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1 구병모거의 십 년만에 다시 읽었다. 약간은 잔혹동화 같은 성장소설청소년들이 읽기에 너무 세지 않냐는 소리도 있었는데 뭐 현실은 이야기보다 더 가혹한거니 나쁠 건 없을 듯동화 속 새엄마처럼 나를 미워하는 새엄마와 그 딸. 누명. 도망친 곳에 나를 오븐에 숨겨준 마법사의 빵집. 파랑새 점원. 몽마. 마법의 주문이 담긴 과자들 주인공은 참 에미애비 복이 지지리도 없다. 그에 비하면 용케 멀쩡히 자라났다 싶은 수준. 다양한 소망을 반영한 재미있는 과자들 거기에 담긴 댓가가 없는 마법은 없다는 교훈들결말이 두 가지인 것은 나름 인상 깊다. 어떤 쪽이든 주인공은 조금은 나아지고 자라나는 느낌.
최은미 -20180630 6월의 마지막 책. 리뷰 쓰는데 좋은 책이라 최대한 스포 안 되게ㅋ그렇지만 기억하고 싶은 것들 간단 정리. 최은미는 눈으로 만든 사람?이었나 젊은작가상 단편으로 처음 만났었다. 장편인 줄 모르고 소설집인 줄 알고 이 책을 샀는데 재미나게 읽었다. 문학동네에 세 계절 동안 연재된 소설이라 함. 강원도의 실제 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가상의 척주시 창조. 최은미가 강원 출신이라 그 동네 잘 아는 느낌이고 도시의 이미지는 모델이 된 중심 도시는 있지만 디테일은 여러 강원도 동네를 혼합해서 만든 듯 묘사가 상당히 꼼꼼하고 도시와 인물의 모습을 눈 앞에 그려지도록 치밀하게 표현해 놓았다. 약과 건강이라는 수업을 들었었는데 그래서 약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그리고 후쿠시마와 에너지에 대한 책도 읽어와서 역시 관심이 많은데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었다. 척주시-석회 광산과 시멘트 공업으로 먹고 살다가 원전 유치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벌어지는 도시. 인화와 상화와 태진의 고향 송인화-약무직 공무원으로 어린 시절 동진시멘트에서 일하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 (아마도 십팔년 후 인화가 본 것을 아버지도 봤을 듯) 척주를 떠나 서울살이 하다 윤태진과 헤어진 뒤 다시 척주 보건소에서 일하게 됨. 서상화와 사랑에 빠짐. 서상화-약대생 보건소 공익근무요원. 일억을 모아 약국을 차리는 꿈. 현실은 노조가입으로 해고와 손배소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돕기 위한 알바에 시달리는. 그래도 늘 밝게 주변 사람들도 즐겁게 만들면서 천진하게 살아가던 아이. 소설 속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멋진 캐릭터인데. 윤태진-어려서 골탕?콜타르?에 빠진 후 갑상선 질환을 앓고 외모가 변해버린 이. 서울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다가 인화와의 사이에서 무뇌아 태아를 잉태했다 잃고는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 생각하며 파괴되는 사람. 척주 지역구 의원인 최한수를 보좌하며 척주에 있지만 이 도시에 대한 애착은 전혀 없이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다. 약사성도회-의문의 단체. 사이비종교의 전형. 보건소-송인화의 일터이자 척주시 안의 갈등이 축소판처럼 담긴 곳. 노인들이 몰려 들고 공무원 간에도 이해관계가 다르고. 인화와 상화의 운명도 결국 그 안의 인연으로 인해 이리저리 휘둘린다. 안금자-송인화네 집 주인. 이상하다. 오시장-도시에 원전 유치 적극 추진. 동진시멘트 사장. 이영관-송인화 아버지 살해 용의자였으나 인화 아버지 사건은 자살로 처리. 이영관 역시 십팔년 후 의문의 죽음. 그런데 십팔년 전 인화와 광산에서 마주쳤던 그는 송인화에게 뭔가를 남긴다. 박영필-형사 하경희-은남보건소장. 인화가 기댈만한 존재 방학수-상화와 함께 여름 내내 모기 방제 뛰던 공공근로자. 부인이 약왕성도회에 미쳐 돈 들고 나가고 돈이 될 일을 맡았다는데 그게 결국... 35광구-석회석 채석 장소. 비밀이 있는 듯 계속 운을 띄우고 마지막에 밝혀짐 수많은 약국들-노인들의 쉼터 겸 역시 알력 싸움 정치 대립까지 벌어지는 곳. 약간의 음모까지. 진폐 대 관절?ㅋㅋ우습지만 척주 노인들이 가장 고생하는 병을 보여주는. 동진시멘트의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 찬핵과 반핵을 둘러싼 대립과 주민소환 투표 추진하는 사람들과 막는 사람들(오시장 양아들들?) 거대한 약사여래상, 삼인사라는 절 시를 조망할 수 있는 코끼리 바위,해안도로,새천년탑,오십천 소설 안에서 도시 하나를 세워 놓은 것이 대단한 듯. 다 좋은데 옥의 티-인화의 태아가 숨을 안 쉰다 멈춘다는 표현. 숨은 폐호흡인데 태아는 원래 숨을 안 쉰다. 의사도 아이의 사망 여부를 심박 정지 여부로 파악할 건데. 그리고 사망하면 바로 소파술 갈건데 그런 건 작가가 잘 몰랐던 듯 소설 속 멕시닐은 가상의 약이겠지? 귀찮아서 안 찾아봄 사람들의 고통을 이용해서 그들은 좌우하는 것들은 정말 쓰레기다. 그리고 상화야...엉엉 작가는 이 소설을 사랑에 대한 것이라 했다. 중심 사건이 워낙 커서 사랑은 사실 곁다리 같은데. 정보 하나 없이 심지어 뒷표지 사랑 죽음 운운하는 것도 안 보고 읽다보니 중반까지는 이 소설 장르가 뭐냐 전혀 파악이 안 되었는데 흠 굳이 따지면-미스테리 스릴러 정치 로맨스 음모 살인 다 스까놨다. 여튼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