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이세진 옮김, 노하연 감수 / 문예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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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3 인티 차베즈 페레즈.

남자아이들을 위한 성교육책. 십대 후반부터 성인까지 아우를 수준이다. 그런데 왜 다 아는 내용이지…(하산해라 핫산! 이 책에 핫산 나온다….)
동성애에 관해 설명하는 비중이 높다. 퀴어 청소년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하는 법 (예를 들면 키스하는 법) 같은 게 여럿 나와서 실용적이다. 이런 것까지 가르쳐줘야 하나 싶지만 모두가 처음이 있고 다 알 수는 없잖아….기본적인 예절과 안전과 동의와 자기긍정과 자기결정권에 관해 매우 자주 강조한다.
아들 둔 엄마라면 이 책을 권해 말아 하고 망설일 것도 같다. 굳이 몰랐을 걸 알려줘서 (어디까지 나오냐면 상세한 항문 자위, 항문 섹스 방법이랑 동성애 파트너 만날 수 있는 앱이랑 하여간에 무얼 상상하든 다 나온다...아 BDSM까지는 안 나옴…) 긁어 부스럼 아니냐 싶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차피 애들은 알아서 다 알고 할 거면 알아서 다 한다...기왕 할 거면 자신과 타인을 최대한 안전한 상황에서, 존중하면서, 올바른 방식으로, 책임감 가지고 하도록 가르치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엄마가 이 책 사주면 아들 새끼들은 절대 안 읽을 것 같기도… 자, 연애와 성생활을 시작한 청소년과 청년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합니다. 정보의 불균형은 불평등을 낳으니까. 소녀들도 읽자. 으른들도 읽자. 젊은이들의 욕망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자. 라떼는 어쨌는지 (입은 다물고) 뒤돌아 보자...
이제 성교육책은 그만 봐도 될 것 같아...성교육 강사로 나서도 될 것 같다…소설을 읽자. 왜 오늘은 다 권유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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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1-13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인용하신 내용 보니까 저도 읽고 싶어지네요. 관계에 대한 조언도 되게 좋은 게 많은 거 같아요. 요즘 청소년들은 되게 좋겠다. 저도 소년소녀 시리즈는 구비하는 것으로!

반유행열반인 2020-11-13 16:35   좋아요 1 | URL
고전 같은 거 원전 읽기 힘들면 청소년용 다이제스트 먼저 읽고 입문하는 꼼수...애들 책이 더 좋아요 요즘에는...그래도 문학 만은 소화제 필요 없다는 자존심 ㅋㅋㅋ해설 붙은 거 안 읽을 거라고오! ㅋㅋㅋ 남자애들이 진짜 제대로 배워야 할 내용만 밑줄 그어왔습니다. 사실 논란 될 내용도 좀 있어요. 불법촬영물은 안 돼!!!하면서도 섹스팅 방법이랑 플러팅 방법이랑 여자 꼬시는 법 같은 거 막 가르침... 사회 생활 이성에 접근하는 법 하나도 모르고 사는 거 힘든 친구들한테는 도움 될 것도 같지만 잘못 읽으면 역효과일 것 같은 것도 많아서 ㅋㅋㅋ여자아이들은 이거 읽고 애들이 이런 수법 써도 넘어가지 마라 하는 용도로 ㅋㅋㅋ

하나 2020-11-13 16:40   좋아요 1 | URL
저는 푸코도 만화로 읽었던 거 좋아하고요 그리스로마신화도 만화부터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 꼼수 동감 😆 저는 자존심 같은 거 없고요 ㅋㅋㅋㅋㅋ 팟캐스트든 드라마든 제발 날 읽고 싶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뭐가 재밌을까 생각해보니 나의 열반인님 ㅋㅋㅋㅋㅋ이 그 역할 해주시고, 팟캐스트나 유튜브 해주시면 더 좋을 거 같고 그렇네염... 좋은 책이네요 ㅋㅋㅋ 왜 여자는 안 알려주냐...

반유행열반인 2020-11-13 16:42   좋아요 2 | URL
아이 이 기회에 확 그냥 직장 때려치고 유튜버거지 한 번 되어 봐? ㅋㅋㅋ지나고보니 저는 철저히 텍스트형 인간 같습니다. 제 목소리 듣는 사람들 왜 다 자죠...이상하게 남들이 푸코푸코 올리브올리브 하면 저는 딴청하다가 아주 나중에 보게 되어요. 푸코 하나도 안 봤다는 말씀입니다 ㅋㅋ 좋은 책으로 판단하셨군요!!!!! ㅋㅋㅋㅋㅋ

하나 2020-11-13 16:4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직장은 천천히 때려치시고 언젠가는 독서 유튜브하실 거고 하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 편집자를 아예 따로 두고, 그대 마음 속에 억압을 풀어놓아요 ㅋㅋㅋㅋㅋ 저도 그 마음 이해해요 ㅋㅋㅋ 저는 푸코 겨수님이 너무 좋아해서 억지로 읽었어요 ㅋㅋㅋ 뭐라도 배우고 싶어서요 💚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 가슴과 배꼽 아래의 변화에서부터, 요동치는 사춘기 내 마음과 친구 관계의 어려움까지 내 몸.마음 안내서
소냐 르네 테일러 지음, 김정은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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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소냐 르네 테일러.

읽다보면 내가 그 맘 때 읽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 책이 요즘엔 참 많다.
내가 열 살 때, 스무 살 때, 서른 살 때. 물론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야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여자 아이들을 독자로 삼아 몸이 자라고 변하는 과정과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는 내내 모든 몸은 특별하고 사랑할 만하다고 한다. 아름다운 몸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그 점이 좋았다. 다이어트도, 술도, 담배도, 약물도, 돈 벌려는 놈들이 네 몸을 휘두르는 거야, 거기에 휘둘리지 마, 하고 대놓고 말해주니 좋았다.
성교육은 모든 연령대에 필요하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자기 몸에 대해 아직은 알 필요 없다고 미룰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더 잘 받아들여지고 도움이 된다는 점도 인정한다. 이 책은 이제 막 가슴이 자라고 일 이 년 안에 월경과 체모와 온갖 신체, 정신 변화를 겪게 될 열 살 무렵의 아이부터 읽을 만해 보였다. 설명이 친절하고 쉽게 되어 있었다. 생식계와 호르몬 변화에 국한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위한 음식, 운동, 관계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인생에 영향을 줄 중요한 부분을 함께 다뤄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은 목적은 옆의 열 살 짜리에게 주기 전에 수위 확인을 위한 거였는데 무난하고 좋은 책이었다. 나도 그 나이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랬다면 아홉 살 때 소설 영심이(그래 그 만화의 소설 버전. 하나면 하나지 둘이 아니야)를 도서관에서 빌려보다 ‘엄마 멘스가 뭐야?’하고 물었을 때 우물쭈물 답하지 못하는 엄마 앞에서 호기심을 접어버리며 괜한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아주 최근에야 읽은 책들이지만 이후 연령대 여성들과 여성에 관해 알아야 할 남성들에게 권할 만한 목록을 꼽아 보자면.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는 ‘질의응답’, 이십대 부터는 ‘마이 시크릿 닥터’도 괜찮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섹스라이프에 관해 고민하는 시기라면 ‘섹스하는 삶’도 읽을만 해 보인다. 거기에 더 나아가 며칠 전에 ‘윤리적 잡년’이라는 책을 사 버렸는데 이건 너무 나간 듯...서문 밖에 안 봤는데 다 봐야지 내가 잡년인지, 잡년이 나인지, 아니면 아직 택도 없는지, 잡년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두꺼워서 올해 안에 읽을지는 의문…

남자 청소년부터 이십대 초반까지도 커버할 만한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도 읽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성교육이 다르다는 게 유감일수도 있지만 효과 측면에서는 맞춤형 책이 그닥 나쁘지 않은 것도 같다. 더 효과적이려면 여자, 남자용으로 나온 성교육 도서를 여자 남자 모두 두 종류 다 읽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읽고 있다…
두 책 다 좋은 부분이 자기 긍정, 자기 결정권, 다양성과 차이의 인정, 동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맥심 안의 가슴 크고 허리 가는 여자들이 아름다움과 섹시함의 기준이 되어 버리고, 포르노 속 몽둥이 만한 성기를 오래 거칠게 휘두르는 남자들이 평균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세상은, 많은 사람이 비정상이고 부족하고 못나다고 자신을 미워하게 만든다. 그건 너무 슬프다. 슬프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 괜찮다고, 매끈한 모습은 극소수에다 보정 기술의 결정체일 뿐 허상이라고, 다양한 모습 만큼 다양한 취향과 삶의 방식이 있다고 말해주는 책을 많이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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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3 16: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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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3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13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13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13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13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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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1 김연수.

Jaurim - #1
https://m.youtube.com/watch?v=SpVV6HvtX8c

아기에게 먹이지 못하고 흐르는 젖. 사랑하는 이에게 가닿지 못하고 허공에 뿌려진 씨앗물. (야이 원초적인 새끼야…)
시를 빼앗긴 시인.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읽는 내내 슬픈 것들을 생각했다.
전기나 전기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을 영웅 만드는 게 싫다. 칭송 받는 아동 운동가가 사실은 소아성애자였고 고통 받는 아이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 같은 불온한 상상을 한다. 그 시절 살아보지 않은 후대 사람이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옆에서 지켜보았다는 사람의 증언도 추억 필터가 씌인 것이라 믿지 않는다. 애를 어떻게 키우면 이런 뼛속까지 불신자로 자라는 걸까 나도 궁금하다.
이 소설은 시인이 정상에 선 순간을 그리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큰 기쁨의 순간이라면 시집 사슴을 출판해 벗의 손에 든 걸 때 탈까 집어 넣어라 할 때일까. 작가의 말대로 시인은 자신이 죽은 뒤에 그리던 남쪽 동네 사람들이 자기 시를 읽게 될 걸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어리고 젊은 애들이 수능 대비를 위해 밑줄 쳐가며 자기 시를 ‘분석’할 줄은...심지어 진짜로 수능에 나올 줄은…

수능 출제 시 한 편 감상하고 갑시다.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고향(故鄕)’<사슴> (1936).

우리 아빠(혹은 아빠 같은 으르신) 친구는 관우 같고 여래 같은 삼수 갑산 화타….ㅋㅋㅋㅋㅋㅋ

시인이 나오는 소설이지만 내내 시를 쓰지 않는다. 다만 그가 썼던 시가 남의 입에 오르내리고 남몰래 추운 방에서 몰래 연필로 썼다가 남볼새라 불태워진다. 아름답게 울리는 말을 쓰면 혼나는 세계에서 멍텅구리가 되어 가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일은 왜 그걸 보는 나만 미치고 팔짝 뛰겠는 거지...정작 시인은 너무 담담해서 더 슬퍼… 1984도 생각나고 감옥에 갇힌 소설가나 자살한 시인들도 생각난다.

글로 남기지 못하는 순간에도 시인은 시를 보고 시를 만진다. 잃어버린 시들을 잊지 않았지만 잊으려고 애쓴다. 나는 언젠가 읽기도 쓰기도 집어치우고 무덤덤하게 사는 나의 미래를 가끔 상상한다. 생각보다 불행하지는 않을 것도 같다. 그러니까 괜히 미치고 팔짝 뛰었네. 어쩄거나 시가 남았으니 남은 나는 조만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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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1-11 2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반유행열반인 2020-11-12 06:05   좋아요 2 | URL
시 한 편으로 소설 많은 장면이 샥샥 스쳐가네요. 저는 수능문학 공부할 때 읽은 시들 말고는
따로 백석 시집을 안 챙겨봐서 소설 읽을 때도 막연히 이런 부분은 시겠구나 했어요. 좋은 시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 2020-11-11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의 리뷰 기다렸어요 ^^ 주소 남겨주신 자우림 노래랑 같이 들으니 더 좋네요. 저도 같은 곳에 밑줄을 많이 그었고요. 같은 곳에서 답답해하고 안타깝고 그랬어요. 진짜 백석이 어떻게 알아 ㅋㅋㅋㅋ 자기 시 이렇게 사랑 받고 수능에 나오고 그럴지 꿈에도 몰랐을 거예요. 아무도 봐주지 않는 달빛이라고 생각했을텐데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1-12 06:09   좋아요 2 | URL
모르고 써야 남는 것 같아요. 장강명 책 읽는데 고전이라 하는 소설도 작가 죽기 전엔 잘 팔리지도 않던 게 남았다고ㅋㅋ시도 그림도 그런 듯...음악만 왠지 예외 같음 되게 현세적 장르야ㅋㅋㅋ그러고 또 죽은 뒤에도 남아ㅋㅋㅋ 너무 그을 데가 많아 자제하며 잘 읽었어요. 저 겨우 김연수 소설 두 번째 장편은 처음인데 두 번째부터 좋아하게 될 예감ㅋㅋㅋ(이러다 예전 소설들 보규 웩 재미없어 할 거 같기도요ㅋㅋㅋ)

syo 2020-11-12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서깊은 김연수빠인 syo보다 훨씬 더 많은 문장에 밑줄을 그으셨네요!! 그으신 밑줄을 보면서, 조만간 다시 한 번 더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11-12 13:26   좋아요 0 | URL
제가 몇 년 전에 syo님의
문장에서 김연수 냄새 맡은 게 허투루가 아니었군요 ㅋㅋㅋ

syo 2020-11-12 12:40   좋아요 1 | URL
syo가 김연수를 그렇게 흠모했으니 당연히 냄새가 나긴 났겠으나,
그건 마치 망한 짬뽕 속에서 함께 망해버린 지나치게 신선했던 홍합의 냄새를 맡으신 것과 흡사하여,
반님의 미친 후각을 칭송할 수밖에 없습니다.....
 
[eBook]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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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8 장강명.

작년 여름 책꽂이 하나를 들이면서 더는 늘리지 말자, 생각했다. 그 다짐을 어기고 그때와 같이 120센티 넓은 폭에 한단 더 올려 5단 짜리를 저렴하다고 사 버렸다. 이번에는 심지어 DIY…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해결한다, 하면서 혼자 조립하고, 2미터 가까운 높이를 혼자 일으켜 세워서, 집 이곳저곳 낑낑대며 대보지만 놓을 곳이 없었다...망했다. 결국 집에서 이곳만은 유일한 책장 청정지대라고 (내 맘대로) 정해두었던 침실을 침범하게 되었다. 서랍장, 책상 등의 가구를 이리저리 밀고 돌리고 당기고 테트리스 하다가 겨우 책장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했다.
거실을 비롯한 책장 여기저기 이중으로 꽂힌 책을 윗줄에 모셨지만...나는 나의 책 지름욕구를 과소평가했다. 이중 책장은 완벽하게 해소될 수 없었다. 새 책장은 집에 있는 폐휴지 더미의 열에 하나를 수용할 수 있을 뿐이었고...(그렇다 사진에 나온 이런 덩어리가 집구석에 아홉 개 쯤 더 있다....) 새 책꽂이에서 내가 읽은 책이 얼마나 되나 세어보니 이십 권 남짓...꽂아둔 책의 십퍼센트만 쳐읽었구나. 그만 사고 좀 읽어라 이새끼야. 이렇게 열심히 종이책을 정리한 나는 오늘도 전자책을 읽고 전자책을 또 샀다. 이건 무슨 병입니까.
책꽂이 아래층은 어른 책을 공격해 겉지와 띠지를 마구 벗기는 어린이(만31개월)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어린이책을 일부 채워주었다. 만족한 어린이는 책장 옆에 앉아 고양이와 해양생물 등이 나오는 책을 본 뒤 호방하게 내패대기 쳤다. 책을 던지는 걸 제일 좋아했다.

작년에 산 책꽂이 왼쪽 아래 한 칸에 장강명과 구병모의 책이 사이좋게 채워져 있다. 북플이 독서통계 메뉴에서 알려준다. ‘장강명의 책을 좋아하시는 군요.’ 16권 읽으셨음다. 내가 정말? 2018년 출산 후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수유하느라 밤새는 틈틈 읽고 푹 빠져버렸다. 몇 달만에 그의 소설 전권은 물론 르포와 에세이까지 다 읽어버렸다.
그러고나서 읽는 책이 점점 넓어지면서 꼴에 눈이 높아져 버렸고, 그렇게 물고 빨던 장강명이 이제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신작들을 까면서도 애증으로 꾸준히 찾아 읽는 이상한 짓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도 펼쳤지. 독서 에세이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지난 번에 SF소설집 읽고 사정 없이 까버려 놓고 손절할 것처럼 굴더니 그래도 또 신작이 궁금했다.

그간 작가는 요조와 함께 독서 팟캐스트를 진행했고, 그래서인가 처음 읽을 때는 요 며칠전 읽은 김하나의 말하기를 말하기와 조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김하나 작가도 이 책에 나온다. 그런데 책 후반부로 갈수록 장강명의 소설가적 자의식이 드러났고, 난 이게 뭐라고 마음에 들었다.

책을 열심히 읽은 지는 몇 년 되지 않았고, 그래서 독후 감상도 클라우드 앱에 몇 줄 간단하게 남기는 수준이었다. 2018년부터 알라딘과 네이버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기기 시작했는데, 그 계기는 ‘당선, 계급, 합격’을 읽은 덕이었다. 책 말미에 장강명은 독자들의 서평 공동체? 정확하진 않은데 이런 다소 유토피아 같은 바람을 표현했고, 짧은 악평일지라도 읽은 사람이 뭔가를 남기는 일이 가치있다고 설파했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아기 낳고 두 달 째 심심한 어느 하루, 몇 년 간 끄적인 독후 기록을 블로그에 다 올렸다. 이후 읽는 책들은 꼬박꼬박 독후감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했다.
좋아요 하나 없이 혼자 기록장으로 쓰던 알라딘 블로그에 왠 똥글뱅이 AI같은 게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상한 사람인가 편집증 환자인가 서점 알바인가 고민하다 댓글을 주고받아보니 그냥 사람이었다. 알라딘 서재 페이지와 북플이라는 앱이 있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고…
오늘부로 즐겨찾는 이웃 100명을 채운 알라디너가 되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소설쓰는 장강명이 권해주는 책은 이전의 책들에서도 여러 번 낚여 봤었는데, 이번에도 이 책 읽다가 결국 이토준지가 그린 ‘인간실격’,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달리아’1,2권 전자책으로 질러버렸다… 독서 팟캐스트에서 장강명을 진행자로 섭외한 것은 어쩌면 탁월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닌가 나한테만 한정되는 전문 책팔이인 것인가…

작가와 나는 연배 차이도 약간 있고, 읽은 책 중에는 겹치는 것도 있지만 취향이 다른 부분도 있고(나는 그가 어려서 신나게 보았다는 추리나 SF같은 장르 문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의 글을 읽다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자주 마주쳐 놀랄 때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후감을 쓸 때, 책, 이게 뭐라고? 라는 질문에 답하듯 책, 이게 뭐냐고? 내가 들이마시는 산소,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지. 이렇게 제목 붙이고 필수 요소도 있고 그닥 쓸모 없는 것도 있지만 숨쉬는 것처럼 멈출 수 없지. 이러고 혼자 자문자답 하는 말을 쓰자 하고 있었는데, 책 말미에서 작가가 독서를 호흡이라 비유하는 부분이 나와버렸다. 에잇 선수치다니. 소설을 읽을 때도 소재나 문장에서 에잇 선수치다니, 하는 부분이 자주 있었다.
그래서 묘하게 얄미운데 또 사실 완전 얄밉지도 않은게, 전작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처음부터 엄청 탁월하게 잘 썼다기보다 오랜 기간 꾸준하고 끈질기게 쓰고 읽은 덕에 성장해 온 작가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인에서 소설가로 전업한 것도,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라는 점도 롤모델처럼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약간의 애정이 남아있을 뿐 오늘날 저의 최애는 아니십니다...그래도 애정합니다…

장강명은 확실히 장편에 강한 작가이다. (장강명으로 삼행시 가면 장편에/강한/명작가 해야지. 아무도 안 시킴...) 새 장편이 나올 때까지 일단은 블랙달리아를 읽을 것이고 ㅋㅋㅋ범죄물을 쓰고 있다는 작가가 얼마만큼 또 성장해서 어떤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면서 다음 소설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나도 계속 열심히 써야지. 봐줄만한 게 나올 때까지 무럭무럭 자라는 수 밖에는 없다. 열심히 읽고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게을러지지 않고 꾸준하고 끈질기게 써야 뭐라도 되겠지. 그렇게 산소 함량을 높인 쓸모있는 공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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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1-08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강명 얇미운 작가라는 말씀에 동감! 이분 더이상 장편 안쓰고 줄창 팟캐스트에 앉는 재미 각각인터넷서점 유트브 런칭 행사 단골작가초대받는 재미에 푹빠진것 같아요. 저도 한동안 장강명이 읽어봐라 추천한 벽돌책들 따라 읽어보는 팔랑귀였는데 ㅎㅎㅎ추리물준비중이라니 기대반 걱정반 ^*^

반유행열반인 2020-11-08 20:47   좋아요 3 | URL
그래서 쓰는 일 방해되던 행사 거진 때려치우고 다시 쓰는 이로 돌아갈 모양이에요...저도 기대해봄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0-11-08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나도 단발님 글 보고 이거 독후감쓰고 방금딱 올렸는 데 ㅋㅋㅋ
오오오오 나도 어제 혼자 2미터 책장 조립했는 데!!!
오오오!! 오오오!! 장강명 얄미워!!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1-08 22:06   좋아요 1 | URL
오오오 삼 찌찌뽕!!!!

공쟝쟝 2020-11-08 22:15   좋아요 1 | URL
그나저나 고생했겠어요 ㅋㅋ 하루 다썼겠다. 치만 책장 정리는 너무 재밌죠? ㅋㅋㅋㅋ 시간가는 줄 모른다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1-08 22:17   좋아요 1 | URL
곧 이사갈 거라 정리 안 하고 그냥 막 꽂아놔서 근본 없고 막 일권은 여깄는데 이권은 저기 다른 책장에 있고 난리났어요. ㅋㅋㅋ

공쟝쟝 2020-11-08 22:23   좋아요 1 | URL
놀랍도록 밑줄 겹쳐서 놀라워 하는 중이요. 그러고 보니 우린 둘다 박상영을... ㅋㅋㅋㅋㅋ 책 뭘까 ㅋㅋ 이게뭐라고..

하나 2020-11-08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극히 일부지만) 열반인님 서가 구경했다!!! 막 익숙한 표지도 보이고 최근에 언급하신 책들도 섞여있고~~ 좋아요 눌러주던 똥글뱅이 AI는 쇼!!님인가 보다. 김영하가 책은 일단 사놓고 거기서 골라 읽는 거라고 그래서 안심했었는데요 ㅋㅋㅋ 그렇게 한 명쯤 좋으나 싫으나 이 사람이 읽은 건 나도 재밌어 이러면서 같이 가는 작가가 있는 거 같아요. 나는 김영하 ㅋㅋㅋ 김연수 좋아하지만 영혼이 다름.. 모범생이라 지루한 거 넘 잘 참음. 영하찡은 참지 않긔 ㅋㅋㅋ 재미없으면 책이 잘못한 거니까 덮고 딴 거 읽으랬음.. 그러다보면 나중에 재밌어지기도 한다고~ 장강명 열반인님이 좋아하시니까 나도 관심 가져야지.. 한국이 시러서는 읽었읍니당~

반유행열반인 2020-11-08 22:13   좋아요 1 | URL
나는 한동안 장강명이는 김영하 따라쟁이라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표백 여주인공도 세연이라 아니 이거 너무 한 거 아냐!!! ㅋㅋㅋ했는데 이제는 안다. 김영하는 쓰도록 타고났고 장강명은 쓰려고 분투한다는 차이를... 누가 더 롱런할지는 내 관뚜껑 덮을 무렵 판단하기로 ㅋㅋㅋㅋ 저 그리고 장강명 별로 안 좋아해요 이제!!!(그런데 이번엔 너무 좋아하는 척 썼네...저번에 하도 까서 ㅋㅋㅋ)

하나 2020-11-08 22:21   좋아요 2 | URL
장강명 (타고난 스타일이 아님에도) 쓰려고 분투하고, 계속계속 쓰는 거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장강명이를 넘어 다음 작가로 가시는 거죠 모 ㅋㅋㅋ

바다그리기 2020-11-09 1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장의 일부만 읽은 채로 전자책을 또 구입하는.. 제 이야기인줄 ㅎㅎ
예전에 지인 추천으로 블랙달리아를 구매 했다가 이상한 번역에 질려서 1권 읽다 포기해 버렸는데, 이 책 읽고 갑자기 읽고싶어져서 몽유병 환자처럼 새벽에 책장을 뒤져서 찾아냈어요.
(근데 아직도 안읽고 계속 부담만 가지고 있는 중이라는ㅜㅜ)
열반인님과 달리 독서일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저는 그 책들을 읽고 산 책이 어마어마하답니다. 저같은 호구 독자들을 위해 수많은 책팔이(?) 도서들이 넘쳐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쓰도록 타고난 작가와 쓰려고 분투하는 작가라니.. 문장만으로도 어쩐지 짠하네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같은 대결에서 분투하는 자를 응원하는 게 도리일 거 같긴 한데, 김영하를 훨씬 더 좋아하는 취향인 지라.. ㅜㅜ
그래도 하나님^^처럼 계속 쓰고 읽으며 분투하는 노력은 정말 대단하고 값진 거라고 생각하니 앞으로도 장강명 작가의 신간은 저 역시 고민하다 결국 사게 될거 같아요.
남의 책장 구경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인데, 제목은 잘 안보이지만 표지만으로도 익숙한 책들이 보여서 저도 반갑네요^^
오늘도 우리 모두 열심히 쓰고 읽읍시다.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0-11-09 15:44   좋아요 1 | URL
바다그리기님 꾸준히 읽었어요 메시지 올라오는 것 보면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블랙달리아 사 놓긴 했지만 언제 다 볼지는 미지수에요 ㅎㅎㅎ전자책이 효자같습니다.
제가 작년까지 가차없이 까던 장강명 작가 오구오구하게 된 게 그간 우울증 앓았던 이야기 읽으니 급 마음 약해지더라구요. 님도 렉사프로 먹었니 흑흑 하면서...
사진은 일부러 흐릿하게 찍었는데 나름 식별 가능한 책도 있죠? 바다그리기님 언급하신 책도 은근 꽂혀 있습니다. 열심히 읽고 쓰기! 화이팅입미다!!!! ㅎㅎㅎ

syo 2020-11-09 13:3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똥글뱅이, 여기 있소!!
이 서재에 댓글달고 반님한테 환호하는 모든 분들의 즐거움에는 syo의 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합니다들... 으하하하

반유행열반인 2020-11-09 15:44   좋아요 0 | URL
안녕 똥글뱅이?? ㅋㅋㅋㅋㅋㅋ
 
대다크 1
하야시다 큐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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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하야시다 큐.

도로헤도로는 현재까지 내 넘버원 인생만화이다. 도마뱀 대가리의 카이만이 만두 가게 주인 니카이도랑 홀에 오는 마법사를 막 죽인다. 죽이기 전 카이만의 입 속에 마법사의 대가리(...)를 집어넣으면 입 속의 남자가 말한다.
‘너는 아니다’
그럼 죽임...
카이만은 자기 머리가 파충류인 게 마법사의 소행이라 여기고 범인을 찾는다. 마법을 건 마법사가 죽으면 마법이 풀리니까 싹 다 죽여야지.
카이만이 니카이도와 만두를 먹고 마법피해자병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세계는 홀. 인간이라는 말은 안 나오는 거 같은데 하여간에 우리 사는 인간 세상에 제일 가깝다. 홀로 마법사들이 수시로 문을 따고 침범해 인간들을 마법 연습 대상으로 삼는다. 마법피해자들은 온갖 고통을 겪으며 죽거나 불편하게 생존한다. 마법사의 세상은 또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서, 고급 마법을 구사하는 최상위 마법사부터 찌질한 마법 쓰는 하급 마법사, 마법사이지만 마법을 쓸 줄 몰라 천민 취급 받다 빡쳐서 눈에 십자를 새기고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십자눈 조직까지... 전형적인 계급 사회의 불평등을 드러낸다. 마법사들은 악마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선물을 바치거나 마스크 제작을 의뢰하고, 일정 기간 혹독한 수련을 거치면 마법사에서 악마로 변신할 수도 있다. 악마들은 마법사나 홀의 주민들의 고통에는 무감하고 초연하게, 자신만의 목적과 재미를 위해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마법사와 홀 주민들을 장난감처럼 다룬다.
얼마나 혹독한 세상인지.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죽은 홀 주민의 원념은 결국 어마어마한 괴물을 만들고 그야말로 진흙구정물 속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그런 세상을 구하는 것은...(당연히 카이만이겠지...)

2000년부터 연재된 이 만화의 완결을 보는 건 꽤나 벅찬 일이었다. 끝까지 좋았다. 그리고...
신작이 나왔다!!! 이번에는 우주다!!!!! 우주선도 다 조지고 블랙홀도 조지고...
전작에서 카이만과 니카이도라는 다정한 친구(아 신과 노이도 있지...)들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자하 산코(그의 뼈를 가지면 우주의 지배자가 되고 소원을 이룬다!), 어둠의 등짐 아바키안(등짐이다!), 죽음을 먹는 시마다 데스, 그리고 아직 1권에는 안 나온 놈이지만 하지메 다메마루가 나올 예정이다. 자꾸 자하 산코의 뼈를 발라가려는 녀석들이 덤비는데 자하 산코가 다 역으로 홀랑홀랑 다 벗겨버린다. 그리고 줄줄이 뼈를 모아...사골국을 끓이나...

아직은 인물의 등장과 배경 소개 정도로 시작만 간을 살짝 봤다. 우주라 그런가 조금 여유롭다. 그래도 첫 권부터 많이도 죽었다...타고 터지고 뼈와 살을 발라...
이십 대의 작가가 사십 대가 되도록 그린 전작, 이번 만화는 이제 시작하면 노년까지 그리는 건 아닌지...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작가님 부디 건강히 꾸준히 연재 잘 하시길...나는 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해도 누구 뼈까지 막 발라내고 그러고 싶지는 않구나...애 좀 내버려둬라...그럼 만화가 진행이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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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1-07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애 좀 내버려둬라... 저도 그런 거 보면 참 부지런하다.. 이런 생각하는 사람 ㅋㅋㅋ 이제 쇼님이 오셔서 도로헤도로 얘기하실 거예요. 나만 못봤나 봐.. 뭐하고 살았대?

반유행열반인 2020-11-07 21:25   좋아요 1 | URL
아닐 걸요 안 봤을 걸 ㅋㅋㅋ내 주변엔 내 딸 말고는 도로헤도로 본 사람 못 봤어 ㅋㅋㅋ

syo 2020-11-08 11:38   좋아요 2 | URL
하나님의 전지전능함에 놀랍니다. 이 댓글이 달릴 시점쯤 해서 도로헤도로를 찾아보고 다니던 syo....

반유행열반인 2020-11-08 12:37   좋아요 1 | URL
전지전능 인정222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