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아저씨의 선물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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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마도 가난한 항구 마을.
아마도 피터 아저씨는 젊었을 때 선원으로 세계 곳곳을 누볐을 거고.
지금은 마을의 대소사를 해결해주는 보석같은 존재.
병원 갈 돈이 없는 이들을 위해 구급치료도 해주고 수의사 노릇도 하고 문이나 시계도 수리해주고,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 배도 만들어주고 이야기도 들려주고 플루트나 만돌린도 연주해주고.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은 계속 되는 듯 했는데...

피터 아저씨의 집이 낡았다며 헐고 재건축하라는 관리의 명이 떨어지는 바람에
피터 아저씨는 근심에 휩싸이고, 이에 아이들이 나섭니다.
부모님이 미장공인 아이는 미장일을 돕고, 누구는 페인트칠을, 누구는 굴뚝수리를.
그렇게 새단장한 집 덕분에 마을에는 잔치가 벌어집니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가지하며 사는 이야기.
그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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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 12월 선정도서.친절한 복희씨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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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큰소리치건데 아무리 훼밍웨이라도 나이 스물에 '노인과 바다'를 쓸 수는 없었을 거다. 그 곳의 나이 개념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환갑을 목전에 뒀기 때문에 가능했던 소설이다. 나이 한 살을 더 보탠다고 해서 반드시 연륜이 생기는 건 아니기에, 필력이 더 총총해지고 삶의 깊이와 시각이 더 서늘해지는 작가를 가지는 건 행운이다.

하물며 근현대의 미칠 듯한 소용돌이 속에서 '아녀자'로 살아남아 '여류작가'로 늙어가는 박완서씨가 있다는 건 우리 한국아줌마의 행운이다. '아녀자'니 '여류작가'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낱말로 그녀에게 존경을 표한다는 게 심히 민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어머니와 동년배인 그녀가 있어 난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되뇌게 된다.

내 어머니는 30년생으로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났다. 양반가의 핏줄이라고 하지만 산골짝 마을에서 훈장이나 하던 할아버지에게 뭔 재산이 있었겠는가. 자식 욕심은 많아 줄줄이 아홉을 낳았고, 그 중 장녀가 울어머니였다. 태어날 때부터 약해빠졌다고 제때 출생신고도 안했던 여식이지만, 장남과 동생들 뒷바라지하라고 열두 살부터 공장에 내보내졌고, 그러느라 혼기를 놓치자 뒤늦게 10살이나 많은 노총각에게 시집보내졌다. 아들 둘을 연년생으로 낳은 뒤엔 먹고 사느라 난닝구 보따리 행상을 했고, 나를 낳은 직후 서울에 올라와 억척스러운 동대문 아줌마가 되었다. 못 배운 게 한이 되어 자식 셋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고 이젠 드디어 살만하다 싶을 때, 꼭 그럴 때 돌아가시는 게 부모님인 거고, 우리 어머니도 그랬다. 이게 우리 어머니의 평균치의 밥상에 대해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대강이다.

그런데 박완서씨는 나보다 더 내 어머니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낸다. 어쩌면 그녀는 내 어머니의 동숙이인가 보다. '촛불 밝힌 식탁'을 읽으며 비로소 알았다. 우리 어머니가 그리 바라셨던 게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였다는 것을. 어머니는 오빠나 나의 사정을 알아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당신이 그리 서둘러 간 걸 보면 받아들이지 못했었다는 것을. 하기에 친절한 복희씨를 읽는 건 불편했다. 어머니가 안방을 잠그던 날의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징그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그렇게 박완서씨가 있다. 자식 키우는 입장이 되어서야 뒤늦게 제 어미의 품을 그리는 머리 까만 짐승들에게, 너무나 늦게 철들기 시작한 딸들에게 이 땅의 어머니들 이야기를 가만 가만 펼쳐내주는 박완서씨가 있다. 그래서 이 땅의 어머니들은, 이 땅의 딸들은 참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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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박완서 선생님
    from 조선인, 마로, 해람의 서재 2011-01-22 12:55 
    난 그녀를 읽으며 내 어머니를 배웠다.당신의 글이 내게는 어머니의 자서전이었고, 내 미래의 일기였다.이제 우리 아줌마의 이야기를,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떠나버렸다.우리는 누구에게 의존해야 할까.박경리 선생이 없고, 박완서 선생이 없는 지금,사연많은 여자들은 누구에 기대어 자기의 심경을 토로할까.어리석은 나는 그미들이 너무 일찍 갔다고 마냥 투정하고 싶지만...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산사춘 2008-02-19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륜만큼 깊어지는 내공은 좋지만,
새로 나온 글 읽을 때마다 박완서씨 나이드시는 게 무서워져요.
오또케... 흙.

조선인 2008-02-19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심정도 이해합니다. 전 토지가 완결 안 될까봐 공포에 떨기도 했더랬죠.

순오기 2008-02-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분 댓글에 다 동감해요. 박경리 박완서...이분들처럼 기품있게 늙고 싶어요.

조선인 2008-02-19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우리 언니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그림책 8
마사 알렉산더 그림, 샬롯 졸로토 글, 김은주 옮김 / 사파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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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졸로토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아름다운 글과 따스한 자매애에 흐뭇하면서도 20%나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스테파노 비탈레의 그림이 없는 탓이요,
번역자가 김경연 선생님이 아니라는 게 또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마사 알렉산더의 그림이나 김은주씨의 번역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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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토끼 오쁠라
엘즈비에타 글 그림, 신혜정 옮김 / 다섯수레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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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유명한 마더구스 '누가 울새를 죽였나'와 똑같다.
다른 건 울새와 여러 새들 대신 토끼 오쁠라와 여러 동물로 바꿨을 뿐.
애당초 마더구스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이 책 역시 썩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토끼 hopla라고 하면 누구나 이 책의 오쁠라보다는 
'안녕 호플라'라는 애니메이션을 연상할 거다.
단순한 그림체 때문인지 몰라도 전반적인 동물 캐릭터마저 비슷한 느낌을 줘
호플라를 겨냥한 게 아니냐라는 의심이 든다.
호플라가 나온 게 1999년, 프랑스에서 방영된 게 2000년, 이 책이 그려진 게 2001년,
단순한 우연의 일치치곤 너무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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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2-1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더구스는 아가사 크리스티 덕분에 알게 됐어요.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해괴하다는. -.-;;
 
레첸카의 알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이혜선 옮김 / 행복한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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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입비를 줄여볼 작정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책 대여 프로그램.
하지만 어언 2년을 이용해 본 결과 도서구입비가 그닥 줄어들진 않았지만,
아이의 반응을 직접 눈으로 본 뒤 엄선된 책을 살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며,
아이도 이젠 빌려본 책 중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엄마가 사주는 데 익숙해져 있다.
책평을 할 때면 이 책은 사주세요, 이 책은 재밌었어요, 이 책은 보통이에요 분류하기 시작했고,
나의 경우 리뷰를 쓸 때 아이의 평 따라 별 다섯개, 4개, 3개를 준다.

그런데 간혹 곤혹스러운 일이 생기는데 아이가 이 책은 사주세요 요구했는데,
그새 품절되어 책을 구할 수 없는 경우이다.
보통 품절된 책은 흐지부지 잊혀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꼭 사주세요'라는 거듭되는 당부 때문에
<레첸카의 알>은 재출간을 목 빼고 기다리는 책이다.
나로서도 할머니와 기러기의 따스한 우정이며, 생명의 소중함 등 내용도 만족스러운데다가,
페트리샤 폴라코 특유의 화려한 그림이 아른거려 꼭 소장하고 싶다.
또한 간접적으로나마 러시아의 알공예와 부활적 풍습도 엿볼 수 있다.
얼른 재출간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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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12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품절인가요? 저도 강추하는 책인데... 러시아 알공예와 부활, 너무 멋지죠!

조선인 2008-02-1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청님, 님은 할 수 있습니다. 지화자!!!
순오기님, 폴라코의 책이 품절이라는 건 정말 너무 아쉬운 일이에요.

가랑비 2008-02-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네 꼭 살게요"라고 대답하려고 왔는데!

울보 2008-02-1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