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존 버닝햄 엮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품절


아! 나이가 든다는 것! 친구도 잃어버리고 과거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다. 여기서 하나, 저기서 하나. 마음으로든 머리로든 이런 사태를 미리 대비해야만 한다. 마지막까지는 얼마나 남은 걸까 궁금해진다. ... 사후의 삶을 믿는 사람,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천상의 어디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행복한 사람들을.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최후를 직시하며 삶을 계속 살아갈 것이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 외롭든 외롭지 않든 상관없이. - 영극 극작가 노엘 카워드, <노엘 카워드의 일기>(1982)-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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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0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약간 비슷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조선인 2006-03-0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기막히게 멋진 말을 하는 사람이죠? 게다가 일기에?
 
사이시옷 -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손문상.오영진.유승하.이애림.장차현실.정훈이.최규석.홍윤표 지음 / 창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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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해 딴짓을 많이 해대 제대로된 직장생활의 경력은 짧은 편이다.
나이 서른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월급'을 받는 취업을 한 셈인데, 운 좋게도 정규직으로 첫발을 디뎠다.
남들이 보면 근무량에 비해 박봉의 전망없는 일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로선 사회인으로서 경제생활을 한다는 것에 만감이 교차했고, 나름 뿌듯했다.

하지만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수많은 빗금이 나와 내 주변의 여자를 갈라놓기 시작했다.
나이 스물부터 회사를 다녀 경력 10년이 넘던 모부서 '왕언니'는
알량한 경력 3년으로 내 뒤에 직함이 꼬리붙게 되었을 때도 여전히 '왕언니'일 뿐이었고,
아마도 지금도 '왕언니'일 따름이다.

그보다 더 어이없는 현실을 목격한 건 청소 아주머니들이었다.
0.75평의 독방에 갇혀 사는 것은 양심수만이 아니다.
건물마다 차이가 있는데, 운이 좋으면 탕비실을 방마냥 꾸며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한 평도 안 되는 탕비실의 한쪽 구석에 의자 하나 놓을 수 있으면 다행이고,
그나마도 민원이 들어오면 내쫓겨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 한숨 돌리는 게 고작이다.

처음엔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있는 건물만 구식이다 보니 청소 아주머니가 화장실에 계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신축건물조차 예외없이 화장실이나 탕비실이 이용되는 걸 알고 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입주자를 고려한 환경설계니, 생태설계니, 어고노믹스 디자인이니 화려한 미사여구는 늘어만 가는데,
어찌하여 인텔리전트 빌딩에서도 청소 아주머니의 공간은 여전히 화장실이어야 하는가.

건물에 구내식당이 있어도 점심시간의 혼잡을 이유로
청소 아주머니나 수위 아저씨는 1시 이후에나 이용할 수 있고,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서라기 보다 새벽 출근(보통 6시 출근, 늦어도 7시 출근)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아주머니들은 화장실이나 탕비실 한켠에서 이른 도시락을 드시곤 했다.

그리하여 내겐 공상이 생겼는데, 로또에라도 당첨되면 커다란 빌딩을 짓고 싶다.
1층에는 입주자를 위한 탁아시설과 수유나 유축이 가능한 여직원 휴게실이 있고,
층마다 청소 아주머니가 있을 방도 만들고, 흡연을 위한 옥상공원도 만든다면 좋겠지.
언젠가 내 딸이 직장을 다니게 될 쯤에는 손문상씨의 보금자리를 보고,
이게 대체 뭘 그린 만화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 더더욱 좋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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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3-0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안타깝네요. 조선인님이 돈 많이 벌어서 그분들 좀 편히 쉴 공간을 얼른 만들어 주세요.

반딧불,, 2006-03-1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얼렁 많이 버세요. 흐흑..
 
방송법 해설 - 디지털 시대
김정태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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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융합을 앞두고 방송법 개정 논의가 장난 아니라 또 어느 방향으로 방송법이 튈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하지만 방송법의 배경과 현황에 대해 이렇게 기본기를 닦아주는 쉬운 전문 서적은 드뭅니다.

딱 하나 흠을 잡자면 본문의 내용이 설명하고 있는 법조항이 무엇인가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책 부록으로 대한민국헌법, 방송법, 방송법시행령, 방송법시행령에관한방송위원회규칙, 한국교육방송공사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시행령,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방송광고공사법은 물론 전파법, 전파법시행령까지 실려 있는데, 이왕이면 본문 안에 해당 법조항을 각주로 달아줬으면 좋았겠다는 바램을 가집니다.
아울러 방통융합법 해설이 내년에는 출판될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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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 - 마음의 어두움을 다스리는 지혜, 마음을 여는 성장동화 2
범경화 지음, 오승민 그림 / 작은박물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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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있는 거 싫어. 혼자 밥 먹고, 혼자 집 보고, 맨날 엄마 기다리는 거 정말 싫어.

민주의 항변에 난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내년이면 마로에게도 닥칠 현실.
초등학교에선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애프터 스쿨을 한다지만,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애프터 스쿨을 하는 유치원을 근방에서 찾을 수 없다.
종일반이라 해도 6시면 끝나는데,
그때부터 혼자 집에 돌아와 엄마나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게 한다고?
아니면 애프터 스쿨이 있는 유치원을 찾아 또 이사를 해야 하나?
아니면 버스 타고 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까지 애를 통학시켜야 하나?

걱정하는 나에게 동료 직원은 태연히 한 마디 던진다.
친정 어머니가 못 도와준대요?
안 계세요 라고 씁쓸히 대답하는 나에게 그는 또 묻는다. 시어머니는요?
하아, 저야 시부모님이 같이 살아주신다면 감지덕지죠. 하지만 어머니가 선뜻 좋다고 하시진 않네요.
시어머니보고 무조건 희생하라고 할 순 없지 않나요.

더 걱정인 건 민주에겐 강아지라는 해답이 생겼는데, 마로에겐 백호라는 샘까지 따라온다는 것.
형과 동생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는 게 너무 싫은 하승의 이야기를 봐도 줄줄이 한숨만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숫기 없어 걱정이던 마로가 지난해부터는 말띠 기질이 드러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 못해 항상 혼자인 진우처럼 될 걱정은 없어 보인다는 것.
엉큼하게도 난 그 점을 이용하여 마로를 남자친구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고,
방과 후는 남자친구 어머니에게 부탁할 생각도 한다는 것.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하는 것으로 자기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책 속 아이들과 달리 해답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엉뚱한 공상 하나.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영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맡아주고 가르쳐주고,
오후 6시 이후 애프터 스쿨까지 모두 있는 그런 어린이집+유치원이 집 옆에 턱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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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 in the snow 2006-02-2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탁아소 설치문제로 설문조사를 하던데..세상에, 제가 기억하기로 첫 설문조사는 우리 아가 낳기 전이였어요. 신생아부터 초등학생 애프터 스쿨 니즈까지 두루두루 조사하던데...아마 설문조사 끝나고 탁아소 생기려면 또 5~6년 지날지도 모르죠. 후배들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는 성의껏 했습니다만..괜히 싱숭생숭해지더라고요.

Mephistopheles 2006-02-2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맞벌이를 하고 있고 어머니가 봐주고 계시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부부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죠..그러면서 출산율 떨어진다고 애 많이 낳으라고 하니 아이러니 하네요..낳고 키우고 싶어도 이런 문제들의 발
생때문에 망설이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쩝...


ceylontea 2006-02-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이런 육아 문제 해결해 주지도 않으면서 저출산이 어쩌구... 애를 더 낳을 때 양육비 보조가 어쩌구... 참 짜증이 납니다.

기운내세요~~!!

2006-02-27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랑녀 2006-02-2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에효... 백호는 누가 돌봐주기로 하셨나요?
제가 살던 곳에는 초등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교실이 있었어요. 학교 급식에 엄마가 밥 퍼주러 가야 할때나 심지어는 담임 상담까지도 해주던데요. 혹시 피아노학원이나 발레학원 같은 곳을 다니는 애들은 시간 맞춰 차도 태워주시고.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는데, 찾아볼 시간도 없으시죠? ㅠㅠ
(대전으로 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2006-02-27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2-2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속여우님, 그래도 직장 탁아소가 설치될 희망이라도 있으니 좋겠어요. 흑, 저는...
메피스토펠레스님, 어머님들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가 참 슬퍼요. ㅠ.ㅠ
실론티님, 내 말이 그 말입니다. 둘째 양육비 보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구요. 잉
속닥이신 호~님. 님 서재에 댓글을 달게요.
호랑녀님, 백호 문제는 아직 미지수에요. 시어머니도 의존할 수 없게 되었어요.
속닥이신 다른 호~님, 아는 사람이라 별점이 후한 게 아니에요. 민주 얘기 읽으면서 어찌나 한숨이 폭폭 나오는지. 강아지보고 마로랑 백호 보라고 할 순 없잖아요.

아영엄마 2006-03-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와닸습니다그려.. 정말 우리나라도 출산정책만 밀어부치지 말고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줄 것이지...

조선인 2006-03-0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그래도 님은 자매를 두셨으니 국가시책에는 부응하시고 계시잖아요. 전 모 사이트 댓글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반역불충분자랍니다. 흑.
 
백년여관
임철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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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무서워서 잠이 안 왔고, 무서워서 눈을 감을 수도 없었고, 무서워서 불을 끌 수도 없었다.
무서워서 침묵이 싫었고, 무서워서 TV를 틀었다.
무사히 아침을 맞았을 때의 안도감이라니.
난 다행히 어둠 속의 푸른 손을 보지도, '시간이 없어'라는 환청을 듣지도 않았다.
아, 안도의 한숨.

소설의 결말대로라면 사실 내가 겁먹을 이유는 없다.
푸른 손들을 떠나보내는 씻김굿은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하지만 씻김굿이 곧 화해와 용서의 대단원이요, 끝일까.
작가는 끝까지 기억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던가.

"그래. 결코 지난 날들을 잊어서는 안 돼. 망각하는 자에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아. 기억해. 기억해야만 해. 하지만 친구야. 그 기억 때문에 네 영혼을 피 흘리게 하지는 마."

작가는 역사를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그가 남긴 구절을 보면 결국 역사를 잊지 말라는 호소가 배어나온다.
기억은 희미해질 수도 있고, 덧칠이 될 수도 있지만,
역사야말로 시효나 유통기한이 없기 때문.
하기에 4.3항쟁이나 보도연맹사건이나 5.18을 기억하는 사람만 백년여관의 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를 알거나 모르는 사람이 백년여관의 독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뒤숭숭했던 밤을 보내고 아침 햇살 속에 씻김굿 대목을 다시 보니 뒤늦게 서운함이 밀려온다.
나로선 푸른 빛으로만 남은 존재라 하더라도 보고 싶은 이들이 있기에.
하기에 나의 씻김굿은 아직 이르며, 백년 여관 안에 그들이 남아있는지 정신차릴 일이다.
올해는 노수석 열사 10주기라고 참으로 부지런히 문자가 날라오고, 이메일이 날라오고 있는데,
수고한다고, 내가 혹시 도울 일은 없냐고 전화 한 통이라도 넣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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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2-2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이 사람 글은 너무 힘들어요.
기억도 잊은 단행본을 보면서 섬찟함에 가슴을 떨었던 기억이 있어요.
나름대로 늘 같은 주제로 같은 글로 ...남아 있는 그가 가끔은 참 안쓰럽기도 자랑
스럽기도 합니다..(바다 건너에 있던 그의 고향마을을 알아요)

조선인 2006-02-2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아 있는 그가 안쓰럽기도, 자랑스럽기도... 맞아요, 제가 하고픈 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