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굴리는 곰 이야기
주영삼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1월
평점 :
품절


곰들이 숲속 깊은 곳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외치는 이유를 아나요? 서커스에서 조그만 공을 굴리는 이유는요? 그건 바로 지구를 굴린 곰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기 위함이랍니다. 지구에 낮과 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생겨나고 얼음이 녹아 강과 바다가 생겨나고 구름이 생겨 비가 내리는 게 모두 태양신이 곰에게 지구를 굴리는 벌을 주었기 때문이라네요.

그 깜찍한 발상에 절로 웃음이 나오고, 아름다운 우주 배경에 감탄이 호~ 나옵니다. 다만 난 왜 이리 욕심이 많은걸까요? 태양신도 도자기도 피라미드 신전도 모두 아즈텍 문명의 것을 따온 거 같아 속이 상합니다. 이왕이면 우리 문양을 따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미련이 마구마구 생겨버립니다.

아, 참, 이 책을 사실 분이 참고하실 게 하나 있는데요, 책 설명엔 A4크기라고 나와있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대략 323*230 정도 되요. 저희집 책장 사이즈엔 너무 커서, 큰 책만 모아놓은 mdf 박스에 따로 담아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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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이 납니다! @.@
 
풍경과 상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니까 내 나이 25살 때 이 책을 선물받았다. 그는 시인이 되고 싶은 게 꿈인 사람이었고, 내가 김훈을 모른다고 하자 상처받은 얼굴로 이 책을 선물해줬다. 그때 난 서문을 먼저 펼쳐보고 두둥~하는 북소리를 느꼈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래, 그런 이유였던 거야, 사람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감상이 다른 것은. 목숨을 걸고 나의 눈으로 변화를 목격하고 싶은 사람은 상처가 있기 때문. 하기에 주어진 운명의 피해자가 때로는 숭고한 성자가 될 수 있을 지도 몰라. 그의 문장 하나가 나에게 준 사유의 힘에 가슴이 벅차올라 단숨에 책을 읽어갔다.

김훈의 풍경은 자연과, 역사와, 인간을 모두 아우르고 있었다. "탑이 아름답다는 것은, 탑의 체감률이 아름답게 긴장되어 있다는 것은 현세가 고통스럽다는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탑을 만들고 바라보는 속세의 아득한 고통에 함께 몸을 떨었고, 양립할 수 없는 임금의 지상과 천주의 하늘을 함께 사랑한 정약용의 비애를 강진 초당의 꽃나무와 채소밭에서 읽어냈다. 그는 '大隱은 저잣거리 민중 속에 처하고 小隱은 산 속에 숨는다' 했던 윤선도의 낙원이 보길도가 아니었을 거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대나무 숲을 보고도 피리와 죽창을 동시에 떠올리니, 이쯤되면 "풍경과 상처"를 기행문집이라 하는 이에게 벌컥 화낼만 하다. 나로서도 이 책을 어느 칸에 꽂아야 하나 책장정리를 할 때마다 고민이기도 하다. 가볍게 스쳐가는 에세이와 뒤범벅시키는 건 미안하고, 답사기와 묶자니 아쉽고, 역사책과 병렬시키기엔 어색하고. 결국 이 책으로 역사책과 답사기의 경계를 삼았다(비슷한 책으로 "게으름의 찬양"이 있는데 이걸론 정치철학과 에세이의 경계를 삼았다. ). 그리곤 역사책을 보다가 습관적으로 꺼내보고, 답사기를 뒤지다 슬쩍 열어보게 된다.

그러나 종종 책을 펼치다 속상해지곤 하는데 하필 첫 글이 '여자의 풍경, 시간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사꾸라'와 '사이판의 익명의 여자'가 주는 들척지근한 느낌으로 인해 목욕하고 나와보니 이 안 닦은 심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심충으로 책을 읽다보면 그의 풍경속에 이름가진 여자가 없음에 괜히 화풀이하게 된다(사실 그의 평론에서도 여성작가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속상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포기하지 못 하는 건 장인의 손마디를 꼼꼼하게 거친 영롱한 문장들 때문이리라. 하여 책을 선물한 이의 이름조차 이제는 아물가물하지만, 봄날이면 이 책을 꺼내들고 소년같았던 그의 미소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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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waho > 내셔널 네덜란드.


내셔널 네덜란드.(National Nederland) 라는 네덜란드계 보험회사 건물입니다.
프랭크 오게리라는 해체주의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죠.

심플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해체주의나 초현실주의같은 스타일도 가끔보면 상쾌합니다.

오래전부터 커다란 충격으로 보아왔던 건축물인데
오늘 그냥 생각이 나서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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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2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집니다.

2004-04-25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side 2004-04-2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군요. 저런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여유가 부럽습니다.
(근데 왜 보자마자 용천의 사고현장이 떠올랐는지.. 이눔의 머릿속하고는 .. -.-;;)

데메트리오스 2004-04-2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멋있네요.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똑같은 모양의 건물을 짓지 못한다던데...어쨌든 대단하군요.

조선인 2004-04-2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싱가폴에 있는 건가요? 전 퍼와서 관련정보를 자세히 모릅니다만...

숨은아이 2004-04-3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셔서 인사하려 들어왔다가 퍼갑니다. 재미있는 내용 가득한 서재로 꾸미셨네요. 감사!
 
 전출처 : 코코죠 > 사라진 나라

간디는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를 일곱가지로 표현하였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인간성 없는 과학
인격 없는 교육
양심 없는 쾌락
도덕 없는 경제
희생 없는 신앙


- 뉴델리 교외 타고르 무덤 앞에서

 

그러고 보면 우리 나라는 참 여러가지 망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굴러가고 어떻게든 수습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그런데 그 힘은 바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살려나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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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가 총선 바로 전날부터 수족구를 다시 앓느라 고생했어요. 그래도 일요일 아침부터는 밥을 먹는 걸 보니 좋아진 듯. 마침 현관밖으로 보이는 봄날의 수락산에 싱숭생숭해진 터라 봄나들이 가기로 했답니다.

며칠이나 앓은 애 데리고 멀리 가긴 뭐해서 집 근처 도강서원이랑 석림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도강서원은 꽁꽁 문이 잠겨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나무문 틈새로 빼곰히 렌즈를 밀어넣어 구경했어요.

석림사는 한글을 사랑하는 아주 현대적인 절이더군요. 다만, 기복신앙에 의거, 새로 세운 불상탑은 좀 껄끄럽더군요.

전 절에 가면 칠성각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칠성각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복사꽃이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막석이 깔린 잔디밭은 들꽃이 주인인 양 하더군요. 그런데 이름을 몰라요. 알려주세요. 파란여우님~ 꼭이요!!!

 

날은 따뜻한데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해 산행은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덕택에 풍경소리는 참 좋았습니다.

 

주차장 바로 옆에 소소한 운동시설이 있길래 얼른 점심먹으러 가려고 배꺼뜨리는 몸풀기를 했습니다. 우리딸 유연하죠?

 

감자탕을 먹으러 갔는데 또 잘 안 먹더군요. 모처럼 많이 걸어다녀 피곤한 듯 해 집에 돌아가 낮잠을 잤고, 일어나자마자 '밖에, 밖에'를 외치길래 간식 쪼매 먹이고 집 옆 중학교에 놀러갔습니다. 여전히 자전거를 제대로 타지 않더군요. 뒤로 타거나, 뒤에서 밀거나, 서서 끌더군요. 그나마도 금방 싫증내고 아빠 농구공을 빼앗아 축구도 하고, 배로 올라타놀기만 실컷...

 

여름날같은 땡볕에 얼굴이 빨갛게 익기 시작해 색종이가지고 놀자고 꼬셔서 도로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녁먹기 전까지... 저녁먹으며... 잠자기 전가지... 찢고 자르고 뿌리고 붙이고, 찢고 자르고 붙이고 뿌리고...

마침내 '불 끄고 코 자자'라며 마로가 침대로 기어오르자 얼씨구나 하는 마음으로 새로 산 잠옷을 입혔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너무 짧아 바지를 입혀야 하더군요.

어쨌든 세식구 모두 코잠들어 긴 하루 끄~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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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4-2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은 세식구네요^^^^

프레이야 2004-04-2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귀염동이 마로가 수족구를 앓고 있었군요. 우리 아인 예전에(3실인가 4살때) 앓은 적 있어요. 심하진 않고 가볍게 지나갔는데, 마로는 밥도 못 먹고 그랬군요.
마로가 이젠 괜찮은 것 같으니 다행이에요.
들꽃 중 위엣 것(노랑색 꽃)은 노랑제비꽃 같으네요. 파란여우님, 아니면 갈쳐주세요.

조선인 2004-04-2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해 수족구를 앓았었는데, 올해 또 걸려버렸네요. 작년엔 열이 심했지만 잘 먹고 잘 자 괜찮았는데, 올해엔 유독 입이 헐어 고생했습니다. 마로가 소문난 먹보인지라... 일단 받아먹곤 "입이 아파" 하며 도로 뱉고, 뱉은 음식 보고는 아까워서 닭똥눈물 뚝뚝 떨구고... 자다가도 "밥~"하며 일어나 배고프다고 울고. 정말 짠~했습니다.

superfrog 2004-04-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열심히 노는군요..
마지막 컷, 너무 귀여워요..
수족구..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네.
아무튼 언능 나서라.. 마로야..^^

조선인 2004-04-2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족구는 감기랑 증세가 비슷하데, 이름 그대로 손발입에 구슬이 돋아 골치랍니다. 유아기에 흔한 병이고, 한번 치뤄도 계속 걸릴 수 있다 하네요. 그리고 마로는 벌써 다 낫어요. 감사합니다.

水巖 2004-04-2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너무 귀엽고 예쁘네요. 크면 보통 멋쟁이가 아닐듯 싶네요. 저 서있는 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