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처 오주석 선생 본인이 마무리하지 못한 책이라 하여
1권에 비해 격이 떨어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퇴고를 거듭하지 않았기에 선생의 진실어린 감정이 낱낱이 드러나있다.

우리 그림에 대한 선생의 사랑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갈피갈피 구구절절 녹아있는 선생의 반일 의식 역시 큰 배움이었다.
일제 시대에 조직적인 호랑이 박멸 작전이 있었는 줄도 난 몰랐고,
우리 표구와 일본 표구를 구별할 줄도 몰랐다.
이조란 일제가 만든 표현인 줄만 알았지, 왜 틀린 것인 줄은 말할 줄 몰랐다.
사대주의가 나쁘다는 말만 떠벌렸을 뿐, 사소주의와 연결하여 호혜평등을 바라지도 못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진작에 오주석 선생을 나의 스승으로 모시지 못한 게 한스럽고,
친근하게 오선생님! 이라 쓰지 못하는 것도 아깝고 아까워서 입술을 잘근 깨물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서는 버릇을 주체하지 못 하고 내 마음대로 그림 읽기를 또 시도해본다.
마상청앵도를 보면 봄날 물안개 핀 길을 걸어가는 선비와 동자의 모습이 있다.
선생은 물안개를 과감하게 온통 여백으로 처리한 화가를 경애하는데,
나는 오히려 한 길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게 아닌가 싶다.
즉, 그리고 싶어도 보이지 않아 그릴 수 없는 배경인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버드나무 위의 꾀꼬리가 보일까.
혹시 꾀꼬리를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가.
버드나무의 가지가 그려지지 않은 것도, 병아리인지 꾀꼬리인지도 구별 안 가게 대충 그린 것도,
다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을 새소리만으로 연상하여 시각적으로 그린 까닭으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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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8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국경을넘어 2006-04-1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해 초던가요. <한겨레> 궂긴 소식에 선생의 이야기가 있더군요. 구수한 막걸리 목소리에 후덕한 인상...

조선인 2006-04-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이신 분, 님의 서재에 글 남겼습니다.
폐인촌님, 저 분을 못 뵌 게 너무 아쉬워요. ㅠ.ㅠ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왼쪽 하단 수초 사이에 삼각형 모양의 돌 셋이 나란히 자리잡아 있다. 이게 내 눈엔 꼭 삼신산으로 보인다. 노인이 기대 앉은 괴석과 달리 오른쪽 하단, 노인의 발치에 있는 돌 역시 윗부분이 지나치게 평평한 것이 인공의 손길이 느껴진다. 양화소록의 저자인 강희안이 산 중 정자 옆에 유수를 이용하여 정원을 꾸미고, 그 기념으로 자그마한 그림을 남긴 것은 아닌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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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4-1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면 볼수록 저 노인의 표정이 궁금해요. 무슨 생각을 아니 무슨 꿈을 꾸는데 저렇게 기분이 좋아보일까? 그냥 헤벌레잖아요. ^^

조선인 2006-04-18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리뷰에도 썼듯이 전 산 중 정원을 꾸미고 삼신산의 위치며 형태가 마음에 들어 흐뭇해하는 모습으로 여겨져요.

瑚璉 2006-04-18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화소록을 읽은 것도 퍽이나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구만요. 그나저나 산중정원이라면 부르조아가 아닌가!

니르바나 2006-04-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그림은 사본이라도 한 폭 걸어놓고 싶네요.
산수보다 인물이 중심에서 감상자에게 말을 거는 인상적인 그림입니다.^^

조선인 2006-04-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리건곤님, 구십구칸 집 짓고 연못 파는 정성보다는 부르조아가 아닌 듯 싶은데요. 히히.
니르나바님, 막상 보면 손바닥만한 그림이라니, 실물이 보고 싶어요.

국경을넘어 2006-04-1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신산도 좋은데요, 제가 보기엔 석가산이 더 적절할 듯 싶은데....^^*

조선인 2006-04-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석가산일 수도 있겠네요. 전 좀 무식해서 3개면 무조건 삼신산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요. ^^;;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겨우 4월이지만 내가 읽은 2006년 최고의 책에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 포함될 것임은 불보듯 환한 이치다.
저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 분의 강연을 단 한 번도 못 들어본 게 통탄스러울 뿐이고,
책이나마 남겨진 게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의 최고 옛 그림에 대한 '비평'으로 이 책이 이루어져 있다면 지금의 감명은 없으리라.
저자는 초혼술사로서 시대를 뛰어넘어 그린 이의 넋을 끌어냈다.
윤두서의 초상만 보고 자기를 무인으로 오해하는 이들에게
도를 얻고 함박 웃음짓는 희이선생이야말로 내 속의 군자임을 넌지시 드러내주기도 하고,
때로는 제주도에 유배당한 추사 김정희가 되어 이상적에게 한없는 사랑과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뿐이랴.
도는커녕 옛그림을 왼쪽부터 봐야 하는지 오른쪽부터 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어린 중생을 위해
동양에선 왜 다섯 가지 색이 기본이고, 서양은 일곱 가지 색인지부터 가갸거겨 가르쳐 주시고,
옛 그림의 원근법, 여백에 이어 읽기, 보는 법까지 단계별로 일러주시더니,
너희들도 옛 그림에 깃든 마음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슬그머니 북돋아주기까지 하신다.
나로서는 그저 뒤늦게 만난 그림 스승의 자애로움과 해박함이 그저 황공할 따름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를 줄도 모르면서 주제넘게 내 맘대로 그림 읽기를 해본다.
내가 그나마 아는 강희안은 고사관수도의 강희안이 아니고 양화소록의 강희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로 꼽히는 양화소록은 단지 꽃나무를 키우는 법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꽃나무와 함께 괴석을 어떻게 배치해야 그 미가 잘 드러날 수 있는지도 소개한다.
즉 양화소록은 단순한 원예서가 아니라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며,
강희안은 원예학뿐 아니라 조경학에도 일가견이 있지 않을까 추측된다.
그런 생각으로 고사관수도를 보니 그림 속 노인이 물을 바라보는 군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연못을 꾸미고 그 안에 삼신산을 놓은 뒤 그 형태와 크기와 위치를 가늠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아마도 그 연못은 집 안에 꾸민 것이 아니요,
산수 좋은 정자 옆에 약간의 인공만을 가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자연은 자연이되, 사람의 손이 닿은 인문 자연의 요산요수, 그것이 내가 본 고사관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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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4-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려고 하고 있었는데, 땡스투 할께요.

가을산 2006-04-1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판을 샀는데 자꾸 이러시면 신판을 다시 사고 싶어지잖아요..... ㅜㅡ

조선인 2006-04-1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호호호
가을산님, 구판이랑 신판이 다른 줄은 모르겠어요. 2권은 어쨌든 꼭 사세요!
 
미소짓는 물고기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절판


나는 그녀를 소유하고 싶었다.

나는 나와 내 물고기가 모두 잠든 줄 알았다.

어릴 적 곧잘 추던 춤이 생각난 걸까.
나는 나도 모르게 두 발이 사뿐사뿐 움직인다.

나와 나의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신나게 놀았다.

이제야 알았다.
나 역시 커다란 어항에 갇힌 보잘것없는
한 마리의 물고기였을 뿐임을.

나는 한 마리의 물고기를 보았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 집에 갇혀 있는 물고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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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7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4-0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좋은 정보 고마워요. ㅋㄷㅋㄷ
 
미소짓는 물고기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엔 그저 아름다운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볼수록 가슴 한 켠이 아련해져온다.

가족도 없이, 연인이나 친구도 없이 도시의 아파트에 혼자 사는 나.
유일한 위안은 나를 보며 미소짓는 물고기뿐.
나는 아름다운 꿈을 꾸지도 못하며,
밤하늘의 달도, 별에게 소원을 비는 법도 잊어버렸다.
숲과 풀밭과 바다와 동떨어져 창백한 청회색 도시에 사는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걸 잃어버렸던 걸까.
나는 결국 커다란 어항에 갇힌 보잘 것 없는 존재인 것이다.

아, 나는 나의 물고기를 바다로 돌려보내주었다.
이번에야말로 나는 정말로 깊이 잠들 수 있었고,
나는 물고기에서 살포시 입을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도시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 걸까?
텅 빈 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 역시 물고기와 함께 바다로 떠난 것은 아닌지?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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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19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인의 고독이 아리죠.

반딧불,, 2006-03-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미는 읽을수록 정말 대단해요.
어른을 위한 그림책에 이만한 것은 없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