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가 총선 바로 전날부터 수족구를 다시 앓느라 고생했어요. 그래도 일요일 아침부터는 밥을 먹는 걸 보니 좋아진 듯. 마침 현관밖으로 보이는 봄날의 수락산에 싱숭생숭해진 터라 봄나들이 가기로 했답니다.
며칠이나 앓은 애 데리고 멀리 가긴 뭐해서 집 근처 도강서원이랑 석림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도강서원은 꽁꽁 문이 잠겨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나무문 틈새로 빼곰히 렌즈를 밀어넣어 구경했어요.
석림사는 한글을 사랑하는 아주 현대적인 절이더군요. 다만, 기복신앙에 의거, 새로 세운 불상탑은 좀 껄끄럽더군요.
전 절에 가면 칠성각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칠성각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복사꽃이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막석이 깔린 잔디밭은 들꽃이 주인인 양 하더군요. 그런데 이름을 몰라요. 알려주세요. 파란여우님~ 꼭이요!!!
날은 따뜻한데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해 산행은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덕택에 풍경소리는 참 좋았습니다.
주차장 바로 옆에 소소한 운동시설이 있길래 얼른 점심먹으러 가려고 배꺼뜨리는 몸풀기를 했습니다. 우리딸 유연하죠?
감자탕을 먹으러 갔는데 또 잘 안 먹더군요. 모처럼 많이 걸어다녀 피곤한 듯 해 집에 돌아가 낮잠을 잤고, 일어나자마자 '밖에, 밖에'를 외치길래 간식 쪼매 먹이고 집 옆 중학교에 놀러갔습니다. 여전히 자전거를 제대로 타지 않더군요. 뒤로 타거나, 뒤에서 밀거나, 서서 끌더군요. 그나마도 금방 싫증내고 아빠 농구공을 빼앗아 축구도 하고, 배로 올라타놀기만 실컷...
여름날같은 땡볕에 얼굴이 빨갛게 익기 시작해 색종이가지고 놀자고 꼬셔서 도로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녁먹기 전까지... 저녁먹으며... 잠자기 전가지... 찢고 자르고 뿌리고 붙이고, 찢고 자르고 붙이고 뿌리고...
마침내 '불 끄고 코 자자'라며 마로가 침대로 기어오르자 얼씨구나 하는 마음으로 새로 산 잠옷을 입혔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너무 짧아 바지를 입혀야 하더군요.
어쨌든 세식구 모두 코잠들어 긴 하루 끄~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