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란을 위한 정자 한 개 외에 아버지가 나에게 준 게 무엇일까.
초등학교 시절 나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친구 은경을 질투했고,
완벽한 가정주부였던 그녀의 어머니를 동경했다.
난 억척어멈의 표본인 어머니를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그 억척스러움을 많이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하여 어린 내가 책에 푹 빠져 살았던 건 역할 모델에 대한 갈망이었을게다.
삼성 위인전을 보며 질질 짜기도 했지만
어린 마음에도 미국대통령과 미국이 만든 대통령만 우글거리는 위인전에 위화감을 느꼈고,
내가 가장 동화되고 싶었던 대상은 일명 소녀소설의 주인공들이었다.
쥬디 애보트와 세라, 캔디, 에밀리에 열광하던 그 시절, 으뜸가는 우상은 죠와 앤이었고,
특히 빨간머리 앤 전집은 지금까지 읽고 읽고 또 읽는다.



 

 




지금 돌이켜보면 유독 빨간머리 앤을 좋아한 건,
앤의 소녀시절부터 시작해 대학 시절 및 졸업 후 직업을 가지고
첫사랑과 결혼 후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려가는 과정까지  모두 담고 있어
그야말로 역할 모델의 인생을 완벽히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인 듯 싶다.

지금도 난 내 삶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앤을 다시 뒤적인다.
마로를 임신했을 때 '앤의 딸 리라'를 읽으며 딸의 모습을 그렸고,
아라를 잃어버렸을 땐 '꿈의 집의 앤'을 읽으며 함께 꿈의 아이를 가슴에 새겼다.
해람이를 가졌을 땐 '노변장의 앤'을 읽으며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페이퍼야말로 얼마 전 감히 지젝 따라하기를 하며
살아있는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이를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까닭.
나의 영원한 역할 모델은 여전히 빨간 머리 앤 혹은 루시 몽고메리.
난 역할 모델이 아닌 그 누군가를 가장 존경하는 이라고 대답하지는 못하겠다.

단상1.
세라와 죠를 제외하면 죄다 고아이다.
죠와 세라의 아버지도 전쟁으로 인해 부재나 다름없었으니 그건 내 무의식의 발로?

단상2.
올해가 앤 100주년이란다. 캐나다에 가고 싶다. ㅠ.ㅠ
그게 안 되면 최소한 DVD라도 지르는 게 예의라고 지름신을 합리화시키고 있는 중.

 

 

 

 

덧붙여 고백.
마로 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영어이름을 지으라고 하길래 대뜸 Rilla로 결정했다.
해람이는 당근 Jem이 될 예정. =3=3=3

또 덧붙여.
결국 질렀다. 예약 주문이라 9월 4일까지 기다려야 함. 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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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8-08-25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전을 뽑는다는 표현이 용인된다면, 이 빨간머리앤 디비디에 대해서 그래요.
그런데, 전 애니메이션상의 스토리 그러니까 길버트와 화해하고 앤이 에이본리에 있는 학교에 재직하게 되는 걸로 결정된 부분까지만 이라서,,
지금 아주 강하게 전집을 사서 뒷부분을 읽는 것도 내겐 큰 의미가 있단 생각이 드는 거 있죠.

Mephistopheles 2008-08-2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저 짱구머리 앤이 나오는 애니는 제법 재미있죠..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조선인 2008-08-2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물론 큰 의미가 있을 겁니다. 히히
메피스토펠레스님, '제법'이란 부사어에 파르르 눈에 심지 켰습니다. 부디 바꿔주사와요. 캬아아아아아~

진주 2008-08-25 17:31   좋아요 0 | URL
그러게, '제법'은 당치도 않아욧~~~~~~~

Mephistopheles 2008-08-25 19:04   좋아요 0 | URL
제법을 울트라캡숑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paviana 2008-08-2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가요?
그럼요.매우,무척이나 입니다.

마냐 2008-08-2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그 대단한 앤에 대한 추억이 고작 1권에 대한 것이라니. 이제라도 시리즈 주문넣어야 하는건가....(뭐 이런 생각부터 하고 있슴다)

조선인 2008-08-2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파비아나님, 덕분에 제법이 울트라캡숑으로 바뀌었습니다. 우하하하
마냐님,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에게 앤은 1권이 아니에요. 헤헤

바람돌이 2008-08-2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앤은 딱 앤이 선생님으로 부임하는 거기까지 밖에 안봤는데요. 그것도 하도 오래돼서 기억도 가물가물.... 그래도 책속에서 역할모델을 찾을 수 있었던 조선인님은 행복하신거겠죠? 전 뭐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sweetmagic 2008-08-26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주말에 캐나다가요~ ㅎㅎㅎ

조선인 2008-08-26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앤이 없었다면 전 정말 힘들었을 거에요. 그리고 죠도요, 쥬디도요.
스윗매직님, 하악, 제대로 절망입니다. ㅠ.ㅠ

호랑녀 2008-08-2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열권 가끔 꺼내 읽습니다. 제거는 제일 오른쪽거, 동서문화사던가? 그거네요.
역할모델... 그런 것일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길모퉁이가 나타났을 때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새로운 호기심과 약간의 긴장감으로 무장하곤 하던, 나이 들어서도 젊을 때의 순수성과 열정을 똑같이 지니고 있던 앤이 저도 참 좋습니다.

호랑녀 2008-08-2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가 백주년...
저 바로 앞까지 가고서도 프린스 에드워드섬에 가려면 꼬박 이틀을 투자해야 해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는데 아마 두고두고 후회될 듯...ㅠㅠ

조선인 2008-08-2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언니, 그 무슨 아까운 짓을. 아흑. 듣는 제가 더 가슴 아픕니다.

BRINY 2008-08-2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들 보니까 신지식인가 하는 분이 번역해서 내셨던 앤 시리즈로 읽으셨나봐요. 하얀색 표지에 소녀의 그림이 실린 단행본(하드커버는 아님)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출판사는 창조사. 저희 남매들이 닳도록 읽었었는데 졸업한 지 오래네요.
저는 Jem보다 Walter 팬이었어요 호호호~~

2008-08-26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8-08-27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Prince Edward Island 까지는 못 가요 흑.
Quebec이 끝....TOT;;;;;;;

조선인 2008-08-2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창조사와 동서문화사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월터를 더 사랑하지만, 피리부는 사람을 따라가버렸잖아요. 차마 해람에게 그 이름을 부르진 못하겠더라구요. 제 꿈의 아이 아라를 월터라고 생각하기도 할 뿐.
속닥님, 반가와요.
스윗매직님, 바보, 여행계획을 그렇게 세우면 어떡해요?!!!

인터라겐 2008-08-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너무 오랫만이죠... 조선인님 페이퍼 보다가 교보가서 캔디지르고 오랫동안 보관함에 묵혀 두었던 앤도 지르고 있습니다. 지름신이 지대로 왔어요... 마로와 해람이 커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한다는... 건강하게 지내세요~~~

조선인 2008-09-0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인터라겐님, 이게 얼마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어쩜 이렇게 감쪽같이 소식없이 지내세요. 서운하게.
 

꽃양배추님의 댓글 보고 잽싸게 검색.
우헤헤헤 졸리 입술은 닮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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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8-08-2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가 더 예뻐용.. ^^

무스탕 2008-08-20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가 안되네요!!

nada 2008-08-2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너무 귀엽다 해람군. 아니 해림양^^

sweetmagic 2008-08-2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바탕화면에 저장해 놓고 자주 자주 봐야겠군요...

코코죠 2008-08-21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영아(조카 이름) 저렇게만 자라다오!!!

원빈아(언젠가 태어날지도 모를 오즈마의 아들 이름) 저렇게만 자라다오!!!


조선인 2008-08-21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무스탕님, 믿어버려요, 조심하세요!
꽃양배추님, 이번 주말에 해림이 원피스 사보려구요. 캬캬
스윗매직님, 태교에 도움이 될 겁니다. 홍홍
오즈마님, 님을 닮은 딸을 낳으셔야죠. 해람이에겐 비밀인데 사실 딸이 더 좋아요. 쉿!

비로그인 2008-08-2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런 입술 정말 부러워요 아기 바다야 너도 저렇게 이쁘게 자라야 한다!!!

조선인 2008-08-2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저도 감히 해람이 아랫입술에 대해선 자부합니다. 흐흐흐

Joule 2008-08-2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 볼 때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했더니 샤일로였군요. 객관적으로 해람이가 샤일로보담 이뻐요. 근데 해람인 남자잖아. ㅡㅡ' 글구 샤일로도 나름 귀여운 사진 많은데 왜 사심 들어간 것 마냥 걔중 가장 덜 귀여운 사진을 고르셨쎄요.

조선인 2008-08-22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내눈엔 이뻐 보여서 고른 건데. 애들은 먹는 거랑 자는 게 제일 이뻐요. ㅋㅋ

icaru 2008-08-2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조선인 님하고 졸리하고 닮은 거?

조선인 2008-09-1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설마요. ㅠ.ㅠ
 

수시로 변하는 마로의 변덕스러운 장래희망

TV를 보면 가수가 되고 싶고,
외삼촌 댁에 가면 화가가 되고 싶고,
아빠를 지키기 위해 변호사가 되고 싶기도 하다가
어제는 문득.

난 커서 엄마가 되고 싶어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뜻이야?
아니. 엄마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매일 회사도 다니고.
아무 회사나 다니고 싶은 거야, 아니면 엄마 다니는 회사 같은 데?
엄마 회사 같은 데에서 엄마같은 일을 하고 싶어요.
엄마가 무슨 일 하는 줄 알아?
네.
뭔데?
TV도 고치고, 새로운 만화도 보고, 그런 거요.

음,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거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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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2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정체가 뭡니까! ^^

순오기 2008-08-2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도 고치고 새로운 만화도 보는 사람이라면? 윽~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마로야~ 엄마가 되는 일이 태어나서 제일 보람있는 일이거나 제일 잘 한 일일지도 몰라!!^^

조선인 2008-08-2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그날 제가 명함을 안 드렸던가요?
순오기님, ㅎㅎㅎ 마로 수준에서 생각해주세요. 아빠는 '영어방송 듣는 사람'이라는 더 뜬금없는 답도 있었지요.

책읽는나무 2008-08-2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떤 만화를 보셨기에?
TV를 고치는 만능 가제트 조선인님..ㅋㅋㅋ

hnine 2008-08-2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지금 마로의 롤 모델이 되고 계셔요~

조선인 2008-08-20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만화라기 보단 애니메이션이 더 정확하구요, 영화도 보고 성인물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교육도 보고 ㅋㅋㅋ
hnine님,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고맙습니다.

ceylontea 2008-08-2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지현이도 장래희망이 엄마인데... 전 구체적으로 안물어봤어요.. 함 물어봐야징... ^^
한번은 아빠가 되고 싶다했는데, 제가 여자는 아빠가 될 수 없다해서 이젠 항상 엄마예요.. ^^ 그리고, 가끔 발레리나 되고 싶다고도 하고.. ^^

무스탕 2008-08-2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마로야. 꼭 꿈을 이루어라!! ^^

Joule 2008-08-2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 님 가전제품 수리점 하세요? (.. )( '')

웽스북스 2008-08-2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hnine님의 덧글을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정희진(페미니즘의 도전 작가)님의 글이 생각나요.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이 가장 최선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롤모델이 되어줄 필요가 있고 그게 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 라는 말, (머리가 나빠서 정확히는 기억 안나요, 제가 쓰니까 갑자기 되게 멋없는말같이 보이네요 멋진 말이었는데)

멋지네요 ^_^

sweetmagic 2008-08-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조선인 2008-08-21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발레리나 지현이라고 하는 순간 비극이긴 하지만 지젤이 떠올랐어요. 와우~
무스탕님, ㅎㅎㅎ 엄마랑 딸이 같은 회사를 다니면 그것도 재미나겠죠?
쥴님, 크게 다르지 않은 업종이라 생각합니다. 히히
웬디양님, 아잉, 너무 근사하잖아요.
스윗매직님, 님 닮은 딸을 낳야 하는데, 아까워라.

호랑녀 2008-08-2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제목만 보고 들어오면서 이거이 뭔소리... 두 아이도 부족해서... 이런 생각을 먼저 했더랍니다 ㅠㅠ

아이가 가끔, 엄마처럼 되고싶다고 할 때 저는 가슴이 철렁 해요.
제 아이가 말하는 엄마처럼이란,
집에서 아이는 내팽개쳐두고, 뒹굴고 텔레비전보고... 이런 것일까봐요.

조선인 2008-08-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떼끼, 작가님이죠, 당연히.
 
아프락사스 - 지젝 따라하기

가장 했복했던 때는?
아이들이 멀쩡하게 태어났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어이없게도 자살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순간이 올까봐 두렵다.

가장 어릴 적의 기억은?
난 툇마루에 앉아 기둥을 껴안고 있었다. 한가로운 초여름날이었고, 장미목 사이로 집쥐들이 오가는 걸 보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난 고즈넉함에 매료되었나 보다.

가장 존경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가장'이 누군지는 생각해본 적 없다. 앞으로 살면서 생각해보겠다.

당신 자신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내재화된 권위주의

타인들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타인에 대한 무신경함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모든 순간, 게다가 그 자존심이란 게 근거없는 얄팍한 것임을 깨달을 때

자산을 별도로 하고, 당신이 구입했던 가장 값비싼 것은?
닥스에서 산 겨울 코트

가장 소중한 소유물은?
내가 써온 수첩들 

당신을 침울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형제의 이기심을 볼 때

당신의 외모에서 가장 싫은 것은?
비계덩어리

가장 매력 없는 습관은?
게으름

가장무도회의 의상을 고른다면?
난 가장무도회에 결코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죄책감이 드는 쾌락은?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알고 무조건적으로 날 믿고 사랑하는 아이를 볼 때

부모에게 빚진 것은?
어머니에겐 모든 것을 빚졌다. 아버지에겐 정자 한 개.

미안하다고 가장 말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고 이유는?
작은새언니. 우리 가족의 업보를 짊어지고 있어서.

사랑의 느낌은?
캐서린과 히드클리프의 사랑을 늘 동경하지만, 내가 할 줄 알는 사랑은 오랜 시간 쌓은 신뢰, 기꺼운 익숙함, 의지하고 싶은 마음

일생의 사랑은 무엇 혹은 누구인가?
난 아직 일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아마 아이들이 아닐까.

좋아하는 냄새는?
비오기 직전의 진한 풀내음, 비온 직후의 강렬한 흙내음.

그런 뜻이 아니면서 "널 사랑해"라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

가장 경멸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신자본주의에 충성을 다하는 정치가들

당신의 최악의 직업은?
유한마담?

가장 큰 실망은?
정파싸움

당신의 과거를 편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한 전화통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를 한 순간

어떻게 쉬는가?
육체적으로 힘들 땐 자고, 그게 아니라면 라면을 끓여주는 만화가게에 간다.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는가?
한달에 2-3번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때는?
고층 아파트의 베란다나 옥상에 서 있을 때

당신의 삶의 질을 향상해줄 단 하나가 있다면?
통일전선체

당신의 최대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환갑이 지난 뒤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그래도 아직은 살아야 할 때라는 것


우리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달라.
비밀은 공공연히 말하는 순간 비밀이 아니다. 일반적인 관계에서 굳이 하지 않는 말을 하라는 것이라면 내가 사면복권받은 건 200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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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8-08-20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면서도 지난 삶의 아픈 기억이 드러난 답변이에요. 아프다.

호랑녀 2008-08-2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옆에 있음 한번 안아주고 싶네 ^^
조선인님... 높은 데 올라가지 마세요!!!

조선인 2008-08-2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호랑녀님, 제 답변이 조금 무거워 보였나봐요. 음, 삶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을 읽어주세요. 전,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에요. ^^

가을산 2008-08-2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그래요. 우리 질기게 살아야 해요.

마노아 2008-08-2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찐하고 짠해요. 그래도 아직은 살아야 할 때. 박수를 치고 싶어요.
그리고 '마누아'는 저 말하는 거죠? ^^;;
아르미안의 네 딸들 생각나버렸어요^^ㅎㅎㅎ

조선인 2008-08-2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넵!!!
마노아님, 헛, 죄송. ^^;;

마법천자문 2008-08-2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통일전선체, 사면복권, 무서워요. ㅠㅠ

sweetmagic 2008-08-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조선인 2008-08-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큐30님, 으하하 님이 얘기하면 안 무서워요.
스윗매직님, 알라딘에서 유행했던 그 어떤 설문보다 지젝 따라하기가 가장 인상적이에요. 누구누구는 어떤 의미로든 나랑 같은 과,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비로그인 2008-08-2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도!

2008-08-2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08-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
속닥님, 제가 아는 한...
 

마로의 담임 선생님뿐 아니라 학교의 방침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편인데,
방학숙제로 공통과제는 환경관련 도서 읽고 독후감 1편 써오기와,
1주일에 3권씩 책 읽기(독후감 없음, 읽어간 책 제목 써가기도 없음),
참을성 기르기(하루동안 TV나 컴퓨터 안 보기, 에어콘 안 틀기 등 자기 마음대로 정하기)이다.

자율과제는 10개쯤 되는데, 일주일에 3번 이상 일기쓰기를 고른 애가 있을까 의심스럽긴 하지만,
아무 거나 마음에 드는 거 2개를 골라 해가면 된다.
마로가 고른 건 '만화 주인공 따라 그리기'와 '요리 해보기'.
마로는 얼른 하자고 성화였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광복절 하루에 다 끝내버렸다.
만화 주인공은 마법천자문의 '손오공과 삼장'을 그렸고,
요리는 가장 쉬운 '유부초밥' 만들기.

<준비>
1. 약간 고든 밥만들기와 다진 채소를 볶는 건 엄마가 해요.
2. 해람이를 위한 주먹밥을 위해 모양틀도 준비해요.

<실습하기>
1. 반으로 자른 유부는 물기를 꼭 짜내요.
2. 밥이랑 채소랑 식초랑 참기름이랑 맛간장이랑 소금을 골고루 섞고 한 입크기로 뭉쳐둬요.
3. 유부의 가운데를 벌려 밥을 꼭꼭 채우되, 유부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4. 모양틀의 주먹밥은 빼낸 뒤 길게 자른 김으로 테두리를 둘러요.

<완성작>



<보너스>
역시 해림양은 빨간색이 잘 어울려. =3=3=3
(머리묶고 빨간옷 입혀 밖에 나갔다가 옆집 할머니에게 한 소리 들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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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08-1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오기~ 처음 사진 너무 예뻐요. 여길 보라고! 말씀하시는 조선인님 목소리가 들리는듯~ 옆지기님 위태?(뒤태란 말 밖에...), 예사롭지 않은데요^^*

조선인 2008-08-1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꽤 어렵게 찍은 사진이에요. 의자 위에 올라가 '여기 봐, 보라고' 절규했답니다.

울보 2008-08-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너무 많이 자랐어요,
어쩜 저렇게 많이 자랐지요,
옛날에 마로를 보는듯해요,,너무 귀여워요,,

책읽는나무 2008-08-19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겠다~~
요즘 쌍둥이랑 성민이랑 음식사진만 보면 침 질질 흘리면서 외쳐대는 소린데...
방학숙제가 참 알차군요.
울동네 1학년들은 방학숙제 진짜 많던데...다들 제대로 놀시간이 없겠더라구요.
그담임샘...내년에 성민이 담임될 것같아 미리 걱정이에요.끙~

조선인 2008-08-1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아이들 자라는 속도는 너무 빨라요. 흑흑
책읽는나무님, 으, 1학년 담임은 정말 중요한데. 너무 걱정마세요. 성민인 복이 있을 거에요. 얍!

2008-08-19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8-08-20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먹고 싶당!! 유부초밥... (장보러 갈 때 유부 사온다는게 까먹었네요. -.-)
준비하는 엄마는 좀 힘들어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죠? ^^

순오기 2008-08-20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초딩까지는 열심히 연출했는데~ 중학생 되니까 엄마가 심심한 방학이에요.ㅎㅎ
가족의 즐거운 숙제놀이? 좋아 보여요!!

조선인 2008-08-20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빠르십니다. ^^
아영엄마님, 준비하는 '아빠'가 힘들었죠. 전 찍사. 히히
순오기님, 그렇군요. 이것도 초등학교가 끝이군요. 잉잉

sweetmagic 2008-08-21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도 많이 크고...

아...세월 참...

조선인 2008-08-21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쏜살입니다. 전 이제 님의 아가 얘기를 기다리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