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손하고 건방지게 미술 읽기
윤영남 지음 / 시공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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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아카데믹한, 혹은 상업적인 미술 비평 문화에 일침을 가하고,
사심없는 애호가로서 편하게 미술을 즐기라는 저자의 권유가 마음에 든다.

하지만 다빈치 코드가 얼토당토 않는 허구를 유사진실처럼 유포했다고 폭로하면서,
저자 역시 비슷한 우를 범하고 있다.
드가를 여성혐오주의자라고 단정하는 것은 다빈치가 시온 수도회의 일원이었다는 조작 만큼이나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
유수한 비평을 비판하는데 지나치게 치중하여
주목받기 위해 기존 이론에 딴지를 거는 데 치중하는 또 다른 비평가의 장난에
저자가 휘말린 건 아닌지.

그러나 현대미술에 대해 가끔 쇠된 목소리를 내는 점만 뺀다면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림 읽어주는 여자' 대신
아마추어를 자처하는 이 책에 120개의 리뷰가 달리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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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플랜 - 아웃케이스 없음
로베르트 슈벤트게 감독, 조디 포스터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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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 하나만 믿고 덥썩 빌려 봤다.
결론은 역시 조디 포스터 하나 건진 듯.
딸을 살리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어머니의 모성이라는 진부한 소재지만
조디 포스터 덕분에 제법 긴박감이 살아난다.

하지만 억지스러운 줄거리에 눈살이 조금 찌푸려지고,
상황 설정이 너무나 패닉룸의 답습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딸을 안고 가는 조디 포스터를 보며 승객 중 한 명이
'포기할 줄 모르는 모성'이라고 찬사를 던진 건 군더더기로 여겨질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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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6-03-1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화면이 뽀대나고. 대사에 짜임이 좋아 ....재미있게 봤는데요.~ ㅋㅋ

조선인 2006-03-1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패닉룸을 좋아해서 얼마 전에 또 봤거든요. 그래서 기대 이하였지요. ^^;;
 
최초의 현대 화가들 - 대표작으로 본 12인의 예술가
다카시나 슈지 지음, 권영주 옮김 / 아트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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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추천해주신 판다님과 좋은 리뷰를 써 준 비숍님께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때늦은 여름휴가(?)가 무척 즐거웠습니다.
다만, 미심쩍은 내용이 있어 뒤늦게 검색해보니...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소개된 오귀스트 프레오.
책에는 로마파로 번역이 되어 있으나, 검색해보니 낭만주의의 대표적 조각가라고 하네요.
로마파의 활동시기는 16세기,
낭만주의의 활동시기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프레오는 1809년 태생, 1879년 사망이니 책보다 검색 자료가 더 정확해 보입니다.

관련 페이퍼 :
로마파/낭만주의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40653
오귀스트 프레오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40648

단 한 줄 때문에 전체 번역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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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고 갑니다.. 리뷰를 결국 보게 되었고 보관함에 결국 또 하나를 추가 시켰군요.
이걸 언제 다 지르나요..에효~~
 
최초의 현대 화가들 - 대표작으로 본 12인의 예술가
다카시나 슈지 지음, 권영주 옮김 / 아트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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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에게 (게르니카의) 화면 구성의 힌트를 준 것은 역시 죄 없는 여자들과 아이들의 학살을 테마로 한 로마파의 거장 오귀스트 프레오의 부조 <학살>이었다. 프레오의 <학살> 역시 화면 가득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할 뿐 아니라, 목을 길게 잡아 뺀 여자의 옆얼굴과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우는 어머니 등 비슷한 모티프도 여러 개 보인다... <게르니카>에서는 램프와 소 머리가 있는 부분에 투구를 쓴 무시무시한 병사의 얼굴이 있어, 이 얼굴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이 전체 구도의 기본이 된다. 즉 테마뿐 아니라 기본적인 구도 방식마저도 <게르니카>는 프레오의 <학살>을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게르니카>의 화면이 색채를 거의 쓰지 않고 흑백과 회색만으로 구성하는 것도 어쩌면 프레오의 부조에서 힌트를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브란쿠시, <태초-맹인을 위한 조각>

마티스, <모로코 사람들>
혹자는 절하는 모로코 사람들을, 혹자는 네 개의 멜론이라고 한다. 내 눈에 보이는 건 금요일의 집단예배를 끝내고 이맘(예배인도자)이 쿠트바(설교)를 하고, 이를 경청하는 모로코의 남녀(초록색이 남자, 노란색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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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존 버닝햄 엮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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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책을 골랐다.
임신 초기 우울증과 연말연시 나이 공포증이 뒤섞인 상태에서 고른 책이 이거라니.
'행복한'이 들어간 책 제목과 '유쾌한'이 들어간 부제에 속은 건 순전히 나의 잘못.
마냐님이 방출한 이유나, 로드무비님이 실망한 이유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나로서도 만족도가 높은 건 아니지만, 노엘 카워드를 만나게 해준 것만은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쨌든 하루에 다만 2-3장이라도 끈질기게 읽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상이 책을 가득 채운다.

1.
시간은 날카로운 감정을 서서히 무디게 만든다 라구? 소위 나이가 가져다주는 평온함이라는 것도 갑작스러운 기쁨이나 슬픔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 떨어져 가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일 뿐 이라고? 내가 기대했던 건 안빈낙도였는데, 무색무취무감한 인생이라니, 끔찍할 거 같다. 제기랄.

2.
로버트 레드포드는 얼굴을 고쳐 본 적이 없단다.
1937년생이니까 69살 먹었을 때 사진이다.
숀 코넬리 만큼 섹시하진 않지만 수술한 적도 없다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3.
When I'm Sixty-Four

(The Beatles)

When I get older losing my hair many years from now
Will you still be sending me a valentine,
Birthday greetings, bottle of wine?
If I'd been out til quarter to three would you lock the door?
Will you still need me, will you still feed me, when I'm sixty-four?

Oh, you'll be older too - Ah
And if you say the word, I could stay with you

I could be handy mending a fuse when your lights have gone
You can knit a sweater by the fireside,
Sunday mornings, go for a ride
Doing the garden, digging the weeds, who could ask for more?
Will you still need me, will you still feed me, when I'm sixty-four?

Every summer we could rent a cottage in the Isle of White,
If it's not too dear
We shall skrimp and save, grandchildren at your knees,
Vera, Chuck, and Dave

Send me a postcard, drop me a line stating point of view
Indicate precisely what you mean to say,
Yours sincerely, wasting away
Give me an answer, fill in a form, mine forevermore
Will you still need me, will you still feed me, when I'm sixty-four?

(노래가 아니라 가사만 심각하게 음미해볼 것)

4.
영국의 겨울철 한파로 인한 사망자는 스칸디나비아나 시베리아보다 많고,
일본의 노인들은 욕조에 빠져 죽고,
한국의 독거노인은 죽어도 아는 이 없고?

5.
arm candy - 끔찍한 속어를 알게 됐군. -.-;;

6.
그나마 위로가 되는 말을 해주는 건 키케로뿐.
삶의 각 부분에는 모두 그 시기에 알맞은 무엇이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연약함이나, 젊은이의 높은 정신, 장년기의 근엄함, 그리고 노년의 원숙한 지혜, 이 모든 것에는 그 시절이기 때문에 보장되는 자연적인 이점이 있기 마련이다.

7.
콜레트의 편지를 읽고 그 글귀가 사무쳐 추억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사모곡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8.
유명인뿐 아니라 장수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고문도 꽤 많이 실려있는데,
그들의 이야기엔 모두 전쟁이 빠지지 않는다.
문명인의 삶을 살고 있던 그를 훈련시켜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쏘게 만든 권한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 일까? 아직까지 주변에서 버마에서 살아남은 병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을 수 있다는 건 어떤 좋음일까? 백 열 살이 되어도 전쟁의 기억을 잊는다는 건 자체가 절대로 불가능한 어떤 실체 라고 하는데, 지금도 지구 상에는 전쟁이 있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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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1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쁘고 행복한 책 읽으셔요!!!

2006-03-13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6-03-1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공포증이라니, 난, 나이드는 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던데.....항상 그랬어요. 10살 때 보단 11살 때가 더 좋았고, 20살 때 보단 21살이 39살 보단 마흔이 된 지금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는데...나같은 사람은 드물더군요.....
조선인님, 전 작년의 조선인님 보다 올해의 한 살 더 먹은 조선인님이 더 좋아요. 마로도 더 예뻐졌구요.^^

조선인 2006-03-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그 다음에 고른 책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 또 펑펑 울었다죠. 지금은 얌전하게 미술 책을 보고 있어요. ^^;;
속삭이신 분, 저도 문자 받았어요. 오후에 병원 갔다 오는 길 사무실에 들려볼까 생각중입니다. 히히
진주님, 조~기 리뷰에도 썼듯이 난 40만 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30이 넘으니 조급증이 생깁디다. 어이쿠, 이젠 40이 5년밖에 안 남았는데, 그새 내가 뭘 이룰 수 있을까 싶어 허둥대게 되더라구요. 뭐 최소한 올해는 백호를 이루겠지만요. 머쓱.

반딧불,, 2006-03-1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런 오해를 늘 품고 살았더랬지요.
그나저나 40되면 정말 고생끝, 행복시작이라고 예전에 점 잘 보시는 분이 그랬는데
칠년 남았군요. 지금 같아선 요원하지만^^
어쨌든 조선인 언니님^^
행복한 책 읽으시길...행복한 생각만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