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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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5 마이클부스.

이 책을 만난 건 작년 알라딘에서 우연히 참여하게 된 댓글 이벤트 덕이었다. (첨부 이미지 참조)
마이클 부스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읽은 뒤였고, 나는 블랙유머나 시니컬한 농담을 좋아하는 편인데다 잘 모르던 북유럽에 대해 알게 해주는게 좋아서 그 책도 제법 잘 봤다. 나중에 리뷰를 보니 불만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미친 듯이 웃긴’ 이라는 수식어가 담긴 부제 때문에 다들 속았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출판사는 이번 인도 여행기에도 ‘미친 듯이 웃긴’이라는 말을 끝내 포기하지 못했는데 이게 또 패착이 아닐까 싶었다..게다가 인도 요리 탐방기, 라는 부제와 달리 뒤의 절반은 요가와 명상으로 흘러가고 마무리된다. 식도락 여행기를 바라고 읽던 사람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기보다는 개빡침을 안길 우려도 있다. 카레라이스 달라는 사람한테 카레는 당신 마음 안에 있습니다 하면 진짜 살인 나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유머 코드를 가진 출판사 관계자 분 덕에 제가 황송하게도 글항아리 책을 삼십만원어치나 소장하고 이제 막 두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별 다섯 개는 어른의 사정으로 알고 넘어갑시다. ㅋㅋㅋ

인도는 신화와 역사와 종교와 문화와 예술과 관련해서는 궁금한 점이 많은 나라였지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동아리 선배 중에 홀로 인도에 다녀온 언니랑, 또 나중에 배우자를 따라 인도에 잠시 살다온 언니랑, 본인이 주재원이 되어 인도에 오래 체류하게 된 오빠를 보며 신기해하긴 했다. 낯설고 한국보다 편리하지 않은 곳에 그렇게 오래 머무는 게 대단하다 난 못해...하고…
관악구의 오랜 맛집 인도음식점 옷살에 친한 사람들을 데려가 여기 맛있지, 아저씨가 자꾸 물 따라주네, 하는 정도가 내가 인도에 대해 품은 호의의 최대치인 것 같다.

그리고 자꾸만 단체로 춤을 추는 인도영화의 작위성이나…친구가 리뷰대회 같이 나가자 해놓고 쏙 빠져 혼자 꾸역꾸역 읽고 썼지만 강화길 소설가에게 까여 삐짐 지수만 잔뜩 상승한 아룬다티 로이의 지복의 성자…(구글 저서 번역에 행복한 성직자로 되어 있어서 웃김 ㅋㅋ) 그 정도가 인도 문화를 맛보기로 조금 손가락만 담근 정도…

코로나19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만 더 세게 때려서 그 나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걸리고 죽고 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인도는 더더욱 먼 곳이 되어 버렸구나, 원래도 갈 생각이 없었는데 거기 뿐 아니라 국경을 넘는 일은 당분간 어렵겠구나 하는 날들이다. 그래서 그런가 작년에 조금 읽다 덮은 여행기도 다시 펼쳐 읽으니 흥미로웠다.

마이클 부스는 서른 아홉에 중년의 위기 운운하는데 사실은 알코올 중독 문제로 배우자를 걱정하게 했다. 그때문인가, 배우자와 아이 둘과 함께 장기 인도 여행을 떠난다. 처음에는 식도락 여행을 즐기며 인도의 여러 지방을 누비고 다닌다. 대항해시대하면서 염료 향신료 향료 모은다고 간간히 들리던 항구 이름이 나올 땐 오 나 저기 잘은 모르지만 들어봄 ㅋㅋㅋ하고 반가웠다. 그런데 갑자기 배우자 리센이 이제 처먹는 여행 그만하고 내가 요기 섭외해 놨으니 거기서 몇 주 동안 수련하고 술 끊어, 안 그러면 너랑 안 살아, 하고 강력한 처방을 내려서 마이클 부스는 강제로 요가와 명상 수업을 받게 된다. 그게 의외로 좋아서 스스로 초월 명상 워크숍까지 찾아가고 영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명상과 요가를 하며 절제를 찾게 되었다-는 해피엔딩.

나도 모르게 요가 이야기가 나오면 책을 읽다 말고 유튜브에 초보 요가 쳐가지고 몇 동작을 따라하고 있었다 ㅋㅋㅋ 제대로 요가 해 본 적은 없고 위핏으로 스트레칭이나 하던 건데 휴가 동안 집에 처박혀서 걷지도 않고 백신 맞고 진통제나 삼키며 골골대다가 누워서 영상에서 시키는대로 요렇게 조렇게 몸을 조금 움직이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도중 샤워를 하다가 나는 이미 다 가지고 있고 이제 잃을 일만 남았네, 그걸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마이클 부스는 굳이 인도까지 가야했을까? 원효대사 봐라, 뼈에 고인 썩은 물 먹고 득도하는데, 뭐 이런 생각하고 후반부를 보니 거의 똑같은 이야기가 써 있어서 아 사람의 생각이란 생각보다 다 비슷하고 특별할 게 없나 보다…아닌가 원체 걱정쟁이에 불안쟁이인 나랑 비슷한 성격의 마이클 부스라 코드가 맞는건가 나도 술주정뱅이가 될 위험은 있지 이번에 카브루에서 한정판 맥주 나왔다고 그걸 이만원 넘게 주고 앱에다 시켜서 곰탕집 가서 픽업까지 받았지 엣헴 주사 맞아서 아직 못 먹었는데… 이런 뻘 생각도 하다가 옷살에 가고 싶은데 나갈 일도 나가기도 귀찮으니, 하고 그냥 전지현이 광고하는 즉석 카레를 네 봉다리 시켰다.

내세와 업과 개인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방식의 해결책은 진보의 적이고 그래서 좌파들이 인도문화를 별로 안 좋아할 것 같긴 한데. 세상을 바꾸겠다는 인간들이 몇 번을 뒤집어놓고 혁명을 일으키고 누굴 죽이고 권력자가 바뀌어도 개인의 삶은 평온해지기는 커녕 죽거나 아프거나 더 가난해지거나 불행해지는 걸 보면, 인도식으로라도 먹을 것으로 위안 받고, 요가든 명상이든 아편이든 위안 거리가 있어야 버티는 게 삶이 아닌가 싶었다.


+밑줄 긋기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과일과 야채를 파는 부분만 10평방킬로미터)이라 알려진 이곳을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이유가 있다. 소풍 갈 때 가져갈 맛난 것들로 예쁜 바구니를 채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둘러볼 만한 그림 같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자드푸르는 매일 5억이란 인구를 먹이기 위해 돌아가는 곳이고, 그런 광경은 절대 예쁘장할 수 없다. 썩어가는 농산물이 바닥에 흥건하게 깔려 있다. 특히 이곳의 정육점을 한번 보고 나면 웬만한 사람은 인도에서는 절대로 다시 고기를 입에 대지 못할 것이다.(71)

-나는 하루 전에 사우리시가 한 말을 떠올렸다. “델리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이 세상 어디서든 아무 거나 다 먹을 수 있어요.” (75)

-그날의 깨달음은 애스거의 입에서 나왔다. “우리가 이걸 머리에 하긴 했지만, 우린 원래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에요.” (88, 암리차르 시장에서 터번을 두른 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인도를 이렇게 묘사했다. “오래 사용해서 올이 다 드러나고 수없이 다시 꿰맨 아주 오래된 태피스트리.” 이보다 더 자이푸르를 완벽하게 표현할 순 없다. 내 눈에는 마치 16세기의 도시 하나를 통째로 발굴한 뒤, 상업이 아직도 활발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군데군데 시멘틀르 조금씩 바르고, 싸구려 아크릴 간판 조각들을 여기저기 걸고, 비닐봉지와 돌들을 쫙 깔아놓은 것 같았다. (117)

-자식이란 크게 벌어진 상처 같은 존재다. 운명은 언제라도 그 안으로 손가락을 넣고 찔러댈 수 있다. 그리고 나처럼 가뜩이나 이런저런 일로 죄책감에 영원히 절뚝거려야 하는 사람에게, 나의 잘못된 결정으로 내 아들이 이런 식으로 고통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142)

-링의 말이 암시하는 바는 나를 개선함으로써 더 나아가 세상을 개선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비록 지극히 작디작은 요인이라 해도, 제네바호에 던진 조약돌 하나가 호수의 수위를 높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내가 식욕과 중독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조니 워커와 초콜릿 케이크가 돌아가게 될 테니 그것도 하나의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337)

-“제가 들은 얘기인데요, 달라이 라마의 오른팔인 어떤 남자는 공중으로 몸이 떠오르는 걸 막기 위해 무거운 모자를 쓴대요.”
킴이 말했고, 그 순간 우리가 탄 오토릭샤가 도로의 움푹 팬 곳에 부딪히며 우리 셋을 공중으로 붕 띄웠다. (383)

-힌두교는 액체와 같아요. 흑백이 아니고 회색입니다. 힌두교도가 아닌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모든 개개인에게 각자의 종교를 주고자 하기 때문이죠.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다소 애매모호해야만 해요. 확실한 형태를 규정지을 수 없어요.
…”뭐, 동양에서는 홀로코스트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제가 여기 인도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지구상에 여기만큼 우울한 곳도 없는 것 같은데요.”
“네, 우리는 모든 걸 신에게 맡겨버렸으니까요! 그 점은 잘못됐죠. 반면에 서양에서는 모든 걸 개인에게 떠넘기죠. 오늘날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당신 같은 이성주의자들은 사회의 실패가 곧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의무와 책임이 개인에게 꼭 붙어다니는 이윱니다. 인도에서는 모든 책임을 신에게 돌립니다…” (415)

-행복은 일시적이고,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든 간에 행복은 의지가 있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포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도로 불러낼 수도 없다. 그리고 당연한 이치이지만, 때로 불행한 시간을 겪지 않고는 행복할 수도 없다. 그게 자명한 이치다.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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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5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일 5억이란 인구를 먹이기 위해 돌아가는 곳/ 델리에서 자라는 사람은 아무거나 먹고 탈나지 않는 ㅋㅋㅋ 길버트 보다 더욱 현실적인 인도,먹방 인문 탐방기 인것 같습니다 ^ㅅ^

반유행열반인 2021-08-05 22:49   좋아요 3 | URL
직접 가 본 분들 덕에 방구석에 앉아서 간접 체험했네요 ㅎㅎㅎ사람 사이에 대면과 접촉과 교류가 사라지고 각자 움츠러드는 게 이놈으 감염병의 제일 치명타 같습니다…

붕붕툐툐 2021-08-05 2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인도에 그렇게 베지테리안이 많았나봐요~ 저 인도여행 할 때 채식했었는데, 모든 곳에 채식 메뉴가 있어서 엄청 편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인도에 크게 환상이 없었던 만큼 잘 먹고 잘 놀고 왔어요~ㅎㅎ
스토리 잇기 댓글이 넘 재밌네용~👍

반유행열반인 2021-08-06 07:16   좋아요 0 | URL
인도에 다녀오셨군요!!! 심지어 채식까지...진짜가 나타났다!!!!! ㅋㅋㅋ 생각해보니 요가와 명상 부분 읽을 때 음 붕붕툐툐님의 영역이다 했었어요ㅋㅋ

얄라알라 2021-08-06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어른의 사정으로 알고 넘어갑시다.˝ ^^ 열반인님만 구사할 수 있는 쿨한 고품격 유머^^ 좋아요좋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6 07:17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 보은을 해야 하는데 별이라도 후해야지 드릴 게 없더라구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1-08-06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의 저 댓글이 삼십만원짜리 댓글이군요~!!

개인적으로 왜 책 표지를 저렇게 디자인 한건지 이해가 안가네요 ㅡㅡ

반유행열반인 2021-08-06 07: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약간 삐끕 표방한 느낌이져 저도 다 읽고서 표지 그림 누구야 하고 겉표지 뒷면 보니 한국에서 저런 짓(?)을 한 거 같아요 ㅋㅋㅋ그런데 저도 동아리 공연 포스터 같은 거 만들 때 그림판으로 더 한 거도 그려봐서 차마 욕은 못하겠고 ㅋㅋㅋㅋㅋ

라로 2021-08-06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또 반열샘 글에 넘어가 저 책을 질러야 한단 말입니깍??ㅠㅠ (책 안 사고 싶다고요오~~~!! 절규)

반유행열반인 2021-08-06 07:19   좋아요 0 | URL
아니 이 글을 보고 대체 왜 구매를 하신다는 겁니까 ㅋㅋㅋㅋ별 다섯 개는 예의상이고 실제로는 4.5개입니다 ㅋㅋㅋ 다 본 제 책 드리고 싶네요...(왜 멀죠 ㅠㅠ)

Yeagene 2021-08-06 11: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리뷰도 재밌고 댓글도 재미져요 ㅎㅎ 삼십만원 값어치하는 댓글인데요 ㅎㅎㅎ 열반인님 덕에 이 책 읽고 싶어졌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6 11:39   좋아요 2 | URL
으아니 출판사에 보은하는 방향(=책 판매 촉진)이긴 한데 진짜 이웃 분께는 그냥 제 책 드리고 싶어요 ㅋㅋㅋㅋㅋ빌려보거나 저 처럼 얻어보면 쏘쏘한데 사 보면 화내는 분도(전작 보니) 생각보다 많아서요 ㅋㅋㅋㅋ

2021-08-06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6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6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8-06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당연한 이치이지만, 때로 불행한 시간을 겪지 않고는 행복할 수도 없다. 그게 자명한 이치다. (435)
- 저의 경우,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물도 못 마시는 금식을 하고 나니 시원하게 마신 물 한 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더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6 14:39   좋아요 1 | URL
그러니 아프고나서 누리는 건강은 더 소중하겠지요 ㅎㅎㅎ항상 건강하시길 페크님!!
 
[eBook]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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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2 산만언니.

그 여름의 백화점 붕괴 사고 소식은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 기사를 통해 끝없이 그곳과 떨어져 있던 내게도 전해졌다. 사고 후 잔해 밑에 갇혀 있다 구조된 언니 오빠들 소식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막연한 궁금함에 이 책을 사서 읽었다. 저자가 겪은 힘든 삶과 고통과 이후로도 끊이지 않은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들에게도 애도와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다. 모두가 그간 겪은 힘든 감정들 신체적 정신적 고통 조금이나마 덜어지고 앞으로는 나은 삶을 살길 진심 기원한다.
그렇지만 책으로 읽는 기분은 복잡했다. 딴지일보 연재분이나 블로그 연재로 이 글들을 마주했다면 그 허심탄회함이나 구어체 같은 표현이나 ‘사실, 참고로’, 하는 군더더기에 조금 더 관대했을 것 같은데, 간간히 직접 겪은 사람 아니면 쓸 수 없을 참신한 표현이나 비유가 와닿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문장이나 책 구성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건 책을 처음 내는 저자 보다는 출판사가 더 다듬어 줬더라면 하는 마음이다. 힘든 일 겪은 사람의 토로를 보면서도 문장 타령하는 나새끼가 싫기도 하고.
이런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충분히 공감할 준비가 되었는지 돌아본 뒤 읽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지금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읽는 내내 나는 이 글을 왜 읽는가, 자주 묻게 되었다. 나의 부족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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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8-02 1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든 책 읽으셨네요..ㅠㅠ
전 이런 책 읽을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요..읽었다는 것 자체도 대단하십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02 18:07   좋아요 1 | URL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 같아요 ㅎㅎㅎ

syo 2021-08-03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장병 1기를 앓고 계신 것 같은데 감염원이 어디일까요? 🤔

반유행열반인 2021-08-03 10:02   좋아요 0 | URL
밀접접촉글이 주원인인 걸로 추정됩니다...(애독자 올림)

반유행열반인 2021-08-03 10:03   좋아요 0 | URL
정작 문장 후지다고 깐 제 문장이 더 후져서 문제입니다. ㅎㅎㅎ

syo 2021-08-03 10:0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별로 후지지도 않지만, 설령 내가 후지다고 해서 못 깔 것도 없습니다! 보는 눈과 쓰는 손은 다른 법

강나루 2021-08-06 2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6 20:11   좋아요 1 | URL
강나루님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Book] 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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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1 라우라 비스뵈크.

원제 IN BESSERER GESELLSCHAFT. 더 나은 이익사회에서. 와, 나 사회학 배울 때 게젤샤프트 들어봤어. 게마인샤프트도 알아! 그런데 말만 알고 퇴니스가 왜 그렇게 공동사회 이익사회 구분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오스트리아 사회학자인 저자가 현대 사회의 여러 분야에 걸쳐 일어나는 독단과 구분 짓기, 일상적 차별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럽 사례가 많은데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충돌, 담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혐오와 연결지어도 크게 다른 부분이 없어서 흥미롭게 읽혔다.

원래는 자신과 입장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악으로 몰고 혐오하고 역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미워서 이 책을 골랐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저 사람들을 싫어하면서 저런 태도나 마음을 닮아가고 있을지도 몰라, 그게 걱정이 되어서 더 열심히 읽었다. 너희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하다면, 나에게도 너를 혐오하고 욕할 자유가 있다, 라는 사람들은 남을 짓밟고 존재 자체를 없애려 드는 걸 권리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냥 우월의식이고 열등감이고 남을 덜어 나를 채우려는 폭력일 뿐이에요. 에효 말해 무엇합니까. 정작 들어야 할 사람, 읽어야 할 사람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을 것을.

내가 틀릴 수 있다, 내가 던지는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될 수 있다, 끝없이 되뇌고 반성하면서 살아야겠다.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일이지. 더 나아가 그런 짓을 하는 사람한테도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무슨 일인지 지적하는 용기도 필요하겠다. 진지충 예민충 소리를 듣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젠더 문제, SNS의 관심 경제, 노동 시장과 빈곤과 계층 문제, 문화 자본, 골고루 다룬 점은 좋은데 각 장 마지막 마다 뭔가 미완의 느낌으로 마무리될 때가 많았다. 모든 사회학책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는 없지만, 진단과 지적에 머무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아, 어느새 모범답안이나 비전 중독자가 되어버렸나, 그래서 문제인 건 알겠는데 어쩌라는 겁니까 선생님… 더 큰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는 독자에게 그건 알아서 생각해! 하는 듯한(실제로 그러지 않았습니다…) 불친절함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덕분에 책이 두꺼워지지 않았겠지만…)

뼈 때리는 가르침에 밑줄을 너무나 많이 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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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01 18: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뼈 때리는거 좋아해요~♡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01 18:58   좋아요 5 | URL
때리는 거요? 맞는 거요? ㅋㅋㅋㅋ 저는 둘다요 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8-01 19:24   좋아요 4 | URL
으앗ㅋㅋㅋㅋㅋㅋㅋ저도요!ㅋㅋ

Yeagene 2021-08-01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이 책을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1 21:32   좋아요 3 | URL
저도 그 책 제목에 관심 가지다가 이 책 읽었네요.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라는 책도 잘 읽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새파랑 2021-08-01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밑줄만 읽어도 거의 책 읽는 급이네요~!! 답은 니가 찾아라 군요 ^^ 근데 밑줄 보니까 고개가 끄덕여 지고 공감이 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1 22:05   좋아요 3 | URL
네 그래서 너무 많이 그어서 출판사한테 혼날지도…(홍보입니다, 홍보!)

붕붕툐툐 2021-08-02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더 큰 가르침은 다음 책에서 주시는 거 아닐까요?
저 맨 마지막 문장을 제 멋대로 ‘뼈 때리는 가르침에 너무나 많이 지쳐버렸다.‘로 읽음요.. 누가 우리 반열님 지치게 했어! 막 이럴 뻔 했네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02 06:27   좋아요 0 | URL
지치기 전에 책 끝내주시더라구요 ㅋㅋㅋㅋ나만 맞을 수 없다...널리 읽혀라...

공쟝쟝 2021-08-03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도 캡처라면... 출판사에서 안쫓아와? ㅋㅋㅋㅋ 😳 ㅋㅋㅋㅋ (나는 좋은데...) 출판사님?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03 18:43   좋아요 1 | URL
안 유명한 블로그라서 다행이다…쫄리니까 이웃공개할까… ㅋㅋㅋ 내가 나중에 볼라고 캡쳐한 건데 올리면 안 되는 건가…과했나…(소심소심)

공쟝쟝 2021-08-03 18: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과한지는 모르겠는데 캡처 읽으면서 내려오다가 지쳐서 ㅋㅋㅋㅋㅋ 아 내리자 하고 스크롤을 내렸는 데 한없이 내려갔엌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뭐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수 있짘ㅋㅋㅋㅋ
 
자두 소설Q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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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1 이주혜.

작년 연작소설 ‘연년세세’를 펴낸 황정은 작가의 인터뷰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아보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해 읽은 가장 인상 깊은 두 권으로 작가는 ‘도어’와 ‘자두’를 꼽았다. 도어는 올해 일월에 읽었다. 그게 아직 올해인 게 놀랍다. 자두는 마련해두고 오래 꽂아두다 여름이 되고부터 가까이 쌓아 놓았다.
인터넷 슈퍼에 자두를 주문했는데, 나는 아직 읽기도 먹기도 전인데 이웃의 자두 이야기에 눈물을 쏟다가, 그래도 결국 자두를 먹긴 먹었는데 그 며칠 사이 비 그치고 쨍한 햇볕에 더 익은 자두, 딱딱한 복숭아, 수박 모두 다 달았다. 살아있는 사람은 그렇게 단맛을 가끔 누린다. 그 모든 단맛을 비롯한 즐거움은 삶을 추동하는 힘, 살아있으려면 그걸 계속 먹으라고, 유전자를 전달하려면 그걸 계속 하라고, 그런 뭔가의 부름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책 몇 권 보며 알게된 건 겨우 그 단순한 사실인데 가끔은 그런 오래전에 새겨진 명령어가 있다는 걸 다 잊고 아 달다, 아 좋다, 하면서 온전히 즐겁고 싶다.

첫머리를 보다가 각주에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의 인용구 일부와 역자 이름을 보고, 어어, 정말? 하고 예전 이웃 독서목록에서 스쳐지났던 책을 검색해보니 이 소설을 쓴 이주혜 작가가 그 책의 번역가였다. 이러면 제가 안 읽을 수가 없잖아요…보관함에 담아 놓음…
94년 무덥던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또 어어, 72-1 버스라고? 그 없어진 노선, 서울대에서 여의도 가던 그 버스 맞나? 나는 김일성이 죽었을 때 피아노학원에서 수안보온천으로 여름캠프를 갔었어. 나라이름 대기 할 때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댔더니 애들이 내가 같은 나라를 두 번 말해서 졌다고 해서 울었어.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조금씩 미쳐갔어. 그때 아빠 나이가 지금 내 나이고, 그때 내 나이가 큰아이 나이네. (나는 아직 미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은아와 세진은 부부이고, 은아의 시아버지, 세진의 아버지가 담도암으로 입원한 동안 간병을 하다 지쳐 간병인 영옥씨를 고용한다. 갑자기 심해진 병세에 섬망까지 와서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은아에게 상처를 주는 시아버지와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세진에게 은아는 실망하고, 간간히 영옥씨로부터 힘을 얻는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자꾸만 영옥씨에게 욕을 하고, 세진은 영옥씨를 해고하고 불성실한 남자 간병인을 다시 고용한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은아와 세진은 헤어진다.
영옥의 존재는 도어의 에메렌츠와도 약간 겹쳐 보였다. 중간에 영옥의 목소리나 시아버지 병일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세진의 목소리만은 흉내내지 않는다.
이 책은 번역자인 은아가 자신의 번역한 책 뒤로 길게 붙인 역자 후기이다. 이렇게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로 초대하는 소설을 읽고나니 읽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당장은 아니라도 조만간…

막 서른이 된 해에 이곳저곳이 아팠다. 충수염 수술을 하고 석달 만에 성대폴립 수술도 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고 젊어서 그런가 많이 아프지 않고 회복도 빨랐다. 짧은 입원 기간마다 당연하다는 듯 곁을 지키고 돌봐준 사람이 있다. 아직 취업 전의 대학원생이라 가능했겠지만. 반대로 나는 아직 누군가의 간병을 해 본 경험이 없다. 감사한 일이지만 언젠가는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약해지고 아파하다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 지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잘 돌볼 수 있을지, 나를 미워하지 않고 회복되거나 떠나가도록 할 수 있을지,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더 자신이 없어졌다.
수술이나 출산을 앞두고 유서 비슷한 걸 미리 써둘만큼 걱정이 많은 나였다. 오늘 화이자 백신 맞으러 가기 전에도 아, 뭐라도 써둘까, 했는데 그만 두었다. 나는 사실, 나야. 했는데 내곁을 죽음으로 떠나버리는 사랑했던 이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어떤 걸까. 직접 겪고 싶지는 않다. 책으로 충분해.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내 사랑하며 삽시다.

+밑줄
-리치가 말한 ‘레즈비언 연속체’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 ‘mothering’은 ‘어머니 되기’일까 ‘어머니 하기’일까? 그렇다면 어머니는 자격인가, 상태인가, 아니면 행위인가? 적당한 한국어를 고르기 전에 그의 생각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만, 작업 내내 저는 이해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애초에 타인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가능한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떠올랐습니다. (14-15)

-“사람한테 충이 뭐예요, 충이? 농담이라도 사람을 벌레라고 부르는 사람이 무슨 의사가 되겠다고 그래요? 사람이 웃겨요? 목숨이 우스워요?”
제일 심하게 놀려대던 젊은이는 입까지 쩍 벌리면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일행은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다물더군요. 카페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던 게 기억납니다. 그들의 떨떠름한 표정이 바로 벌레 씹은 얼굴이었다는 건 6 층까지 올라와서야 깨달았습니다. 시럽충 운운했던 그 젊은이는 재수 없게 별 이상한 진지충을 만났다고 아마 그날 내내 떠들고 다녔을 겁니다. (44)

-죽어요…...죽어요……
환청이 아니었습니다. 착각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나무 그늘 쪽으로 다가가는 길에 분명히 영옥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발소리를 죽이며 그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영옥씨의 목소리는 저주에 어울리지 않게 나직하고 평온했습니다.
“어르신, 죽으려거든 날 좋을 때 죽어요. 이런 염천에는 죽지 말아요. 이런 날 죽으면 자식들 고생합니다. 부디 볕도 좋고 바람도 좋은 날 죽어요. 그래야 자식들이 덜 서럽습니다. 알았지요? 꼭 좋은 날에 죽어요. 우리 어머니처럼 염천에 죽어 자식 가슴에 한을 심지 말아요.” (77)

-지금 생각하면 시아버지의 방식은 좀 치사한 데가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아기 이야기를 꺼내놓고 갑자기 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러면 저는 죄도 짓지 않았는데 용서를 받는 더러운 기분이 들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세진에게 이런 찝찝하고 억울한 기분을 털어놓았습니다. 처음 몇번은 세진이 대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세진도 시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부모의 반응에 비하면 시아버지의 반응은 굉장히 너그러운 거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너도 결국 아이를 가져보려고 더 노력하지 않는 게 잘못이라는 말이지? 왜 이야기가 그리 튀어? 어른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럼 나는?죄도 없이 맨날 용서받는 내 심정은 누가 이해해주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네 팔은 늘 아버님 쪽으로만 굽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는 너랑 아버지를 저울질하지 않아. 둘 다 내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왜 꼭 편을 갈라야 해? 너야말로 늘 편을 가르려고 들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어떻게 둘이 될 수 있니? 너는 언제나 뒤로 밀리는 내 마음을 절대로 이해 못해. 싸움은 계절성 기후처럼 반복되었습니다. (91-92)

-안타깝기 짝이 없지만, 암이 더 진행되어 고통이 커진 후 죽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이란 원래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이 향 연기처럼 제멋대로 피어올라 허공을 떠다니는 곳임을 이때 배웠습니다. 그중 어떤 말들은 옷과 머리칼에 깊이 배어 쉽게 빠지지 않는 향냄새처럼 뇌리에 진득하게 들러붙어버린다는 것도요. (116)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닥에 하얀 눈가루가 쌓이지 못하고 바람에 이리저리 날렸습니다. 잠시 가만히 서서 눈을 보았습니다. 저들은 왜 나의 애도를 방해하는가. 왜 내 마음을 슬픔 대신 분노로 채우는가. 무슨 의도인가.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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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타카노 후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20210730 타카노 후미코.
지난 번 ‘럭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 사면서 같은 작가의 이 만화책도 같이 샀다. 되게 웃긴 게 책소개의 싱글, 이란 말과 표지의 사람 둘(아마도 엄마와 아이?하고) 을 보고 이 책을 싱글맘이 혼자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생각하며 펼쳤다. 제목에 빨래가 들어가니 나의 편견은 더욱 강화된 듯…
그런데 다 틀렸다 ㅋㅋㅋ 크게 그려진 여자는 루키(저번엔 럭키더니 이번엔 루키) 그리고 조그맣게 그려진 건 원근법일 뿐, 루키의 절친 엣짱, 둘다 싱글이고 각자 혼자 사는 성인이었다.

그야말로 쌍팔년도(1988-1992)에 연재된 만화인데 이천년대 초반 웹툰 등장 시절 유행하던 생활툰의 원조격이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는데 그거대로 담백하니 다른 책 쉬어갈 때 볼 만했다. 초반 읽을 땐 그저 그렇네, 했는데 볼수록 루키는 정말 귀엽고 엣짱은 웃겼다.

루키는 재택 근무자, 절약생활자, 소비에는 관심 없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돈 쓰는 거라 하면 우표 수집, 남자에 무심, 최소한의 시간만 일하고 여유적적 귤까먹고 사는데 아무데서나 잘 자는 느긋한 성격까지 정말 닮고 싶은 캐릭터였다.
그렇지만 나는 엣짱에 더 가깝지…까칠, 예민, 물욕이 넘치고 남자에 관심도 못 끊고ㅋㅋㅋㅋ 엣짱 처음에는 비호감이다 싶었는데 소소하게 빵 웃겨주는 건 역시 엣짱이었다…

식구가 많아서, 연애 관계도 스물한살 이후로는 끊겨 본 적이 없어서 오롯이 혼자인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고 상상해본 적도 거의 없다. 만약 루키와 엣짱처럼 지금의 내가 싱글라이프라면. 둘은 아주 친한 서로에 의지해 친구가 아플 때 간호해주고 특별한 날 함께 하고 그러니 혼자의 삶을 버티지 싶었다. 나는 그런 절친이 없으니… 주로 마음과 몸을 의지하는 상대로 어려서부터 애인이나 가족에게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결국 누구나 완전히 혼자일 수는 없다.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서로 찾고 들여다보고 그러다 잠시잠깐 혼자이고 해야 살아가는 듯.
만화의 결말이 좋았다. 늘 검소하던 루키가 우표를 팔기 위해 간 곳은…ㅋㅋㅋ만날 탕진잼이던 엣짱이 약간 부러워하는 것 같아 측은했지만 뭐…타고난대로 자기가 살아온대로 만들어진 지금의 나는 결국 내가 감당할 몫이 아닐까 싶었다.

이미지는 순서대로…

루키가 물조리개를 나팔로, 쓰레기봉투를 토끼로 착각하는 게 귀여워서ㅋㅋㅋ

엣짱이 어거지로 긍정놀이 하는 거 왜 웃기냐 ㅋㅋㅋ유일하게 풉 터진 부분이라 찍어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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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7-30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스다 미리의 여자만화 시리즈 열반인님 혹시 아세요?그거랑 비슷한 느낌일까 궁금해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30 14:12   좋아요 3 | URL
제목은 들어봤는데 읽은 건 하나도 없어요 ㅎㅎ예진님이 좋아하시는 시리즈인가요? 저 작가 작품은 분명 옛날 만화인데 왠지 레트로 유행 따라 요즘 그린 만화 같은 기분이 드는 옛날 만화랄까요 ㅋㅋㅋㅋ옛날 만화인데 요즘 만화 같다 ㅋㅋ그러다 번뜩 옛날 맞네 한 게 유선전화 선 꼬불꼬불한 거 들고 먼 곳 벽에 붙은 밥솥사용설명서를 통화상대에게 기를 쓰며 알려주려는 거 보고요 ㅋㅋ휴대전화가 참 삶을 바꿔놓긴 했네 싶더라구요.

Yeagene 2021-07-30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위에 댓글이 안달려서;;;
마스다 미리 만화 추천하시는 분들은 많은데,저는 좀 안맞는 느낌이었어요.
설정같은 게 위에 언급하신 만화와 비슷한 느낌이라 여쭤보았습니다.자세한 설명 감사드려요 열반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