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okple.aladin.co.kr/~r/feed/520863331

일년 전에 붕괴를 읽었고, 그새 세상은 또 뒤집혀서 내 주식은 마이너스 천만원 언저리를 왔다갔다하고(ㅋㅋㅋㅋ이젠 이조차 고통을 느끼지 않음 수학 성적 낮은 게 수익률 망한 거보다 더 원통함) 예금이자는 0.7 이ㅈㄹ하던게 3퍼센트 넘게 올랐다. (그치만 대출 이자도 7퍼센트....예금을 할래도 주식에 묶여 돈이 음슴 ㅋㅋㅋ)
작년 여름은 한창 경제 금융 공부를 하고 주식도 시작했고 몇 달 하다 결론은...수학 과학 공부를 하자 ㅋㅋㅋ가 되었고...그러니까 아직 일년 전 나는 수학은 커녕 올해의 내가 이러고 있을지 상상도 못하고 살고 있었다.
삶이란 그런 것. 사는 형태도 인연도 바람도 신세도 가진 것도 잃은 것도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내에 훅 하고 바뀐다. 연 백권 넘는 책 읽는 내가 될지 오년 전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그러다 다시 연 열권도 못 보는 한 해를 보낼지도 몰랐고... 뭐 어떻게 살든 그냥 살아지는 거지... 수학 못해도 너무 나 미워하지 말아야지. 이러다 또 수학 잘 하는 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엣헴 엣헴. (아직은 아님...)


——
버블과 붕괴를 헷갈리는 나의 멘탈…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쨌거나 둘다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시기에 읽었네요… 붕괴된 멘탈 수습하려면 오늘밤엔 오랜만에 책을 조금 읽어야 겠습니다…아래 사진 속 책들 중에서 ㅋㅋㅋㅋㅋㅋㅋ(설마 어휘끝 보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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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2-07-28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또 그새 하루가 바뀌어서 작년 어제 읽은 책 됨...왜 시간이 막 녹죠...이러다 금방 늙어 죽을 듯...

scott 2022-07-28 00:33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 (붕괴)라뇨
주식 투자와 수학공부는 별개 ㅎ
공부는 언젠가 써 먹을것
투자는 항상 조심하귀😊

반유행열반인 2022-07-28 10: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7월은 버블이네요 붕괴는 8월 초에 읽었네요 ㅋㅋㅋ멘탈이 붕괴네요 아주 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7-28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통장이 붕괴되었습니다 ㅜㅜ 이럴줄 알았으면 책이나 더 살걸...

반유행열반인 2022-07-28 10:50   좋아요 2 | URL
코스피 3300에 발을 들였으니 2400 2300지수 무너지면 필패하는 시기였네요 ㅋㅋㅋㅋ천만원이면 책이 몇 권이야ㅋㅋㅋ대학 등록금 일년치에 알라딘에 십년 쏟아부을 돈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2-07-28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에 ‘어휘끝‘이 있네요. 어휘를 끝내는게 가능은 한건지 뻔한 의문이 드는... 어휘 부족한 저ㅋㅋㅋ<우리가 세상을...>이 책 아주 재미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28 10:54   좋아요 2 | URL
저것은 제가 사놓고 오래도록 펴보지 않은 영단어집입니다 ㅋㅋㅋ(다른 책 본다고...)작년에 자두 읽고 작가 이주혜가 저 책을 번역했다는 걸 알고 모셔놨는데 그렇게 꽂힌 채 일년이 지났네요 ㅋㅋㅋ내년 겨울쯤 보지 않을지...(눈물)

페넬로페 2022-07-28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휘 끝
이 책 반가워요 ㅎㅎ
저의 집에도 있었거든요~~
남들은 참 다들 투자에 성공해서 잘 사는듯 하는데 우리들에게만 머피의 법칙이!
그럼에도 이 더운 여름 공부하시는 열반인님, 화이팅!
제일 고민한 과목 점수가 젤 잘 나올 수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2-07-28 18:26   좋아요 2 | URL
저는 사놓고 안 봤는데 다른 (ebs)영단어 2500단어짜리 두달 봤더니 점수가 째끔 오르더라구요 ㅎㅎ그런데 80-85-89라서 등급은 제자리 2등급 붙박이여요ㅋㅋㅋㅋ 말씀대로 성적이 좀 올라주면 좋겠네요. (주식까진 더 오르라고 욕심 안 부리려고 합니다 ㅋㅋㅋ)

Yeagene 2022-07-28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식이 마이너스 천만원이라뇨;;;;;너무 놀라서 제가 제대로 읽은건지 몇 번을 봤네요;;;;

반유행열반인 2022-07-28 18:27   좋아요 2 | URL
저도 써놓고 보니 놀랐어요 ㅋㅋㅋ그러고도 밥도 잘 먹고 사네요. 주식을 팔아버린 건 아니라(팔 수가 없어요 저대로 팔면 안 되요 ㅋㅋㅋㅋ) 아직 미실현손실이지만 저게 조금이라도 회복되려면 몇년을 기다려야 할 거 같네요 ㅠㅠ ㅋㅋㅋㅋㅋ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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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9 황인찬.

시인이 쓴 산문집을 제법 오래도록 읽었다. 읽은 때는 주로 오늘 뭘 잘 했다고 읽어, 종일 딴짓한 벌이다 그냥 자라, 하지 않는 날 밤, 자기 전. 열한시반에서 열두시 사이 쯤. 그래서 자주 읽을 수는 없었다(ㅋㅋㅋ태만한 나에게 불만이 많은 날들).
오래 많이 읽을 수 없고 어서 자고 내일을 대비해야 하는 나에게 시 한 편, 그리고 시인의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야기가 딱 맞춤한 독서였다. 시인은 생존 시인의 시와 시인은 가고 시만 남은 시 마흔 아홉 편을 두루 골라 두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활과 삶과 성격과 시에 대한 감상과 생각을 덧붙였다. 김소월, 한용운, 백석, 윤동주, 이상 등등 수능 빈출 시인들의 시가 있으니 수험생이 읽기에도 죄책감이 덜하고(ㅋㅋ) 현대 시인은 시 읽기가 짧은 내가 읽었던 시인들의 시도 약간 있었고, 새로 시인을 소개 받고 더 읽고 싶은 시집도 생겨서 좋았다.

황인찬 이야기를 하면 친구는 난놈, 이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시를 모르는 사람도 읽으면 딱 좋다 얘는 참 잘 쓴다 알 수있다고 했다. 시인의 시집 겨우 한 권 읽은 나도 깊이 공감하는 바이고…그런데 산문집을 읽으니 아니 시 뿐만 아니라 줄글까지 이렇게 담백하고 다정하게 잘 써 버리면 이건 정말 사기캐가 아닌가…하는 마음은 아주 잠시였고 그냥 두런두런 들려주는 이야기 듣다 누워 잡생각은 잊고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꽤나 위로가 되었다.

한 달에 최소 한 권씩은 시집, 소설책을 읽어야지, 하던 삶이 있었는데. 지금은 두 달에 한 권도 도둑처럼 (누가 말리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몰래 읽는 나날이다. 너무 슬퍼하거나 너무 나를 미워하지 않는 나를 배우는 날들이기도 하고, 쓰지 않는 법 읽지 않고 견디는 법을 익히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못 사는 건 아니라고. 비슷하게, 뭘 잘하지 않아도, 내가 아주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오히려 실수투성이에 흠결 넘치는 사람이어도 살 자격이 없는 건 아니라고. 시가 말해주고 친구들이 말해주고 이제 나만 나한테 말해주면 된다. 그게 안 되면 뭐 조금이라도 계속 읽어야지…일단은 계속 읽을 수 있는 날들을 기다림…


+밑줄 긋기

-책에 실린 거의 모든 시가 좋지만 읽을 때는 강성은의 시가 뭔가 와 닿았다. 다시 베껴적으려고 보니 왜 꽂혔던 거지 싶기도 하지만… 몇 달 후면 십의 자리가 바뀔 내가 요즘 절감하는 건 나이듦인가 보다. 나는 옛날 사람이구나,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하는 기분인가 보다. 아직 여름을 다 보내지도 않았는데.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세기 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
단 한 번의 여름을 보냈다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이 없는 일들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강성은, <환상의 빛> 전문 (255-256)

-사랑이란 감각하는 것임을 아주 절묘하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 시는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어요. 누군가 날 감각하지 않으면, 날 만지지 않고 더듬지 않으면 그전까지 나는 아무것에도 이해받지 못하는,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고. 무덤이나 마찬가지라고. 즉 사랑받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으면, 그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고. 현물, 현실에 속한 생물 혹은 물건이 아니라고. 시는 말하는 겁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우리는 사랑할 때에만 살아 있다고, 그리고 사랑이란 결국 그 살아 있음, 존재함 자체라고요. 이 논리를 거꾸로 활용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살아 있는 우리, 존재하는 우리, 현물인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고요.
아까는 사랑을 증명하기가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기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사실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가 그리고 당신이 살아 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사랑을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283-284)


-시인이 귀여운 후배들을 위해 쓰고 읽은 축시가 이 책에 실린 단 하나의 자작시이다. 이 시를 선물 받은 이들은 (앞뒤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춤을 춘다
춤을 잘 추지는 못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두 사람은 춤을 춘다
눈밭 위에서 백사장 위에서

발자국과 발자국들이 겹치고

어제로부터 시작되어
내일로 이어지는

동작과 동작의 지속과
가슴 아래 따뜻한 운동의 연속이 있다

두 사람이 춤을 멈추면
두 사람은 그냥 웃을 것이다

어떤 하루는 비뚤고 어떤 하루는 서툴고 또 어떤 하루는 아무 일도 없겠지만

그냥 웃을 것이다
그게 두 사람의 가장 좋은 점이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고요한 물 위에서

미워하는 것을 미워하고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면서

두 사람은 춤을 춘다
그것이 두 사람이 가장 잘하는 일이라는 것처럼

두 사람은 춤을 잘 추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두 사람과 함께 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두 사람의 가장 좋은 점이다
황인찬, <오늘> 전문 (296-298)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며 내가 저것과 이토록 멀리 있다는 사실을, 내가 저 아름다움과 무관한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슬픔은 바로 거기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지요. 아름다움이란 ‘너는 내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요.
좋은 시를 읽으면 슬픔이 찾아오는 것도 같은 연유입니다. 좋은 시는 존재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법이어서, 타자의 존재를 우리의 영혼이 실감하게 합니다. 좋은 시란 결국 나는 네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너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가 진정 느끼게 만들어준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슬플 수 밖에 없지요. 우리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을 읽음으로써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304)






+ 사은품으로 받은 연필은 쓸 수가 없다…예뻐서 소중해서 이런 거 아니고 도무지 실용성이 없음 ㅋㅋㅋ뭔 안 쪼갠 나무젓가락 같이 납짝하면서 거대해서 깎는 일 자체가 일임…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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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7-19 12: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도둑글 읽는 슬픔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슬프네요. 얼른
수능 끝나고 마음껏 읽게 되시길!

저도 한 달에 한 두권 시집
읽으려고 했었는데 흐지부지...
(283-284)대목이 확 꽂힙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19 20:01   좋아요 3 | URL
나름 주제글(?)같은 문단이라 통으로 베껴왔어요. 연필의 문장이 뭔가 뜬금 없다 했는데 (두 자루가 세트로 풀로 마지막 문장이 새겨져 있는) 맥락 안에서 보니 또 좋더라구요. 진짜 요즘은 조금 불쌍한 독서에요 ㅋㅋㅋㅋ스스로 불쌍하게 만듦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7-19 13: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글 읽으니 고3 야자 때 공부하기 싫으면 문학 교과서나 문학 참고서적에 있는 시를 다른 교과서 간지에 베껴 적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시가 있어 공부 말고 딴 책 읽고 싶은 욕구를 좀 참을 수 있었던거 같아요^^
설마 저 빨간 것이 연필은 아니죠???

반유행열반인 2022-07-19 20:02   좋아요 4 | URL
몰랐는데 다른 이웃님이 목수연필이라고 안 굴러가라고 저리 만드는 거라고 알려주셨어요 ㅎㅎㅎ저도 고3때 수첩에 시 같은 거 베껴적은 게 아직 남아 있더라구요. 공부 안 하려고 평소 같으면 안 했을 짓을 많이 했죠 ㅋㅋㅋ

얄라알라 2022-07-21 00:14   좋아요 1 | URL
으흠. 댓글부터 달고 위로 올라가며 플친님들 댓글 읽다가 ˝목수연필˝ 알고 갑니다....그렇군요^^ 이름과 어울리는 모양새입니다

Yeagene 2022-07-19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능 수능 끝나고 열반인님 맘껏
읽고싶은 책 읽으셨음 좋겠네요..
열반인님 힘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2-07-19 20:03   좋아요 3 | URL
중학생들 지난 주 이번 주 방학해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거 보며 난 방학도 다 버리고 독서도 못 하고 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거야 대체… 하면서 수학을 풀었습니다 ㅋㅋㅋ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7-21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아래, 뻘겋고 두툼한 것이 연필이라는 거죠?
손가락 굳은살 가속기겠네요. 안쓰시기로 하심 잘 하심.

두 달에 한 권 소설 몰래 읽으실 정도로 내일의 일정이 빡빢하게 예비되어 있는 계획된 삶
늘 그렇지만 열반인님 응원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21 00:32   좋아요 2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얄님 ㅎㅎ오타내서 열님 할 뻔 했는데 그게 저네요. 열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ㅎㅎㅎ문제 풀 때 연필 안 쓰고 전자 펜슬 쓰다보니 연필에 애착이 없네요 ㅋㅋㅋ(그렇지만 올해 수능 샤프 색깔은 궁금하다…119일 후에 알겠구나…)

scott 2022-07-25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의 소즁한 연필
귀여운 아이들 손에 잡혀 있을것 같습니다
이번에 열책에서 한국인 시집 세트 나와서 덥석(파주 출판 단지에서)
드립백 커피 한움쿰 주셨는데

먹귀 아까와서 모셔놨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2-07-25 10:47   좋아요 1 | URL
저는 파주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 저도 출판단지? 그런데 가보고 싶네요 ㅋㅋㅋ목수연필은 그냥 장식으로 모셔놨어요 ㅎㅎㅎ
 
[eBook] 대혼란 그림책은 내 친구 63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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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6 키티 크라우더.

내가 6월에 읽은 책 1권. 현우진의 뉴런 수1
내가 아마도 7월에(내일 쯤) 다 읽을 책 1권: 현우진의 뉴런 수2
둘다 문제집이고, 6월 모의고사를 보고 충격과 공포에 빠져 다른 과목 공부를 다 집어치우고 더더 수학에 매달리는 중이라 다른 과목은 진전된 교재가 없다…
황인찬의 에세이를 드문드문 두 달에 걸쳐 읽고는 있는데 이것도 잘하면 이달 안에 읽겠지만 두 달 넘게 이러면 너무 슬픈 독서 목록이야…
적분으로 함수 그래프 밑넓이 구하는 83분짜리 강의를 하루 종일 겨우 듣고는 ㅋㅋㅋ(고3 치고 공부량도 개판인 주말…)충동적으로 전자도서관 들어가서 석달 만에 아무 책이나 눈에 띄는 걸 빌렸다. (석달 전엔 이언 매큐언의 ‘검은 개’를 빌렸던데 한 쪽도 못 열어보고 그냥 반납되었다.)

제목이 좋았다. ‘대혼란’이래. 그리고 그림책이래. 후다닥 읽으면 숨이 쉬어질까 했다. 책을 너무 못 봐서 기갈들어서 후해진 것도 있겠지만 색연필 선이 사각사각 보이는 그림도 좋고 문장도 하나하나 다 좋고 혼자 고양이 키우면서 집 어지르다가 이웃이 더럽다 그래서 슬퍼하며 마음 잡고 집정리하는 주인공도 좋았다. 와 내 취향이 이런 건지 몰랐는데 아무튼 취향 저격하는 귀여운 책이었다.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

‘전날 밤에 갈비뼈 사이, 흉곽 안에 슬픔을 품고 잠들었어요.’ (8)
에밀리엔이 왜 슬펐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얼마나 잔뜩 슬펐는지는 알겠다. (고양이 말고는) 곁에 사람 없이 혼자 잠든 것도 알겠다.

어질러진 집에 대한 이런 표현이 좋았다.
“그래, 꼭 우리 집 같아. 바닷물이 빠지면서 바닷가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남기잖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밤마다 자다가 여기까지 오는 걸지도……”(10)
이것보다 앞에 있던 아래 문장은 이 뒤에 바로 붙이는 게 좋았을지도.
’살짝 바다 냄새가 났지만, 바다는 정확히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어요.’(10)
한 시간 만에 바다로 달려갈 수 있는 동네라니 좋겠다. 집 어질러진 것도 바다 핑계 댐…

할머니가 물려주신 ‘한숨의 책’ 주요 내용을 알려줘서 정말! 좋았다. 그치만 난 정리는 하기 싫다. 설마 마음이 무겁고 문제가 안 풀리는 게 집이 어질러져서 인가요.

‘미크는 에밀리엔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요. 세 살이나요. 그건 아주 많은 거예요. 삼 년 동안 먹은 밥, 밤에 꾼 꿈, 입 밖에 낸 말의 수는 어마어마하지요! 에밀리엔은 잊술 옆에 작은 갈색 반점이 있는 미크를 언제나 좋아했어요. 그 반점은 초콜릿 비슷했지만, 당연히 초콜릿은 아니에요!
에밀리엔은 가끔 그 반점을 닦아 내고 싶었지만, 지워지지 않을 것을 잘 알아요. 그 작은 반점은 태어날 때부터 있는 거니까요.’(22-23)
에밀리엔이 미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몇 마디로 챡 보여주는 솜씨…그림도 잘 그리는데 글도 챡챡…
미크는 에밀리엔을 새우(때로는 해마), 실바니아를 문어라고 부른다. 심하네 문어라니…넙치가 낫겠다. ㅋㅋㅋㅋ

에밀리엔은 큰맘 먹고 집을 치우고 이웃 미크와 실바니아를 불러 어슴새벽까지 잔치를 한다. (어슴새벽이래…말이 왜 예쁘냐…밤새 놀아본 적이…십 년은 확실히 넘은 듯)그 사이 이웃의 작은 비밀(?)약점(?)이 드러나는 건 후려치는 갈등 해결법이지만 뭐 이 정도는 넘어감ㅋㅋㅋㅋ

이런 귀여운 문장을 읽으면 책 정리를 안 할 수가 없겠다. ㅋㅋㅋ
‘기쁨에 찬 고요가 계단 위로 피어올랐어요. 책시렁 위의 책들이 새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어떤 책은 새 이웃에게 안심했고, 어떤 책은 문학성 없는 책과 이웃이 되어 기분이 상했어요.’ (33)

내 책꽂이 책들은 이러고 있겠다.
세로로 반듯이 서 있던 소설책 과학책들 위로 근본 모를 중고 문제집들이 가로로 누웠어요. 두툼한 무게에 책머리가 눌린 책들은 인상을 구기며 자존심이 상했어요. 이봐 이걸 좀 풀어 없애든가 중고장터에 다시 내다 팔든가 해서 치워주면 안 되겠나. 아니 종이 문제집 잔뜩 갖춰놓고 왜 피디에프만 쳐 풀고 앉아 있나. 왜 이렇게 느린 건가. 이건 언제 다 할 건가. 내후년? 자손한테 물려줄 건가? 교육과정 개정되서 안 될 건데?
미안. 다시 피디에프 풀러 간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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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7-16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논장!
출판사 간판이 눈에 확 익어 반가운 김에 얼른 뒤져봤더니, 제가 알던 그 출판사가 아니군요.

반유행열반인 2022-07-18 18:30   좋아요 1 | URL
같은 출판사 그림책을 제법 가지고 있는데 괜찮은 세계 그림책 많이 내는 곳이더라구요ㅎㅎ컨텐츠는 좋은데 물리적으로는 잘 망가지구요 (어린이들이 많이 봐서 그런건지 책 자체가 약한 건지 둘다 원인 같기도 하고요ㅎㅎ) 다른 논장은 어떤 책들이 나오나 궁금하네요.

새파랑 2022-07-17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수능 준비하신다고 좀 감성(?)적으로 변하신거 같아요.이제 얼마 안남으신거 같은데 마지막까지 화이팅 하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2-07-18 18:31   좋아요 2 | URL
120일 아니 500일 가까이 남았네요 ㅋㅋㅋㅋ아이고 지겹다 벌써 재수각이라니...새파랑님 따라 얼른 소설 읽어야 하는데...(새버스 그만 미루시고 얼른 독후감 써주시구요 ㅋㅋㅋ)

라로 2022-07-17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마음에 들어요. 그림도 귀엽다. 하얀 돌 이야기도 재밌고요,,, 그런데 여기 올리신 게 다는(주된 이야기) 아니겠죠??ㅎㅎㅎ 암튼 화이팅!!! 시험이 가까와질수록 마음이 약해지고 걱정은 더 부풀고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시험이 가까울수록 공부를 해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정말 괴롭더라구요. 하지만 눈에 안 들어와도 문제집을 풀던 피디에프를 풀던 꾸준히 계속 하니까 되더라구요. 끝까지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2-07-18 18:32   좋아요 1 | URL
감성파는(?) 그림책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건 감성적이래도 뭔가 사차원인게 저랑 결이 맞더라고요 ㅎㅎ꾸준한 라로님! 언제나 리스펙트! 저도 계속 열심히 하겠습니다.

Yeagene 2022-07-18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읽었던 <메두사 엄마>의 키티 크라우더가 그린 책이네요 ㅎㅎ
열반인님 벌써 7월이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하실텐데,이럴 때일수록 건강관리 잘 하시면서 공부 하시길요..
끝까지 화이팅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18 18:34   좋아요 2 | URL
메두사 엄마 뭔가 저 같은데요????(저 곱슬이 심해서 진짜 메두사 머리에요 ㅋㅋㅋ)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진님. 얼마 남지 않은 거 아니고 그냥 제가 고2다 생각하고 지내기로 했어요 ㅋㅋㅋ그래도 오늘까지 수1, 수2 유명 강의(?)도 듣고 내일부터는 미적분 할라구요 ㅋㅋㅋ 이십년 전에 이과 갔으면 진짜 대학 못 갔을 거 같아요 ㅋㅋㅋ그래서 이과 출신 존경합니다 ♥️

syo 2022-07-24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책을 읽으셨네요. 현우진의 뉴런이라니..... 그거 요즘 한국에서 성경보다 더 팔리는 책 아닙니꽈...

반유행열반인 2022-07-24 21:08   좋아요 1 | URL
저 불신자이지만 성경도 불경도 가지고 있고 쿠란도 관심이 있지만…새로 배움(?)을 이 나이에 하게 될 줄은 한 해 전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그렇게 되었네요… ㅋㅋㅋ

2022-08-08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35140&CustNo=1940574

해마다 알라딘이 내가 얼마나 소비 사회의 노예(?)인지 친절히 통계 내어 주신다.

내가 산 책을 다 쌓고 그 위에서 뛰어 내리면… 살아 남지 못한다.

전자책은 사놓고 열어 본 게 37퍼센트래. 그럴 거면 왜 사니 팔지도 못할 것을 ㅋㅋㅋㅋ

커피는 또 언제 저렇게 샀대. 스탬프 두 배 주는 거만 주로 사긴 했지만 저렇게 모았을 줄은ㅋㅋㅋ

올해는 읽지를 않으니 구매도 많이 줄었다. 고3 때도 열 두권은 읽었던데 벌써 한 해 반이 간 제가 올해 몇 권 읽은 줄 아십니까 ㅋㅋㅋ다섯 권이래요…충격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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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7-01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ㅎ 저는 무서워서 제가 구매한 책더미에 올라가지도 못할 거에요. ㅋㅋㅋ 저는 뒤늦게 전자책 출발한 사람인데 이제 반열샘 2배가 넘는;;; 나 이제 그만 나갈래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2-07-01 20:05   좋아요 1 | URL
전자책이 소포 보내고 받는 것도 없이 즉시 받을 수 있으니까 탄소 발자국(?)도 적고 멀리 계신 분께는 유용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어떤 사람이 아파트에 삼톤짜리 어항 가지고 있다가 바닥 휘고 어항 깨지는 사고 뉴스를 보고 저는 전에 다른 이웃님이 집 바닥 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신 말씀을 다시 떠올리며 조금 걱정 했습니다. 지진나면 진짜 자다가 책에 묻혀 죽겠구나 하고요…

2022-07-01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1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7-01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위 0.1퍼센트 ㅋ 이번 수능도 상위 0.1퍼센트 나오실거 같아요~!! 열반인님 알라딘 역사가 오래되셨군요. 전 5층이더라구요 😅 저도 고층에 살아보고 싶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01 22:37   좋아요 2 | URL
요즘 퍼센트는 저희 때랑 달리 숫자가 높아야 잘 하는 거라서 0.1퍼센트는 9등급 바닥 까는 거죠 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수능은 그리 보고 내년에 잘 봐야겠네요 ㅋㅋㅋㅋㅋ그래도 구입 대비 읽으신 비율은 새파랑님이 훨씬 우수하실 것 같습니다!

파이버 2022-07-03 0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많이 못읽으셨다고 해도 작년까지 읽으셨던 책들이 열반인님을 떠받치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ㅎㅎㅎ 그리고 전자책은 공간차지 안하니 괜찮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03 16:52   좋아요 2 | URL
아이참 그렇게 읽어봤자 무슨 소용일까 했는데 파이버님이 그게 저를 떠받치고 있다 하시니 또 그렇겠지 싶어 허무함을 좀 떨쳐버리게 되네요 ㅎㅎㅎ늘 감사합니다 파이버님!!!

Yeagene 2022-07-03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니 구매금액이 상위0.1퍼센트네요 ㅎㅎ
봐도 봐도 놀라운 열반인님의 알라딘 기록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07-03 16:53   좋아요 2 | URL
예스24에서 일찍 건너오기도 했고 어린이들 스티커북 이런 걸 많이 사기도 해서 거품이 좀 있어요 ㅎㅎㅎ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다정한 예진님!!!!

페크pek0501 2022-07-13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는 7층이 조금 넘더라고요. 7점 몇 층으로 나와요. 내가 그렇게 책을 많이 산 줄 몰랐어요.
그러고 보니 전자책은 중고로 팔 수 없는 거네요. 재가 애용하는 오디오북도 마찬가지겠지요.
아, 억울해라. 다 들은 오디오북은 팔아도 될 것 같은데... 팔고 새 오디오북을 사고 싶어용.^^

반유행열반인 2022-07-14 18:57   좋아요 1 | URL
오디오북도 전자책도 되팔이(?)가 되면 좋겠지만 가능하지 않겠죠 ㅋㅋㅋ 그래도 페크님은 많이 읽으셨을 것 같은데 전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더 많아요…훨씬…
 
화해의 몸짓
장성욱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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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장성욱.

올해 들어 나의 독서는 아주 비루하고 비참해졌다. 낮은 성적과 문제 풀이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에 집에 쌓인(진짜로 쌓여 있음) 수천권 책들은 잠시 잠깐 책등의 제목만 읽는다. 아련하게, 그립고 아쉽게. 눈앞에 있는데도 책꽂이에서 차마 꺼내지 못하는 읽었거나/읽고 싶은 사랑하는 책들.

그나마 숨쉴 구멍은 수능 국어 영역의 문학/독서 지문이다. 원체 지식 교양서나 과학책 읽는 거 좋아하니까 독서 지문 읽는 건 괴로운 일이 아니어…야 할텐데 이게 또 이 짧은 글을 빠른 시간 안에 정확히 읽고 정답을 맞춰야 하니 고역이 되어 버렸다. 분야나 주제도 막 지적재산권, 행정입법, 원근법의 원리, 블루투스와 CDMA, 광학촬영/손떨림 보정 기술, 배의 진수와 독, 피씨알의 종류별 차이, 온갖 동서양 철학자들의 이런저런 요런저런 관점 차이 등등…하…

문학 지문에서 시나 소설(심지어 고전문학도) 읽는 건 그에 비하면 완전 꿀이다.(그렇다고 안 틀리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 꿀물은 원없이 벤티 싸이즈로 벌컥벌컥 하는 게 아니라 스포이드로 찔끔찔끔, 재미있으려고 하면 여기까지, 나머지는 네가 나중에 찾아 읽…으라고 하진 않는다 너 시간 없지 메롱메롱 한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영화 속 장면. 나는 박찬욱 영화들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감독 전작을 (스토커 빼고) 각각 최소 세 번 많게는 열 번 넘게도 봤다. 설거지하다가도 가끔 영화 속 대사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올드보이를 아마도 제일 많이 봤는데, 거기서 감금방에 갇힌 오대수가 텔레비전을 시계이자 달력이고, 학교고, 집이고, 교회며, 친구이자 애인으로 표현한다. 민해경이 보고 싶은 얼굴을 부르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며 자기 위로를 하다가 ‘우리 애인의 노래는 너무 짧다’하고 노래가 딱 끝나 버린다. 고개를 푹 숙인 나는 문학 지문을 짧게 맛보며 그런 자괴감을 느낀다… 공부 좀 잘하지 책도 못 읽고 이게 뭐니…

그렇게 두달에 한 권 겨우 읽을까 말까 한 감질나는 시간 동안 뭘 읽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워 바로 옆에 코스모스를 펼치고 서문만 읽고는 멈춰두었다. 또 그러다가 새로 나온 소설의 앞표지-손짓인 듯 암매장인 듯 정체 모를 그것이 나를 불러서 공부를 잠시 멈추고 잠시 읽었다.

-수족관
작가의 등단작으로 신춘문예 지면에서 이미 읽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읽은지 5년 지나면 안 본 거지… 그렇게 오래 지났어도 그때 신선하게 느껴졌던 요소들은 여전히 기억에 남았다. 등장인물이 새우, 넙치, 개불, 은어 등등으로 명명되고 서로 공동의 목표가 있지만 화합하지 못하고 삽질만 (아니 삽질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며 쟤들은 이미 죽었네, 수족관은 커녕 횟집 수조도 아니고 이미 어물전 바랜 눈깔 같은 모습이다 싶었다. 원래 인물 하나쯤은 읽는 사람이 동질감 가지고 그녀석한테 이입하면서 쫓아가게 되는데 이 소설도 그렇고 책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거리를 두고 싶은, 그렇지만 사실 깊숙하게 숨겨둔 내 안의 치졸함, 부끄러움, 그래서 저건 나랑 달라, 나는 아냐, 하면서 부정하지 못할 지점들을 건드리고 있었다.

감춰야 하지만 감추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벗어 놓고 미처 세탁기에 집어 넣는 걸 잊은 속옷, 아빠 몰래 훔쳐둔 담배 한 개피(걸려서 뒤지게 혼나고 휴대전화 빼앗김), 어색하고 갑작스러운 마주침들, 사람은 사실 그렇게 선한 존재가 아니고 선해야 한다고 자꾸만 혼나니까 점점 쭈그러드는 게 아닌가, 작가의 사람을 보는 시선도 공감이 가고 또 그렇다고 그래서 다 나쁜 놈들! 하지 않고 조금의 연민도 (아닌 척 하지만) 남겨둔 거 같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데피니션과 저스티스
정의란 무엇인가. 너무 유명한 제목이 되어놔서 대부분 누군가 정의를 묻는다면 (수능 문항 제외하고) 저스티스일 것 같긴 한다. ㅋㅋㅋ 면접장의 여러 인물이 우연히 한 공간에 갇혔을 때 각자의 본색이 드러나버리는 장면이 약간 일본영화 같기도 하고 화자 새끼의 비서를 보는 시선이 비서직 하는 사람이 보면 엄청 썽질낼 것도 같긴 하지만. 그런 빻은 시선이 존재하는 걸 드러내는 것도 인물의 구차하고 평범하고 속물적인 욕구를 드러내는데 필요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까 저는 사드의 책이 아직도 (널리는 아니지만) 읽히는 거라 싶구요… 문학한테 너무 청정한 거 바라지 말라구… 패는 건 독자 몫이고…

-비극의 제왕
비겁의 제왕이 되어도 좋겠다, 싶었다. 재완이 말고 주변 사람들이 그렇다. 남의 비참으로 나를 조금 더 끌어올리고 그러려고 곁에 두는 사람들 그러다 조금 궁색해지면 내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하여간에 한 장면은 한 번 읽으면 잊지 못할 만한데, 그 부분 때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면서도 치졸한 어떤 마음들과 관계 맺음 때문에 부끄러워졌다. 남자들만 우루루 나오면 그안에서 별별 빻은 짓거리 빻은 소리 다 나오는데 그런 거도 써줘야지 읽고 알고 거를 수 있지 않겠는가…싶으면서도 우루루 나이트 가고 숙박업소 보내고 흐뭇해하는 장면은 정떨어지더라…

-어제부터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권여선의 ‘손톱’과 소희가 자꾸 떠올랐다. 수현. 초성이 비슷해서 그렇겠지. 그렇게나 익숙한 이름들. 그래도 수현이 좀 더 씩씩해 보여서 더 짠했다. 체불 임금 받기 위한 로드무비. 비정규직 지망이지만 아직 체험하지 못한 비정규직의 현실에 대해 내가 소설만 읽고 뭘 말할 수 있겠나. 그래도 노동에 대한 소설은 자꾸 슬프다.

-꽃을 보면 멈추자
이전에 (벌써 4년 전이야) 작은 책으로 묶어 나온 걸 먼저 읽었었는데 비틀어보는 시선이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또다른 나를 찾아 올게, 나는 안 그러고 싶다. 내가 둘이라면 아마 나는 그 나랑 진짜 피터지게 싸울 것 같다. 엄청 꼴보기 싫을 것 같기도…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야 그 말도 자꾸 생각나고…

-화해의 몸짓
상호 파괴적이거나 같이 작당하고 바깥 세상을 뿌시고 다니는 커플들의 이야기에 늘 관심이 많았다. 조커와 할리퀸은 오히려 그런 서사에 식상해질 무렵에 알게 되었고. 시드와 낸시, 보니와 클라이드, 커트와 커트니(이건 아닌가)등등. 지독하게 싸우고 지독하게 사랑하고 같이 이런저런요런저런 일들을 하고- 역시 내집단의 불화는 외집단과 대립하면 자연 해소되고 내집단의 결속도 강화되고 그런 거지요… 이제 사회학과는 영 멀어지긴 했지만… 하여간에 여기에도 그런 커플 둘이 나와서 티격태격한다. 관찰자는 아저씨. 아저씨 혐오를 멈춰주세요…

-네가 웃어야
목살집 왜 가본 거 같은 기분이지…영상이 된다면 상수 역에 왠지 김윤석이 딱일 것 같다. 나도 영웅담을 믿지 않아요.

-낭만적 사람과 사회
정이현을 읽은 사람은 제목을 보고 익숙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이현도 재크린 살스비의 사회학 책에서 따온 거지롱… 나는 이제 어디가서 평생 구호를 외치거나 팻말을 드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랜만에 소설 읽었다고 주절주절 하고 싶어가지고 아침 공부시간도 다 날리고 오랜만에 공부 회피 스킬 시전 중인 나새끼여…. 작가는 아직 할말이 많을 것 같고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아…그리고 해설은…ㅋㅋㅋ 평론가라고 이름 달고 원고료 받고 지면 실을 거면 좀 책임감 있게 했으면… 요약 일색에 그나마도 후져서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되겠다…여러분 해설은 빼고 읽으세요…) 다음 소설집은 저 수능 끝나고 내주시길…다음에 또 만나요… 다시 두달 동안 수학 감방(=스터디카페)에 칩거…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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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05-16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는 기분ㅎㅎㅎ
공부하는 게 딱 그런 기분인 것 같습니다.그래도 가끔 이렇게 칩거에서 벗어나 바람도 쐬고 그러세요.열반인님 가끔씩 쉬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반유행열반인 2022-05-17 09:4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예진님 ㅋㅋ 놀다 보면 자꾸 놀 거 같아서 책 펼치는 것도 겁나요ㅋㅋ 막 갑자기 혼자 아무데나 돌아다니고 싶고 ㅋㅋㅋ

새파랑 2022-05-16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좋아하는 책도 못읽으시고 열공하시는데 이번 수능 기대가 됩니다 ^^ 뉴스에 한번 나오시면 좋겠어요~!! 군만두만 드시지 마시고 건강 챙기시면서 열공하시길 바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5-17 09:45   좋아요 3 | URL
뉴스에 나오면 막 공부하다 기절...성적표 받고 혼절...이런거 아닐까요...응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5-16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면 왠지 다른것들을 어루만지고 싶죠~~
6월이 되어 저는 슬럼프에 빠졌던 생각이 납니다. 벌써 시간이 아득하게 많이 흘렀어요~~
열반인님!
빨리 책상으로 돌아가시오.
열공하기를 바라며 항상 건강 챙기시고요~~

반유행열반인 2022-05-17 09:46   좋아요 3 | URL
아, 책상으로 가라고 떠미는 사람 페넬로페님이 처음이에요!!! 제 슬럼프는 월 계절 안 가리고 수시로 두드려 패는 것 같네요 ㅋㅋ건강 열공 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6-28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자알 지내시고 계시지요?

건강히, 부지런히 지내시리라 믿고 조용한 응원 드리며 지나갑니다^^ 곧 7월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2-06-28 20:32   좋아요 1 | URL
얄님 안녕하세요? 안부 물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습하고 더운 여름 부지런히 보내고 있습니다. 늘 건강히 제 몫까지(?) 즐겁게 읽으시며 잘 지내셔요!!!!

2023-09-25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5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5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