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 집에 화학자가 산다 - 김민경 교수의 생활 속 화학이야기
김민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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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9 김민경.

문과 출신이지만 고3 때 화학1이랑 생물1을 열심히 공부해서 두 과목은 내신 1등을 했다. 애들이 쓸데 없는 짓 한다고 했다. 수능 때도 사탐은 2개 틀렸는데 과탐은 1개 틀렸어…왜 그랬니 문과생이여…
다 읽고 나서 저자의 말을 읽으니 이 책은 문과 출신의 대학생들을 위해 저자가 맡았던 교양 강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공계라고 문학 철학 사회과학 제끼고, 인문사회어문계열 전공이라고 수학 과학 등한시하는 건 세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포기하는 일 같다. 그래도 이과생들은 나중에라도 문과생들 분야라 하는 것 잘 따라 가던데…공학 계열 출신 소설가나 번역자가 나오는 걸 보면 그렇게 보이던데…
문돌이들은 수학이랑 과학은 수능 보고나면 새까맣게 멀어지는 것 같다. 심지어 요즘 어린이들은 과탐도 안 본다지… 깜깜해지는 게 싫어서 가끔 과학책을 일부러 찾아본다. 몇 년 후에 큰꼬맹이가 중학생이 되면 중학수학부터 고교수학까지 다시 같이 공부할 생각도 있다.(그 결심이 얼마나 갈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생활 속에 마주하는 다양한 현상, 생활용품, 식품, 기후변화 등 다방면에 걸쳐 사례와 화학을 연관 지어 설명해줘서 좋았다. 사실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 화학자라고 층간소음 매트나 플라스틱 생활용품 사용 전 세척법(세제로 씻어내고, 햇볕에 잠시 말려 묻어 있을만한 화학 물질을 제거하라든가), 살균과 세척에 관한 생각, 자외선 차단제 선택법 등 화학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소소한 생활의 팁을 주는 부분은 나름 유용해 보였다. 천연물 인공물 따지지 않고 적재적소정량이면 될 것들이 그렇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는 부분은 최낙언 선생의 식품 안전에 대한 견해랑 일치해서 왠지 친숙했다. ㅋㅋㅋ

근거 없는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화학물질 속에 살아가려면 과학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뇌과학이나 호르몬 책 보면 나 자체가 화학 물질로 돌아가는 기계 같다. 신체 활동 뿐 아니라 건강과 감정과 여러 선택과 학습과 인지와 기억조차 그렇다. 이 책에서도 생명체의 생명 유지 활동 또한 화학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하는지 ㅋㅋㅋ 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죽겠지. 그래도 자꾸 궁금하니까, 읽고 검색하고 끄덕끄덕 갸웃갸웃한다.

아! 산과 염기에 대한 부분 읽는데 적양배추즙 말고도 블루베리도 시약 쓴대서 아까 꼬맹이들 냉동 블루베리 씻어주면서 나온 보라색 과즙물 그릇 두 개에 따라 남겨 놨다. 한 쪽에 식초를 넣으니 빨갛게!!! 화장실가서 비누칠한 손을 다른 쪽에 넣으니 파랗게!!! 변했어!!! 얘들아 이게 산과 염기다!!! 신기하지 않냐!!!! 하는데 큰꼬맹이는 아 그래, 정말이네, 하고는 무덤덤하게 블루베리를 주워먹기 바빴다… 작은꼬맹이는 블루베리 다 먹고 나서야 식초 어디갔어? 하고 식초병을 찾았다. (늦었어…) 나는 너희를 이과생으로 키우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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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7-29 17: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이관데도 위의 내용들 진짜 많이 까먹었네요..전 생물이랑 화학이 좋고 지구과학이랑 물리가 싫었어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29 17:12   좋아요 4 | URL
저는 물리와 지구과학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못해서 문제요 ㅋㅋㅋ수학이나 논리적 사고가 잘 안 되요 ㅋㅋ 화학도 주기율표는 좋아하는데 분자구조식이나 화학식 보면 영혼 날아감 ㅋㅋㅋㅋ

scott 2021-07-29 17: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리뷰로 보니 예전에 기억들이 떠올라서 신기! 방기! ㅎㅎ
생활 환경 건강을 생각해서 이런 기초 지식 과학 을 가까이 해야 겠네요!(읽고 검색하고 끄덕끄덕! 공감)
유기농이 몸에 반드시 유익한 것만은 아니라는것!


전 생물학을 넘 ㅎ 사랑해서 의대 갈뻔 ㅎㅎㅎ
하지만 물리학은 파고 들어도 학점에 발목이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9 17:31   좋아요 3 | URL
으아니 scott님 의대 진학 노릴만큼 인재였던 겁니까 ㅋㅋㅋ 저도 유기농을 일부러 챙겨먹진 않아요 ㅋㅋㅋ 생물학 저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생물은 저를 아주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같습니다 ㅋㅋㅋ가끔 화학 열심히 해서 약대를 가 봐?하는 허황된 꿈도 꾸다 접다 합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1-07-29 18:01   좋아요 2 | URL
와, 저는 scott님께서 어려서부터 예술(?) 쪽 두각을 나타내셔서 철학과, 미학과(?) 쪽 이라고 상상하며 글 읽어왔는데 띠용!!! 갑자기 ˝의대 갈뻔!!˝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타일이신가봐요!

2021-07-29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9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7-29 18: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찾아서 읽으시는게 정말 대단하네요 👍👍 전 머리쓰는건 이제 그만하고 싶어서 🙄

반유행열반인 2021-07-29 18:24   좋아요 4 | URL
저 갑자기 꽂혀서 고1 수학 교과서 구해서 다항식 풀기 시작했잖아요 ㅋㅋㅋ막 다 틀리고 ㅋㅋㅋㅋ

지유 2021-07-29 21: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야할 책 같아요. ㅎㅎ
전 아예 수학 과학 책은 보지도 않아서 중학교 때 과학 지식이 제 교양입니다. ㅋㅋ
고등학교 때 물리는 조금 신기해하면서 좋아했던 기억은 있어요. 암튼 문이과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9 22:28   좋아요 2 | URL
잘하지 못해도 싫어하지 않을 만큼은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ㅎㅎㅎ저는 과학책은 수학은 힘드니 그냥 시집 읽듯 겉핥기로 읽고 있어요 ㅎㅎㅎㅎ

파이버 2021-07-29 22: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블루베리 엄청 신기하네요0_0! 저는 고등학교 이과 지식 대학 전공지식 모두 휘발되어서 지금 無과생 입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29 22:29   좋아요 3 | URL
무과생 뭔가 되게 초월적이라 좋네요 ㅋㅋㅋ블루베리 저도 설마 될까 했는데 식초 똑 떨구니 빨개져서 우와아아!! 하고 비누칠해서 담그면서 파란색 되니 우아아아아!!!!!하고 혼자 신나했어요 ㅋㅋㅋ초딩 때 리트머스 시험지 물드는 거 신기해 한 거 같이 ㅋㅋㅋ

붕붕툐툐 2021-07-29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돌이 위한 거 맞죠? 저 식도 어려워보이는 건 제가 문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바보인 건가?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9 23:12   좋아요 0 | URL
음 저건 저자 선생님의 실수입니다. 그냥 수식 다 빼버려도 되는데 ㅋㅋㅋ심지어 이는 엠씨스퀘어도 여러 번 나와요 ㅋㅋㅋ제일 때려주고 싶은 건 핵분열 식 써 놓은 거 무슨 상수가 9억 넘는다 어쩌고 하는 부분 ㅋㅋㅋ문돌이한테 좀 더 친화적이 되어줍시다 엣헴(하면서 바보바보 티냄 ㅋㅋㅋ)

초딩 2021-07-30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대로 뭔가 살짝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좀 아는척하며 뭔가를 시키기 좋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30 07:28   좋아요 1 | URL
네 중학생까지는 조금 더 쉬운 책이 필요하겠고 화학 배우는 고등학생한테는 실생활이랑 연관이 잘 되서 화학 왜 배워요!! 할 때 옛다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han22598 2021-07-30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학 이미 잘하시는 것 같은데요 ^^ 과학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 책이 있어요. ㅎㅎ 정인경 샘의 ˝통합하고 통찰하는 통통한 과학책˝인데요. 혹시 몰라 남겨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7-30 07:26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통합에 통찰까지 뭔가 통할 것 같은 느낌의 책이네요!!!
 
시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읽다
심의용 지음 / 글항아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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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심의용.

작년 봄에 알라딘에서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라는 책 댓글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1등을 했다. 카레 한 박스(역시 상품임)나 탈까 했는데 글항아리 출판사의 책 30만원 어치를 고르면 보내준다고 해서 신이 났다.
이 출판사에서 가장 잘 팔리고 유명한 책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지만 이건 빌리기 쉽잖아? 전자도서관을 뒤져서 일단 빌릴 수 있는 책들을 싹 걸러냈다. ㅋㅋㅋ어우 19권이나 있네 하고…
그러고나서 왠지 내 돈 주고 사 보기에는 비싸고 두껍지만 서가에 꽂아두면 든든할 것 같은 책들을 (높은가격순으로 정렬해서…)골랐다. 네 권은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고르라고 했더니 나는 생전 안 볼 것 같은 철학책 미술사 이런 거…

그렇게 책무더기가 도착했고, 어서어서 읽고 리뷰를 써서 출판사에 보은하자, 했지만 일 년 사 개월 동안 한 권도 보지 않았다. ㅋㅋㅋㅋ

상품으로 고를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사지 않았던 같은 출판사의 ‘주역’ 완역본을 역시나 보은하는 마음으로 알라딘 당선작 처음 되고 받은 적립금으로 전자책을 사 버렸다. 동양 철학에 크게 관심 있는 건 아닌데 너무 아는 게 없어서…그냥 왠지 사고 싶었다. 그렇지만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런데 올해 봄에 경애하는 이웃 분이 글항아리 리뷰대회에서 일등을 했고, 나는 그 훌륭한 리뷰가 일등을 하면 열심히 글항아리 책을 읽고 리뷰를 써서 보답하리라 마음 먹고 마음만 먹지 댓글에 공언까지 했는데 진짜 일등을 해버려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30만원어치 벽돌책들 고르면서 잔액 최소한으로 남긴다고 가장 조그맣고 얇은 책 한 권 ‘시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읽다’를 골랐는데, 그래, 이 책을 시작으로 얇은 것부터 읽어 나가기로 했다. 했는데…

책의 저자는 내가 전자책으로 산 주역의 역자였다. 동양 고전 연구에 조예가 깊은 분 같고, 한시와 동양화의 아름다움도 글로 잘 잡아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책 초반 ‘강설’이란 시를 다루며 강태공이 미끼 없이 낚시하는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저자가 포르노 본 경험이 툭 튀어 나왔다. 뭘 말하고 싶은 건지도 두루뭉술하고, 여기서 저런 경험과 느낌을 제시하는 게 공감도 이해도 전혀 가지 않아서 비유로도 뭘로도 실패한 거 같고, 지어낸 듯한(연출한) 포르노가 아니라 몰입 어쩌구 하는 부분에서는 이 분 불법촬영물이라도 본 건가, 그딴 애호를 자랑이라고 출판물에 쓰는 건가, 이 책 심지어 2016년에 나온 건데 대체 나는 뭘 보고 있는 건가, 마저 읽는 일에 회의가 들어 한 동안 처박아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꺼내서 다 읽었다. 고등학교 때 한문 교과 배울 때 ‘송인’ 같은 한시는 나름 좋아했는데 이미 한자어는 다 잊어버렸고, 중국 문화나 고사에 대한 지식도 많이 부족해서 적당히 주워들은 인물(이백, 두보, 항우, 백이, 공자, 주희 등등)이 나오면 아 들어본 사람이네…하는 정도로 읽었다.
한시와 그림과 저자가 읽었던 다양한 양서와 관련된 중국 인물과 주역의 괘와 삶의 태도를 연관짓는 건 그럭저럭 읽을 만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상황을 단장하고 시집가는 일로 비유하는 등 공감도 안 가고 고루한 표현이 종종 등장해서 아쉬움이 컸다.

고대 역사와 예술과 미학을 다룰 때에야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면서 지금과 맞지 않는 폐습 같은 걸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걸 저자 나름대로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굳이 그래야 할 만큼 적절하거나 아름답지도 않은 표현들을 가져오는 건 철학, 고전, 예술을 파고드는 사람으로서 되돌아보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뭐 나도 여전히 빻고 빻은 표현들 많이 쓰고 있을텐데 그래서 이참에 ’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보은한다고 해 놓고는 시작부터 까는 리뷰라서 죄송합니다…주역에 관한 교양서로 시작하면 조금 쉬울까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역을 읽을 엄두가 더더더 나지를 않네요… 종이책이면 팔기라도 하지 왜 전자책을 사가지고…

+밑줄 긋기
-장자는 혜시가 ’사람에게 어떻게 감정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무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좋음과 싫음 때문에 안으로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서, 항상 자연스러움에 따라 살아가되 생명을 유익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87)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인지 편향 가운데 하나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이르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래서 능력 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면서 근거 없는 우월감을 갖는다. 자신의 실력이 어떠한지를 판단할 폭넓은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우월감의 정체는 무지에 있다. 무지에 근거한 자신감은 타인을 지배하려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 사실 억지인데 억지인지조차 모르는 모자란 무지다.
반면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면서 근거 있는 열등감을 갖는다. 자신의 실력을 더 뛰어난 사람들의 실력과 비교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열등감의 정체는 대가들의 위대한 실력에 대한 폭넓은 지식에 있다. 지식에 근거한 열등감 때문에 타인 앞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기도 한다. 사실 착각인데 착각인지조차 모르는 과도한 지식이다…
경험과 지식이 없는 사람은 자신감에 넘친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고 뭔가를 알아가면서 자신감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신감의 강도는 경험과 지식의 농도와 반비례한다. 경험과 지식의 농도가 깊어지면 질수록 자신감의 강도는 약해진다.
아파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결국에 가서는 자신감이 낮은 사람이 대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완벽함보다는 완벽을 향해 매 순간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신감의 결여에서 나온다.
아파할 사람은 자신감이 부족한 이가 아니라 자신감의 부족을 대가의 경지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이다. 인간인 이상 완벽은 없다. 부족함을 메우려는 성실함이 더 매력적인 이유다. 결핍을 메우려는 노력은 그래서 겸손하다. 이 우주는 겸손함을 좋아한다. 오만하거나 비굴한 겸손 말고. (112-113)

-당연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당연하다고 믿고 있으며 그 믿음조차 의식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말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결핍된 것이 의식되고 그래서 말하게 된다.
그렇다면 산림에 숨어 사는 즐거움을 타인에게 말하려는 것은 그 즐거움의 결핍이 의식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자 하는 은밀한 두려움이다. 그러므로 참된 정취를 모르는 사람이다…
반대의 논리도 가능하다. 산림의 즐거움을 말하지 않는 이는 그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137-138)

-종일토록 봄 찾아 헤맸으나 봄은 보지 못했네
짚신 해지도록 산봉우리 구름까지 뒤졌건만
집에 돌아와 미소 지으며 매화 향을 맡으니
봄은 이미 가지 끝에 잔뜩 담겨 있었네
(162, 작자미상, ‘오도시’, 나대경의 “학림옥로”중)


저 책탑은 언제 다 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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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27 2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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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7-27 22:44   좋아요 3 | URL
여기서도 등수 놀이 하실 거에요? ㅋㅋㅋ

scott 2021-07-27 23:03   좋아요 3 | URL
아!!
밑줄 쫘악 ~~~
[“좋음과 싫음 때문에 안으로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서, 항상 자연스러움에 따라 살아가되 생명을 유익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래서 고전은 몇번을 읽어도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 ㅎㅎ

돌베게!! 고급진 책들만 나오는 돌베게 30권!(사진 속 책들 중 전✌️ ̆̈ 읽음)
카레 한박스에 흔들리지 않으신 열반인님!!!

먹는건 사라지지만
읽는 건

다음세대 까지(귀요미들 ๑◕‿◕๑ )
물려 줄 수 있음요

반유행열반인 2021-07-28 06:39   좋아요 1 | URL
와?!! 무려 두 권을 ㅋㅋ맞춰보려다가 참았어요 ㅋㅋㅋㅋㅋ돌베개 아니고 글항아리요 ㅋㅋㅋ돌베개도 좋죠. 쟤들은
책베개(?) 수준이네요 ㅋㅋㅋ

붕붕툐툐 2021-07-27 22: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30만원 책 선물이라니~ 1등 선물로 너무 좋으네요!!
저도 주역 이런거는 항상 읽어야지 맘 속에 담은 책인데, 읽기 힘든 책일 수록 종이책으로 사라는 교훈 얻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7 22:50   좋아요 4 | URL
두껍고 비싼 책일수록 중고로 들어놓으면 기쁨 두배 가격 절반 전자책은 괜시리 급한 마음에 사두고 자리 차지 안 하는 것만 장점일 뿐 그냥 전자폐지로 기기에 차곡차곡 쌓여만 가네요 ㅋㅋㅋㅋ(읽어 사지말고 읽으라규 좀 ㅋㅋ)

새파랑 2021-07-27 2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은하신다면서 까시는 저 패기란!! 30 만윈 이벤트 1등 당첨이라니 능력자시네요. 전 알라딘 퀴즈 이벤트로 1쳔원 적립금 타는게 다인데 ㅋ 책사진이 너무 아름답지만 어려울거 같아서 쉽게 손이 안갈거 같아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28 06:41   좋아요 2 | URL
그래도 책등만 봐도 배부른 책들이요(읽으라고 ㅋㅋㅋ) 까기란 쉽고 칭찬은 너무나 어려운 고차원의 일이네요 ㅠㅠ

syo 2021-07-28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경애의 마음이로군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28 06:41   좋아요 1 | URL
경애의 마음
언제 다 읽으실 거에요 ㅎㅎㅎㅎ

Yeagene 2021-07-2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30만원 책 선물이라니 출판사가 통 크게 쐈네요 ㅎㅎ 근데 열반인님 1등 하신 댓글은 뭐였나요?

반유행열반인 2021-07-28 12:40   좋아요 1 | URL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라는 인도 여행기 책 편집 요약 이야기 뒤를 짧게 상상해서 이어쓰는 거였어요 ㅋㅋ되게 유치했는데 그게 이벤트 주최자 취향이셨나 뽑아주셔서 어리둥절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8 12:40   좋아요 1 | URL
이벤트 후 예의상 그 책도 상으로 달라해서 리뷰를 쓰려했건만…아직도 못 읽어서 조만간 읽고 올려봐야죠 ㅋㅋㅋㅋ너무 늦었다 ㅠㅠ ㅋㅋㅋㅋ

초딩 2021-07-30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책을 찍고 돌려서 보니 또 새롭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30 07:29   좋아요 1 | URL
누워 있는 걸 돌린 걸 눈치채셨군요 ㅋㅋ예리하십니다.
 
[eBook] 버블 : 부의 대전환 - 돈의 미래를 결정하는 지각변동
존 D. 터너 외 지음, 최지수 옮김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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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윌리엄 퀸, 존 디 터너.

원제 Boom and Bust. 책 내내 버블이라는 말이 반복되는데 다 읽고 나서야 제목에 버블이 안 들어가는 걸 알았다. 어쨌거나 보글보글부글부글 부풀다가 빵 하고 꺼지는 상황, 급우상향 하다가 수직 하강에 가깝게 뚝 떨어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되겠다.

2008-2009년 무렵의 금융위기를 다룬 붕괴를 보다가 흥미롭긴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기에 관한 너무 방대하고 세세한 내용에 지루하기도 해서 다른 책을 기웃대다 인플레이션이랑 버블을 먼저 읽어 버렸다. 버블은 약 300여년(1700년대부터 현재까지) 동안 버블이라 일컬을 몇몇 사례를 골라 그 원인과 영향과 정부의 대응과 그 효과에 대해 다뤘다. 각 사례가 발생한 원인도 정부의 대응방안과 효과도 다 달랐지만 시간과 공간과 그 일을 겪은 사람이 다 다르지만 저자들이 그 사이에서 발견한 공통점들은 흥미로웠다. 책 말미에 표로 각 사례를 분류해 놓은 것도 참 친절하기도 했다.

붕괴에서 자세히 다루는 금융위기에 관한 내용이 간단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좋기도 하고 음, 한 사례를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알 필요가 없나, 하고 약간 허무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목도하거나 겪은 재난에 관해서는 더 강하고 큰일로 여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비슷한 바보짓은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그 이후로도 반복되었고, 반복될 것이다. 갑자기 부동산 거래와 주식 거래에 관심을 가지는 내 머릿 속에는 빨간불 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란불이 켜지고, 그래서 자꾸 이런 책만 주워보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해도 나같은 투자 비관론자(였던 어린이 내지 일찍 늙은이)가 관심 가졌을 무렵이면 이제 폭발의 불꽃이 팡팡 터질 때가 아닐까 싶은 거지. ㅋㅋㅋㅋㅋ

비교적 최근의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 버블과 이후의 오랜 침체, 중국의 2007년과 2015년 버블과 붕괴에 관해 간단히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 한국 사례는 안 다뤄진 거 보면 이 캐나다 연구자들(둘다 퀸스대학교 소속)에게 우리 나라 사례는 큰 흥미를 끌지 못했나 보구나 싶은…한국 언급은 일본이 한국전쟁 이후 경제 회복과 제조업 성장이 가속화된 이야기만 나온다. ㅋㅋㅋ아 이부분 빡쳐서 밑줄 그음…남의 위기는 나의 기회다 이거지…사실 금융 시장 자체가 그렇다. 내가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판 주식이나 부동산은 결국 그런 식으로 계속 넘겨지고 넘겨져서 누군가에게 손해로 남는 폭탄 돌리기 같은 일인지도. 무한한 성장을 믿지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싸게 산 물건과 서비스는 누군가의 노고를 후려친 결과인지도. 그걸 늘 마음에 새기며 겸허하게 살아야지. 싶다가도 또 반대로 내가 폭탄을 쥐거나 호구가 되고 싶지는 않단 말이지…이놈의 자본주의…

책 보다가 지나치게 신용 이용해서 투자, 투기하는 이들이 늘어난 후 버블 터지는 상황 보면서 궁금해서 현재 부채율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펴낸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 가계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모와 증가 속도, 양 측면에서 모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9년 말 83.4%에서 올해 1분기 말 90.3%로 올랐다. 2008년 말 62.7%와 비교하면 27.6%포인트(p) 증가했다.
비슷한 기간 국제결제은행(BIS) 분류 기준에 따른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말 76.1%에서 작년 말 81.0%로 12년 새 4.9%p 올랐을 뿐이다.
(출처:
https://biz.chosun.com/stock/finance/2021/06/13/ZMBZA57IAJHS7FSUXTJTJZXH5E )
그렇단 말이지…

그리고 지금은 초초초저금리 시대이기도 하고…나 새끼도 0.7퍼센트짜리 예금 통장 만들었다가 며칠 만에 깨부숴서 주식을 샀단 말이지…

게다가 MTS니 하는 앱 돌리면서 와, 뭐 이리 주식 매수 매도 쉽냐 막 예약 걸고 그랬단 말이고…거래 비용과 시간의 감소, 증권 거래소를 찾을 필요도 없이 뚝딱 만들어진 증권 계좌, 중개인을 찾을 필요도 없이 시스템 이용하면 셀프로 알아서 누구나 대기업이든 매출 조그만 회사든 투자할 수 있는 시대이고…

메타버스니 블록체인이니 하면서 혁신과 신기술을 언론에서 마구 떠들어대지만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딱 들춰보면 허접하고 걔들이 말하는 대로 이뤄질지 회의가 들고…

뭐 이런저런 책을 읽고난 뒤 현실을 보는 소생의 소회는 이러합니다… 그냥 책이나 읽을 것을 괜히 금융 공부 단기간에 너무 열심히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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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7 1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열반님 글 보고 재태크에 솔깃 했다가 이 글 보니 아닌것 같기도 하고 ㅎㅎ 저는 그냥 책이나 읽고 사는 걸로 🤔

반유행열반인 2021-07-27 12:35   좋아요 6 | URL
어느 날 소설도 재미없고 삶이 무료해지는데 사건도 없을 때 슬슬 책을 먼저 보시고 ㅋㅋㅋ네이버증권 메뉴도 구경하시면서 저축을 하면서 괜찮은 회사를 마음 속에 찜해 놨다가… 금융위기 왔다 경기 침체다 곡소리 날 때 조금씩 사 모으시면 알라딘을 통째로 사 버리실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ㅋ(저는 공부도 안 하고 주식 코만큼이나마 너무 일찍 사버림…그래서 떨어지는 거만 구경이요 ㅋㅋㅋ)

scott 2021-07-27 17:16   좋아요 2 | URL
큰손들이 검은 손으로 시장을 쥐락 펴락 해서
개미들만 마이너스의 길을 가는 것 같습니다.

얄라알라 2021-07-27 13: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열반인님 경제 분야 독서는 계속됩니다! 멋지세요.

Boom and Bust / 제목에 정말 버블이 안 들어가는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7-27 13:44   좋아요 4 | URL
이거도 분야 중독이 있는가 지긋지긋한데 자꾸 보게 되네요 ㅎㅎㅎ붐붐버스트한 독서네요 ㅋㅋㅋ

Yeagene 2021-07-27 14: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리나라 가계부채비율이 상당히 높네요..갑자기 걱정되는데요..;;;

반유행열반인 2021-07-27 14:05   좋아요 3 | URL
네 가계부채가 저 모양이라 정부가 저금리하면서도 정책으로다가 대출 막고 있는데 (제가 몇 년 째 여러번 곤란 겪어봄 ㅋㅋㅋ) 그래도 어찌저찌 빚내는 건 꾸준한가 봐요.

scott 2021-07-27 17:14   좋아요 3 | URL
저도 부채비율에 놀라고 있습니다.
 

단정하고 평가하고 비난하는 일은 쉽다. 경계가 좁고 경험이 일천한 사람일수록 그 쉬운 일에 거리낌이 없다. 그렇게 같잖은 우월감을 위해 밑천을 드러낸다. 가진 게 없어서 자유로워서 외로워서 참 좋겠다. 이야 부럽다. 짝짝짝.

이 책이나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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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7-27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 참 좋네요. 읽으면 자기가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될 듯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7-27 16:42   좋아요 1 | URL
넵 저도 궁금해서 도서관 예약해 뒀어요 ㅎㅎㅎ
 
[eBook] 창백한 불꽃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7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윤하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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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6월에는 소설을 제법 읽었는데 7월에는 소설 실종이다. 소설책을 옆에 쌓아두고 자꾸 이상한(?) 전자책만 빌리니까 그렇지…
그래서 오랜만에 나보코프 읽자, 하고 ‘창백한 불꽃’을 책을 빌렸다.

책 읽을 때 맨 뒤 평론, 해설, 옮긴이의 말 같은 건 잘 안 본다. 그냥 이런 독해도 있구나, 하고 참고하면 되는데 수많은 해석 중에 굳이 책 뒤에 따라붙어 인쇄까지 되는 의견은 뭔가 권위가 과하게 부여된 거 같고 그렇게 안 읽으면 혼낼 거 같고 그게 싫어서 메롱 안 읽을 거지, 하고 생략할 때가 많았다. 사실 그 책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을 때도 많아서. ㅋㅋㅋ 비슷한 이유로 주석도 잘 안 봤었다. 제대로 된 텍스트면 본문 안에 잘 소화시켜 녹여내야지 뭘 다리 꼬리 주렁주렁 달고 왔다리 갔다리 하게 해, 하는 무식하고 게으른 자였어서..ㅋㅋㅋ그런데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전자책 산 지 6년? 그런데 아직도 다 못 봄…) 조금 보면서 아…주석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도무지 읽어낼 수 없는 책도 있구나. 잘 달린 주석이 원문 텍스트보다 더 많은 가르침을 줄 때도 있구나(이것이 꿈보다 해몽인가…) 하면서 조금씩 참고하는 쪽으로 읽는 방향을 바꾸고 있다.

여하간에, 그래도 소설 정도는 스스로 읽어낼 힘이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방식대로 소화하고 치트키는 안 써야지, 하는 쪽인데 이상하게 이 책은 빌리고 왕창 묵히다가 펼쳐서는 맨 뒤의 옮긴이 해설부터 읽었다. 오랜만에 나보코프라고 쫄았나 보다. 일단 원문을 안 읽었으니 얘가 뭔 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형식의 독특함, 여러 가지 읽는 법이 있다, 여러 번 읽어야 한다, 다양한 해석이 있다, 뭐 그런 정보를 얻었다. 시가 있고, 그 시에 대한 주석이 있고, 두 텍스트가 투쟁하는 모양이군.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군. 시와 주석 중 뭐 부터 읽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고 선택이로군. 나중에 다 읽고 나서 번역자가 스포일러 안 해 준 것에 상당히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어디 주석부터 읽어 볼까, 하고 중간 쯤으로 갔는데…
이 책은 ‘머릿말-창백한 불꽃(시-섀이드가 초고를 태우고 베껴 적은 것, 최종고는 아니고 초고 다음 그 어드메-이라는 킨보트의 주장)-주석(킨보트가 풀어내고 싶어 근질근질하는 비하인드 스토리)-색인(시의 색인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서야 주석의 색인이네…했다)여기까지가 아마도 작품 전문’-미주(이건 아마도 옮긴이나 출판 원서에 달린…)-해설 순서로 묶여 있다.
나는 해설을 본 뒤 기왕 이렇게 된 거 미주도 먼저 보고, 머릿말-주석-시-순으로 보려고 했는데, 주석인 줄 알았던 게 색인이었더라…색인 보니 뭔 말인지 모르겠네, 하고 시로 넘어갔다. 그러고 나니 주석이 나와서 아…내가 본 게 주석이 아니고 색인이었구나, 그것도 시인이 만든 색인카드인가 했더니 아니네 주석자의 색인카드네 했다. ㅋㅋㅋ 내 독서에서조차 킨보트 의문의 1패…
정리하면 저는 역자 해설-미주-머릿말-색인-시-주석-다시 색인 이렇게 봤습니다. 읽는 동안 시를 다시 꼼꼼히 봐야 하나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것조차 스포라서 조심스레…)

999행의 시를 읽으며 두루뭉술하지만 섀이드의 생애가 어렴풋이 잡힌다. 그래서 여기에 무슨 주석이 더 필요하겠어, 싶다. 그렇지만 섀이드의 팬이자 주석자인 킨보트는 갑작스러운 시인의 타계 이후 이 시의 출판을 둘러싸고 벌어진 시인의 부인 시빌, 동료 교수와의 논쟁을 언급하며 자신이 이 시의 창작 과정에 끼친 영향, 누릴 지분 같은 걸 애써 어필하고 시작한다. 아다시피 그렇게 내가 너한테 해준게 얼마인데! 하는 놈치고 실제로 정당성 있는 경우는 드문 거 아시죠…
읽어보면 알지만 주석 안의 액자식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주석자도 야, 재밌지? 아 그만할게… 다시 너 재밌게 읽고 있지? 하면서 계속 썰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독자가 조금씩 감춰둔 이야기를 자각하게 만들고 중간에는 아예 오픈해 버린다.
아…이것이 나보코프 클라스지. ㅋㅋㅋㅋ
디테일 중에 기억 나는 건 시에 롤리타라는 태풍을 넣고 그 부분 주석에 왜 태풍에 그런 이름을 붙였나 나는 모르오, 하고 너스레 떠는 것이 귀여웠다.
그리고 카를 왕이 대놓고 동성애자라 여자들이 달려들거나 성애적인 장면만 나올라치면 아니야 됐어, 난 남자가 좋아, 하는 느낌으로 후려치며 자체검열 하는 게 약간 자조적인 (롤리타로 평생 얻을 명성과 평생 먹을 욕을 다 획득한 자의) 개그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부분조차 아 이 소설 속 세상은 다 남자들의 세상이야…사랑도 우정도 탈출도 학계도 창작도 해설도 다 남자고 여자는 거절당한 연인, 배우자, 상속인, 길잡이, 심지어 성애에서 마저 배제되는 구나… 가장 적극적인 여성이란 자살한 헤이즐 밖에 없네… 펜스룰 오지는 나보코프 새끼…하고 1950년대 소설을 2020년대 식으로 읽는 만행도 잠시 저질렀다.

이 책은 시에 대한 산문과 주석의 열등감, 열패감과 그래도 내가 최후의 승자임, 하는 이상한 승리감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살아남은 게 짱! 그래도 언젠가는 죽겠지… 하는 불안과 불완전한 인간의 삶을 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모든 주석은 그거 쓴 놈의 자기 과시고 다 개소리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읽기는 오독이고, 모든 해석은 오해이며, 텍스트에 대한 쓰기는 원문을 소재로 할 뿐 사실은 책이나 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위한 구실일지 모르겠다. 사실 나새끼만 오독 오해 썰 풀기 하는 걸 수도…남들은 제대로 읽고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쓰는데 말야… 그런 불안감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쉬이 풀어 놓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난 아니니까… 어차피 출판이라는 건 쓰고 간직할 때까지는 저자의 몫이지만 세상에 풀려나오고 나면 그렇게 뜯어먹히고 오독과 오해와 함께 증식하고 확장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가 뻗어나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마음대로 읽고 마음대로 씁시다.

이미지는 순서대로

7월의 빈약한 내 소설 독서…

시 창백한 불꽃의 첫 행과 중간중간 나오는 여새.

섀이드의 죽음의 순간에 함께 하는 바네사. 레드 어드미러블. 붉은제독나비.

읽은 순서대로 밑줄 그음. 해설-머릿말-색인-시-주석. 읽는 순서는 독자 마음대로. 사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게 내 심정…괜히 해설한테 말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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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7-26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롤리타를 생각이상으로 재밌게 읽었는데도 이 작품을 볼 생각은 못해봤네요..어려워 보입니다..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7-26 10:24   좋아요 3 | URL
롤리타 잘 보셨으면 이것도 재미있어요 ㅎㅎ해설 때문에 쫄았는데 오히려 읽다보면 형식은 그냥 경건하고 진지하게 읽도록 유도하는 페이크 ㅋㅋ

새파랑 2021-07-26 1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리뷰만 봐도 띵하네요. 본문이 시로 쓰여 있나 보네요 🙄 일단 롤리타 먼저 읽고 이책 도전해야겠어요. 저도 ˝북적북적˝쓰는데 간만에 업데이트 해야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7-26 10:24   좋아요 3 | URL
본문이 시와 주석인데 주석이 메인(이러면 킨보트 승..) 으로 읽힐 수도 있네요 ㅋㅋ롤리타 저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북적북적 좋아요 ㅎㅎㅎ

파이버 2021-07-26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읽어야 할 책은 늘어나고… 롤리타는 재밌게 읽었는데 주변에 추천하기에는 망설여지던 그런ㅜㅜ 책이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7-26 11:26   좋아요 2 | URL
미리 나서서 추천까지는 그렇지만 롤리타 읽을 만 해요? 하면 영화랑 같이 읽어보세요 좋아요 ㅎㅎ까지는 할 수 있어요 ㅋㅋㅋ

scott 2021-07-26 15: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슨 저의 모습

소설책을 옆에 쌓아두고 자꾸 이상한(?) 전자책만 빌리 ㅋㅋㅋㅋ

열반인님 이런 폭염에 죠기 죠 새도
나비 잡아먹다거 더위까지 먹을 ㅋㅋㅋ

나보코프의 언어 유희 세계는 창백한 불꽃에서 활활 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๑˃̵ᴗ˂̵)و

반유행열반인 2021-07-26 16:27   좋아요 3 | URL
같은 모습으로 지내고 계시군요 ㅋㅋ아침에 매미 막 울면 그거 먹으려는지 새도 난리 ㅋㅋ나비보단 매미가 맛있겠지...
저도 말장난이라면 환장하는데 그래서 나보코프 좋나 봐요 ㅋㅋㅋ

북깨비 2023-09-22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 복잡해보이는데 어느 부분에서 별 다섯개를 주셨는지요. 😭 읽으려하니 엄두가 안납니다.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9-22 17:16   좋아요 1 | URL
북깨비님! 원래 자기가 힘들게
읽은 책일수록 과대 평가하는 경향(나만 당할 수 없지)이 별점에 반영되는 것도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구성이나 진행이 복잡한 듯 흥미진진한 점이 있었고 좀 힘든데도 왔다갔다 하며 다 읽고 나니 즐거운 독서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벌써 이년이 지나서 가물가물하고 느낌만 남아있네요 ㅎㅎㅎ

북깨비 2023-09-23 00:59   좋아요 1 | URL
나만 당할 수 없지 ㅋㅋㅋㅋㅋ 🤣🤣🤣 딱딱한 걸 오독오독 씹어먹는 맛이군요. (파파톨드미에서 치세가 어려운 책을 읽는 재미를 그렇게 표현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찾아서 정확하게 인용하려 했는데 27권짜리라 ㅋㅋ 만화책이지만 😅 언제 다시 읽게 되면 조용히 와서 댓글 달아둘께요.)

반유행열반인 2023-09-23 09:30   좋아요 1 | URL
네 제가 자신이 없어서 제가 읽은 거 보고 읽는다 하시면 쭈굴하는데 나보코프는 많이들 극찬하시듯 꼭 읽어볼만한 작가 같습니다. 꼴랑 세 개 봤지만 셋다 그랬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