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왕자 - 갱상도 (Gyeongsang-do Dialect)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자, 최현애 역자 / 이팝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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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5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최현애 역.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 사이로 나는 무시로 경상도 사는 혹은 살던 친구들에게 쉬이 반하곤 했다. 딱딱 냉랭한 말투에도 그러다가도 가끔 안부를 물어주면 그게 그렇게 시크해가지고 마음이 홀다닥 쏠려버렸다. 나는 경기도에서 나서 내내 자라다 어른이 되어서는 또 내내 서울에 살아서 내 세상은 그만큼 좁고 언어의 범위도 좁다. 그래서 지방 출신의 친구들을 보면 뭔가 바이링궐을 대하듯 언어의 풍성함이 부럽다. 그리고 수도권 출신들에 비하면 그 친구들은 같은 나라를 살아도 더 넓게 산다는 느낌도 들었다.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 가고 오는 게 거칠 것 없어 보였달까. 나는 여기에서 이 좁은 바닥에서 사람들 벅지글거리는 틈바구니에서 깔짝대며 살고 있는데.
하여간에 그런 배경 탓인지, 별 상관 없을지 모르지만 ‘애린 왕자’ 출간 소식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결국 지름 욕구를 참지 못하고 한 권 사 버렸다. 이것이야 말로 갱상도어의 바이블, 훌륭한 교재 아닌가, 아닌가? 로컬이 아니니 언어 구사의 정확도는 내가 검증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시도를 한다는 거 자체가 언어의 다양성과 풍성함을 고려하면 훌륭하게 느껴졌다. 비슷하게 경상도 언어를 그대로 인용한 책 중에 ’대구 경북의 사회학’도 흥미로웠고, 사 두고 다 보진 않았지만 경상도 산골 할매들 생애구술사 옮겨 적은 ‘할매의 탄생’도 일단 모셔두고 있다. 부모 중에, 조상 중에, 인척 중에도 그 동네에 연고가 없는 걸 아는데도 나는 왜 그쪽 말이 끌리는지 여전히 모를 일이다.

미루고 미루다 펼친 애린 왕자(얼라 왕자 아이가?)는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웃기다 하고 읽었는데 다시 각잡고 읽으니 오히려 구어체가 너무도 생생해서 심금을 울렸다. 경상도 방언을 배우고 싶은 누군가라면 이 책을 열심히 필사해도 좋지 않을까, 어린왕자 마르고 닳도록 들어 질렸다 싶은 누군가라도 새로운 언어 버전으로 읽으면 또 다르게 감동이 다가올 것이다. 내가 그랬거든. 키야. 사람과 사람, (또는 인격화된 사물 또는 동물일 수도,) 존재와 존재가 관계 맺는다는 것에 관해 이렇게 깊게 울리게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던 생텍쥐페리 아저씨는 참 신기한 사람이다. 어두운 밤에 별만 종종 뜬 사이로 비행기를 몰다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투두둑 별처럼 머릿 속에 쏟아져내렸을까. 그 시간들은 아마도 외로웠을 것도 같고 그래서 자꾸만 그렇게 여우라도, 뱀이라도, 꽃이라도, 갑자기 툭 튀어나온 별에서 온 어린애라도 만나고 싶어 상상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와 이어지는 일은 온 우주가 뒤바뀌는 일이고, 그 누군가와 다시 멀어지는 것 또한 큰 슬픔이 뒤따르니, 내게 오는 인연들은 모두 귀하고 감사하고 가볍지 않은 일일테다. 어린왕자와 그가 만난 이들은 뭣이 중헌지 되묻곤 한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게 다는 아닐 것이고 그만큼 중요한 게 뭔지 알기도 잊기도 쉽다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별을 보며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별을 보면 거기 있을 수많은 웅굴(우물)을 떠올릴 수 있는 삶은 축복이겠지. 지나는 풍경에, 날씨에, 사물에, 비, 커피, 가로등, 담벼락 같은 것들에 묻은 얼굴과 이름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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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10억짜리 집 봤니더.”이라면 알아 묵고 “그 집 정말 이뿌겠네”하는 기라.
그라이 여러분들이 “애린 왕자가 있었다는 정거를 대보믄, 가는 정말 멋진 얼라고, 가가 웃었다는 거, 가가 양을 갖고 싶어했다는 거, 누가 양을 갖고 싶다카믄, 그게 사람이 살아 있다는 정거다” 카믄서 같이 말해 보믄, 으른들은 니가 마 얼란갑다카믄서 어깨를 으쓱할낀기라. 근데 “가가 소행성 B612에서 왔다”카믄 으른들이 딱 알아묵고, 질문 같은 거 안 하고 귀찮게 안할끼라. 으른들이 일타. 탓하지는 말그래이.얼라들이 으른들자테 아주 너그러버야 한데이.(20)

-“언젠가 그 아들이 여행을 하모 그게 도움이 될끼라. 가끔 할 일 미룬다고 별일 있드나. 그란데 바오밥나무는 난리날끼다. 나는 게으름뱅이가 사는 별을 아는데, 고마작은 풀띠 세 그루를 내비뒀드이……”
그래가 나는 애린 왕자가 설명한데로 게으름뱅이 별을 기맀지. 나는 도덕 선생 같은 말투는 밸로 안 좋아한데이. 근데 바오밥나무가 위험하다는 걸 사람들이 너무 모리고, 혹시라도 길 잃고 소행성에 드간다 해봐라 음청 위험하겠제. 그래가 한 번 예외를 둘꾸마.
“얼라들아! 바오밥나무 조심해래이!”
내가 이케 요 그림에 공 들이는 기는, 내 친구들이 내문키로 암것도 모리는 위험을 지나가면서 알려줄라 안카나. 마 배운기는 내가 이마이 욕본 값어치가 있었다카능기다. 쪼매 궁금할끼라 와 이 책에 다린 그림들은 바오밥나무 문치로 웅장하게 안그렸냐꼬. 대답은 간딴타. 내는 죽을 똥 살 똥 힘은 줬는데 성공을 모한기라. 근데 바오밥나무를 기릴 때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이 고마 내를 뛰아넘았지.
(24)

-이래가 애린 왕자는 진심이고 뭐고 꽃을 의심하게 됐다카이. 별 것도 아닌 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믄 마 불행해지제.
“문디 가스나…꽃 말을 듣는 게 아니였는데.”
어느 날 가가 내자네 속마음을 털어놓데.
“꽃 말은 들으모 안된데이. 그저 바라보고 향기만 맡으모 되능데,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나게 해줏는데 내가 거서 기쁨을 몬 찾은기라. 발톱 이바구할 때 화 안내고 너그러이 다 받아 줄 수도 있았능데……”
가가 계속 지 속 마음을 이바구하더라.
“내는 마 암것도 몰랐지예! 주끼는 거 말고 행동으로 꽃을 판단해야 했는데, 갸는 내도 향기나게 해주고 내 맘도 환하게 했눈데, 거서 도망치는 기 아니였다카이! 내가 눈치 없그로 어설픈 거짓말 뒤에 숨기 노은 진짜 맘을 몰라준기라. 모순 뭉티, 사랑하기엔 내가 그 때 너무 애렸덩기라…..” (33)

-“그래도 짐승들이 달레들모……”
“나비 볼라모 벌그지 두 세 마리는 참아야겠지예. 나비는 참 아름답제, 야들 아이모 누가 나를 찾아오겠노, 당신은 멀리 가뿌고. 등치 산만한 짐승들이 온다케도 나는 겁 안나예. 내자테 발톱 있으예.”
그라믄서 가는 순진하이 가시 네 개를 비주는 기라. 그라고 이케 덧붙있따.
“그래 꼬물딱대지 마이소, 신경 쓰이그로. 떠나기로 했으모 얼릉 가이소.”
꽃은 우는 모습을 안 비줄라케따카네. 참 이마이 오만한 꽃잉기라.(36)

-그는 절대 군주캉 만유의 왕이라 안카나.
“그라믄 별들이 전하한테 복종하닝교?”
“하모 당근이도다.” 왕이 쿠데. 별들이 바리 복종하느니라. 짐은 대들모 용서 모해주거든.
그만한 권력에 애린 왕자는 놀라 자빠질라 켔다. 내가 만일 그런 권력을 가졌으모 의자를 끌어 댕기든동 말든동 필요도 엄시 하루에 마흔네 번이 아니라 일흔 두 번이라도, 아니 백 번이라도, 아니 이백 번이라도 해넘이를 구경할 낀데. 그러자 나뚜고 온 지 별이 떠올라가 맴이 찢어질라했으므로 용기 내 가 왕한테 은총을 안 빌었긋나.
“해 지는 거 보고 싶은데예. 저를 좀 기쁘게 해 주이소…해 지도록 명령 좀 해달란 말임더……”(38-39)

-“그란데 덧없다카는 기 먼 뜻이냐꼬예?” 한 번 물으모 절대 포기라카는 기는 없는 애린 왕자는 계속 물았지.
“그기는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카는 뜻인데.”
“내 꽃이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꼬요?”
“하모.”
“내 꽃은 덧없는 기네.” 애린 왕자는 생각했데이. “가가 바깥 시상에 지를 보호할 수 있는 기 가시 네 개가 다다 아이가! 내사 그런 꽃을 문디 문치로 혼자 두고 왔다카이!”
이기 가가 처음으로 느낀 후회라카는 감정이었데이. (58)

-“사람들은 어딨노?” 애린 왕자가 한참만에 입을 띠따. “사막은 쪼매 외롭네…..”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여맹크로 외롭데이.” 뱀이 이바구했다.
애린 왕자는 한참 뱀을 바라보디,
“니는 희한한 짐승이네.” 한참만에 가가 주껬다.
“손꾸락먼즈로 쫍실하이……”
“하지만 난 왕 손꾸락보다 힘이 더 세다카이.” 뱀이 켔다. 애린 왕자는 빙긋이 웃으모 말했데이.
“니가 힘이 세다꼬…발도 없으믄서……여행도 몬 하그로……”
“내는 니를 배보더 더 멀리 데려가 줄 수 있능데.” 뱀이 이바구했다.
가는 금팔찌 맹크로 애린 왕지의 발목을 휘감았뿟데이. “누든지 내 승질 건드리모 다 지가 태어난 땅으로 돌아가능기라. 뒤진다꼬.” 가가 다시 이바구했데이.
“그란데 니는 순수하고 또 다른 별에서 왔다카이…..”
애린 왕자는 아무 대꾸도 안 했떼이.
“니를 보이 참 애처러븐기. 이 화강암 뜽거리 지구 우에 니처럼 약한 아를 보이, 한날 니 별이 너무 그리브모, 내가 널 도와줄 수 있데이. 내가 해 줄기……”
“오! 잘 알았데이.” 애린 왕자가 이바구했다. “그란데 니는 왜 늘 수수께끼 믄즈로 말을 하노?”
“내는 그리 말해도 다 풀지를.” 뱀이 말했다. 그라고 그들은 말이 엄섰다. (62)

-“그 별에 사냥꾼이 있나?”
“없능데.”
“오 고거 좋네. 그라믄 닭은?”
“엄따.”
“아, 시상에 완벽한 기는 엄나보네.” 미구는 한숨을 푹 시는기라.
그라고 미구는 지 생각을 다시 주껬다.
“내 생활은 단순테이. 내는 닭 쫓고, 사람들은 내를 쫓고, 닭은 다 그기 그기고, 사람들도 전신에 그기 그기고, 그래가 좀 지겨븐데. 니가 내를 질들이모 내 생활은 따신 햇빛을 받은 거 맹키로 환해지겠제. 따른 발자국 소리카는 완전 다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될 기다. 따른 발자국 소리를 들으모 나는 땅 미태 숨아삐는데. 니 발자국 소리는 음악문지로 내를 굴 밖으로 불러 낼끼라. 그라고 저짜, 밀밭 비제? 나는 빵을 안 묵어. 밀은 내한테 아무 소용도 엄꼬. 봐도 떠오르는 기 없다카이. 그래가 슬프데이! 그란데 니 머리카락은 금색이네. 그래가 니가 내를 질 들이모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날 끼다. 밀도 금빛이 나이까 니를 떠올릴 거 아이긋나. 그래가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끼고……”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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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린왕자 필사 시작
    from 라로의 서재 2021-07-07 21:36 
    반유행열반인님이 <애린왕자> 리뷰 올리시고, 거기에 " 경상도 방언을 배우고 싶은 누군가라면 이 책을 열심히 필사해도 좋지 않을까"라고 하셔서 내가 자진해서 나섰다. https://blog.aladin.co.kr//lunanuna/12719079 오늘 마침 땡땡이 치는 날이니까 이왕이면 생산적인 땡땡이를 치자 싶어서 <애린왕자> 이북으로 사서 필사를 시작했다.일부러 내 필체(책님이 붙여주신 별명인 일명 라로체 ^^;;)를 안 사용하
 
 
붕붕툐툐 2021-06-25 17: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이 일을 모해 묵긋따 넘 웃겨요~ 호기심이 생기지만, 읽는데 너무 오래 걸릴 것만 같네요. 경상도 방언 해독력이 매우 떨어지는 1인~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8:10   좋아요 3 | URL
중요한 건 표준어로 보이지 않아 ㅎㅎ마음으로 느끼는 갱상도어였습니다 ㅋㅋㅋ

Yeagene 2021-06-25 18: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도 너무 참신하고 괜찮죠!ㅎㅎ
언젠가 방송 보는데 이 책 소개하더라구요..어린왕자 너무 오래전에 봐서 다시 읽어보려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8:11   좋아요 4 | URL
다시 읽을 때 다른 번역으로 읽는 거도 좋더라구요. 이런 시도 다양한 동네 언어로 종류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유부만두 2021-06-25 1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오디오 북으로 좀 들었는데
증신 읍데예.

화전가(배삼식) 희곡이나 오디오북 만들면 좋겠어요. 글로 봐선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9:38   좋아요 3 | URL
저는 시 읽눈 기분으로다가 읽었어요. 소리로 들으면 억양까지 더해져 정신 없긴 하겠어요. ㅎㅎㅎ 오디오북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는 한국문학 오디오북 세트 사서 몇 개 듣고 나니…아직은 읽는 게 좋구나 싶사옵니다 ㅎㅎㅎ

미미 2021-06-25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영어를 부산 사투리톤으로 들었던거 떠올라요ㅋㅋ그 오빠 잠깐 좋아했는데ㅋㅋㅋㅋ오디오북으로 한번 들어볼까 고민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9:39   좋아요 2 | URL
저는 글로 읽는 거 추천이요 ㅋㅋㅋㅋ 나한테 맞춰서 속도 조절이 되잖아요. (되게 옛 사람 같다…팟캐스트도 안 들어본 일인…)

syo 2021-06-25 2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부분 일부를 네이티브 스피커 발음으로 직접 읽어보았습니다.
원문은 지난 세대 사투리에 가깝네요. 20년 경상도 짬밥으로도 완벽한 억양으로 재현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6-25 20:54   좋아요 3 | URL
알라디너 팬들을 위해 서비스로다가 syo님판 리미티드에디션 오디오북 함 갑시다 ㅎㅎㅎ기술적인 건 제가 해결할테니 낭독만 하십시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25 20:58   좋아요 2 | URL
그럽시다!

라로 2021-06-25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필사 해봅지요! 😅 제 시아버지가 비행을 하셨어요. 취미로. 그래서 어린 남편을 태우고 두 개 주를 날아가시기도 하고 뭐 그러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사연도 많은데…암튼 어느날 남편과 밤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경비행기가 아주 낮게 날아가는 거에요. 그런데 불빛이 빨강, 파랑, 하얀빛으로 보였어요. (요즘 노안 극심) 그래서 제가 꼭 미국 국기 색이네, 쳇. 이랬더니 남편이가 “파랑이 아니라 초록색이라고..신호등 같은 거래요…암튼 제 단면입니다. 뭐든 아니꼬와 하는. 😅어쨌든 저도 경상도 사투리 넘 좋아해요. 특히 여자들이 하는 것요. 남자들이 하는 건 별 매력 없구요. (쇼님 죄송;;;)

반유행열반인 2021-06-25 22:09   좋아요 0 | URL
저는 반대입니다 ㅋㅋㅋ (여자말보단 남자말에 더 혹하던 철딱서니여…) 베껴 적기보다 사실 따라 읽어봐도 재밌더라구요. 이 책 음독도 조금 해 본 독자 올림 ㅋㅋㅋ

syo 2021-06-29 14: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라로님 죄송할 게 없습니다.
저도 여자들이 하는 경상도 사투리에 하나도 매력을 못느끼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서울 남자들 좋아 죽는 ‘오빠야~‘는 제게 ‘태극기가바람에펄럭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수준의 감정 변화를 일으킵니다.

난티나무 2021-06-26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의견에 동감! 사투리도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서요. 저도 억양이랑 미묘한 발음 길게 짧게 재현 가능합니다.ㅎㅎㅎ 글로만 적으면 사투리 맛이 좀 덜 살기는 하죠. 이거 읽으면서 영화 속 경상도 사투리가 왜 그렇게 어색한지 알았어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6-26 07:33   좋아요 0 | URL
갱상도어- 로 뭉뚱그릴 수 없는 디테일이 있은 것이로군요 경상북부어 서부어 남부어 동부어 막 이러케 ㅋㅋ 하긴 어려서 알던 봉화 창원 밀양 김해 부산 대구 김천 친구들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말을 썼던 것도 같네유 ㅎㅎㅎ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 위험정보 독해력, 불량지식 해독력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20210623 최낙언.

어려서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을 심하게 앓았다. 온갖 병원을 드나들었다. 주위 사람들은 좋다는 민간요법을 온통 권해줘서 엄마는 이것저것 먹이고 바르고 몸을 담그고 난리도 아니었다. 문둥병 환자들 다니는 병원 가봤어? 말벌집 끓인 거 먹어봤어? 겨우살이풀, 좀개구리밥으로 목욕해 봤어? 전부다 우웩이다. 어느 약국 약사가 자기가 낫게 해 준다면서 직접 조제한 과립형 약봉지를 질리도록 거의 일 년을 먹었다. 종이 위로 빼곡히 먹어선 안 될 음식 목록을 엄마에게 건넸고 대부분 단백질 위주였다. 그러니까 나는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우유, 밀가루 등등 다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는 그 목록을 손글씨로 깨알같이 엽서 위에 적어 내가 다니던 유치원(사실은 유아 교육 대체 미술학원)에 보냈다. 어느날 스타베리라는 알록달록한 시리얼이 간식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얀 우유. 선생님이 우유를 한 컵 씩 따라 아이들에게 건네고 점점 내 차례가 다가왔다. 기억하고 계시겠지. 나는 건너뛰고 다음 친구에게 주러 오시는 거야. 나는 우유를 먹으면 안 된대. 제발, 우유는 안 돼,
선생님이 빨간 플라스틱 컵에 담긴 흰우유를 내 앞 탁자 위에 내려놓자 나는 눈물을 짜기 시작했다. 나는 우유를 못 먹어요 엉엉. 선생님은 유난 떤다는 듯 차가운 표정을 하고 컵을 거두어 다른 친구들에게로 갔다. 부족한 유아교육 기관 대체로 생겨난 미술학원은 그렇게 아이들 돌보는데 친절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미술학원 안에서 실내 미끄럼을 거꾸로 오르다 마주 내려오는 아이를 피하다 떨어져 쇄골이 부러졌다. 여름 내내 깁스를 하고 등원하지 못했다. 엄마는 우유 배달을 시키면서 동생은 우유를 주고 나는 쑥두유를 시켜주었다. 진짜 맛이 정말 형언할 수 없이 거지같은데 나는 우유는 안 되고 단백질은 섭취해야 하고 식물성 콩은 된다니 먹었다. 그러다가 초등1학년 들어가고 우유급식이 시작되었고…나는 남들 먹는대로 우유를 먹었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고3까지 뒤늦게 우유 먹었지만 성장기를 지나 쳐먹어봤자 살만 찌고 ㅋㅋ저의 키는 157(아침에 신체검사할 때 재면 최대 이렇다고…우겨봅니다) 를 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주기적으로 재발하는 아토피로 골치를 앓았다. 어떤 할머니가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내 얼굴의 트러블을 보고 EM 용액이 좋다더라, 꼭 써 봐라 해서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당밀과 쌀뜨물 정성스레 섞어 발효해서 얼굴과 몸을 씻는데 썼다. 애도 씻겼다. 결과는? 포도상구균감염으로 얼굴에 노란 진물 질질 흘리며 피부과에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한참 만에 겨우 가라앉혔다. 이후로 누가 나한테 민간요법만 권해봐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애기 때 그렇게 하고도 효과 본 거 없었는데 오히려 부작용으로 개고생만 하고도 그렇게 교훈을 못 얻다니. 그러다가 최낙언 선생 페북에서 EM 먹는 사람들한테 솔직히 더럽다, 하고 뼈 때리는 거 보고 진짜 정신이 번뜩 들었다. 시발 퇴비로나 쓸 걸 쳐먹고 바르라고 하는 새끼들 진짜…나는 다행히 처먹진 않았네…적당히 청소할 때 하수구 붓고 나중엔 그냥 다 버려버렸다.

서른 다섯쯤 남편 회사에서 배우자까지 건강검진 무료로 해주면서 종합 알레르기 검사를 머리털 나고 처음 받아봤다. 결과는? 수백개 알러진들, 단백질류 나무류 꽃가루류 털 벌레 등등 나는 어느 항목에서도 알레르기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개뿔도 모르는 약사가 대충 비율 높은 알레르기 유발 식품 임의대로 제한시켜서 성장기에 치명타만 맞았다.

술이 염증 유발 원인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오래도록 술도 안 먹었고 하필 재발할 무렵은 오랜만에 음주를 시도했을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온갖 종류의 염증, 호흡기질환, 위장염, 피부질환 등이 발생할 때 술이 독약인 건 맞다. 회복을 더디게 하고 더 심하게 하지. 그런데 임신 전 몇 달과 출산 이후 몇 달 다시 음주를 시작하고 맥주 반 캔 씩 일이주에 한 번씩 꾸준히 마셨지만 그로 인한 신체 건강상의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주정과 멘탈 파괴가 문제죠 ㅋㅋㅋ요샌 기분 좋게 조금만 먹어서 다 괜찮음. 요즘 성대 염증으로 술 오래 쉬고 치킨만 먹어서 넘나 아쉬움….

그래서 나는 이 음식이 어디에 좋다, 어디가 안 좋으면 뭘 먹어라, 영양제 건강식품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이딴 소리는 제발 나한테 안 했으면 좋겠고 들어 먹지도 않는다. 급식 뜰 때 원칙을 가진다. 이 식판 위의 음식은 반드시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그러니 조금만 푸자. 집에서도 밖에서도 조금씩 먹는다. 간식은 최소로 먹거나 잘 안 먹는다. 그런데도 왜 요즘 몸무게 늘지? 매일 출퇴근 왕복 총 한 시간 걷는데 임신 제외 최고 몸무게 갱신 중이다 ㅋㅋㅋ오늘 쟀더니 51킬로 넘어서 충격이었다…느긋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삼으려고 한다. 병치레가 잦지만 뭐 특별히 좆같이 먹고 살아서 그런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 엄마랑 안 살 땐 엄마가 해준 반찬 적당히에 주말엔 냉동식품 적당히 털어 먹어서 칼로리가 적어 살이 안 쪘던 듯. 엄마가 같이 사시면서 꼬박꼬박 집밥해 주시는 거 먹으니 살 찐 듯…많이 안 먹는게 아니었나 보다…

최낙언 선생 책 거의 다 봤지만 사실 음식 책은 한 권만 보면 돼, 하신다. 맞는 말인데 그래도 베리에이션으로 같은 말 또 보고 또 보는 게 왠지 위안이 된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늘 비슷하다.
‘욕심이 넘쳐 수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나의 주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금 식품의 문제는 양의 문제이지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해결책은 특별한 식품에 있지 않고 과식을 줄이는 특별한 지혜에 있다는 것이다.’

걱정말고, 조금씩 즐겁게 적당히 먹어, 그런다고 안 죽고 안 그런다고 죽지 않아~~~암은 랜덤이여~~~

사모님 아프실 때 같이 근무했어서 사모님 야채수 꼬박 챙겨드신 건 역설적이긴 했지만, 그때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아직 생생하고 재미있다. 전자렌지 써서 안 좋으면 미국 사람 다 죽었게? 하셨다는 거. 아이스크림 향료 만드는 일도 하셨는데 다 괜찮다고 우리 애기들도 잘 먹이고 그래요. 거기서 부터 신뢰가 팍 가가지고 ㅋㅋㅋ딸래미가 개구리 게임한다면 한없이 핸드폰 빌려주던, 키우던 물고기 죽었는데 엄마가 변기물에 내려버렸다고 애가 슬퍼하니까 그러면 안 됐다고 하던 딸바보 일화 ㅋㅋㅋ책만 펼치면 왜 이런 거만 떠오르는지. 뇌와 기억과 감정은 무서운 거지.

어쨌거나 불안을 잠재우고 힐링하고 싶을 때 나는 식품책을 편다. 적당히 잘 먹고 건강합시다 하는 책이 진짜 위로가 된다. 심지어 과학공부도 시켜줌 ㅋㅋㅋ이젠 진짜 그만 좀 보자…소설 보자 소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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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식품을 먹으면서 신경 써야 할 것은 ‘이 음식 에 특별한 효능이나 독성이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과연 적절한 양을 먹고 있는가?’이어야 한다. 독과 약은 원래 하나이고 어떤 쪽으로 되느냐는 양이 결정하는 것이라서 ‘나는 적당량을 먹고 있는지’만 생각하면 되는데 사람들은 양보다는 주로 종류를 생각한다.

-우리는 익숙한 제품의 형태에서 안심을 느낄 뿐, 고유의 형태를 뭉개버리고 그것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말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다. 안심은 안전보다 친숙함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친숙하지 않는 것에는 안심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말하지만 세상에 완전한 안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결국 상대적인 안전도를 따져야 하는데 어떤 물질이 완전하게 완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분석과 평가 기술은 없고 그런 식품도 없다.

-문제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그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감을 가지며,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류의 가능성을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우물쭈물 하고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 무식한 사람이 단호하게 말하면 실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실력 있는 사람은 자신감이 없어서 실력 없는 사람처럼 보이므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일단 믿음이 생긴 이후에는 믿음과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면 뇌가 이것을 거부한다.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대로 보는 현상이 나타난다. 믿음이나 희망과 모순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우리의 뇌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뇌는 이 모순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생존을 위한 부정본능이기도 하고, 이솝우화에서 여우가 자신의 능력으로는 딸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저것은 맛없는 신 포도야!’라고 부정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지는 현상이다.

-밥은 먹을 때 행복한 물질이고, 약은 아플 때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먹는 물질이다.

-하지만 천연식품만이 건강식이라는 논리는 100년 전의 모든 식품은 천연 유기농 무공해 식품이었는데도 사람들이 전혀 건강하지 못했고 장수하지도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유기농의 진정한 가치는 자연과 인간, 생산자와 소비자의 좋은 관계이지 특별한 영양성분이나 안전은 아닌 것이다. 화학비료든 유기농이든 식물이 취하는 최종 영양성분은 같고 만들어진 결과물도 같다. 단지 관계만 다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유기농 농산물과 식품은 건강에 좋은 식품이고 일반 농산물과 식품은 건강에 해가 되는 식품이라는 해괴한 선입견이 우리 소비자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내가 먹을 것을 결정하지 먹는 것이 나를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것의 기원을 추적하면 많은 경우 옥수수로 수렴하고, 여기서 단 한 단계만 더 추적해보면 결국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물, 질산으로 수렴한다.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은 극히 단순한 것을 먹고 산다.

-암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담배를 끊고 술과 과식을 피하는 것’이다. 이것이 암의 유발원인을 절반으로 줄이는 길이다. 성분을 따지면서 까다롭게 식품을 골라 먹는 것보다 과식을 피하는게 암 발생을 줄이는 훨씬 강력한 방법인 것이다.

-현대인이 수명이 늘어난 것은 비타민과 항산화제가 아니라 굶주림을 면하게 한 식품의 증산과 가공기술 덕분이다. 그리고 식품 위생이 큰 역할을 했다. 깨끗해진 식수, 식품 살균, 냉장 기술 등이 그것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인간의 평균수명 중 20~30년 정도가 미생물과 기생충에 의해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택과 위생적이고 쾌적한 생활환경도 수명 연장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것이다. 항생제와 백신이 개발 되기 전이지만 이미 이때부터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다. 난방시설이 나무와 연탄에서 석유와 가스로 바뀌면서도 많은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자와 화재 사망자가 줄어들었다. 미생물학자 르네 뒤보는 전염병 퇴치에는 약이나 의료 기술의 발전보다 세탁이 쉬운 값싼 순면 속옷의 개발과 주택에서 채광을 가능하게 한 투명 유리의 도입, 그리고 하수도 시설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나는 진통제, 항생제, 포도당 주사만큼 위대한 기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능의 네트워크를 통한 분산, 작용 반작용, 세포 재생, 면역시스템 등이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강인함이 아니라 탁월한 적응력에 있다. 인간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은 없고, 인간보다 다양한 것을 먹는 동물도 없다.

-부디 먹는 것을 따라하는 것만큼이라도 ‘슬로우’했으면 한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난리쳐도 2년 정도만 미룬 뒤 따라 하는 전략이다. 그것이 진짜로 좋은 것이라면 2년 뒤에도 인기가 있고, 훨씬 저렴해져 있을 것이다. 뭐가 등장할 때마다 따라 하느라 마루타 역할을 하느니, 2년 뒤에 남들이 다 검증하여 정말 부작용도 없고, 효능이 있다고 할 때 따라 해도 별로 늦지 않다.

-식사량을 줄이면 비만, 대사질환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사실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 등 대부분의 문제는 양을 줄이기만 해도 한꺼번에 해결된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심지어 GMO를 개발할 당위성도 없어진다.

-식품원료는 원래는 생명이었고, 그 생명 안에는 무조건 유전자가 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외래 유전자를 섭취하는 것이다…그런데 그런 식물의 유전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GM 작물에 포함된 단 하나의 유전자가 우리 몸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식재료는 살아있을 때는 생명이지만, 음식이 되면 분자화학물질일 뿐이다. 철저히 분자 단위로 해체되어 흡수된다.

-욕심이 넘쳐 수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나의 주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금 식품의 문제는 양의 문제이지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해결책은 특별한 식품에 있지 않고 과식을 줄이는 특별한 지혜에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무심할 뿐 인간의 쾌적한 삶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고, 세상 어디에도 다른 동물의 음식으로 설계된 생명은 없다. 오랜 세월 생태계를 이루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겨우 겨우 살아남은 형태인 것이다. 지구가 만들 어진 이래 지난 40억 년간 10억 종 이상의 생물이 등장했지만 99.99% 멸종된 진화의 역정 속에 살아남은 1,000만 종의 생명 중 하나인 것이다. 인류의 DNA에는 지금보다 훨씬 척박하고 거칠고 위험했던 시대도 훌륭히 헤쳐 나오게 한 견고한 설계도가 내재되어 있다.

-실제 의미 있는 건강 상식은 즐겁게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라. 이 정도가 전부이다. 나머지 지식은 아무리 화려하고 그럴 듯해보여도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며, 이 사람 말 다르고 저 사람 말 다른 것이고, 설혹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딱 맞는 말이어도 나에게도 맞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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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3 23: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떤 음식이 좋다 나쁘다라는 카더라통신에 오히려 알러지 생기셨을것 같아요!! 예전에 이웃에 살던 꼬마아이가 아토피 피부였는데 엄마가 미안하다고 한번씩 크게 우는 소리가 저희 집까지 들렸던거 생각나요.ㅠ 쑥두유라니 무섭..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6-24 07:05   좋아요 4 | URL
저는 정말 알러지가 없구요 ㅋㅋ아토피도 원인 알 수 없는 염증 반응이라 오히려 면역 질환 가까운 거 같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생김 ㅋㅋ 아 그리고 열악한 환경...곰팡이 피는 습한 집이나 너무 건조한 집 정도...저는 저도 그러더니 배우자 아이들 온가족 다 그래서 좀 고생했는데 왠만한 병은 시간이 약이고 완치는 없어서 그냥저냥 안 심해지게 조심하고 사네요. (음식은 거의 상관 관계 없는 걸로 알고 스트레스 덜받아여 ㅋㅋ)

미미 2021-06-24 10:06   좋아요 5 | URL
감정적 알러지를 말한 거였어요ㅋㅋㅋㅋ다시보니 설명이 부족했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4 11:12   좋아요 4 | URL
아녜요 맥락이 맞을 것도 같네요.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거나 건강법 타령은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걸러듣습니다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1-06-23 23: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취미가 건강책보는거라 이번.페이퍼 읽으며 열반인님과 더욱 가까워진느낌..근데.저도 미미님처럼 쑥두유에 놀랐어요. 향이.강렬했을것같은데..

반유행열반인 2021-06-24 07:05   좋아요 5 | URL
쑥두유...오히려 두유 먹고 성조숙증 왔던 거 아닐까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볼빨간레몬 2021-06-23 23: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음식에 대한 책, 식품에 관한 책은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열반인님 글 읽어 보며 너무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전자렌지 이야기에서 빵터졌다는ㅋㅋ 저 역시 지금도 한 번씩 아토피로 고생하는데 괜스레 카더라 통신 때문에 먹고 싶은 거 먹고 죄책감이 들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네요. 이 책은 꼭 읽어 봐야 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24 07:07   좋아요 7 | URL
뭐가 좋다 뭐가 안 좋다 (위험! 죽음! 특정 질환 키워드!) 들어간 책들은 절대 거르시고 ㅋㅋㅋ음식이나 식재료 역사나 맛과 감각에 대한 원리 같은 건 과학책같아서 재미있어요 ㅋㅋ

Yeagene 2021-06-24 1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아플 땐 이런저런 말들에 귀기울이게 되나봅니다.이젠 훨씬 의연해지신 듯해 다행이에요.민간요법 아무런 근거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믿을 게 못돼요...ㅠㅠㅠ

syo 2021-06-24 13: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면 살면서 이런저런 민간요법과 한 번쯤 마주할 법도 한데, 전 단 한번도 그런 걸 시도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크게 아픈 적은 물론이거니와 그 흔한 깁스 한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안온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요.
딱히 건강하다는 느낌은 아닌데 아프지는 않다는 느낌? 🤔
복이네요.

아프지 마소서....

반유행열반인 2021-06-24 15:21   좋아요 3 | URL
그래도 팔랑팔랑 건강식품 영양제 야금야금 쟁이시잖아요...저는 그거 머할라꼬 하고요ㅋㅋㅋ
syo님도 내내 안온하고 건강하소서...

붕붕툐툐 2021-06-25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가장 중요한 게 안되네요.. 소식... 그거 진짜 힘들어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25 07:03   좋아요 3 | URL
먹는 즐거움 아는 분이 진정 행복하신 겁니다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1-06-25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들 체중이 늘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아무래도 활동을 덜 하게 되니... 헬스 센터도 문을 닫고.
식품의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는 것 - 소식하기. 키 포인트 얻어갑니다.
한 가지 보태자면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 줄이고 마음을 즐겁게~~ 살자는 것.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3:55   좋아요 1 | URL
페크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ㅎㅎㅎ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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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1 가즈오 이시구로.

봄에 태어난 친구는 왠일인지 자기 생일날 내게 이 책을 선물해 주었다. 내가 소설을 가장 좋아하는 걸 알고 소설책을 건네주는 마음이 고맙고 기쁘다. 사람은 혼자일 때 오롯이 행복할 수 없고, 외로울 틈 없이 내게 다가와 나를 필요로 하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아도 아예 없지는 않아서 좋은 시절이다.
이 책도 어쩌면 그런 이야기였다. 다만 그 존재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 이건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어떤 세계의 가능성. 누군가의 바람 내지 상상.
키우던 개가 나이들어 죽고 나서 오래도록 눈물짓는 동료가 있었다. 나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셔도 그렇게 안 우시더니 개가 죽으니 삼년상을 한다고 놀려댔다. 그러면 그 분은 또 웃다가 울었다. 퇴근해서 개가 늘 앉아 있던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사람이 아닌 존재에 사람 이상의 애착과 그리움을 가질 수 있는 게 그저 신기했다.

소설 속 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미래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옷차림과 사는 곳과 집의 모습에 따라 계급이 나뉘어지는 것도 여전하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여전히 다른 사람과 교류하기 위해 파티를 열고 모임을 가지고 친분을 쌓는다. 여전히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 이동을 위해 택시나 자동차를 타고 직접 운전해야 한다.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집에는 가정부가 일을 돕는다. 기계 장치는 오염 물질을 내뿜으며 사람들을 불쾌하게 한다. 사람들은 상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그린 이 세상은 발달한 기술 기계 문명을 다른 방식의 삶에 적용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달라진 점은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오블롱이라는 기계로 먼 곳의 교수자들과 교류하고 학습을 한다. 그래서 몸이 아픈 조시도 집에서 계속 수업을 듣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향상’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친 계급과 아닌 계급으로 나뉘고, 향상을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대학 진학을 비롯해 사람들이 아이를 바라보는 방식까지(예를 들면 릭을 보고도 향상을 하지 않고도 똑똑하고 대학에 진학할 만하다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떤 열등성을 전제로 한다), 삶의 여러 측면에서 제약이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향상’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지만 그 때문에 조시의 언니 샐은 죽었고, 조시 또한 그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고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설 정도로 아픈 나날을 보낸다.
조시에게는 친구 릭이 있지만, 유행에 따라 조시의 엄마는 조시에게 에이에프, 인공 친구 클라라를 상점에서 구입해 준다. 소설은 기계 장치 친구인 클라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인간이 아닌 존재의 인지, 기억, 학습 방식을 상상해서 표현하려고 한 점은 나름 새로웠다. 클라라는 조시의 곁에 늘 함께할 뿐 아니라, 조시 주변의 인물들, 조시의 엄마, 릭, 릭의 엄마 헬렌, 조시의 아빠, 가정부 등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사람 사이에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관계들을 나아지도록 돕기도 한다. 태양이 힘을 발휘하면 아픈 조시가 나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태양에게 빌기 위해 태양이 쉬러 가는 (것처럼 보이는) 먼 헛간까지 힘들게 찾아가 마음 속으로 빌고, 태양이 조시를 돕지 않는게 오염을 내뿜는 쿠팅스 머신(무슨 기계인지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클라라는 자신의 몸안의 액체를 덜어 쿠팅스 머신을 고장내는 일까지 실행한다. 대체 어떤 논리로 그런 인과관계를 이끌어내는지 아이 같고 천진해 보이기도 하지만, 클라라가 고군분투한 덕인지 알 수 없지만 하여간에 태양이 밝게 비추고, 그 특별한 볕을 쬔 조시는 건강을 회복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난다.
그런 기억들을 마냥 회상하며, 아이가 자라나 더 이상 인공 친구라는 역할을 요구받지 않는, 낡고 잊혀진 곰인형처럼 클라라는 야적장에 놓여있다.

작가는 최대한 조심해서 그리려고 한 것 같다. 사람들은 인공 친구에게 예의를 차리려고 하고,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탓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존중하고 조심하는 듯해도 인공 친구는 사람이 만든 새로운 노예처럼 보였다. 의도적으로 노동이 어원인 로봇 같은 말은 쓰지 않은 것 같지만, 인공 친구가 도맡는 것은 감정 노동이다. 인간처럼 노여움도 없고, 훨씬 더 관대하고 상대의 감정을 살필 줄 알고 사람 간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갈 말을 골라 할 줄 아는 존재. 나와 싸울 일이 없는 친구. 클라라 같은 존재가 우리 곁에 있다면 이 이야기 처럼 마냥 아름다운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들을 감정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저렇게 존중하며 품위 있게 굴 수 있을까. 그렇게 용도를 다한 친구를 멀리 치워버리고 냉장고 버린 것 마냥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까.
낭만적이지만 나름의 고민의 흔적이 있지만 그다지 특별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감정과 친밀함을 나눌 존재는 상점에서 뚝딱 살 수도 없고, 누군가 신제품으로 바꾸거나 폐기할 수 있는 일방적인 입장에서는 권력관계가 너무나 명확할 수 밖에 없고, 서로 삐지고 삐질까 봐 겁내고 하는 와중에 조심성과 존중이 발생하지 마냥 긍정해주고 다정하도록 프로그램된 존재에게서 진정성을 느끼거나 위로를 받지는 못할 것 같다. 가혹한 나새끼ㅋㅋㅋ 에이에프 친구보다는 같이 책 이야기 주고 받고 책 주고 받는 친구가 더 절실하다 이겁니다.

+밑줄 긋기
-“죄송합니다. 그냥 제가 좀 놀랐어요.”
“음? 왜 놀랐는데?”
“그게, 저는……솔직히 말해서 릭과 관련한 헬렌 씨의 요청에 강한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놀랐어요. 사람이 자신에게 외로움을 가져올 방법을 원한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게 놀라운 일이야?”
“네. 전에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외로움을 선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외로움을 피하려는 소망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229)

-“너 이걸 진심으로 믿는구나? 조시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네. 네, 그렇게 믿어요.”
아버지가 어쩐지 달라진 것 같았다. 아버지는 몸을 세우더니 나처럼 열심히 왼쪽 오른쪽을 둘러보았다.
“희망이란 게, 지겹게도 떨쳐 버려지질 않지.” 아버지는 분한 듯이 고개를 흔들었지만 한편 새로 힘이 솟는 것도 같았다. (325)

-“내가 카팔디를 미워하는 이유가, 마음 깊은 곳에 카팔디 말이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카팔디의 주장이 실은 옳다고. 내 딸만의 고유한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현재 기술로 파악해 복사하고 전송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과학이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사람들이 지금까지 수세기 동안 내내 서로 사랑하고 증오하며 함께 살았지만 모두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서 그랬던 거라고. 우리가 무지했기 때문에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을 지니고 살아온 거지….(생략)” (329)

-릭은 발끝으로 자기 앞쪽 자갈을 살살 찼다. 그러더니 말했다. “클라라. 네가 조시의 건강을 위험하게 할 말을 할 필요는 없고, 이 말만 할게. 네가 우리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한다고 전했을 때는 그게 진실이었어. 네가 속였다거나 오해를 일으켰다고 할 사람은 없어. 하지만 우리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서로 잘되길 빌어 주고 각자의 길을 가야 해. 내가 대학에 가서 향상된 애들하고 경쟁한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어. 지금은 나도 나름의 계획이 있고 그게 최선이야. 그래도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어. 그리고 이상한 이야기지만 지금도 거짓이 아니야.“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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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6-21 20: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야~ 한 권 다 읽은 거 같네용~ 클라라와 태양은 순위를 내리는 걸로~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21 21:19   좋아요 5 | URL
지가 너무 스포해버렸나유 ㅋㅋㅋ

붕붕툐툐 2021-06-21 22:49   좋아요 2 | URL
ㅋㅋ스포였나용? 전 진짜 내용 엿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새파랑 2021-06-21 21: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낭만 파괴범이라니~!! 재미있는거 같아요😆 ˝이시구로˝의 문장 특징이 약간 창백해서 담담한 느낌이 드는데, 전 이런 감성이 좋더라구요 ^^

반유행열반인 2021-06-21 21:37   좋아요 5 | URL
넴 저도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는 그런 슴슴함 사이 섬뜩한 맛에 잘 읽었는데 소녀 에이에프는 무리였는가 작가여...싶었습니다 ㅋㅋㅋ

Yeagene 2021-06-22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이시구로는 언젠가 읽어볼까 합니다.열반인님 말씀 듣고,일단 이 작품은 패스~:)

반유행열반인 2021-06-22 14:34   좋아요 1 | URL
으아니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니 너무 성급한 패스는 ㅋㅋ중고책 나오면 사 보셔요 ㅎㅎㅎ;;;

공쟝쟝 2021-06-24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이시구로책 읽고 있는 데, (남아있는 나날:지금까진 매우 재밋음) 이거 읽어보고 나서 읽고 난 뒤에 이거 읽을 게요 ㅋㅋ 슥 훑고 쓱 지나가기

반유행열반인 2021-06-24 21:14   좋아요 1 | URL
남아있는 나날이 더 재밌습니다. (단호)
ㅋㅋㅋㅋㅋㅋ낭만파괴범

유부만두 2021-06-25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을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5 20:45   좋아요 0 | URL
엥 그런 게 있던가요 ㅋㅋㅋ 별로 시류나 기분을 탈 만한 책은 아니에요. 그냥 덤덤 너무 무덤덤 합니다요 ㅎㅎ
 
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20210620 황정은.

디디의 우산에서 아마도 먼저 가 본 낡은 전자상가를 이 책에서도 드나들었다. 거기 어둡고 좁은 방 안에서 기계 속을 들여다보고 고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은교와 무재는 냉면과 갈비탕을 먹고, 메밀국수도 해 먹고, 배드민턴도 치고, 섹스는 안 했다. 가진 게 없고 그냥저냥 하루하루 일해서 먹고 사는 삶인데 사람들이 불안이 없고 감정도 없이 덤덤해서 나는 그게 이상했다. 겨우 분노라고는 가동 헐어낸 자리에 벌어지는 시끄러운 무대 소음에 씨팔 씨팔 일을 못하겠네, 하는 여씨 아저씨의 푸념이 금세 당구장으로 멀어진다. 야만적인 앨리스씨에서는 아주 씨팔로 도배가 되어 있던 것에 비하면 이 소설은 진짜 맑게 끓여낸 조개탕 마냥 담담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무재씨랑 갯벌에 삼만원 짜리 중고차를 타고 달려 가서 조개탕이나 먹고 구운 약단밤이나 까먹으며 천천히 사찰을 향해 올라갔으면 싶었다. 가마 가마 슬럼 슬럼 하고 같은 말을 주고 받고도 싶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 모습과 별 다르게 살고 있지도 않구나 싶었다. 날이 좋아서 집안 온창을 열어두고 드나드는 바람을 읽으며 책이나 읽고 앉아 있으니 담담한 하루 아닌가. 그리고 무재랑 은교처럼 치킨도 시켜 먹었다. 다섯이서 순살 한 마리를 나눠먹으니 적긴 했지만 그러고나서 또 닭가슴살 삶은 걸 겨자 양념을 해서 야채랑 섞어 먹었는데 겨자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맵고 쓰다고 엄마한테 투덜거려서 조금 덜 담담한 하루였다.
그래서 그림자가 어쨌다고. 나는 쨍한 해 아래나 저녁에 환히 켠 노란 스탠드불 아래에서나 있구나 하던 그림자를 황정은 선생은 일으켜도 보고 따라가도 보고 그림자 따라 가는 사람 붙잡게도 시켜보고 이거저거 다 해 보았구나…그림자 따위 없으면 뭔가 더 가벼울 것 같은데.

+밑줄 긋기
-실린 것도 몇 가지 없이 박스 몇 개하고 스티로폼 조각하고 비닐 같은 것들이었는데 나는 그 앞에서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이런 것들 때문에 죽는구나, 사람이 이런 것을 남기고 죽는구나, 생각하고 있다가 조그만 무언가에 옆구리를 베어 먹힌 듯한 심정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예요.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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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21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새하얀 느낌.... 저는 일독 때 다 읽고도 한참동안 흰 백자 백의 그림자인 줄 알았었어요. 좋음......😍

반유행열반인 2021-06-21 19:06   좋아요 0 | URL
왜인지 이슬아 선생님 엄마 아빠 연애담 듣던 생각도 나고 d랑 dd도 생각나고 그랬어요. 기왕 할 거면 만의 그림자 하지 스케일 작게 백이라서 헷갈리게 했네요. 하얀 그림자는 일도 안 나오면서 ㅋㅋㅋ

2021-06-21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21 19:05   좋아요 1 | URL
네 ㅎㅎ나쁘진 않은데 황정은님 팬? 빠? 우르르인 게 신기해요 ㅎㅎ저는 연년세세가 제일 잘 읽혔어요.

유부만두 2021-06-2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좋았는데, 로쟈는 이번 ‘한국작가‘ 신간에서 황정은 소설인물들을 까고까고 갈아버렸더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5 20:44   좋아요 0 | URL
그럴 것 같아서인가 저는 이현우 선생님 책을 하나도 안 읽었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습니다 ㅋㅋㅋ
 
불곰의 왕초보 주식투자 - 쉽고, 가볍고, 재미있는 실전 투자 입문서
불곰.박선목.박종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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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8 불곰 외.

이 책은 직장인이라면 짬짬이 나는 시간으로 단타쳐야지-하는 다른 책이랑 함께 빌려서 함께 보았다. 이거 뭐 열탕 갔다 냉탕 갔다 하는 기분이었다. 두 책 다 계좌 여는 법부터 홈/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까는 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그런데 기본 개념과 기초 중에 기초(막대기 빨간 거 파란 거에 꼬챙이 꿰어진 거는 양봉 음봉이고 최고가 최저가야 같은)는 책이름에 왕초보 붙은 값 하듯 이 책이 조금 더 친절했다.
다트의 공시 자료 들어가서 보고서와 재무제표 보는 법 자세하게 다뤄주는 건 친절하긴 하지만 어 뭔말이여 이렇게까지 알아야 하는구나 맞아 내 돈 들이 부을 곳인데 조목조목 알아야지 암암 하면서도 졸렸다…
딱 열 권만 보고 쉬자 했는데 주식 들어가는 책이 순식간에 네 권 쌓였다. 책마다 사례 드는 주식들 현재 그 회사들은 어떠한가 궁금해서 네이버 금융에 쳐 보는데 대다수가 안습이었다. 씨제이 씨지브이 들어가니 막 빨간 마이너스가 회사 실적에 한 가득…코로나한테 쳐맞다 못해 아주 쭈그러들겠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극장에 갔던게…브래드피트랑 리오날드디캐프리오(ㅋㅋㅋ그냥 이렇게 써보고 싶었어 나도 ㅋㅋㅋ)가 맨슨패밀리 두드려패고 활활 태우던 게…맞나…극장 가고 싶다…혼자 조조영화 보고 흑흑 울고 깔깔 웃고 싶다. 생각해보니 아무도 안 가면 나 혼자 가면 개꿀일 거 같은데 그래서 좋은 영화가 별로 없을 것도 같다.
책을 보면서 주식 사는 건 너무 쫄려서 펀드 두 개랑 ETF(펀드인데 주식같이 생겨 먹은 거) 몇 개를 막 쪼개서 곁의 사람이랑 분야 안 겹치게 이거저거 막 골라 사봤는데…이제 한 주 지났는데 내 돈 몇 만원 녹아 사라졌어…그래 주식 책 봤으니 시험 삼아 주식 사는 연습해보자 하고 건자재 관련 회사의 주식을 꼴랑 네 개 사 보았는데…와 왜 사흘 동안 가격이 진짜 일도 안 변하고 횡보한다…그냥 마음 가는대로 방탄소년단을 믿고 하이브에 질러 볼 것을….(이 회사는 오늘 주식이 막 만얼마씩 올랐다. 그런데 주식 하나에 삼십 만원씩 하는 걸 어떻게 사죠…)
조만간 인생 수업료 제대로 치르고 다시 책으로 돌아온 저를 만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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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6-18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석달전에 카카오를 딱 하나 샀어요 … ㅎㅎㅎ 아 왜 하나만 샀니…

반유행열반인 2021-06-18 20:57   좋아요 1 | URL
그럴 때 더 사는 거 아닌가 ㅋㅋㅋㅋ카카오톡 안 하는 일인으로 카카오 왜 뜨니 과대평가 아니니 하고 구매욕구 억제중임미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1-06-18 20:59   좋아요 2 | URL
카카오뱅크 안써봤구나 ㅋㅋㅋ 암튼 카카오 지금 난리 났어요 ㅋㅋ 계속 올라서 ㅋㅋㅋ

Yeagene 2021-06-19 1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주식...넘나 어려워요..일단 공부하기로 맘먹으신 것도 대단한 거에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19 11:33   좋아요 2 | URL
어려워서 하다 말 거 같아요 망하기 전에 말았으면 ㅋㅋㅋㅋ

syo 2021-06-19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웹툰 <모죠의 일지> 211화~212화 ˝주식 대결하는 만화˝ 권합니다.
모죠 선생님은 요즘 제가 제일 존경하는 드립퍼십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9 15:01   좋아요 2 | URL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웹툰은 또 언제 보시는지 부지런하심 ㅎㅎㅎㅎ

syo 2021-06-19 15:03   좋아요 2 | URL
백수의 하루는 길고 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