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 남성문화에 대한 고백, 페미니즘을 향한 연대
박정훈 지음 / 내인생의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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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박정훈.

소년들의 패거리 문화는 여전히 공고하고, 남자 중학생들은 유튜브에서 자기들보다 몇 살 더 많은 형들이 설파하는 여성혐오적 발언과 백래시를 따라하고, 남자라서 억울한 점을 계속 호소한다. 사실은 젠더나 성별 문제가 아닌 이슈조차 자꾸만 여자만, 남자만, 하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정도를 더해 여자 교사에게 사귀실래요, 쌤 아헤가오가 뭐에요, 저새끼 히토미해요 일베해요 엔번방이에요, 온갖 개소리로 떠보거나 일부러 들으라는 듯 남자인 다른 아이에게 씨발년아, 씹새끼야, 하고 욕을 한다. 우루루 몰려들어 교사를 둘러싸고 갑자기 00이 팬티 빨간색, 박수! 하더니 수십명이 한참 시끄럽게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여성의 전화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러 온 강사의 강의를 보며 저 사람 페미예요, 하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학부모는 교육 내용의 오류를 꼬투리잡고 남초 사이트에 불만글을 올려 교육청에 민원 넣어라, 국민 청원 올려라, 하는 호응을 받으며 시키는대로 한다.

이미 글러처먹은 놈들이라고 손을 놓아버리기에는 미래가 암담하다. 그놈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갈 딸들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남성 페미니스트의 대응 전략이 궁금했다. 그래서 빌렸다.

다그치고 비난하기 보다 가부장제 남성중심 문화, 남성성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남성 자신이 겪는 손해와 고통을 살살 달래가며 설명해서 납득시키라는 걸로 들렸다. 이 책 또한 그런 의도로 쓰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서인 우리가 죄인 맞아, 기득권 맞아, 닥치고 부끄러운 줄 알고 반성하자. 안 그러면 삶이 더 후져질 테니. 하는 양심의 목소리 쯤 되었다.

맞는 말 같지만 또 설득과 납득이 좋은 전략이 되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현 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으로 인한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다면, 뭐 조금의 부끄러움 쯤이야 안면몰수 쌩까고 절대 세상이 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끝없이 반격하고 여성운동의 싹을 자르겠다,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나는 사람의 선함을 깊이 믿지 않아.

내 가까이에는 좋은 남자도 많지만, 쓰레기 같은 남자도 많아서, 같이 살아가긴 해야 하는데, 부당한 언행에 대해 악다구니 쓸만큼은 자랐지만 저 여학생이 속옷을 안 입고 다니는 것 같은데 잘 좀 지도해보세요, 하는 중년 남자 선생한테 머릿속에 길게 떠오른 말로 응대하기란 쉽지도 않고 씨알머리나 먹힐까 싶게 아이고 의미없다 싶기도 하고, 하여간에 이 책도 여성 입장에서는 이런 목소리 내주는 남성들이 더 많아진다면 반갑겠고 그래 계속 반성하고 나쁜놈들한테 그건 아니라고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분위기가 달라질까 싶지만 누군가 앞선 백자평에서 말했듯 결국 이 책 읽는 건 대부분이 여자들일 것이고 남자들은 제목만 보고도 발끈하며 불쏘시개로 쓰고 싶어할 것 같아 그저 슬프다. 사이다 말고 소화제가 필요한데 불을 끌 소화기도 필요하고 마냥 두드려 패는 전략이 분열과 갈등과 악감정을 낳는 상황이 또 마냥 답답하고 그러니까 조금 더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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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10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 부터 솔깃한데요?!! 지상파 방송에서도 일부 패널들 여혐을 은근 드러내기도 하니 말이죠.
반대 경우도 점점 강도가 세지는 느낌이예요. 무슨 브렌드 광고에 ㅇㅇ상징이 들어갔다느니..쩝
결론은 저도 자꾸 읽고 알아가자 입니다. (부릅)🤨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1:37   좋아요 2 | URL
네 어떤 방식이든 차별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먹힐 만한 말들을 행동들을 (그리고 같이 당하는 입장에서도 오히려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해 봐야겠습니다.

Yeagene 2021-06-10 2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의해요..이런 글 읽고 관심 기울이는 건 거의 여자들일 겁니다.몇명의 남자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요..조금 말만 하면 무조건 꼴페미로 몰아가니..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1:39   좋아요 3 | URL
남자들 중에도 관심 가지는 사람이 차츰 많아지면 좋겠고 아직 잘못을 고치고 문제점을 받아들일 만한 어린 세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같이 잘 살자 하는 건데 헤게모니 다툼이나 제로섬게임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싶네요.

dollC 2021-06-11 15: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 책 읽는 건 여자들‘이라는 말에 공감도 가고 씁쓸해지네요. 공부하고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까지 왜 여성의 몫으로 미루는 건지 답답할 때도 많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6:37   좋아요 2 | URL
이해하려고 귀기울여주고 설득해볼 기회라도 주는 남자라면 그나마 개선 가능성이 있을 테고 나머지는 갖다버려야 되나 ㅋㅋㅋ싶습니다.

공쟝쟝 2021-06-13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학교 ㅠㅠ 혼돈의 카오스 ㅠㅠㅠ 진짜 ㅠㅠ 반쌤 계신곳에서 열공해서 조금이라도… ㅠㅠㅠㅠ 중요합니다 정말….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3   좋아요 1 | URL
출근 하기 싫어유.....

syo 2021-06-17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 🐦끼들......

반유행열반인 2021-06-17 21:25   좋아요 0 | URL
요새끼들…
 

북플이 걸음수도 세어주고 같은 책 읽은 이웃도 알려주고 커뮤니티 기능이 좋지만, 누적 기록은 좀 약한 느낌이었다. 나도 책 표지 썸네일 가득한 이미지 뽑아 보고 싶다고…
유료앱이 대부분인데 캐릭터 결제 기능이 있지만 돈 안 내도 책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북적북적이란 앱을 발견했다. 읽은 책을 두께가 보이게 쌓아줘서 뭔가 신났다. 아이패드가 30센티미터 쌓으면 나오는 캐릭터인데 인앱결제 안 했더니 80센티 넘는데 여전히 안 바뀜ㅋㅋㅋ
종이책이랑 전자책 섞어 읽어서 읽은 책의 두께 부피 막연하고 궁금한 분들은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아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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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8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저도 이거 쓰고 있는데 반갑네요^^ 저는 21년 162cm인데 아이패드 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8 22:10   좋아요 3 | URL
제 두 배 두께나 읽으셨다니 대단하네요 ㅎㅎㅎ제가 늦게 깔고서 뒷북 치는 걸지도 ㅋㅋㅋ이미 이웃님들 다 막 쓰고 계시고? ㅋㅋ

독서괭 2021-06-08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산책”이라는 무료어플 쓰는데 이건 책장에 책 꽂혀 있는 모양새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더라구요. 두께도 반영이 되는데 소개하신 앱만큼 섬세하진 않은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9 07:07   좋아요 2 | URL
우와 말씀하신 앱은 기능이 더 어마어마하네요. 개발자가 사용자한테 피드백 받고 답변도 잘 해주시고 진짜 책 사랑하는 분이 만든 앱 같아요. 소개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파이버 2021-06-09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두께로 확인하면 더 뿌듯하실거 같아요 ‘안나카레니나‘는 역시 한두께하네요! ㄷㄷㄷ

반유행열반인 2021-06-09 13:45   좋아요 2 | URL
저도 두께로 보고 겁냈는데 막상 도전해보니 두꺼운 것보다 읽을 만 했어요 ㅎㅎㅎ

Yeagene 2021-06-09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열반인님 이렇게 보니까 정말 많이 읽고 꾸준히 기록하셨네요.안나 카레니나와 채털리 부인이 눈에 띄게 두껍군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9 22:08   좋아요 4 | URL
두꺼워도 소설 두꺼운 건 페이지 잘 넘어가는 거 같아요 ㅋㅋㅋ결국 위에 이웃님이 권해주신 산책도 깔아서 책 찍는데 책장 세 칸만 찍어도 백권 넘네요 ㅋㅋㅋ우리집엔 그런 칸이 백개쯤 있는데 ㅋㅋㅋ큰일이다…

붕붕툐툐 2021-06-09 2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곧 하늘에 닿는 거 맞죠? 우주에서 만나요, 우리라고 할랬지만, 전 땅에서 손 흔들어 드릴게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10 07:03   좋아요 0 | URL
올해 안에는 제 키쯤 하겠죠 ㅎㅎㅎ우주유영 중인 툐툐님 ㅋㅋ

syo 2021-06-17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거 잘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

반유행열반인 2021-06-17 21:25   좋아요 0 | URL
차곡차곡 쌓아요. 쇼님 책 키가 궁금하네요. 올해는 한…500미터??
 
[eBook] 나의 주식투자생존기 - 주식 투자 10년간 천국과 지옥을 오간 썰
김근형 지음 / 갈라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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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6 김근형.

브로콜리너마저-속물들

https://youtu.be/V-WdnnrukRc

거의 사십 년 살면서 주식이나 펀드를 구입해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해 본 재테크(?)라면 온갖 대출을 열심히 갚는 것.
요즘은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도 자산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온갖 정치와 이념이 투쟁하는 장이다. 노동 인권 들어갔으니 기업가정신과 혁신 넣어달라 했을 사용자단체, 금융 교육 중요하다고 투자 부문 넣어달라 했을 유관단체, 따지고 보면 사회 생활에 필요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애들 배울 시간도 교과서도 한정되어 있고 이거 넣고 저거 빼고 난리가 아닌 것이다…그러다가 인성교육도 넣고, 학교폭력예방도 넣고, 21세기 핵심역량도 넣고… 갈수록 교육이 그 모든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저 슬로건 뿐 아닐까 싶은 불신자의 마음…
하여간에 중학생도 주식을 사네 마네 하는데 나는 거기에 대해 하나도 모르잖아? 투자는 내 일이 아니고 쳐다도 안 보겠다 다짐하며 살았지만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아야 꼬맹이들이 물어보면 어버버 안 하고 대답하지 싶어서 책 두 권을 빌렸다. 하나는 네이버 금융만 잘 뒤져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는 스테디셀러 투자 입문서였고, 하나는 이 책이었다.
책 속 주인공은 이십대 부터 엄마 돈 몇천만원 가지고 겁없이 주식 거래를 시작한다. 왠 듣보잡 기업 주식을 샀다가 상장폐지 당하고, 대기업이라고 몰빵 했다가 여러번 큰 손실을 보고, 중간에 이런저런 아르바이트 하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따서 개업도 하고, 그렇게 십여년 허비하다가 아, 잃지 말자 내 돈, 잊지 말자 분산 투자, 하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 수익을 냈습니다. 하는 이야기였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남이 뻘짓하고 망하는 거 보면서 이새끼야 좀 하지 말라고, 정신차려, 하는 게 은근 재미있다. 나새끼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러면서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인간 아니던가. 당분간 직접 주식 투자를 할 일은 없지만 관심도 없던 경제, 증권 기사를 한 번씩 훑어보게 되었다. 뭔말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마어마한 돈이 굴러다니고 자본을 바탕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또 어디서는 그 자본에 콩콩 빻이며 누군가 노동력을 갈아만든 편리함을 내가 누리며 산다. 그리고 또 어찌저찌 내 주머니에 월급이 꽂히고 또 스리슬쩍 빠져나간다. 로또 사는 심정으로 코인이나 주식에 내 몸과 마음을 갈아 짜낸 소중한 돈을 생각 없이 멍청하게 들이 붓지 말아야지. 그런데 예금 이자는 0.75퍼센트라니 하아… 온갖 수익률을 다 따져도 결국 내 몸 건강해서 연봉 얼마얼마 받고 직장 다니는 게 제일 남는 일이다. 그리고 어디서 얼마를 추가로 불리느니 당장 사고 싶은 거 참고 돈 아끼면 그게 또 남는 거 같다. 하루에도 무한하게 진동하는 그래프 보면서 불안과 공포에 짓눌려 사는 게 사는 건가. 읽고 쓸 시간도 다 빼앗기겠지. 와 나 새끼 이렇게 필사적으로 안 해!!!하는 거 보니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ㅋㅋㅋㅋㅋ 이렇게 망하는 이야기부터 읽어 놓고도 빌려 놓은 주식투자 실천가이드북 완독하겠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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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6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새 주식 안하는 사람 없는거 같더라구요 ㅋ 알긴 알아야 할거 같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직 실천은 안하고 있네요 ㅜㅜ <속물들 > 뮤비 첨보는데 너무 웃기네요. 덕분에 간만에 이앨범 듣습니다. 이 앨범 너무 좋아요 ^^

반유행열반인 2021-06-07 06:49   좋아요 2 | URL
네 바이러스 이전에 나온 앨범이라 라이브 공연도 신나게 갔었는데 그리운 시절이 되어버렸네요 ㅋㅋㅋ

2021-06-13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4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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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데비 텅.

아깝다. ㅋㅋㅋㅋ 여러분의 시간과 돈을 아껴 드립니다.
나도 MBTI에서 INFJ(몇 년 전에는 INTJ나오던 게 바뀌었다…ㅋㅋㅋ)가 나와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불안하고 불편한 부분은 비슷한데 이상하게 허둥지둥하는 인물에게 공감이 안 갔다. 그리고 그렇게나 남을 의식하고 주변 시선 신경쓰는 사람이 이런 그림체와 이런 스토리 진행과 기획과 구성으로 별 걱정 안 하고 (걱정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낸 게 놀랍다. 물론 깊이 공감이 가고 재미있게 보는 독자도…있겠죠. 있으시군요. 죄송합니다. ㅋㅋㅋ오랜만에 악성 독후가미스트 출동!!! 내 시간 내 놔!!!(안 사 봤지만 안 다행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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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6-06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솔직한 리뷰 완전 좋습니다.저는 읽은 책이나 영화가 별로여도 생각보다
시원하게 까질(?) 못 하겠더라고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6 16:25   좋아요 1 | URL
읽다가 그만두려다 우씨 다 읽고 깔 거야! 하면서 보는 멍청한 경우가 많습니다 ㅋㅋㅋ 저거 위에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 만 봐도 음 정말 남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해??? 하면서 생각보다 자아상이 건강한 친구네(그런데 만화가 재미없구나) 하고 맘 놓고 까기로 했어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1-06-13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intj .. 돌아와 f여ㅋㅋㅋㅋ 나 intj 나밖에 못봄…. ㅜㅜ 만나고 싶다 인트제…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2   좋아요 0 | URL
intj둘이 있음 잘 지낼지 서로 보기 싫다고 싸울지 궁금합니다 ㅋㅋㅋ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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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김금희.

작년 이맘쯤엔 문화센터에서 소설쓰기 강좌를 머리털 나고 처음 수강해 보았다. 첫 시간에는 선생님이 수강생들에게 좋아하는 작가를 물었는데 나는 밀란 쿤데라, 그리고 김금희요, 해서 전혀 다른 작가들을 좋아하는 군요,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 나는 된장국에 모짜렐라 치즈 넣어 먹는 짓 같은 걸 잘한다.
내 안에서 밀란 쿤데라와 김금희는 어떤 화학작용을 하며 뒤섞이고 있을까. 읽었다는 사실만 남았을 뿐 이미 한 톨도 남지 않고 몸 밖으로 다 배출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밀란 쿤데라는 아직 철도 안 난 십대 후반부터 멋도 모르고 좋아하다가 이제 철이 들 쯤 되니 에잇 빻은 할배야 너 노벨상 안 준대니까 그냥 편히 쉬어라, 하면서도 그래도 잘 쓰지 하면서 여태 찾아보는 중이다. 김금희는 읽은 지 겨우 2년 쯤 되었는데 그 사이 나온 책은 다 읽어 버렸다. 나의 한국문학 최애 작가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꼽을 작가가 하나 있어 행복합니다. 헤헤헤.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내내 읽다 보면 왠지 그 작가들의 소설이 넘어야 할, 그러나 넘을 수 없을 산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나는 아마 이번 생에는 이 글 속눈썹 만큼도 못 쓸 거야. 이제는 봉우리 넘을 생각보다는 산허리 둘레길을 둘러둘러 천천히 걷기만 해도 마냥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마에 땀이 배면 걸음을 늦추고, 산길 옆에 핀 쪼끄만 꽃도 보고, 계곡물 쫄쫄 내려오는 것도 보고, 같이 걸을 사람이 있다면 야, 여기 정말 대단하지. 그치 대단해. 네가 더 대단해. 그렇게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마냥 걷듯이 읽고 독후감이나 써도 행복하지 싶네요.

먼저 읽은 이웃님이 작가님이 꽂힌 단어를 언급한 게 기억나서 나도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았다. 내가 찾은 희부윰은 세 개. 앗 하나 더 네 개.
단어의 기본형이 궁금해 검색해 보니 2007년 국립국어원은 단호하게 말한다.
-‘희부윰’은 잘못된 형태이며 제시하신 문장을 보니 그 사용도 바르지 않습니다. ‘희부옇게 날이 밝았다.’ 정도로 쓰시기 바랍니다.
꺼져 버려, 냉혈 인간,(116) 국립국어원 놈들. 말이야 만들고 쓰면 있는 거지 뭐. 막상 써 먹으려니 어따가 쓸지 감이 안 오네. 희부윰한 내 머릿속…

+밑줄 긋기
-그가 유키코에게서 마음이 정확히 왜, 어떻게 떠났는지는 끝내 다 설명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눈오는 풍경처럼 온통 환하고 완벽한, 압도적인 충일함에서 시작하지만 일단 지워지기 시작하면 또 눈이 녹는 것처럼 불규칙하게 얼룩이 연쇄되며 진행되니까. (108, ‘마지막 이기성’ 중)

-리애씨는 학생운동의 전통이 있는 독서회에서 활동했는데, 그곳의 여자 선배들이 얼마나 투철한 신념과 의식을 지녔든 간에 결혼 후에는 대개 비슷비슷한 불행에 빠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상한 얘기지만 남편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란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과 학생회장이었던 선배가 남편의 폭력을 피해 리애씨 집에서 자고 간 다음 날, 혁명의 날이 오더라도 거기에 여자들의 자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는 노동자보다도, 노예보다도, 제3세계 식민지인들보다도 더 늦게, 어쩌면 영영 해방되지 못하겠구나. (203, ‘기괴의 탄생’ 중)

-가는 길에는 말 그대로 인파를 연속해서 맞았다. 섬에서 그곳이 파도에 파도를 더하는, 그만큼 물살이 센 바다라 죽은 사람도 많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것이 내게 해당하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는데, 지하도를 걸으며 사람들로 만들어진 파고가 이렇게 끊임없이 내게 왔다가 무심하게 통과해 뒤편으로 사라지는구나 싶자 나의 어떤 것이 위태롭게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자꾸만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와서도 나를 식별하지 않은 채 그냥 지나가는, 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때문에 내가. (251-252, ‘깊이와 기울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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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03 21: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버지도 된장찌게에 버터를 넣어 끓이곤 하셨는데 기가막혔습니다~♡ 저도 읽어볼래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3 21:51   좋아요 5 | URL
김금희는 감히 옳습니다 ㅋㅋ다들 좋아하는 건 아닌 거 같지만 아니 어째서 왜 하는 저입니다 ㅋㅋ찌개에 마가린 넣던 아빠는 기억이 나는데 ㅋㅋㅋ

scott 2021-06-04 00:33   좋아요 3 | URL
전 큰아빠집에서 토마토 넣은 된장찌개 먹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데 ㅎㅎㅎ
열반인님이 이리 좋아하시는 금희 작가님의 인그램까정 ㅎㅎㅎ
한낮의 연애 보다 이책 부터 읽어야 할까여??

반유행열반인 2021-06-04 07:05   좋아요 3 | URL
그런데 너무 한낮의 연애도 좋아요 ㅋㅋㅋ그게 처음 본 소설집인데 그냥 마음 가는대로 읽으심이 ㅋㅋㅋ이번 책은 막 봉우리 몇 개 넘은 사람이 쓰면 이리도 덤덤하구나 싶더라구요.

Yeagene 2021-06-03 2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금희는 찾아 읽습니다 ㅎㅎ
일부러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가인 것 같아요..이 책도 나중에 읽어볼려구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3 22:07   좋아요 5 | URL
네 저는 정말 좋아하게 된 작가라 눈팅만 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작가님 원고 쓰시는 나날들 몰래 훔쳐보고 오곤 했습니다. 이 책에 거기서 한 줄 씩 보여주던 소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좋더라구요.

새파랑 2021-06-03 22: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 못읽었네요 ㅋ 저도 가끔씩 김금희 작가님 인스타 들어가서 보는데 재미있더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4 07:05   좋아요 3 | URL
네 식물도 열심히 키우시고 역시 저리도 꾸준하고 끈질기게 써야 내가 읽는구나 해요. ㅎㅎ

붕붕툐툐 2021-06-03 23: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금희 작가님 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혹시 입문으로 추천해주실 작품이 있을까용? 아님 그냥 이 책 읽을까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4 07:10   좋아요 3 | URL
예전에 알라딘에서 김금희 vs 최은영 하고 장난삼아 vs로 이웃님들 취향 확인한 적 있는데요. 젊은 작가상 연도별 시리즈에서 김금희 대상탄 너무 한낮의 연애 하나 최은영 쇼코의 미소 하나 골라보면 음 난...둘다 좋다 할 수도 있겠군요 ㅋㅋㅋ판독 실패 ㅋㅋ 이 소설집도 좋아요 소설이 입문이 따로 있지 않쥬 그냥 마음 가면 같이 읽으셔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1-06-04 0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된장국, 모짜렐라 치즈
경지에 이르면 그 조합으로도 최고의 식탁을 차려낼 수 있는 거잖아요. 열반인님 멋지세요.
전 질문 받으면, 딱히 대답을 못하겠다는 걸, 열반인님 페이퍼 읽으며 알았어요.
외국 작가는 바로 나오는데, 한국 작가 이름이 바로 안 나오는구나...이거이거^^;;;;;;

반유행열반인 2021-06-04 07:12   좋아요 3 | URL
식탁은 안 차리고 다들 거부하는 걸 저 혼자 이 맛있는 걸? 하고 먹어요. 여기저기 권유해 보아도 아무도 포섭이 안 되네요..그리고 넣고 끓이기 보다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에 마지막으로 혼자 먹을 거 퍼서 치즈 투척이라 지탄을 받는 편입니다 ㅋㅋㅋㅋ저는 김승옥! 이러다가 이제는 마음 속의 세대 교체 하였어요 ㅋㅋ

syo 2021-06-04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금희누나랑 모짜렐라 치즈 넣은 된장국을 먹으면서 밀란 쿤데라의 노벨상 수상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그러려면 그 자리가 최대한 빨리 마련되어야 할 텐데.... 쿤할배.....

반유행열반인 2021-06-04 15:04   좋아요 0 | URL
금희누나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ㅎㅎㅎㅎ

공쟝쟝 2021-06-13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희언니는 좋겠다~~~ 잘써서~~~~~ 전 금희언니 소설 속 사람들이 좋아요. 엊그제 조중균의 세계 다시 읽었는데 또 좋더라.. 중균찡…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0   좋아요 0 | URL
진짜 잘써서 좋겠다 조중균 이름만 들어도 왜 슬프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