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히 결합되어 계속 검색하며 봐야 했다. 특히 <공간서점>의 하이퍼루프 설정과 <달을 멈추다>의 마인드 업로딩 설정은 최근 구체적인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 특히 흥미로웠다.
<오리진>, <꿈의 귀환>, <끝없는 우편배달부>는 모두 현실세계의 실재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결로 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꿈의 귀환은 가가린이라는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어 재밌었는데, 레오니드 몰로디 높은 Leonard Mlodinow에서 일부러 이름을 따온 걸까 궁금하다.
<악몽>은 가상현실 기반 심리치료라 좀 흔한 소재였다.
<가깝게 우리는>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제목과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지 싶었는데 뒤늦게서야 설정의 모태가 되는 작품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깝게 우리는>은 80년대 여공파업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우편배달부의 라돈침대 수거 노동 중 과로사라는 노동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목으로 거론된 소설들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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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22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독특한 소설이군요
요즈 한국 작가들의 지평이 계석 넓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작가인것도 아닌데말이죠. 이 작가도 찾아보겠습니다
 

왜 굳이 <싯다르타>라는 제목 대신 다른 제목으로 바꾸었을까?
왜 소설에 없던 경구를 장마다 앞에 끼워넣었을까?
번역공동체 계절은 어떤 모임일까?
2년간 4권의 책을 내고 사라진 이들 때문에 원래 책이 가지고 있던 난해함에 또 다른 의문이 덧쌓인다.
불교적 해탈에 예수의 사랑제일주의와 헤세의 자연주의가 결합해 자기만의 깨달음의 경지를 잘 정리한 소설이다. 일견 구운몽같은 지점이 있는데 이 또한 동양적 서사의 장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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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3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바뀐것은 아무래도 판매 떄문이겠지요.싯다르타란 제목의 책이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수십권이나 나왔기에 당연히 새로이 책을 내면서 책 제목을 달리해야 좀 판매가 되지 않을까 싶어 그러하지 않았을까요? 다만 이런 경우 기존에 싯다르타란 책이 있는 분들은 오해해서 동일한 책을 구입할 수 있으니 구매자만 난감할 따름이죠.
그리고 집단 번연을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하는 번역이 아니라 좀 책임감없이 번역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의심이 있어서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조선인 2025-08-23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 자페는 나쁘지만은 않았는데 번역자 소개도 없고, 기획의도도 없고, 그러다보니 더 의아한 책이 되었어요.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전집 1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다 읽어도 왜 결혼인지 이해 못 하고 독서모임을 통해 자연과의 결혼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재독해도 여전히 결혼은 뜬 구름 잡는 소리로만 들린다. F들은 그릴 듯이 아름다운 자연 묘사에 함께 여행 하는 기분마저 느꼈다니 그저 경이로웠다.


차라리 여름은 이해 가능.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마침내 내 속에 억누를 길 없는 여름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1939년에서 1953년까지 집필된 여름 관련 수필은 전쟁을 앞 둔 불길한 긴장, 기필코 벌어진 전쟁에 대한 분노,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이념 갈등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충실히 담겨 있다. 


다만 여러 출판사를 비교해 본 결과 책세상 출판이 제일 후지다. 편집자주는 전혀 없고, 아예 교열한 흔적도 없다.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을 것 권장.

<나쁜 사례 몇 가지>

52쪽 "내가 너한테 6-35를 엥기게 되면 어쨌거나 몇 방 먹는 건 매일반이거든" ->6-35는 6-35 구경 권총을 의미한다는 걸 다른 출판사 책으로 알아냈다.

139쪽 "그리스 사람들은 의지에다가 이성의 테두리를 그어두었던 반면 우리는 마침내 이성의 중심에 의지의 충동을 갖다 놓음으로써 이성이 살인적으로 되게 하고 말았다" -> 일본식 번역어 문구의 전형+경상도식 구어체. 김화영 교수는 분명히 경상도 사람이라고 큰소리 치고 검색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경상도 사람이다. 틀린 문법은 아니지만 편집자가 "그리스 사람들은 의지에 이성의 테두리를 그어두었던 반면, 마침내 우리는 이성의 중심에 의지의 충동을 가져다 놓음으로써 이성을 살인적인 것으로 만들고 말았다"라고 했으면 덜 난해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편집자가 경상도 특유의 과도한 조사와 모음 축약, 사역형 어미를 전혀 손 볼 생각을 안 했다는 것에 경상도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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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05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가 제대로 교열을 하지 않은 것이 제일 큰 문제겠지만 그런 출판사의 잘못을 한눈에 알아본 조선인님이 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조선인 2025-07-1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경상도 사람이라서 알아본 거 같아요. 저도 툭 하면 겹조사를 쓰거든요. ^^;;
 
국어, 수학, 페미니즘! -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쳐보았다
이임주 지음 / 봄알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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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덜컥 첫 연애를 시작했고, 속되게 말해 진도가 매우 빠르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던 차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딸은 또 어떠한가. 고3때 숏컷을 했다가 학교에서, 학원에서 꼴패냐고 공격받았던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하필 대학도 가부장제가 심한 남녀공학에 가는 바람에 또 꼴패로 낙인찍힐까 겁나 여성학 수업 1번을 못 듣고 졸업할 예정이다. 나는 여대를 다니며 주인된 경험을 해봤으면서, 사회 속에서 '여자라서 그래'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발악하며 살아왔으면서, 가정에서의 페미니즘 실천은 너무 등한시해왔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더 두려워하라'고 강요받아온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집이 가장 안전한 곳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진작에 나도 집에서 제대로 페미니즘 교육을 할 것을. 밥상머리 교육으로 자연스레 페미니즘을 체득하고 있을 거라 믿었던 안이한 내가 부끄러워진다. 지금이라도 동백작은학교에 단기학습이라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 후회중이다. 동백작은학교의 페미니즘 필수 교육 과정(35~38쪽)을 본따 주말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다짐중이다. 동백작은학교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한 학생도 선생도 아직까지 가정에서의 페미니즘 실천은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작은 위안 삼아 뒤로 숨지 말아야겠다.


또 다른 반성은 내가 딸에게 연애를 종용해왔다는 것이다. 이성애를 전제하지 않기 위해 남자든 여자든 얼른 연애를 하라고 해왔는데, 연애 종용이 결혼 종용이 될 수도 있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연애만이 아님을 쉽사리 망각해왔던 것이다. 양육자로서 페미니즘을 다시 공부하지 않은 것이 자꾸만 부끄럽다.


페미니즘은 반남성주의도, 여성우월주의도 아니다. 모든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계의 철학이고, 실천이다. 이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하고 평화롭고 정의롭기를 바라는 지향이고, 생활과제이다. 내 속에 숨은 차별과 이기주의와 혐오를 직시하고 나부터 바꿔나가자는 마음가짐이고 행동전략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것은 상식적인 인간의 근본 욕구라 우리는 믿는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헤맬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고 싶었다는 이임주 교장 선생님에게 한없는 존경을 바친다. '나는 세포부터 바꿔야 한다'고 엉엉 우는 남자 선생님에게도 감사 드린다. 학교 안에서만은 안전하게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아이들이 느끼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너무나 예상 가능하게도 동백작은학교의 젠더 평등 선언식 때문에 학교 밖에서 민원, 협박 전화, 교육부 감사는 있었다고 한다. 부디 모두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학교가 있음에 알아주고 응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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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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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으로 만들어진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에 대한 한국인물사. 고신문 등 다양한 참고문헌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자세히 사실을 다루고 있고, 최근 발굴된 사회주의 계열 여성 독립운동가가 포함된 편이다. 


그러다보니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중 생전 처음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첫째,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최근에서야 재조명되었다. 둘째,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 역시 최근에서야 재조명되었다. 특히 군부독재 시절 1931년 만주사변 이후 국내외 독립운동이 위축되었다고 배웠던 나로선, 그 시절 중국, 만주, 러시아 일대에서 사회주의 계열을 중심으로 무장투쟁이 활발했다는 것에 놀랐고, 그 중에 수많은 여성 또한 있었음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아직도 숨겨진 많은 이름들이 있을 것이고, 

남북간의 역사 교류를 통해 더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발굴되기 바란다. 우선 이 24명의 이름부터 기억해야겠지. 김락, 이화림, 남자현, 정정화, 동풍신, 김마리아, 박자혜, 박차정, 조마리아, 안경신, 권기옥, 부춘화, 김향화, 강주룡, 윤희순, 이병희, 조신성, 김알렉산드라, 오광심, 김명시, 정칠성, 방순희, 이희경, 주세죽... 빛나고 아름다운 이름들.

다만 아쉬운 건, 작가의 말버릇.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00의 딸로서,' '00의 며느리로서,' '00의 아내로서.' '00의 여동생으로.'라는 문구를 매 편마다 빼먹지 않고 쓰는데 질려버릴 정도이다. 혹시나 싶어 찾아본 작가의 고향과 학력을 보니 더더욱 그 여성관이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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