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스피드
김봉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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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0 김봉곤
여름 초입에 엄청 잘 나가는 것 같던 소설, 김애란이 추천했다고 홍보하던 소설, 원래 남들이 좋다 와아 그러면 오기가 나서 더 안 보는 나지만 음 언젠가는, 곧 보겠군 하다가 아무도 얘기 안 할 때 조용히 전자책으로 사 봤다.
1985년생인 작가는 진해 출신이고 커밍아웃한 게이이고 출판사 직원이기도 하고 이 책은 만권이 넘게 팔렸다고 한다.
사심 가득한 프로필 사진 속 귀염귀염한 작가가 쳐다봐서 결국 읽고야 말았다.
첫 소설을 읽고 나선 밤새 문장으로 둘러싸인 꿈을 꿨다. 씨발 뭐야 문장꿈이라니 대문호 작품 본 것도 아닌데. 그냥저냥 신선하고 좋았긴 하다.
는개, 조크스트랩, 체사, 진해탑, 카멜토, 오토픽션 등등 낯선 어휘들도 소개 받고 찾아봤다. 시발 몰라도 될 단어와 아 이런 말도 하는게 섞였다. 처음 보자마자 남산 간다고 투덜대길래 음 뭐지 뭐 특별한 의미인가 이러고 ‘게이 남산’검색어로 유입된 페이지에서는 남산에 밤중에 가면 특히 소월길 주변에 트렌스젠더 또는 쉬멜이 성매매 호객중이다-라는 쓸데없는 정보를 얻었다. 정작 소설 속 남산 간건 그냥 평범한 데이트. 시발.
마창진 합쳐져 이제는 창원이 된 유년기의 그 동네에 작가는 애착이 강한 듯 하다. 진해 한 번 가보고 싶게 만들었으니 나름 성공?
음악 듣는 장면 소설마다 되게 많이 나오는데 그렇게 쓰는게 신기하다. 나는 하나도 모르는 일본노래만 엄청 듣는다. 그 정서와 언어와 취향.

컬리지포크-제목부터 영악하다. 어감이 퀴어애즈포크랑 묘하게 비슷. 의도한 건지 아 몰랐는데 그런가요?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볼 길이 없다. 그리고 나는 퀴어애즈포크 안 봤다. ㅋㅋ
일본 교환학생 간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인 일본인 교수가 게이혐오테러 당한 걸 우연히 목격하고 그에 대해 알게되면서 은은하고 달달한 짧은 연애를 하고 그러면서도 서울의 동거남에게도 미련을 놓지 못 하고 기말과제로 이 소설을 쓴다. 는 내용인데 풍경묘사나 심리묘사 이런게 어찌나 상큼하고 예쁜지. 새침하게 잘 썼다. 라고 표현할 수 있다.

여름, 스피드-촬영을 앞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창작자인 주인공이 과거에 더럽게 끝난 영우란 전 애인에게 페이스북 초대를 받고 다시 만나 막걸리도 마시고 한강가서 수영도 하다 다음 날 잡힌 배우 미팅 놓치면서도 다시 영우를 잡을랑 말랑 아일락 하는 사랑타령이다.

디스코 멜랑콜리아-앱으로 처음 만난 멋진 남자 테드에게 기대반 차일까 두려움 반 의식의 흐름으로 조잘대다 남산갔다 갑자기 진해행 버스 타고 경상도로 점프했다 거절당하고 함 빨아만 주고 다시 서울와서 헤어지는 이야기다. 잘 안 되면 너 가지고 소설쓴다 그러면서도 제에발 소설 안 쓰게 해주셈 이러는게 귀여웠다. (이미 이 글을 읽는 순간 아 차이겠네 하는 스포일러. 게이들 식성 맞춰 사귀기 참 어렵구나.)

라스트 러브 송-포럼에서 우연히 만난 형이랑 잘 되나 싶었는데 열흘?보름?만에 연락두절에 충격 받다 형이 죽어서 그런 걸 알고 아 이번엔 차인게 아니네 그러면서 위안받아야 되나 사랑이 시작할랑말랑 할 때 죽은 그에게 나는 뭔가 이러면서 조문가는 이야기이다.
왜 죽었는지 안 나와서 김샜다.
갑자기 사인 에이즈 뚜둥 이러면서 아 시발 그날 노콘!이랬으면 호러물
게이 간의 치정극 이랬으면 아 시발 나 말고 양다리?하면서 치욕물
사실은 원래 시한부 인생..이랬으면 아 시발 알면서도 왜 나한테 그랬어? 국화꽃향기 투
뭘 해도 뻔하니 안 밝히는게 나을지도.

여기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읽었다. 사실 세 편 넘어가면서는 아 게이타령도 일절까지가 참신하지 슬슬 질리네 남의 인생가지고 질린다면 미안하지만 나 게이-근데 자꾸 까임-그래도 나는 남자가 좋아!-이거 쓸거야-남자-문학-남자-문학 무한반복이라 흠 이 소설가는 두권 넘어갈 때가 문제일 것 같다. 게이 타령으로 열권 스무권 내면 그건 그거대로 대단한거고.

밝은 방-게이와 그의 친구들이 연말에 모여 술 마시다 환상을 헤매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데 하아 뭘 말하고 싶은지 겁나 모르겠는거. 재미도 좀 없었다. 처음엔 약을 했나 싶었는데 것도 아니고. 왜 머루주 싫어해. 근데 머루주랑 뽕술 다른건데. 뽕주는 오디주다. 임마.

Auto-오토픽션 이야기가 나온다. 중편이고 등단작. 근데 뭐 고딩 일기 발췌한거 마냥 혼란하고 두서없고 회한만 넘치고 있어보이는 척 하고 남의 인생이래도 이건 진짜 별로였다. 내가 못 배워서 그래? 재미없으면 땡이야 땡 뭐 대문호되겠다고 읽기도 힘든 걸 쓰세요.

그래도 오랜만에 참신 발랄 찌질 귀염 예쁜 문장들 단어들 호들갑 의식의 흐름 나름 좋은 자극이 된 소설집이라 좋았다. 우리 곤이 다음 소설집도 화이팅(봉짜 왜 싫어하나 나름 귀여운데)
김봉곤 검색하면 청학동 훈장님 나온다. 그거는 좀 싫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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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 개정판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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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오쿠다히데오
십 여 년 전에 공중그네가 유행을 해서 제값주고 사 보았다. 인 더 풀은 중고서점에서 깨끗한 새 책을 900원에 사서 시간 죽이기로 읽었다. 
두 책의 교훈은 가볍게 읽는 이유 모를 베스트셀러는 시간이 지나면 싸게 읽을 수 있으니 그 때 그 때 미리 살 필요가 앖다는 것이다. 
인더풀 책 표지의 마케팅이 기만적인 것은 공중그네 2탄이라고 써 둔 것이다. 공중그네가 2004년작이고 인더풀이 2002년작인데 어째서 2탄이냐. 이야기의 완성도도 공중그네가 낫다. 인더풀은 약간 저질 개그 좋아하는 아저씨 느낌이 풍긴다. 
온갖 강박 환자들이 등장하고 엽기의사 이라부는 독특하고 유쾌한 방법으로 그들을 나아지게 한다는 이야기들 모음이다. 이 책이 십 여 년 더 늦게 나왔다면 여혐 도장 찍히고 팔리지 못한 채 분서갱유 당했을 것이다. 마유미의 대상화 어쩌구 이라부 한남 일남 어쩌구
구시대의 화석을 보는 기분으로 유머일번지를 보는 기분으로 내가 이걸 왜 읽지 하면서 보았다. 
프렌즈 라는 휴대폰 중독 청소년의 인맥과 연락 집착은 그나마 와닿게 읽었다. 우시지마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제는 카톡이랑 sns가 나와서 휴대전화 문자요금 폭탄도 추억이 되어버렸지. 
인더풀은 여기저기 아픈 거 같다가 수영 중독자 된 남자 이야기인데 그냥 훈훈하게 끝내면 다냐. 왜 타이틀이 된지 모르겠다. 
마지막은 노이로제? 화재 걱정이 강박이 된 남자. 
첫 이야기는 가상의 다수의 스토커 걱정에 사로잡힌 연예인지망생 모델
이혼 당한 여자에게 한 마디 못 하고 앓는 남자이야기도. 
인물들 하나하나 뜯어보면 주변에 한 명 있을 법하고 다 안타까운 현대인들인데 그걸 나름 유쾌하게 그린게 장점인지. 현대인치고 정신병 없는 사람 없으니 하하 웃어봐요. 인지 병원을 두려워하지 마요. 인지. 
내가 가본 바로는 정신과 의사야 말로 제일 정신과 질환에 취약해 보인다. 내게 약을 주던 선생님도 페북에 글이랑 사진 올리는 거보면 심한 우울증 환자 같다...하하...이라부도 정상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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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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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아닌 인간을 닮은 존재에서 인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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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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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1 구병모
한스푼이란 세제 광고. 한쪽에는 가루세제를 봉지째 부으며 안절부절 다른 한쪽은 여유있게 세제에 동봉된 스푼(보단 국자 크기지만 어쨌든)으로 톡 하고 털어넣는 모습. 제목이 함축하듯 배경은 세탁소 시간은 세제 알갱이가 녹는 순간마냥 인간사의 유한하고 짧음에 대한 은유. 
헬렌 올로이란 1930년대 SF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랑에 빠진 안드로이드와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두 남자가 나온다. 거의 90년전에도 로봇의 인간성에 관해 씌였을만큼 작가가 후기에서 말하듯 닳고 닳도록 로봇의 감정이라는 소재가 다루어졌고 자기도 거기 하나 더 보태는 거에 대해 나름 고심했음을 밝혔지만, 사실 이 소설은 인공지능 로봇이 소재가 된 인간에 관한 소설이다. 의류 직물과 세탁 과정에 비유해 사람의 감정과 관계와 각종 인간사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것은 구병모가 가장 잘하는 일, 날선 문장으로 시니컬한 비극만 그리는게 아니라 나 훈훈한것도 잘 해, 하고 보여주기 위해 쓴 게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표현력 넘치고 사실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뭐. 그럭저럭 재미있고 훈훈하다. 인간이 아닌 인간을 닮은 존재에서 인간을 본다.는 건 역설적이지만 뭐 또 계속 되어온 것이라 새롭지 않대도 이런 스토리에 이런 문장으로 보니 나쁘지 않았다. 
구병모 소설에는 유독 노인과 아이가 많이 나온다. 이미 닳고 닳아 초연한 존재와 아직 때묻지 않았지만 무수히 때묻어가고 닳아갈 존재가 이야기 전개에 유용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정작 소재 혹은 진주인공뻘인 은결이는 외형이 1318사이의 17세 소년 쯤의 외모. 유한한 인간사에 비해 은결의 시간은 빨리가지 싶었고 결국 많은 주변인들이 사라질 동안 그 후손에게 남은 은결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역시 유한하고 노후하지만 조금은 긴 삶으로. 로봇한테 삶이란 말이 어울릴까 싶지만. 
미래에 대한 인간에 대한 노년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고 그러나 우리는 회피 중이고 대신해주는 작가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맨 뒷장 서지번호 표시 잘못되어 있다. 지은이는 루스 웨어 옮긴이 유혜인 분류는 영국소설. 초판1쇄도 아닌데 바로 잡지 않았다니. 설마 아직 아무도 모르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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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열광금지, 에바로드
장강명 지음 / 연합뉴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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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1 장강명 열 번 째 독서

수림문학상 수상작이고 종이책은 절판되어 전자책을 사 보았다. 
에반게리온 서는 극장에 파 보러 가기 전 아마 받아봤던 듯 하고 파는 현남편구남친과 법교육학회 갔다 코엑스 메가박스 가서 봤(던 듯 하)다. 학회 끝나고 밥 먹고 가라는 교수님께 “에반게리온 파 보러 가야 되요!”해서 황당해 하시던 모습이 생각나거든. (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남…)
주인공 종현은 83년생이고 나도 그 또래이지만 일본 애니보다는 한국 순정만화(그래 오디션 같은거)를 주로 봤고 오덕의 길 대신 락키드의 길을 택한 십대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에반게리온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을 잘 몰라도 쉬이 읽히는 소설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소설이 아닌 오덕의 (탈덕하는)성장 소설이다.
에반게리온 극장판 Q(나는 결국 파 이후 안 본)개봉을 앞두고 카라 스튜디오가 월드 스탬프 랠리 이벤트를 공개한다. 종현은 이벤트 도전을 위해 4개국을 방문하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소설은 종현과 그를 인터뷰하는 기자가 다큐 이면의 종현의 인생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현의 인생 역정도 참 굴곡이 심하다. 신림동 원룸촌 지나다 마주칠 법한 휴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한 몸이 섞어 놓은 캐릭터.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현실적이라 안타깝다. 
일본 여행 간 종현이 후지산 비치는 호수를 바라보며 그깟 애니, 하는 순간, 그간 소중했던 무언가를 버리는 듯한 그 장면이 뭔가 찡했다. 창작물 속 주인공들이 유년기와 결별할 때 뭔가를 잃는 그런 클리셰인데도 그걸 아는데도 뭐 그랬다. 
스탬프 투어 완주 선물인 일러스트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도 나름 영리한 장치. 비밀을 가질 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그 소재 그대로 소설도 써 먹고 있다. 소설 속 종현만의 일러스트는 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고. 예시로 들던 것이 궁금해서 레이의 한복 일러스트 포스터를 검색해 봤다. 흠. 

실제로 월드 스탬프 투어 랠리 완주한 유일한 두 사람인 한국인 두 청년이 에바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은게 있다고 한다. 실화를 소재로 쓴 소설이다. 

재미있게 읽었고, 소설로 사회 모습을 비추어보고 자신 또한 끊임 없이 도전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장강명 작가 소설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뛴다. 아 뭔가를 꿈꾸는게 얼마 만인지. 뭔놈의 워너비가 서른 중반에 마흔 넘은 아저씨의 형태로 나타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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