쓰기와 읽기일 때도 있지만…) 끝도 마찬가지다. 꼭 필요할 때는 불평과 비판의 말도 거침없어야겠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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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1-01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나치게 친해지거나 나빠질 사이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오면 오는 거고 가면 가는 거지 하는 거부터.˝ 맞아, 맨날 자기한테 실망할 거면 빨리 하래 ㅋㅋㅋㅋㅋㅋ 싫거든요! 저는 어지간해서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어떤 마음인 줄은 짐작하지만, 오래오래 있고 싶어요. 조금 더 따듯하고 다정하게 말하고 싶고요! 김하나 작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보고 트위터 구경 좀 했는데 사려 깊은 사람인 거 같아요. 되게 말하는데 고민하고 신경써서 그런 거구나.

반유행열반인 2020-11-01 17:43   좋아요 1 | URL
하나님 책을 읽으니 다른 하나님이 댓글로 소환됨 ㅋㅋㅋ 저는 미리 걱정이 주전공이라 자꾸 겁먹고 쫄아요. 미움 받는 것도 무서워하면서 익숙해지지도 못하고 ㅋㅋㅋ 저는 말하는데 되게 고민 없던 사람이라 이제부터라도 해 봐야겠습니다. 사려 깊은 사람처럼은 안 보이더라도 가벼운 사람으로는 보이지 말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

하나 2020-11-01 17:50   좋아요 2 | URL
나 가벼운 것도 되게 좋아하는데 ㅋㅋㅋㅋㅋ 마음 속에만 묵직한 거 좀 있고 그럼 돼죠! 지금도 충분히 멋지십니당 🧡 김하나는 김하나대로, 열반인님은 열반인님대로! 나이들어서 새사람 만나는게 겁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저는 지금 열반인님 만난게 다행인 거 같아요. 저는 지금이 젤 낫거든요. 예전에는~~~ 휴...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1-01 17:52   좋아요 1 | URL
그런 거야? 예전 같으면 어휴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이러고 서로 쌩까거나 친구 끊기 하고 막 그랬을지도 모르는 거야? 다행이네요 둘다 지금이라서 ㅋㅋㅋ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이라 또 다행이네요 ㅋㅋㅋ

하나 2020-11-01 18:07   좋아요 1 | URL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좋아하니깐) ㅋㅋㅋ 아마 표현을 잘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말하기가 더더 중요해지는 지점은 오히려 관계가 생명을 다했을 때가 아닐까 싶네요. 처음에 좋을 때는 막 내 머리 뒤로 말이 날아가도 붙들어 오고 싶잖아요. 예전엔 그럼 슬퍼서 죽을 거 같았는데 요즘엔 우리 지금 서로 지친 거 같으니 쉬었다 또 만나자~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싶고요. 대중적 말하기나 이런 건 좀 다르겠지만요.

반유행열반인 2020-11-01 18:14   좋아요 2 | URL
요즘엔 우리 지금 서로 지친 거 같으니 쉬었다 또 만나자~ 와 진짜 개쿨한데 정답 같아요....나도 쿨해지고 싶어요....오늘부터 쿨해져야지 ㅋㅋㅋㅋㅋ막 되지도 않을 다짐을 합니다.

2020-11-01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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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 18: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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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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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 2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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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1-01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사람은 다정하게 말하기가 쉬울까요??
다정한 말하기를 하다보면 다정한 사람이 될까요??
어쨌든 둘다 탐나네요. 우리 모두 열심히 다정합시다.

반유행열반인 2020-11-01 21:57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 열심히 다정합시다 222222!!!!!!

2020-11-06 2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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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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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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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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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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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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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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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그랜트 스나이더.

남의 집에 가면 꽂혀 있는 책을 하염없이 보게 된다. 대체로 그럴 만큼 책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빼곡히 꽂힌 책 중 내가 읽었거나, 읽고 싶거나, 들어봤거나, 읽어본 작가이거나, 읽은 책의 시리즈이거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마냥 친밀감을 느낀다. 아니 거기에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집에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쯤이면 책변태 인정?ㅋㅋㅋ
만화책으로 책에 대한 사랑과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풀어놓은 점이 참신했다. 그림체가 그닥 귀엽지 않지만 깨알 같은 디테일이 있었다. 너무 깨알이라 한 번에 보자면 대충 휘리릭 넘기게 되니 월리를 찾아라처럼 가끔 펼치고 뭐 이 정도까지 이렇게...하고 피식하는 편이 덜 피곤하겠다. (그렇지만 나 또한 빌려봤다...사지 않아서 기쁘다…ㅋㅋㅋ) 다양한 비유나 그림 유희, 글쓰는 사람에 대한 자조 같은 게 제법 공감 갔다.
책에 대해 풀어 놓은 책 중 창의력과 귀염력(이런 거 없다 내가 만든 말…)이 독보적인 책은 요스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이었다. 이걸 넘는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리고 책 좀 빌려줄래? 하려면 차라리 빌려 빼고 말해ㅋ
책 좀 줄래?
대개 빌려준 책은 돌려받지 못했다…

-당신의 독서 유형은 무엇?
-무니까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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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0-31 12: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시인 만지기 체험 - ˝무니까 조심해!˝ 귀염력 터지네요. 저는 야행형은 확실하고 탐독형과 방치형을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 같네요. 옛날엔 은둔형이었는데 그것이 책 읽기에는 제일이라... ㅋㅋㅋ 저도 남의집 서가 구경 좋아해요. 책 좋아하는 사람은 다 비슷한 거 같은게 예전에 외할아버지 저희집 놀러오셔서 고전 연애소설 발견하시고 되게 좋아하시던 거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 우리 할아버지 훈장님이셨는데 운영전 좋아해.... 마음만은 맹자 말고 연애소설... (요스타케 신스케 좋아하는데! 있으려나 서점 읽어봐야지~)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2:30   좋아요 2 | URL
있으려나 서점은 그 작가 책 중 최애에요 ㅋㅋㅋ 할아버지가 낭만 터지시네요. 울할아버지들은 다 그냥 농꾼 아님 노가다 십장 무지렁이들이었어 ㅋㅋㅋ 저는 탐식형과 은둔형 언저리... 나름 하나님이랑 겹친다?! ㅋㅋㅋ

하나 2020-10-31 12:3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열반인님 그럴 거 같았어요. 재밌네요. 여기 댓글로 다 자기 무슨형인지 달아주시면 재밌겠다. 저희 할아버지 그때 “책장을 보고 널 판단할거야” 하셨는지, 손때 묻은 연애소설 다섯 권 곱게 포장해서 남겨주셔서 폭풍 오열함... 그날 선택됨... 근데 책이 주인 잃으니까 되게 금방 낡아요! 그러니까 오래오래 삽시다~ 할아버지 보다 더 오래 살아야지~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2:43   좋아요 2 | URL
아 난 적당히 살라고 ㅋㅋ최대 75살 보는데 벌써 절반 넘었다?!

하나 2020-10-31 12:4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나 예전에 막 한 육십까지만 살아야지 했는데 되게 금방일 거 같아가지고 안 정함... 건강하고 재밌게 책 읽으면서 삽시다! 아흔까지 책 재밌어 한 양반도 있는데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2:48   좋아요 2 | URL
으아니 댓글 엉뚱한 데다 바꿔 담 ㅋㅋㅋㅋ

han22598 2020-10-31 1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패데믹 전에는 방치형이였는데, 지금은 은둔형이 되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안 바뀐 것이 없지만 독서유형을 제대로 바꾸어 버린 우리 코형님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4:46   좋아요 1 | URL
강제 은둔형 가신 분들 올해는 은근 많을 거 같아요 ㅋㅋㅋ저는 원래부터 워너비 은둔 ㅋㅋㅋㅋㅋ

라로 2020-10-31 1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반열 님 책임지세요! 저 이 책 좋아하는데 요스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이 더 좋다고 해서 이북으로 있나 해서 찾아보니 없어요. 어떻게해요 너무 읽고 싶잖아요!! 엉엉엉 😭😭😭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4:45   좋아요 1 | URL
제가 매일 사진이라도 한장씩 찍어 메일로라도 보내드리고 싶네요 ㅋㅋ

라로 2020-10-31 17:45   좋아요 2 | URL
겨우 한장씩? ㅎㅎㅎㅎ 좀 크게 써봐요. 한 열장? 🤣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7:57   좋아요 1 | URL
그래야 왕래가 더 잦아지지요 ㅋㅋㅋㅋ잦아야 정도 더 깊어짐 ㅋㅋㅋㅋ세헤라쟈데가 왜 천일동안 쪼개 이야기 한 건데유...(살라고 ㅋㅋㅋ)

라로 2020-11-03 12:20   좋아요 2 | URL
앗! 여기서 천일야화를 꺼내 반격을 하실 줄은!! 졌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럼 이제 이메일 주소만 드리면 되는 거에요?ㅎㅎㅎㅎ (농담!) ㅋ

반유행열반인 2020-11-03 13:17   좋아요 1 | URL
주시면 매일은 아니어도 생각나는대로 보내드릴게요 ㅋㅋㅋ

라로 2020-11-03 13:34   좋아요 2 | URL
진짜 농담이에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

2020-10-31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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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0-31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좋다고 팬들이 줄줄이 열반이님 포스터에 커밍 아웃 선언을 저는 이북으로 갖고 있는데 정말 윌리만 찾아볼것 같은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6:21   좋아요 2 | URL
아니 의외로 이 책 까는 분들 많더라구요 ㅋㅋ온전히 독서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읽고-쓰는 고충을 담은 거라 취향이 갈리나 봐요. 이북은 좀 작더라구요. 엄청 크게 월리를 찾아라처럼 애들 커다란 그림책 만하면 더 볼만할 거 같아요.

붕붕툐툐 2021-02-03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귀엽다 생각했는데 이걸 뛰어넘는 책이 있다니, 읽고 싶은 책장에 넣어야겠어용!!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2-03 17:14   좋아요 0 | URL
네 있으려나 서점 넘나 귀여워요 ㅎㅎㅎ
 
[eBook]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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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최윤 김금희 박민정 박상영 신주희 최진영 장은진.

전에 읽어본 작가가 넷, 처음 읽는 작가 셋이었다. 읽는 동안 잘 쓴다는 건 뭘까 생각했다. 특별히 끌리거나 이거 재밌다 하는 소설은 못 찾았다. 각자 개성이 달라서 자기 색을 갖는 건 참 좋겠구나 하고도 생각했다.

-소유의 문법-최윤
제법 연세가 있으신 작가인데 그래서 그런가 수상작과 자선작 모두 옛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가 있는 자녀와 단둘이 옛 은사의 집이 있는 산골집에 살며 겪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 집안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 그런 풍경이 보이는 집의 소유를 둘러싼 다툼.

-손수건-최윤
이상한 전화와 택배로 흔들리다 심지어 연인이 사라져버리는 상황. 자선작인데 수상작에 비하면 많이 아쉬웠다.

-기괴의 탄생-김금희
내가 좋아하는 김금희인데! 이건 문장도 비유도 표현도 요상해서 제일 안 좋아하는 김금희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은사의 망한 결혼과 연애, 은사를 향한 애정?애증? 리애씨에게 털어놓는 속마음, 은사와 리애의 조우, 고궁에서 열리는 행사...조금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신세이다이 가옥-박민정
여자 아이들이라서 입양보내져버린 사촌을 만나며 떠올리는 옛 후암동 할머나집 살이. 남의 집 살이와 가족 또는 혈연이지만 맞지 않는, 폭력적인 사람들과 사는 일의 고통,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

-동경 너머 하와이-박상영
아빠가 50억 빚지고 쫓겨다니는 건 조금 과장이 있겠지만...작가가 이전 작품에서 주로 화자와 엄마 관계를 많이 그렸던 것에 비하면 아빠와의 관계에 연인과의 관계를 엮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에세이 읽은 뒤라 그런가, 이상하게 이게 제일 자전적일 것 같다는 기분...야 그냥 소설이야 소설이라고.

-햄의 기원-신주희
닫은 동물원, 예술 타령하다 말의 피를 수혈하고 죽은 햄, 눈이 사라지고 있다는 화 씨, 그림을 그리다 보험 판매원이 된 화자. 조금 오그라들기는 하는데 인상 깊기도 했다.

-유진-최진영
유진과 유진. 베네치아와 유진의 지하방. 외로웠던 대학생활과 아르바이트 경험 회고담. 부고를 듣고서 회상하는 형식은 조금 흔한 것 같다. 죽어야만 떠오르는 옛 사람들이란.

-가벼운 점심-장은진
장은진 작가 소설은 두 번째 읽는데 이승우 소설에서 아버지가 사라진 이야기도 잠시 생각났다. 소설집 내내 밑줄 치고 싶은 건 없었는데 기수상작가 소설에서만 밑줄많이 쳤다 ㅋㅋㅋ사라졌다 돌아온 아버지를 너무 쉽게 용서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많은 아버지들은 달려라 하고 도망가거나 남아 있으면 술처먹고 애들이나 배우자를 패는 걸까. 착한 아버지도 있긴 있겠지. 나는 갖지 못한 그것.

+밑줄 긋기
-“예전에는 이런 봄꽃들이 밉고 싫었어.”

아버지가 작고 부드러운 꽃잎 한 장을 손끝으로 지그시 매만지며 말했다.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는 꽃들이.”

“왜요?”

“나만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았거든.”

“아버지도 나가면 됐잖아요.”

“우울증이 도졌어. 봄만 되면.”

아버지의 말끝에 힘이 없었다.

“식욕도 떨어지고.”

“그래서 좋아해서 좋아하지 않게 된 거예요?”

“봄이 되면, 특히 벚꽃이 필 시기가 되면 비가 오게 해달라고 빌었어.”

-아무도 없고,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어두운 곳에 갇혀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지내는 ‘한 점’ 사람의 외로움. 사람은 시작부터가 외롭구나. 절대 고독과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거구나. 그러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윤주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야 만날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었다. 윤주의 말대로 녀석이 그걸 견디며 자라는 중이란 생각이 들었을 때는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녀석은 거친 바다와 우주를 제 영역으로 만들어 가며 나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고, 그렇게 생겨났던 것이다.
-“난 내 삶을 살고 싶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아무리 비난해도. 사는 것 같거든. 밥도 맛있고 물도 맛있는 삶이면 된 거 아니겠니. 잠을 잘 자면 좋은 인생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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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0-30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혹시 최윤 작가는 ‘하나코는 없다‘ 라는 작품쓰셨던 분 인가요? 장은진 작가님 작품이 기수상인걸로보면 문학상 심사위원들 고인물들 이라서 ㅎㅎ 전에는 수상작들 꼬박은 아니지만 챙겨 읽었는데 요즘은 구성 전개들이 밋밋 순한맛들 ^ㅎ^

반유행열반인 2020-10-30 23:01   좋아요 2 | URL
저는 이효석 문학상은 처음 읽는데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ㅋㅋㅋ순한맛 맞네요 독한 걸 원해...최윤 작가는 유명하신 분 같은데 저만 처음 들어봄 ㅋㅋㅋ엄마가 저기 소리 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 몰라? 이러고 놀라워 함...언제 말은 해 줬나...저의 취향은 아닌 듯한...

2020-10-31 1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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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1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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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1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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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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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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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0-31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로였죠? 아직 다 읽질 못하고 있는데, 실은 별로라서 안 읽는 중....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4:43   좋아요 0 | URL
그냥저냥 읽을 만은 한데 신나게 읽히지는 않았어요 ㅎㅎㅎ 뒷부분 모르는 소설가들은 처음이라 궁금한 마음에 그나마 더 잘 읽히고 앞에 아는 작가들은 그저그러네 해서 ㅋㅋㅋ
 
[eBook] 달걀과 닭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소설집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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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5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접해 본 브라질 문학은 어려서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유일했다. 전자도서관에서 이 책 표지를 보며 궁금했는데 이웃님이 먼저 읽어보고 좋다 하셔서 도전해 보았다.
책 마지막에 옮긴이 배수아 소설가 남긴 후기가 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삶과 브라질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상 같은 걸 간단히 소개한다. 나는 이웃님이 소개해준 몇 가지 일화 말고는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읽었는데, 작가에 관해 미리 아는 것이 이 소설집을 접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닐지 잘 모르겠다.
배수아는 브라질 여행 중 처음 알게된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소설 ‘G.H.에 따른 수난’을 만나고 읽었던 과정을 간단히 소개한다.

‘얼마나 기이한 제목인가.’
“이건 정말 이상한 책이야. 정말 이상한 언어야. 처음 들어보는 작가야. 아니, 아무런 내용도 줄거리도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까지도 아무런 내용도 줄거리도 시작되지 않은 채로 끝나버릴 것만 같으므로, 이 책에 관해서 아무런 설명도 해줄 수 없어. 어쩌면 도중에 읽기를 그만두게 될지도 몰라.”

아...이건 제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읽은 배수아님의 ‘뱀과 물’을 접했을 때 느낀 감정과 매우 비슷하군요… ‘모종의 큐비즘을 연상시키는 듯한 언어와 문장’ 이라는 것도… 본인 소설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ㅋ

‘G.H.에 따른 수난’은 아직 도전하지 않았지만 이 단편집 또한 만만치 않게 어려웠다. 배수아 소설가는 소설집과 동명인 단편 ‘달걀과 닭’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작품으로 칭한다. 그리고 이 소설집의 맨 처음에 배치해 놓았다. 첫 작품부터 허들이 높다. 으악 이게 뭐야 무서워 뭔말이야...하고 내려 놓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 것이다...나만 그런가…
그래도 참고 읽으면 중간중간 서사가 파악 가능한 작품들도 있긴 했다.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는 세계,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의 인식이나 감각이 어떤 계기로 전도되면서 완전 다른 삶을 살 것이라 예상되는 순간 같은 걸 무시무시하게 잘 그려 놓았다. 그런 쪽으로는 ‘사랑’, ‘장미를 본받아’같은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는 달걀과, 병아리와, 닭이 모두 나온다. 달걀은 특히 자주 나온다. ‘달걀과 닭’은 첫 번째는 어찌어찌 읽었는데 두 번째 시도할 때는 결국 다 읽지 못했다. 비슷하게 읽기 힘들었던 글이 마지막에 실린 ‘브라질리아’였다. 소설인가? 되물을 만큼 그동안 익숙했던 쓰기나 읽기와는 달랐다. 진짜 나는 브라질에 관해 하나도 모르는구나. 브라질산 커피만 열심히 퍼먹었구나. 포르투갈어가 이렇게 생겼구나. 작품마다 원제가 병기되어 있는 점은 좋았다. 다른 번역 소설도 이랬으면 좋겠다.
힘겹게 읽었고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도 맞는데 다시 읽을 엄두는 안 난다. 이쯤되면 ‘G.H.에 따른 수난’은 또 얼마나 어마어마할지 호기심이 생겨 시도해 볼 것 같기는 한데 조금 쉬었다가, 나아아아아아아중에 읽어볼 생각이다.


+밑줄 긋기
-사랑은, 좀 더 많은 관련이 허락되는 일이다. 사랑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나머지 모든 것에 대한 거대한 환멸이기 때문이다. 환상의 상실을 견뎌낼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에 사랑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사랑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이다. 사랑은 궁극의 가난이다. 사랑은 갖지 못함이다. 게다가 사랑은, 사랑이라고 여겨오던 것에 대한 환멸이다. 사랑은 상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자만하게 만들지 않는다. 사랑은 상이 아니다. 사랑은, 그것이 없다면 개인적 고통으로 달걀을 상하게 만들어버릴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하나의 조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영예로운 예외는 아니다. 사랑은 바로 형편없는 첩보원들에게, 모호한 예감이 허용되지 않으면 모든 걸 엉망으로 휘저어버릴 자들에게만 보장된다. (‘달걀과 닭’ 중)

-원래 아나는 사물의 단단한 뿌리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것은 당황스럽게도 가정이 그녀에게 준 감정이다. 구불구불한 길 위에서 그녀는 여자의 운명으로 떨어졌고, 마치 스스로 만든 운명인 듯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녀가 결혼한 남자는 진짜 남자였고, 그녀가 낳은 아이들은 진짜 아이들이었다. 지나간 그녀의 어린 시절은 이제 마치 생사를 가르는 질병처럼 낯설어졌다. 점차 그녀는 어린 시절에서 빠져나와 외부로 모습을 드러냈고, 사람은 큰 행복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의 철폐와 동시에 그녀는,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무수한 사람들, 일하듯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내심, 변함없는 지속성, 그리고 기쁨을 가진 자들. 가정을 갖기 이전에 아나에게 생긴 일들은, 이제 그녀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영역으로 물러났다. 그것은 견딜 수 없는 행복이라고 자주 혼동했던 어지러운 도취 상태였다. 그 대신 아나는 최소한 납득할 만한 일을 창조해냈다. 어른의 삶 말이다.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선택했다.
그녀가 신경을 쓰는 것은 단 한 가지, 위험한 오후의 시간, 집이 텅 비고 그 무엇도 그녀를 요구하지 않는 시간, 태양이 높이 떠오르고 가족 모두가 저마다 각자의 생활로 바쁜 시간을 조심하는 일이다. 가구에 쌓인 먼지를 보면, 그녀의 심장은 놀라서 살짝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에는 스스로의 놀라움을 상냥하게 돌볼 만한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살림을 통해 익힌 능숙한 솜씨로 그것을 억눌렀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장을 보러 가거나 뭔가를 수선하러 갔으며, 가사를 돌보았고, 가족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족들을 돌보았다. 그녀가 돌아올 즈음이면 오후는 지나갔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그녀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면 곧, 평화로운 진동과 함께 저녁이 왔다. 아침이면 그녀는 고요한 의무의 후광에 둘러싸여 잠에서 깨어났다. 가구들은 후회 속에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또다시 먼지가 쌓였고 지저분했다. 그녀 자신, 그녀는 어둡고 으슥하게, 이 세상의 검고 유연한 뿌리의 일부를 이루었다. 그녀는 이름도 없이 삶을 먹였다.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선택했다. (‘사랑’ 중)

-그녀는 삶을 능숙하게 달래왔고, 삶이 폭발하지 않도록 잘 다독여왔다. 만사를 밝게 받아들였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각자 떨어뜨려놓았으며, 옷이란 분명 입기 위한 사물이고, 다가올 저녁 시간을 위한 영화도 신문에서 한 편 골라놓을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나면 다음 날이 오도록, 만사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런데 껌을 씹고 있던 눈먼 남자가 이 모두를 망가뜨려버렸다. 스스로의 연민을 통해서 아나는, 달콤한 역겨움이 입까지 가득 차오르는 삶을 보았다.(‘사랑’중)
-나무에 매달린 열매는 검고, 꿀처럼 달콤했다. 땅바닥에는 바싹 마른 씨앗이, 부패한 작은 뇌처럼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모습으로 떨어져 있었다. 벤치는 붉은 과즙으로 온통 얼룩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한 물의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반짝이는 거미의 다리가 나무줄기에 달라붙어 있었다. 세계의 잔인함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살인은 깊었다.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이 아니었다.
그 상상의 순간은, 깊이 빠져들어간 또 하나의 세계, 풍성하게 흐드러진 달리아와 튤립의 세계였다. 나무줄기는 잎이 무성한 기생식물에 뒤덮였고, 그들의 포옹은 유연하고도 끈적거렸다. 굴복에 앞서 찾아오는 혐오감처럼—-매혹적이었고, 여자는 구역질을 느꼈다. 매혹적이었다.
나무들은 짐을 지고 있으며, 세계는 너무도 부유한 나머지 썩어갔다. 굶주리는 아이와 어른들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아나의 목구멍에 실제로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마치 임신하고 버려진 여자처럼. (‘사랑’ 중)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눈먼 남자에 대한 연민은 너무도 격렬하여 마치 죽음의 고통 같았으나, 세계는 그녀에게 속한 듯했다. 더럽고 허망한, 그녀의 세계. 그녀는 아파트의 문을 열었다. 거실은 넓고 사각형이며, 문 손잡이는 깨끗하게 닦여 맨들맨들했고, 유리창은 광채가 났으며, 램프의 불빛은 환하게 빛났다. —-이곳은 또 어떤 새로운 땅인가? 지금껏 그녀가 누리던 건강한 생활이, 일순간 윤리적으로 미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서 달려오는 아이는 그녀를 닮은 얼굴과 긴 다리를 가진 생물인데, 펄쩍 뛰어오르며 그녀를 안았다. 그녀도 아이를 힘껏 껴안았다. 깜짝 놀란 채로. 그녀는 몸을 떨면서 스스로를 보호했다. 왜냐하면 삶은 위험하므로. 그녀는 세계를 사랑했고, 창조된 것들을 사랑했다. —-그것들을 역겨움으로 사랑했다. 생굴에 매혹당하는 것과 흡사한, 바로 그런 역겨움, 진실의 언저리에 접근할 때마다 그녀 안에서 솟구치는 희미한 경고의 역겨움. 그녀는 아들을 포옹하면서, 으스러뜨리기 바로 직전까지 힘껏 껴안았다. 마치 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처럼—-눈먼 남자 때문인지, 아니면 보타닉 가든 때문인지?—-세상의 그 무엇보다 더욱 사랑하는 아들의 몸에 힘껏 매달렸다. 그녀에게 믿음의 악령이 씌었다. 삶은 끔찍하단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허기에 시달리며 아들에게 속삭였다. 눈먼 남자의 부름을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홀로 떠나갈 것이다…...그녀의 존재가 필요한 가난한 장소, 부유한 장소들이 있다. 그녀도 그런 장소들이 필요했다…...나는 두려워, 하고 그녀가 말했다. 팔에 안긴 아이의 가냘픈 갈비뼈가 느껴졌고, 깜짝 놀란 아이의 흐느낌이 들렸다. 엄마, 하고 아이가 불렀다. 그녀는 아이를 밀쳐내고 얼굴을 보았다. 심장이 움츠러들었다. 엄마가 널 잊게 하지 마. 그녀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녀의 포옹이 느슨해지는 걸 느끼자마자 아이는 몸을 빼내고 침실문으로 달려가더니, 더욱 안전한 장소인 그곳에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최악의 눈빛이었다. 피가 그녀의 얼굴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얼굴이 타는 듯 뜨거워졌다.
그녀는 의자에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도 손가락은 장바구니를 움켜쥔 채였다. 도대체 무엇이 부끄러운가?
달아날 곳은 없었다. 그녀가 빚어놓은 날들의 껍데기에 금이 갔고, 물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생굴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시선을 돌릴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부끄러운가? 이제는 더 이상 연민도 없으며, 또 그것은 단지 연민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가슴은 살고자 하는 최악의 욕망으로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이 눈먼 남자의 편에 있는지, 아니면 빽빽이 우거진 식물들의 편에 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 남자는 점차 배경으로 스며들어갔고, 고통 속에서 그녀는 남자의 눈을 상하게 한 사람들의 편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다. 고요하고 키 큰 보타닉 가든이, 이 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자신이 세계의 더 강한 편에 속해 있음을, 충격으로 깨달았다. (‘사랑’중)

-이 세상에 오직 홀로,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이, 숨 가쁘게, 한마디 말도 없이, 온 정신을 집중하여, 암탉은 달렸다. 때때로, 숨을 헐떡이며 달아나는 중간에, 남자가 지붕을 넘어오다가 비틀거리는 바람에 힘들게 균형을 잡는 사이, 건녀편 지붕의 끄트머리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암탉은 잠시나마 숨을 고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 암탉은 자유로워 보였다.
어리석고, 수줍고, 그리고 자유로웠다. 하지만 도주하는 수탉처럼 의기양양한 기색은 없었다. 암탉의 내장 안에 그 무엇이 있길래, 암탉을 하나의 존재로 만드는 것일까? 암탉은 존재다. 사람들이 암탉을 별로 중시하지 않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암탉 스스로도, 벼슬을 이고 으스대는 수탉과 같은 자부심은 없었다. 암탉이 가진 유일한 장점은, 충분히 많은 수의 암탉이 있기 때문에 하나가 죽는 즉시 그와 완전히 흡사하여 구별할 수 없는 다른 하나가 나타나 빈자리를 채워준다는 것이다. (‘닭’ 중)

-...시신으로 인형놀이를 했다. 목욕을 시키고, 음식을 먹이고, 오직 다시 데려와 입맞추고 쓰다듬으며 위로하기 위해, 벌로 구석에 세워두는 것이다. 이것이 어머니가 그 순간 욕실에서 떠올린 기억이었다. 어머니는 머리핀을 가득 쥔 손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사랑의 잔인한 필연성을 생각하면서. 행복하려는 우리들 욕망의 사악함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그 흉폭함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자주 우리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죽임을 행했을까. 그리고 어머니는, 마치 위험한 이방인을 바라보듯, 자신의 머리 좋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삶과 행복의 능력을 갖춘 저 존재를 낳은 자신의 육신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이 소름 끼쳤다. 그녀는 불편한 뿌듯함을 느끼며, 주의 깊게, 이미 앞니가 두 개나 빠진 소년을 바라보았다. 진화, 작동하는 진화, 더 잘 씹을 수 있는 다른 이빨을 위하여 스스로 자리를 내어주는 이빨. “새 셔츠를 사줘야겠어.”그녀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속 깊이 결심했다. 그녀는 앞니가 빠진 아들을 항상 말끔하게 챙겨 입히려고 집요한 열성을 부렸을 뿐 아니라, 마치 청결이 안정감의 표피를 더욱 강화한다는 듯이, 언제나 아들을 집요할 정도로 청결하게 유지시키고 싶어했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아름다움의 예의범절을 집요하게 완성시켰다. 집요하게 그녀 자신과 아들을, 검은 사물로부터 떼어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여자’중)

-‘사랑’이란 말에는 오랜 오해가 있다. 많은 아이들이 이 오해의 산물로 세상에 태어나는 반면, 또 다른 수많은 아이들은 오직 한 가지, 내 돈이 아닌 나를, 나만을 사랑하라는 예민한 요구 때문에 태어날 유일한 순간을 놓쳐버린다. 그러나 숨 막히는 밀림의 습기 속에는 그런 잔인한 세련됨이 없고, 사랑은 잡아먹히지 않는 것, 사랑은 장화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사랑은 그 남자의 검지 않은 특이한 피부색을 좋아하는 것, 사랑은 반짝이는 반지에 대한 사랑으로 웃는 것이었다. 작은 꽃은 사랑으로 눈을 깜빡였고, 부드럽고, 작고, 임신한, 작은 웃음을 웃었다.
탐험가는 그녀에게 웃음으로 화답하려 했다. 정확히 어떤 심연을 향해서 화답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리고 그는 당황에 빠졌다. 위대한 남자만이 빠질 수 있는 그런 당황스러움이었다. 그는 탐험가용 모자를 깊이 눌러쓰는 척하며 불안을 감추려 했지만,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그의 얼굴은 아름답게도 초록빛이 어린 핑크색으로 변했다. 아침의 붉은 햇살을 받은 레몬처럼. 맛이 시큼할 것이 분명한 레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여자’중)

-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있었다. 즉흥적으로, 평화롭게. 그녀는 사랑했다…...언젠가 사랑하게 될 남자를 미리 사랑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양쪽 모두에게 아무런 죄책감이나 피해를 끼치는 법 없이. 침대에 누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황당한 소문을 들은 것처럼, 웃음이 터지려는 얼굴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무엇을? 그게 뭔지 그녀가 어떻게 아는가? 이것이 그녀의 방식인 것을.(‘어느 젊은 여인의 몽상과 취기’ 중)

-병아리가 겁먹지 않도록 달래줄 말은 없었다. 태어난 것이 곧 두려움인 존재를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세상에 익숙해질 거라고, 우리가 어떻게 약속해줄 수 있겠는가? 부모인 우리는 병아리의 삶이 얼마나 순식간일지 잘 알고 있었다. 병아리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다름 아닌 바로 섬뜩한 공포를 통해서. 그사이, 병아리는 은총으로 충만한, 찰나의 노란 사물이 되었다. 나는 우리들이 그렇게 요구당하는 것처럼, 병아리도 자기 생명의 은총을 느끼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병아리는 자신의 기쁨이 아니라 타인의 기쁨을 위해 태어난 생명이므로. 병아리는 느껴야 했다. 병아리는 불필요하며, 조금도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을—-한 마리 병아리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임이 분명했다—-그리고, 오직 신의 영광을 위해서 태어났고, 따라서 인간의 즐거움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우리는 병아리가 행복하기를 소망했으니, 그 이유는 단지, 병아리가 우리의 사랑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했으므로. 오직 어머니만이 생명을 결정할 수 있고, 나도 그것을 알았다. 우리의 생명은 사랑함으로써 기뻐한 자들의 사랑이었다. 나는 허락받은 사랑의 은총에 몸을 맡겼고 숭배를 바칠 줄 알았으므로, 종소리,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병아리는 몸을 떨었다. 공포의 전율이지, 아름다움의 전율은 아니었다. (‘외인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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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0-26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존경심이 느껴지는 이름이네요.
....이번에도 모가지 짜르러 오는 거 아냐? 과테말라에서는 출발했대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6 18:38   좋아요 1 | URL
아직 모를 거에요 과테말라 조상님들 편히 쉬세요...리스펙트...

반유행열반인 2020-11-08 21:00   좋아요 0 | URL
리스펙토르의 앞글자가 L이었다는 반전 아닌 반전...

파이버 2020-10-26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수아 작가님 문체와 번역 전 소설이 찰떡궁합인가보네요! 대학생 때는 배수아님 소설 이해 못하겠어도 분위기 때문에 읽었는데 요즘은 단순한 동화책이 끌리네요ㅎㅎ 어려운 책은 반유행열반인님 서재에서 구경만 하는걸로~

반유행열반인 2020-10-26 20:26   좋아요 1 | URL
에 저보다 더 잘 읽으시는 분들이 읽고 제대로 평가해주셔야 옳습니다!!!!

하나 2020-10-26 2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이 폭발하지 않도록 잘 다독거려서 살고 있는데, 그 건강한 삶이 윤리적으로 미쳐있는 건 아니냐고 물어보는 무시무시한 소설이 또 나타났네요. ㅎㅎ 저 예전에 요오꼬라는 소설 읽고 내가 내 광기를 성실한 생활로 다독거리면서 더 미쳐가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봤어요. “삶이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신형철이 그러던데 진짜 그런 작가들 진절머리나고 “존경”해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6 20:26   좋아요 1 | URL
저는 저렇게 살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만...폭발하지 마라...존경만 할래... ㅋㅋㅋ

2020-10-26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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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5 박정민.

박정민 배우를 처음 본 건 영화 ‘동주’에서였다. 영화는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없었고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런데 여기에서 동주 역의 강하늘보다 몽규 역의 박정민이 훨씬 인상깊었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 ‘박열’에서 가네다후미코로 다시 만난 최희서 배우도 강렬했다.
박정민 배우를 다시 본 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었다. 이병헌이랑 윤여정이 나온다길래 봤는데, 우와 박정민을 새로 발견했다. 박정민은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피아노에 재능 있는 이병헌 이부동생 역할이었는데 피아노 치는 연기가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 영화를 위해 짧게 배운 게 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를 알고 한참 궁금해하다가 빌렸다. 직전에 장기하 에세이를 더디 읽었는데 이 책도 더디게 읽었다. 앞으로는 가수나 배우의 에세이는 읽지 않을 예정...ㅋㅋㅋ
그래도 면역이 되서 그럭저럭 읽혔다. 비교하면 미안하지만...일단 자신이 살고 있지만 남들은 잘 모르는 배우의 경험을 보여줘서, 가족이나 친구나 같이 일하는 동료 같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말투(글투)가 쌈마이고 장난스럽지만 그건 그거대로 맛깔이 살아서(너무 조심스럽게 예의갖춰 쓰면 오히려 읽는 재미가 반감된다...가드 내려...아니다 싶은 건 편집인들이 알아서 짤라주겠지…) 큰 재미는 아니래도 작은 재미가 종종 있었다. 살던 시기도 나보다 째끔 어리긴 하지만 겹쳐서 대중가요라든가 밴드 뮤즈!!!라든가 (먹진 않았지만 익히 들은) 피카츄돈가스라든가 하여간에 세대 차이 많이 안 났다.(그건 니 생각이고….) 내가 분당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이 사람은 그 동네 중학교를 다녔구나..그래서 공간도 째끔 겹치는 느낌이 들어 친숙했다.(나혼자만 친숙…)
영화 ‘파수꾼’이랑 ‘변산’이 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글은 자기 사는 이야기 쓰는 게 제일 자연스럽고 읽는 사람도 흥미가지고 읽게 되는 게 아닐지.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주는 건 정말 말 뿐일지도 모르지만 그걸로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거대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처가 될 말을 돌아보고 덜어낸 뒤 개정판을 냈다는 점도 좋았다. 과오를 인정하고 고치는 일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는 어려운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또 어쨌거나 에세이 읽는 건 쉬어야겠어. (하면서 에세이 한 권 더 빌린 나새끼야...나새끼야...소설을 읽으렴….)
아 그리고 소설 합평 수업 마지막 과제 내면서 남자 등장인물 이름 정민이로 지었다. ㅋㅋㅋ별 생각 없었는데 이 책 읽는 중이라 그냥 가져다 붙임…이름 하나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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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2020-10-25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에세이 경계령 ^^ 저도 에세이 안읽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5:15   좋아요 2 | URL
읽다보면 만날 에잇 다른 거 볼 걸 하다가도 자꾸 빌려요....

하나 2020-10-25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파수꾼에서 정민 배우 처음 봤었는데 그 영화에서 좋았어요. 파수꾼 보러 갔었던 상상마당 시네마 없어진대서 어제는 좀 쓸쓸했고요. 분당에서 고등학교 다니셨구나. 이모네 동네고 언젠가 시나리오 배우러 다녔어서 괜히 친숙한 동네인데요.(나 혼자만 친숙..ㅋㅋㅋ) 뮤즈!! 저는 피카츄 돈까스도 먹어봤고요. 저 요즘 서른 언저리 친구들이 좀 생겼는데 그 친구들까지는 말이 좀 통하는 거 같은데(그건 니 생각이고..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12   좋아요 2 | URL
저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은 어렵고 으른들한텐 잘 개기는 편이고 더 편해요 ㅋㅋㅋ저보다 스무살 이상 어린애들한테 요즘은 쩔쩔 매는 중...직업 바꾸고 싶다...

하나 2020-10-25 16:33   좋아요 1 | URL
저도요 ㅋㅋㅋ 저도요 222 ㅋㅋㅋㅋ 아.. 은근슬쩍 개기면서 농담하구 그럴 때가 좋았는데 이제 제가 당할 차례인가봐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36   좋아요 1 | URL
이제 우리가 라떼다...ㅇㅒ도라 열심히 휘저어쥬렴...

바다그리기 2020-10-25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심한 저는 혹시라도 내가 막 재밌다고 해서 읽으신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하면서 혼자 괜히 찔려하고 있는 중이예요.
영화를 보는것도 제 일에 필요한 부분이라(솔직히 그건 핑계고 그냥 영화광이라서지만^^) 그간 딱히 애정하는 배우는 아니었는데도 책 속의 출연작들을 다 봤더라구요.
그래서였는지 이야기들이
공감되고 이해도 되고 재밌었어요.
소소하게 중간중간 또라이^^같은 얘기들에 웃음도 터졌구요. 무엇보다 젠 체하지 않는 솔직하고 투박한 문장들이 좋았어요. (쓰다보니 재미 없었다셔서 괜히 변명하는 중인가 나? 이런 자각이 불현듯.. ㅜㅜ)
어쨌거나 모두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이 특히 고마웠고 좋았다는 얘기^^
파수꾼도 변산도 강추하고 싶지만
취향 아니실까봐 조용히 속으로만 생각하렵니다. ㅎㅎ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시길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9:15   좋아요 1 | URL
저 바다그리기님이 오디오북 얘기하셔서 읽은 거 맞는데 ㅋㅋㅋ그리고 (작은) 재미가 종종 있다고 썼는데요!!!ㅋㅋㅋ 저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많이 못 봐서 부럽습니다. 많이 보시고 엑기스만 골라 추천 부탁드립니다. 미리 감사합니다!!ㅋㅋㅋ

scott 2020-10-25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민배우 최고작은 ‘파수꾼‘ !꼭 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20:57   좋아요 1 | URL
진짜 꼭 봐야겠어요. 마침 집에서 쓰는 웨이브? 거기에도 무료로 있더라구요. 파수꾼은 무료 변산은 개별구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10-26 08:08   좋아요 1 | URL
배키 ㅋㅋㅋㅋㅋㅋ 꼭 보세요 ㅋㅋㅋㅋ 반님 보고 후기 올려줘요 ㅋㅋㅋ

공쟝쟝 2020-10-26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후 몽규파.. 전 동주파. 하늘하늘 강하늘!!!!!!! 제 친구가 박정민 되게 좋아하는 데요, 저도 요책 읽었는 데요,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속닥속닥) 저 박정민이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20-10-26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6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