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36. 선천적으로 좋은 피부를 타고 나 아직까지 나이에 비해 피부 좋다는 소리를 듣지만(재수 없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이다. 친정어머니의 가장 큰 유산은 피부가 아닐까 싶다), 광고에 따르면 미백, 노화방지, 유수분밸런스 등 신경써야 할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물론 나라고 기미며, 눈밑의 잔주름이며, 코의 모공이며, 피부의 걱정거리가 없는 게 아니지만, 당최 스킨-에센스-로션인지 스킨-로션-에센스인지 외우지 못하겠고, 아이크림이니, 화이트 스팟이니, 일일이 챙기기엔 지나치게 게으르다.
한 번씩 거울보고 한숨지을 때마다 이것저것 사들여놓은 건 많았지만 봄가을에는 로션과 선크림, 여름에는 스킨과 선크림, 겨울에는 수분크림과 선크림만 바르기 일쑤고, 선크림을 꼬박꼬박 바르게 된 것도 삼년이 채 안 됐다. 하지만 동화 속 계모의 심보랄까? 마로의 보들보들 말랑말랑 통통뺨에 뽀뽀할 때마다 내가 나이에 비해 피부가 좋은 편인거지, 객관적으로 피부가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조금만 더 신경써보자, 최소한 자기 전에 한 가지는 발라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렇다, 그전엔 세수만 하고 아무것도 안 바르고 그냥 잤다). 처음엔 계절불문 수분크림을 발랐는데, 크리니크 써지 엑스트라의 착하지 않은 가격과 용량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고, 각질층이 얇다보니 맨얼굴에 바르기엔 조금 자극적으로 여겨졌다(맨얼굴에 바르는게 잘못이라지만 누누이 말했듯이 난 게으르다). 그러다 진주님의 추천으로 이 크림을 알게 됐고, 지금은 아주 애용하고 있다.
나같은 게으름뱅이과가 또 있다면 자기 전에 이 크림 하나만 갖춰도 충분하겠다. 여름엔 이 크림을 바르고 자면 아침에 스킨바르는 거조차 깜박하게 될 정도로 피부가 촉촉하고 보들보들해진다. 그리고 감히 장담하건대 내가 애용하게 된 제품에 트러블 일으키는 사람 못 봤다. 정말 저자극이다. 또 하나 장점. 에누리 최저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80g에 22,250원, 정말 착한 가격과 용량이다. 결론은 강추. 애당초 내가 리뷰를 쓸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 강추라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