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먼슬리 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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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6 이주윤.

감사하게도 글을 기다린다고 안부 인사 건네신 이웃에게 제대로 대답도 못했다. 정신 없이 한 주가 지나갔고, 읽은 게 없으니 독후감을 쓸 수도 없었다. 철푸덕 철푸덕 넘어져서 마우스 잡으면 마우스패드에 닿는 손바닥 그 부분 겉살이 동그랗게 날아가고 피가 났다. 청바지 무릎 한쪽은 쓸려 망사가 되고 집 가서 벗어보니 무릎살이 까지고 멍이 들었다.(흑흑) 툭 빠진 한쪽 안경알이 굴러 도망가는 걸 붙잡아 다행히 수리도 마쳤다. 분명 시간을 쏟았고 퇴근은 늦는데 해야 할 일은 계속 남는다. 다음주는 더 바쁠 예정인데 미처 못한 준비들을 미룬 채 무방비로 새 월요일을 맞을 예정. 주말에는 놀 거야. 날 그냥 때려라 미래여 엉엉.

병이 돌고 모이지 마세요, 여행가지 마세요, 하는 시절이라도 자고 돈 벌 공간은 필요하니까, 지나다보면 여기저기 뚝딱뚝딱 공사장이 참 많다. 건축 규모도 작업 환경도 천차만별이라, 어떤 곳은 중국계 동포나 중국인이나 몽골인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들이 안전모도 작업화도 없이 허름한 복장으로 쇠기둥을 나르고 시멘트를 붓고 때때로 모닥불을 쬐며 잠시 쉬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는 백색 유정란 같이 매끈한 안전모와 형광색 조끼를 갖춘 건설 노동자들이 뚝딱뚝딱 지이이잉 쿵쾅쿵쾅 일하는 굉음을 내다가 오후 다섯 시 땡 하는 순간 고요함만 남기고 사라지는 신기한 광경도 보았다. 시마이인지, 저녁식사 시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왜 공사장 얘기를 꺼냈지. 아, 추우나 더우나 눈에 보이고 또 필요한 공간을 만드느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으니, 쓰잘 데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일 하는 월급루팡 주제에 불평 말고 열심히 일해라 나새끼여! 너만 힘든 거 아니다! 괜히 한 번 셀프로 혼내고 싶었다…

사실 혼낼 게 아니라 위로가 필요한 거 아닐까. 힘든 건 힘든 거니까…(일관성 없는 양육자여…) 나의 마음과 몸의 그릇은 요만해서 쉬이 금이 가 버리고 줄줄 뭔가 새고 있으니, 책이라도 슬렁슬렁 담기는 걸(혹은 대충 흘려 보내도 안 아쉬울 걸) 보고 싶었다. 뭐라도 봐야 독후감을 쓰잖아…
마침 이웃님의 사랑 고백 담긴 전 상서를 보고 아, 이주윤 작가는 좋겠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애절하게 편지를 주고 받던 날이 있었지, 편지는 내가 먼저 써야 답장을 받거나 못 받거나 했는데, 일기조차 못 쓰고 살면서 무슨, 세상의 모든 책들이 작가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아니겠니, 거기에 독후감을 쓰는 게 답장 같은 거지, 별 거지 같은 청승을 떨다가 이 책을 빌렸다.
얇고, 기대만큼 금세 읽고, 그런데도 글쓰기에 잔뼈가 굵고 재주넘기도 잘하는 작가의 글쓰는 이야기가 재치 있게 담겨 있었다. 나란 놈은 예전에 ‘아무튼, 술’ 읽을 때도 비슷했지만, 대놓고 웃기기 위해 썼고 실제로 수많은 독자들 배꼽을 빼놓는 책들도 심드렁하게 보면서 노력하시네요, 애쓰십니다, 하고 짠 한 마음을 가지는 웃음 코드 오류를 지니고 있어서(반대로 남들 안 웃는 이상한 부분에서 혼자 터짐. 병입죠, 병) 차분하고 편안하게 읽었다.
쉽고 가볍고 즐겁고 낙천적인 글을 쓰는 것은 재능이고 기질이고 재주이고 또 그렇게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 같다. 나도 그런 어조를 시도해 봐? 그러면 즐거워질까? 이 책 독후감 쓰기 전 잠시 생각하다가 억지로 그러는 게 더 지치는 일 같아 그만 두었다. 노력하시네요, 애쓰십니다, 하고 짠 한 마음을 많은 이들에게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저자가 쓴 새 책이나 칼럼에 관한 악플이 잔뜩 달려 멘탈 터지던 경험을 보고는 많이 찔렸다. 악성 독후가미스트(?)로서 말씀드리자면, 재미가 없거나 생각이 다르거나 책 만듦새나 글 씀새가 기대 이하여서 불평하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러워서 그런 겁니다. 내가 닿지 못한 세계, 겪지 못한 삶의 모습, 거기에 더해 계속 쓰고 읽히고 글로 인해 알려지는 그런 경험까지- 잘 쓰고 싶은 열망은 가졌지만 결과물도 성취도 기대에 못 미치는 그런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쓸 수 있는 글이란, 했다가 방금 고침 ㅋㅋㅋ글자로 이루어진 똥도 있으니) 글 자체에 대한 합당한 평가가 아닌 인신공격과 자기 신세한탄을 투사해 남을 욕하는 짓일 뿐이죠…
그러니까,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하듯 글이나 씁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씁시다. 나도 그러기로 했다. 누가 나를 미워하거나 욕하면 내가 부럽구나? 하기로. 누군가 미우면 아 난 쟤가 부럽구나, 하기로. 그리고 언젠가는 네놈들 이야기 모조리 다 써 버릴 거야. ㅎㅎㅎ

...그런데 읽으면서 밑줄 긋기 할 부분 많이 찾지는 못했다. 제일 웃겼던 말은 저자의 아빠가 잔소리하면서 날린 ‘쭈그렁방탱이’(이상한 거에서 웃김. 듣는 사람은 빡쳤을 건데). 빵 터지던 대목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웃음은 웃을 준비를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다. 나는 늘 준비가 되어 있질 않다네. (이런 똥도 있습니다. 기승전똥. 부러워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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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06 19: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쩐지..에구..다치셨었군여.
ㅠㅇㅠ 청바지 망사될정도면 많이 아팠겠어요. 게다가 안경...그래도 노래하듯 글쓰자는 클라이막스에 흐뭇해집니다. from. 열반인님 글 스타일 부러워하는 미미

반유행열반인 2021-03-06 19:07   좋아요 5 | URL
에구..에서 흐뭇..까지 다정함이 여기까지 꾸덕꾸덕 상처연고처럼 달라붙는 기분입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미님ㅎㅎ

라로 2021-03-06 20: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 쉬는 시간인데 내 서재도 안 가고 반열님 서재 왔다요. 오늘 일 룰루랄라 정도로 마음도 몸도 가벼운데 하품은 왜이리 나오던지. ㅎㅎㅎ 암튼 다친 줄도 모르고 왜 글 안 올라오냐고 해서 미안해요. 많이 다쳤나보다. ㅠㅠ 다친곳 안봐서 뭐라고 하긴 그런데 보통으로 에어 드라이로 뭐 붙여서 막고 그러지 마세요. 😅 그건 그렇고 이 책 얇아서 그런가? 막 좋진 않았어요. 선생님 전상서에 속았나? 했는데 오빠~~~ 그 책은 막 웃었어요. ㅎㅎㅎㅎ
반열님이 책 내면 내가 전상서 보낼게요. (한다면 하는 라로씨. 🤣)

반유행열반인 2021-03-06 20:43   좋아요 4 | URL
마우스도 키보드도 잡아야 하고 원래는 맨손 설거지인데 위에다 면장갑 끼고 고무장갑끼고 해야 해서 웻드레싱(가짜 피부 같은 거요) 했어요 ㅎㅎ쉬는 시간엔 쉬셔야죠! 저랑도 결이 딱 맞진 않고 그래도 저분 주변사람들은 많이 웃고 잘 지내겠구나 싶더라구요(사진 찾아보고 더욱 확신에 차 끄덕끄덕 함 ㅋㅋ) 전상서는 지금도 가능하잖아요(알라딘이가 전서구로 대륙횡단해서 소식 날라줌 ㅋㅋ) 리뷰 하나 페이퍼 하나 백자평 하나씩만 삼종세트로 잘 부탁드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원한 김치국 선물 감사드려요. 오늘 일과도 잘 마치시길!!!

라로 2021-03-07 11:26   좋아요 1 | URL
지금도 가능한가요?? 서재글?? 뭐야요?? 근데 저는 리뷰와 100자평,,,거의 안 써요,,, 그래도 그런 것을 써 달라는 거죠,,, 뭐 노력,,,,당근 해야죠. 반열 선생님이 책 내시면!!^^;;;

반유행열반인 2021-03-07 12: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저 힘써 정진해보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막시무스 2021-03-06 2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힘든 한주 보내셨네요! 담주는 이번주 고생의 배로 보상받으실겁니다! 몸조리 잘 하시고 즐건 주말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3-06 20:45   좋아요 4 | URL
축복의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사는 서울 근처 오셨다 가셨더라구요? 저도 이번주에는 출장 갈 일 있었는데 그 도심으로 보내주면 좋아라 했을 거 같아요 ㅎㅎ끝나고 종로 알라딘도 가고 보고 싶은 사진전도 가고 ㅋㅋ그러나 아쉽게도 출장지는 그냥 우리 동네ㅋㅋㅋ 막시무스님도 평온한 주말 보내세요!

붕붕툐툐 2021-03-06 2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구~ 다치셔서 더 바쁘고 신경쓰이는 한 주셨을 거 같아요~ 주말엔 푹 쉬시면서 재충전 하자고요!! 전 늘 너무 웃을 준비가 되어있어서, 남들 웃는 것에도 웃고, 남들 안 웃는데서도 웃는데, 남들 안 웃는데서 웃어서 혼난적도 있어요~;;;;
미움은 질투가 백퍼 맞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3-06 22:0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붕붕툐툐님도 풀충전하시는 주말 되시길 빌어요. 잘 웃는 사람 좋은 사람인데 누가 혼냈대요 제가 가서 혼내줘야 겠습니다!!!

scott 2021-03-06 2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치셨는데 포스팅까지 열반이님 그냥쉬기 주말에 숨만 쉬기 ^ㅎ^

반유행열반인 2021-03-06 22:07   좋아요 4 | URL
읽는 게 숨쉬는 거래요 열반이는 ㅋㅋㅋscott님도 즐겁고 푹 쉬는 주말 보내셔요~~

하나 2021-03-06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부럽구나?˝에서 물개박수 쳤어영. ㅋㅋㅋㅋㅋㅋ 나 이런 거 너무 좋자나... 언제나 저를 빵 터지게 하는 열반인님. 3월 초라 열반인님 무척 매우 되게 바쁘실 거 같아서 기다렸어요.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죠. 3월의 그곳은 읽는 게 숨쉬는 거 같은 열반인님도 정신없게 해... 저 열반인님이 부러웠던 그 리뷰에서 ˝위아더월드하니, 유아낫얼론이라.˝ 이 구절 인용한 거 좋았어요. 그러니까 아프지 마로라!

반유행열반인 2021-03-07 07:36   좋아요 1 | URL
아 저런 따옴표에서 인류애 같은 거 쫌 느꼈어야 했는데 ㅎㅎㅎ몸과 마음에 새 살이 솔솔 돋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syo 2021-03-08 16: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엄밀히 말하면 그 구절은 인용이 아니예요 ㅋㅋㅋㅋ 저는 어느 책에서도 그런 구절을 만난 적이 없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3-08 16:14   좋아요 1 | URL
저작권자의 오리지널리티 주장이 나왔습니다. 사실 확인 부탁드립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나 2021-03-08 16: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쇼님이 인용한 거는 마이클 잭슨 형밖에 없었어. 고 문장이 리뷰하신 책이랑 넘 찰떡이어가지구..

syo 2021-03-08 16: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바로 이 지점에서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제가 이주윤 선생님께 제가 쓴 줄 알았다고 한 말이 완전 개 구라는 아니라는 사실이.....

Yeagene 2021-03-07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읽는 게 숨쉬는 거라니 넘나 멋있잖아요..아 나도 이런 멋진 말 하고 싶다..ㅠㅠㅠ
열반인님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주말에 충분히 쉬셨는지 몰겠습니다.
쉬엄쉬엄 하셔야해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3-07 19:33   좋아요 1 | URL
그냥 경미한 찰과상(손)과 타박상(무릎)이에요ㅋㅋㅋ 걱정해주셔서 감사하고 걱정끼쳐 송구스럽습니다. 덕분에 잘 숨쉬고(?)있어요. 예진님도 남은 주말 산소 호흡 잔뜩 하시고 새로운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03-07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크랩해둔 부분들, 다시 읽어도 깨알 재미. 저 역시 대놓고 웃기려는 글보다는 슬프곺괴로워 몸부림 치는 글들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ㅋㅋㅋ 친구왈 “넌 마조히스트여” 아.... 넵 ㅋㅋㅋ 악성독후가미스트의 자기인식에는 못미치는 고백이지만 ㅋㅋ 제가 m입니다.
악성독후가미스트라는 말이 너무 웃겨서 지금 매우 즐거워 하는 중. 암튼 부러워요, 부럽다구! 그대여, 다 써버리십시당.

반유행열반인 2021-03-08 06:49   좋아요 2 | URL
남 괴로운 글 좋아하니까 진성 개S(대문자)아녀? ㅋㅋㅋ부러워요=미워요 아녀? ㅋㅋㅋㅋ 저도 독후가미스트 혼자 만들고 뿌듯한 중. 클하에 자기 소개할라니까 할 말이 없어서 만들었다가 부끄러워서 못 써먹었잖아여....

공쟝쟝 2021-03-08 11:11   좋아요 1 | URL
악성 베토벤 이후의 최고의 악성이야 ㅋㅋㅋ (웃다가 눈물훔치기)
남 괴로운 글을 보면서 그 남에 자기를 이입해서 함께 괴로워한다구... 괴로움 중독같아.. 근데 사실 또 내가 괴로운건 아니니까 S인가... 괴로운걸 좋아하는 걸 보는 건...? (정체성의 혼란)
부러워요 = 사랑해요 / 날 미워해요? = 그렇다면 난 사랑해요 / 날 싫어해요? = 사랑해요 / 나에게 욕해서라도 관심을 줘!!
저 이상한 댓글의 맥락——-> 이거 진성 m 아녀?? 암튼 부러우면 난 안밉구 좋더라. 부러워하는 게 이기는 거다!
 
[eBook] 아무튼, 목욕탕 - 마음의 부드러운 결을 되찾을 때까지 나를 씻긴다 아무튼 시리즈 36
정혜덕 지음 / 위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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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 정혜덕.

누군가는 영혼까지 붙은 특정 음식을 먹으면서 푼다. 누군가는 동전 몇 개 넣으면 흘러나오는 음악과 어우러진 에코 잔뜩 들어간 자신의 목소리로, 누군가는 저 먼 곳의 요기들처럼 나무나 전사나 코브라의 자세로, 또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하염 없이 달리면서 잊고 털고 채운다.
이 책의 누군가는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스스로 또는 목욕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묵은 때를 벗기고, 흰우유 한 팩을 마신다. 그러고 목욕탕을 나서면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세 아이를 먹이고 남편과 투닥이고 실수를 자책하는 등등 모든 사는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고 충전되는 모양이다. 대중목욕탕을 찾은 지 너무도 오래된 나는 새삼 신기하다. 그런 육체적이고 단순한 위안 거리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아직 내게 맞는 잊고 털고 채우는 활동을 찾지 못했다. 읽고 쓰는 일이 어느 정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너무 머리와 마음을 쓰는 일이기도 해서 조금 더 쉬운 뭔가가 필요해. 쟤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편협하고 혐오가 가득한 남의 멍청한 말에 발끈한 마음은 따끈한 탕물에 몸을 담글 여유가 없어서 그냥 샤워나 대충하고 신경 안정제 몇 알을 입에 털어 넣으며 오늘 밤은 제발, 죽은 것처럼 잠들었으면, 아니 그냥 자다가 죽었으면, 그러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살아나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갔으면, 싶은 밤이다.

+밑줄 긋기
-순수한 연애, 오랜 연애, 시원찮은 연애, 미친 연애 등 각종 연애를 경험하고 나니 두 문장이 남았다. 첫째, 사람 마음은 변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가 되어 애끓는 절규를 외친들 소용이 없다. 사랑이니까 변한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 사랑이니까 변하는 것이다. 사람 마음은 시시각각 움직이고 일관성을 갖추기가 굉장히 어렵다. 나는 변했는데 상대방이 아직 안 변했으면 나쁜 년이 되는 것이고, 반대 경우는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변하면 유통기한 만료이니 미안해할 사람이 없어서 다행일 수도 있다. 둘째, 그러므로 낭만적 사랑은 언젠가 시든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내 경험상 대체로 그렇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면 어쩌란 말이냐?

-혼자 목욕하러 온 분들은 말없이 몸을 씻고 때를 민다. 그런 분들이 만든 묵직한 침묵, 그 침묵이 주는 안정감을 누리고 있으면 남의 입에서 나와 내 귀로 들어온 독한 말들이 몸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간다. 탕에 앉아 묵은 각질을 불리며 마음에 낀 말의 때도 함께 녹이곤 한다.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더는 곱씹지 않고 땀과 함께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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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2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1-03-02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지금 장문의 댓글을 남겼는데 실수로 날렸어요...ㅠㅠ이런 바보팅이..ㅠㅠ 흑흑
열반인님 기운이 없으신 것 같아요.
괜찮으신지 걱정되네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3-02 13:50   좋아요 1 | URL
언제나 걱정 해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일하기실어증이죠 뭐 ㅋㅋㅋㅋ힘내보겠습니다. 예진님이야 말로 새 직장에서 고생 많으시겠어요 화이팅!!!!

2021-03-02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2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7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8 0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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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김소영.

성탄절을 앞둔 교회 안은 추웠다. 성가대 연습 중 (성가대 지휘하던) 피아노 선생님의 어린 조카가 놀러왔다. 동그란 눈에 포동포동 귀여운 아이 목에 익숙한 목도리가 걸려 있었다. 어, 저건,
내 거예요.
남색 면으로 된, 상표까지 내 것이었다. 겨우내 아끼며 매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서 너무 섭섭했다. 내가 피아노 학원에 두고 왔구나, 그걸 저 아이가 매고 왔구나 싶었다. 말 없이 한동안 잠자코 있던 선생님이 말했다.
네가 그렇다고 하면 네 거 겠지.
선생님은 조카의 목에서 목도리를 풀러 내게 건네주었다. 열두 살의 나는 대여섯 살 아이가 올 때보다 춥게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 채 그저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기쁨에 신이 나서 연습을 마치고 목도리를 두르고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친구네 집에 갔더니 친구가 옷장을 열고 내 목도리를 내밀었다. 저번에 놀러왔다가 두고 갔다며. 재질과 상표는 같았지만 내 목도리는 남색보다는 남보라색에 가까웠다. 그걸 친구네 집에서 찾은 뒤에야 알았다. 집에 돌아와 두 개의 목도리를 나란히 걸어 놓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끝내 목도리를 선생님께 돌려주지 못했다. 아직은 어리고 어리석었다. 내가 틀렸었다는 걸 밝힐 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이십오 년이 흐른 지금까지 부끄럽다.
피아노 선생님은 그렇게 나를 처음 믿어준 어른이었다. 그뿐 아니라,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내게 추가적인 수업료를 받지 않고도 시간을 내어 특별 레슨을 해 주고, 자장면을 사 주고, 피아노가 없는 내가 언제든 원하면 연습을 하러 오라고 주말에도 학원을 열어주셨다. 단순히 피아노만 가르치지 않고, 청음과 음악 이론까지 상세히 가르쳐준 뒤 문제를 다 맞추면 아이들에게 백점 맞은 개수만큼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라고 동전을 쥐어주셨다. 나는 주먹 한 가득 이걸 다 받아도 되나, 걱정하면서도 학원 아래 있는 슈퍼로 뛰어내려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마음껏 사 먹었다. 여름방학 때는 희망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안보 와이키키 온천으로 여름캠프를 가기도 했다. 대부분 엄마아빠가 일을 하느라 여름휴가를 떠날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이었는데, 적은 비용만 받고 다른 친한 피아노 선생님을 섭외해 봉고차를 대절해 내려가서 놀이기구도 태워주고, 수영장도 데려가고, 아이들을 씻기고 머리도 묶어주고 일일이 다 챙겨주셨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렇게 아이들을 챙기고 돌보는 일이 보통의 마음으로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고마운 분이었는데 내가 조금 자라면서 피아노 치는 게 조금씩 재미가 없어졌고 어느날부터인가 흐지부지 학원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뒤늦게 선생님이 결혼할 예정이고, 그래서 지방으로 이사를 가신다는 소식에 슬퍼하면서 학원(겸 선생님 숙소, 어느 때부터인가 건물 임대가 끝나면서 선생님이 사는 빌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에 찾아갔다. 선생님은 외출해서 안 계시고 선생님 어머니만 집을 정리하고 계셔서, 엄마에게 졸라 준비해간 선물(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로 기억한다)을 건네고 아쉬워하며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내내 자존감이 낮은 삶을 살아왔지만,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른이 내가 힘들어하면 위로해주고, 내가 잘 하고 싶었던 피아노 연주를 잘할 수 있게 독려해주고, 어린 아이가 누릴 만한(주전부리부터 여름캠프까지) 것들을 챙겨주었던 경험은 아직까지 마음 한 구석을 덥혀준다.
덕분에 아이들을 대할 때 존댓말을 하고, 어른 대하듯 말을 걸고, 한 번이라도 아이들을 웃기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말과 행동을 하는 어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남의 아이들에게는 조심스럽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모진 때도 많아서 십 년 내내 반성하는 못난 어미이긴 하지만...ㅠㅠ 김소영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읽으며 피아노 선생님이 내내 생각났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계셨으면 좋겠다. 지방에 가서도 나 말고도 다른 아이들도 많은 가르침 받았다면 정말 좋았겠다 싶다. 그런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라면 가족 안에서 상처 받고 주눅들어 있던 아이들도 내가 그렇게 못난이는 아니라고, 나도 저런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크게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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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28 2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놀랍네요. 그분 반응에 저도 당연히 열반인님 목도리인줄 알았어요! 살면서 저질러온 실수들은 참 오래 기억에 남아 곱씹게 되네요. 지금 제꺼 생각남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3-01 10:52   좋아요 2 | URL
미미님 버전도 듣고 싶네요. 정말 내 거인 줄 알았는데 그 덕에 내가 틀릴 수도 있다, 틀릴 때가 많다, 단단히 알았죠...

하나 2021-02-28 23: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으앙 이 책도 좋아하고 열반인님 리뷰도 좋아해요! 그때 그 피아노 쌤이 오늘의 열반인님을 매력맨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셨군.. 리뷰 읽으면서 생각한 건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가 어린이였을 때 환대 받았던 경험에 대해 말하게 된다는 점 같아요. 저도 고마웠던 기억이 몽글몽글 솟아나면서, 그걸 꼭 갚는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해보는 밤입니다. 어린이 한 명이 자라는데 마을 하나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말은 그런 말인 거 같구.. 모든 것이 우리를 파편으로 조각내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관심을 놓지 말아야지. 꼭 코트 받아주는 어른이 되어야지... 잘자요!

반유행열반인 2021-03-01 10:54   좋아요 2 | URL
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저 이야기 결말의 다른 버전도 생각났어요. 뒤늦게 섬유유연제 넣고 빨아다 제 착각이었어요 하고 선생님께 목도리 돌려드리고 선생님은 그랬구나 하고 책망하지 않는...그런데 지금 목도리 두 개 다 나한테 없고 일기장 뒤져도 목도리 사건의 실마리조차 없어서 그냥 죄책감이 만든 어나더결말인 것으로 ㅋㅋㅋ바랐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ㅋㅋㅋㅋ코트 받아주는 어른이 되어야지 2222

바람돌이 2021-03-01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누구든 정말로 좋은 선생님 한분을 만났다는건 참 복받은 일인것 같아요. 그저 괜찮은 선생님은 많지만 나에게 정말 특별한 좋은 선생님은 쉽지 않지요. 그건 또한 그 좋은 선생님을 알아보고 마음에 남길 수 있는 마음가짐도 있어야 하는거잖아요. 반유행열반인님의 마음과 선생님의 마음이 서로 만나 오래도록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3-01 10:57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복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나마 이 정도 사람 구실 시늉이라도 하게 된 것이겠죠 ㅋㅋㅋ저 분 말고도 좋은 선생님 많이 계셨네요 힘들게 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ㅋㅋㅋ어떤 어른이 되고 되지 말아야 할지 두루 경험했고 이젠 제 몫인데 마음에 남은 대로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얄라알라 2021-03-01 0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짠해요. 열두 살 기억이 여태 갈 수 있는데는 강렬한 고마움, 미안함....피아노 쌤 말씀까지 다 기억하실 정도로 작지 않은 에피소드였겠어요. 어린 시절^^


반유행열반인 2021-03-01 10:59   좋아요 2 | URL
기억은 부분적이라 좋은 기억만 남은 건지ㅋㅋㅋ정말 고마운 선생님이긴 하셨어요. 책 읽다 떠오르는 기억 뒤져보면 이야기거리가 참 많더라고요. 독서의 장점이자 단점 ㅋㅋㅋ흑과거 소환 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3-01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생님께 배워 좋은 선생반님이 되셨잖아요!

선생반님 이거 뭔거 이상하죠?
반선생님도 이상해서 고른건데..... 😥

반유행열반인 2021-03-01 11:38   좋아요 1 | URL
선생님 소리 듣는데 왜 안 맞는 옷 같을까요 후생님하고 싶다...생선님이나...책임감도 덜하고....반생선님ㅋㅋㅋ

Yeagene 2021-03-01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 ㅋㅋㅋㅋ
열반인님 이야기 읽다가 저도 모르게
엄청 당황해 버렸네요 ㅎㅎ
왜 제 이야기도 아닌데 제 볼이 빨개지는 듯한 느낌이죠;;;
지금 바로 생각나지는 않지만 저도 어렸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사실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요...
자라서 중학생들 과외 선생님 잠깐 해봤는데 어린 아이들 챙기는 게 손이 많이 가고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네요..피아노 선생님 대단하십니다.열반인님 좋은 선생님 만나셨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3-01 15: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직접 저지른 저는 회한 속에 삽니다. 올드보이처럼 어디 갇혀 군만두만 먹으래도 반성할 거 같아요 ㅋㅋㅋ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은 못 되어도 나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네요ㅎㅎㅎ

jiyun 2021-03-02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트릭미러‘ 리뷰를 보다가 이 블로그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재밌는 글, 상상하게 되는 글을 써주셔서 몰입해서 읽었네요. 어릴 때 피아노를 가르쳐주시던 그 많은 선생님들은 지금 다 어디에 계시는걸까요. 궁금해졌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3-03 02: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jiyun님. 제 부족한 글을 함께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피아노 선생님들은 아직도 아이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계기가 되어주시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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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김금희.

장기하와 얼굴들-괜찮아요
https://youtu.be/1ptPHjQi5v4

브로콜리너마저-괜찮지 않은 일
https://youtu.be/bf-BI0KIqKI

김금희 소설집을 처음 읽은 건 2019년이고, 이 책은 2018년 10월에 나왔다. 그러니까 아직 내가 김금희를 알기 전 쓰여진(사실 2017년에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문상’을 처음 읽고도 잊어버렸지만) 이 소설은 내가 읽어주길 몇 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고 말하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독자인가. ㅎㅎㅎ 어쨌거나 이 책을 읽은 덕에 이제 어디가서 김금희 전작했어, 하고 팬부심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는 손보미, 백수린을 먼저 보았다. 이것 말고도 단편소설이라 불리는 원고지 70-100매 사이 분량보다 더 짧은 소설을 묶은 책들을 몇 권 더 보았는데, 그때마다 아쉬움을 느껴 형식의 한계인가, 아니면 내 취향은 엽편, 초단편, 꽁트, 그런 장르와 맞지 않는가, 했다. 그런데 이 짧은 소설집을 읽고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김금희는 어떤 분량이든 그 안에서 할 말을 다 하는 완성된 이야기를 구사했다. 초단편도, 단편도, 장편도. 그래서 김금희는 다 좋다. 짧은 페이지에 꾹꾹 눌러 담긴 열아홉 개의 이야기에서, 그 안에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

2월이 끝나가고 분명 곧 새 봄인데도 나는 어쩌지, 하면서 요며칠 왠지 불안하고 우울했다. 맥주도 마셔보고 신경안정제도 몰래 먹어보고 커피도 잔뜩 마시고 긴 독후감도 주절주절 쓰고 작년 일기도 뒤져보고 눈물도 찔끔 쏟던 내가 잠시 다른 걱정 다 잊고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 다행이었다. 히히 이제 괜찮다.
유독 괜찮아요, 하는 사람이 많은 책이었다. 사실 안 괜찮아 보이는데도 자꾸만 괜찮다고 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나도 괜찮다고 말해보고 싶었다.


+밑줄 긋기
-“잘은 모르지만 나빠지지는 않으려고.”
“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아이리시 고양이’중, 134)

-그러다 비가 와서 차창이 돋아난 물방울로 가득 찬 날에 나는 영건이에게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아? 하고 물었다. 누군가에게 불쑥 사랑에 대해 묻는 건 누구나 아는대로 일정한 탐색용이었고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영건이는 불쑥 나는 아무래도 어딘가 상한 사람들만 사랑하게 될 것 같아, 라고 대답했다. 나는 ‘상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가리키는 어려움이나 고난의 상태가 의외라서 뭐라고? 되물었다.
“마음이나 몸에 큰 상처가 있는 그런 사람.”
“왜?”
“그냥 그런 느낌이야, 그럴 것 같은.”
“하기는 현대인은 다 실존의 불안 같은 게 있으니까, 다들 아픈 거나 마찬가지지.”
나는 어떻게든 영건이의 그 말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무거움을 덜어내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지만 영건이는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말 말 그대로 상해 있기도 해. 그래서 이런 노래가 필요하고.”
영건이는 내 귀에 보아의 <NO.1>을 들려주더니 자기는 곧 입대를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영건이가 온다’ 중, 124-125)

-주현이 말하던 순간에 상준의 내부에 있던 무언가 흔들렸는데 그건 슬픔과 분노 같은 형질이었다. 주현은 아직 고통이 생생한 듯 그 폭력을 상세히 말하지 못했는데도 상준은 이미 그 장면을 본 듯한 느낌이었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면서 억울해졌다. 동시에 무기력을 느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는. 아이는 어른들의 싸움이 금세 잦아들기를 고요히 기다릴 뿐. 상준은 그런 아이가 된 기분이었고 앞에서 울먹이고 있는 주현도 이제 한 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소녀처럼 보였다. 둘은 서울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부암동의 높은 언덕에 있고 어른들은 슬픔만을 주었으며 그들은 함께 있다. 상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슬퍼서 울었고 그런 상준을 놀라서 바라보던 주현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선술집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을 때 서로의 몸을 당겨 따뜻하게 안았다.(’오직 그 소년과 소녀만이’ 중, 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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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28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김금희 소설가 장난 아니네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말 말 그대로 상해 있기도 해. 그래서 이런 노래가 필요하고.˝ 이 문장 뒤에 걱정 말아요 그대 같은 거 말했으면 별로 안 슬펐을텐데, ˝유 스틸 마이 넘버 원˝을 붙여버려.... 방심하다가 눈물 핑 돌았네 ㅋㅋㅋㅋㅋㅋ 날씨가 준비도 없이 갑자기 확 따듯해져서 그럴지도 몰라요. 차가운 쪽으로든 따뜻한 쪽으로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은 4월은 되어야 봄이죠. 천천히 가요. 정말로 괜찮으니깐.

반유행열반인 2021-02-28 18:17   좋아요 3 | URL
그런데 이 소설에 저 장면에 핑 할 사람이 딱 우리 나이 까지라 ㅋㅋㅋㅋ저는 대책없이 얼른 더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냥 후다다닥 가고 싶을 만큼 새 계절이 두렵다ㅋㅋ넘버원 듣고 힘내야겠네요.

막시무스 2021-02-28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금희작가님이 쓰셨네요! 그림이 많이 들어가는 책인가요? 그림작가님의 이름도 있네요! 저는 오늘 젊은 작가상 페퍼로니 다시 읽었는데 정말 괜찮았어요!ㅎ 3월에는 괜찮은 날만 쭉 계속되시길!

반유행열반인 2021-02-28 19:51   좋아요 1 | URL
핀 시리즈도 테이크아웃 시리즈도 그렇고 한 때 짧은 소설에 그래픽 콜라보로 하는 기획이 실험처럼 나왔던 것 같아요. 이 소설책도 짧은 소설 한 편에 그림 하나 정도 어울려 있네요.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오히려 페퍼로니가 약해서 김금희 전성기는 2017-2019아니었나!?하는 제 맘대로 생각 ㅋㅋㅋ막상 이래도 새로 소설집 나오면 감사하다 좋다 하고 읽겠지요 ㅎㅎ 막시무스님도 평안한 삼월 사월 오월 쭈욱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Yeagene 2021-02-28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덕분인지 저도 오랜만에 중고책방가서 김금희 작가 책을 사보았네요ㅎㅎ
날씨가 빨리 따땃해지길 바라봅니다.열반인님 힘내세요!앞으로 더 따뜻한 날들이 다가왔음 좋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8 21:03   좋아요 1 | URL
같은 작가 책 읽는 분이 저랑 아는 이웃이라 그저 반가운 마음이네요 ㅎㅎ 예진님도 더 따뜻하고 좋은 날들 보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라로 2021-03-01 0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열님이 소설 쓰세요. 반열님 글이 더 재밌으니까요. 흠흠

반유행열반인 2021-03-01 08:25   좋아요 1 | URL
헤헤 키키 애써 보겠습니다 ㅋㅋㅋㅋ

우끼 2023-08-06 18:29   좋아요 1 | URL
반열님 소설 집필하시나요?222

반유행열반인 2023-08-06 20:12   좋아요 1 | URL
오래 쉬고 있어요 ㅎㅎㅎ
 
트릭 미러 - 우리가 보기로 한 것과 보지 않기로 한 것들
지아 톨렌티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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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 지아 톨렌티노. 다 봤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독후 활동을 하도록 부추긴 책 같다ㅋㅋ 어쨌거나 드디어 다 읽었다. 책 자체가 작가의 개인적인 부분을 많이 언급하다보니, 그걸 흉내내어 쓴 독후감에도 내가 많이 드러난 것 같아 약간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재미있는 돌아보기였다. 책의 후반부는 읽으면서도 많이 힘들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다루어지는 문제와 나아갈 방향 자체가 감이 오지 않았다. 저자도 그런 걸 아는지 열심히 남들을 까다가도 자조와 반성이 오락가락했다. 3월 14일에 김금희 작가가 온라인 책모임한다는데 과연 참여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냥 덕분에 사회 안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간만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7장 우리는 올드 버지니아에서 왔다

지아의 모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보도(결국 무고로 밝혀진)와, 실제로 존재했던 남학생 클럽의 폭력성과 강간문화를 다룬 장이었다. 이 장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반성폭력 회칙을 정하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관련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시기에 대학을 다닌 건(그리고 현재 배우자가 동아리에서 그런 활동을 함께 했던 사람인 건) 행운이었다. 나나 주변 사람들이 직접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참 다행이고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열심히 예방하려고 노력했던 일들이 효과를 발휘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징후들을 스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철 없는 새내기 남학생 하나가 동아리 악기 연습 시간에 수업 과제를 위한 설문을 한답시고 ”낙태에 동의하십니까? 낙태를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안 된다고 생각해요?”하고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묻고 다녀서 언니 한 명이 밖에 나와 울면서 하소연 했다. “제발 저 소리 좀 그만 묻고 다니라 그래.” 아직은 자기 결정권도 모르고, 어떤 물음이 누군가의 상처를 후벼팔 수 있다는 생각도 못하던 어린애들이 모여 있었다. 돌아보면 대학생은 그냥 애기다 애기.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자꾸만 나를 불러내 함께 시간을 보내길 바라던 남자애가 있었다. 외로운 마음에 뿌리치지 못하고 같이 토스트도 사 먹고 집에서 영화도 같이 보고 기타 연습도 했다. 남자애는 날더러 빨리 연애하라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기에게도 꼭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 날이 정말 왔고, 그 말대로 알려줬더니 남자애는 비웃듯이 말했다.
“네가 누굴 좋아할 처지가 된다고 생각해?”
칼날처럼 말들이 마음에 박혔고 밤새 울었다. 그리고 그애에게 쌍욕을 잔뜩 하고 쳐낼 수 있었다. 그 남자애가 자기 고등학교 다닐 때 밤에 야자 끝나고 친구들이랑 야산에 밧줄 들고 숨어서 지나가는 여학생 강간을 모의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줬었다. 결국 실행은 하지 못했다고 얼버무렸지만 그런 시도를 했었다는 것 자체가 엄청 충격을 주었다. 그딴 새끼도 어디서 새끼 낳고 잘 살고 있겠지. 공부 잘하고 머리 좋아도 인성 글러 먹은 말종은 어디나 존재한다. 덕분에 쓰레기 감별은 제대로 배운 것 같다.

-어느 교수(아직 테뉴어는 받지 못한)가 메일을 보내왔다. 수업 중 성폭력 가해를 했다고 학생들에게 지목 받았는데 그에 대한 탄원?해명?의견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상담 관련 수업인데 나 역시 상담 사례에서 성매매하던 청소년 J양에 관해 내가 긍정적으로 언급하자 교수가 ˝(J양에 대해)부러워하는 것 같애˝라고 해서 황당해하며 항의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자보에 지적된 내용과 내가 겪은 일에 관해 그런 부분은 학생들에게 불쾌감 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바로 사과하라고 답을 했다.
이전에 교수가 조교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 크게 알려진 이후라 그런지, 그저 운이 좋아 그랬는지 몰라도 대부분 교수나 강사들은 말을 조심해서 했다. 그래도 습관처럼 밴 남성 이성애자 중심 언어습관은 가르치는 이들의 입에서 쉽게 튀어나와서 종종 빡치곤 했다. 문화인류학 수업 진행하던 교수가 자꾸 여성 배우자를 ‘마누라’라고 지칭하고, 남자와 남자가 함께 사는 상황에 관해 이상하다, 동성연애냐, 하는 말을 해서 메일로 해당 내용을 보냈더니 잘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내용의 짧은 답을 보내오기도 했다. (다행히 학점 보복 같은 건 없었다.ㅋㅋㅋ)

공부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가는 곳이 대학일텐데, 거기 모인 모든 사람이, 우리보다 더 살았던 사람조차 다 올바르게 처신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더구나 학생들끼리는 더 그랬다. 술도 팔아주고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고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는 어른 취급 해줬지만 겨우 만 십팔 세부터 이십 몇 세까지 모인 우리들은 너무 어리고 몰랐다. 뭐가 옳은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알려주는 언니오빠들조차 고만고만 어렸고, 우리끼리 뭐가 옳은지 끝없이 묻고 답하고 공부하고 싸우고 울고 다치고 화해하고 멀어지고 해야 했다. 많은 연애가 사랑과 폭력의 경계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했다.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 않고 무난무난하게 자랐다면 더 좋았었겠는데. 아무튼 그 시기를 지나 지금은 이런 어른이 되었다.


8장 어려운 여자라는 신화

페미니즘이 공론화 된 뒤의 명암에 관해 가장 직접적이고 뼈 때리게 그린 장이었다. 여성이라고 모두 옳을 수 없고, 모든 페미니즘이 그 이즘 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고, 정말 열심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기여한 바나 노력한 바에 비해 더 큰 명성과 소득을 얻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 아팠다. 여성을 혐오하고 비하하든, 치켜세우고 시대의 아이콘으로 받들든, 자기들이 보고 싶은 틀대로 그때그때의 입맛대로 끼워맞추는 일에 대해 경계하는 점이 좋았다. 같은 행동이고 같은 여성인데 누군가의 의도대로 추앙받다 패대기쳤다 하는 건 대중매체나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에서 끝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여기서도 엘리자베스 워첼의 비치가 나와서 반가웠다. 아, 그리고 유명인사의 언동을 추앙하는 것의 함정, 결코 훨씬 많은 알려지지 않은 여성을 대변할 수 없는 다른 입지와 상황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좋았다. 각자 선 자리가 다르고 계층 계급 인종 지역 언어 기혼 미혼 성적지향 종교 직업 지위 등등에서 여성들은 각기 다른 조건과 대우에 처한다. 자신이 놓인 자리가 아닌 다른 곳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적어도 나와 다른 위치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비난하느라 에너지를 써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픈 걸 다독이기만 한대도 우리 가진 시간과 힘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중요한데다 힘을 씁시다.


9장 결혼, 나는 당신이 두려워요

지아처럼 나 또한 결혼식 같은 의례를 좋아하지 않았다. 임신이 먼저였고, 혼인신고와 전세자금대출신청을 동시에 했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결혼식은 내 인생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가 여섯 살 되었을 때 시어머니가 리마인드 웨딩 무료촬영권, 이란 걸 어디서 얻어다 내밀 때 알았다. 결국 한 번은 치러야 더는 듣지 않을 말들이 있다는 것, 의식은 우리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때부터 다섯 달 간 준비했다. 목표는 규모도 비용도 최소한으로. 마침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식장 대관을 해 주는 걸 알고 아침 일찍 광클해서 일단 장소부터 잡았다.(대관비가 무려 육만원!!!) 예식 후 피로연은 도서관 직원들 급식제공하는 업체에서 저렴하게 뷔페식으로 공급해주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웨딩홀이 아니다보니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 다 알아서 해야했다. 인터넷 쇼핑으로 자잘한 것들 주문했다. 웨딩드레스조차 사이즈 재서 알려주면 만들어 택배로 보내주는 사이트에 주문해서 삼십만원대에 해결했다 ㅋㅋㅋ 메이크업도 동네에 오피스텔에서 해주는 야매 (그렇지만 프라이빗 샵이라고 우기지 ㅋㅋ) 같은 곳에서 저렴하게 했다. 부케는 조화랑 리본 사다 직접 만들었다. 주례는 필요 없고, 내 아이가 나레이션을 해 준 신랑 신부 소개 영상을 틀고, 아이와 아이의 사촌이 들러리로 입장했다. 밴드에서 건반 치는 친한 언니가 피아노 반주해줬고, 먼저 입장한 신랑이 기타 치고 신부 입장하면서 ‘너의 의미’를 불렀다. 혼인서약 할 때는 ‘일상으로의 초대’를 부르고, 가수가 된 친구가 자기 동생 결혼식에서 부른 ‘축의금’이라는 노래를 재사용(?)해 축가를 불러주었다. 사진 촬영은 박물관에서 유물 촬영 일하던 친구가 해줬다. 그렇게 친구들 도움 얻어 하객 백명 조금 넘게 모시고 파티 하듯 마쳤다. 뭐 당연히 결혼반지도 웨딩케익도 없었다. 화려하지 않고 준비는 힘들었지만 스스로 다 하고 돈 낭비도 허투루하지 않아서 내내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뭐 안 했어도 상관 없었겠지만 그냥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우리가 한 것처럼 작정하고 다 알아서 준비한다, 하지 않는 이상 남들 하는대로 웨딩 업체와 웨딩홀에 맡기고 스드메 각종 촬영 등등을 업체에 계약하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런 비용을 조금이라도 회수하려면 하객이 많아야 하고, 그래서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나 부부와는 일면식도 없는 부모의 지인들까지 초대해서 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잘 모르겠다.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계속 날짜 미루며 고생하는 예비 부부들 보면 안타깝기도 했다. 굳이 남들에게 널리 알리지 않아도 같이 사는 건 가족이 되는 건 변함 없는 일인데 본말이 바뀐 느낌이다. 그냥 형식 때문에 정작 중요한 사람과 마음과 관계가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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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25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지막 엔딩은 감동의 결혼식 친구들도 진짜 멋지고 아이와 함께 자그만한 축제, 콘서트로 이루워진 결혼식, 열반인님 이페이퍼 시즌 2를 원해요 ^0^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34   좋아요 2 | URL
저 늘 리뷰만 쓰다 페이퍼 쓰니까 메인 올라가는 거 보고 엄청 쫄았어요 ㅋㅋ페이퍼 형식이면 저기 보내는 구나 하고 ㅋㅋ 너무 많이 털어서 시즌2 채울 내용은 없지 않을까요 ㅠㅠ꾸준히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트릭미러(?) 보다는 원작이 더 재밌을 거에요 그걸 시즌2 삼아 보시면 아류였네 열반이...하실 듯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2-26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이 가네요. 보관함에 일단 넣고 조만간 봐야겠어요. 여기서 조만간이란 일단 쌓인 책들 좀 읽고요. ㅎㅎ 마지막 엔딩에 좋아요를 보냅니다. 감동적이에요. 저는 귀찮아서 그냥 웨딩업체에 다 맡겼거든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36   좋아요 0 | URL
판매 성공이네요 ㅋㅋㅋ 딱 지금 고민해야 할 지점 많이 짚어둬서 읽으면 건질 거리 하나는 있을 책이었어요. 저는 다시 하라면 귀찮아서 식 자체를 안 할 거 같아요 ㅋㅋ

psyche 2021-02-26 02: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결혼식 장면. 감동적이에요! 아이의 나레이션, 신랑이 기타치고 신부가 노래하고, 혼인서약을 노래로!! 축제같고 파티 같은 멋진 결혼식이네요. 참석했던 사람들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38   좋아요 1 | URL
적은 사람 모여서 웃으면서 구경 잘 했다 하는 분위기라 좋았어요 ㅎㅎ노래가 들어줄만했냐 아니냐는 별개로ㅋㅋㅋ(아이유 노래는 걸어들어가면서 부르다 가사 다 틀림 ㅋㅋㅋ야 넌 아이유 아니야 하는 깊은 교훈만 ㅋ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로 2021-02-26 0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댓글 페이퍼처럼 기일~~~~~~게 썼다가 다 날라가서,,, 지쳤어요.ㅠㅠ 포기.ㅠ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40   좋아요 1 | URL
ㅠㅠ지치지 말고 푹 쉬고 나중에 힘 나실 때 같이 재잘재잘해요. 이 결혼식이 바로 피아노 반주로 신랑 입장 때 언더프레셔, 어머니들께 인사할 때 보헤미안랩소디, 퇴장할 때 뷰리풀 원즈 깔던 그것이에요 ㅋㅋㅋ(식은 이제 인생에 한 번으로 끝끝 ㅋㅋㅋ)

라로 2021-02-26 08:05   좋아요 1 | URL
그럴거라고 생각했어요. ㅎㅎㅎㅎ 암튼, 일하고 와서 긴 댓글 달았다가 날라가서 포기했지만, 핵심은 지금 이렇게 멋진 어른이 되어 주셔서 고맙다는 거에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8:48   좋아요 0 | URL
저도 멋진 어른이 긴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ㅎㅎ

2021-02-26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21-02-26 09:43   좋아요 1 | URL
열반님의 후기만으로 본전 충분히 뽑았구요! 금희작가님 라이브는 보너스겠죠!ㅎ 좋은 글 항상 감사요!

2021-02-26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02-26 0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죽 연재해주신 열반님의 여러주제에 관한 글 잘 읽었어요^^
열반님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제가 느끼는 열반님은 참 강하고(좋은 의미), 흔들림없이 세상을 잘 살아가시는 분 같아요. 아니라고 말씀 하실것 같지만~~
마지막 글도 좋네요^^
감동이예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9:55   좋아요 2 | URL
글에는 과장도 생략도 많아 제가 얼마나 온전히 담겼는지 자신있게 말씀을 못 드려 죄송한 마음이... ㅎㅎ있지만 좋아해주시고 좋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하나 2021-02-26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대학시절에 비하면 어떤 의제들에 대해서는 세상이 많이 바뀌기도 한 거 같고요. 많은 연애가 사랑과 폭력 사이를 오갔다는 말씀에도 공감합니다. 예전에 어떤 지역에서 있었던 학생들의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친구들이 근데 여자애는 거기 왜 갔대? 라고 말했을 때 암담한 심정이 되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시간이 많이 지났고, 우리 모두에게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으니까 지금은 조금이라도 달라졌기를 바라고 있고요.

마지막의 열반인님의 결혼식 장면도 엄청엄청 멋지고요. (역시 중요한 게 뭔지 알고, 컨텐츠가 많은 사람 ㅋㅋㅋ) 저는 정한수 한 그릇 떠놓고 잘 삽시다, 하는게 유일한 로망인데 ㅋㅋㅋㅋㅋㅋ

저는 ˝인싸 망해도 3년 간다˝ 주간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가 그냥 말씀드린 ˝~~한 걸 해보고 싶어요.˝가 그동안 만난 저보다 더 무서운 적극성을 가진 사람들이 계획을 실제로 옮길 수 있는 방법 오조오억개를 컨설팅해주어서 잠시 진정하는 시간을 갖고 왔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왜 나를 위한 사업계획서는 한 번도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요. 내가 변하든 세상이 변하든 뭐라도 변하긴 하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26 11:24   좋아요 1 | URL
바삐 다녀오셨군요 ㅎㅎㅎ 바뀐 건 다행인데 지아 톨렌티노가 바뀌었다고 흐뭇해하다 어느 순간 하나도 안 바뀌었어! 하고 충격 받는 장면 오는 거 보고 저도 저런 감정 마주치는 날 올까 봐 두렵더라구요...적어도 입다물고 묻어두자 하는 건 안 하는 걸로... 타격을 못 주더라도 나쁜 짓한 사람한테는 귀찮게 굴기라도 하는 걸로 ㅋㅋㅋ마음을 다잡습니다.
정한수 좋네요 ㅋㅋㅋ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제가 세상에 졌습니다 ㅋㅋㅋ지는 김에 도서관 결혼식(캐리 브래드쇼냐) 정도면 타협 되겠다 싶어 질렀는데 정작 그 도서관 책은 한 번 빌리지도 못한 ㅋㅋㅋㅋㅋ

파이버 2021-02-27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짝짝! 결혼식 이야기 감동이에요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먼 훗날 만약 하게 된다면 열반인님처럼 하고 싶네요ㅎㅎㅎ 초대받은 하객들께도 좋은 시간이었을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7 17:20   좋아요 1 | URL
축하해주셔서,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다 읽고 나니(그리고 다 치르고? 나니) 홀가분한 느낌은 있습니다. 다만 읽기도 의식도 본인 선택대로 하고 왠지 남들도 하니 해야할 거 같아서 떠밀리는 경우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ㅎㅎㅎ먼 훗날 만약 있을 그 좋은 시간 미리 응원합니다!!!

Yeagene 2021-02-27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열반인님 드디어 다 읽으셨군요!
그동안 책과 함께 진행되는 열반인님의 이야기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끝난다니 살짝 서운하지만 열반인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니까요..ㅎㅎㅎ
열반인님은 본인의 역사 내지 경험담을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그게 열반인님의 매력같기도 하고요..
이런 일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시는구나,하고 감탄한 적도 있네요.본인의 일을 너무 미화해서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거든요.
마지막 결혼식까지 정말 훌륭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해주신 느낌입니다.앞으로의 열반인님 얘기도 기대할게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7 21:46   좋아요 1 | URL
담담하게 전달되는 느낌은 뭘까 궁금해요 ㅎㅎㅎ그냥 말하는 건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내 지난 시간이 받아들여지는 걸까 잘 모르겠더라구요. 부족한 제 이야기 계속 지켜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 풀어놓을 것 있으면 열심히 해 볼게요 ㅎㅎㅎ예진님도 예진님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ㅎㅎㅎㅎ

syo 2021-02-27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너무 훈훈해서 댓글 읽다가 데겠다!! 😆

반유행열반인 2021-02-28 07:23   좋아요 0 | URL
화상주의 ㅎㅎㅎ

2021-03-07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8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8-07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에 이런 시리즈 독후감이 나올 수 있다니....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 이 책보다 유열님 독후감이 더 좋네요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7 12:19   좋아요 1 | URL
미래에서 오셔서 제 야식작(야심작이라 하면 왠지 겸손하지 않아) 독후감 친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책 별 다섯 줄 정도는 아닌데 두꺼운 거 읽고 주절이 많이 싸재껴서 과대평가함 ㅋㅋㅋㅋ 은오님 백자평도 아주 많이 공감합니다 ㅋㅋㅋㅋ

은오 2023-08-08 04:22   좋아요 1 | URL
야식작 ㅋㅋㅋㅋㅋㅋ 아니그래도 야심작이랑 야식작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