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날 푼수로, 잘 웃는 아이로, 장난감(?)으로 기억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대학 시절의 날 아는 몇몇 사람들에게 최근에 들은 얘기들은 달랐다.


누나(언니)는 참 무서웠어요...

넌 명랑하기 보다는 조울증이었지...

언니야 카리스마 작렬이었죠...


순둥이었던 예전에 비해 이제는 나이가 먹어 카리스마라는 것도 좀 생기고 무서워졌다고,

낙천적이던 성격이 이제는 우울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럼 난 원래부터 못되먹고 왕진지 왕심각모드였단 말일까?


얼마전 일도 기억난다.

오랫동안 한 동네 이웃으로, 딸아이 친구 엄마로, 아들래미 친구 엄마로

(그 집 아들 둘이 우리 딸, 아들과 동갑)

겹겹의 인연 덕분에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는 이가 나보고 낯가림이 참 심하다고 했다.

속으로 말도 안 돼 라고 여기며 넘어갔는데,

남편에게 그 얘기를 전하니 니 낯가림을 여지껏 넌 몰랐냐고 반문한다.

황당해서 친구에게 또 물어봤더니 걔도 맞장구를 치는 거다.


나 자신의 정체성이 뭐가 뭔지 모르겠는 기분이 되어 대학시절에 들었던 충고도 떠올려봤다.

한 동기 남자는 날 보고 친절하지만 기계적인 ATM기 같은 느낌이라고 했었다.

그 당시 이 말에 참 상처를 받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철벽녀이긴 했다.

한 선배는 날 사막에 혼자 던져놔도 잘 살 거 같은 애라고 했고,

다른 선배는 날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움에 사무치는 애라고 했다.

당시에는 두 사람이 참 상반되는 얘기를 하는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둘 다 맞는 거 같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라는 유행가 가사와 달리

내가 모르는 나를 남들이 더 많이 아는 건 아닌가 싶어 씁쓸해진다.

나는 그 동안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던 걸까... 우울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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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04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지내셔요
섣달도 즐겁고 아름다운 넋으로 누리면서
새해 곱게 맞이하시기를 빌어요

승주나무 2013-12-0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출생의 비밀 급 멘붕에 빠졌는데 이 글 보니 위로가 되네요. 정말 대반전이죠^^ 잘 읽었습니다.

조선인 2013-12-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살기님, 오랜만이에요. 간만에 들어와 넋두리만 늘어놔서 좀 찔렸는데 다정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미리 새해 인사 드려요.
승주나무님, 헉, 출생의 비밀 급 멘붕이라니, 궁금해지네요.
 
[전자책] 논어 - 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8월
판매중지


양화편>사람이 仁을 좋아한다면서 好學하지 않으면 어리석음이 되고, 知를 좋아한다면서 好學하지 않으면 허황함이 될 수 밖에 없고, 信을 좋아한다면서 好學하지 않으면 자칫 남을 해치게 되며, 直을 좋아한다면서 好學하지 않으면 각박함으로 빠지는 수가 있고, 勇을 좋아한다면서 好學하지 않으면 난폭해지며, 剛을 좋아한다면서 好學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끝내 광기가 된다.-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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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교육 때문에 전국을 헤매고 다녔다.

몸은 고됐지만 간만에 보는 얼굴들이 꽤 반갑기도 했는데 그중 한 임원님이 대못을 박았다.


"어, 오랜만이야. 이게 몇 년만이지?"

"안녕하셨어요. 한 3년만에 뵙는 거 같네요. 잘 지내셨죠?"

"3년 더 됐을걸? 얼굴이 완전 달라졌는데. 왜 이렇게 늙었어?"


아하하하하.... -.-;;

같이 갔던 동료직원이 위로를 해줬다.

"그래도 나이에 비해서 동안이시잖아요."


난 대꾸해줬다.

"그 말은 전혀 위로가 안 돼.

누가 새 것같은 블랙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봐.

그걸 보고 사람들이 '와, 새 것 같다'라고 칭찬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누가 이제와서 블랙베리를 멋있다고 하겠어.

다 갤럭시4나 G2나 아이폰5를 좋아하지."


말해놓고 스스로 끝내주는 비유를 했구나 속으로 자화자찬을 했는데...

어라? 왜 말해놓고 내가 더 비참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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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8-2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명 자승자박 개그를 치신 걸지도..........

라주미힌 2013-08-2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피천득의 인연이 스쳐가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ㅋ............

saint236 2013-08-2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블랙베리로 표현하심이...행여라도 초콜릿폰이나 프라다로 했으면....

icaru 2013-08-2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댁도 그래요(많이 늙었어요!)"를 내지르셨죠? 물론 맘속으로일지라도...

무해한모리군 2013-08-2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아 저는 최근 이년사이에 한 오년 늙은듯
뜬금없지만 전 터블랫을 하나 미국직구로 사볼까 요즘 고민중이예요ㅎㅎㅎ

조선인 2013-08-2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자승자박만 했겠습니까. 스스로 쐐기풀 채찍질을 한 거죠. ㅠ.ㅠ
라주미힌님, 아흑, 앞으로 동창회 안 나갈까 봐요.
세인트236님, ㅋㅋㅋ 블랙베리는 제 마지막 자존심인 거죠.
이카루님, 그 사람은 예전에 이미 늙은 분이라 굳이 소리지를 필요도 없었어요. 움하하하
휘모리님, 미국 직구 강추입니다. 어댑터를 새로 사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그래도 훨씬 싸요.

여울 2013-08-2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는 그려려니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군요. 이탁오선생이 크게 뉘우친 나이가 되버린거죠. 그래서 개과천선??해보려구요. 아니 ...무슨 소리람?? 이 마당에..

알케 2013-08-2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pcs폰인 '걸리버' -.-;;

그나 저나 블랙베리는 갈수록 컬트 아이템으로 진화 중이더군요,

Joule 2013-08-2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라고 폴더폰이 말했습니다.

조선인 2013-08-2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 어떠한 개과천선일지 궁금합니다. 이왕이면 더 잘 생기게. 우후
알케님, 캬아, 걸면 걸리는 걸리버! 시대의 풍운아가 많기도 했군요.
쥴님, 사모하는 쥴님. 잘 지내시죠?
 
설국열차 - 양장 합본 개정판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자크 로브.뱅자맹 르그랑 글, 장 마르크 로셰트 그림,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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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또라이들을 만나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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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소감.

이 극강 또라이 감독을 봤나. 2명을 살리기 위해 나머지 인류를 멸종시키다니.


두번째 소감.

누군가는 그 둘을 아담과 이브에 비유했다만 백곰을 본 순간 난 느꼈다. 환웅과 웅녀구나.


세번째 소감.

또한 나는 데미안을 떠올렸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알을 뚫고 나온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기차는 세계고, 남궁 민수는 부리이고, 환웅과 웅녀는 새의 양 날개이다. 그리고 새는 윌포드와 달리 신을 자처하지 않고 신을 향해 겸허히 날아가야 한다.


세번째 소감 덧붙임.

월포드를 상징하는 W 로고. 증기기관차를 상용화한 와츠의 머리글자이기도 하고, 이는 곧 산업혁명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차의 전복으로 W는 M이 되었고, 이는 새의 나는 형상이기도 하다. 지나친 확대 해석일 수 있겠지만, 리뷰는 감독이 아니라 나의 몫이니까.


네번째 소감.

설국열차를 보러 간다고 했더니 누군가 양갱을 보면서 먹으면 영화의 재미가 두 배라고 권했다. 양갱을 좋아하지 않은 나는 그의 충고를 따르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다가 그의 충고에 살의를 느꼈다.


다섯번째 소감.

늘 그렇듯 반란 장면은 눈 감고 소리만 들은 터라 영화의 1/4은 못 본 듯 싶다. 그래도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많이 본 영화인 듯 싶다. 요새는 왜 이리 잔인한 영화가 많은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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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8-1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화가 잔인한 이유는....현실이 잔인하기 때문 아닐까요...??

웽스북스 2013-08-1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ㅠㅠ 총보다 칼이나 창이 더 잔인하고 징그럽고 못보겠어요....

저도 양갱 사가라는 충고를 들었지만 안사갔고,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ㅠ 실제로는 미역 다시마로 만든 젤리라는데, 옛날에 다시마젤리 좋아했었거든요.... 뭔가 먹어보고 싶었.... (응?)

프레이야 2013-08-1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웅과 웅녀, 그리고 아프락사스. 저랑 거의 같은 상상을 하셔서 놀랐어요. 백곰의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듯 좀 우습기도 했는데 그 야릇한 느낌을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김기덕이 그랬다죠. 우리나라는 성적으로는 심의가 깐깐한데 폭력과 살인은 관대하다고, 그래서 이상하다고. 뫼비우스 ,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saint236 2013-08-1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설국열차는 덜 잔인합니다. 휘두르는 모습만 보이지 그 이후는 안보이잖아요. 어떤 것들은 그 이후를 보여주니 영 마음이...

순오기 2013-08-13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뭐지? 하면서도 할 말이 많은 영화~~~ 공감의 추천 꾹!

조선인 2013-08-13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래도 폭력의 사실주의는 싫어요. ㅠ.ㅠ
웬디양님, 다시마젤리라니.... 음... 영... ㅋㅋㅋ
프레이야님, ㅎㅎ 우리 찌찌뽕~
세인트236님, 덜 잔인한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전투씬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쭈욱 눈 감고 있었거든요. 이럴 때는 남편이 참 좋아요. 감아! 이제 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히히
순오기님, 오죽하면 제가 페이퍼를 다 썼겠습니까. 홍홍

세실 2013-08-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의 반 이상을 눈감고 봤네요. 원작을 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봉감독이 대단하긴 합니다. 외국인들 데리고 작업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ㅋ
그나저나 양갱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먹지 못하겠어요. 금방 잊으려나?
양갱 먹으며 보라고 한 그 분과는 절교하세욧! ㅋㅋ

마녀고양이 2013-08-1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완전 스포일러다... 무시하고 페이퍼 본거 후회.. ㅋ
근데, 보고 싶어지네요, 영화가~

조선인님 잘 지내시죠?

조선인 2013-08-1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앗, 다시 돌아온 마녀고양이님, 죄송죄송. 그래도 반전을 위해 보는 영화가 아니라 상징을 분석하기 위해 보는 영화니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전 잘 지내고 있답니다. 날이 마냥 덥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