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어머니께서 오셨다.
아침 6시에 올꺼라곤 상상을 못했길래 있던 찬으로 부실하게 아침을 대접드리고 어딜 갈까 의논하다가
하나로마트 의류창고대세일을 구경한 뒤 찜질방에 가기로 했다.
창고세일은 볼 게 없었지만 하필 입구에 장난감을 배치해 들어가며 하나, 나오며 하나, 마로걸 사야했다.
찜질방은 수지나 일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무료로 헬스시설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점심을 먹은 뒤 탕에 갔는데, 나보다 더 부끄러워하며 연신 수건으로 몸을 가리는 시어머니가 재밌다.
마로는 물장난에 넋이 빠져 40도가 넘는 탕에도 쫒아들어오고 안 가겠다고 우는 걸 달래느라 좀 고생.
문제는 신랑... 전화를 해보니 있는대로 성질을 피우며 난, 집이야 하고 뚝 끊는다.
게다가 시어머니 신발이 없어져 쩔쩔 매다가 도둑이 남기고 간 듯한 다 떨어지는 신발 끌고 집에 오니,
자기는 30분만에 씻고 나와 1시간을 기다리다가 집에 온 지 30분도 넘었다며,
무슨 목욕을 그리 오래 하냐고 신랑이 펄펄 날뛴다.
우리야 마로 때문에 교대로 씻을 수 밖에 없고, 마로도 씻겨야 하니 3배로 시간이 드는 건 당연하지 않나?
하여간 살살 신랑을 달래 어머니 신발을 사러 도로 나왔다.
그놈의 돈이 뭔지 할인마트에서 신발을 사드려 죄스럽기만 한데도 어머니는 희희낙낙.
간단히 장도 봤지만, 신랑이 피곤하다고 집에서 밥차려 먹기 싫단다.
할 수 없이 마트 지하에서 저녁을 때우는데, 마로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파게티에 도전했다.
이런 걸 먹여도 되나 걱정했지만, 먹고 싶어하는걸 말리냐는 시어머니의 손녀 역성에 졌다.
할머니의 든든한 응원에 힘입어 혼자서 스파게티 1인분을 다 먹어치운 딸.

외할머니 몫까지 친할머니께 사랑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