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는 누가 봐도 분비물이 아니라 오줌이다.
1시간이면 오버나이트가 넘치고 지린내가 진동한다.
겁이나 밥과 약을 먹는 용도 외에
일체의 수분 섭취를 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산부인과와는 야간당직에게 재진을 받니 마니
내일 아침에 가야 하니 마니
당장 다른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니 마니
문의전화를 넣어도 감감무소식.
자기네가 전화주겠다하여 하염없이 기다리다
독촉전화를 다시 넣었다가 또 기다리다가
저녁 7시 30분이 넘어 부재중 전화기록은 있는데
소리들은 기억은 없다.
다시 전화하니 그새 야간 당직도 끝났다고 하고
오늘 진료받은 거 외에 전산에 남은 기록이 없어
분만실 당직 간호사로선 해줄 말이 없단다.
내일 아침 다시 내원을 할지 응급실을 갈 지는
전적으로 내 스스로 판단해야 하나
일자무식은 대체 어쩌라는 건지.

성미 급한 한국인이지만 억지로 책과 티비로 밤을 지새는데
새벽에 깜박 잠들었다 깨니 매트까지 흥건하다.
침대에서 안 자고 손님용 레자 소파매트에서 잔 게 다행.

개원시간에 맞춰 산부인과에 들어갈 때 심정은
그동안 뉴스로 갈고 닦은 온갖 갑질 흉내는 다 내리라 였는데
여기저기 산모가 있으니 접수처 직원과 담당 간호사에게
나즈막히 으르렁거리는 말투로 어제 경과 읊기가 고작이다.
그래도 효과는 있었는지 예약도 안 했는데 일착으로 진료실.
담당의는 내진을 하고선 대학병원 비뇨기과 소견서를 써주고
자신의 대학 선배이므로 믿고 얼른 가보란다.

남자들만 가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비뇨기과 대기자는 남녀노소 우글우글하였고
예약도 없이 온 아줌마는 마냥 기다리는 게 일이다.
1시간하고도 30분만에 진료실에 들어가니 헐. 남자다.
이 상황에 여의사를 찾을 수도 없고 민망하게 설명하니
안 그래도 연락 받아서 기다렸단다.
그 후는 일사천리.
방광 내시경 -> 문제없음
좌우 요관 내시경 -> 좌측 요관에 누공 확인
d-j 카르테 삽입 결정 -> 바로 수술실 예약 및 시술
비뇨기과 교수님이 뭔가 꼼수를 쓰신 것인지
중간 중간 들리는 소리가 입원도 안 하고 이 검사는...
오늘 수술실 예약은 모두 끝나서 어저구 저쩌구...
후배를 돕는 마음인지 나를 돕는 마음인지 몰라도 고맙다.

대놓고 의료과실인 거냐 물어보기도 망설여지는데
비뇨기과 선생님이 운을 띄우시길
산부인과랑 비용 협의는 끝났냐며 묻더니 다 잘 될 거란다.

어쨌거나 착착착 진행되어
오후 3시에는 집에 편안히 드러누웠고
잠시후 걸려온 산부인과 총무부 전화로는
비뇨기과 치료비용 일체는 자기네가 부담하니
영수증을 잘 챙기란다.
어제 오늘 물쓰듯한 택시비용과 오버나이트 생리대 비용 등
자질구레 비용은 청구과목이 될지 모르겠고,
안정기간이 길어진 것도 어이없지만
그나마 백수기간이라 일에 지장 없는 걸 다행이라 여길지도
곰곰히 생각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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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7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9-06-27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뇨기과에서 원래 우리가 산부인과와 친할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거듭 들어서 기록으로 남겨두려구요. 빈궁마마수술 중 요관이나 방광이 훼손되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나마 전 운이 좋은 케이스이고, 개복수술로 누공을 찾아야 하거나, 새어나온 오줌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위험하다네요.

하늘바람 2019-06-27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괜찮으신거예요?

조선인 2019-06-27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르륵 새던 오줌이 멈춰 어깨춤이 절로 납니다

감은빛 2019-06-27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술하고 나았다니 다행입니다.

조선인 2019-06-2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술은 아니고 시술이요. 1달 후 경과를 봐야 해요.

2019-06-27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고.. 고생 많으셨어요. 그래도 제대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서 다행이어요.

조선인 2019-06-27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비연 2019-06-2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어 다행이에요. 고생 많으셨어요.. ㅌㄷㅌㄷ
경과도 괜챦기를...

조선인 2019-06-2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제는 패닉이었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막을 수 있게 된 걸 다행으로 알고 부디 한 달 새 누공이 잘 아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hnine 2019-06-2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부터 올라오는 소식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이어서 안그래도 무슨 일이신가 하고 있어요.
시술후 몸조리 잘 하셔야 할텐데요.
직장은 그만 두셨군요. 와중에 마로와 해람이도 얼마나 컸을까 궁금하고요.
얼른 회복하시고 여유를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조선인 2019-06-2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고3 해람은 중1입니다.
직장은 회사 구조조정으로 저 속한 부서가 통째로 휘리릭 날라가 실업중입니다. ㅎㅎ
 

수술 후 일주일만에 병원 진료를 갔다.
염증 소견도 없고, 열도 잡혔는데, 문제점 하나.
분비물이 많아도 너무 많다.
거의 줄줄 흐르는 수준.
어제 전화통화를 했을 때만 해도
간호사가 설명하길 그럴 수 있다 했는데,
막상 담당의가 실제로 보곤 의견이 심상찮다.
수술중에 요관 손상을 의심하는데
부대하는 제반 증상이 없어 일단 차주에 한 번 더 보잔다.
3일치 약을 더 처방받았는데 괜시리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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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6-2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ㅜㅜ
 

여자는 특수청소 전문 회사에 다님.
자살 준비중인 사람의 의뢰를 선불로 받음.
.....
결국 여자는 스스로 운전을 폭주하여....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본 기억인데 종일 책장을 뒤져도 못 찾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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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들은 자본가를 탐욕스러운 돼지라고 비난했다.
조지 오웰은 부패한 공산 관료를 돼지에 빗댔다.
똘이장군에서 북한 ‘빨갱이‘는 돼지로 표현되었다.
어쩌다 돼지가 자본주의자로도 공산주의자로도 묘사되게 된걸까?
돼지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왜곡된 프레임에 항거하고자 결심한다면 자신들을 어떻게 묘사할까?
개인적으로 난 꼬마돼지 데이브가 제일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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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프로젝트도 끝냈고 직장생활도 끝냈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 빈궁마마 대열에 합류했다.
전날 저녁 7시에 입원했고 여유병실이 없어 할 수 없이 6인실에 입원했다. 이때부터는 물만 먹어야 했고 자정부터는 물도 금식. 9시 경 왁싱을 하고 관장을 했고 마취제인지 항생제인지의 부작용 검사를 했다. 목마를까봐 10시에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수술 당일 아침에 다시 관장을 하고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물로 상복약 중 고혈압 약과 매일 먹는 알레르기약 5종 중 2종만 먹었다. 이제 링겔을 꽂아야 하는데 간호사가 3번 연속 실패하니 몹시 미안해한다. 작은애 제왕절개할 때는 10번도 넘게 실패하다 결국 발에 했다며 알려줬더니 입술을 지긋이 깨문다. 잠시 망설이더니 다른 간호사에게 부탁을 했다. 다행히 새 간호사는 2번만에 성공했다.
흡입제를 챙겨 수술실에 내려갔다. 마취선생과 인사하고 수술대에 눕는데 간호사들이 뭔가 분주하다. 최소한의 재료만 셋팅되어 있어 재료 보충을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자기들끼리 말하는데 이를 못 들었는지 마취선생은 9시에 딱 맞춰 마취를 시작했다.
의식이 돌아온 건 오후 4시? 5시? 수술은 잘 끝났다고 이제 정신 차리셔야 한다고 간호사가 귀에 대고 소리를 친다. 난 ˝토끼가... 아이들이...˝ 웅얼웅얼하다 정신을 차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도 간호사는 내 말을 기어이 알아들었나 보다. 여기 병원이에요. 토끼도 없고 아이들은 병실 안에도 없고 복도에도 없어요 딱 잘라 단호하게 말하신다. 아닌데.. 방금 전까지 들판에 산토끼가 놀고 있었는데... 집토끼마냥 겁도 없이 사람들 옆에 어슬렁거렸는데... 아이들이 산중호걸을 부르며 토끼들을 쫓아다니니까 그제서야 겁먹고 뛰어가버렸는데... 억울했지만 말해봤자 수면내시경할 때처럼 간호사들의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걸 알기에 침묵을 지키기로 했고 이건 잘한 일이라 지금도 생각한다.
남편 말로는 수술이 끝날 무렵 내가 너무 아파해서 추가마취를 했고 그래서 회복실에서 2시간을 기다려도 의식이 안 돌아온 채로 병실에 올라왔단다. 나중에 집도의에게 물어봤더니 수술전 준비가 늦어져 9시가 아니라 10시가 다 되서야 수술이 시작됐단다. 음. 마취선생에게 말이나 해볼 것을.
복강경 수술은 절제 없이 배에 구멍을 뚫은 뒤 수술하는 거라는 건 알았는데 수술을 용이하게 진행하기 위해 배에 가스를 넣는다는 건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다. 수술이 끝나고 뺄 수 있는 가스는 최대한 뺐다는데도 부풀어오른 배는 걸을 때마다 출렁이고 간호사는 집도의를 확인한 뒤 화장실갈 때 말고는 움직이지 말고 누워만 있으라고 한다.
저녁 9시부터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다음날 아침은 죽, 점심부터는 바로 밥이다. 누워만 있는데다가 배에 가스가 차 입맛이 영 없지만 약을 먹기 위해 몇 숟가락이라도 억지로 먹었다.
어느 순간 깨달은 2가지. 1) 1인실이 날 때마다 간호사들이 은밀히 임산부에게 다가와 병실을 옮겨준다. 2) 다른 집도의에게 똑같은 수술받은 환자들은 바지런히 복도를 걷는 운동을 한다. 1)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결국 수술 이틀 후 퇴원할 때까지 6인실을 썼다. 2)는 내가 대조군일까 싶다. 운동을 하는 경우와 누워 있는 경우에 따른 회복속도의 차이? 통증의 차이? 궁금하다.
퇴원할 때까지 어깨 통증이나 기타 후유증은 없지만 38도의 미열이 안 떨어져 나만 3일치 대신 5일치의 약을 받았다. 집도의는 집에선 누워 있지만 말고 부지런히 운동하라고 해서 꾸준히 산책을 시도하는 중이다.
다음주 수요일에는 실밥을 뽑으러 가야 하고 그날 저녁에 예약해둔 공연도 있으니 부지런히 트림하고 방귀를 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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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9-06-2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오랜 직장생활을 끝내고 수술을 하셨군요. 어여 회복하시고 일상으로 복귀하여 빈궁마마의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기를...

조선인 2019-06-23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열심히 운동해 가스를 빼야하는데 미열이 안 떨어져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홀가분합니다.

비연 2019-06-2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생활도 수술도 잘 끝내신 거군요~ 다행입니다. 그리고 애쓰셨습니다.

조선인 2019-06-2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애썼다는 말이 확 다가옵니다.

얼룩말 2019-06-2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