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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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캐서린 레이븐.

책을 읽다 말고 계란후라이를 부쳐서 나시고랭 소스랑 소시지랑 볶은밥 위에 얹어 어린이들 밥을 먹였다. 산 속 오두막에 사는 저자는 계란 흰자만 먹고 노른자를 까치 먹으라고 바깥에 버린다. 아니 까치도 계란 노른자를 얻어 먹는데 내 새끼들은 어미가 책 본다고 굶기고 있네…하고 번뜩 정신이 들었다. 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아깝게 흰자만 먹네…하면서 머랭 쿠키를 만들기로 했다. 진짜 계란은 아니고 유통기한이 벌써 일 년 넘게 지난 프리믹스로 하는 거지만 더 미룰 수도 미룰 이유도 없었다. 나는 이제 시간을 아끼지 않아! 머랭 쿠키를 만들 땐 만화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에 나온 해머의 주제가 ‘뭔가의 번데기‘를 흥얼거린다. 첫 머리 가사가 이렇다. “머랭이란 뭘까, 머랭이란 뭐지- 그건 뭔가의 번데기가 아닐까?!” 아니야 임마… 생각난 김에 머랭 쿠키랑 누에번데기를 같이 먹는다. 어린이들은 질색을 하다가 번데기 두 마리 먹을 수 있으면 오늘 피아노 연습 안 해도 돼, 했더니 큰어린이는 번데기 두 마리와 영혼을 맞바꾸고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처음 창밖의 황조롱이를 봤을 땐 놀랬다. 비둘기랑 다르게 얘는 올라서기도 힘든 보일러 연통이나 조그만 부엌 창턱, 화장실 창턱 같은 데 걸터 앉아 있었다. 생각보다 아파트 출몰이 흔한 놈인 모양이었다. 가끔 거주자 관리가 소홀한 테라스에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놈들도 있는지 어떤 커뮤니티에 자기 집에 새끼 황조롱이가 자라고 있는 사진을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 그 게시물 아래 댓글로 ‘세상에 이런 일이’ 영상을 링크해 두었다. https://youtu.be/3fXxbBJk45E
길이 들어 사람 머리통 위에서 놀고 잘 따르던 참새를, 황조롱이가 눈앞에서 낼름 채 가 냠냠 먹어버린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새랑 놀던 사람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인상 깊었다. 살아있는 무엇이든 정이 붙으면 그런 거겠지…

그러니까 귀여운 야생 여우에게 애착을 느끼는 것도 그렇게 부끄러울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책 속 여우 친구인 저자는 한동안 여우에게 친밀감 느끼는 걸 남들에게 감추고 연구하는 척 한다. 생물학자는 동식물을 의인화하면 프로페셔널하지 못하지, 뭐 그런 분위기가 있나 보다.
사슴 뛰어다니고 독수리 날고 철새 텃새 바글거리는 산골짜기에 땅 사서 파랑지붕 오두막 짓고, 강의 하는 때 제외하면 그곳에 은둔하는 저자는 집 주변에 초지를 꾸미려고 계획을 세운다. 밭쥐가 꽃씨를 굴 앞에 모으는 습성을 보았으니, 밭쥐 살기 좋게 잡초떼기 조성해 놓고 얘들이 꽃씨 모은 거 쓱싹해다 심으면 되겠지? 예상과 달리 밭쥐는 저자가 원한 리아트리스 씨앗이 아닌 다른 걸 잔뜩 모아 놓고 무성하게 번식한다. 그 밭쥐들을 여우가 열심히 잡아 먹는다. 여우는 저자를 무서워하거나 꺼리지 않고 꾸준히 방문해서 둘은 친구처럼 잘 지낸다. 여우 친구가 여우에게 ‘어린왕자’를 읽어주고 같이 거닐기도 한다. 덕분에 나는 이 책 읽다 말고 ‘에린왕자’를 보았다. ㅋㅋㅋ 함께 자주 언급된 ‘모비딕’이랑 ‘프랑켄슈타인’도 보고 싶어졌다.

진과 토닉으로 이름 붙인 두 그루 노간주나무에 새떼가 날아드는 걸 기분 좋게 감상하고(파랑새 앉은 나무가지를 프로판가스불로 비유하는 거 보면 표현력 천재), 성가시게 구는 이웃 까치 테니스공(배불뚝이)과 찢긴 꼬리 부부랑 안 친하면서도 노른자 자주 챙겨주고 까치가 죽었을 땐 많이 슬퍼하고, 예전 레인저 시절 살리지 못한 부상당한 아기 사슴을 떠올리며 두고두고 슬퍼하고, 여우가 사라지거나 죽을까 봐 내내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여우 친구가 얼마나 자연 속에 사는 걸 행복해하고 동식물을 사랑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람을 꺼리고 조용한 곳이 좋은 나이지만 여우 친구 만큼 고립무원 대자연 속에 혼자 살 자신은 하나도 없다. 같이 사는 사람이 없으니 야생 동물이랑도 친구가 되는 걸까? 아니면 야생 동물이랑 친구가 될 수 있으니 굳이 곁에 사람이 없어도 되는 걸까? 나는 반려 동물 문화를 별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길들인다는 것은 너무도 인간중심적이고 동물의 생사와 복지가 온통 키우는 인간에 달려 있다는 점 때문에 그게 싫어서 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적 드문 산 속에서는 그런 반려 내지 가축이 아닌, 야생 상태의 동물과 사람이 친해지는 관계도 있긴 있구나, 삶의 방식도 생명들이 이어지는 형태도 참 다양하고 내 생각은 좁구나, 했다.

박사 학위를 했다는 것 말고는 여우 친구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의도한 것인지 여우 관점에서 쓴 글에서는 여우 친구를 소녀-라고 칭해서 저자가 교란시킴 ㅋㅋㅋ) 비타민 씨 발견자 센트죄르지가 죽었을 때 학부생이었다고 해서 아…1985년에 대학생이셨으면 저 애기때 어른이었네요 ㅋㅋㅋ갑자기 머릿속 주인공이 젊은이에서 할머니로 바뀜 ㅋㅋㅋㅋ다 읽고 앞표지 다시 보니까 박사님 연세가 우리 엄마랑 같았다. 여우와 보낸 시절은 조금 더 과거일수도 있긴 하지만, 역시 까치 같이 꿋꿋한 삶의 방식이나 글솜씨나 다 연륜으로 갈고 닦은 결과였어…

사람보다 대형 야생동물들이 현관 앞을 더 자주 지나가는 거주 장소를 책으로 읽으며 어림짐작이나 해보지 제대로 된 상상을 할 수 없었다. 내 세상은 좁다. 책으로나 바깥과 이어진다. 다는 아니어도 낯설고 상상조차 못할 식물들은 사진을 찾아 봤다. 사진에 의존하지 않고는 그 나무들을, 새들을, 산비탈을, 강의 흐름을 떠올릴 수 없는 삶이란. 콘크리트 벽 안에 오래오래 갇힌 나란 생명체란. 이것도 삶이지만 무얼 말하고 무얼 쓸 수 있을지.

+밑줄 긋기
-평소에는 구불구불한 강의 만곡부 개수를 헤아려 위치를 가늠하고, 구름의 변화를 살펴 시간을 가늠하고, 검독수리를 찾는 것으로 운을 가늠했지만(일곱 마리가 최고 기록이었는데 네 마리면 일기장에 적어둘 만했다),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사는 건 포유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유류는 새끼를 기르는 책임을 맡은 쪽이 오래 산다.

-이슈메일은 바깥공기와 육체노동의 필요성을 느끼자 교사라는 버젓한 직업을 그만두고 고래잡이 선원이 된다. 고래를 죽인다는 것만 빼면 완벽한 직업이다. 작살잡이를 위해 고래를 찾는 임무를 이슈메일은 “등한시”한다. 돛대 꼭대기에 올라가서는 고래를 지켜보는 게 아니라 명상하고 삶에 필요한 철학들을 궁리한다. 망보는 동안 한 번도 “고래다!” 하고 외치지 않는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돛대 꼭대기에 서야 했다면 눈을 감고 미러 선글라스를 쓰고 “고래를 구해주세요” 티셔츠를 입었을 것이다. 당신처럼. 또는 당신이 아는 누군가처럼. 아니면 당신이 알았던 누군가처럼.
그것도 아니면 예전의 당신이었던 사람처럼.

-철새를 죽이는 것은 범죄이지만 수렵조를 죽이는 것은 스포츠다. 이 터무니없는 사고방식은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조상이 외국에서 태어난 생물은 우리의 생태계에 해롭고 서식지를 교란한다’라는 논리로 모욕적 처우를 합리화했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의해 휘둘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나는 아빠의 말 한마디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내게 말을 한 것 자체가 인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식을 갖고 싶지 않았다. 네가 자식을 가질지 알고 싶지 않다. 네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다.” 그는 조금 있다 이렇게 덧붙였다. “좋은 소식은, 네가 인생에서 뭐라도 이루게 된다면 적어도 내게 감사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그가 이 말을 한 것은 내가 열두 살 때였다. 나에 대한 그의 태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이 말들은 나의 감정 상태와 나의 모든 관계와 그 뒤로 내가 한 모든 일을 짓눌렀다.

-회색 플란넬 같은 사슴 귀 두 개가 불쑥 나타나더니 부엌 창문을 문질러 얼룩지게 했다. 귀에 붙어 있는 것은 비교적 작은 수사슴으로, 호색적인 시선만 빼면 여느 사슴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사는 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언제나 나는 머릿속에는 그려지지만 손에는 닿지 않는 것을 향해 나아갔으며, 목표에 도달하면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손에 닿는 것은 너무 가깝게 느껴졌고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것은 너무 멀게 느껴졌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어느 황무지의 아고산대 능선에 홀로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일주일 내내 우리는 바위를 아메리카들소로, 아메리카들소를 바위로 착각했다. 나는 외로운 바위들이 관심을 끌려고 아메리카들소인 척한다고 그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말한 것은 바위를 그만 뚫어져라 쳐다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메리카들소가 바위인 척하는 것은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어서라고도 말했다. 이렇게 말한 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치 상처 입은 마멋에게서 핏방울이 배어나오듯 산길에서 짙은 분홍색 구름의 물결이 쏟아져나오는 광경을 바라보며 잠들었다.

-그의 선원용 재킷은 단추가 달아난 자리가 벌어져 있었다. 그가 내 야구 모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명예롭고 존경할 만한 수고는 죄다 딱 질색이야.” 『모비딕』에 나오는 문구였다. 책에서 이슈메일에게는 교사라는 진짜 직업이 있다. 그는 그만둔다. 자신의 사명을 추구한다.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고래와 사귄다.

-표지에 접은 자국이 깊이 파인 경량 페이퍼백이 내 허벅지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퀴퀴한 책 냄새를 들이마시며, 삐죽빼죽한 책장 가장자리를 바루려고 가장 참혹한 흉터를 엄지손가락으로 눌렀다. 문장에는 수십 가지 필기구로 강조 표시가 되어 있었고 여백은 메모로 빼곡했다. 15년 전 구입한 헌책이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모서리가 곰비임비 접힌 소설책과 나는 둘 중 하나가 풍화할 때까지 함께할 것 같다.

-새끼들이 소란을 피우는 와중에 북슬북슬한 주황색 짐승 하나가 바위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그 순간보다 더한 행복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해도 나는 여한이 없다. 우리 여우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 여우는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토끼를 낚아채 가운데를 꽉 물어 주둥이 양쪽으로 축 늘어지게 했다. 토끼는 내가 그날 아침 돌돌 말아 짠 치약 튜브를 닮았다.

-나는 눈을 어지럽히거나 내가 왔다 갔다는 흔적을 바보같이 큼지막하게 남기고 싶지 않다. 나의 깊은 스키 자국은 얼어붙어 들쥐에게는 또 다른 산이 되고 어민족제비에게는 올라야 할 능선이 되고 달리는 사슴에게는 발목을 접질릴 도랑이 된다. 나는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굳이 남기는 자국은 우리 자신의 성격을 나타낸다.

-아내가 안에서 소나무 가지를 꺾어 진흙 화덕에 던져넣다가 갑자기 가지 하나를 화덕에서 끄집어낸다. 나뭇가지의 잿빛 껍질 조각 사이로 사람 눈알만 한 연분홍색 구슬 두 개가 볼록하다. 말랑말랑한 고체 분홍콩점균은 태워버리기엔 너무 아름답다. 그녀는 수영 말리는 바구니를 얹어둔 너럭바위에 예쁜 가지를 올려놓는다.

-우리에 갇힌 흰매는 자유롭게 살아가는 매만큼 귀한 존재일테지만, 하는 행동이 다르다. 우리에 갇힌 동물은 야생동물과 달리 인간 중심 세상에서 이익을 얻으며 우리에 의해 고분고분해진다.
나는 깨달았다.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언가가 어떤 존재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가,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는가였다.
며칠 뒤 이 깨달음을 여우에게 들려주었다.
“내가 이제 어른이 돼서 뭐가 될 건지 아니? 동사가 될 거야.”
동사라고?
“그래, 동사와 부사. 형용사도 괜찮아.”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명사로 정의하려 했다. 동사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직업과 동일시되는 직함으로 나를 나타냈다. 직함을 나타내는 명사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어쩌면 고의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누군가 내게 그는 가수다가 아니라 그는 노래한다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내가 써야 하는 말은 입니다가 아니라 합니다였다. 그래서 몇 가지 동사를 고르기 시작했다. 쓰다, 가르치다, 사람과 야생동물의 관계를 탐구하다. 땅을 돌보다.
모든 근심이 단지 잘못된 문법적 선택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삶에서 발견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여우가 말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여기저기서 풀이 소용돌이칠 때마다 여우의 머리가 솟아올랐다. 달빛이, 또는 넓은 띠를 이룬 채 반짝이는 강의 물빛이 여우들의 작고 뾰족한 주둥이를 역광으로 비췄다. 하나, 둘, 셋, 넷…… 셀 수 없을 만큼 그들은 빨리 나타났다 사라져……, 그래…… 머리다……. 아니…… 너무 빨리 없어졌네. 머리 하나가 소용돌이에서 튀어나와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기울더니 지난해의 여러해살이풀 줄기 아래로 잠수했다. 소용돌이를 예측하여 여우의 머리가 솟아오르는 순간을 포착하려 했지만 번번이 놓쳤고 그들이 너무 빨라서 어지러웠다. 밤은 점점 초현실적으로 변해갔다.

-“이 숲이 절정 단계에 거의 도달했을 때 (극적 교란인) 산불이 덮쳤어요. 숲은 로지폴소나무와 함께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죠. 산사태, 홍수, 벌목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시계가 원점으로 돌아가요. 제가 보기에 이 숲은 다시 한번 절정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절정 단계의 숲은 자신의 물리적 환경과 완벽에 가깝게 소통한다. 이렇게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변동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절정 단계는 편안하며 가장 안정적인 단계다. 그 무엇의 전주곡도 아닌, 모든 것의 정점.

-숲과 마찬가지로 내 삶도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하여 절정 단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나는 여우와의 관계가 내 삶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내 삶의 목적임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목적이 직업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척 우습긴 하지만, 오만 가지 걱정을 하고 깊이 생각한 뒤에 내가 정작 방향을 바꾼 것은 달빛 속의 새끼 여우들이라는 물리적 사건과 그에 따른 감정 때문이었다. 이성과 합리성은 아무 관계가 없었다. 그가 나를 신뢰했다는 것, 그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이성을 제쳐놓은 탓에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깜박했다. 여우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 관계를 무엇으로 대체하게 될까? 여우와의 관계는 나의 첫 진짜 관계이자 마지막 관계가 되는 것일까?

-우리의 본능은 무엇이 자연적인지 우리에게 알려주며, 우리 사회는 무엇이 정상적인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어느 쪽에 귀를 기울일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테니스공은 땅바닥을 쏘다니며 얼어 죽은 식물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잎이 달린 뾰족한 갯능쟁이 잔가지들을 집었다. 돌풍이 그녀의 부리에서 잔가지를 낚아채 데굴데굴 굴리면, 까치는 검은 눈을 부릅뜨고는 바람 채찍에 깃털을 두드려맞으면서도 단단한 진흙을 움켜쥐고 꿋꿋이 서서 또 다른 잔가지가 떨어져 날아오길 기다렸다.



+밭쥐 노역으로 모으려다 실패한 리아트리스

+분홍콩점균(나뭇가지 위 연분홍 구슬들)
사진 출처:https://m.cafe.daum.net/forestguide/174G/2878

+요제프 볼프, 1856, 솔개를 공격하는 흰 매들
출처:https://www.jhnewsandguide.com/scene/gyrfalcons-striking-a-kite-1856/image_9ea80cce-8151-56b4-9b2a-f50672c83a1f.html

+왠지 위에 분홍콩점균 생각나는 오늘의 머랭 쿠키(분홍 새똥 아님) 굽기 전, 구운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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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6 박상륭.

곱고 예쁜 것만 보며 잔잔하게 살기에도 삶은 짧지 않든가? 그러나 일찍부터 쓴맛 짠맛에 절어 일정 수준의 불안이 정상성인 줄 알며 자란 아이의 입맛은 영 버렸다. (주로 자신을 향한)가학과 피학이 일상이라 온갖 방식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이제는 하다하다 이십 년 간 접어두었던 고등학생용 수학책을 채찍 삼아 일 년 반쯤 허송하였는데, 여러분 나이 삼십팔(법이 바뀌어 다시 젊어짐)에 되도 않는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그것이 쌓이고 결정이 되어 결실로서 굳어진 혈전을 얻게 됩니다. 내가 이런 식으로 메디칼을 가려던 게 아닌데…(병원과 약국에서 회한에 젖음)… 주섬주섬 다시 녹이는 중…

그러면 다시 곱고 예쁜 것만 보며 잔잔하게 살기에도 삶은 짧은데, 수능 끝나면 보기로 했던 책을 수능 접었으니 지금 읽어도 되겠다 싶었다. 하필이면 농담처럼 제일 두꺼워 보이는 칠조어론을 첫 책으로 꼽아둔 참이었다. 박상륭 전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박상륭 선생이 (열반에 드시기 전 마지막으로 한국에-나중에 보니 틀렸음 ㅋㅋㅋ잡설품이 더 나중에 나옴…1권 개정판?재판?이거 날짜가 2012년으로 되어 있어 오해했다…) 내 놓은 전 4권의 소설?역작? 뭐 그런 것 같았다. 사실 잘 모르겠고 작년 수능 보고 20년 만에 재독한 ‘죽음의 한 연구’의 육조 촌장 다음이 칠조겠지? 촛불중 새끼? 미운 새끼인데도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전집의 2753-4293쪽…거의 1500쪽쯤을 다 읽고 나면 그쯤이면 잘못 얻은 결실도 녹겠지… 그럼 완독의 순간 다시 수학을… (미친놈아…) 그러면서 박상륭 전집 끝권을 펼쳤다. 왜 저는 자꾸 저를 괴롭힐까요?

작가는 쓰면서 이걸 누군가 언젠가 읽겠거니,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만들어낸 뭔가에 닿겠거니, 했을까. 그게 내가 살아서는 아닐 수도… 아주 적은 사람일수도… 아니면 애초에 그런 생각 없이 그냥 써지니까 썼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여간에 책을 펼쳤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다. 한글 병용이 안 된 한자 표기가 첫 장부터 주춤하게 했다. 나의 미래의 독자야, 여래여, 죽음의 한 연구는 최소 이회독 하고 왔지? 그리고 이 정도 한자는 교양으로다가 알아줬으면…흑흑 선생님 일단 칠조가 왜 칠조인지는 대충 주워듣고 왔는데 한자를 모르겠어요… 네이버사전앱에는 사진을 찰칵 찍고 화면의 모르는 단어를 문지르면 스캔해서 그대로 뜻을 찾아주는 획기적인 기능이 있다. (그치만 나머지 유저인터페이스는 거지같음. 전혀 직관적이지가 않혀…) 대충 새겨지는 한자는 읽고 넘어가고 자꾸 나오는데 못 읽겠는 거만 조금씩 사전 찾아가며 읽기로 했다.

육조 생전에는 조연에, 거의 악역에 불과했던, 육조에게 타는 촛불로 똥구멍이나 강타당한, 질투와 열등감의 화신이던 칠조 촛불중이 여기서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배트맨 시리즈만 나오다가 조커가 나온 것 같이(조커 안 봄)……촛불중 특유의 뭐뭐 합습지-하는 말투가 미운 정도 정이라서 반가웠다. 다 읽고 나서야 이야기 구조가 파악이 될 듯 말 듯 했다. 촛불 스님이 관잡설, 하면서 열심히 설법을 하고, 그 안에 스님 말씀 말고도 스님이 노인네 만나서 들은 이야기랑,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 잠 속의 잠, 꿈 속의 꿈, 이런 게 겹겹 속속 액자에 액자, 엄마손파이 384겹으로 포개어 있어서 그냥 명확한 줄거리 파악은 포기했다. 아는 이야기 나오면 반가워하고, 모르는 이야기는 이건 어디서 가져다 붙인 걸까 조금 궁금해 했다. 죽음의 한 연구의 육조 스님 이야기 조금 나오고, 예수의 수난이랑, 처용과 역신과 처용처 이야기, 비리데기, 그 정도는 어디서 봤던 거라고 읽을 만 했다. 원래 육조님 설법 하는 힘든 부분 지나고 나면 재밌는 이야기 나올 거야…하고서 칠조님 설법할 때도 뭔말인지 몰라도 꾸역꾸역 봤는데 그 뒤에도 첩첩 산중 끝까지 계속 뭔말인지 몰랐다. ㅋㅋㅋㅋㅋ그나마 1권 말미에 큰 비암님, 무서운 괴물과 마을의 투쟁이 나오는 이야기가 이 책의 블록버스터, 클라이맥스, 그리스로마북유럽오디세이일리아드쯤 되었는데, 마을이 겪는 일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병마와 고통과 고뇌의 표상 쯤 되어 보였다.

다양한 종교적 상징과 기호와 다양한 원형들은 익숙한 듯 역시 너무 어려웠고… 책 내내 수사적으로 등장하는 요니(야한 거다…), 링감(야한 거다…) 등등 성애적 상징들은 인간이란 세상만사 이치 깨달음 투쟁 온갖 것에다가 야한 걸 갖다 붙일 수 있구나…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놈들 세고 셌구나… 선생님께서도… 뭐 그러면서 야한 건데 안 야함…이러고 보았다. 월후 씻은 물 같은 뭐 이런 역겨운 비유 말고는 인세의 구질구질하고 더러운 느낌을 표현할 길이 없었는가… 이러고 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뭐 그것도 다 이 책 끼고 세월 보내기로 한 나새끼의 업보입니다…

내내 불친절하다가 책 끝에 여기까지가 촛불시님 유리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고, 이제는 유리 돌아온 후의 이야기가 펼쳐질 거야! 하고 한자어랑 뭔말인지 대부분 모르겠음에 짜부러진 나의 어깨를 탈탈 털어주며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그렇지만 찬찬히 볼라구요… 너무 빨리보면 빨리 수학해야 된단 말이에요… 이 책 보는 동안 같이 보다 말다 한 책도 많은데, 하나는 ‘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 ㅋㅋㅋㅋ 진화심리학이랑 문화인류학이랑 범벅해서 인간 성애와 혼인 제도에 관해 열심히도 연구했던데 이게 묘하게 이 책이랑 싱크가 맞고 어울렸다. 또 한 권은 ‘여우와 나’라는, 잔잔(?)한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생물학자 이야기인데, 한쪽에서는 대자연한테 위로 받고, 이쪽 넘어오면 개랑 뱀이랑 소랑 인간이랑 뒤섞여 난리가 나다보니 이것도 또 묘하게 어울리면서도 혼란한 느낌이었다… 무서운 벌레 괴물이랑 싸우는 와중에도 사랑 타령도 나오고 막 늙은이랑 젊은이랑 입도 맞춰 불고 그렇더라구요… 여우랑 사람도 공존하는데 노소 따질 거 뭐 있나… 허허… 그냥 책을 똥구멍으로 읽고 허덕이다 쉬는 중이란 말씀입니다… 다들 대작가의 역작, 한국문학의 유산, 미래(과거)의 소설, 함께 읽고 괴로워 주세요… 괴물 없애는 데도 온 마을이 힘을 합쳐야 하잖아요… 혈전이 읽는 사람 수 만큼 배속으로 녹지 않을까요… 어쩌면 저한테 혈전 옮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제가 다 짐질테니 읽지 말고들 편안하시길 빕니다…ㅋㅋㅋㅋㅋㅋㅋ

+자꾸 욜로 읽고 싶은 륭
+책 네 권을 한 권으로 엮는 선택은 과연 최선이었던가…(읽기에는 아주 불편함…집에 갇혀 있는 나 같은 사람만 독서 가능)
+프라브리티 니브리티 이런 말 많이 나오는데 하나도 모르겠어서 소통의 잡설 이라는 해설서를 중고로 발굴해 주문해 버렸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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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23-06-16 1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롱롱타임어고에 <죽음의 한 연구>를 어찌어찌 개우 읽어내고는 나름 충격받고 또 뭘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감동받아서,,곧 도를 깨칠듯도 하여 <칠조어론> 집어들었다가 초반 나가떨어지고는....한참 뒤로 미련 버리지 못해 한두번 더 시도했다가 역시 나동그라지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 전집이 나오고 또 열반인님 용맹정진하신다니 그럼 이참에 소생도 한번 하다가....아서라 열반인님 혼자 다 짐지신다니 축생은 역시 그냥 국으로 편안하게 있는게 축생의 도리인가 생각도 하다가, 아니여 이걸 열반님에게만 맡겨 놓을게 아니여 혼자 짐지기에 어마무시한 것이지..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역시 축생이 덤비기엔 아직 아득하니 불감당일듯.....예전에 칠조어론 읽어볼라고 할 때는 한자병기였던 것 같은데....열반님 말씀듣고 욜을 펼쳐보니(이 책 구매한 지가 언젠데...이제 펼처보나?? 그러게..) 한글한자병기가 아니라....한자 좀 안다고 똥방귀 좀 뀌는 소생이 보기에도 참 읽기 지랄 같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용맹정진 완독하시고 대오각성 내지는 성불하시길 바랍니다. 아멘!

반유행열반인 2023-06-16 20:42   좋아요 3 | URL
할렐루야 ㅋㅋㅋ쌓인 업이 많아 내세에도 (책) 수레바퀴 위에 고통 받을 것 같습니다…ㅋㅋㅋ 전집 사신 것도 아까운데 같이 고해에 빠져 허우적 거려 보시쥬ㅋㅋㅋㅋ

우끼 2023-06-16 2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혼란해요 혼란해 ㅋㅋㅋ…리뷰 읽고 인세의 구질구질하고 더러운 느낌 간접체험했네요..
1권만 사는 사람을 방지하려다 책읽는 사람을 괴롭히는 합본…(제2의 성도 그렇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6-16 22:21   좋아요 2 | URL
저것은 심지어 륭만 팔지 않고 박과 상도 같이 전집으로 다 사야 판다고 합니다 ㅋㅋㅋ 륭만 있으면 좀 이상하긴 하겠어요…

은오 2023-06-17 0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순간 책에 직접 쓰신 줄 알고 당황했다가 자세히 보고나서 안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열님 너무 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저는 <죽음의 한 연구> 사놓긴 했는데 언제 읽을지 모르겠고.... 아 저런 벽돌은 꽂아놓으면 참 멋지긴 하지만 읽기 불편해요 증말. 그래서 제가 안나 카레니나 살때 합본과 고민하다가 결국 3권짜리 분권으로 샀는데 좀 아쉽기도 하고 잘했다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17 07:37   좋아요 2 | URL
저는 집에 안나카레니나 뚜꺼운 거 엄마가 사놓은 작가정신판 펼쳤다가 문장이 맘에 안 들어…이러고 펭귄판 전자책으로 다 보았습니다 ㅋㅋㅋ번역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번역 문장 타령하는 겉멋든 알라디너들 덕에 왼갖 출판사가 같은 고전 두고 사골국 우려 먹고 삽니다 ㅋㅋㅋ)
죽음의 한 연구는 중간에 고비 구간이 있는데 거기 넘기면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솔직히 구도자들 다 개새끼고 여성들은 소모되고 너무 불쌍한 서사인데 적나라한 현실 반영이려니 하고 호러물 보듯 동물의 왕국 보듯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ㅋㅋㅋ

Yeagene 2023-06-17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같은 사람은 두께만 봐도 식겁하게 되는데 ㅎㅎㅎ 다 읽으셨다는데 박수쳐드리고 싶습니다.열반인님 더분에 알아가는 작가님들이 많습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6-17 17:54   좋아요 2 | URL
칠조어론 시리즈 중 한 권 다 본 건 맞는데 전집으로 따지면 한 권(천쪽 넘음…)은 못 봤어요 ㅋㅋㅋ 늘 으샤으샤 해주시는 감사한 예진님 ㅎㅎㅎ
 
기분이 없는 기분
구정인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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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구정인.

연 끊자는 아버지와 안 본지 이 년 후, 혜진은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고독사하셨다. 사후 몇 주만에 발견이 되었다. 유품정리 및 청소업체를 섭외한다. 사시던 집과 건네받은 유품에서 젓갈 냄새 같은 시취가 난다. 장례를 치른다. 상속포기를 한다.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기분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무기력에 빠져 이부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가족의 도움으로 조금씩 이겨나간다.

2007년에 집을 나왔으니까, 16년쯤 되었다. 나오고 몇 년간은 아빠가 우리를 찾아내서 해코지하는 건 아닐까 불안에 시달렸다. 집나오고 얼마 안 되어서 아빠는 자기가 요금을 내주던 휴대전화를 모조리 해지했는데, 또 새로 만든 내 번호를 어찌 알았는지, 심지어 아주 최근에는 엄마 번호도 어찌 알아내고 전화를 걸어와서 둘다 번호를 다시 바꿨다. 상습적으로 음주 운전 사고를 내던 아빠 뒤치닥거리를 해주던 지인 보험설계사 아저씨는 집 나오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내게 전화를 걸어 타이르듯 말했다. 그래도 아버지인데, 연락도 하고 챙기기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술 먹고 폐차하고 입원하는 짓을 반복하는 사람 입원바라지를, 술 먹고 부인을 바닥에 거꾸로 메다 꽂고 말리는 자식 팔을 비틀어 멍투성이로 만들어 죽겠다 싶어 경찰 신고하고 응급실 거쳐 탈출한 마당에, 그래도 아버지, 그 말은 참 싫었다.
2010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반 년 쯤 약을 먹었다. 3년 전 이맘쯤 이러저러해서 집을 나왔는데, 그 무렵인 6월쯤이 되면 많이 힘들다 하니까 의사는 단호하게 그런 거랑 병이랑 상관 없다고 했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계절을 연관짓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고 정말 상관 없는 건지도 모르지만, 더워지기 시작한 6월 무렵이면 아빠 상태가 심해진 것도 사실이고 (아 사시사철 퍼마셨으니 아닐 수도ㅋㅋㅋ) 연애 중 6월에 이별한 적도 있고 대학 때도 6월에 방황을 제일 많이 했었단 말이다.
뭐 올해 6월은 그럭저럭 마음은 평안합니다. ㅎㅎㅎ몸도 평안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나. ㅎㅎㅎㅎ

아빠는 잠시 같이 살던 중국 동포 아줌마랑도 곧 헤어졌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아무래도 혼자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다. 저렇게 술을 먹고 사고를 여러 번 당하고도 매번 살아나는 걸 보고 주정뱅이 원조 할아버지는 아빠를 조상이 돌본다고 했다. 미친 조상놈들은 왜 술처먹고 가족한테 폭력 저지르는 자손을 보호하는 거야…나는 자손 아니냐…

내가 겪을 수도 있겠다 싶은 일이 만화로 그려진 걸 보니 조금 도움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만화 속 혜진은 아버지 사망 이후 우울증 겪었는데 나는 미리 겪었으니 괜찮지 않을까…나는 아빠 장례식도 안 가려고 했는데, 왠지 아빠가 나보다 오래 사는 거 아닌가 싶은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왠만하면 내가 더 살아야 겠다 싶다. 하여간에 돌아가시면 장례식 가는 건 생각해보고 최소한 3일 정도는 축하파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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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1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6-13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토닥토닥...

반유행열반인 2023-06-13 21:12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는 괜찮습니다 ㅎㅎㅎ감사합니다!

은하수 2023-06-16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파티라셔서... 전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갑니다
친구 아버지 중에 그런 분 계셨는데 하도 시달려서 가신 후에 시원해 하더라구요
지금은 괜찮으셔야죠 앞으로도요^^

반유행열반인 2023-06-16 14:0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애도든 축하든 상황과 형편에 맞게 하면 되겠죠 ㅋㅋㅋ의례란 거 일률적으로 할 필요는 없겠다 싶기도 합니다.
 

https://www.payge.kr/speed?share=refer

다정한 이웃님 포스트에서 보고 해 봄 ㅋㅋㅋ
추천도서 대부분 다 봤으면 이걸 정확하다고 해야 하나 ㅋㅋㅋ사후 추천이면 추천이 아니지 않니…

볼 생각이 1도 없는 책도 추천해 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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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6-11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유를 즐기는 느긋한 독서가‘라고 합니다. 사는데 여유가 없는데 독서만 ‘여유있게‘라니.. ㅋㅋㅋㅋㅋ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크게 웃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

반유행열반인 2023-06-11 12:04   좋아요 1 | URL
느긋한 이 붙는 삶은 약간의 복을 받았다 싶습니다. 이런 조그만 일들에도 크게 웃으셨다면 조금 더 큰 복 받으셨지 싶습니다 ㅎㅎ사는데도 여유가 조금 더 찾아들길 기원합니다.

Yeagene 2023-06-13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적극적 독서가가 나왔네요...저한테 좀 안맞는 듯한 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6-13 21:12   좋아요 1 | URL
예진님 정도면 적극적인 독서지요!!!
 
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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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권여선.

나보다 20년 쯤 앞선 나이를 살고 있는 소설가의 소설을 읽으며 생각한다. 이만큼 쓰려면, 얼마나 많은 소주가 간을 씻고 갔으며, 얼마나 많은 담배 연기가 허공에 흩어졌을까. 내 편견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완벽에 가까운 아름다운 것들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빛나는 다이아몬드 한 톨을 위해 숲은 파헤쳐지고 붉은 흙탕물과 함께 어려서 죽는 광산 노동자들이 흘러간다. 입에서 녹는 쇠고기 한 점은 누군가의 손과 땅바닥을 흠씬 적신 피웅덩이와 소의 죽음이 없다면 그것도 없다.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이 유지되기 위해 누군가의 장화와 작업복은 종일 오염물과 독한 세제로 더럽혀지겠지. 편하고 행복한 순간은 그렇게 나의 업과 죄가 쌓여 이루어진다는 생각 자체가 지나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럽고 힘든 시간 없이 무언가가 저절로 이루어지길 바라면 안 된다. 쉽게 쓰여진 시를 제목대로 믿으면 안 된다.

열네권쯤 읽은 걸 짚어 되돌아가다가 소설이 (이천 년 전 유실본 빼고는) 없어!!! 놀랄 일도 아닌데 놀라고선 소장본 중 최신간부터 읽었다. 네 권 째 읽는 권여선인데 이젠 잘 쓴다고 놀라지도 않는다 ㅋㅋㅋ 걸리는 것 없이 스르르륵 읽히면서도 가끔가끔 물 위에 돌 던진 것처럼 떨게 만들려면 진짜 어떻게 써야 해… 그렇게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니까 그냥 궁금해 하지 말자 ㅋㅋㅋ 나의 할 일은 책 내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재미있게 읽는 것이다. 날로 먹는 인생이다.

어릴 때 친구따라 한 번 갔다가 내 입엔 안 맞아…하던 국수인지 수제비인지 팔던 솔밭식당이 궁금해져 검색해보니 7년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쓰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것들을 글이 붙들고 남긴다. 양력 1월 23일, 음력 12월 3일이 겹치는 날이 그러니까 언제였는데!!!! 작가의 나이를 계산하며 (작가랑 등장인물 동일시 해서 나이 가늠하는 게 좀 억지고 무리인 거 알면서도) 거의 사십년치 달력의 1월을 훑어 기어이 찾아내고 만다. 1985년 1월 23일이었어요!! 내가 태어난 지 39일째 날이었다. (투머치) 그냥 나처럼 궁금해서 달력 굴릴 사람 생각해서 대신 찾음… 작년 2022년 2월22일과 12월22일이 몇백년 마다 올 2가 많은 날이었다고 혼자 수학노트에 끼적이던 게 생각났다. 그런데 그 노트 그걸 잊고 버려버렸네… 사소한 것도 잊지 못하고 놓지 못하고 버리지 못하던 삶에서 너무 쉽게 잊고 놓고 버리는 사람으로 되었다. 그건 좋은 걸까. 불행할 때마다 쓰던 일기를 거의 쓰지 않게 된 삶은 행복해졌으니 나아진 걸까. 아니 덜 불행해졌다는데 왜 그걸 묻고 난리야. 소설 읽기는 그렇게 자꾸 쓸데없는 걸 혼자 묻고 혼자 답하거나 답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좋아하면서도 자꾸 피한다.

+읽는 자, 쓰는 자, 어디서 보고 웃겨서.
+1985년1월23일(음력1984년12월3일) 하나 둘 셋, 둘이 함께 왈츠의 스텝을 밟지 못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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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6-10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 2 편애자 열반님. 가장 작은 prime number ‘2‘. 제 예비고사 수험번호가 222888. 이걸 보신 정여사 왈, 망통이다, 망통. 여사님의 예언대로 예비고사, 말아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권여선, 그간 뜸했는데 함 찾아 읽어봐야겠군요.

반유행열반인 2023-06-10 20:53   좋아요 2 | URL
저는 둘이 좋습니다 ㅋㅋㅋ 그거 골백작님 평생 28청춘으로다가 16살 마냥 철딱서니 없이 책이나 보구 술이나 빨구 살라는 감사(?)한 계시가 아니었을른지요? 골백작님은 여선이, 할지 누님, 할지 궁금합니다 ㅋㅋㅋ폐가 많습니다…

은오 2023-06-11 0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렇게 좋은가요? 담아갑니다. 저도 놀라보고 싶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6-11 08:28   좋아요 0 | URL
저는 댓글 쓰신 시간에 놀라고 ㅋㅋㅋㅋ숙면을 기원합니다.

Yeagene 2023-06-13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권여선 작가는 두권만 읽은 것 같아요.더 읽을까 고민중입니다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6-13 21:11   좋아요 1 | URL
최근 소설집들이 저는 좋더라구요.

은오 2023-07-31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땡투❤️

반유행열반인 2023-07-31 15:20   좋아요 1 | URL
은오님 이번 계절은 한국소설의 여름입니까 ㅎㅎㅎ 저는 김금희 다시 읽으려구요.

반유행열반인 2023-07-31 15:21   좋아요 1 | URL
매번 감사 인사 자꾸 생략하네요. 땡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라딘이 오래전에는 땡투 누르는 사람도 돈 준 적이 있었다는 속터지는 소식도 전합니다 ㅋㅋㅋ

은오 2023-07-31 15:34   좋아요 1 | URL
저는 독서끈이 짧기도 하거니와 알라딘 서재 오기 전엔 비문학길만 걸었어서, 한국소설을 읽고싶어도 뭘 읽어야할지 몰라 고르기 어려웠거든요. 제2의 이병률 사태(ㅋㅋㅋ)를 막기 위해 유열님과 자목련님의 리뷰를 참고하고 물어가며 한국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김금희 작가는 어떤 작품을 읽어보는 게 좋을까요? 그리고 유열님이 좋아하시는 한국 작가들이 궁금해요!
저야말로 땡투할 수 있는 믿고 따라읽을 수 있는 유열님이 계셔서 좋고 감사하고요 ㅋㅋㅋㅋ
그 소식은 상상도 못했는데 헐;; ㅋㅋㅋㅋㅋ 북플 업뎃이나 좀 해라.. 친구 즐겨찾기 기능이라든지 선택한 친구 글 등록 알림이라든지 댓글 링크 누르면 바로 이동가능하게 하는거라든지 읽고있어요 피드에 안뜨게 하기라든지...... 😮‍💨😮‍💨😮‍💨

반유행열반인 2023-07-31 17:10   좋아요 1 | URL
책 추천이라는 게 되게 괜히 했다가 뻘쭘해지는 일이 많아서 (받아도 줘도 ㅋㅋ) 뭐가 좋을까? 하고 물으면 망설임이 많아집니다 ㅋㅋㅋㅋ
김금희 뭐가 좋아요? 할 때 안 그래도 다른 이웃분께 비댓으로 줄줄 읊어놔가지고 그걸 옮겨와? 하다가 ㅋㅋ너무 성의 없군...하고서...
저 오늘 아침에 좌절해가지고(이유는 너무 어이없는데 고1수학 푸는데 100분에 13개 밖에 못 풀고 다 틀리고 그래서 막 엉엉 움 ㅋㅋㅋ) 아... 꿈도 희망도 힘도 없다... 하다가 김금희! 나도 김금희를 읽자! 하고 책을 두권 꺼내왔는데요.
일단 1/3쯤 본 건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라는 엽편(단편보다 짧은 소설 모음)집입니다. 이거 보니까 꿈도 희망도 없는데 적당히 말랑하고 따뜻한데 또 너무 뻔하지 않은 문장이 필요하다, 할 때 한 편씩 보면 체력 소모 안 하고 볼 수 있는 소설들 같아요. 그런데 형식이 짧다보니 김금희 공력 만땅 끌어올린 느낌은 아니고 소소하고 ㅋㅋㅋㅋ
같이 뽑아든 ‘너무 한낮의 연애’는 제가 은오님 만할(?)때는 김애란을 아주 좋아해서 김애란 소설집 다 봤고 여러번 봤고 그랬는데 다 커서 산문집 샀다가 완전 별로! 이러고 알라딘 매장 가서 팔아버리고 받은 돈으로 처음 김금희 소설을 산 거였습니다.
다시 볼 생각을 한 게 엄마랑 딸래미한테 갑자기 햄버거 이야기하다 말고 이 소설집에 등장한 ‘피시버거’가 예전에 먹다가 피시버거가 사라졌어...이러고 상징적으로 등장하는데 나중에 맥도날드에 피시버거 부활! 이래가지고 작가가 자기 인스타에 그 소식을 올렸었더랬다- 그런 이야기 하다가 아 이제 다시 봐야지...하고 뽑아왔습니다.
한국 장편소설에서 보기 드물게 무해한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편‘소설(이것은 SF인가 평행세계판타지인가)이 읽고 싶으시면 ’경애의 마음‘이랑 ’복자에게‘도 좋았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한국소설 작가를 찾고 싶다 싶으시면 그해 나오는 젊은작가상수상집이나 현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이상문학상 등등 수상작품집, 아니면 여러작가들 모여서 주제 맞춰 묶은 소설집들(아 이거 뭐라고 하는지 까먹음 아 앤솔로지??) 하나씩 보시면서 거기서 결 맞다 싶은 작가 소설집 하나씩 사거나 빌려다 보시면 좀 맞는 작가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2017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처음 읽다시피한 최신 한국소설 모음이었는데 거기서 최은영, 강화길, 최은미, 백수린, 김금희 정도 건져서 그 작가들은 거의 다 읽다시피 해서 (그무렵이 그리고 여성서사 폭발의 정점 같기도...서사와 프로파간다에다 문장까지 갖춘 언니 작가들 마지막인듯... 그거랑 현남오빠에게 라는 소설모음집이 여성소설가들 탐색할 만함)그해 수상집을 보셔도 취향 확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2021년 젊작 수상집까지 보고 저보다 젊은 작가들 등장 시작하면서 아 난 여기까지구나 ㅋㅋㅋ하고 22,23부터는 안 보고 있습니다.
이병률도 저는 안 봤지만(엄마가 하나 사둔 거 있지만 안 봄) 그냥 누가 야 그런거 왜 봐 ㅋㅋㅋ 이런거 봐 ㅋㅋㅋ 할 때 다 믿지 마시구 똥도 된장도 다 직접 찍어보시면서 아 나새끼 왜 샀어...하는 체험 조금씩 줄여나가시는 게 내 취향 만들어가고 똥책 거르는 능력 기르는 길이 아닐까 하는 건 제가 원래 누가 좋대도 잘 안 보고(그러다 망하기도 여러번) 안 좋대고 굳이 보고 그러다보니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31 17:10   좋아요 1 | URL
아오 쓰다보니 뭔 이메일을 써라 ㅋㅋㅋㅋ투머치 박찬호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