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뭉카제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11월의 커피를 12월에 구매했다. 머신은 편하긴 하지만 신선도랑 향미가 확실히 떨어진다. 가끔은 뚝뚝 떨어지는 눈물 같은 커피를 마시고 싶으니까 원두도 갖춰 놔야지.
알라딘 커피는 평소 못 먹어 본 동네도 소개하니까 커피를 사면 그 동네 조사해 보는 것도 재미나다. 커피 로스팅 스토리를 읽으니 저는, 하는 말이 등장해서 로스터 분이 직접 쓰셨구나, 내가 먹는 커피의 과일 견과류 붙이는 것도 그 분들이 하셨겠네, 그러니 청포도라니 무슨! 하고 너무 까지 말아야지 했다. ㅋㅋㅋ
이번 커피는 정말 구운 밤 감귤은 확실하니까ㅋㅋㅋ 호두는 다시 먹어도 잘 모르겠다. 구운 향과 신맛과 신선함이 좋은 커피였다.
부룬디는 잘 모르는 나라니까, 상품 소개 글 참고 삼아 구글지도로 방구석 여행을 했다. 아프리카 적도 부근 초록초록한 열대에 가로로도 세로로도 센터 쯤 되는 곳의, 르완다 바로 아래 있는 작은 나라였다. 카이얀자라는 북쪽 국경 근처 지역 확대해서 키비라숲도 찾아보고, 뭉카제 농장의 커피 워싱 스테이션도 찾아봤다. 저기서 왔어 내가 먹는 커피!!!
아주 멀리서 생겨나 가공된 것들이 여기까지 온다. 숲이 있고 호수가 있고 커피밭이 있고 교회가 있고 모스크가 있고 나름 도시 주변에는 호텔과 병원과 약국 등등 있을 것 다 있는 저 동네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 커피 덕에 모르는 곳을 많이 알게 된다. 저 사람들이 나한테 준 건 내가 마시고 있는데 내가 저곳에 줄 건 많지 않다. 거의 없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씨오투나 적게 주려고 노력해야지... 이런 나라서 미안해요.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12-05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찾다찾다 직접 쓰기로 하셨어. 반유행열반인님과 떠나는 커피를 찾아서 ㅋㅋㅋㅋㅋ 커피 후기 재밌어서 나 어제 다 찾아봤잖아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1:52   좋아요 2 | URL
ㅋㅋㅋ 뭐 쓰고 싶은데 책 본 거 없으면 슬쩍 커피 리뷰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1:57   좋아요 2 | URL
아 그리고 찾았어요 이미 사버렸어 커피견문록이라고 이거도 재치 넘쳐요 ㅋㅋㅋ

하나 2020-12-05 11:59   좋아요 2 | URL
ㅋㅋㅋ 그 리뷰도 기다릴게여! 근데 진짜 이렇게 이야기 담아서 쓰셔가지고 다 찾아봤는데 나 약간 아이돌 덕질하는 줄 ㅋㅋㅋㅋㅋ 오빠가 말한 건 다 봐야대 👀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2:07   좋아요 2 | URL
읽을 게 많아서 큰일 ㅋㅋ아직 아주 첫 머리만 봤는데 에티오피아였나 케냐였나 하여간 커피 마신다고 국경수비대한테 욕처먹으면서 국경 넘어가서 커피 마시고 돌아오고 막 그래요 ㅋㅋㅋ

하나 2020-12-05 12:09   좋아요 1 | URL
목숨 걸고 마시는구나. 그분도 돌아이 느낌 낭낭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2:12   좋아요 2 | URL
아 그분도 돌아이 하니까 또 누구...싶네요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친구가 나보고 또라이라 그래서 아...네 눈에 난 그런 사람이구나 했거든요 ㅋㅋㅋㅋ

하나 2020-12-05 12:1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가끔 누군가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껴져서 현타가 올 때가 있죠. 그치만 저는.. 좋은 의미예요. ㅋㅋㅋㅋㅋㅋ 어떤 부분이 돌아있지 않으면 좋아할 수가 없어...

scott 2020-12-05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커피 리뷰는 맛이 느껴져요 원산지 향토성이 짙은 마치 소설 김동인 글과 비슷한 느낌이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2:54   좋아요 2 | URL
김동인이라니 감동인데요 ㅋㅋㅋ과찬이십니다. 그래도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ㅎㅎㅎㅎ

바다그리기 2020-12-06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 한잔에 그 콩을 재배한 나라의 위치를 지도에서 찾아보고, 그 동네 사람들의 삶을 궁금해 하고, 커피를 주는 그들에게 줄 게 없어 미안해 하는 따뜻한 열반인님.
저는 또 님의 그런 마음들을 읽으며 늘 친환경, 지구보호, 공정무역을 외치고 실천을 다짐 하면서도 매일 마시고 먹는 음식들에서 확장된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져본 순간이 있었나 하는 자각으로 깊은 반성을 했습니다.
지난번 등장인물 연계지도(?^^)를 그리셨을 때도 느꼈지만, 뭔가 집중해서 학습하고 깊이 생각하시는 성향이 참 존경스러워요.
글은 분명 문자들의 조합일 뿐인데 그 속에 그 글을 쓴 사람의 성향과 가치관, 삶의 지향점과 심지어 습관과 마음의 모양까지 드러난다는 게 참 경이롭고(그래서 그만큼 조심스럽고 두렵기도 하지만요^^)
신기한 거 같아요.
그래선지 한번도 뵌 적 없고 아는것도 별로 없는 랜선 친구(이웃에서 제 맘대로 친구로 승격 시켰으니 부디 양해를.. ㅎㅎ)인 님을 잘 알고 있는듯한 착각을 혼자 하기도 한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짧은데 야하다는, 필립 로스 책도 저의 취저이니 꼭 읽어야겠어요. ㅋㅋ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12-06 11:12   좋아요 2 | URL
바다그리기님 오랜만에 댓글 남겨주셔서 마냥 반가워요! 친환경, 지구보호, 공정무역 마음에 두시고 지키려 애쓰시는 모습도 정말 존경스러운 걸요? 저는 아주 잠시 공정무역 커피 먹다 다시 슬그머니 다양성?과 저렴함의 세계로 기어나온 걸요ㅋㅋㅋ
글은 과장도 축소도 미화도 위악도 위선도 많으니 너무 믿지는 마셔요ㅋㅋㅋ그 유명하고 훌륭한 작품 쓴 작가 대부분도 직접 겪어보면 에라이 인간 말종 퉤퉤 할 거라는 의심이 짙은 저라서 ㅋㅋ저야 작가도 뭐도 아니지만 제 글에서 어떤 것들을 다른 이웃님들이 읽으시는지는 모르지만 늘 저라는 부족한 인간 탓하며 사는 지라 제가 더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랜선 친구로 삼아주셔서 제가 영광이구요! 취향 저격이라 기쁜 마음으로 저도 할배 나머지 책들도 찬찬 아껴 읽어 보렵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바다그리기 2020-12-06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의 댓글에 이렇게 반가워해주시니 저야말로 정말 감동이예요^^
글로 과장 축소 미화 위선 가능하다는 것도 익히 알고 속아본 전력도^^ 있지만,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완벽하게 감추거나 속일순 없다고 (감히) 믿는지라 이 정도로 많은 글을 읽고 느낀 님에 대한 제 생각은 확실할 거라고 믿습니다!! ㅎㅎ
뭔가 칭찬이나 좋은 얘길 하면 뿌듯해 하기보다 스스로를 디스하는 쪽으로 쑥스러움을 피하시는 것도 은근 저랑 비슷해서 엄청 친근감 느끼고 있다는 거 아실랑가요?^^
(나 사실 좋은 사람 아니거든. 그러니 너무 혹하지마 하는 식의 태도가 귀엽기도 해요 솔직히.. ㅋㅋ)
전 필립 로스 책은 에브리맨 한권밖에 안읽었는데 그 책도 정말 좋아서 주변에 많이 권했었어요.
그 책도 얇았지만 한권 읽고 바로 애정하는 작가에 등록했었던 기억이 나서 책장을 뒤져보니 아직 사두고 읽지않은 ‘네메시스‘가 있네요.
(아마 에브리맨이 좋아서 바로 샀다가 아직 읽지않고 둔 것 같아요)
오늘은 저 책을 읽어야겠어요.
좋은 친구와 같은 작가의 책을 읽고 공감하는 즐거움을 주셔서 또한번 감사해요~

반유행열반인 2020-12-06 12:58   좋아요 1 | URL
저 에브리맨 산 줄 알았는데 안?못? 샀고 나는 공산주의자~ 휴먼스테인 죽어가는 짐승 이렇게 나란히 있네요. 김영하책들이랑 한 칸에 나란히 낑겨서 ㅋㅋㅋ취향 비슷한 이웃님들 만나서 기쁩니다. 저랑 하는 짓도 비슷하시군요 ㅋㅋㅋ 즐겁게 읽으시고 권하는 글도 가끔 남겨주시면 따라 읽겠습니다 ㅋㅋㅋㅋ

Yeagene 2020-12-07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커피리뷰는 이야기가 풍성해서 좋아요 ㅎㅎ
커피리뷰가 막 재밌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12-07 18:26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달에도 새 커피 나오면 열심히 사 먹고 써야겠어요 ㅋㅋㅋㅋ
 
[eBook] 거꾸로 대산세계문학총서 59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지음, 유진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20201204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

‘거꾸로’의 존재는 이전에 읽은 줄리언 반스의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에서 알게 되었다. 산문집 속 삼인방 중 몽테스키우였나, 백작 어르신이 모델로 의심 받는 데 제상트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반스는 그러기엔 억울해 보여, 하면서도 이 소설의 내용을 자꾸 소개해서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살아 있는 거북이 등껍질에 금박과 보석을 씌우는 악취미라든가… 늬 집에 이런 거 없지! 늬 이런 책 봤나! 하는 게 오기가 났다. 그런데 서울시전자도서관에는 없는 책이 없니… 찾으니 나와서 빌렸다.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지만, 데 제쌩트라는 쌩또라이 귀족이 온갖 탐미적이고 호사스러운 취미를 부리면서 소시적 다른 애들 놀듯 방탕하던 삶을 접고 시골 구석에 스스로 아싸를 자처하며 은둔하다가 몸이 망가져서 강제로 파리행-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혔다.
돈이 썩어나는 귀족이 하던 놀음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보석으로 거북이 치장(해서 죽게)하기, 생화 같은 조화 모으다 못해 조화 같은 생화, 독특한 식물 모아 기르기, 독특한 회화나 판화작품 소장하고 혼자만 감상하다 남들이 칭송하면 집어치우기, 향수 만들기, 장서를 모으다 못해 온갖 이상한 가죽과 종이 동원해 자기 만의 리미티드 에디션 출간하기, 꼬마애 살인자 만든답시고 매음굴 데려다주기, 이런저런 술 모아서 나만의 술천국 만들기, 영국 여행하겠다고 짐 다 싸서 나섰다가 비오는 파리 시내 술집 가서 영국 소설 떠올리며 코스프레하다 에이 귀찮아 하고 집 와서 나 영국 갔다 온 거랑 차이 없음 하고 정신승리하기, 재미대가리 없는 기독교 문학 욕하면서도 아니 이건 해도해도 너무해서 오히려 신기하네 하면서 수집하기, 음악은 잘 몰라 하고 슈베르트 들으면 눈물 나…(매독 친구?)하고 대충 얼버무리기 ㅋㅋㅋ등등 그로테스크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을 혼자 하면서 헤헤 재미지다-아이 지겨워! 안 해! 하기를 반복한다. 뭐랄까, 온갖 예술과 미학을 탐닉한 그간 살아온 인류의 총합 정신 같은 놈이랄까...그런데 또 되게 편파적이고 취향 이상한 캐릭터… 끝까지 읽도록 얘가 위스망스의 분신인지, 까려고 극단적으로 만든 캐릭터인지 헷갈렸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 말대로 좋은 책 나쁜 책은 없지만 이 책은 잘 쓰여진 책은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수 있음. 줄리언 반스 책에서 봤던 거 대강 기억 나는대로…) 하는 말이 뭔말인지 왠지 알 거 같은 기분이었다. 되게 중구난방 두서 없고 작가의 소양과 취향에 관해 나 이런 거 까지 봤지롱- 하는 과시 같은 느낌이 드는 화려하지만 아니꼬움도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읽고 싶어진 작가들.
플로베르, 엄청 나온다! 에밀 졸라도. 이분들은 여전히 다른 작가들도 수차례 고전 명작 운운 하니까 왠지 더 봐야 할 거 같은 기분...마담 보바리랑 테레즈 라캥 밖에 안 봤어...왜 불륜물이야 둘다…
말라르메 시집...보들레르를 먼저 봐야 하나 싶으면서 하여간에 영업 당함…동시에 에드가 포도 왜 본 게 없어...왜 프랑스 작가들 다 미친놈 같지…
공쿠르!는 검색해봤는데 국내 출간 도서가 한 권이다. 헐. 공쿠르상 타령은 겁나하면서 데 제쌩트가 빨아제끼는데 프랑스어를 일도 모르는 나는 저거 한 권 말고는 그 포스탱인가 뭔가 읽을 방도가 없네요.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본 회화들.
얀 뤼켄의 종교 박해 판화 시리즈. 진짜 이런 거 보면 오히려 박해자들이 사디즘 조장임...믿음이란 사람을 찢어 놓고도 잘했다고 큰 소리 치게 만드는 무서운 것… 판화 찾아보다 엄청난 블로그 발견. 세상에 은둔 고수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음…
얀 뤼켄 판화 시리즈 포스팅
https://m.blog.naver.com/sonwj823/221547407373

같은 블로그의 귀스타브 모로 헤롯왕과 살로메 포스팅(둥둥 뜬 성요한 머리 보고 헤엑 하는 이 그림은 줄리언 반스 책에도 실려 있어서 퍼놨지…)
https://m.blog.naver.com/sonwj823/221548757606

로돌프 브레 딘? 이름도 잘 못 읽겠는 화가의 죽음의 희극,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판화도 마음에 들어서 인터넷에서 퍼옴...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the-comedy-of-death/RAGEjTFJ4MPJpA?hl=ko&ms=%7B%22x%22%3A0.5%2C%22y%22%3A0.5%2C%22z%22%3A9.085804603768247%2C%22size%22%3A%7B%22width%22%3A1.3551588433240185%2C%22height%22%3A1.2375000000000007%7D%7D

아잉 참 외눈 그림으로 유명한 이름 자꾸 까먹는 르동의 그림 모음. 나는 저 해골 담긴 마법의 솥단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배경화면으로 함 ㅋㅋㅋ
https://arthur.io/art/odilon-redon/cauldron-of-the-sorceress

귀엽고 평범한 거 아름답게 느끼고 싶다...반 짜 빼고 유행열반인 하고 싶다… 그냥 열반도 안 하고 싶음...



+밑줄 긋기
-실상 자신이 쓴 문장들을 몇 년이 지난 후에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실망스럽고 괴로운 일도 없다. 문장들은 이를테면 침전물이 생기면서 맑아지고 책 깊숙이 찌꺼기들을 가라앉힌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책이란 나이를 먹으면서 맛이 좋아지는 포도주 같지는 않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일단 맑아진 후, 각각의 장들은 김빠진 술처럼 맛을 잃어버리고 그 향기는 시들고 마는 것이다.
(‘출간 20년 후에 붙인 서문’ 중-꽤 신성모독적인 내용이 자주 나오고 소설 주인공도 무신론자인데, 한참 지나고나서 작가가 해명하듯 아, 내가 그때 좀 어렸고요, 그때 분위기가 어쩔 수 없는 시기였고요, 저 이제 개과천선해서 하나님 품에 안겼다구요! 하는 구차한 변명이 길었다 ㅋㅋ이거 안 쓰면 책 다 태운다고 협박했거나 죽음의 위협 같은 거 들어왔을 거 같은 기분…)

-카툴루스의 완벽한 제련소에서 빌려온 이 운율법, 쓸데없는 단어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똑같고 뻔한 여백 메꾸기용 단어들로 가득 차 있는 이 독창성도 없고 무지막지한 불변의 운율법, 끊임없이 회귀하여 아무것도 지칭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호메로스풍 수식어들의 빈곤함, 무성의 평범한 색조를 띠는 이 초라한 어휘는 데 제쌩트에게는 고역이었다.
덧붙여 말해야 할 것은 베르길리우스에 대한 그의 찬양이 가장 절제된 축에 속하고 오비디우스의 멀건 배설물에 대한 그의 관심이 가장 신중하고도 은근한 편 속한다면, 호라티우스의 코끼리 같은 우아함, 분칠한 늙은 광대들이 지껄이는 추잡한 농담을 가지고 아양을 떨어대는 이 한심한 굼벵이의 재잘거림에 대한 그의 혐오는 한이 없었다.
산문에서도 이집트 콩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키케로의 장황한 언어, 반복되는 비유들, 애매한 여담들은 역시나 그를 매료시키지 못하였다. 수다스러운 돈호법, 애국심에 젖은 다량의 후렴구들, 과장된 훈시들, 살집 많고 영양 상태는 좋으나 비계로 변하여 골수와 뼈는 없는 육중한 몸집의 문체, 문장을 시작하는 기나긴 부사들의 견딜 수 없는 군더더기, 접속사들의 끈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 비만한 문장들의 천편일률적인 서식, 그리고 진력나는 동어반복 습관은 데 제쌩트를 사로잡지 못하였다. 간결함으로 유명한 카이사르 역시 키케로와 마찬가지로 그를 열광시키지 못하였다.
(고전 문장 아프게 까는 것 봐 ㅋㅋㅋ 그런데 굳이 옮겨 적은 건 정말 쓰면 안 될 것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나열해 놔서...아...부끄럽다...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ㅋㅋㅋ)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사생활과 인생에 이미 들어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이 여자가 누구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녀의 출신, 이름, 직업, 존재 이유를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설명할 수 없으나 명백한 이 연인에 대해서 어떤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때 문득 이상한 몰골이 그들 앞에 말을 타고 나타났고 일 분간 속보로 달리더니 안장 위에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피가 얼어붙었고 그는 공포로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버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 애매한 몰골은 초록색이었고, 보랏빛 눈꺼풀 속에 밝고 차가운 청색의 끔찍한 두 눈을 뜨고 있었다. 부스럼이 입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마른 두 팔, 팔꿈치까지 맨살을 드러낸 해골 같은 두 팔이 넝마로 된 소매 밖으로 나왔고 열에 들떠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살이 없는 허벅지는 너무도 통이 넓은 무릎 덮개달린 장화 안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끔찍한 시선이 데 제쌩트에게 고정되더니 그를 꿰뚫고 뼛속까지 얼어붙게 했다. 한층 더 겁에 질린 불독 여인은 그에게 달라붙었고 뻣뻣해진 목 뒤로 머리를 젖히고는 죽어라 고함을 질러댔다.
즉시 그는 이 무시무시한 장면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는 바로 눈앞에 매독의 여신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악몽 스케일...그러게 작작 좀 방탕하지 ㅋㅋㅋ)

-에른스트 엘로가 쓴 ‘인간’...이 작가는 종교계의 동료들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그의 행동거지에 질겁한 신자들의 그룹에서 거의 외톨이가 된 에른스트 엘로는 마침내 지상에서 천국으로 이르는 대로에서 벗어나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너무나 진부한 이 길이 주는 역겨움과 벌써 몇 세기째 줄줄이 똑같은 길을 따라 앞사람의 발자취 그대로 나아가며 동일한 장소에 멈춰 서서 종교와 교부들 그리고 자신들의 동일한 신앙과 스승들에 관해 상투어를 나누는 문학 성지 순례자 무리가 주는 역겨움 때문에 그는 옆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어 파스칼이 발견한 음습한 공터에 도달하였고 거기서 오랫동안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길을 재촉하여 그 자신 야유를 퍼부었던 그 장세니스트보다도 더 먼저 멀리 인간 사고의 다양한 지방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왜 이런 아웃사이더에 끌리냐 나란 사람아 ㅋㅋㅋ신이 있다면 세상을 이 따위로 두는 신이라면 그냥 믿지 않고 지옥 갈래 하던 패기….)

-그러므로 사디즘의 힘, 그리고 그것이 지닌 매력은 신에게 드려야 할 찬양과 기도를 악마에게로 보낸다는 금지된 기쁨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예수를 더욱 심하게 조롱하기 위하여 그가 가장 명백하게 영벌을 내린 두 죄악, 즉 예배의 모독과 육욕의 난무라는 죄악을 범함으로써 사람들이 비록 거꾸로라도 준수하는 가톨릭의 규율들에 복종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다.
결국 사드 후작이 자신의 이름을 물려준 이 증세는 교회의 역사만큼이나 유서가 깊은 것이었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그것은 일종의 격세유전 현상에 의해 중세의 마녀 집회의 불경한 광행들을 되살려냄으로써 18세기에 창궐했던 것이다.
교회로 하여금 수천 명의 강신술사들과 주술사들을 화형으로 전멸시키도록 했던 자콥 스프렝제의 끔찍한 규범서인 ‘마녀들의 망치’만 읽어보더라도 데 제쌩트는 중세의 마녀 집회에서 사디즘에 의한 모든 종류의 음탕한 관행들과 모든 불경한 언행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악마가 애지중지하는 추잡한 광경이며, 적법하건 패륜적이건 성교에 계속해서 바쳐지는 밤들, 색정에 의한 폭행으로 인해 피로 물든 밤들 외에도, 데 제쌩트는 빵과 술에 저주를 퍼부으며 사람들이 네발로 엎드린 여인의 등에서 악마의 미사를 집전하고 그녀의 노출된 엉덩이를 계속해서 능욕하며 재단으로 삼고, 참석자들은 조롱하듯이 숫염소의 모습이 새겨져있는 검은 밀떡으로 영성체를 하는 데에서 예배 행렬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모방, 지속적으로 신에게 가해지는 욕설과 위협, 그리고 신의 적대자에 대한 헌신을 찾아볼 수 있었다.
(ㅋㅋㅋ또라이의 역사는 길고 깊다. 그러고보니 사디즘 기원 찾는답시고 이미 7년 전에 ‘소돔 120일’완독한 나란 여자...해치지 않아요. 살로 소돔 영화도 봤지롱...책 먼저 보고… 사드는 진짜 또라이 인정. 불신자에 반역자 이렇게 많은 거 보면 그냥 착하게 살고 싶어진다. 늦게 태어난 후발주자 너무 식상해…)

-아이들의 싸움에 호기심을 갖게 되자 그는 자신의 병에 대한 상념들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말썽꾸러기들이 악착같이 싸우는 광경 앞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잔인하고도 가증스러운 법칙을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이 아이들이 비천한 처지에 있었건만 그는 그들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아이들의 엄마가 이들을 차라리 낳지 않았던 것이 이 아이들에게는 훨씬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유아기부터 습진이며 복통이며 열병이며 홍역을 알아야 하고 걸핏하면 따귀를 얻어맞는 게 그들의 숙명이었다. 열세 살 무렵이면 구둣발에 차이고 단순 노동에 종사해야 한다. 성년이 되면 여자들한테 기만당하고 질병에 시달리며 아내의 바람기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인생의 황혼녘에는 걸인 수용소나 빈민 요양원에서 불구가 되어 임종을 맞아야 한다.
결국 미래란 모두에게 똑같은 것이므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었다면 서로 시기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부유한 자들에게도 환경만 다를 뿐 똑같은 열정과 똑같은 근심, 똑같은 고난, 똑같은 질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알코올중독에 빠지건 문학에 쉼치하건 육욕에 탐닉하건 간에 한결같이 시시한 향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모든 악에는 막연하게나마 보상이 있었다. 즉 훨씬 허약하고 수척한 부자들의 육신을 짓누르는 육체적 고통에서 빈자들을 쉽게 벗어나게 해줌으로써 계급들 사이에 불행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일종의 정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야...이 양반아 이걸 생각할 순 있겠지만 그걸 또 내뱉냐 ㅋㅋㅋ 아무튼 어린이란 말을 만들어주시고 어린이 보호에 힘써주신 방정환 선생님 먼저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눈물 뚝뚞)

-그 자신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추방했던 것 아닌가? 대체 자신의 삶처럼 명상에 빠져들고 몽상 속에 머물려 애쓰는 삶을 사는 단 한 사람이라도 그가 알고 있단 말인가? 한 문장의 우아함과 그림의 세밀한 터치, 사고의 정수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 말라르메를 이해하고 베를렌을 좋아할 만큼 섬세하게 다듬어진 영혼을 지닌 사람을 단 하나라도 알고 있는가?
(와 데 제쌩트 자뻑도 정도가 있지... 나 말고는 이런 사람 없어! 파리 가기 시러! 징징징)

-가장 비양심적이고 꾀바른 자들은 모든 염치를 내팽개쳤다. 그들은 행상에 가담하고 사업의 진창에 키질을 해대며, 비속한 도둑놈들과 매 한가지로 중죄 재판소에 출두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항상 편파적일 수 만은 없는지라 그들은 결국 감옥의 사서들로 임명하기도 하는 인도주의적인 법원의 성가를 드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돈벌이에 대한 이러한 악착같음, 억누를 길 없는 금전욕은 항상 귀족 계급에 의지했던 또 다른 계급인 성직자 계급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신문들의 4면에서 발의 티눈을 고쳐준다는 사제의 광고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수도원들은 제약 공장이나 술도가로 변모를 거듭했고 조리법을 팔거나 직접 만들어 팔고 있었다. 시토회는 초콜릿과 트라피스트 수도회 상표의 술, 전분, 아르니카 알코올 침제를 팔았고 마리아회는 약용 이인산 석회와 소독약을, 도미니크회는 뇌일혈 예방약을, 브누아성인의 제자들은 베네딕틴 술을, 브뤼노 성인을 섬기는 수도사들은 샤르트 뢰즈 술을 팔았다.
(저 덕분에 수도원 맥주 처묵처묵 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질 되었다기 보다 그냥 글에 남은 청렴 순수 은둔의 수도사 이미지에 속으신 거 아닙니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 아임니꺼)

-“그렇지만 가톨릭 교리를 파괴하는 것은 생리학자도 무신앙자들도 아니란 말이야”라고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은 바로 어설픈 활동으로 가장 단단하게 박힌 신앙심조차 뽑아버리는 성직자들이거든.”
(ㅋㅋㅋㅋㅋㅋㅋ때찌 살살해주세요…)

-...부르주아는 자신의 자본력으로 어리석음을 전염시켜가며 경박하게도 군림하고 있었다. 그들이 군림하게 된 결과는 모든 지능의 압살, 모든 정직의 부정, 모든 예술의 죽음이었다. 실제로 타락한 예술가들은 무릎을 꿇었고 고위 악질 브로커들과 저급한 폭군들의 냄새 나는 발에 뜨겁게 입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적선이 그들을 먹고살게끔 해주기 때문이었다!
회화에 있어서는 물컹한 허섭스레기의 홍수였다. 문학에 있어서는 진부한 문체와 비굴한 사상들이 넘쳐흘렀다. 왜냐하면 이제 문학은 투기꾼 사업가의 정직, 자기 아들을 위해서는 지참금 사냥에 나서면서도 자기 딸의 지참금을 주는 것은 거절하는 사기꾼의 미덕, 성직자를 강간범으로 비난하면서도 진정한 예술적인 타락도 없이 위선적이고 멍청하게 수상쩍은 방들에 가서 대야에 담긴 끈적끈적한 물과 더러운 치마들에서 나는 은근한 후추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아대는 볼테르주의자의 정숙한 사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구대륙으로 옮겨놓은 미국의 거대한 도형장이었다. 그것은 또한 은행가와 졸부들이 저지르는, 깊이도 폭도 측량할 수 없는 버르장머리 없는 짓거리였다. 그것은 은행들의 불경한 성막 앞에 납작 엎드려 불결한 성가를 토해내는 우상숭배의 도시 위로 비천한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자!무너져라, 사회여! 제발 죽어라, 낡은 세계여!”자신이 떠올린 광경이 너무도 비열한 데 분격한 데 제쌩트가 소리쳤다.
(아 이놈의 어마어마한 귀족주의...어디서 천한 것들이 주인인 척 해! 하고 선긋는 게 우스운데 데 제쌩트의 저 대사는 내가 입버릇처럼 “나쁜 썌키들, 다 죽었으면!”하는 거랑 왜 닮았냐 ㅋㅋㅋ)

-위스망스가 이 소설을 집필한 후 오로지 “열 사람만을 위해,” 그리고 “머저리들에게는 단단히 빗장이 잠겨진 난해한 책을 썼다”라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거꾸로’의 무궁무진한 의미망은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여 풀어내기에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탕달에 의해 유명해진 “행복한 소수에게”라는 표현을 이 소설만큼이나 잘 구현한 작품을 찾아보기란 아마도 쉽지 않으리라. 그 겨로가 많은 사람이 ‘거꾸로’라는 소설에 대해 들어 알고는 있으되 정작 그것을 직접 읽은 실제 독자의 수는 많지 않은 독특한 수용 양상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옮긴이 해설 중. ㅋㅋㅋ왜 이 부분 읽는데 옛날 개그 프로그램에서 단발머리하고 웃기게 생긴 세바스찬이 ‘천한 것들’하고 귀족 놀이 하던게 자꾸 떠오를까...어쨌거나 쇤네 같은 천것도 읽었으니 열 명은 넘겠습니다 그려...줄리언 반스 포함...ㅋㅋㅋ)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12-05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희랑 놀아주시면서 언제 저렇게 시청각 자료 가득한 포스터를 쓰셨대. 링크 걸어두신 곳들도 진짜 장난 아니네여. ˝해골 담긴 마법의 솥단지 그림˝ 저도 마음에 들어요. 막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이런 말이 들리는 거 같아요. 기괴한데 슬픔이 느껴져요. 링크해주신 곳에서 살로메가 세레자 요한의 목을 들고 있는 그림 봤는데, 그 중에 한 장에서 요한의 표정이 평-안해보이더라고요. (목이 따였는데 왜 ㅋㅋㅋ) 그래서 좀 더 읽어봤더니 흔히 알려진 살로메 나쁜년! 말고도 살로메가 요한을 너무 사랑해서 둘 다 죽게됐다는 방향도 해석도 있나 보더라고요. 덕분에 방구석 미술 문학 여행 다녀왔어요! 열반인님 이름에서 유행이 반짝반짝 빛날 날을 기원합니다! 그때 나만 알고 싶은데 남들도 다 알게 됐다고 나쁜 귀족들처럼 손절하지 않을게요. (이미 아님 ㅋㅋ) 이 책 박찬욱 감독이 지식인의 서재에서 추천했던 책인데 엄청 이야기가 많은 책이었군여! 괄호 속의 코멘트들도 재밌게 읽었어여!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2:02   좋아요 2 | URL
박찬욱 진짜 안 읽은 게 뭔지 아가씨 보면 소돔120일도 쥘리에트 나오는 거도 다 본 거 같더라고요 ㅋㅋㅋ 오래 준비해 온 대답이 더 나은 제목 같다 ㅋㅋㅋ이전 제목 너무 비장해서 역시나 르동이 그린 해골이랑 어울리지 시칠리섬이랑은 영 ㅋㅋ 아..난 사진만 보고 요한 흥! 왜날뷁! 하고 목 딴 사연은 제대로 안 봤네요. 저 유행이 되고 싶다기 보다 그냥 누가 지시하는대로 남들 좋다는 거 무던히 좋아하는 사람 되고 싶다는 소망인데 이미 애들 애쵸티 좋아할 때 혼자 패닉 좋아하던 시절 부터 글른 거 같아요 ㅋㅋㅋ

하나 2020-12-05 12:08   좋아요 2 | URL
역시 아는 만큼 보이시는구나. 저는 아가씨 보고 김미니가 이쁘다 ㅋㅋㅋ 였는데, 박찬욱도 책 좋아하는 거 같아요. 와이프가 이동할 때 책 읽어준다고 자랑하는 거 무슨 팟캐스트에서 들었어요. 그쵸 예전 제목은 르동 그림에 어울리네요. 그때 퇴사 직후라 비장미 철철 넘쳤구 지금 정신차리고 보니 어후 모야~ 싶어서 제목 바꾼 거 같아여 ㅋㅋㅋ 무던한 사람 되시는 건 포기하셔야 될 거 같아요. 우리 오빠 지금 포인트를 모르시잖어. ㅋㅋㅋㅋㅋ 그때 에쵸티가 아닌 이적을 좋아할 수는 있어요! 근데 그걸 티를 내는 순간 끝이라고요. ㅋㅋㅋㅋㅋ 외로운 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scott 2020-12-05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가씨에서 태리가 더 야해 ㅋㅋㅋ 열반이님 리뷰 읽다가 급 배고파져서 밥먹고 와서 읽기로 ^0^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2:54   좋아요 2 | URL
저는 그 영화 하나도 안 야하고 웃겼어요 ㅋㅋㅋㅋㅋ
 
[eBook]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204 티파니 와트 스미스.

책 광고에서 ‘샤덴 프로이데’라는 말을 처음 접하고 관심을 가졌다. 독일어처럼 보이고 실제로 독일어인 이 말이 지시하는 감정을 다룬 책이다. 그런데 의외로 저자는 영국 사람이었다. 영어에는 이 감정의 미묘함을 가리킬 말이 아직 없는 모양이다.
거칠고 쉽게 샤덴 프로이데를 이해하자면, 검색창에 ‘개비스콘 짤’이나 ‘풉 짤’을 쳐 보면 아- 할 것이다.(맨 아래 첨부합니다.) 며칠 전 코로나19는 혼전 성관계탓이다, 라고 설교한 미국 목사가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몇 달 되었지만 코로나19는 하나님 심판이라 했던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의 죽음이나 질환을 기뻐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닌 걸 알면서도 곧잘 남의 불행에 미소짓거나 거봐라, 하는 때가 있다. 아닌가, 나만 그래?
이 책은 그런 다소 곤란한 감정에 관해 다양한 사례와 보도, 연구 결과, 구전 설화 같은 걸 들어가며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꼭 나쁜 사람이라는 증거는 아니라고, 나도 그래, 다들 그럴 걸, 한다. 그런 감정이 줄 수 있는 나름의 유익한 점도 나열한다.
거기까지였다. 별다른 통찰이나 새로운 사실은 없었다. 누군가는 재미있어 할 법한 남들의 불행을 잔뜩 늘어 놓긴 했는데 직접 관련된 사람의 일이 아니라 그런지(인성 봐라)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냥 저자가 에필로그에 요약한 몇 줄로 할 말을 용케도 한 권으로 (사실 분량도 얼마 안 된다) 늘려놓았구나 싶을 정도였다.
이 책 살까 말까 되게 오래 고민했는데 버텼더니 도서관에 올라왔다. 빌려보고 나서야 안 사길 잘 했네...읽은 건 좀 시간도 아깝고 그렇지만 덕분에 까는 리뷰를 올리는구나 하고 샤덴 프로이데 해 본다. 풉. 미안.(역시 못됐어)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12-04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 글자로 “쌤통”인가요?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28   좋아요 1 | URL
사실 그 두 음절로 딱 끝날 거 같은데 저자가 막 그 이상 더 있을 것 같이 폼 잡아놔서 끝까지 읽었는데..낚인 것 같아요. 쌤통의 심리학이라는 책도 진작 나왔던데. 심지어 같은 역자. (누가 풉 하는 소리가 막 들려...누구야)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30   좋아요 1 | URL
으아니 생각난 김에 찾아보니 쌤통의 심리학도 원제에 샤덴프로이데 들어가네요. 왠지 그 책이 더 잘 썼을 거 같다...

하나 2020-12-04 21:33   좋아요 2 | URL
이쯤되면 역자가 쌤통 매니아...라고 하려고 했는데 쌤통이 일종의 장르인가 보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33   좋아요 1 | URL
전 맴이 약해서 쌤통 같은 거 못 해요(거짓말이 늘어간다)

하나 2020-12-04 21:35   좋아요 2 | URL
저는 쌤통하고 나면 입맛이 써서 인성이 없을 거면 아예 없을 것이지.... 어설퍼 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38   좋아요 1 | URL
우리 함께 착함병을 치유해 봅시다. 쌤통 잘하고 싶다...

scott 2020-12-04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읽다가 캐릭커쳐가 더 맘에 들어 ㅋㅋㅋ
‘샤덴 프로이덴‘ 정확한 뜻도 모르고 소리내어 읽으면 무슨 궁전이름 같아요.

한구말로 ‘쌤통‘ 딱 맞는 의미네요 ^ㅎ^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54   좋아요 2 | URL
용어가 왠지 있어보여서 낚여서 읽었는데 조금 품위 없는 듯하면서도 아 나만 그런 거 아냐? 헤헤 하게 만드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책은 별로 재미나게 못 쓴 기분...

막시무스 2020-12-04 2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샤덴 프로이데라는 개념이 인간의 드러나는 본성이나 보편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 중 하나로 규정되는건가요?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53   좋아요 3 | URL
그걸 저에게 물으시면 ㅋㅋㅋ저는 책을 어디로 읽은 건가 막 자괴감이 들고 ㅋㅋ거 봐라 읽은 척 하고 큰소리는, 하면서 책 관계자들이 고소해하는 장면이 그려지네요. 책 주장 따르면 이렇게나 샤덴 프로이데 하는 사례가 많아! 하고 그 보편성을 증명하려 애쓰는 거 같긴해요. 원시부족에도 이런 반응 있다 막 이러고 ㅋㅋ

막시무스 2020-12-04 21:57   좋아요 3 | URL
ㅎㅎ 오해는 마세요! 이 개념을 보니 갑자기 김애란 단편소설이 생각나서요! 어린학생이 노인이 폭행 당하는데 틀딱이라며 웃는 장면이 갑자기 생각 났거든 요!ㅎ 작가가 샤덴 프로이데를 염두에 두고 썼나? 하고 잠시 생각했어요! 근데 제목이 생각 안나네요!ㅠ

scott 2020-12-04 22:00   좋아요 3 | URL
막시 무스님 ㅋㅋㅋ
열반인님 자괴감 느끼시고 ㅋㅋ
샤덴, 쌤통

세상에, 김애란 단편을 떠올리시는 막시무스님

열반이님 리뷰(인용문 캡쳐)를 꼼꼼하게 읽고 단편 하나 뚝딱!

막시무스 2020-12-04 22:02   좋아요 3 | URL
감상의 모티브를 제공해 주신데 대해 감사할 따름이죠!ㅎ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2:07   좋아요 3 | URL
엄마가 폭력 사건 저지른 자녀 때문에 우울해 하는 뭐 그런 소설이었나요? 바깥은 여름에 실린...가리는 손?(외운 거 아니고 찾아본 거요 ㅋㅋ) 그런데 그거랑은 또 좀 다른 거 같은데 집단 심리로 샤덴 프로이데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는 책에도 나오고 그 부분은 집단따돌림이나 집단폭력에 닿는 맥락이기도 한 거 같아요.

막시무스 2020-12-04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님! 찾았습니다!ㅎ 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에 있는 ˝가리는 손˝이라는 작품이네요!ㅎ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2:08   좋아요 3 | URL
같이 찾으셨네요 ㅎㅎㅎㅎ

막시무스 2020-12-04 22:09   좋아요 2 | URL
ㅎㅎ 네! 좀 다른 개념이군요!ㅎ

scott 2020-12-04 22:31   좋아요 2 | URL
대단,대단,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를 끝으로 빠이,빠이 했는데

‘가리는 손‘ 읽으러 ‘바깥은 여름‘ 구입 할까봐 ㅋㅋㅋ

막시무스 2020-12-04 22:37   좋아요 2 | URL
저에게 이 책은 카버의 대성당에 버금가는 감동이었어요!ㅎ

Yeagene 2020-12-07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댓글들 보다 충격먹었어요ㅠㅠ
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는데 가리는 손이란 작품 생각도 안나요 ㅠㅠㅠ
저 뭘 본건지...ㅠㅠ

반유행열반인 2020-12-07 18:27   좋아요 0 | URL
전 두 번 읽었는데 겨울에 한 번 여름에 한 번 보니 각자 나름대로 좋더라구요. 한 번 더 보시죠 ㅋㅋㅋ
 
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201 권여선.

‘내 정원의 붉은 열매’, ‘안녕 주정뱅이’에 이어 읽은 권여선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레몬’을 사 놓고 아직 보지 않았다.
직전에 읽은 ‘안녕 주정뱅이’에는 혼자 살며 술에 쩐 평행우주의 나들 같은 언니들이 잔뜩 나왔다. 이번 소설집은 그보다 다양한 화자, 인물, 상황이 나왔는데, 단편소설은 말이다, 이렇게 쓰는 거란다, 참 쉽지? 하고 소주잔을 쭉 빨아들이는 작가님 얼굴이 괜스레 어른거렸다.
읽은 지도 쓴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마음을 쏟고 잘하고 싶다, 계속하고 싶다, 하는 일이 생긴 건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성질이 급해 잡은 손을 성급하게 놓곤 했다. 진득하니 잘 익고 발효된 무언가를 쥐고 계속 할 수 있길, 향기롭고 감칠맛 나는 글들을 먹으면서 바라본다.

-모르는 영역
언젠가 늙은 날 “왜 해도 됩니까,한 번은?”하고 소리지르며 내 곁에서 달아날 아이들을 상상하면 숨이 막힌다. 딸과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고기를 사주고 돌아오는 중년 아저씨 이야기인데 왜 내가 사주고 쓸쓸하게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인가 모르겠다.
-손톱
엄마가 자매에게 빚을 남기고 도망가고, 언니도 똑같이 소희에게 빚을 남기고 도망가고, 그런데도 직장을 얻어 스스로 벌고 빚갚을 궁리할 만큼 자란 건 기적 같고 대단한 일 같은데, 도무지 희망이란 없고 손톱만 다쳐도 어그러지는 삶이란, 너무 슬프고 가혹했다.
-희박한 마음
누군가 거칠어지는 나를 견디지 못해 떠나고 홀로 남아 이전 일을 가물가물 떠올리는 남은 삶을 견딜 수 있을까. 기이한 소리를 내는 수도 파이프 소리를 무심하게 견딜 수 있을까. 엉엉.
-너머
기간제 교사와 학교 비정규직 이야기가 생생했다. 언젠가 껍질만 남아 바스라지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볼 생각만해도 무섭고 슬픈데. 이미 그러고 있는 당신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나요.
-친구
이제 학교에서 폭대위를 하지 않고 교육청으로 넘긴다. 친구아이가, 하는 말은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견디는 아이들에게 무감한 폭력이 되기도 한다.
-송추의 가을
파묘랑 많이 비슷한 느낌인데 잔잔하지 않고 내내 갈등과 빡침의 연속이었다. 엄마는 혼자 있고 싶다잖아 씨발! 하는 막내둥이 왜 이리 슬프냐.
-재
변신의 그레고르와 토성의 고리 속 제발트가 맞은 편 길에 마주하고 있다면. 그레고르가 창너머로 병원을 봤을 줄은 나도 몰랐다. 창너머로 많은 걸 보는 사람들이 뭔가를 쓴다. 아 나도 보긴 봐야지 토성의 고리 샀으니 봐야지 ㅋㅋㅋㅋ변신은 몇 번 봤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또 봐야겠지...또르르...
-전갱이의 맛
성대 용종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화자가 자꾸 성기 낭종 수술을 떠올리듯 난 대장 용종 수술이 떠오르곤 했다. 후두염와 성대결절과 성대폴립 때문에 묵언 기간을 자주 가져봤는데, 소설에서만큼 말을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 아예 말하지 말라고는 안 하고 천천히 말을 하라고 했다.
성대 용종 수술 후 병가 동안 혼자 지리산에 숙소를 잡고 며칠 요양했다. 폭포에도 가고 밤도 줍고 산수유공원에도 가고 읍내 빵집에도 가고 고즈넉한 시간이었다. 아파야지나 혼자 될 수 있는 삶은 행복하기도 번잡하기도. 말하지 않는 직업 나도 가지고 싶다….


+밑줄 긋기
-그는 휴대전화 소리를 죽이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모든 게 거추장스러웠다. 매트리스를 누르는 자신의 몸무게도, 감은 채 파르르 떨리는 양 눈꺼풀도, 뇌의 틀을 맴도는 말벌 같은 생각들도. 요즘 그는 종종 힘이 들었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생은 그를 여기까지 데려와놓고 그가 이제 어떻게든 살아보려니까 힘을 설설 빼며, 이제 그만, 그만 살 준비를 해, 그러는 것 같았다. 희망이 없어, 그는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차라리 단칼에 끊어내고 싶다, 증발하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지금, 이순간, 이대로……(’모르는 영역’ 중)

-휴대전화 매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소희는 너무 춥다. 배도 고프다. 그래서 뛴다. 계획대로 스물일곱, 스물여덟에 대출금을 갚고, 보증금 천만원 정도, 깔고 앉는다면, 그래서 그때부터, 매년 천만원씩, 모을 수 있다면, 서른여섯, 서른일곱쯤에, 일억을, 모은다면, 그렇게 내년부터, 십오년 넘게, 죽을힘을 다해 달려, 헉헉, 일억을 움켜쥐고, 백이십사 다시, 십오번지, 백일호에 도착하면, 저 대추 같은 할머니가, 만약 살아 있다면, 또 고개를 저으면서, 손가락을 치켜세워 흔들면서, 안 돼, 안 돼, 하겠지, 그땐 얼마를, 일억오천, 헉, 이억, 그땐 도대체 얼마를, 헉, 얼마를, 부를까…..
소희는 가로수 아래 멈춰 서서 숨을 몰아쉰다. 소희는 정말 진수씨 싫은데, 뭐든 자기는 다 아니까 이해하니까 그러는 진수씨 싫은데, 가끔 그가 떠들어댄 말 중에 어떤 말이 생각나기도 한다.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말…...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면 또 마음이 상하잖아요…...소희도 사람이기 때문에…...스물일곱, 스물여덟까지…...서른다섯, 서른여섯까지…...그러면…...또…….마음이……(‘손톱’ 중)

-가끔 예고 없이 출현하는 그것은 데런의 고질병이었다. 데런은 늘 그것을 어떻게든 저지하려 했지만 그 의지가 생겨났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튀어나온 후였다. 언젠가 디엔은 데런이 화가 나서 이성을 잃기 직전의 표정에 대해 얼음이 타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폭발하기 직전의 데런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약간은 허탈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만히 바라본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도라도 하는 것처럼 매우 평온해 보이는데, 그때 아마도 데런 너는 곧 진행될 폭발에 대해 섬광처럼 짧게 숙고하는 것 같다고, 폭발 이후의 미래를 일별하고 그 혹독한 대가를 예감하면서도 그 무서운 미래가 실현되고 말리라는 것을 아는 얼굴이라고,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려는 분신자가 마치 먼 행성의 폭발을 기다리는 천문학자처럼 냉철한 눈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내부의 심연이 균열되는 걸 최후로 관조하는 눈이라고 디엔은 말했다.
그런데 얼음에 불이 붙기 시작하는 찰나엔 말이지, 하고 디엔은 말했다. 그때의 데런은 더이상 자신이 알던 데런이 아니고 절대적인 무엇을 담지한 순수 존재처럼 느껴진다고, 그에 비하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 저 산불처럼 무섭게 번지는 파괴 앞에서 타 죽어도 마땅한 작은 벌레나 마른 풀포기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했다. 그것은 확실히 디엔에게 어마어마한 공포였으리라고 데런은 말했다. 디엔은 정말 그렇다고, 그런 일은 아무리 겪어도 너무나 두렵다고 하면서, 데런 네가 그렇게 드라이아이스처럼 하얗게 타버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것 같아서, 라고 말했다. 그런 폭발이 일어났던 날들에 대한 기억, 웃던 디엔을 순식간에 겁에 질리게 했던 지워질 수 없는 날들의 기억 때문에 데런은 때로 눈알이 드라이아이스처럼 타는 것 같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희박한 마음’ 중)

-늦은 밤에 그는 우산을 챙겨 집을 나왔다. 빗줄기가 가늘어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상가로 향하는 길에 젊은 청년과 마주쳤다. 청년은 접은 우산의 손잡이를 손목에 걸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비가 그쳤나 싶어 우산을 접었다가 그는 열 발짝쯤 지나 다시 우산을 폈다. 그새 얼굴과 머리카락이 눅눅해졌다. 창백한 가로등 불빛에 비친 빗방울이 은가루처럼 미세하고 촘촘해 어두운 허공에서 우윳빛 액체가 끓고 있는 것 같았다. (‘재’ 중)

-그가 휴대전화를 켜 시간을 확인하는데 옆자리에서 중년 남자의 사투리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날 애가 말이야 해충이 돼버린 기야. 이 말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그것이 카프카의 ‘변신’에 관한 이야기이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그레고르 잠자가 해충이 되었다는 번역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띄엄띄엄 들려오는 남자의 말은 그에게 놀라움과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걔는 드러운 음식만 먹게 된 거라. 걔가 나중에 어떻게 죽냐 하면, 애비가 사과를 던진 기야, 걔한테. 집에서 막 돌아댕기지 말라고. 그게 상처가 돼서 죽은 기야. 그는 ‘변신’에 대한 사뭇 폭력적일 만큼 간명한 요약에 신선한 경이를 느끼며 그들 쪽을 흘깃 돌아보았다. 상대편 남자가 물었다. 그기 다 결국은 상상 아이가? 그러자 이야기를 꺼낸 남자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그렇지, 상상이지 다……(‘재’ 중)

-아무래 생각해도 그는 이 장면이 그레고르에 대한 냉혹한 예언처럼 생각되었다. 긴 병원 건물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연약한 둥근 머리를 관통하는 잿빛 쇠막대처럼 여겨졌고, 더 나아가 어쩌면 모든 병원이 작은 창문 속 병실에 갇혀 있는 환자들을 불가능한 삶의 희망을 볼모로 꼬치처럼 꿰고 있는 쇠꼬챙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은 쓸모없는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가족의 재산을 갉아먹는 해충 같은 존재들이며 결국엔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바삭한 껍질만을 남기고 죽어야 하는 그레고르의 운명인지도 모른다고. (‘재’ 중)

-“그러니까 사람은, 사람이란 존재는…...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그렇게 감각하는 자체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더라고. 내가 지금 이걸 느낀다, 하는 걸 나에게 알려주지 못하면 못 견디는 거지. 어떤 식으로든 내 느낌과 생각을 내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감각이나 사고 자체도 그 자리에서 질식해 버리고 마는 것 같았어.”
나는 잠깐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말이란 게, 하고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와 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그동안 난 쉴새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해왔는데, 그 말을 사실 나도 듣고 있었던 거지. 그런 의미에서 말은 순수히 타인만 향한 게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던 거야. 그런데 말을 못하게 되면서 타인을 향한 말은 그럭저럭 포기가 되는데 나를 향한 말은, 그건 절대 포기가 안 되더라고.”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각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그걸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내가 알 수 있게! 내가 알 수 있게!” (‘전갱이의 맛’ 중)

-어떤 말들은 뜻을 알 수 없는 채로 생겨난다고 그가 말했는데 정확히 그렇다. 어떤 감정이나 감각들은 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몸으로 표현되고 기억에 각인된다. 예를 들어 나는 아직도 내 첫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처음엔 ‘안녕’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 뜻을 알고 싶어 가끔 주먹 쥔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어깨를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주머니를 아래쪽으로 꾹꾹 누르면서 또박또박 걸어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가 그 말을 할 때, 그 말을 계속 진행시킬 때, 무엇인가가 드러나기보다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걷는 행위 속으로 사라지는 무엇이 보인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작게, 점점 작게, 주먹 쥔 손의 작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점멸하며 살아 있다. 모든 건 사라지지만 점멸하는 동안은 살아 있다. 지금은 그 모호한 뜻만으로 충분하다. (‘전갱이의 맛’ 중)

-오래전, 언제인지 나만 아는 그 시절, 작가의 말이 쓰고 싶어 미칠 것 같던 때가 있었다. 소설보다 작가의 말이 더 쓰고 싶었던 때가, 눈시울을 붉히며 독자에게, 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눈물겹게 말을 건네고 싶었던 때가. 이제는 안 그런가.

모르겠다.

요즘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
그래도 독자여 나의 눈물겨운 독자여 내가 더는 아무것도 쓸 수 없는 그날이 오면 부디 우리 다시 만날까 작가의 말도 모르겠다는 말도 아직 멀었다는 말도 하지 말고 나는 식어 차고 당신의 손은 따뜻할 그날에(’작가의 말’ 중)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시무스 2020-12-01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 주정뱅이가 너무 강해서 일까요?ㅎ 권여선 작가님의 작품은 소주랑 참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ㅎ 조만간 소주잔을 쭉 빨아들인 작가님의 이 작품을 읽게 만들어 주시네요!ㅎ

반유행열반인 2020-12-01 20:46   좋아요 3 | URL
네 자꾸 슬펐지만 저한테는 정말 좋은 소설 읽기였습니다 ㅎㅎㅎ

막시무스 2020-12-01 20:59   좋아요 3 | URL
좋은 후기덕에 구매완료입니다! 김애란 작가님의 추천사가 멋지네요! 주정뱅이는 신형철님의 평론이 정말 훌륭한 마무리 안주였는데!ㅎ 즐건 독서되시구요, 좋은 소개 감사드려요!ㅎ

반유행열반인 2020-12-01 21:36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께도 좋은 독서 되시길 기원합니다. 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12-01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이 2020-12-0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여선 제일 좋아해요. <아직 멀었다는 말> 에게 졌지만 <레몬>도 좋았더랬죠.

반유행열반인 2020-12-02 06:17   좋아요 1 | URL
권여선 작가님은 사랑 많이 받고 계시는군요! 저도 조만간 레몬도 읽어보겠습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0-12-02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님께서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이라니 너무 다행!^.^

반유행열반인 2020-12-02 08:06   좋아요 0 | URL
아직 멀었으니까요 ㅎㅎㅎㅎㅎ

syo 2020-12-03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처럼 쑥쑥 읽고 쑥쑥 쓰고 쑥쑥 자라는 반님 되소서!

반유행열반인 2020-12-04 07:01   좋아요 0 | URL
쑥쑥 쑥쑥쑤욱

무식쟁이 2020-12-17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게 무슨 소릴까 했는데 반반님 자라나는 소리였군요.ㅎ 잘계시죠 반반님?

반유행열반인 2020-12-17 17:19   좋아요 0 | URL
무님!!!! 잘 지내셨어요!! 늘 궁금했는데 나타나시니 정말 반갑네요ㅠㅋㅋㅋㅋ
 
[eBook] G.H.에 따른 수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128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바퀴벌레와 단둘이 광막하고 메마른 방안에 갇혀.

아직 만으로 이십 살이 안 되었을 때, 꿈을 꾸었다. 거대한 각진 돌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그 꼭대기를 조감했을 때, 위에는 인간 이라는 두 글자가 양각으로 굵게 새겨져 있었다. 단지 두 글자일 뿐인데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나는 울어버렸다.

오래된 꿈에 관해 쓸 수 있는 것은, 꿈에서 깨어난 뒤 글로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생각나는 대로 적은 뒤에 그 어릴 때 쓴 글을 찾아보았다. 17년이 넘은 글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때 어느 카페에 그 글을 남겨두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서이다.

정확히는 만으로 열여덟, 우리 나이로 이십 살이 된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다. (게시물 작성일자가 말해준다.)
’잠을 자려고 어둠 속에서 자리에 누웠을 때 가상의 조각상이 눈 앞에 나타났다. 길고 높은 사각 돌기둥에 사람의 안면이 네 측면과 꼭대기면에 불규칙적으로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그 맨 꼭대기 위에는 명조체로 크게 ‘인간‘ 이라고 써 있었다. 그 조각상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인간이라는 말은 너무 무거워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나를 눌렀다. 나는 그냥 울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는 인간일 수 밖에 없다.’
꿈이 아니었고, 자기 전에 빠진 망상 같은 것이었다. 양각인지 음각인지 알 수 없지만 명조체라고 한다. ㅋㅋㅋㅋㅋ 궁서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미 너무 진지하잖아...지금 쓰는 중인 이 글은 맑은고딕체로 쓰여지고 있는데.

이십 여일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G.H.에 따른 수난’에 갇혀 있었다. 이 한 권에만 붙잡힌 것은 아니고 여러 권을 같이 보고 있는데. 이 책은 내가 태어나기 딱 이십 년 전에 출간되었다. 우연히도 같이 읽는 중인 ‘거꾸로’는 딱 나 태어나기 백년 전의 책이었다. 두 책이 기묘하게 겹치는 느낌을 받다가 이내 갈라져버렸다. 두 책 모두 아름다움과 기괴함은 그 경계가 얄팍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여러분 리스펙토르의 첫 글자는 L입니다. 그래도 리스펙트하겠다면 말리지 않습니다요.

올해 가장 마지막으로 초고를 마친 소설에 거대한 바퀴벌레를 등장시켰다. 남자의 아래에 깔려 있던 여자는 천장에서 기어올라오는 바퀴벌레를 보고 절망의 종지부를 찍는다. 아주 좆같은 공간의 좆같은 상황이 이어진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술 더떠 마음을 콩콩 찟는, 갈기갈기 찢는 말을 던진다. 최악으로 구질구질거리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럭저럭 목표는 이룬 것 같다.
그래서 이후에 읽은 이 소설에서 바퀴벌레가 등장하자 반가웠다. 동시에 싯팔 벌써 모든 사물은 불행은 감정은 절망은 지옥은 탐미는 그로테스크는 사십 년 전 백 몇 년 전에 다 쓰여버렸어, 하고 실망했다.

집에 혼자 있다. 가정부가 떠났다. 창문 밖으로 담배꽁초를 몰래 버렸다. 가정부가 쓰던 뒷방부터 집안 정리하기로 했다. 뒷방에서 나체 벽화와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바퀴벌레를 옷장 문짝 사이에 끼워 죽였다(한동안 죽지 않았다). 그러고나서 사막과 신과 죽음과 삶과 중립과 행복과 사랑과 지옥과 인간에 관해(그것 말고도 앞으로 내가 쓸 모든 것에 관해) 주절거린다.

대부분 알아먹지 못할 말들에 오래오래 붙잡혀 있었다. 흰 벽 위로 목탄 그림이 그려져있고 옷장 문 사이에 체액을 흘리며 꺾인 바퀴벌레가 있는 방에서 여자가 나가지 못하던 것처럼 나도 같이 그 방안에서 바퀴벌레의 내장을 핥고 있었다. 책 내내 그녀는 과거 회상 외에는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바퀴벌레와 눈을 마주친 걸 소통이라 할 수 없으니. 책의 서술은 온통 내면의 주절거림이고 자기와의 대화이다. 그게 아니라면 자기가 죽은 뒤에 생판 모를 나라에서 이걸 읽을 나를 향한 말걸기이다. 글이라는 게 이렇게나 고약하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닿는데 나는 이미 죽어버린 그녀에게도 글 속의 그녀에게도 뭐라고 말을 걸 수가 없다. 어차피 그녀는 나라는 존재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말을 걸려고 입을 벙긋거리면 그녀는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눈빛으로 닥쳐, 한 다음 담배 한 개피를 물고 멍하니 쳐다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바퀴벌레를 넘어설 더 고약한 무언가를 삼키고 고약한 무엇이 된 다음, 나에게 말을 걸어와도 내가 들을 수 없을 누군가가 듣게 될 무엇인가를 끄적이게 될 것이다. 아니면 나만 듣게 될 말들을.

-요약: 뭔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먹었다. 역자 후기에 배수아도 나도 뭔말인지 모르겠고 이 책이 번역이 필요한지 가능한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킹왕짱. 해놨는데,
그 말에 낚인다면 당신은 한 달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0-11-28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퀴벌레를 넘어설 더 고약한 무언가는 무엇일까요... 저는 날아다니는 바퀴보다 더 무서운 것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1-29 05:41   좋아요 1 | URL
바퀴벌레는 만국공통에 시공초월하는 공포의 근원이군요ㅋㅋ그거 이길 만한 끝판왕은
지금부터 찾아보려고요 ㅎㅎㅎ

하나 2020-11-29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무슨 꿈도 그렇게 문학적인 꿈을 꾸고 그런대요? 나중에 평전에 써야겠다. 인간이라고 명조체로 쓰여진 거대한 조각을 보시다니. 그래도 궁서체가 아니어서 다행인가. 맑은고딕은 공무원 아저씨들이 좋아합니다... 저도 이제 아저씨라 좋아합니다... ㅋㅋㅋ 저 벌레 보면 경기해서 벌레가 보이기 전에 이사하는 날 소독업체 불러서 예방하는 타입인데요. (유난맨) 가오맨이라 가게할 때 소녀들이 언니, 벌레.. 이럼 빗자루로 바들바들 떨면서 잡았잖아요. 가오란 무엇인가.. 한번 리스펙트는 영원히 리스펙트고요, 더한 거는 삼키지 마로라... 안 삼켜도 훌륭하시다.

반유행열반인 2020-11-29 05:44   좋아요 1 | URL
아 맑은고딕 아재 인증이어쒀? 통과하지 못했네요... 이거 읽다가 인생 목표가 금서나 불온서적 지정 당하기가 되었다가 그러면 뭐라도 먹어야 하나 했는데 맛있는 치킨 파스타 마카롱이나 처먹고 앉아서 뚠뚠 부르주아 돼지나 되어서 뒈지겠네 하고 또 실망 중이에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0-11-29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은 복사붙이기로 밑줄긋기를 할 수 있지 않나요?

반유행열반인 2020-11-29 11:12   좋아요 1 | URL
넴 그게 가능한 책들이 있는데 제가 나중에 다시 살펴보는 용도에다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조잡한 캡쳐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scott 2020-11-29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속여인에 눈빛에 살기가 그득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1-29 14:32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오해이십니다. 죽여봤댔자 바퀴벌레 정도인 여성입니다 ㅋㅋㅋㅋ

syo 2020-11-29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인간기둥은 뭔가 1권만 읽고 집어던진 도로헤도로 느낌이 물씬 나는 물건이네요.... 으아....

반유행열반인 2020-11-30 07:11   좋아요 0 | URL
도로헤도로 띵작인데 끝권까지 쉰살 전에 읽기로 해요 ㅋㅋ전 쉰살 전에 목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인데 그거보다는 난이도 낮잖아요 ㅋㅋ

2020-11-30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30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30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12-02 0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캡처 인용하신 문장은 멋지지만 안읽어야지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2 11:14   좋아요 0 | URL
무리하지 맙시다 ㅋㅋㅋ그런데 뭐 한 번쯤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무리한 영업 중...)

2020-12-03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4 0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