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식물학자 - 위대한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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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에이미 스튜어트
술 취한 식물학자 Drunken Botanist

제목에 끌려 펼친 책인데, 술도 못 마시는 수유부에 식물 키울 손바닥 만한 땅도 없고 베란다에 햇볕도 잘 안 드는 저층 사는 나한테는 도무지 효용 없는 책. 이지만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식물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술을 만들고 그런 술들을 이래저래 섞어서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칵테일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간접경험했다. 술을 글로 배웠습니다. 하하.

술을 소개하고 그 재료를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알파벳 순으로 식물을 열거하고 그 식물이 술에 쓰이는 방식, 그 식물로 술을 만드는 지역, 식물의 유래나 특성, 재배법 등을 아우르며 설명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와인, 곡물 증류주 재료, 각 지역별 특산 주조 재료, 그리고 술에 첨가 가능한 온갖 것들(뱀 말벌 같은 동물성은 없다...식물학자잖아)-열매, 향신료, 나무, 꽃 등등을 소개한다. 

가만보면 주조의 역사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전분을 당분으로,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화학 실험에다, 온갖 풍미를 얻고 식물에서 맛과 향을 추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였다. 글로만 읽자니 어떤 향과 맛이 날지 상상이 안 되는 것들도 많았고 익숙하지 않은 식물 이름이나 겪어 본 적 없는 외국 술 이름 보고 있으면 뭔가 남의 전공 어려운 논문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 음주 즐긴다는 사람들이 소주 맥주 막걸리에 가끔 와인 양주 등등 찾는 수준인데 단순히 알코올에 취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맛과 향을 추구하며 술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술을 즐길 상황도 아니고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지만 나중에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게된다면 그 지역의 독특한 식물로 만든 술들에 조금 더 관심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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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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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오찬호
책이 나왔을 때 부터 궁금했고 읽고 싶었다. 그치만 회자되거나 인기를 끌지는 못할 것이란 슬픈 예감이 들었다. 저자의 특성상 결혼과 육아의 시기를 거치는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은, 애써 부정할 만한 것들을 건드릴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웃어야 돼 울어야 돼)

눈뜨고코베인 노래 중 “우리집은 화목한데”삼촌만 티비 앞에 없다는, “아빠가 벽장”안에 있을리가 없다는, 아버지 “납골묘”아래에 내가 먼저 누워 있을 거라는 노래들이 있다. 화목한 가정의 허구와 화목함을 가장하는 폭력을 일찍 꿰뚫은 그 노래들을 나는 좋아했고 지금도 즐겨듣는다. 그 덕에 내 아이들도 어쩌다보니 같이 듣는다. 이 책은 그 화목함을 연기하기 위해 서로의 지옥을 만든 부부 부모자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나름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기를 쓰며 살아왔고 남편이 ‘상식과 관습의 파괴자, 철저한 반골’이라 칭할 만큼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내 고집대로 많은 선택을 했다.(고 쓰고 그 고집에 남편과 엄마를 질질 끌고 온 독재자가 나다…)
여덟 살, 칠개월 두 아이 낳고 키우며 육아박람회는 근처도 안 가봤고 산후조리는 집에서 했고 육아템이라 불리는 것들은 가성비 최저가 따지며 최소한으로 구입하거나 얻어 쓰거나 만들어 썼다.
아이가 생겨 갑작스레 차린 살림이라 서로의 조건을 따져 볼 겨를은 없었다. (칠 년 사귄 연인이니 뭐 서로 알 것 모를 것 없었지만)
부모 도움을 받긴 커녕 혼인 후에도 양쪽 엄마 생활비를 감당하는 동시에 전세 보증금 대출을 갚아야 했으니.
대학원생인 남편 뒷바라지하려니 (그렇다고 나 혼자 번것도 아니고 남편도 알바로 이골이 났다) 경력 단절? 그런 것 고려할 새도 없이 육아 휴직은 커녕 산휴 90일 후 바로 일을 나가야 했다. (1년 간 유축기와 보냉팩 든 커다란 가방을 든 채 만원 지하철에 우겨지며 19개월 완전 모유 수유한 건 이건 돈으로도 못 하는 몸으로 떼우는 모정을 발휘했다해야 하나.)
여덟 살 큰 아이는 유아 때는 책과 스티커북 잔뜩 사서 던져준 것, 초등학교 입학 후엔 방과후교실에서 하고 싶다는 컴퓨터 로봇 생명과학 수강한 것 외의 사교육 경험은 없다. 학교 다녀오면 저 혼자서 이삼십 분 정도 월요일엔 영어, 화요일엔 국어, 수요일엔 수학 문제집을 풀고 이후엔 세 시간 정도 맘대로 유튜브 시청이나 게임을 하도록 약속한 정도.

책에 나오는 과열된, 그래서 이상한 결혼과 육아와는 거리가 멀다고 안도해야 할까. 그럴 수는 없다.

1.나는 운이 좋았음을 인정해야 하고 그래서 책에 나온대로의 비혼 또는 과열 육아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냉소해서는 안 된다.
불우하고 궁핍한 집안 출신이지만 둘은 운 좋게도 대한민국 입시에 적합한 지능을 갖추고 운좋게도 좋은 대학에 가서 운좋게도 만났다.
운좋게도 양쪽 부모가 자식들에게 큰 간섭 없이(사실 해준게 없어 간섭 못 한다도 컸겠지만 이러나 저러나 간섭하는 집들도 있으니)혼인을 허락하고 다 알아서 하게 냅두었다.
궁핍하게 시작한 신혼이지만 첫애가 태어난 후 운좋게도 일이 잘 풀려 남편이 박사학위를 얻고 운좋게도 회사원이 되었다.
운좋게도 첫애가 네살까지 외할머니가 봐주실 수 있었고 운 좋게도 다섯살 때 대학원 연구생인 부모 아래 대학 내 어린이집에 입소해 다른 사교육 없이도 양질의 특별활동을 하며 교수 교직원 학생 자녀라는 동질성 아래 별 무리 없이 취학 전 보육을 해결했다.

이런 운 좋음이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나와 남편은 나름 고생했고 다행히 결과가 좋아 형편이 나아지는 중이지만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너희도 우리처럼 고생하고 노력하라고 강요할수는 없다.

2. 아이의 독립을 바라고 사교육의 수혜를 받지 않아 아직까지 아이에게 자기가 (예체능 등에서)필요를 호소하기 전까지는 사교육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유주의나 방임주의 양육자는 아닌, 아이에게조차 권위주의 독재자로 군림하는 나를 반성해야 한다. 아이에게 뭐든 스스로하길 말하면서도 그 스스로가 “엄마가 원하는 시간에”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이 닦고 하는 것이라면...휴대전화 사용이나 텔레비전 시청 제한에 아이가 납득할 설득이 안 되면서 그저 안 된다고만 한다면…
게다가 무례를 넘어선 무시와 폭력에 노출된 내 어린시절의 양육방식이 자각과 인내를 뚫고 아이에게 퍼부어진다면…(그렇다. 아이를 때리고 아이에게 욕하고 소리지른 적이 있다. 이것은 가정폭력이고 아동학대이며 아이에게 사과를 해도 지워질 수 없는 죄악이다. 알면서도 반복된다.)
또는 성평등 관점을 키운답시고 “민주사회에 왕은 없다. 왕의 딸일 뿐인 공주는 아무것도 아니다.” “남녀의 색은 따로 없다. 모두 다 필요한 색이다.” 등의 말이 아이에게는 단순하게 이해되어 “난 공주가 싫어. 공룡이나 드래곤이 좋아.” “난 분홍색이 정말 싫어.” 하며 엉뚱한 혐오감을 조장하거나 이상한 우월감으로 번지는 역효과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일상적으로 던졌을 차별과 비하와 거리두기의 발화가 직접적인 가르침보다 더 강렬했을지 모른다.
육아는 아이를 잘 기르는 것보다 나를 제대로 된 사람 만드는게 우선일 것이다.

3. 나는 원체 은둔형에 내성적이기도 하지만 경쟁에 휘말리거나 남들 시선에서 자유롭기 위해 고립과 차단을 택한 것 같다. 학부모 단체 카톡에 안 들어가려고 카톡 아이디를 만들지 않고 육아 모임이나 커뮤니티 어디에서도 활동하지 않고(물론 불특정 다수가 가입한 카페나 블로그 눈팅은 한 적이 있다) 아이 키우는 지인들과 교류하지 않았다.(첫애는 이르고 둘째는 늦어서 또래 아이들이 없던 것도 크지만…)
그러다보니 구조적 모순이나 차별, 혐오, 문제들을 인식하면서도 해결을 위해 적극 행동한 적이 없다. 그저 방구석 방관자이고 애써 무관심하려 애쓰고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선을 긋고.
이런 내가 아이들이 바른 사회성과 인성을 가지고 크길 바란다면 욕심일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지도 못하면서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은 결국 체제에 순응하며 과열된 경쟁에서 내몰고 부모와 자녀 서로 불행해지는 책 속에 묘사된 도가니로 수렴하는게 아닐지.
아님 엄마아빠도 알아서 살아왔으니 너도 알아서 해라 하는게 자율성의 존중이 아닌 유기가 되지는 않을지.

어렵고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다. 내 아이들이 자유롭고 주체적이면서 행복하길 바라는데 거기다 사회의 문제를 깨닫고 남들과 다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길 또 바라는 건 욕심일지. 내가 못 하고 있는 걸 떠미는건 아닐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는 나는 불행한데 그 불행함을 보라고 너무 일찍 강요하고 있는 건 또 아닌지. 너무 일찍은 또 없는건지.
일단은 때리고 소리지르고 강요하는 작은 부분 같지만 절대 작지 않은 절대적인 부분부터 잘해나가야 겠다. 그러려면 내 스스로가 행복해지고 좋은 사람이 되는게 우선일 것이다.

나와 주변을 돌아보고 바른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독서였다. 늘 변화와 실천은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싶다. 어디가서 좋은 소리 못 들으면서도 열심히 이런 책들 쓰고 강연하고 있는 저자한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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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린디합을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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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0 손보미

손보미의 소설 중 처음 본 것은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오빠에게 에 실린 이방인 이다. 시간도 장소도 뭔가 현재와는 먼 듯한 낯설면서도 독특한 느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을 읽었는데 이것도 뭔가 외국 소설을 번역한 듯, 아니면 외국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하면서도 재미있고 신선했다.
손보미의 첫 단편집 제목을 보니 애들 고모와 고모부가 생각났다. 고모부는 스윙댄서이자 강사이고 스윙바를 운영한다. 나는 춤에는 문외한이고 지독한 몸치이지만 그덕에 스윙댄스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었다. 고모도 한 때는 스윙댄스 강사도 하고 대회에서 상도 탈 만큼 춤을 잘 추는 것 같다. 린디합도 스윙댄스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 실린 소설은 린디합에 대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영화, 사랑, 진실에 대한 궁금증 등등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소설들은 역시나 외국 소설을 번역한 듯한 느낌이 강했다. 제임스 설터도 생각나고 가츠오 이시구로도 생각나고.(영어권 소설이라곤 본게 얼마 없으니 뭐 그냥 본 것들 중에 그런게 떠올랐을 것이다.) 묘한 접점과 겹침, 소설이 겹치고 영화가 겹치고 인물 이름이 겹치고 그러면서도 사실은 서로 전혀 다른 세상이다. 손보미가 만든 세상. 소설이란 무엇일까. 소설가가 만든 세상, 가능성, 허구, 그런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비슷한 문체나 구성인데 이상하게 매력적이고 빠져들게 되었다. (호불호도 갈릴 것 같다. 아마 번역체의 외국 소설 흉내에 이게 뭐야 하고 반감이 먼저 들었다면 계속 비슷한 패턴에 미처 다 못 보고 덮었을 수도 있겠다.)

담요-밴드 공연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 경찰의 이야기를 ‘난 리즈도 떠날거야’(애드벌룬의 번역가가 이 소설을 번역하는 접점)라는 소설로 썼다가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들은 뒤에야 울게 된 소설가. 늘 지니던 아들을 덮었던 담요를 밖에서 방황하는 커플에게 건넨 아버지 장. 이 소설은 끝의 소설 애드벌룬에서 다른 가능성으로 다시 등장한다.
폭우-소설에서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 소설이다. 가난한데다 불행한 사고로 실명한 남편과 그의 아내, 아내가 듣던 교양 강좌의 강사, 잡지에서 본 가사와 비슷한 노래, 아들을 데려오겠다고 고집 피우며 남편에게 화가 난 아내. 두 부부의 이야기가 관계가 없는 듯 교차되다 만나고 결말은 그들과 먼 세상 사람 같은 고메 식당의 솔로 아저씨의 안도로 맺는다. 특이하다.
침묵-읽고 있으면 왠지 여자와 남자가 외국 사람일 것 같은 기분. 금주 모임에 봉사 나갔다가 결국 금주하지 못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 포르노 번역가. 밤새 술마시고 딴짓하다 돌아온 남자. 왠지 자포자기.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코트 입은 남자. 신체 변형에 대한 이야기. 뭔가 꿈 꾼 것 같은 소설.
그들에게 린디합을-댄스, 댄스, 댄스 라는 영화와 죽은 길감독과 그들에게 린디합 이란 영화와 문감독과 허배우. 해외 다큐멘터리 보는 것도 같고 페이크 다큐 같기도 하고. 온갖 가상의 잡지와 가상의 인터뷰와 가상의 기사와 가상의 영화로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왠지 진짜 이런 일이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과학자의 사랑이나 디어 랄프 로렌도 이것과 아주 비슷한 스타일의 소설이다.
여자들의 세상-바이올린 연주자 아내와 그 아내를 사랑한다면서 세상의 타락을 한탄하면서 사실은 고루한 자신의 욕망을 남탓으로 돌리는 남자 이야기
육 인용 식탁-집에서 제일 좋은 식탁으 둘러싸고 아내가 나를 개자식이라 부르며 내가 기억하지 못한 부정을 지인 모임에서 까발린다.
달콤한 잠-팽 이야기-팽과 진호와 수지와 윌리엄. 그 안에 액자 같은 안나와 랠프 이야기.
과학자의 사랑-굴드와 비비안과 에밀리. 오해와 사랑. 이것도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디어 랄프 로렌하고도 비슷. 폭우에 나온 노래가삿말 같은 편지의 마지막 문구.
애드벌룬-정작 애드벌룬은 안 나오는데. 유에프오? 그 날 아들이 죽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꿈 속일까. 다른 소설과 연결고리 있는 것을 빼면 이 소설 자체의 임팩트는 잘.

자기 색 뚜렷하고 문장과 구성에서 자기 만의 무언가를 만들려 애쓰는 작가. 뭔가 태연하게 재미있는 거짓말 하는 새초롬함의 매력.익숙한데 낯설고 우리 나라도 다른 나라도 아닌 손보미 나라. 다음 소설집도 궁금해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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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10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제가 말씀하신 호불호에 당해 3년 전에 이 책을 집어던지며 도대체 왜 손보미가 이렇게 고평가를 받는단 말인가, 나의 안목은 왜 이렇단 말인가, 이러면서 고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님의 리뷰를 읽고 나니, 이제 다시 한 번 손보미에 도전해 내 안목 검정시험을 치를 때가 되었구나 싶네요.

반유행열반인 2018-12-1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은 다양하고 읽을 좋은 책 많은데 굳이 스스로를 괴롭히진 마셔요ㅎㅎ 얜 일부러 이렇게 썼다.를 의식하며 보면 어느 순간 이거 봐라? 이러고 재미있어지더라구요
 
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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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김동식

 올해 초에 여기저기서 극찬하는 글을 많이 본 책이다. 페친이 좋다고 타임라인에 추천을 올리기도 하고 인터넷 서점 화제의 책에도 오르고. 원래 남들 난리 다 떨고 조용해지면 찾아보는 편이라 연말에 읽게 되었다. 전자 도서관에 예약자가 가득 차 있어 예약도 안 될 정도라 아직도 인기구나 싶었다. 
 얼핏 들어 기억에 남은 정보는 글을 배운 적 없는, 기존 소설과는 다른, 다소 짧은 글들,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에서 발굴된 작가라는 것이었다. 
 소설들은 짧지만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좋았다. 짤막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옛 이야기의 이야기 주머니 마냥 펼쳐지는데 세상에 여태까지 쓴 이야기가 300편도 넘고 거의 일 년 간 펴낸 책이 5권이라고 했다. 
 가끔은 기자 정신 운운하며 엉뚱한데서 마구잡이로 총 쏘는 걸 보며 이거 뭐지...기자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지...하는 약간 설 익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개는 전 세계, 우주, 지하, 외계, 현실이 아닌 세계를 배경으로 해서 뭐 그럴 수도 있네 하는 배경을 깔아두고 이야기를 전개했다. 
이솝 우화나 탈무드 같은 고전 같은 분량과 전개인데 또 교훈적이면서도 뻔하지는 않았다. 줌인 줌아웃도 하고, 갑자기 입장을 뒤집어 보기도 하고, 상황이 급변했을 때 달라지는 사람들의 태도도 보여주고, 오히려 영화 같은 그런 혼란은 없었다-하는 식으로 클리셰에 대해 일갈하면서 있음직한 이야기로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에 여운을 남기며 같은 문장을 반복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중에 검색을 해서 작가 인터뷰를 찾아봤다. 기사라는게 늘 그렇듯 작가의 이야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작가가 문학 전공이 아니고 공장에서 오래간 일했고 중학교를 중퇴했고 책을 열 권도 안 읽었고 커뮤니티에서 자랑거리이고 뭐 그런 이야기들을 화제거리로 삼는다.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을 반복하는 것 같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그 상상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능력, 그리고 꾸준하고 끈질기게 계속 쓰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계속 찾아 읽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 아닐까. 타고난 부분도 있고 부단히 노력한 덕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공모전이니 문학상이니 거치지 않고도 이렇게 사람들의 추천과 댓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점 같다. 

두 가지 마음이 든다. 작가가 문학을 공부하고 지금 보다는 긴 글(단편 소설 분량의 80매나 장편 소설 한 권 분량…)을 쓰게 된다면, 문장을 구사하고 미사여구를 붙이며 살이 붙은 글을 쓰게 된다면 그런 것도 잘 할 수 있을까. 엄청난 포텐이 터지거나 아니면 작가가 가졌던 매력과 개성이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렇다고 지금 쓰는대로 딱 지금 같은 짧은 환상동화들을 계속 풀어나간다면 그래도 계속 사랑 받을 수 있을까. 한결 같으면서도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건 그거대로 대단할 수도 있겠다. (전원일기는 그런 면에서 대단했지…) 그런 글도 필요한 것 같다. 다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마주할 권태는 계속 고민이 될 것 같다. 

계속 써 나가고 꾸준히 사랑 받고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작가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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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의 가격 - 지성호 이 사람 시리즈
장강명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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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장강명
부제 이 사람-지성호
현실보다 끔찍한 허구는 없는 듯. 
이 책 보기 전 회색인간이란 아주 짧은 소설을 봤는데 묘하게 겹쳤다. 
다만 픽션이었으면 싶은 논픽션인 북한의 참상. 탈북인 지성호가 팔 다리를 잃기 까지를 자세하게 적고 마지막은 에필로그처럼 정리했다. 
낮과 밤의 차이. 얼굴과 표정을 마주한다면 외면하지 못 할 인간성에 대한 신뢰. 
인간이 인간일 수 없는 무너진 사회의 끔찍함. 그리 멀지 않은 곳.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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