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꿈을 꿨다. 독수리인지 매인지 작은 맹금류 하나가 내게 자꾸만 보챘다. 아마 자기 새끼를 집안에 들여보내달란 것 같다. 나는 단호하게 안 된다 했고, 조르던 맹금류는 갑자기 과도를 가져와 협박하기 시작했다. 설마 새가 날 찌르겠어? 하는 순간 파다다다다다다다다닥 날갯짓의 속도로 이 새새끼가 내 가슴에 칼빵을 놓았다. 찔리고 나서 이렇게 많이 찌를 줄은 몰랐네, 하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치명상은 빗겨간 것 같아…생각하며 깼다. 새의 정체는…

 지난 목요일 정형외과에서 왼발 오른발 제대로 고쳐 적어준 진료의뢰서 들고 하지외과 예약해서 월요일 방문했다. 대기하는데 하지정맥류 수술하는 거 보여줘서 으으…하다가 진료실 갔다. 
 문진하고 진료실 갔는데…다리 혈관 초음파 여기저기 살펴보니… 붓기도 하고 아프기도 아프던 무릎 뒷부분, 인대여 근육이여 신경이여 어디가 아픈 거야 했었는데….혈관이었다. 심부정맥혈전증이라고 혈병 생겨서 혈관 막아서 그래서 발 다리 전체가 땡땡해진 모양…부종은 제일 심했을 때보다 빠졌을거고 혈전도 스스로 녹기도 해서 작아지거나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고, 그런데 지금 숨 몰아쉬는데 숨차냐고…아 저 진짜 숨차네…
 아 그리고 왼쪽 다리도 초음파 봐줬는데 거긴 하지정맥류 있음ㅋㅋㅋ 저 교사요…하니까 아 직업병… 나도 모르던 하지정맥류 찾았다. 혈전도…
 이 병원에서는 혈전용해나 항응고 관련 약은 처방이 안 되서, 압박스타킹이랑 혈압낮추는 약? 뭐 비슷한 거 주고 또 하나의 진료의뢰서를 득한다. 

 가장 가까운 3차병원 예약하려는데 진료과목이 세분화 되어 있어 도무지 모르겠는 거다… 심혈관센터 소속 과목만도 여럿, 흉부외과여 순환기내과여 헷갈렸다. 지인 중 정신보건간호사x직업환경의학전문의 커플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지만…저 어디가죠…하니까 언니는 순환기내과, 형부는 일반외과 혈관 보시는 선생님에게 가라고…의견이 갈린다… 일단 형부(흉부 아님)의사 선생님이 선생님도 콕 찍어 알려주셔서 외과 목요일 외래 예약 잡는데… 그때까지 괜찮은 걸까….

 진단명 말하고 호흡 곤란하고 왼쪽 가슴 통증도 좀 있는 거 같다니까 곁의 사람은 그냥 응급실로 가라고, 퇴근해서 그리로 가겠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택시 잡아타고 응급실 ㄱㄱ

 오랜 대기/ 흉통은 그냥 점심 때 먹은 햄버그스테이크가 짜서 위통이면 좋겠다/진료의뢰서와 증상을 들은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은 그러나 코로나 검사를 시키고 응급실 깊은 곳으로 나를 안내한다… 피도 뽑고 긴 대기 하다 의사 선생님 한 분 오셔서 심장 무릎 대정맥 하여간에 내가 본 것 중 가장 오래 초음파를 가슴팍에 부비부비… 그러다가 바늘 빠진 거도 모르고 깔고 안고 계속 초음파를 쏘다가 호출이 와서 벌떡 일어나 다른 베드 가신 자리 보니…와 나 바늘 빠져서 피범벅…
 주말의 꿈은 보라매병원 입원해서 초음파 보다가 피투성이 될 꿈이었던 것이다…선생님…독수리세요??
 
 하여간에 판막 역류 이런거 보면 씨티 봐야 한다고, 다 나온다고 그래서 오랜 대기 끝에 씨티 찍었다. 결과는 두 시간은 넘게 걸려요 하고 몇 분 안 되서 바로 영상 판독하신 선생님 오셔서 저기….약을 써야겠네요. 주사요? 먹는 약으로요. 뭐죠? 폐색전증입니다. 입원 자리 나면 입원하고 안 되면 외래 잡아드릴게요. 
 
 음… 항응고제 두 알 받아 먹고 두세시간 더 기다렸나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시간이 훅훅 가서 새벽 한 시쯤 병실에 도착했다. 간호전담병동이라 보호자 면회도 안 되고 저녁 내 갇혀 있느라 입원물품 하나도 못 챙겼는데 보호자 못 온다니…다행히 짐 전달 정도는 가능한 모양이었다… 내일 아침 곁의 분이 출근길에 전해주시기로 해서 이거저거 귀마개부터 마실 물, 읽을 책까지  누워 있다 이거 좀, 이거도, 하고 요청했다ㅋㅋㅋㅋ

 병실 누워도 잠이 안 오고… 한시 오십분? 겨우 잠들었다 깨니 세시 반…뭐 그렇게 자다 깨서 검색해보니 폐색전증….치료 안 하고 그냥 두면 사망률 30퍼센트…치료하면 2-7퍼센트…곁의 사람은 그거도 안 낮은 거라고…

 하여간에 보라매공원은 네시 반 쯤 되면 새들이 예쁘게 시끄럽게 울고 병원 창 바로 옆으로 새 두놈이 썸타면서 지나가고 그렇다. 
 어제 열두시반에 밥 먹고 응급실서 저녁 거르고 아침 일곱시까지 아직 뭐 못 먹음…밥 주세요… 살려주세요… ㅋㅋㅋ

 병실에 모셔올 책: 사물의 편, 여자아이기억, 악마의 정원에서(간호사님이 입원짐가방 전달만 해주신다면…)
 빌린 전자책: 이토록 굉장한 세계,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도서관 마침 신간 올라옴…그런데 재미가 없으니 종이책 호출했겠쥬? ㅋㅋㅋ)

 이러다 하루 입원하고 집 가세요…하면 다행이지만 무거운 책 (가벼운 거만 골랐어 그래도) 가져온 사람에게 미안하겠다ㅋㅋ이미 아파서 미안함 ㅋㅋㅋ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3-05-16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23-05-16 0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건강하게 회복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6 08:25   좋아요 2 | URL
나와같다면님, 회복을 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3-05-16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5-17 15: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열반인님;;;;
지금은 퇴원하신거에요?왜 자꾸 아프세요 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5-17 18:00   좋아요 2 | URL
넵 ㅎㅎ퇴원해서 쉬고 있어요 치료는 이제 시작 ㅎㅎㅎ그러게요 왜 자꾸 아플까요ㅋㅋㅋ(범인은 수학…)

새파랑 2023-05-17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ㅜㅜ 폐색전증이라니요 ㅜㅜ 이름부터 무섭네요ㅜㅜ 금방나으시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ㅜㅜ

반유행열반인 2023-05-17 21:43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간절히 간절히 바라주셔서 감사합니다! 3-6개월 정도 항응고제란 약을 먹고 또 굳고 막혀 실려가지 않으면 나은 것인 모양입니다 ㅎㅎ

DYDADDY 2023-05-18 0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야 원인을 알고 치료를 시작하셨군요. ㅠㅠ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물론 치료받으시는 것도 힘드시겠지만 약 잘 챙겨드시고 외래 빠지지 마시고 꼭 가시길 바라요. 쾌차하셔서 몸 편히 등산도 다시 다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5-18 06:51   좋아요 1 | URL
병에 악영향 줄 체내이식기구 있었어서 그거 제거 하는 시술 협진한 과목만 일주일 후 실밥 뽑는다고 오래고 순환기내과는 외래가 한 달 후더라고요 ㅎㅎ약 안 먹으면 돌연사이기 때문에 저 아직 살고 싶어서 열심히 먹겠습니다 ㅋㅋㅋ하지정맥류는 제가 휴직 이년차라 그냥 고이 간직해 온 건가 봅니다 ㅋㅋㅋㅋ

DYDADDY 2023-05-18 08:30   좋아요 0 | URL
어찌보면 지금의 상황이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하지정맥류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도 있는데 산재는.. 안되겠죠? ㅠㅠ 이번 기회에 하지정맥류까지 잘 치료받으시고 어서 쾌차하시길 바라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8 09:36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아니에요 정맥류 있는 그쪽이 아니고 반대쪽 무릎에 정맥혈전증이 원인으로 폐동맥에 혈전이 유입된 겁니다…공무원은 산재 그런 거 없어요. 공무상 재해라 하지만 현재 질환과 무관합니다. 쾌차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때 문진 자랑 페이퍼 여러 개 보고 와 나는 저거 없어…하다가 야 전자책이랑 독서대 쓰는데 문진이 무슨 소용이야 하고 지름욕구 손톱으로 눌러 터뜨렸다. 

 권여선 신간이 나왔다는데, 책 이만 원만 채우면 문진을 준다고, 사은품 조건이 아주 널럴했다. 김광규 할아버지 시집이 나왔길래 애기들 중고책이랑 묶어서 사 버림…

 사실 문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사지 말까, 했었다. 나는 지금 길게 도망치는 중인데,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도망칠 만할 땐 도망칠 것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무겁고, 그건 얘의 본분이다. 중력 때문인데 식구들이 만져 보고 자석인가? 했다. 유리인데 금속 같은 밀도라서 어색한가 보다. 역시나 거의 수직 각도로 세운 독서대에서 쓰기엔 위험, 어린이들이(사실 높은 확률로 내가) 깨 먹을까 조심, 

 어쩌다보니 강제로 도망방지 표지판을 세워 놓았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오 2023-05-14 0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독서대수집에 이어 문진까지.... 문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사버리시는 유열님....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문구가 별로긴 하네요 저도 도망칠래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5-14 08:45   좋아요 2 | URL
소설가가 저 문장 쓴데는 맥락과 이유가 있을 거라 읽는 순간 아하 탁 하고 송구해지지 않을까 싶긴한데 도망도 무릎 발목 성한 때나 치는 거지 이제 한 오륙십 되면 저렇게 말하면서(사실 주저앉음) 그럴지도…별로인 듯하다가도 딴청하다 저 글씨 보고 한 번 들어보려다 어이 무거워…하면서 할 일로 다시 돌아가는 놀라운 효능(?)도 있더라구요…본분에 충실한 물건:무엇이든 진득허니 눌러줌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문학동네 시인선 188
육호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0513 육호수.


대추야자를 먹었다오래  공부하겠답시고 영어로  아라비안나이트를 사서 앞머리만 조금 읽다 말았다이야기  상인이 대추야자(영어로는 date) 먹다가 씨앗을 함부로 뱉어 버린다거대한 지니가  들고 나타나서  죽인다했다왜죠 님하 살려주셈… 마법에 걸린 대추야자씨를 너새끼가 퉤퉤    아들 가슴에 박혀 아들이 죽었다너도 죽어라했다 다음은 기억이  나고 대추야자만 남았다  전에 동료 선생님이 건조기후 가르치면서 어린이들 맛보게 한다고 준비물로 대추야자를 왕창 샀는데 애들이 퉤퉤 이러고   먹는다고 해서 다 나한테 남았다 근데 맛있는데

 생각이 나서 온라인마트 장보기할  뒤져보니 있어서 샀다이거는… 약과를 건조기 돌려서   농축시킨개꿀맛이야  먹으려다    꺼내서 여섯  먹고 그래도 이건 약과에 없는 식이섬유가 있어그러다  위에 얹어 부종을 빼던 엄지발가락이 쪼글쪼글 붉으래해지니까 대추야자를 닮았다살짝 입에 넣으면 단맛이  날까하는 썩은 뇌새끼로부터 유연하지 않은 관절과 에비 지지야 죽어라 미친놈 하는 초자아가  구강을 무좀 발가락으로부터 구했다

그러니까 닮았다고 대추야자는 아니다말놀이 한다고  시인은 아니다말장난하는 나와 그들과의 유일한 공통점은  나중에는 다들 시체가  것이다정도 글자 닮음.


물과 대추야자만 가지고 오래 사막을 건너던 대상들도 마냥 불행하지만은 않았겠다이런 단맛이 있다면발가락말고 대추야자 말입니다.


싸이월드에 오에까끼라고엄청 작은 캔버스에  찍어서 그림 그리는 기능이 있었다스무살 나는 꿈에서 오호라는 호수를 봤다고 한다그런  그려 놓았다


 오호가 어디 있는지 이십  만에 알아냈다강원도 고성 오호환경을 생각한다고 고급 종이팩에 담은 샘물 위에서.(페트병보다 단가 훨씬 비싸고 만드는  에너지도 재료도 많이 투입될 특수 종이팩을 쓰는  정말 친환경인지는  수가 없지만 하여간에 페트병 생수 사용금지한 사업장에서는 요즘 저런 물을 나눠준다고 한다…) 


으아니 그리고   후반에서 스무살 전후로 짝사랑하던 (그러나 나중에    이렇게 ㅂㅅ같이 변했냐하고 내가 뭐라고 했더니 연락두절되었던ㅋㅋ옛날 소년 하나가 일촌평을 달아놨다그걸 누르면 이렇게 신고하기/삭제하기  가지 선택지만 가능하다매우 적절한 기능적 결함이다.


다섯 개의 호수도 많아 보이는데 여섯 개의 호수를 만났다어쩌면 여호수아에서 따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자꾸 남의 이름 가지고 모른다 그러고 장난치면 화낼  같기도 하다나도 어려서는 이름으로 놀림을 아주 많이 받았는데지금은 식구들 이름  글자씩만 따서  귀신 해골너는 유령이러고 어린이들을 놀린다나쁘게 자랐다다시 여호수아 하니까 조슈아트리가 생각나고 사막에는 대추야자 없어했더니 있단다미국에도 대추야자 농장이 있대내가 먹은  튀니지 거였어하나  먹고 … 


양안다 시집은 앞부분은 읽기  힘들다가 뒤로 갈수록 좋아졌다반대로 육호수 시집은 앞에서는  재밌네읽혀이러다가 뒤로 갈수록 힘들어졌다나는 이런 세상의 균형을 좋아합니다


싸이월드에서 유행하던특수문자 쓰고  불편해서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던 외계어 쓰기는 그야말로 20 전 신문 기사에나 남았다. “20대도 못읽는 채팅 외계어” 매일신문(2003-07-31) https://mnews.imaeil.com/page/view/2003073114125054437


언어의 사멸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데컴퓨터 키보드가 주요 입력 매체이던 시절에서 특수문자 한정된 모바일 기기로 넘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외계어는 사어가 되었다 소멸이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네시인도 그걸 알았을까잊혀진 쐐기문자 같은 언어로   편을 적어 놓았다그래서  번역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자니?

 자는 동안 너의 숨소리에 이름도 붙여두었어

우리가 숨쉬는 이 어둠이 거짓이 아니기를

어둠이기만을 바라며


그러니까너는 자고

타건 소리를 죽여가며 이런 시를 밤새 쓰는 

낚시바늘을 삼킨 갯지렁이

 삼킨 물고기를 삼킨 사람의

 (=dream) 식탁 위에 차려진 생일 케이크달콤하게

썩어가는 너의

탄생 속에 숨어 있는

바늘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이라면일이라서


((((바늘))))


 바늘을 내가 도로 삼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면,

삼키게 되어야 하더라도

괜찮아

나는 오십 (= 知天命) 되어서도 

(poetry, , poème, कविताકવિતા) 소리 내어 읽을 거니까(poesía, versus, dikt, אֹמִר, poezja, บทกวี

(:영어중국어번체프랑스어힌디어구지라트어는 내가 덧붙임이탈리아어라틴어스웨덴어아마도 히브리어폴란드어태국어)

네가 잠든 동안 조용히 곁에서

너의 잠처럼 깊은(DEEP) 목구멍(OCEAN) 속으로

 바늘(=형태소, morpheme, not morphine)들을 다시 삼킬 거야

때마침

때마침처럼

처럼의 처럼처럼 창밖에는 불가해한 비가 내리고


(별이 뜨고 비내리고 뽀글뽀글 가라앉는 빗방울인가 바늘인가흉내도 못내겠다 이모티콘 이건 scott님께 의뢰해야 겠다…)

(((바늘)))


 비가

눅눅한 키보드 틱틱톡톡 타건 소리에 맞추어

불가해해지도록 불가해해질 때까지 내리고

그러나     내리는  빗방울(=바늘)

우리를 투과하진 않을 거야내내 내릴 거야

잠든 너의 눈꺼풀 위에도  인형들의 흉터 사이로 쏟아져 나온  움큼 위에도 내내

 속까지 우리를 추적하는 멍청한 엔피씨들이 피워놓은 모닥불 위에도

 백지의 알칼리성 피부 위에도 공평하게 내릴 거야

무사히  속에서 (=속으로 내내 울컥울컥 쏟아지세요

나는 호수니까요

여섯 개고요


울음으로 그치게 되는 고집으로 사랑하는

 백지의 피부에서 긁어낸 문자(=tattoo)에선 가지가 자라나고버즘이 피고낙엽이 지고

불가해해지도록 불가해해질 때까지 피고 지고

우리 미끼 물고기(bait fish)들에게도 미래가 있어 바늘을 삼킬 용기가 있고

용기를 내어 잠에 항복할  있고

꿈에서도 다시 절박해진다는 

감사하고

신기하고


너의 꿈에서 다시 깨어날  없을까 그런 내일이면  될까

 악몽 속으로 사라진  영혼의 엔트로피로 백지 위엔 이런 문장이 내리고

너의 숨소리에 붙여둔 이름을 까먹을 때까지 쿨톤의 석양이 소문으로   때까지 자려고


-호수(호수연못 아님바다 아님철수 아님)


(「Łй 악몽 속으로 へㅏㄹΓ진 ㉡ㅓ의 영혼의 ёnŧrØpħy로 Ꮣㅐ겐 Øl런 문ㅈБO1 Łй己lヹ...」전문)


-번역  가장 곤란했던 부분은?

: 원작 시의 병기를 살리고자 구글 번역기를 돌리면서 덕분에 수많은 언어에서 시를 어떻게 적거나 부르는  알게 되었다다른 언어는 비교적 쉽게 찾았는데  놈의 히브리어로 추정되는 이상한 글씨(아마도 우리랑  적는게 역방향인데 원작 시는 글자를 순방향으로   같다그러니까  찾지… ) 찾느라고 번역기를 돌리는   가장 힘들었다거의 고통의 순간이었다… 시인도 나같은 고통을 겪으며 하나하나 골랐을지 그냥 대충 이거저거 했을지 문득 궁금했다. 2000년대 언저리를 살았던 덕분에 다른 특수문자들은 번역기를 돌릴 필요가(돌려도  나옴없어서 다행이었다


한국어 번역하고 나니 의외로 좋은 시인데 이걸  이렇게 해놨어엉엉힘들어

기껏 힘들게 특수문자 해놨더니 그걸  풀어헤쳐놨다고  먹을지도 모르겠다원래 사람이 그런 거잖아요… 꼭 반대로 하는 인간들이 있잖아

힘들어서 그만 쓰고 대추야자 먹어야지지쳐서 독후감 쓰다 말게   네가 처음이야…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3-05-13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안다 시인이 여자인줄 알았어요.

건강한 단맛을 좋아하시는군요. 대추야자 ^^
꿈에서 찾았던 오호가 강원도 고성의 그 오호 맞나요?
다섯 오 아니고 까마귀 오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양안다 시인의 시보다 오호라는 그림과 글이 더 꽂히는데요. 번역도 필요없고.

반유행열반인 2023-05-13 17:0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에이치나인님! 양안다 육호수 이름이 다 독특한 시인들이라 성별 짐작도 못 하고 있었는데 시집 사고서 찾아보니 겉보기로는…남자 시인들 같습니다 ㅎㅎ 대추야자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전생에 베두인…
그냥 이름만 같고 예전 꿈속 오호, 는 그냥 감탄사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물 먹다가 오호란 곳을 보고 저런 글 끼적인 기억이 나서 싸이월드를 뒤져 보았습니다… 고성의 그곳은 그냥 오호리 라는 동네이고 호수 없고, 해안가이고, 해양심층수 취수해서 판매하는 것 같더라구요… 맞아도 안 맞아도 괜찮습니다 ㅎㅎㅎ
두 시인의 시 모두 저는 정신없지만 느낌 좋게 읽어서 저의 세트기획(?)이 성공해서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솜씨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2023-05-13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4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4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5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5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5-14 0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약과를 건조기돌려서 두배 농축시킨맛이요?? 궁금해졌다.... 유열님 발가락 상상하다가 저도 정신차렸고요.... 좀 그렇네요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특수문자들은 버디버디 아이디들이 생각나면서ㅋㅋㅋㅋ 예전엔 어떤 자음이랑 한자키 조합하면 어떤 특문이 나오는지 다 외웠는데 지금은 다 까먹었네요. 저는 저런거 안쓰기 시작한거에 대해 별 생각 없었는데 이게 컴퓨터 키보드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였구나!!! 그렇네!! 재밌게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5-14 08:39   좋아요 1 | URL
발가락은 에비지지 아마도 짜지 않을까요? 저 발 다치고 보호대 하면서 더욱더 먹을 수 없는
발이 되었으니…그냥 대추야자를 맛보시어요. 제가 먹은
건 이 봉다리인데 마트에 있나 슬쩍 보시고… http://www.11st.co.kr/products/4212487422/share
사실 외계어는 즈이 나이(?)보다 살짝 동생들 93,94년생 사촌동생 이런 아가아가들이 잘 썼더라고요. 은오님은
심지어 암기까지 하고 찐 외계어사용능력 보유자 이셨군요… 그랬구나!!! 하신 부분은 제 뇌내피셜이고 레퍼런스 없구요 ㅠㅠ 십 년 전 수료만 하고 논문 안 쓰고 도망친 애 근처에 가지 마세요! 옮아요!!!
종강까지 기운내시구요 ㅎㅎㅎ

유수 2023-05-14 20:17   좋아요 1 | URL
유열님 발가락.. 유열에 흠칫 놀라서 지나가다 굳이 고해합니다. ㅂㅇㅎㅇㅂㅇ님이라고 적울까 어쩔까 처음에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그때 은오님을 목격해서 따라할 걸!

반유행열반인 2023-05-15 08:41   좋아요 1 | URL
유열, 반열, 열반, 열반인, 반반, 반 다양한 버전이 있으니 아무 거나 쓰샤도 됩니다. ㅂㅇㅎㅇㅂㅇ은 뭔가 처음이네요 ㅋㅋㅋ남들 아직 점령안 한 행열이(거 라떼는 수능에 행렬 나왔다고 ㅋㅋㅋ) 반인이 아니면 까마귀야 발가락아 대추야 아무거나 좋습니다 ㅎㅎㅎ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문학동네 시인선 186
양안다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0512 양안다.


머리털 나고 소개팅도 미팅도 맞선도 나가본 적이 없다나를 구할   자신 뿐이라는 말을 어딘가에 새기고사랑에 굶주린 나를 먹일 상대를 찾아 헤매고창을 겨누고허공에 어설픈 곡선을 그리다 메마른 땅에 처박힌 창을 뽑아들고흙먼지 일으키며 내빼는 그림자를 멀리 바라보다 한숨을 쉬고다시 먼지 탁탁 털고 일어나 떠돌아다녔을 


  반대로 니가 무슨 00 교주냐뭔가 꽂히면 너랑 만나 이러면서 과친구와 동아리친구과반친구와 다른학교  고교 친구들서로 면식 없던 이런저런 친구들을 만나게 하는 일은 신이 났다스무살 이후 무수히 많은 소개팅과 미팅을 주선하고 다녔다같이 밴드 하던 베이스 치는 오빠에게는 고등학교 친구1, 락동호회 친구고등학교 친구2 (심지어 친구1 2 서로 원수지간임…) 이렇게  번이나 소개팅을 시켜줬고    (?) 잠시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인은 망한 사랑이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시로 적는다.(가끔은 소설가도 그런  같은 소설을 쓴다 안녕 아끼던 봉곤아  지내니…) 한용운김소월백석읽은 시는 짧아도 비슷한 목록을 한참을  줄줄   있을 같다베이스 치는 오빠도 사랑이 망할 때마다 신곡을 들고 왔다의도하진 않았지만어쩌면 밴드에 신곡을 공급하기 위한 나의 악마적인  그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문학을 전공하고 시를 쓰는 동인에도 소속되어 있던 베이스오빠는 그렇게 가슴 저미는 명곡  곡을 남기다가 참한 언니를 만나   놓고 문학박사 마치고 지금은 어드메 교수님이 되었다


나중에 아주 늙어져서 사랑을  잃고 나면 백년의 고독에 삘라르 떼르네라처럼   없는 연인들한테  빌려주고 바깥에 앉아 담배 불면서 좋을 때다나도 좋을 때가 있었지그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친구에게 말했다친구는 그게 뭐야직접 해야 좋지하고 어이 없어 했다망한 사랑들이 묻히는 공동묘지가 있고나는 거기를 지키는 묘지기 같은  하는 상상을  적도 있다시든 꽃과 빼던진 커플링반으로 갈라찢은 여행사진검은 볼펜으로 벅벅 그은 커플 다이어리싸우다 집어던져 모서리 깨진 가재도구 등이 묘지 앞에 널부러져 있다 사람마저 잊어버린  유물들을  번씩 들여다보고 끄덕끄덕 절레절레 하는 것이다쓰고 보니  변태 같다내가 그렇게 나쁩니다. (우리집에서는 -?  한다 물어 나쁜 새끼가ㅋㅋㅋㅋ뭘  물어 만만한 새끼가ㅋㅋㅋㅋㅋㅋㅋ)


원래는 문학동네시인선 187권을 장바구니에 먼저 담았다빨간 시집이  많이 본다니까 제목에 마음이 갔는데우연히도  옆으로 푸른  시집이 천사 타령을 하는  보았다이건 그러니까 세트 구성에 실패한 세트 시집이야 마음대로 그렇게 상상하면서 어머 이건  사야 나란히 모셔다가 나란히 꽂아 두었다


처음에는 육호수의 시집이  읽기에 맞아서 이걸 먼저 한참 좋네하고 읽다가 지치면 제자리에 꽂고  옆의 양안다 시집을 뽑아 조금 읽다 잠이 드는 나날을 보냈다이렇게 읽으면  시집은 서로 비비댈  밖에 없다그리고 페이지 터닝을 두고 약간 경쟁을 하게 된다처음에는 이미 잔뜩 써서 펴낸 시인보다는 아직     시인이 말이   남아  읽히는 걸까양안다는 뭔가 데이빗 린치냐모지란 내가 읽기엔 너무 프레임 바뀌고 명멸해서 어지러움… 했는데… 가운데  읽고 나니  역시다섯   만큼 모서리 다듬은 사람이 좀 더 장인임난해해도 읽을 수록 자꾸 좋았다이러고 양안다 시집이 마구 페이지를 넘어가다가 먼저  읽혀 버렸다.


읽는 내내  시집은 추워하는 꿈을어항과 물고기를졸려하는 연인을 먹고 비틀대거나 춤추는 밤을겨울과 거울이나 미러볼을눈사람을돌멩이를영혼과 영원을천사를호수를 나를 통해 티카타카 주고 받았다원래 단어와 언어는 무한하지 않고 나는 매그놀리아랑 멜랑콜리아를 헷갈려서  영화를 결국   적이 있는데 왠지 그게 나만 아닐  같아서  시집을 골랐는데시인들의 단골 시어들이라고 해도 접점이 많은 시집들이었다 그늘이 겹쳐  짙어진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하는  잘모르는 찌질이 독자는 그게 그거대로  읽혔다미안해나만 망하는  아니어서 나도 모르게 재밌네

이렇게 변태 묘지기 코스프레를 실컷 하고 육호수 시집은  읽고 나면 최초로  번역에 도전하기로 한다외계어(: (外界語통신언어의 일종으로 컴퓨터 문서상에서 쓰이는 한국어의 변칙적인 표기를 통칭하는 용어이다.[위키백과]) 한국어로…  


+밑줄  긋고 베끼기(송구한 글씨)



댓글(29)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수 2023-05-12 1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아 또 깨알 웃고 쪼개다가 빨간 시집이 뭘 많이 본다니까에 터짐 ㅋㅋㅋㅋㅋ 반님 책장 쪼꼼쪼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사물의 편>이랑 표지가 다르네요? 싸개가 있었던가. 반님 교주 너무 잘 어울리셔요. 저는 이미 믿슘다😍

반유행열반인 2023-05-12 12:32   좋아요 2 | URL
사물의 편 최성웅 번역으로 가지고 계세요? 우와아아아 제가 산 건 개정판? 절판되고 다시 낸 거래요. 책 표지는 저렴해 보여요. 겉싸개 없는 건 오히려 좋아… ㅋㅋㅋ시랑 번역은 좋아요 ㅋㅋㅋ 저도 못 믿는 저를 믿지 마옵소서…제발… 근데 결국 안미옥 시집은 안 살 거 같아요…미안해 빨간시집…

유수 2023-05-12 12:33   좋아요 1 | URL
ㅋㅋ소개팅 안믿고 개그만 믿으려고 하는데요 안될까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2 12:35   좋아요 2 | URL
개그는 제가 딴에는 (남들이 안 알아줘도) 혼신을 다하는 분야라 그거는 믿지 않고 그냥 푸흡흡 한 번씩 새어 나오시면 되요. 사실 아니에르노 안 읽다가 읽게 된 거도 이 말 한 줄 생각나서 독후감 제목에 써먹어야지?하고 읽기 시작해서 후회중 ㅋㅋㅋ
‘아니에르노는 이중부정이다.‘ 이해하셨으면 빙고를 날려주세요. 아니면 야 이해됐는데 안 웃겨…그냥 그만 읽자…하고 말려주세요…ㅋㅋㅋㅋㅋ

유수 2023-05-12 12:4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그니까 이중부정 저런걸 이상한 애가 하면 저는 무표정인데 반님은 그걸 해내신다고요. 그리고 개그는 저도 친구 웃기는 게 인생 최고의 낙이라 혼신.. 이해합니다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5-12 12:43   좋아요 1 | URL
유수님 큰일났다…이바닥의 그 이상한 애가 나라고…이중부정은 알아듣고 그건 못 알아 봄 ㅋㅋㅋㅋ

유수 2023-05-12 12:45   좋아요 2 | URL
🙉🙉

우끼 2023-05-12 22:3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아니에르노 ㅋㅋㅋㅋㅋㅋㅋ 아 저 설명해주세요 제가 이해한게 맞나요 ㅋㅋㅋㅋㅋㅋ 아니 노 라서 이중부정인가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3 10:31   좋아요 2 | URL
현명한 우끼님 ㅎㅎㅎ설명하고 말 것도 없이 이해하신 게 맞아요. 아니 노 잼인데 개그라니 이거 정말 사실인가하고 의심이 드셨을 법 합니다 ㅎㅎㅎㅎ

우끼 2023-05-13 12:1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현명하다니요… 자신에겐 박하고 타인에겐 후한 열반님 ㅋㅋㅋㅋㅋㅋ 열반님 글은 정말 재밌어요… 혼신이 보이지 않을 만큼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3 16:30   좋아요 1 | URL
아니 저에 대해 그 짧은 사이 많은 걸 간파하고 계시고 간결하게 정리해주시니 현명하신 게 맞습니다…부족한 글 재미있게 봐 주시고 자주 찾아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우끼님!!! 정말 혼이 빠지고 몸둘 바를 모를 정도입니다 ㅎㅎㅎㅎ

유수 2023-05-12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집도 담고, 두권 경쟁시키기 아이디어도 담아갈게요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5-12 12:33   좋아요 3 | URL
알라딘 뭔가 남자 사람 시집 폄하(?)허는 분위기 있어서 시무룩한데 저는 시인들 정보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제목만 보고 세트네 세트여…하고 샀거든요…그러니 미리보기 꼭 읽어보시구 사시구요 ㅋㅋㅋ(판매촉진글 써놓고 또 괜히 말림…ㅋㅋㅋ) 혹시라도 저처럼 세트 독서하는 두 번째(아닌가 어디 더 있을수도) 독자 되시면 검증해보시고 개연성 있었나 알려주셔요…나아아중에요…

유수 2023-05-12 12:46   좋아요 1 | URL
저도 남자 사람 시집 사본지 오래되긴 했어요. 게으른 걸 수도 있고 실망을 지속할 동력인지 여력인지 없어가지구 그런 것도 있겠죵. 그래두 반님 덕에 어깨너머로 이렇게도 보고 하는 거쥬. 알겠어요 나아아중에 할게요 약속!

유수 2023-05-12 12:48   좋아요 1 | URL
아 하나 있다. 작년인가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사봤어요. 남자분 맞나? 맞을 거예요. 재밌게 봤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2 13:14   좋아요 2 | URL
와 제목부터 훅 들어오네요 ㅋㅋㅋ 우리 이제 예쁘고 고운 거만 골라보기로 할까요? 안 되겠죠? ㅋㅋㅋ저는 시린이독자 읽은 것 짧은 시찌질이인데 괜히 취향 걱정함 ㅋㅋㅋ얼른 두 개 다 보세요…다 보시고 저처럼 SF말고 제대로 된 감상 남겨주세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12 1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든 꽃과 빼던진 커플링, 반으로 갈라찢은 여행사진, 검은 볼펜으로 벅벅 그은 커플 다이어리....
그 와중 그게 뭐야 직접 해야 좋지... ㅋㅋㅋ

열반인님 재밌게 읽었습니다. 필사 글씨체도 그렇고 역시 범상치 않은 분이셨어....

반유행열반인 2023-05-12 13:50   좋아요 3 | URL
수하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뭐야 저 범상해요…글씨는 좀 못 쓰는 게 맞는데 그게 결론이 그렇게 나시면 곤란합니다…우리들 곁의 어디서나 흔한 평범한 이웃! (그런데 쓰고 보니 당신 곁에 언제나 함께 하는 위험…으로 읽혀 스스로 섬뜻…ㅋㅋㅋ)

건수하 2023-05-12 13:55   좋아요 3 | URL
제가 전에 들은 말을 인용해봅니다.

누군가 저랑 친한 사람 한 명을 두고 ‘걔 좀 이상한데 알고 있냐‘ 라고 해서
‘이상한 지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했더니
‘그럼 너도 이상한 거다‘ 라고....

그게 제가 결혼한다고 인사갔다가 남편 선배한테 들은 얘기구요.

열반인님이 이상하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범상하지 않으시다‘ 는 것 뿐 =333
저는 범상치 않은 사람 좋아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3-05-12 13:58   좋아요 3 | URL
음 저한테는 그런 말 한 선배가 좀 이상하구요 ㅋㅋㅋ이상하다는 말은 나쁜 건 아니지만 하여간에…이상하네 ㅋㅋㅋ
둘레둘레 에두른 좋아요 감사합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보답 못하는 날이 와도 오늘 건네신 좋아요 하나 잊지 마옵시고…굽신굽신

건수하 2023-05-12 14:02   좋아요 3 | URL
처음보는 사람한테 그런 말 한 그 선배도 조금 이상하긴 했지요 ㅋㅋㅋ

결국 다 이상한 사람들끼리 친한 것이었다 라는 결론입니다….

새파랑 2023-05-12 1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천재는 악필인가요? ^^

좋은 예술작품은 뭔가 아픔이 있어야 나오는거 같아요. 행복하고 배부르면 나태해지는거 같다는 ㅋ

열반인님은 소개팅 미팅 안해도 남자친구를 많이 만들수 있는 능력자셨군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2 21:08   좋아요 2 | URL
언제나 댓글 열심히 달아주시는 다정한 이웃 새파랑님,
이번 댓글은 뭔가 ㅋㅋㅋㅋ 답변이 초고난이도 미션이 되었습니다… 첫째 둘째 줄은 생각이 다르다 정도로 넘어가구요…

요즘 섹스앤더시티라는 고대 드라마 리부트 시리즈가 나와서 다시 보고 있어요. 거기 미란다라는 하버드 출신 변호사가 나오는데요. 스티브와의 사이에서 브레이디라는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우연히도 체 라는 논바이너리젠더퀴어 팟캐스트 진행자랑 서로 반해버립니다.(전 거기까지 봤어요ㅋㅋㅋ) 미란다 연기한 실제 배우도 과거 이 드라마 전작 종영 한 뒤 이혼하고 바이섹슈얼 커밍아웃하고 다른 여성과 결혼한 뒤 뉴욕 주지사 선거 나오고 파란 만장했더라구요…

그냥 관습처럼 입버릇처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남자친구 언급하시는 데서 제 성별도 노출?지정?되고 그러면 당연히 이성애자 이렇게 성적지향도 지정되고… 그래서 다음 번에 비슷한 주책스러운 글을 보시더라도 이런 표현에서 걸러지는 범주에 관해 한 번 생각해보신 뒤 다른 표현을 쓰시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남자만 쫓아다닌 게 맞습니다만 ㅋㅋㅋ 게다가 읽어보셨겠지만 창이 맨땅에 꽂혔다구요…아주 자주요…능력 없고 타율도 낮았습니다…그래서 맨날 굶고 다녀서… 식식 그러는 건 아니구요… ㅋㅋㅋ

새파랑 2023-05-12 21:05   좋아요 2 | URL
앗 ㅡㅡ 제가 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제가 지금 <알렉시/은총의 일격> 을 읽고 있는데 퀴어문학입니다... ㅋ

반유행열반인 2023-05-12 21:09   좋아요 3 | URL
저두 그 책 뭔지 모르고 전자책 사 놓고 아직 안 봤는데 먼저 읽으시구 좋은 감상 부탁드려요!!!!

Yeagene 2023-05-13 1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글씨 귀엽고 왠지 친근한데요?ㅎㅎ 오랜만에 보는 박지리의 맨홀이 반갑습니다.열반인님도 갖고 계시는구나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5-13 16:32   좋아요 1 | URL
예진님 저 글씨 귀엽다고 하시면 취향이…ㅋㅋㅋ 그래도 감사합니다. 박지리 돌아가신 다음 알게 된 작가라 궁금해서 다윈영이랑 저 책이랑 합체랑 갖춰만 두고 읽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합숙 면접 하는 책만 한 권 빌려봤었네요. 같은 책 가지고 계시다니 반갑고 벌써 읽으셨다니 저도 조만간 읽어야 겠습니다 ㅎㅎㅎ

Yeagene 2023-05-13 20:18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 읽으시면 꼭 독후감 남겨주세요 ㅎㅎ열반인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넘나 궁금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5-13 21:21   좋아요 0 | URL
넵넵 저는 쓰려고 읽잖아요 ㅋㅋㅋ내내 궁금하긴 하네요. 제가 읽은 것은 (그것도 맨 이 들어가는데) 좀 약했거든요…
 

 엑스레이   엠알아이   찍고 방사능 충만해서( 엠알아이는 방사능없다고 한다…)쓰는 글입니다.

 

 다친 걸 알게 된 이웃분들은 왜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지 않냐고 근심 걱정이 크셨다아니 저기저도 병원 네 군데나 가 봤어요두 곳은 오늘 하루에 간 거지만요ㅋㅋㅋ

 병원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면 좋겠다그렇지만 아시잖아요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내가 두려워 한 게 그걸까저장강박증 환자들이 집에 있는 물건 못 버리고 무기력한 모습 나오는 책 보면서 아난 쓰레기는 잘 버리지만 그래도 저거 나랑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부상 +39일 오늘병원에 갔다.

 결론은… 두 군데 병원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도 모르겠네하면서 진료의뢰서 꾸덕꾸덕 두 장을 받았다

 

 수많은 병원 찾다 망설이고집에 얌전히 앉아 보내던 날들 돌아보며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내가 잘못한 건 무얼까 오래 생각했다.

 범인은 수학이다!!!!

 수학을 잘 했더라면아니 못하지만 잘하고 싶다고 깝치지 않았더라면그거 못해서수능도수능 이후 첫 모의고사도 수학4등급이라는 인생 굴욕 점수를 받지 않았다면 나는 안 다쳤을 거야맨날 수학한다고 앉아만 있다가 살이 찌지 않았다면체중 증가와 스트레스 해소를 해야겠다며 매일 걷기로 마음 먹지 않았다면걷다가 집 뒤에가 온통 산인데 하고 산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면조그만 돌부리를 마주칠 일도 없었을 테고 발목이 꺾일 일도 없진 않았겠지만 확률이 낮아졌겠지.

 수학 네가 잘못했다

 

지난 이야기

1.00본외과-산에서 내려와 마을버스를 타고 내린 곳에서 가장 가까운 의원이었다원장님이 직접 엑스레이를 찍어주셔서 방사선기사님 없는 건가 신기하네했다양발목 뼈 사진은 희고 깨끗하고 예뻐서 나는 내 발목뼈에 반했다선생님 눈에도 뼈나 인대 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나 보다엑스레이로는 인대나 실금은 안 나온다고 하긴 했다아프긴 아픈데 선생님이 누르는 곳은 다 그냥 견딜만했다아이고 아파요 하고 데굴데굴 굴렀어야 했나염좌 같구요깁스까진 안 해도 될 거 같고소염제 드시고오늘 물리치료 받으시고물리치료 꾸준히 나오세요

 그리 심하게 다친 것 같지 않게 결론을 내셨고고정치료 없고매일 나와서 물리치료해라-이런 처방은 아나 아픈데 별로 안 다쳤나보네… 그런 강한 신호가 되었다조금 아쉽기도 하다이후에 부종이나 멍이 생기거나통증이 더 있거나 하면 어찌어찌하라고그러면 더 다친 걸 고려해 다른 검사나 이런 걸 할 수도 있다고 몇 마디 해주셨으면 조금 달라졌을까

 

 그렇지만 인터넷보다 두 배 비싼 보호대 받아 차고집에 돌아가는 길에 발목은 많이 아팠고나는 걸어서 치료 받으러 다닐 자신이 없었다음 이러고 돌아다니다 발목 더 조질 것 같다하고 칩거를 했지요발은 부종과 멍과 통증과 이런저런 불편을 반복하지만 뭐 그냥 못살 정도는 아니고… (오늘 만난 원장님들은 좋은 말로 타원 보존적 치료를 했다고 서류상 써놓으셨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처음 만난 선생님은 일반외과전문의셨다나 충수염 수술해준 선생님이 외과전문의잖아정형외과랑 외과는 다른 거 알긴 아는데 또 응급 상황이라 그런 거 따질 정신 없었고… 본은 뼈 아니어하여간에 그렇다고… 

 

2.000정형외과-3주만에 음 부종이 왜 아직도그래병원 가겠어다시 찍으라면 찍겠어물리치료든 뭐든 하라면 하겠어… 불편한 발 끌고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까지 겨우 도착했지만슬쩍 부은 발목 보자마자 진료실의 선생님은 처음 간 병원에 가라고 하셨다… 병원 멀어서 여기로 옮기려고 한다고 해도 그러면 가서 전원요청서 이런 거 받아오라고… 으앙

 

 전의를 잃고 다시 칩거… 4주차에는  허리무릎종아리타고 발목 발끝 발뒤꿈치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방사통이 발생했다왠지 모르겠는데 발목 부종도 심해지고 발등까지 띵띵 부었다나도 모르게 다친 다리 골반을 바깥으로 틀고 다녔네자세 교정하고 영상보고 발목 다리 얍얍 재활운동도 따라하고… 그랬더니 부종이 푸슈슉신경통증도 줄었다잠시 그러고 나서 다시 발목이랑 이런저런 다리 통증 재발발목은 왠일인지 갑자기 마구 붓더니 난리가 났다내가 뭔짓을 했나 곰곰 생각해보니 부종 나아지라고 발 거상하고그래서 앉을 때도 뭐 받쳐놓고 다리 펴놓고잘때도 베개 받쳐 올려 놓고걸을 땐 발목에 부하 걸리지 말라고 하여간에 이상하게 걷고그래서 무릎이 원래 펴는 거보다 과도하게 펴는 행동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무릎 뒤 오금 이랑 그 주변 종아리랑 그래서 디지게 아프고거기 괜히 반대쪽 다리 주물러도 멀쩡하다고 똑같이 종아리 주무르면 베고 찌르는 신경통이 유도되면서 한동안 기절해야 하는 것이었다. (걸음 좀 잘 못 걸어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 이야기

3.0000마취통증의학과주변에 정형외과는 많다그렇지만 동네 특성상 시설노후를 지적하는 리뷰들이 많았다정형외과치면 나오는 병원 중에 마취통증의학과 있어서 이건 왜 나와하고 들여다보니 작년에 지나가다 새로 병원 열었네했던 곳이었다엑스레이로는 안 나오는 인대 초음파로는 볼 수 있다는데 여기는 초음파로 미세하게 들여다보고 주사 놓고 하는 데라고정형외과 진료도 본다고원장님 소개 보니까 개원 전에 정형외과에서 페닥 하신 듯… 간다일단 인대 상태를 보자간다!

 

 다리를 본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웠다많이 부었네요거의 6주인데엑스레이를 먼저 찍었다여기는 기사님도 따로 있고 이쪽저쪽 진짜 여러방 여러 각도로 뺑뺑 다 찍었다그러고나서 원장님이 초음파를 한참 봤다발목은 한참 보고 무릎은 좀 보는 듯 하다 말고 진료실로 갔다.

 

 엑스레이상 골절은 안 보임그래도 미세골절이나 뼈조각이나 그런 건 여기 안 나온다고초음파로도 부종 심하고 인대 확인 안 됨그래도 이런 붓기면 인대파열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음서류 써 줄 테니 큰 병원 가서 MRI        찍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그래도 뭐가 안 나오면 보전적 치료로 뭘하든가 해줄 수 있다고

 

 정직하고 빠른 GG를 받은 나는 슨생님이 써주신 진료의뢰서를 고이 안고 가장 가까이에서 MRI촬영이 가능한(이미 미리 알아놨음하아…) 족부병원으로 향한다. (슨생님 엑스레이 찍은 거도 같이 주셨음 좋았을텐데..)

 

4.0000병원-의원에서 병원급으로 넘어왔다사실 가장 가까운 곳 중에는(그래도 가능 의료기관들 중에는 먼 편이지만부상 전 같으면 날듯이 십분컷 했을 거리…) 족부전문병원 내세우는 여기가 최선일 거라는 생각을 초반부터 했지만 이 병원 블로그 대놓고 수술할 땐 수술해야 됨미다보존적치료는 초기에 해보는 거고 우리가 수술은 제일 잘함 짱짱!! 이런 느낌이라 조금 무서웠다

 진료실은 네 개나 있고 여기에 7명 선생님이 번갈아 근무하고수술방 내내 돌아가고휠체어와 목발이 난무하고 대기 환자가 꽉 차 있는 곳이었다접수수납진료전 사전상담(대리 문진에 가까운 수준…) 모든 게 큰 병원처럼 분업이 되어 있고나는 오늘 엑스레이실채혈실, MRI실을 뺑뺑이 돌게 되지

 

 엑스레이 이상 소견 없었다고 해도 자기네 병원에는 자료가 없어서 일단 한 번 더 찍고 오라고 해서 오늘 방사선 많이 맞네요… (나중에 알아보니 다행히 엠알아이는 방사능 없다고 하네아침에 사진 많이 잘 찍었는데여기는 그냥 몇 방 안 찍음사진 찍고 오랜 대기 끝에 진료실에 갔더니이번 선생님도 부종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이건 발목 염좌든 골절이든 지금쯤이면 이렇게 부을 건 아니라고발목 문제 아닌 거 같다고 했다아 저 발목 다친 거 맞는데… 무릎 안 좋은 이야기를 하니 무릎 보는 선생님은 따로 있어서 여기서 못 본다고 했다. (정형외과인데 그렇구나엄청난 분업…) 이거는 발목이 아픈 게 아닌 거 같다고발목이 아픈게 아니면 자기는  MRI도 찍어줄 수 없다고 했다… 선생님그럼 전 어느 과목 진료를 봐야 하죠글쎄어렵네요순환 쪽 문제 같으면 혈액내/외과? (내과인지 외과인지 제대로 못들음

 그래도 일단 발목 상태를 봐달라고 했다선생님은 빙빙 발목 주변을 돌아가며 꾹꾹 누르며 아프냐고 물으셨고맨날 잘 때 누우면 바닥에 닿으면 아픈데 왜 맨날 선생님들이 누르면 나 안 아파??다 나았나???ㅋㅋㅋ하다가 처음 다친 외측 인대 부위는 조금 아프네요하니까 그제서야 그럼 찍어줄게 하셨다… 엠알아이 찍더라도 인대 외에 다른 통증이나 부종은 본인이 뭐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몇 번을 강조하시고… 

 

 직전에 앞에 누가 바로 들어가서 MRI실 앞에서 삼십분 쯤 대기하고들어가서 누워서 또 한 30분을 웅웅 치이 끼이끼이 뭔 기계에 발 뻗고 있었다누운 채 깨달았다내가 지금 아픈 곳은 발목이 아니야이렇게 오래도록 펴고 바로 누워있던 게 오랜만인 무릎허리여기가 문제로군 ㅋㅋㅋ진짜 무릎이랑 허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고 싶은데 그러면 촬영 망하고 더 오래 걸릴 거니까 괜찮아 겨우 몇십분으로 안 고장나 이미 고장났어하고 참고 버텼다.

 

 11시반 쯤 진료받고 기다리다 12시쯤 찍으러 들어가고 12시반에 밖에 나왔는데다들 어디갔어… 꽉 차 있던 환자들도줄지어 앉은 수납계 직원들도 다 사라졌다..점심시간은 1시부터인데 그렇게 되었군… 채혈실 가서 염증이랑 류마티스 검사한다고 피뽑고선생님 판독할 동안 대기의자에 또 한참 앉았다아니 여긴 사람 근골격계 치료하는 병원인데 의자가 글러먹었다몇 분 앉았더니 허리랑 엉덩이 허벅지 너무 아파옆으로 옮겨 앉으니 쿠션 꺼진 부분에 프레임이 슉 나와 있음옮긴 곳도 몇 분 후엔 똑같해서 오마이 하고 또 옮기고궁금하다그냥 무심함일까 의도적으로 허리든 뭐든 아프게 해서 진료 열심히 받게 하려는 전략일까… 후자의 자본주의 마인드가 아니라면 환자 생각하면 의자 제발 좀 바꿔주셈… 집에 왔는데도 아직도 허리 아프다그냥 내 허리가 안 좋은 상태라 이럴까

 

 발목 문제 아닌 것 같다고 심각하게 딴데로 내쫓을 궁리하던 선생님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발목 인대 파열 맞네요그럼 저는 재활 프로세스 갑니다… 인대 파열이면 그러면 얼마나 파열되고 얼마나 붙었냐고 물으니 그건 엠알아이 본 걸로는 의미가 없다 얼버무리고 재활은 뭐하는 거냐고 물으니 그건 나가서 물리치료실 가서 설명 들으라 하고… 다음 내원하면서 재활치료 받고 피검사 결과 듣고 진료 보라고 했다또 붓기는 위층에 하지외과가 있으니 거기에서 검사 받아 보라고 진료의뢰서를 써 주신다고 했다

 

 당장 이번 주 중으로 물리치료 일정 잡으라고 하고 당일은 바로 안 되는 것도 조금 어리둥절뭐 병원 안의 예약일정 같은 게 있겠지… 가보니 물리치료실에서는 체외충격파와 도수치료 두 가지 한다고 했고 물리치료 후에 진료예약을 잡으라고 했다사실 두 가지 물리치료 하는 곳은 가까운 병원도 있긴 하다비용은 두 가지 합치면 18만원이라 실손의료비로 커버 안 돼… 오늘 엠알아이로 45만원 이미 많이 썼으니 치료 일당 감안하면 다른 날 잡아주는 게 배려일지도… 어쨌거나 피검사 결과 들으려면 이 병원 한 번은 더 와야 했다물리치료실이랑 원장님 진료일도 맞춰야 되서 다음 방문은 목요일로 잡았다.

 

 시간은 다들 점심시간이고위에 가보라던 병원도 점심이라 아 그럼 내일은 티비고치러 온대니까 어쩔 수 없고 수요일에 그 하지외과인가를 가보고 목요일에 병원가야지 하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선생님이 써준 진료의뢰서를 보니… 저 실컷 오른쪽 다리 이거저거 찍고 만지고 하시고서  lt leg…아래 내용 보니 좌측 발목 엠알아이 검사 결과 인대 파열이고 좌측 leg foot swelling에 대한 vascular evaluation를 좀 해주시라고 잘 써 주셨다아 오른발목 오른다리라고… 

 의사 선생님 소견은 중요한 거니까 내가 오른다리 내놓고 사실 여긴데 잘못 써주셨어요하면 진료를 안 봐줄지도 모르니까 일단 목요일에 정형외과 다시 가고 다시 서류 써주시면 그때 가보기로 하지요

 

 그래도 본인이 모르는 부분 역량 아닌 부분 다른 의료기관이나 다른 과목 권하는 거는 차라리 양심적인지도 모르겠다싶으면서도 두 선생님 얼굴에 떠오르던 물음표 백만개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다른 병원 가 보시죠를 연속 세 번 받은 것도… 소염제랑 근이완제 일주일치 받아왔으니 그걸로 부종이 염증반응이라면 좀 나아지길 기대 중… 오랜만에 나가 보니 생각보다 걸을만했고 (그래도 먼 거리는 대로에서 택시 잡아 돌아왔다지금 가장 아픈 곳은 엠알아이 찍는다고 한참 바로 누워서+꾸진 의자에서 앉아서 버틴다고 자극받은 무릎과 골반과 허리ㅋㅋㅋ 발목은 바로 재활치료 갑니다체외충격파랑 도수치료 ㄱㄱ 하는 거 보니 조금 붙긴 붙었나보다…(얘기 잘 해달라고요물어봐도 왜 안 가르쳐줌..) 수술은 발목불안정성 생기면 그때 고려하지요했다

 

 하도 병원 가세요걱정이에요 감사하게도 죄송하게도 걱정 끼친 분들이 많아 별로 안 궁금하시겠지만 길게 정리해 봤다발목인대 파열된 건 맞구요…(나도 알았어요다치는 순간부터요…) 뼈는 안 뿌러졌구요… 왜 아프고 붓는지는 선생님도 모른대요… 병원 방문은 치료의 완성이 아닌 원인 찾기의 시작이네요… 낫게 하는 건 시간이겠죠.


+아플 때 어느 과목 진료를 볼지 알려주는 책이 있을까? 궁금해 찾아 보았다. 괜찮은 거 있음 하나 갖춰놔야 하나…하고.


일본에서 나온 책이라 우리랑은 진료 체계가 많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목차를 보니 음 몸이 부을 때? 저는 다리 한쪽만 부었습니다… 왠지 부종이 있으면 신장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거 나올 듯…ㅋㅋㅋ혹시 우리나라 관련 도서 있는 거 아시면 손?


비슷한 검색어로 병원에 가야 할까요 기도해야 할까요 보고 조금 무서웠다…왜냐면 나는 기도할 곳이 없거든요…병원은 다녀왔는데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5-08 1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후.... 열반인님 글 보면서 빨리 병원 가보셔야 하는데 생각은 했으나 잘 알지는 못해서 댓글 못 달았었어요.
발목인대 파열.. ㅠㅠ 일단 발목 치료 잘 받으시고 그 뒤에 무릎과 허리도 좀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병원가는거 엄청 싫어하긴 해요...)

반유행열반인 2023-05-08 17:30   좋아요 2 | URL
수하님 감사합니다! 병원 좋아하는 사람 심지어 의사 선생님과 다른 의료진 의료종사자들 중에 하나도 없을 것 같긴 해요 ㅋㅋㅋ그렇지만 아무도 안 좋아해도 꼭 필요한 곳…

라로 2023-05-09 0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이 글을 봤지만 저도 가슴 초음파 하러 갔기 때문에 글을 읽지 못했어요,, 정말 너무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당분간 고생을 하셔야 하다니,,,ㅠㅠ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반유행열반인 2023-05-09 09:34   좋아요 1 | URL
라로님 초음파 검사 받으신다니 괜찮다 소리 들으러 가신 거죠!!! 늘 건강하시고 재미난 책도 많이많이 보셔요. UCLA는 장학금을 내놔라 ㅋㅋㅋㅋ

새파랑 2023-05-09 0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정확한(?) 병명이 나왔으니 재활에 집중하시면 될거 같아요 ㅋ
저는 왠만하면 병원에 안가게 되더라구요. 그냥 아픈대로 살다가 괜찮아지겠지 하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5-09 09:33   좋아요 3 | URL
단순 발목염좌(1도?)랑 파열(2,3도?)는 또 처치나 예후, 치료기간이 다른가 보더라구요 ㅎㅎ새파랑님도 이제 연세(?)를 생각하시면 아프면 너무 내버려두진 마세요. 칩거 오래한 제가 할 소리인지는 또 송구하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