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해람이는

누나에 비해 말이 늦될 뿐 아니라 발음이 불분명한 해람이 때문에 가끔 애가 단다.
16개월이 넘어선 지금도 아직 엄마 하나만 발음이 또렷하고,
무우(물), 치이(치즈, 칫솔), 눈(누나), 빠(아빠, 뽀뽀), 내(안녕, 네) 등이 고작이다.
그래도 이젠 눈치가 백단이라 내가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듣고,
식구들 하는 양을 제법 따라하니 이젠 의사소통이 된다고나 할까.
게다가 혹시 얘 바보 아냐 라며 내심 가졌던 의구심을 일소시킨 어제의 사례 몇 가지.

하나.
퇴근해보니 현관문에 전단지가 덕지덕지다.
해람이가 떼낸 전단지를 달라고 하길래 줬더니
그 중 하나를 계속 손가락으로 짚으며 괴성을 지르는 거다.
처음엔 무심히 넘겼는데 하도 요란을 떨길래 뭔가 싶었더니 돈까스 광고.
긴가민가 하면서도 '혹시 돈까스 해달라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정신없이 고개를 까닥인다.
그래도 긴가민가 하면서 냉동시켜둔 돈까스를 꺼내 들고 다시 물었더니 더 열심히 끄덕인다.
아직도 정말 돈까스 해달라고 한 건지 아닌지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저녁 반찬으로 올린 돈까스를 잘 먹긴 하더라.

둘.
걷기 시작하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밥먹은 그릇을 꼭꼭 치운다.
누나 하는 것도 보고, 어린이집에서도 배웠는지,
제 그릇과 숟가락은 싱크대에 기를 쓰고 밀어넣고,
내가 고맙다고 인사하면 저도 배꼽 인사를 한다고 엉거주춤이다.
한동안 핸드폰이며 볼펜이며 반찬통까지 닥치는대로 집어넣어 골치 아팠는데,
어제는 밥상 위에 있는 것 중 딱 빈 그릇만 골라서 죄다 치워 꽤 감동했다.

셋.
갑자기 베란다문을 열어달라고 어찌나 성화를 부리는지
나중엔 '요놈 찬바람 맛 좀 봐라' 하는 심보가 생겨 문을 열어줬다.
그런데 안방에 떨어져 있던 영수증 한 장을 냉큼 집어 베란다 밖 분리수거함에 던져넣는다.
고놈 참, 벌써부터 분리수거를 실천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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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2-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해람이의 재롱(?)아닌 재롱에 날새는 줄을 모르시겠는데요.
아이를 키워보면 하나씩 익혀가는 모습이 왜그리 귀엽던지.
저는 요즘 조카(생질)의 재롱에 푸욱 빠져 있답니다.
너무 귀여워서 하나 더 낳을까봐여. ㅎㅎ

2007-12-1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1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12-1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실하고 똑똑한 해람이에게 추천 한방! 아유 귀여워요. 근데 사진은 없나요??

조선인 2007-12-1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하나 더 낳으세요. 그래서 이번엔 마로라고 이름짓는 겁니다. 움하하하
속닥님, 몰라요, 몰라.
또 속닥님, ㅎㅎ 감사합니다. SOS는 필요없을 듯. 악필은 악필을 알아보거든요. ㅋㄷ
마노아님, 웃, 죄송합니다. 돌사진도 안 찍어준 애미입니다. ㅠ.ㅠ

클리오 2007-12-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 말 염려안하셔도 될 듯 한데요.. 여자애, 남자애 차이가 확실히 있나봐요. 예찬이도 3개월 늦게 태어난 여자애랑 비슷한 듯..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로 하는건 얼마 안돼요.. 이제야 겨우 몇 단어 말하는걸요. 그나마도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 하는 말은 별로 안하는 듯 해요... 엄마가 말해서 원하는거면 따라하는 정도랄까요.. 전 고민안하고 있었는데 똘똘한 마로랑 비교하셔서 걱정하셨었군요.. ㅎㅎ

춤추는인생. 2007-12-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가스를 지목하는 눈이 큰 아기 귀엽고 똑똑해요.
사진이 있었음 더 좋았을 텐데요 손가락 하나로 팜플렛을 푹푹찌르는. 그런 사진. 보고싶어요.^^

조선인 2007-12-1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미설님의 봄이와 자꾸 비교하게 된다구요. 쿨럭.
춤추는인생님, 그러게요, 전 나쁜 엄마에요. 사진도 못 찍어주고. 헤헤.

라로 2007-12-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쌩뚱한 댓글이라 죄송한데,,,,^^;;;;
해람이 예전 페이퍼를 보다가
'06 12월 오누이'라는 페이퍼의 사진을 보다가 범보의자라는걸 봤어요.
해람이가 그 위에 앉았더라구요~.
그거 어디서 살 수 있나요?
그리구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나요?
쓸만한가요????ㅎㅎㅎ
시간 있으실 때 알려주세요~~.고맙습니다.

조선인 2007-12-1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나비님 방명록에 글 남겼습니다.
 
흰빛 잿빛 검은빛 - 물구나무 그림책 045 파랑새 그림책 45
제라르 몽콩블 지음, 곽노경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니카는 한낮도 어두운 겨울이 싫습니다.
마을이 온통 흰빛, 잿빛, 검은빛만 있는게 무섭습니다.
그런 니카를 위해 엄마, 아빠는 니카가 잠든 후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다음날, 니카가 학교에 갔다온 사이 해님처럼 환한 집이 생겼습니다.
노랑, 빨강, 파랑의 집입니다.

니카가 활짝 웃으며 말했지요.
"우리 집은 커다란 나비 같아요."
"우리 집은 알록달록 예쁜 바부슈카 같아요."
"우리 집은 비온 뒤 피어나는 무지개 같아요."
그리고 니카의 집뿐 아니라 니카의 마을 전체가 변합니다.
그리고 흰빛 잿빛 검은빛의 속표지도 붉은빛 파란빛 노란빛의 속표지로 바뀝니다.

* 러시아의 겨울에 대한 이해가 없는 마로로선 이해가 안 간답니다. 그래서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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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태그에 참여한 글 보기를 눌렀더니 내 이름이 또 뜬다.
올해 읽었던 책 중 좋았던 책만 모아놓은 리스트인데 '올해의 책'이라는 태그에 걸린 것.
혹시 지기님이 내 태그를 참조하는 거 아냐? 라는 망상 한 번 해 본 뒤
막상 그중 리뷰를 올린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거에 좌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리뷰 올리는 부담이 적은 유아책만 정리하고,
내가 읽은 책은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게으름에 일침을 받은 기분이다.
반성하는 자세로 페이퍼라도 정리.

한미FTA, 대선 등 2007년이라는 시기적 특성 때문에
올해의 화두는 전선론이었다.
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나 역시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고,
혼란한 마음에 다시 접어든 건 '파농'이었다.
로자님의 페이퍼에 단 댓글처럼
아직까지 가슴 떨리게 하는 건 파농, 그리고 사르트르의 서문.
알리스 셰르키의 서문은 사족이라고 여겨지지만,
현실의 변화에 따라 방법론이 달라지는 건 맞겠지.

글샘님의 강추에 '김진숙'씨가 누구더라 싶었다.
아, 김주익 열사의 장례투쟁 때 추모사를 부르짖었던 그분이구나.
올해의 책 리스트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책이고,
이래저래 선물도 많이 한 책.
욕심 같아서는 이명박이냐 이회창이냐 고민하는 주임들에게 강독시키고 싶다.
전태일 열전과 같이 사주면 읽으려나?

차력도장 바람돌이님 추천.
글 잘 쓰는 이주헌씨가 흥미로운 주제로 현대미술에 접근했다.
아무리 책을 보고 그림을 감상해도 이해 불능이었던 현대미술에 대해
그나마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출장 가기 전 내가 한 준비 2가지는
바람돌이님 페이퍼 다시 읽기와 <에도 일본> 읽기.
원래는 '배낭 메고 돌아본 일본 역사'를 사고 싶었는데,
집 앞 서점에 없는 바람에 대충 골라잡은 책이었지만,
에도 시대 일본에 대해 신변잡기 수다처럼 늘어놓은 덕분에
문외한인 나로선 일본을 이해하는데 '국화와 꽃'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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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이 밀려 랩탑을 들고 퇴근했더랬다.
집은 유동IP라 오늘 다시 네트워크 세팅을 했는데, 어라? 인터넷이 안 된다.
케이블도 점검해보고, DNS서버도 확인해보고, 랜카드도 점검해보고, 생쇼를 했는데...
막상 밝혀진 원인은, 헐, IP주소를 내가 잘못 입력했다.
어찌나 민망하든지 도와준 사람들에게 '앞으로는 기본부터 확인하겠습니다'라며 사과를 했다.

그런데 내가 한 말에 내가 스스로 놀랐다.
나는 초보적인 실수를 안 한다는 오만에 빠져 있었던게다.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하다니.
기본부터 되짚어가며 긴장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보는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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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따끔거려라...=3=3
 
이달의 주제 - 선거

1.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2. 똑똑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3.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4.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상은 마로와 함께 정리한 '대통령으로 뽑는 이유'이다.
유치원 주제에 따라 어떤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가족토론을 해오라는 숙제인데,
먼저 선거전단을 훓어본 뒤 이유를 생각해보고 집에 온 선거전단을 다시 읽어봤다.

이유를 꼽기 전 마로가 좋아한 후보는 '믿을 수 있는 경제대통령 문국현'.
제일 잘 생기고 양복도 멋지게 입었단다.
이유를 열거해본 뒤 마로의 마음은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권영길' 후보로 바뀌었다.
나쁜 세상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나?

아이의 사심없는 맑은 눈동자가 읽어낸 전단상의 문구를 보며 나는 입술을 한 번 깨물어야 하니
심란하고 착잡하고 혼란스럽다. 
정치적 입장과 실제 지지해야 하는 사람이 계속 다를 수 밖에 없는 게 우리 전선의 현주소인걸까.
회사에선 사장님부터 주임까지 이명박 아니면 이회창만 얘기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일까.

맥주라도 한 잔 마실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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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0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영길 후보의 '세상을 바꾸는'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저도 저 말 한마디만 봐도 가슴이 쿵쿵 뛰던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었어요-

마로가 참 예쁘네요-
마로가 어른이 됐을 땐 세상을 바꾸는,이라는 말에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 자신을 슬퍼하는 일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바꿀 필요도 없는 세상이 된다면 베스트이구요 ^^

그나저나 문국현이 제일 잘생겼던가요? 흐흐흐흐

마늘빵 2007-12-0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의 눈이 제일 좋군요. :)

마법천자문 2007-12-08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네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는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께서 간곡히 권유하신다면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순오기 2007-12-0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애들 눈이 제일 정확한건데... 그러나 현실은, 어린이의 눈에서 멀기만 합니다.
저 순수한 영혼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간직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착찹하네요.

조선인 2007-12-10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고등학생 시절부터 깨어있었군요. 전 대학 다닐 때 우리 아이들은 데모할 필요 없는 세상이 되거나, 아니면 딸과 같이 데모를 나가는 어머니를 꿈꿨는데 아무래도 후자가 되고 있어 속상합니다.
아프락사스님, 제 시력이 2.0이었으니까 마로도 좋지 않을까요? 생뚱.
에리카김, 간곡히 권유해드리고 싶지만 후보접수 마감 됐는뎁쇼? ㅋㅋ
순오기님, 네, 정말 심란했습니다. 맥주 2캔을 혼자 마셨을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