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0127 이민경.

작년에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을 읽으며 한국 페미니즘의 관점들에 대해 정리한 책이 있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어쩌다보니 봄알람의 책을 세 권 읽고 우연히 출판사 홈페이지에 갔다가 이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원하던 책인가보다 싶어 빌렸다.
책의 구성이 특이했다. 단순히 읽는 게 아닌 문제집 형식으로 독자에게 끊임없이 쓰고 말하길 요구한다. 적당한 주제에 적당히 쓰인다면 문제집 형식의 책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국 페미니즘의 ‘계보’나 ‘이론’, ‘다양한 관점’을 정리한 책은 아니었다. 한창 여성 문제 관련 이슈가 폭발하기 시작한 2016년 무렵 나온 책이고, 그때까지의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여성운동에 대한 간략한 역사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개인이 자신의 미시사를 돌아보고 목소리 내는 연습을 하도록 돕는 책 쯤으로 읽혔다. 제목에서 기대한 바와 약간 차이가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런 약사를 돌아보는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여성운동을 위해 싸우던 많은 사람들, 사건들을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적어도 이 책 나오던 즈음과 그로부터 오랜 기간 스스로를 부정하고 여성 혐오의 말과 생각을 품었던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고 잘못 생각한 게 많았다는 걸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더 나아져야지.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1-27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1-28 0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못한 놈들을 두루 알려서 잘못한 놈도 두들겨 맞아야 하지만, 그놈들이 한 짓이 나쁜 짓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야한다˝ 추가하고 싶어요 ㅎㅎ 열반님...빈칸을 참으로 성의있게 답변하셨네요. 짱! 글씨체도 몽환적인게..느낌 좋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8 08:30   좋아요 3 | URL
제일 두둑한 빈칸만 집어 왔어요. 오히려 학교 공부(?)와는 다르게 서술형이 할 말 많고 선택형이나 단답형은 답을 못 적는(역사적 사실 같은 건 정답이 정해져 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확인시킨 후 답을
알려주는 순서에요 ㅋㅋㅋ)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글씨를 몽환적이라고 표현하시다니ㅋㅋㅋ 악필이라 칭하지 않고 좋은 수식어 붙여주시는 센스에 감탄하고 또 감사합니다 ㅋㅋ

2021-01-28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2:57   좋아요 0 | URL
ㅋㅋㅋ못난 글씨체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양과 상관 없이 꾹꾹 눌러쓴 그 마음 누구나 기쁘게 받을 거에요 ㅋㅋㅋ

2021-01-28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01-28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세 여자> 읽으면서 너무 놀라고 있어요.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그외 등등 이런 분들이 다 실제 인물인데 넘나 멋진 페미니스트인 거에요!! 우리나라 1920년대에 이렇게 멋진 여성들이 있었는데 왜 저는 지금에야 알게 되었을까요?? 나혜석이니 김활란이니 이런 사람들 밖에 몰랐던 이유가 뭔가? 알고 보니 공산주의,,,,우리 나라는 정말 역사가 참,,,, 페미니즘을 해방하는 역사구나,,, 공산주의보다 더 무서운 독재 같은 느낌. 어떻게 역사에서 이분들을 빼먹을 수가 있었을까요?? 암튼, 몽환적인 글씨를 쓰시는 반열님의 이미지도 갑자기 몽환스러워지는,, 하지만 글쓰기는 절대 몽환적이지 않으신 멋진 반열님이 알라딘에 계셔서 넘나 좋아요. 헤헤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6:35   좋아요 2 | URL
백석 같은 월북 시인도 늦게 발견된 것처럼 늦게라도 이념 상관 없이 옳은 일 하신 분들 찾아내고 우리도 알게되면 좋겠어요 ㅎㅎ갑자기 몽환적인 글씨로 굳어지는 이미지 ㅋㅋㅋ오히려 취중 필체라 그러는 게 더 나을 거 같네요 ㅋㅋㅋ(저날 맥주를 마셨던가 아닌가) 좋게 말씀해주셔서 늘 감사하고 덕분에 알라딘 열심히 하게 되네요 ㅎㅎㅎ

막시무스 2021-01-28 1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9번문제 답으로 꾸준히 계속에 깊이 동감합니다!ㅠ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지겠지요?ㅎ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8:25   좋아요 2 | URL
나아지면 좋겠어요 꾸준히 계속 ㅎㅎ

공쟝쟝 2021-01-28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해답부분 ㅋㅋㅋ 내용 읽으면서는 좋고, 뭔가 분노 터지는 (?) 글씨보고 더 놀랬어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8 22:07   좋아요 1 | URL
뭔 글씨조차 화가 나 있냐 ㅋㅋㅋ분노의 몽환체 ㅋㅋㅋㅋ

syo 2021-01-29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박따박 답 써서 올린 게 중학생 같아서 귀여워요..... 내용은 분노인데 태도는 귀엽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50   좋아요 1 | URL
아니야 나는 화가 나있지 않았어 덤덤하게 쓴 거에요 중학생이 귀여운 줄 아시나요? 엄청난 착각이십니다...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51   좋아요 1 | URL
우등생의 태도가 배어 있어서 문제집 마주하면 일단 열심히 풀고 보는...공교육의 ㅍㅖ단 ㅋㅋㅋㅋ
 
웰컴 홈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0123 루시아 벌린.

루시아 벌린의 큰아들 제프 벌린이 쓴 서문을 읽자마자 짐작했다. 이건 루시아 벌린 죽은 뒤 남은 원고들 중 무리해서 낸 책이 아닐까. 예감은 적중해서 집중해서 읽는 도중, 루시아가 30살쯤 되었을 때 남미 가족 여행 중 퍼붓는 빗속에 가족이 온통 병에 걸리고 남편 버디가 금단 현상에 시달리는 장면에서 뚝 글이 끝나 버린다. 육십대 후반의 루시아는 자신이 곧 죽게 될 걸 미리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런 글을 쓰기 시작했을테고, 삶의 절반도 정리를 못했다.

그렇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게, 그녀가 남긴 소설을 묶은 소설집 읽으면 충분하다. 나는 두 권의 소설집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그게 맞는 순서인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건 그냥 자기 삶을 갈아 넣어 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글인데. 그런데 한 사람이 이 모든 걸 겪으며 살았다면 진짜 어마무시한데. 그냥 겪은 일 쓰면 소설이 되어버리는 삶은 축복일까 고통일까. 고통인 중에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축복인 걸까. 그러고나서 그녀의 (인생 초반 절반만 남긴) 회고록을 읽으면서 아, 왜 내 예감 맞았어...더 슬프잖아… 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도 소설로 만날 수 있어서 나한테는 다행이고, 만약 쓰여졌다면 나머지 인생 후반부 절반의 삶은 진짜 눈물 없이는 못 읽었겠다 그냥 소설로 남기길 잘했어요 루시아, 싶었다.

책의 나머지 절반은 루시아가 주고받은 편지를 묶었다. 편지를 출판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사적이고 내밀한 글을 훔쳐보는 이들이나 그걸 팔아 돈을 벌게 될 후손이야 즐겁겠지만 편지를 쓴 당사자라면 굉장히 부끄럽고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물론 죽어서 모르니 그나마 다행인가… 언젠가 주고받은 수백통의 이메일을 전부 지웠다 다시 살렸다 또다시 지웠다 아 괜히 지웠어 하다가 어딘가 일부 백업이 남은 걸 보고 또 기뻐하다 반복했는데. 나중에 유명 작가 되면 다 지워버려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1980년대에 루시아 벌린이 자기가 그동안 살았던 집의 문제점을 나열한 글이 첨부되어 있는데, 그거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 (개인사 TMI니까 여기까지만 읽으셔도 좋습니다 ㅋㅋㅋ그냥 정리해보고 싶어서 썼는데 길어져 버림…)










수원, 지동(0-5세):방 하나 넓긴 한데 반지하라 볕이 안 듦. 화장실 밖에 있어서 가본 적 없음(애기변기랑 요강 씀). 부엌도 밖에 있음. 일 안 하고 돈 안 벌어오고 술 마시고 엄마 괴롭히는 아빠.

용인, 김량장리1(5-7세):1층 방 하나에 수원 살던 곳보다 방 절반도 안 됨. 역시나 화장실 밖에 있어서 가본 적 없음. 여름에는 마당에 있는 수도에서 씻고 겨울에는 엄마가 세숫물 데워서 방안에서 씻겨줌. 저녁에 동생하고 떠들고 놀면 옆집 아줌마가 시끄럽다고 소리질러서 아빠가 창밖으로 아줌마한테 욕하고 싸움. 주인집 오빠가 자꾸 놀리고 괴롭히고 지우개 따먹기하자 그러고 지우개 빼앗아서 울림. 술 마시고 엄마 때리는 아빠.

용인, 김량장동2(7-23세): 1층 방 두 개에 가장 오래 살던 곳이라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옴. 상수도 연결 안 되어 있어 지하수 펌프로 퍼서 써서 가끔 광물질 때문에 우물막히면 아빠가 굴착 작업 하는 거 옆에서 거들어야 함. 나랑 동생 자던 방 벽에 곰팡이 겁나 핌. 이사가서 방 생겼다고 신났는데 곧바로 삼촌 쳐들어와서 몇 년 간 살다가서 방 없어서 서운함. 옆집 살던 우리 자매랑 동갑인 자매가 거짓말킹에 도둑질킹이어서 맨날 뭐 훔쳐감(크레파스, 샤프, 거북이, 이런 건 훔쳐갔다가 마당에서 주웠다고 돌려주며 몇 년간 절도 연습하다 나중엔 지폐 꺼내가고 그건 안 돌려줌…심지어 집열쇠 훔쳐서 따고 들어오다 식구들이랑 마주친 후에야 절교함). 위층 살던 아줌마 성격이 지랄 같아서 맨날 시비검. 거실에서 컴퓨터하다가 맨날 엄마아빠한테 혼남. 술 마시고 조현병 발작와서 입원하고 우울증에 자살시도해서 입원하고 현관 유리 문짝 망치로 부수고 엄마 때리는 아빠.

서울, 신림2동1(20-21세): 엄마랑 집 나와서 머물던 방 하나. 고시원 개조했는지 화장실은 있는데 부엌은 복도 끝에 공동이라 밥 해먹기 힘듦. 창 열면 옆 건물 벽 보이는 빛 안 드는 방이라 맨날 오전 수업 놓침. 나중에 같은 라인에서 조금 높은 층으로 옮겨주긴 했는데 월세도 비싸서 엄마 용인 돌아가고 나서 같은 동아리 언니랑 살기로 함.

서울, 신림2동2(21-22세): 언니랑 월세도 아끼고 같이 살려고 투룸 구했는데 방 크기가 하나는 엄청 크고 하나는 너무 작음. 누가 어떤 방 쓰나로 갈등. 처음에는 큰 방에서 같이 자고 작은 방은 다른 용도 쓰자 했는데 둘다 남자친구 있어서 가능하지 않은 선택지였고 내가 못되서 큰 방 독차지 함. 바로 앞으로 마을버스 지나가면 방이 막 덜컹덜컹 심지어 남자친구랑 흔들흔들만 해도 집 덜컹덜컹 완전 잘못 지음. 주인 할아버지가 온동네 쓰레기랑 고물 다 주워다 쌓아놔서 음침하고 안 좋은 기운 가득. 실제로 집 사는 동안 언니랑 나랑 안 좋은 일만 가득함. 둘다 몸 아프고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둘이 사이 안 좋아지기까지 해서 얼마 못 살고 갈라짐. ㅋㅋㅋㅋㅋ

서울, 신림9동1(22-23세): 아주아주 작은 리모델링한 원룸. 산꼭대기 밭 옆에 있음. 아토피 때문에 다리 피부 다 찢어졌는데 학교가는 셔틀까지 걸어내려가기엔 좀 멀어서 곳통ㅋㅋㅋ방이 너무 작음. 공사 잘 못했는지 벽에 결로랑 곰팡이 생김. 그걸로 나중에 방빼고 나갈 때 집주인 아줌마가 트집 잡고 보증금 안 돌려줘서 싸움ㅋㅋㅋ겨우 돌려받은 보증금(내가 장학금 받고 과외비 모은 건데) 아빠한테 다 털림 ㅋㅋㅋㅋㅋ

용인, 동백동(23-24세): 아빠가 집 나간 엄마 다시 꼬셔서 들어오게 하려고 빚내서 분양 받은 새 아파트. 엄청 넓고 깨끗한데 살았지만 사는 내내 좋았던 적이 없음. 졸업학기 서울 통학하기 너무 멀고 교통 나쁨. 이전보다 훨씬 심해진 강도와 빈도로 주사와 폭력 행사하는 아빠와 진짜 이러다 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공포 속에 사는 날들. 안 되겠어서 그냥 도망 나옴 ㅋㅋ

서울, 신림9동2(24-25세): 가진 돈 다 털어서 구할 수 있던 보증금 100에 월세 30, 2/3이 지하인 반지하. 여름에 더움. 겨울에 벽에 물흐르고 벽지에 곰팡이 미친 듯이 펴서 아토피 재발ㅋㅋㅋㅋ 인터넷이나 유선방송 달 돈 없어서 피씨방 가서 외장하드에 영화 받아다 집 와서 봄 ㅋㅋ엄마는 누가 자꾸 창밖에서 들여다보는 망상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쩔어 있음ㅋㅋㅋ

서울, 상도동(25세): 취직해서 신나서 이모한테 돈 조금 빌려서 500에 40 지상4층으로 옮김. 계단 겁나 높아서 올라오기 힘들고 배달기사님들이 문 밖에서 휴 씨발 하는 소리 맨날 들림ㅋㅋㅋ. 방 하나인데 막 좁고 길쭉한 희안한 구조임. 몇 달 안 살다가 외숙모가 돈 빌려줄테니 더 좋은 전셋집으로 구하라고 해서 믿고 계약했으나…

서울, 봉천동1(25-27세): 리모델링한 1.5룸?베란다에까지 장판 깔아서 길쭉하고 좁은 방 같지 않은 공간 추가된 곳 공사하는 것만 보고 계약했는데, 갑자기 외숙모 외삼촌 태도 돌변해서 왜 맘대로 집구하고 돈 빌려달래냐고 마통 이자 내면 빌려주든가 하겠다 해서 인연 끊김 ㅋㅋㅋ 다행히 직장에 은행에서 갑자기 대출 홍보하러 왔길래 7퍼센트 이자(...그땐 그렇게 고금리 시대였다)로 첫 빚쟁이 시대가 열려 겨우 입주함. 집 앞:모텔, 집 왼편: 모텔, 집 오른편: 모텔이었다가 원룸 개조 공사중, 집 뒤: 아마도 모텔인 모텔촌이었고, 사는 내내 주변 공사 소음 시달림. 8층이라 볕은 잘드는데 이때 우울증 오지게 와서 자꾸 창문 통해 1층 내려가고 싶은 충동 참다가 결국 병원 다님ㅋㅋㅋ 집주인 아줌마가 까칠해서 입주할 때 보일러 공사 잘못 됐는데 안 고쳐줘서 오래 난방 온수 못 쓰고 퇴거할 때 돈 요구해서 좀 힘들었음ㅋㅋㅋㅋㅋ

서울, 대학동(27세. 신림9동3인데 그 사이 동 이름 바뀜 ㅋㅋ): 돈 떨어져서 다시 신림동 들어감...직장까지 많이 갈아타야 하고 교통 나쁨. 집주인 성격 고약함. 집이 길 옆이 아니라 골목 안 쪽이라 이사할 때 차 못 들어와서 개고생함. 가을인데 얼어죽을 만큼 바람 들어오고 개추움. 여기 살 때 우울증에 수면장애에 성대결절까지 와서 휴직하고 방황하다가 임신까지 함.

서울, 대학동2(28-30세): 아기 낳자고 엄마랑 남자친구랑 설득해서 신혼집구함. 가진 돈 직전 이사 때 다 털어서 돈 없어서 4300만원 대출 땡겨서 6000만원 전세 구함. 이사 오고 두 달만에 남편 군대(연구요원이라 한달 훈련소)갔는데 집에 문제 있다고 공사한다고 나가 있으래서 만삭으로 엄마 집 가 있음 ㅋㅋ살면서 심심하면 고장나고 공사. 심지어 아기 낳고 몇 달 후 겨울에 벽에 결로랑 곰팡이 심해서 아기 아토피로 난리 나서 엄마집 대피가고 단열 공사ㅋㅋㅋ집주인 아줌마 엄청 신경질적이고 징징대고 사람 괴롭혀서 사는 내내 힘들었음 ㅋㅋㅋ다행히 직장을 근처로 옮겨서 뛰어 내려가면 10분도 안 걸리는 건 좋았음 ㅋㅋㅋ그런데 직장 가까워지니 출퇴근할 시간에도 일 더 하고 맨날 더 늦게 퇴근하는 함정 ㅋㅋㅋ

서울, 삼성동(30-32세): 네 강남구 아니고 관악구 삼성동 ㅋㅋㅋ삼성산 아래. 완전 산꼭대기. 어마어마한 각도의 비탈 올라가고 다 왔나 하는 순간 더 가파른 비탈 올라가는 구조. 집 바로 뒤가 산 ㅋㅋㅋ옥상에서 딱따구리 꿩 오소리 같은 거 보임ㅋㅋㅋ 아래층 할머니 4살 아기 층간 소음 항의하며 맨날 쳐들어와서 혼내고 감(4센티 매트 깔아도 집 잘못 지어서 엄청 시끄러움 ㅋㅋ). 동네 길바닥에 개똥천지. 개 너무 많이 키우고 주민들이 산책 시키면서 길에 똥 싸게 하고 절대 안 치움 ㅋㅋㅋ밤에 귀가하면 맨날 똥에 당함… 집주인이 상습 체납자에 채무자라 집이 심심하면 가압류 근저당 난리남. 보일러 고장났는데 주인이 잠수타서 겨울에 고장 안 난 조그만 방에 다 모여 웅크리고 잠 ㅋㅋㅋ퇴거 즈음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집을 교회에 증여해 버림 ㅋㅋㅋㅋ교회에서는 목사님 사택 쓸 거라고 해서 얼른 탈출해야 했고…

서울, 봉천동2(32세-현재): 전세금 뺀 1억에 3억 빚져서 그냥 집 사버림ㅋㅋㅋㅋ남편 아직 졸업도 취직도 못했는데 어케 되겠지 하고 ㅋㅋㅋ빚 아직 다 못 갚음. 3층 저층, 옹벽 바로 아래라 햇볕은 하루에 1시간 쯤 듬 ㅋㅋㅋ 역시나 등기 갑구에 이상한거 막 써 있는 소유관계 복잡한 집이었는데 어케 해결해서 입주. 단지 입구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 타고…(혹은 고가도로를 비잉 돌아 올라와서) 스키장 슬로프 같은 비탈을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함. (바로 옆 동네 가파른 비탈에서 봉준호가 ‘옥자’에서 미자가 옥자야 소리지르면서 뛰어내려가는 장면 찍음. 그정도로 가차 없는 각도) 그래도 이사 안 다녀서 좋았음.
올봄에 가까운 곳으로 다시 이사 예정.


원 가정이 너무 힘들었어서 술담배 안 하고 다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만나는 게 소원이었는데 당장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엄마가 나 어려서 너무 우울해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큰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웃긴 엄마긴 한데 화 좀 안 냈으면 좋겠다고 하고 ㅋㅋㅋ내가 태어나고서 우리집 점점 형편이 나아진 거지?하고 묻고 그럼그럼-하는 대답 듣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를 웰컴-해주는 홈-이 생겼는데 루시아 벌린을 보면 그게 영원하고 고정적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슬프고 더 소중하고 감사해야지, 하면서 그럭저럭 산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1-01-23 14: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사 읽는 게 더 좋은데요. ^^;; (그리고 읽지 않아도 좋다고 하면 더 읽고 싶은 심리.ㅋㅋ)
근데 어떻게 다 기억을 하시나요? 머리 좋으신가봐요. 저는 선택적 기억상실인지 기억 잘 안 나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5:06   좋아요 5 | URL
맨날 되풀이해서 이야기 하고 써서 그럴 지도요 ㅋㅋㅋ이 책 형식 따라서 장소에 따라 주마등(?)켜보니 나름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네요.

scott 2021-01-23 15:49   좋아요 6 | URL
열반인님에 솔직한 리뷰
읽어내려가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도 열반인님도
그래도 공부 일 사랑 그리고 예쁜 아이들과 함께
2021년 봄에 좋은곳으로 이사 가시길 바랍니다
ヾ(*‘∀`*)ノ☆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22   좋아요 4 | URL
scott님 늘 좋게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기울기는 달라도 이 정도 굴곡은 다들 있겠지유 ㅋㅋㅋ 축복의 말씀도 감사합니다.

하나 2021-01-23 15: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집의 문제점 목록 되게 따라하고 싶죠? ㅋㅋㅋ 현재 : 아직까지 별 문제 없음, 으로 끝나는. 열반인님 목록도 조금 슬프지만 되게 씩씩하구 용감한 목록이네요. 오늘도 이 여자 되게 씩씩해. 반하겠어, 고요. 세상에서 젤 웃긴 엄마도 좋아요. 엄마들은 원래 화는 내는 거 같으니까... 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삼십대 후반 좋은 거 같아요. 이 나이쯤 되니까 어떻게든 자기 살 자리 찾아간다... 물론 여러 문제들 아직도 있는데 걍 여태까지 견딘 거 보면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가 되고요. 올봄에 이사하실 집이 조용하고 안락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네요. 웰컴, (온라인) 홈! (^.^)/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24   좋아요 2 | URL
내 목록이 왜 어째서 어때서 슬퍼요 ㅋㅋㅋ삼십대 후반 아무래도 뇌성장도 될 만큼 되고 호르몬 완급도 덜해져서 할 만해지는 나이 같아요ㅋㅋㅋ 이사 준비시작하면서 또 심란한데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ㅋㅋㅋ응원의 말씀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나 2021-01-23 16:26   좋아요 1 | URL
(뭘 해?)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45   좋아요 1 | URL
뭘 해 하고 은근하게 물으니까 진짜 뭘 한다는 건가 내가 뭘 한댔지 하고 되게 고민했네요... 곰곰 생각해보니 아직 호르몬 뿜뿜인가 보다 그래서 할 만한가보다 하고 수정....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23 1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사주쟁이가 보면 이걸 서른 넘어서 풀리는 운이라고 할 듯... 꿈만같은 내공간 넣른 내 집필실 내서재를 만들어 혼자 방한칸 다 쓰시게 나중에 꼭 유명작가 되시길 바라요 😽 ㅋㅋㅋㅋ 첫 책 나오면 전 마이리뷰 세개쓸께!! 인스타에도 홍보하고!!!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8:53   좋아요 1 | URL
옆에 동료가 사주 풍수지리 대학원까지 나왔대서 작년에 한 번 사주 봤는데 ㅋㅋㅋㅋ인내심을 가지고, 성질을 죽이고, 노년에 잘 풀리는 운이라고 합니다 ㅋㅋㅋㅋ리뷰 세 개에다 인스타까지 겁나 든든하다 선든든 후 뭐시기... 이사가도 집필실은 요원하고 그냥 꼬맹이들 얼른 커서 아 알아서 한다고-하는 큰어린이들 되면 좋겠어요 ㅋㅋㅋ

막시무스 2021-01-23 1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삶을 견뎌내며 살아내신건 열반님이신데, 울림이 너무 큰 글 앞에서 제가 뭐라고 맘이 아프기도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뭐라 말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네요! 앞으로 열반님과 가족분들의 삶은 꽃길만 걸으시길 응원드립니다! 가슴으로 읽어낸 이 글에 정말 감사드려요! 행복한 휴일되십시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9:19   좋아요 2 | URL
저는 그냥 있던 일 회상하며 쓴 건데 울림이나 뭉클함 같은 걸 드렸다니 원래 그런 따뜻함을 막시무스님이 기본 장착하신 거겠죠 ㅎㅎㅎ 좋게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도 꽃길 걸으시고 행복한 휴일 보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Yeagene 2021-01-24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ㅠㅠㅠ
올봄에는 좋은 곳으로 이사가시는 건가요? 좋은 기운 가득한 곳으로
이사가셔서 열반인님 앞으로 복 펑펑 받으셨음 좋겠어요 ㅠㅠ
제가 맘 속으로 기원합니다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1-24 13:42   좋아요 1 | URL
복을 기원해주시는 말씀 정말 감사드려요 !!!!ㅋㅋ지금 집도 나쁘진 않은데 엄마를 모실(이라 쓰고 육아에 더 신세질ㅋㅋㅋ불효)예정이라 그게 가능한 공간으로 가려고 해요.
예진님 이사 후기 보면서 아 우리집도 짐 진짜 많은데...큰일이다 하면서 요즘 당근마켓 첨 시작해서 마구 소유물들 내다 팔고 있어요 ㅋㅋㅋ

syo 2021-01-24 2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루시아 벌린이 저승에서 응원 댓글 달아줄 것만 같은 반님의 가옥사.....

반유행열반인 2021-01-24 22:05   좋아요 1 | URL
에이 아무리 그래도 루시아 벌린 살던 굴곡 만큼 못함...그건 절대 따라잡고 싶지 않을 만큼 가혹해...

link123q34 2021-01-27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침에 레이먼드카버 인생 보고 책보고 카버처럼 따라서 후기 써보기 실패하고 짜부짜부되서 반님 서재 왔는데.. 벌린책 보고 벌린처럼 쓰기 패치업데이트해놓은 반님..ㅋㅋㅋㅋㅋㅋ 저도 카버 보면서 비슷한 생각 했거든요...흑.... ˝그냥 겪은 일 쓰면 소설이 되어버리는 삶은 축복일까 고통일까. 고통인 중에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축복인 걸까.˝ 너무 이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신기해랔ㅋㅋㅋㅋㅋ 그치만 카버는 남자고 루시아는 띠지보니까 여자처럼 보이니까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겠죠? 또 내가 자초한거 말고 남이 투척해버린거겠죠? 흐미.. 루시아는 또 누구얔ㅋㅋㅋ보관함터져욬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7 11:15   좋아요 1 | URL
ㅋㅋㅋ저 그 페이퍼 보고 으와 고전 중의 고전은 다 섭렵하셨네 하나도 안 본 난 언제 보니 하고 쮸글 했는데 ㅋㅋㅋㅋ 루시아 벌린의 곳통은 남이 투척한 거랑 자기 선택이랑 범벅인 듯해요 ㅋㅋ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요 에효 저새끼듀 저새끼지만 저새끼를 선택한 건 나새끼...하면서 버티는 건지도 ㅋㅋㅋㅋ

link123q34 2021-01-27 13:34   좋아요 1 | URL
인생은 카오스군요.... 자꾸 남때문이라고 하고싶은 진심이 나와버렸네요ㅋㅋㅋㅋㅋㅋ 흑.... 슬프고 짜장범벅 먹고싶어요.... 짜장범벅 먹는건 진짜 나때문인것.. ㅋㅋㅋ
 
[eBook]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신박진영 지음 / 봄알람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0122 신박진영.

중학생 때, 학교 애들 중에 가출했다 돌아온 여자 아이들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수군댔다. 티켓다방 다니다 잡혀왔대. 창녀촌에 있었대. 그 조용한 말에는 오염된 존재, 우리와는 달라진 누군가를 멀리 밀어내는 힘 같은 게 실려 있었다. 아빠의 욕설과 폭력, 기물파손, 엄마와 동생을 학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늘 집을 뛰쳐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나 돌아온, 혹은 돌아오지 못한 여자 아이들에 관한 소문은 가출 욕구를 참게 만들 만큼 강력했다. 나가봤자 갈 수 있는 곳은 그런 곳뿐이라는 체념.

아빠는 내가 수능을 앞둔 나흘 밤 연속으로 만취해서 장롱을 발로 차 부수고, 욕하고 소리지르고, 엄마를 죽이겠다고 목을 조르고, 텔레비전을 최대 볼륨으로 틀어놓고, 광란에 가까운 발작을 일으켰다. 이상하게도 내가 고입 연합고사를 앞두거나,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시험을 준비할 때처럼 중요한 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무슨 방해 공작을 펼치듯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이었다. 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엄마는 오히려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자서 몽롱한데다 극도의 불안 상태인 나를 달래며 수능날 아침밥과 도시락을 챙겨주고, 안정에 좋다는 대추차가 담긴 보온병까지 들려주었다. 전날 술 마신 아빠는 아침까지 자고 있었고, 삼촌이 차로 한 시간 거리의 시험장에 태워다 주었다.
안정에 좋다는 대추차를 시험 시작 전 목을 축이기 위해 한 모금 마셨고, 불행이 시작되었다. 2교시 수리 영역 100분, 3교시 탐구 영역 120분 내내 배가 터질 것 같은 요의를 느꼈다. 그때는 시험 중 화장실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오줌 쌀 것 같아서 머리를 쥐어뜯고 나중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문제를 억지로 풀었다. 제2외국어까지 다 마치고 시험장 나서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몇 단계 낮아졌다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고, 저녁에 가채점을 해보니 실제로 평소 모의고사보다 20점 정도 하락한 점수였다. 아 대추차...이후로도 쳐다보지도 않는 대추차…
반전은 그 해 수능이 미친 난이도라 다른 애들은 5-60점씩 마구 떨어졌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내 점수는 평소대로 유지된 거나 다름없었고 남들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대학에 다 붙어버려서 그 중에 하나를 골라서 갔다.

학교 이름 덕에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쉬웠다. 그렇다고 떼돈 번 수준은 아니고 (첫 달은 중개소에서 수수료로 가져가고 쉽게 잘려서 안정된 소득도 아닌…) 두 개쯤 하면 60만원으로 월세 내고 간신히 생활비와 용돈 쓰는 정도였다. 덕분에 스무살 내내 가출의 연속이었다. 아빠가 때리거나 엄마를 못살게 굴면 며칠씩 집을 나왔다. 돈도 있고, 불쌍해하며 재워주는 자취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아예 엄마를 데리고 탈출 시도한 적도 몇 번 있었는데, 궁핍한 상황에 엄마는 결국 울면서 다시 집에 돌아가곤 했다.(완전한 탈출과 이혼은 내가 대학을 졸업한 뒤 마지막 가출로 겨우 이루어졌다.) 대학 입학부터 졸업 후 취업할 때까지 과외 말고는 다른 아르바이트나 소득활동을 해 본 적이 없다. 당시 최저시급에 비해 과외로 벌 수 있는 시간당 소득은 3-5배나 높았다. 일주일에 8시간만 아이들을 가르치면 저축까지는 몰라도 생존은 가능했고 공부와 동아리활동도 어렵지만 지속 가능했다. 운이 좋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보는 버릇이 있어서, 만약 그때 시험을 망쳐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든 대학을 나왔다면, 대학을 나왔는데도 결국 취업에 실패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해 본다.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데. 나와 엄마는 아직 아빠랑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뱉던 욕설대로 정말 우리를 죽일 것 같다 싶어 결국 뛰쳐나왔을 것 같긴 한데, 그러면 뭘 해서 먹고 살았을까. 마지막으로 집을 나왔을 때 나는 취업 준비 중이었고, 엄마는 동네 고깃집이라도 취업해보려고 면접을 봤는데 너무 연약해 보인다고 거절당했다. 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에 가서 교육을 받고 중개소를 거쳐 아기돌보는 일을 하게 되셨다. 내가 아기를 낳을 때까지 4년 간 베이비시터일을 계속 하셨다.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단신에다 체구가 작고 쨈병뚜껑 같은 거 돌려서 여는 것도 잘 못할 만큼 힘이 약하다. (학교 다닐 때 체육을 제일 못했다.) 육체 활동에 취약하니 가사도우미나 아기 돌보는 일은 겨우 가능했을까.

이런저런 밥벌이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생각으로 헤매다가 가장 끝에는 이런 걸 선택이라고 해도 될까 싶은 무서운 경우에 다다르기도 했다. 육체 노동이든 사무직 노동이든 내 다른 노동력을 사 주는 곳이 없다면 결국에는 성을 파는 일까지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 성이라는 게 사고 파는 대상이 되는 현실을 보여준 건 대중매체의 선정적인 탐사보도나 사건사고를 다룬 기사, 임권택의 ‘노는 계집 창’이나 김기덕의 ‘나쁜 남자’, ‘사마리아’ 같은 끔찍한 영화들, 김성모가 성매매집결지를 소재로 그린 수많은 만화 시리즈물 같은 콘텐츠들이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성매매 경험을 들은 건 친했던 대학 동기가 군대 시절 오피스텔 성매매를 몇 번 했었다고 해서 놀랐던 일이 유일하다.

이 책의 저자 신박진영은 이십 년 가까이 반성매매 운동을 하며 현장에서 성매매 피해자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접하고 그들의 탈출과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을 위해 활동해 온 사람이다. 거기에 여성학 연구까지 더해져 이 책은 한국 성매매의 역사부터, 국가의 묵인을 넘어선 성매매의 육성, 촘촘하게 계획되고 짜여지는 경제적 착취와 권력과의 유착과 계급 간 갈등과 성차별과 성 착취 같은 구조적 문제, 현실의 성매매 여성이 겪은 흔한 참혹한 사례들,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과 아예 비범죄 자유화한 뉴질랜드의 실패, 노르딕 모델로 불리는 스웨덴의 성구매 불법화 사례와 같은 정책으로 나아가자는 주장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전까지는 성인 간의 자율적인 거래까지 막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성적 동의와 합의는 거기에 자본과 경제적 논리가 들어서는 순간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리고, 모든 노동이 착취의 가능성이 있지만 특히 성의 영역은 노동으로 포함시키거나 합법화하거나 자유화하는 순간 벌어지게 되는 착취의 악순환과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책의 사례와 논리를 따라가다보니 납득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마이클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었는데 성을 명시적으로 거래 대상으로 놓는 일의 위험과 문제는 그 책에서 확인했던 품위와 가치, 강압과 불공정성과, 부패와 타락을 경계하는 일까지 연결되어 보였다.

생존을 걱정하지 않고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보장되는 사회, 성을 판매와 구매 대상으로 고려할 수 없는 세상(오늘 날 인신매매와 노예제가 용납되지 않듯이)이 오면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내가 곤궁해지는 날이 와도 최악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감수하며 먹고 살 생각을 품지 않아도 되고, 영화나 만화 속에서 여성의 몸과 마음과 삶이 갈가리 찢겨 뜯어 먹히는 걸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려면, 그런 세상이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나 성의 구매와 판매가 어쩔 수 없는 것, 당연한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일 것 같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당사자-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문제제기와 주장을 듣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1-01-22 1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검색해보니 2012년이네요)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 를 보았어요^^
그때 그 내용이 너무 끔찍해 며칠간 힘들었거든요~~
그 힘든 이유중에
저한테 딸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것이었을 거예요^^
내가 여차해서 경계밖으로 밀려나면 나의 딸아이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가 너무 싫었어요**
반유행님의 글이 너무 그때 제 생각과 똑같아 많이 공감했습니다^^
글의 마지막 단락이 제가 항상 품고 있는 유토피아예요^^
근데 ㅠㅠ ㅡ이 표시가 절로**

페넬로페 2021-01-22 11:33   좋아요 4 | URL
아! 체구 작고 체력 약한 저와 딸아이^^
이것도 격하게 공감**

반유행열반인 2021-01-22 11:34   좋아요 3 | URL
저는 영화 화차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궁금해서 원작소설은 한 권 갖춰 두었습니다. 부족한 생각과 글에 공감해주시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해 함께 꿈꿔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책 읽다 알게되는 여성들 이야기 죽음 이야기 들으면 저절로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1-22 11:37   좋아요 4 | URL
작고 약한 사람도 경계 밖으로 내몰리거나 소모되어 일찍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진보된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밥벌이 하고 사는 건 과거보다는 나아진 것도 같지만 아직도 불쌍하게 죽는 여자랑 아이들 있는 (많은) 거 보면 갈 길 멀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나 2021-01-22 13: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때 아르바이트라고는 과외만 해본 사람이었다가, 가게하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게 됐는데 그 중에서 친해진 언니가 하나 있었어요. 끝내 사적인 관계로까지 발전되지는 못했지만, ˝그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라고 엄마가 말씀하실 때마다 생각이 멈추게 됩니다. 그런 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건가. 언젠가 어떤 책에서 ˝우리 중 누구도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드물었다.˝라는 구절을 보고 한참을 잊을 수 없었는데, 생각이 많이 필요한 주제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와서 여기 도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2 13:54   좋아요 2 | URL
저는 부모님 가게 하는 거만 봤지 직접 장사를 해 본 적은 없는데도 자영업이 절대 쉬운 일 아닌 걸 알겠던데 하나님도 대단하심ㅋㅋㅋ노동자도 어렵고 자영업도 어렵고 대체 먹고 사는 건 왜 어렵냐!!! ㅋㅋㅋ 마지막 문장 왜 눈물 찡하냐 ㅋㅋㅋ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고 도착한 곳에서 환대해주셔서 또 고맙습니다 ㅋㅋㅋㅋ

2021-01-23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0120 김금희, 은희경, 권여선, 정한아, 최은미, 기준영.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처음 읽었다. 문학상에 관해 궁금해서 찾아보니, 2013년에 첫 시작해서 몇 년 하다 돈 없어서 중단했다가, 문학동네에서 다시 시상한지 이 년 쯤 되었다고 했다.
내가 굳이 소설 비슷한 걸 쓰기로 마음을 먹고, 그 결과 쓰여진 소설에서 조금 옛날 냄새랑 인간에 대한 환멸 같은 게 느껴진다면, 거기에는 김승옥이 기여한 바가 있을 것이다. 김승옥의 소설을 읽은 중학생 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 때 쓴 건 독후감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로부터 20년 뒤에는 단편소설을 흉내낸 뭔가를 끄적이게 되었다.

작년도 수상집을 읽게 된 건 역시나 김금희가 대상을 타서겠지. 제목도 범상치 않았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래. 막상 읽은 소감은 김금희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금희는 왠지 몇 년 전에 지나간 것 같다. 그러니까 양희와 국화와 경애와 매기까지, 그 다음은 조금 아리송해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좋아요. 그냥 페퍼로니를 안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다. 소설은 좋았다.

은희경 소설은 놀랍게도 처음 읽는다. 집에 예전 소설집 수상작품집 등등 엄마가 그러모아 둔 책 꽤 많은데 읽은 게 하나도 없어. 나 대신 뉴욕 친구집에 승아를 보내놓고 민영이랑 티격태격 하게 만들어 놨는데, 음, 아직 젊은 감각이랄까 소설에 나이가 묻어 있지 않은 게 좋았다. 두 사람이 상대방의 입장을 모르고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자의 하루를 요일 따라 보여주는데, 그게 현실에서 잘 못하는 일이니까, 이 시점 요 시점 쟤의 입장에서 보는 일은 다들 잘 못하고 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 소설이 대신해 주니 좋았다.

음, 그런데 나이 묻은 권여선의 소설은 또 그것 대로 좋았다. 나이 먹어야 쓸 수 있는 글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이 먹어도 계속 쓰는 일의 대단함도 새삼 느낀다. 이 소설 읽고 잔 날 꿈을 꿨다. 엄마는 살아계신데, 며칠 후 돌아가실 거라고 딱 날짜도 정해져 있었다. 금요일이 장례시작, 월요일에 발인, 그런데 난 두 날짜 중 하루 약속이 잡혀 한 날짜에만 거기 갈 수 있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와… 하여간에 둘 중 한 날 온다 그러고 돌아서다가 다시 엄마를 못 본다는 생각을 하니 막 너무 슬퍼져서 엄마, 하고 부르며 가던 길을 돌아 엄마에게 다시 갔다. 난 뭔 꿈을 꿔도 패륜왕이야...그런데 누군가를 잃을 예정이라는 감정은 정말 생생하게 서러웠다. 어릴 때 딸을 두고 집 나온 엄마가 다 자란 딸과 여행을 가는 장면이 다정해 보이면서도 심란했다. 상실이라든가 아이와 멀어지는 이야기는 같이 묶인 다른 소설들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했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너무 잠이 안 와서 이렇게 저렇게 뒤척이다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바탕은 검게 글자는 희게 해서 정한아의 소설을 한 편 읽고 잤다. 정한아 소설도 처음 읽었다. 나는 온통 처음이지. 건물주의 딸, 하면 그럴싸하지만 그 나름의 고충이 있답니다...하는 소설이다. 설정만 보면 고까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소설을 직접 읽으면 나름 절박하다. 시원이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은 나도 막 알 것 같았다. 아이가 몇 달만에 수영장에 갔는데 그 한 시간 반 정도가 되게 무서웠다. 통학용 자동차도 차가운 수영장물도 수영강사도 하여간에 제발 아무도 아이를 해치지 말고 다시 나에게 온전히 돌려다오,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런 날 밤 이 소설 읽으니 그런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소설 제목이나 상징은 솔직히 좀 끼워 맞춘 거 같아서 별로였다. 낙원 예식장이 요양원이 되고, 딸아이가 엄마 싫다고 친아빠 있는 호주로 가기 전 캥거루 인형을 건네주고 가고, 예전에 두번째 남편하고 싸우고나서 바다에 갔다가 최라는 남자랑 만날래다가 못 만나고 내 인생 온통 망했고 303호도 304호도 301호도 노답이야...하는 이야기라서 제목이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인가 보다. 아 제목 너무 작위적이다.

최은미는 몇 년 전에 친구가 ‘눈으로 만든 사람’ 읽어보라 해서 찾아 읽고는 그때부터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챙겨보게 되었었다. 그 소설과 이 소설이 닿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슬픈 지점이었다. 강원도, 하니까 ‘아홉 번째 파도’도 생각 나고. 미산도 척주도 가상의 지명 같지만 산그림자나 일찍 서늘해지는 저녁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게 막 생생하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간 일이지만, 전혀 아플 것도 없고 억울하기조차 하겠지만, 그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이 내내 통과해야 하는 길고 긴 터널 같은 어둠이 될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자기를 자꾸 죽이고 싶어지고 자신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니까 그런 짓들을 하겠지만. 하여간에 유정이 ‘내가 내게 나일 그때’를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족같고 좆같다고 자꾸 욕하고 유태한테 야 유태야, 하고 뭐라고 하는 거 자꾸 거슬렸는데 막판에야 자꾸 그럴 수 밖에 없는 마음이 이해가 되었어...그래서 더 슬펐다. 족같으니까 족같다고 하지...

기준영 소설은 오래 전에 역시나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한 편 읽었던 것 같은데, 그때보다 이 소설이 좋았다. 마지막에 털썩 들소 한 마리 던져주는 건 좀 뜬금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소설이었다.
황정은 작가의 하고 싶은 말도 수상작이었다는데 작가의 요청으로 싣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다. 연년세세는 전자책도 갖췄으니 언젠가 다시 읽고 싶다.

+밑줄 긋기
-너는 얼굴에 그늘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것도 그에게서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었다. 나처럼 가난한 애가 그럴 리가, 라고 답하면 그 가난 안 되겠네, 죽여야겠네, 하고 그가 말하는. 가난이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죽여요? 웃긴다, 하면 가난이 사람을 죽이니까 그 반대도 당연히 가능하지, 했던.

-나는 저 몸에 무엇이 찾아들면 강선이 되나, 하고 생각했다. 창호를 바른 문으로 어느 순간 들어선 빛에 아침이 시작되듯, 찬 공기에 콧속이 열리고 창공이 높아지면 불현듯 여름이 종료되듯 사람에게도 그가 사람이게 하는 시작점이 있을까.
(김금희,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중)

-사람들은 애써 진흙을 빚어 항아리를 만든다. 그러나 항아리가 만들어지면 실제로 쓰이는 것은 그 항아리가 품고 있는 빈 공간이다.(김화영의 리뷰 첫 머리. 도덕경의 은유를 인용한 것이라 한다.)


-엄마, 우리가 먹을 거 놓고 마음껏 싸우지도 못하게 된 건 뭐 땜에 그런 걸까?
음, 반희가 생각하다 말했다. 그것도 물고기랑 같은 이유겠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엄마, 나 사랑하지?
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알아. 엄마 보면 날 사랑하는 거 맞아. 날 사랑해서 힘든 게 보여. 나도 엄마 사랑해. 그래서 힘들어. 근데 엄마, 내가 머리가 나빠서 잘 모르는 거야? 사랑하는 게 왜 좋고 기쁘지가 않아? 사랑해서 얻는 게 왜 이런 악몽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이렇게 안 힘들어도 되는데, 미워하면 되는데, 왜 우린 사랑을 하고 있어? 왜 이따위 사랑을 하고 있냐고. 눈물도 안 나오고 숨도 못 쉬겠는, 왜 이런, 이런 사랑을 하냐고.
채운이 벌떡 일어나 가슴을 누르며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차가 이쪽저쪽으로 기울고 심하게 쿨렁거렸지만 반희는 마치 땅콩 껍데기 속에서 구르는 땅콩처럼 아늑하고 편안했다. 딸이 운전하는 차라 아무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권여선, ‘실버들 천만사’ 중. 그러고 보니 소설 읽기 전에는 제목 뭐야...silver들의 오랜 역사인가...했는데 읽고 보니 엄청 예쁜 제목이었던 것이다. 끊지 말아요 천가닥이든 만가닥이든.)

-“누나는……”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유태가 숨을 골랐다.
“누나는 한 번이라도, 소설보다 먼저, 가족들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
“……”
“누나한테 누나 소설 말고, 다른 사람이 있어?”

-제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하나였어요.
몸안의 모든 수분, 모든 피를 빼내고, 모든 습기를 말리고, 비틀고, 보이지 않는 입자로 갈고 갈아서, 완전히 부수어서,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없애버리는 것. 몸을 없애는 것. 이 지긋지긋한 몸을 없애는 것. 이해받지 못하는 몸을 없애는 것. 유정이 오랫동안 원해온 것은 그것이었다.
(최은미,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중)

-또 한편으로는, 다행하고 무사한 길우와 내 미래를 본다. 운명에는 탄성이 있다. 어느 한때 우리는 마흔세 살쯤이고, 하루가 저무는 속도로 하루를 잃는 보통의 어른이다. 아이일 때보다 훨씬 많은 비밀을 품고 살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외투 서너 벌 속에 스스로를 단정히 채워넣는 사람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귀중하다는 표현과 나란히 붙여놓고 볼 수는 있으나 타인에게 쉽게 발설하지 않는 사람. 다만 우스워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진땀을 흘릴 만큼 힘을 들여야 하는 사람. 그리고 이 모든 연극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배역이 하나 더 있다고, 나는 그게 들소라고 느낀다. 지금 저만치서 그게 오고 있다고.
(기준영, ‘들소’ 중)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1-20 2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꿈이 참 디테일 했네용. 저는 꿈에서 숫자라곤 예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로또번호를 알려주셨는데 기억력이 나빠서 그만..(진부한데 실화예요ㅋ)
떠오를때마다 맞았을지 걱정입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1-20 23:03   좋아요 5 | URL
저 연말에 엄청 좋다는 꿈 몇 개를 퍼레이드로 꿨는데 (임신하는 꿈 두 번, 미라 보는 꿈, 해몽 검색하면 다 무지 좋은 대박 꿈이라고 ㅋㅋㅋ) 로또를 안 사가지고 꿈 사르르 다 녹았어요 ㅋㅋㅋ그리고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거 보면 다 좋은 꿈 맞았나 봅니다 ㅋㅋㅋ

하나 2021-01-20 23: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누군가를 잃을 예정이라는 감정은 정말 생생하게 서러웠다.˝
˝하여간에 제발 아무도 아이를 해치지 말고 다시 나에게 온전히 돌려다오.˝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 이야기 행간에 묻은 열반인님 이야기까지 합쳐져서 소설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은희경 작가 소설엔 나이가 안 묻어나서 좋고, 권여선 작가 소설엔 나이가 묻어나서 좋다는 말씀 공감됩니당. 덕분에 요즘 한국소설 다시 조금씩 읽고 있어요. 저도 김승옥 당연히 좋아했고요. 어서오세요.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이런 걸 어떻게 소설에 쓰지? 생각했던 게 생생하네영. 여기서부터 한밤중입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20 23:08   좋아요 3 | URL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하나님은 지금 오늘을 떠나 편안한 잠의 세계로...안녕히 가세요 ㅋㅋㅋ

2021-01-2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1 0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1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1-21 0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승옥의 소설을 읽은 중학생 때, ...에서
아, 어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1 08:29   좋아요 2 | URL
이거는 뭔가 영광에다 터무니 없는ㅋㅋ도 섞어야 하지 않을까요!!!! 소설 읽는 사람 치고 김승옥 안 읽은 사람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더구나 수능 문학 영역 대비 단골이고ㅋㅋㅋ그 야한 걸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21 11:25   좋아요 1 | URL
전 김승옥 읽었지만 아주 나중에 커서 읽었어요. 그때도 ‘아 어렵고 지루하네 이 아저씨‘ 했던 기억만 나요;;;;
아마도 제가 학력고사 세대라 그랬나요? (아님 아님 절대 아님. 전 그저 어려운 소설 무서워한 쫄보임)

반유행열반인 2021-01-21 11:46   좋아요 1 | URL
지금 읽어보시면 아이코 이십 삼십 대 벌거숭이가 이런 걸 쓰다니 ㅋㅋㅋ하고 무릎 탁 치실 수도 있어요 ㅋㅋㅋ

막시무스 2021-01-21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집 좋아하고 특히 페퍼로니는 이해할 수 없는 묘한 매력때문에 잊혀지지 않네요!ㅎ 특히 페퍼로니가 뭐지?라는 의문과, 이야기중 박지원산문에 관한 수업내용에 대한 의문이 지적하신 김화영교수님의 도덕경 구절같은 매력일것 같은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덕분에 고속버스에서 혼자 즐건 리뷰 했습니다! 좋은 하루되십시요!ㅎ

반유행열반인 2021-01-21 09:33   좋아요 1 | URL
멀리 다녀오시나 보네요 ㅎㅎ 제가 후발(?)주자이지만 같은 책 늦게 나마 읽게 되어 즐겁네요. 추운 날씨에 안전하게 잘 다녀오세요!!! 아, 페퍼로니가 뭔지는 아마 김금희도 모를 거에요 ㅋㅋ그냥 다른 친구 말 집어오거나 막 던진 거에 한 표 ㅋㅋㅋ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
사드 지음, 정해수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0118 사드.

(산뜻한 월요일부터 불편함과 불쾌함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분께서는 이 리뷰를 점프하셔도 좋습니다. 괜찮아요. 이해해요. 저도 이걸 왜 읽었니 나새끼야 싶거든요.)

알라딘에는 bl물이나 성애소설 같은 장르만 전문으로 리뷰하는 분들도 계셔서 이게 뭐라고, 싶지만 막상 쓰고 나면 별다른 센 내용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사드라면 원전을 읽는 이든 원전의 내용을 인용하는 글을 보는 이든 각오가 필요하지 싶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영화나 도서에 청소년 관람불가, 19세 이상 관람가 같은 사전 심의를 거친 딱지를 붙이는 짓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가졌다. 과연 유해성이라는 걸 누가 판단하고 증명할 수 있는지, 그걸 법으로 막는 것이 가능한지 또한 옳은 건지 내내 의문이었다. 사실 비디오 가게에서 빨간 딱지 빌리려다 까인 게 불만이어서 그랬을 수도(…)
그런 마음은 영화 ‘볼링 포 콜롬바인’을 본 뒤 더욱 굳어졌다. 감독 마이클 무어는 콜롬바인의 두 남자 청소년이 케이마트에서 산 총알과 총을 들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난사하고 마지막에는 자신들을 죽이고 끝난 참혹한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다. 언론은 소년들 방에서 발견된 마릴린 맨슨, 람슈타인 같은 음반을 지목하며 이게 문제네, 했고 마이클 무어는 응 아니야, 아무데서나 총 살 수 있고 무기로 먹고 살며 수시로 전쟁을 벌이고 흑인에게 총을 쏘는 이 나라가 문제야, 했다. 감독은 마릴린 맨슨 인터뷰도 영화에 담았는데, 십대부터 맨슨을 좋아했던 나는 신나서 그 부분에 집중했다. 외향만 무시무시하게 치장하고 가사만 센 척할 뿐, 무대 아래 맨슨은 멀쩡하게, 똑똑하게 말을 엄청 잘 해서 재미있었다.

그때부터는 아니지만, 하여간 가장 무섭고 끔찍하다는 영화는 다 찾아보고 다닌 때가 있었다. 아마도 십 년 전쯤이었고, 악마를 보았다 같은 걸 극장에서 두 번 보고 집에서 또 다운 받아 보고, 그때 살로, 소돔 120일도 보았다. 그저 사람의 상상력이란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그 상상력을 어떻게 구체화하는가 하는 흥미로 보았다. 아주 우울한 시절이긴 했는데 우울이 먼저이고 무서운 영화는 다음이었다. 그때 본 영화 중 ‘세르비안 필름’이야말로 손꼽히게 끔찍하고 강렬한 영화였다. 그런데도 늘 결론은 현실보다 끔찍한 픽션은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만다. (뉴스를 보면 아시겠죠…)

사드를 처음 읽은 건 2013년이다. 우연히 ‘소돔 120일’이란 책이 19세 미만 관람불가 딱지가 붙은 채로, 출판 금지였던 게 아주 오랜만에 풀려나왔다, 하는 보도를 접하고 전에 본 영화의 원작은 어땠을까 싶어(영화 본 뒤 원작 소설 보는 걸 좋아한다) 사 보았다. 그땐 알라딘을 안 할 때라 페북이랑 일기장에 감상을 남겨 놨네...https://m.blog.naver.com/natf/221297784892
왠지 고도의 책 홍보에 낚인 것 같고, 책의 유해성을 논하려면 이 책 읽은 나를 장기 추적 관찰하라고 써 놓았는데, 아직 아무도 죽이거나 고문하거나 똥을 먹거나 강제추행(?)같은 건 하지 않았으니 여러분, 책이나 영화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세요. 뭘 읽거나 본다고 사람 안 바뀐대요. 다만 이상한 인간이 이상한 걸 읽고 못된 짓을 해서 인과관계를 혼동할 수는 있겠지만…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은 두 번째 읽은 사드책이다. 일부러 찾아본 건 아니고 어떤 중고책 판매자가 책 9권을 3만원도 안 되게 팔아서 어쩌다보니 갖춘 책인데 갑자기 생각나서 연말부터 읽다가 새해 맞이로 다 보았다.(...잔혹한 연초여…) 이새끼는 이렇게 추잡하고 시간 빼앗을 책을 벽돌처럼 써 놨어… 두 권 다 비슷한 감상이다. ㅋㅋㅋㅋ
사드는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고 한다. 책이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아까 한 말이랑 모순되긴 한데, 사드의 책에 담긴 주장들 자체가 앞에서 한 말이랑 마구 모순되고 상충된다. 읽다보면 이 사람은 정말 철저하게 기존의 가치와 통념과 도덕을 전복하고 뭉개고 싶은 것인가, 아님 역설적 표현으로 철저하게 자기 생각과 반대로 표현한 것인가, 하다가 살면서 겪은 굴곡이나 가정사나 투옥 경험이나 기이한 성벽 같은 걸 보면 그냥 애초에 미친놈이라 자기가 한 짓 때문에 불운하게 살다간 놈인가 싶기도 했다.
계몽주의 시대에 니들이 말하는 자유 평등이 반대자들 대량학살하고 감옥 가두는 거냐, 좆까, 하는 거나 아직 기독교의 영향이 많이 남은 세상에 신 좋아하네, 기독교 좆까, 설사 그것이 강한 풍자의 목적일지라도 저렇게 대놓고 패륜, 절도, 간음, 동성애, 살인까지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절대 금기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왜 장려되어야 하는지 구구절절 논증할 수 있는 그 미친 패기는 무엇인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수많은 책이 익명 출간되고 오랜 기간 금서가 되었고 그 덕에 늘 도망다니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로 고난을 겪다 죽는 거 보면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니 사드여…

“속지 말자. 그 종족 번식이라는 것은 결코 자연법칙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이미 설명한 바와도 같이 그저 허용된 것일 뿐이야. 그리고 또 인류가 멸종 되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한들 자연의 입장에서 무슨 대수란 말이냐! 만일 그러한 불행이 발생하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고 믿는 우리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 자연은 얼마나 비웃겠는가! 인류가 멸종한다 해도 자연은 자신의 영역에서 인류가 사라진 것을 조금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이미 여러 종의 동물이 멸종되었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더냐?”
얼핏 읽으면 만화 ‘기생수’에서 오른쪽이나 그 동족 기생생물이 인간 뼈때리는 내용 같기도 하고, 극단적 생태주의자의 강한 호소 같기도 하지만...속지 말자. 닥치고 항문 섹스가 짱이다! 하는 맥락에서 등장한 말이다(…)
이 소설의 막장 끝판 음란왕 돌망세(엉덩이 전문)는 온갖 음란 행위를 코칭하면서 중간중간 저렇게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의 썰을 풀며 아직 성경험이 없던 외제니를 교육한답시고 이런저런 이상한 짓을 한다… 옆에서 열심히 거드는 생탕주 부인-미라벨 공자 남매(근친상간 전문)와 하인 오귀스탱(“아! 지기미! 입이 끝내주네...아기씨 입은 증말 생생혀! 울 정원에 핀 장미 송이에 코를 대는 것 같아유.”등등 이 미친 이상한 사투리 번역 ㅋㅋㅋ 그리고 같이 즐기던 귀족놈들은 전부 오귀스탱에게 이놈저놈 하대하고 자기들끼리 어려운 이야기 할 때는 이놈아 나가서 기다리다 부르면 들어와, 막 이지랄….ㅋㅋㅋ평등주의 어디갔냐 이 계몽주의 시대 놈들아...), 겨우 하루 동안 일곱 개의 대화 형태로 두 여성에 세 남성이 온갖 성행위 펼치며 이게 짱이지, 사랑, 동정, 선행, 도덕, 신앙 이런 게 다 거짓이고 이게 진짜야, 하는 대화 형식의 소설이다. 돌망세가 말로 자 다들 요렇게 저렇게 이렇게 자세 취하시고, 준비 됐으면 시작, 하면서 다섯이서 기차놀이(…) 여러 번... 물고 때리고 흘리고 난리를 부리다 외제니를 찾으러 온 외제니 엄마를 막장 범죄 피해 희생양으로 삼고 야 좋다, 저녁먹자, 하고 끝난다.

저러는 와중에 돌망세는 자꾸 진지하게 뭐 있어보이는 논조를 펼치는 게 웃겼다. 제일 긴 다섯 번 째 대화편에는 아예 대화가 아닌 소책자 형태의 논설을 끼워 넣어서 돌망세가 내내 하던 개소리를 한 번 더 강조해 놓았다. 분명 개소리인데 어떤 건 또 가끔 맞는 소리로 들려서 아 내가 이제 이 책을 읽고 드디어 이상해지는 것인가, 아닌가 이건 사드가 고도의 전략으로 개소리 중 맞는 말을 설파하는 것인가 내내 헷갈렸다. 맨 뒤 해설을 보면 이건 나만 헷갈린 게 아니라 그간 사드를 연구한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혼란인 것 같았다.

그러니 굳이 심심하시면 읽는다는 거 말리지 않구요...우리 뭐 읽는다고 이상한 사람 되는 그런 쪼렙 독서가들 아니잖아요… 물론 읽으라고 대놓고 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알아서 판단하세요…

새삼 나는 극단적인 표현의 자유 옹호가로구나 싶다. 이런 창작물조차 나름의 의미가 있지 싶다. 물론 이러다가도 내 구미에 안 맞으면 막 씹겠지ㅋㅋ씹는 것과는 별개로 당신의 개소리를 환영합니다 왜냐 내가 씹기 위해서 입니다… 그치만 이건 어떻게 씹어야 할지 모르겠다. 여성의 성적 자유를 옹호하는 듯 하다가 그 논리가 여자는 모든 남자의 쾌락을 위한 존재이고 그러니 남자를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최대한 많은 여성 남성 불문하고 즐겨야하고, 자기 쾌락과 자유를 위해 남을 희생하는 게 뭐 어때 고통 주는 게 뭐 잘못이야 그게 자연이야, 이런 미친 소리 하는 거 보면 이거 진짜 진심이냐 어떻게 사람 새끼가 사람 껍데기 쓰고 이런 말을 하냐 설마 이것도 뭔 풍자와 비꼼이 아닐까 제발 그랬으면 안 그러면 내가 그동안 이 책 읽은 게 개헛짓거리한 거잖아… 그런 혼돈의 카오스한 독서였습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eagene 2021-01-18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드라니...열반인님 독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집니다..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18 15:12   좋아요 2 | URL
제가 시작한 일은 제가 책임지자 하고 어케어케 읽긴 했는데... 사실 고생은 진지한 부분 읽을 때 재미없던 거 말고는 괜찮았습니다 ㅋㅋㅋ

하나 2021-01-18 15: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섯이서 기차놀이(...) 🙀 사드는 사드네여... 저는 예전에 들뢰즈가 사드 넘 중요하게 다뤄서 마조히즘이라는 책도 찾아보고 그랬던 거 같은데.. “당신의 개소리를 환영”하는 열반인님을 환영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18 15:15   좋아요 1 | URL
평론이나 해설 같은 거에도 사드 자주 나오니까 뭐 대단한가 싶은데 사실 그냥 난해한 텍스트다 싶으면 가져다 붙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 ㅋㅋㅋ 하나님의 다정한 소리로 저의 개소리도 중화해주세요 ㅋㅋ세상의 균형은 필요하지 암암

미미 2021-01-18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드는 설치냐 안된다 그 사드밖에 몰랐어요.(무식 당당) 역시 열반인님! 또하나 배웠습니다. 대단쓰!

반유행열반인 2021-01-18 15:32   좋아요 1 | URL
사디즘의 그 사드보다 미사일 싸드를 먼저 아시다니 순수한데다 사회적인 미미님이신데요ㅋㅋ솔직히 읽을 수록 이새끼 포르노계의 아버지(그니까 현실에서 했다가는 철컹철컹 본인도 실현하다 철컹철컹) 원흉 쯤 된다 싶어 착잡함도 없지 않았습니다...

몰리 2021-01-18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지기미! 입이 끝내주네...아기씨 입은 증말 생생혀! 울 정원에 핀 장미 송이에 코를 대는 것 같아유.”
-- 아 이 번역, 빵 터졌습니다. 증말 생생혀. ;;;;; ㅜㅜㅜㅜ

저도 이 책 여기저기서 인용하길래 궁금해져서 얼마 전 열어보고서는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가, 사드라는 인간도 있고 뉴튼이라는 인간도 있고
예수도 있질 않나. 잠시 감탄이.... 일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1-18 15:37   좋아요 1 | URL
번역가가 나름 이건 어느 지역 사투리도 아니고 원전에 사드가 막 단수형 쓸 데다 복수형 쓰고 문법 안 맞게 엉망진창 한 걸 나름대로 표현한 거라고 해명 애쓰는 거도 재밌었어요. 이거 말고도 많은데 옮기기엔 19금이라 제일 무난한 걸 고른다고 골랐는데 다시 봐도 웃기네요 ㅋㅋㅋ인간이 이렇게나 다양해서 같이 살고 만나고 헤어지는 재미가 있지 싶어요.

syo 2021-01-19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거 읽고 잠들면 그날 밤 꿈이 심상치 않더라구요....
현실에서는 하지 못할 것들을 해보는 꿈도 가끔 꾸지만, 도리어 견딜 수 없는 것들을 억지로 견뎌야 하는 꿈도 종종 꾸는데;;;

반유행열반인 2021-01-19 15:55   좋아요 0 | URL
야한 꿈이에요 무서운 꿈이에요 ㅋㅋㅋ 저 책을 어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