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새 표지랑 맨 얼라이브 원서 표지랑 너무 닮아서 읭…왜 따라해… 하는데 데드맨 본 친구는 내용이랑 일치하는 표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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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편 읻다 시인선 7
프랑시스 퐁주 지음, 최성웅 옮김 / 읻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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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230529 프랑시스 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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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디로 가든 껍데기를 지고 다니기가 불편할 때도 종종 있겠으나, 그렇다고 불평은 않으며 결국에는 매우 흡족해한다. 어디에 있건 껍데기로 돌아가 성가신 것들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심히 귀중한 일로, 고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러한 능력과 편리에 긍지를 느끼며 달팽이가 침을 흘린다. 어떻게 하면 그토록 예민하면서도 취약하고, 또 성가신 것들의 쇄도를 피하는 동시에 행복과 고요를 누리는 존재일 수 있는가. 드러나는 머리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라.
단번에 그토록 땅에 붙고 그토록 뭉클하면서도 그토록 느리고, 그토록 점진적이면서도 그토록 땅을 벗어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나 죽고 대홍수가 찾아들든 무슨 상관이랴, 한 번의 발길질에도 어디로든 굴러갈 수 있는 나이건만, 분명컨대 나는 다시 바로 서고 다시 땅에 붙으니, 운명에 의해 내가 쫓겨나서 먹이를 찾을 그곳-대지다, 가장 보편적 양식이다.
그리하여 달팽이가 된다는 건 이 무슨 행복이요, 이 무슨 기쁨인가. 이 긍지 어린 침으로 달팽이는 자신이 가닿는 모든 것에 표식을 남긴다. 은색 자취가 달팽이를 뒤따른다. 그리고 이는 미식가인 날짐승 부리에 신호가 되리라. 즉 이것이 난점이요 문제이니, (허영으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위험이로다.
혼자, 틀림없이 달팽이는 혼자다. 달팽이에게는 친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는 그의 행복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달팽이는 자연에 그토록 잘 달라붙고, 그토록 가까이서 그토록 완벽히 자연을 만끽하고, 자신이 온몸으로 입 맞추는 땅의 친구이며 또 나뭇잎들의 친구이기도, 그리고 그토록 자랑스레 자신의 그토록 예민한 눈이 달린 머리를 들어 올리는 하늘의 친구이기도 하다-고결이요, 느림이요, 지혜요, 긍지요, 허영이요, 자긍인. (‘달팽이Escargots’ 중)


3월 2권, 4월 2권, 5월은… 지금 쓰는 독후감이 11번째라고 한다. 시집 4권에 만화책 2권이라는 치트키가 끼어 있긴 하지만 너무 맹렬하네…
마지막 공부한 지 보름 됐다. 힘들다…하면서도 수1 뉴런 한 강 꾸역꾸역 듣고 하나 더 들을까 하다 말고, 국어 학습지도 하루치 풀고 (알고리즘 지문이랑 기체 크로마티 지문은 이게 왜 국어인가…으아아아 하면서), 혈관 초음파를 찍으러 갔다가, 택시 잡아 타고 응급실에 갔다. 독한 것…입원하는 날까지 골골대면서 뭘 하긴 했네…

퇴원 직후에는 숨쉬는 것도 힘드니까 안 자던 낮잠도 자고 뭐만 하면 드러눕고 그랬는데, 열흘 전부터는 살 만했는지 만화책을 시작으로 몸을 살살 풀더니 독후감 일곱개를 써 놓았다.

책 좀 읽는다고 책상 머리 앞에 오래 앉은 날은 다시 다리가 붓는다. 다친 발목과 혈전 있는 무릎 쪽이 팽팽해진다. 그래도 이제 좀 나아졌으니 다시 공부를 해야 하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 곁의 사람들이 안 돼 안 돼, 그럼 못 이기는 척 다시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책을 보는 거지…

이렇게 되면 어차피 올해 수능 글른 거 같은데, 그럼 수능 끝나고 본다던 책들도 미룰 필요 없잖아? 하고 박상륭 전집 앞에 선다. 박상륭 선생님 존함 마지막 글자를 뒤집으면 욜이다. 욜로, 너는 한 번만 산단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을 기회는 이번 생 단 한 번. 아! 무릎은 안 치고 마음 한 구석을 치며 전집 마지막 권인 칠조어론과 주석책을 꺼냈다. 무거워가지고 바깥 케이스에서 끄집어내는 것도 일이었다. 무슨 바람인지 주석책의 말미부터 펼쳤더니, 거기 편집 교정보신 윤병무 시인의 후기가 있었다. 어쩌다 그 분 블로그 찾아서 책 만든 과정과 후기도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러니까 책날개 없는 거나 떡제본이나 디자인이나 다 신중한 고민의 결과물) 직접 책을 펼쳐 편집 후기 조금 읽기만 해도 책의 만듦새가 다른 게 확 느껴졌다. 활자체도 특이하면서 가독성 좋고 종이도 너무 얇은 거 아냐? 했는데 고급지고 표지의 고무코팅 같은 것도 실제 만져보면 느낌 좋음 ㅋㅋㅋ살갗같음 ㅋㅋㅋㅋ

그렇지만 칠조어론 펼치고 본게임 시작도 전에 좌절… 한자 옆에 한글 병기가 안 되어 있어… 네이버 사전에 사진 찍고 한자어 문지르면 읽어주는 기능 있긴 하지만 이천쪽 가까운 책을 전부 찰칵찰칵하면서 볼 수는 없다. 맨날 한문 전교1등 했다고 자랑하더니 내가 이렇게 한자에 약했어 ㅋㅋㅋ하면서 그냥 읽어지는 건 읽고 아닌 건 말기로 하면서 조금 읽었다. ‘죽음의 한 연구’를 이십 년 간격으로 두 번 본 건 아무래도 이 책의 예비였겠다…싶게 -뎁지, -입지, 하는 촛불 시님 특유의 말투와 육조나 형장 나으리가 등장할 때면 조금 반가웠다. 죽이고 싶게 미운 변태 촛불 스님이지만, 골드문트님 말씀대로 죽을 똥 싸게 어려운 장광설을 펼치고 있지만, 궁금하긴 하니까 조금씩 읽어 보기로 했다. 이거 이천쪽 다 읽으면 수학 다시 한다 막 이러고 ㅋㅋㅋ(공부 안 할 생각인가 봄)

읽다 지치니까 박상륭 전집 위에 있던 사티리콘도 같이 꺼내놓았다가 읽는데 이 오래 묵은 책은 칠조어론 비하면 순한맛 고대 포르노 ㅋㅋㅋ그런데 전체 20권 중 다 소실되고 남은 14,15,16권, 그나마도 그 중간중간도 빠진 내용은 …말줄임표로 생략되어 있어서 뭔가 대여점에서 중간만 남은 만화책 빌렸는데 그나마도 이새끼들이 몇 장씩 찢어갔네…하는 기분이었다.

잠들기 전에는 시집이지, 주기율표 램프 켜고 프랑시스 퐁주의 시집을 들고 누웠다. 쪽수 보니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개나리 피던 3월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엄청 톡톡 튀는 참신함은 없지만 집요하고 끈질긴 느낌이었다. 식물의 줄기의 단면을 관찰해 보겠습니다, 하면서 면도날로 엷게 저미고 슬라이드 글라스에 얹고, 스포이드로 물 한방울 떨구고, 커버글라스까지 살살 덮어 프레파라트를 만드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퐁주는 시인보다는 과학자 같다. 안녕하세요, 사물과 언어의 과학자입니다. 과학 좀 한 문돌이임? 어려서 방학숙제로 하던 탐구생활 같기도 하고, 이것은 무엇일까요? 하며 수수께끼나 스무고개를 하는 것도 같았다. 나는 왜 자꾸 직유법임… 은유의 대가 시집을 앞에 두고…

말미에 붙은 옮긴 이의 글이 또 좋았다. 사실 이 시집을 보게 된 건 문장이 좋아 관심을 가지게 된 번역자 덕인데, 전자책으로 산 두이노 비가 시리즈가 생각보다 별로여서 좌절하다가 이달의 당선작으로 받은 적립금의 트로피로다가 이 책을 선택했던 것이다. ㅋㅋㅋㅋ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한 권의 책, 한 편의 시를 만나는 경험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옮긴이는 우연히 헌책방에서 퐁주의 시 몇 편을 접하고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여러 언어의 글을 옮기고 언어와 번역을 가르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첫눈에 빠지는 사랑, 그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그런 것일까. 미생물책이랑 호르몬책이랑 색스 박사 짧은 에세이 한 권 보면서 나중에 그 책들 옮긴 번역가가 문과 회사원이었다가 약대 나와서 과학 저술 위주의 번역가로 활동하는 중인 걸 알게 되었다. 와, 이거다. 이렇게 살고 싶군. 워너비로 삼고 나는 번역이 목표는 아니지만 하여간에 전문직이 되어 적당히 일하고 나머지는 읽고 쓰는 삶이다, 했었는데. ‘이토록 굉장한 세계’도 읽다가 아 안 되겠다…나 생각보다 동물학(과 동물의 감각, 인지)에 관심 없음 ㅋㅋㅋ하고 보류. 전직을 위한 수학 공부도 일단은 보류…

굳이 캐고 들면 지금의 내가 되는 데 이런저런 영향을 준 것도 책일 것이다. 한 권은 아니고 여러 권이 조금조금씩. 장강명의 르포책에서 독서공동체 운운하는 걸 보고 클라우드 노트에만 끄적이던 독후감을 웹에도 올릴 생각을 했다. 야 나도 쓰고 싶어, 하게 만들던 소설 읽기와 그래서 이어진 몇 년 간의 소설 쓰기. 망한 연애 끝에서도 사랑타령하는 게이 소설가 독후감에 눌린 좋아요 몇 개. 비전문가용 과학책 몇 권 읽고 아 나 과학에 관심있나 봐 하고 시작한 이과 전향 도전…

지금은 여전히 소소하게 읽고 소소하게 독후감 쓰는 나만 남았지만…나쁘지 않다. 읽었거나 읽는 중이거나 읽을 책을 줄세워 놓고 읽다 말다 끄적이다 재미있잖아…



+읽은 읽는 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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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3-05-30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한문 1등 하셨군요...
저는 한자가 진짜 쥐약이라 한문 들어간 글이 질색이에요 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5-31 09:20   좋아요 1 | URL
대입에도 안 들어가는 내신과목이라고 애들이 난 서울대 안 가 연고대 갈거라 내신 주요과목만 이럴 때 저는 그게 무슨 소리야…하고서 한문 화학 생물 이런거 1등하고 국어는 막 틀리고 하던 문과였습니다 ㅋㅋㅋ(그때 한문 이런 거 말고 주요과목 석차 잘 챙겼으면 지방약대 수시라도 쓰는 건데 ㅋㅋㅋ)
 

http://bookple.aladin.co.kr/~r/feed/672200209

2년 전의 나는 안나 카레니나. 절창이네. (맨날 옛날 글 읽고 자뻑 ㅋㅋㅋ지금은 왜 저렇게 못 써? 하고 ㅋㅋㅋㅋㅋ)

+북플아…니가 몇 년 전 오늘 공유 해주면서 위에 링크 왜 안 보이냐 ㅋㅋㅋ수동으로 아래 붙입니다.
ㅜㅜ

https://blog.aladin.co.kr/m/lunanuna/1265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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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5-30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보여요

반유행열반인 2023-05-30 11:01   좋아요 1 | URL
진짜 안 보이네요 ㅋㅋㅋㅋㅋ아래 수동으로 붙임…공유 기능 왜 있을까요ㅜㅋㅋㅋㅋ

유수 2023-05-30 11:11   좋아요 1 | URL
절창이네.. 저는 오늘 글도 좋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5-30 11:46   좋아요 1 | URL
아이참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수님 ㅋㅋㅋ이러니까 자꾸 씀…중독임…

새파랑 2023-05-30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지금도 절창이십니다~!! ㅋ 과거 글에 제가 1번 댓글이네요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5-30 18:14   좋아요 2 | URL
댓글왕 일번 새파랑님 ㅎㅎㅎ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동네 코인노래방 죽돌이 정도입니다 ㅋㅋ(실제 코인노래방은 안 간지 사년 됐네요…)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 - 왜 우리는 씻기 시작했을까? 시시콜콜 역사 시리즈
캐서린 애쉔버그 지음, 카푸신 마질 그림, 이달와 옮김 / 써네스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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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9 캐서린 애쉔버그.

몇 년 전에 ‘깨끗함과 더러움’이라는, 청결 개념 변천을 다룬 역사책을 골머리 앓으며 보고선 이 책을 왜 또 사 놨을까 했다. 요즘 자기 전 머리 맡에 켜놨다 끄는 주기율표 북램프를 사은품으로 받으려고 도파민 책이랑 같이 샀었지, 금세 생각이 났다. ㅋㅋㅋ 그런데 그게 벌써 4년 전이다…… 주기율표 북램프는 여전히 예쁘고 유용하다. ㅋㅋㅋㅋ

제목대로 단순히 목욕에 관한 책만은 아니고 청결 개념의 변천사라는 점에서는 ‘깨끗함과 더러움’이랑 유사하다. 다만 그 순한 맛 버전? 일러스트가 많아서 어린이나 청소년도 읽기에 무난한 정도이고(그래서 다 읽은 걸 큰어린이에게 하사할 예정), 시시콜콜한 책 읽고 싶었는데 마침 시시콜콜 붙어 있어서 읽었는데 그런 마음 정도는 충분히 채울 만했다. 원제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서점의 책 정보에도 책 안쪽 원서 설명에도 원제를 안 알려주네…궁금하잖아… 구글링 해서 찾았다! All the Dirt: A History of Getting Clean 모든 더러움? 그냥 옮기면 책이 확실히 안 팔리긴 했겠다… 저자는 이거 말고도 Clean, The Dirt on Clean 이런 위생 관련 책을 냈다고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이 책의 개정 이전 판이 아닐지…

챕터 마다 가상의 사례로 시대별 위생 관련 이야기가 나오고, 거기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이 덧붙는다. 또 외국책들이 많이 이런 구성이던데, 책의 주요 내용과 관련이 조금은 있지만 본문 맥락에서는 벗어난 짤막한 이야기들이 사이사이 끼어 있었다. 나는 이런 구성이 정신 없어서 읽기 힘듦 ㅋㅋㅋㅋ 페이지에 있는 건 일단 다 읽고 넘어가는 식이다 보니… 잡다하게 목욕, 청결, 위생을 다루고 이전에 비슷한 책을 읽었다 보니 거기서 봤던 겹치는 내용도 많았다. 프랑스에서 이놈들이 목욕 안 하고 깨끗한 린넨만 부지런히 갈아 입었다는 거나 목욕하면 죽을 수도 있다 했던 것 ㅋㅋ 책의 말미는 물절약과 미생물의 세계로 끝맺는데 목욕과 환경, 생물학의 콜라보? ㅋㅋ 시간 보내고 골머리 앓지 않고 재미거리로 이런저런 잡다한 지식 얻는데는 나쁘지 않지만 난잡했다.

나는 결벽증이 심한 축이라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오기 이전에도 알코올 소독제를 상시 애용하였다. 특히 음식물 흘린 것에는 거의 공포에 가까운 감각을 느끼고 빨리 닦아내야 한다. 그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다 얼마 전에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주정뱅이 아빠는 내가 어릴 때 술 먹고 난동 부릴 때면 밥상을 엎고 반찬그릇을 집어던지는 쓰레기짓을 많이 했는데, 너무 심한 어느날은 내가 말려야 겠다, 하고 부엌문을 열어보니 엄마는 바닥에 널린 깨진 그릇 사이에 쓰러져 있고, 몸에는 음식물이 피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그릇에 맞아 피도 났던 것 같은데 거기 뒤엉킨 음식물들이 난 정말 견딜 수 없게 괴로웠다.
아빠가 조현병 발작까지 일어나서 엄마를 죽이겠다고 목을 조르던 어느 밤에는 내가 하지 마세요, 하고 울다가 보니까 코피가 흘렀다. 내가 코피가 난다고 하자 아빠는 문득 정신을 차린 사람처럼 미친 짓을 멈추고 수건을 가져다가 코피를 닦아 주었다. 그래서 나는 피가 무섭거나 두렵지 않다.
피와 음식물에 관한 공포와 혐오가 전도되어 나같은 괴물이 되었는데, 이유를 알긴 했지만 그게 정서적인 반응을 없애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음식 흘리고 먹는다고 부르르 떠는 엄마 옆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싸우지 않는 부모 아래에서 자라는 것만으로도 다음 세대는 진보한 것이 아니겠는가…하면서 조금 덜 나쁜 척 희석을 한다. 아니 근데 결벽증 심하다면서 머리는 왜 자주 안 감음? ㅋㅋㅋㅋ

+주기율표 북램프를 샀더니 책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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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29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기울표 ㅋ 고띵때 외웠던거 같은데 다 까먹었습니다 ㅜㅜ 요새도 저런거 외워야하나보군요 ㅡㅡ

반유행열반인 2023-05-29 16:24   좋아요 1 | URL
저는 화학1 해보려다 삼일 만에 생명1로 도망가서 ㅋㅋㅋ외운 기억도 외울 일도 잘 모르겠고 그냥 문돌이의 토템 같은 거예요 주기율표 ㅋㅋㅋ

2023-05-29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9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9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9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자아이 기억
아니 에르노 지음, 백수린 옮김 / 레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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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아니 에르노.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답답한 듯 친구가 완전 유교걸이야, 했다. 나는 그 말이 조금은 기가 막혀서 아니 나 불교걸이야, 했다. 열반인이잖아. ㅋㅋㅋㅋ인터넷에서 주워 본 말이긴 했지만 그 덕에 한참 웃었다. 가만 보면 나는 누가 하는 말에 자꾸 아니, 그게 아니라고 한다. 닉네임에는 안티anti-, 反-을 두 개나 달고 말이야. 사실 하나는 쟁반할 때 반이라고 한다. 반대쟁이는 결국 엄청난 반대쟁이를 낳았는데, 여섯 살 작은 어린이는 계란을 부쳐주면 이거 말고 생선, 생선을 구워주면 이거 말고 스팸, 스낵면을 끓여주면 (스)냉면 말고 스라면, 매사에 토다는 심술쟁이 영감짓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작년에 내가 수능 치르고 얼마 안 되어서 나왔다. 엄마는 노벨상 아니 에르노가 탔더라, 그러고는 신간이 나왔던데, 하며 궁금해 했다. 나는 엄마에게 평생 커피랑 책은 안 떨어지게 해준다고 약속을 했던 것 같아서 백수린 소설가가 번역했대, 하고 주문해서 건넸다. 아이들 줄 중고책과 스티커북, 내 책은 하나도 안 사고 파푸아뉴기니 원두만 함께.

 우리집의 대부분의 아니 에르노 책은 엄마가 모았다. 나는 몇 권을 읽어도 시큰둥해가지고 더 읽을 생각이 안 들다가, 아니, 왜 난 별로인 거지? 하고 확인하듯 다시 읽는 거다. 이번에도 별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아니 에르노는 이중 부정이다. 이런 제목이 떠올라가지고 저거 써 먹으려면 독후감을 하나 써야지…그런데 이미 다정한 이웃과 댓글 주고 받다가 스포일러 해 버린 것…


 1940년에 태어난 아니는 70대 중반쯤 되어서야 1958년의 여자아이에 관해 쓸 수 있었다. 낡은 빨간 수첩에 끄적인 글자들과 사진 몇 장을 뒤적이면서. 1984년에 태어난 나는 비슷하게 2003년을 돌아본다. 거의 50년의 간극이 있는데도, 왜 만18-19세 여자(로 지정된) 아이의 여름은 그토록 혼란한지, 수치심은 왜 오로지 나의(우리의) 몫인지 궁금했다. 허벅지 또는 배 위로 뜨끈한 것을 뿌려대던 남자아이들의 삶에 어떤 티끌도, 조각난 기억도 남기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 조금 원통하긴 하다. 


 아니에게 수첩이 남았다면, 나에게는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남았다. 사이트 멸망과 함께 묻혔던 흑역사가 대거 인양되었다. ㅋㅋㅋㅋㅋ 나는 주로 그림일기 같은 걸 남겨 놓았는데, 그림과 짤막한 글에 얽힌 사람과 사건이 누군지 대부분 기억할 수 있다. 겨우 20년 전인 걸. 그렇지만 그때의 감정과 서러움은 그 사이 휘발되었다. 그건 꽤나 오래 지고 다니던 마음들인데, 나도 모르게 사라졌어. 나는 이제 외롭지 않고 나를 사랑할 사람을 찾아 헤매지 않아. 내가 욕망하는 사람이 나를 욕망하기를 원했고, 한국 나이 스무살에는 이루지 못했던 그 바람을 스물한살, 그리고 아마도 한국 나이 마흔살까지 큰 좌절하지 않고 살고 있다. (중간중간의 부침 정도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아직 선거법 개정 전이라 2004년의 총선에서 선거권조차 얻지 못했던 아기 같던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2월, 3월, 6월에 그나마 괜찮았던 남자애들에게 대쉬했다가 미안해, 고마워, 하는 말들과 함께 차이고, 그 여름부터 반 년 간 별로 괜찮지 않은 남자애들 사이를 떠밀려 다녔다. 사랑은 커녕. 즐거움조차 없었다. 외로운 방구석에서 마우스로 끄적끄적 그림 그리고 있었을 어린 내가 조금 가엾다. 그래도 너는, 꿈속에서 안았던 허리까지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빨간머리(파란머리?) 천사를 만나 만20살이 되기 전에 조금 덜 외롭게 된단다. 그 이후의 굴곡은 칠십살 너무 늦나 오십살 쯤 풀어놓기로 하자. ㅎㅎㅎ 


+밑줄 긋기

-그녀는 카푸친 도서관의 <오늘날의 시인들> 총서 중 빌릴 수 있는 모든 책을 빌렸고, 아폴리네르(루에게 바치는 시), 엘뤼아르, 트리스탕 드렘, 필리프 수포 같은 시인들의 시를 긴 구절 필사한다. (122, 크게 의미 없는 구절 같지만 내가 아니 에르노 책 읽는 옆에 루에게 바치는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집이 딱 놓여 있었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 ㅎㅎㅎ 나는 언제나 50년은 늦는다우. 아니네 6-70년 늦음. 아니 에르노 덕에 카트린M도 읽었다. 20년은 늦게. 이건 늦게 태어난 자의 설움.)


-우리는 다른 이들의 존재 속에, 그들의 기억 속에,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심지어 행동 속에 어떻게 남아 있는가? 이 남자와 보낸 두 밤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나는 그의 인생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는, 이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불균형. 

 나는 그가 부럽지 않다. 글을 쓰고 있는 건 나니까.(131)


-지난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사범학교 시절에 대해서 이렇게나 길게 쓰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기로 약속을 하고, -10년이란 세월에 서명을 했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직업이어서 그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여자아이에게 다시 숨을 불어넣고, 종국에는 문학에서 흔히 다뤄지지 않는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성이 내게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인생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우리 모두는 먹고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을,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있어야 할 그곳에 자신이 있다는 혹은 있지 않다는 느낌을 어떻게 감당해나가는 걸까?(170-171, 아니 에르노가 이 책을 15년 쯤 일찍 쓰고, 그래서 고등학생이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인간은 하여간에 다른 개체가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굴레에서 내가 놓여날 수 있었을까? 마흔 살에 수능 준비한다고 깝치다가 인대파열되고 폐색전증 중병 환자 되는 건 면했을까? ㅎㅎㅎ)


+싸이월드 흑역사 그림일기 대방출


저기 근처에 혈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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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23-05-27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선생님 ㅋㅋㅋㅋㅋ오밤에 ㅋㅋㅋㅋㅋ저 다 못읽고 불교걸 하나 읽고 빵터져서 댓글쓰러왔어요... 선생님 진짜....... ㅜㅜ.. 근데 다 읽고 댓글달걸 그랬나봐요 ;; 읽으면서 숙연해짐

반유행열반인 2023-05-27 00:44   좋아요 1 | URL
아니 아니에르노 선생님은 숙연하게 쓰셨는데 저는 하나도 사실 하나도는 아닌 것 같고 그다지 숙연하지 않았습니다 ㅎㅎㅎ저 양반도 뭐 나이들어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되셨으니 그리고 쓰고 싶은 거 다 쓰셨으니 뭐 수치심은 남아도 여한 없는 삶이 아닐지ㅎㅎㅎ

2023-05-27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7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7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7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5-27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ㅋ 열반인님의 젊은 시절의 감수성이 잘 느껴지네요~! 약간 흑역사 느낌도 들지만 ㅋㅋ 그림이 귀여우면서도 좀 무섭네요. 역시 20대부터 열반인님은 남다르셨던거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5-27 19:34   좋아요 1 | URL
그래도 저 흑역사가 있어서 지금의
탄탄(?)한 제가 있지 싶습니다. 이십대 다크 열반에서 사십대 그레이 열반 정도는 왔지 싶습니다 ㅎㅎㅎ

Yeagene 2023-05-28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흑역사를 대방출하시다니...역시 열반인님 대단하세요 ㅎㅎ근데 내용이 어두워서 웃으며 넘어갈수가 없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5-28 14:08   좋아요 1 | URL
웃으며 넘어가셔도 뭐 ㅎㅎㅎ이십년이면 너무 너무 옛날이잖아요 ㅎㅎ이젠
저거 그린 애랑 저랑 유사점보다 저와 예진님이 더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예진님은
아니야!!! 하실 수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