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냥을 떠나자 (팝업북) - 팝업으로 만나는 네버랜드 걸작 그림책
마이클 로젠 지음, 헬린 옥슨버리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팝업북답게 범상치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책까지 주는 이벤트에 혹해 예약주문했습니다.
오늘 오후 받았는데, 입이 근질근질해서 바로 리뷰 올립니다.

'곰사냥을 떠나자'를 못 보신 분도 있을테니 잠깐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아빠와 엄마, 오빠, 여동생, 갓난아기까지 온 가족이 곰사냥을 떠납니다.
씩씩한 가족의 모습은 한 번은 흑백으로, 한번은 천연색으로 교대로 그려지는데요,
흑백 장면에선 '곰 잡으러 간단다 / 큰 곰 잡으러 간단다 / 정말 날씨도 좋구나 /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자신있게 외치며 풀밭을 헤치고, 강물을 헤엄치고, 진흙탕을 밟고,
숲을 뚫고, 눈보라를 헤치고, 동굴에 들어가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천연색으로 그려진 장면은 오로지 의성어로만 이루어져 있어요.

팝업북의 경우 흑백 장면엔 아무 장치가 없고 의성어로 있는 천연색 장면에만 장치가 되어 있어요.
팝업은 기본, 여러 가지 탭을 잡아 당길 수 있죠.
정말로 풀밭을 사각 서걱 헤치고, 강물을 덤벙 텀벙 헤엄치고, 진흙탕을 처벅 철벅 밟고,
숲을 바스락 부시럭 헤치고, 휭 휘잉 눈보라를 헤치고, 살금 살금 살금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네요.
온 가족이 이불 속에 쏘옥 숨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재미납니다.
포토리뷰도 곧 올릴게요.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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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1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토리뷰 너무 기다려져요
 
아이를 정말 위한다면 칭찬을 아껴라
이토 스스무 지음, 황소연 옮김 / 책씨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저자 이토 스스무는 심리학, 그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하기에 교육학의 명저를 쓰기엔 부족점이 있는 사람. 게다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임상연구를 한 것도 아니요, 다른 연구결과를 종합한 것도 아니요, 자신의 주관적 경험담을 긁어모았을 뿐이다. 그가 인용한 문헌은 달랑 하나인데, 마크 레퍼 연구팀이(마크크 아님. 책의 오타) 원래 순수 열정을 갖고 그림을 그리던 아이에게 '상'을 주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본 실험이며, 이 실험은 '1973년'에 행해졌던 것이다.

저자가 정리한 사례 다섯 가지도 역시 부실하다. 첫번째 '칭찬에서 시작해 칭찬으로 끝나는 칭찬 수업'의 경우 해당 교사의 칭찬이 학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관찰은 부재하다. 두번째 '금메달의 쾌거를 이룬 칭찬 지도법' 역시 고이데 감독이나 다카하시 선수를 인터뷰한 적이 없으며 언론 보도나 경기 중계를 시청한 것이 전부이다. 사례 3 '시험 중에도 칭찬하는 칭찬 교수', 사례 4 '00이는 착한 아이 아냐', 사례 5 '부하 직원은 칭찬으로 키워야 해'와 같은 사례는 그나마 지속적인 관찰이 병행된 사례이긴 하나, 그들이 올바른 칭찬교육법을 행했다면 부정적 결과를 낳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저자가 한 말 중 그럴싸한 건 달랑 하나. '교육의 근본 목적은 자립의 지원, 즉 홀로 서기를 돕는 것이다'라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칭찬교육법에 대한 끊임없는 비난과 교육의 근본 목적에 대한 누누한 강조에도 불구하고,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라는 화두에 있어 저자는 한없는 빈약함을 드러낸다. 그가 제안한 것은 '쌍방향 지원'인데, 피지원자를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쌍방향적, 창조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칭찬교육법에 대한 비난에 장장 150쪽을 할애한 것에 비해 '쌍방향 지원'에 대해서는 달랑 4쪽으로 설명해 놓았으니, 어리석은 독자로선 응용 불가이다.

또한 쌍방향 지원에 대한 사례로 든 두 교수의 예는 역설적으로 칭찬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는데, 그가 반면교사로 비난한 F주임의 경우 칭찬은 고사하고 학생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고 비웃음으로 일관하는 사람이었다. 반면 쌍방향 지원의 진수로 꼽은 I교수의 경우 저자의 의견에 대해 '이렇게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니'라며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을 칭찬하는 모범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은 성과는? 칭찬교육법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는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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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춘 2006-10-12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도 다 다르고 칭찬방식도 다 다를 수 있는데 절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칭찬교육법에 대한 조선인님의 고견 기대합니다.
 
넌 킹카, 난? 9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1권부터 8권까지 읽는 내내 여자주인공 모모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달리게 된 건 완벽 이상형인 남자주인공 헤이스케 때문.
능력있지, 잘 생겼지, 착하지, 집안 일 잘하지, 일편단심 민들레 사랑까지.
특히 환상적인 살림솜씨, 청소면 청소, 빨래면 빨래, 요리면 요리,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부럽던지.
좀 더 솔직하게 고백하면 헤이스케의 솜씨가 부럽다기 보다
살림꽝에 제멋대로 성격이면서도 그런 킹카 '전업주부'와 사는 모모코가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이건 작가의 성향이기도 한데, 거의 언제나 완벽한 남자주인공과 칠칠맞은 주변 사람을 대비시킨다.

그런데 8권에서 상황 역전.
사랑에 눈이 멀어 현실 감각 제로가 된 헤이스케가 계약 위반으로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 파산지경이 되고,
덕분에 늘 안절부절 캐릭터였던 모모코도 9권에선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완결편이 되어서야 변한 게 아쉽지만, 그래도 강해진 모모코를 제법 인정해줄 마음이 생긴다.

다만, 모모코 스스로 강해졌다기 보다, 엄마가 되었기에 강해졌다는 설정이 좀 강해 거북스러웠다.
모든 해피엔딩은 결혼 아니면 임신으로 귀결되어야 하나?
혹은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불멸의 격언이어야 하는가?
독신세 논란과 조혼 장려책에 살짝 꼬이다 보니 순정만화보고도 시비. -.-;;

어쨌든.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끝으로 갈수록 마음에 안 들고,
<불가사의한 소년>은 설정부터 꺼림직하여 야마시타 카즈미가 살짝 싫증나려던 찰나
내가 좋아했던 작가의 재밌는 만화를 하나 더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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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2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도 보시는군요

조선인 2006-09-2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광이에요. 리뷰를 잘 안 쓸 뿐. ㅎㅎ

조선인 2006-09-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취향일지는 모르겠네요. 남자주인공이 완벽한 전업주부랍니다.
 
뉴트로지나 풋 크림 - 모든 56g
존슨앤드존슨
평점 :
단종


해람이를 임신한 후 피부가 몹시 건조해졌다.
얼굴의 경우 알로에베라 힐링 크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쩍쩍 갈라지고 껍질이 벗겨지는 발의 경우 대책이 안 섰다.
그리하여 난생 처음으로 풋크림을 사 아침 저녁으로 발라주는 호사를 누리게 해줬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는 발 때문에 몹시 속상했고, 리뷰가 거짓인지 내 발이 유별난 것인지 고민했더랬는데...

지난주 이제는 몸도 제법 가벼워졌고, 오후엔 해람이가 제법 길게 낮잠을 자기도 해,
각질제거기로 발바닥을 열심히 문질러줬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임신 기간엔 내 손으로 내 발바닥을 문지르는 게 불가능하다)
간만에 좀 지나치게 밀었다 싶어 덧나지 말라고 한동안 팽개쳐두었던 풋크림을 바른 뒤
양말을 신고 한숨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이게 웬일?
겨우 한 시간 남짓한 사이 발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워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두꺼운 각질층 위로 아무리 열심히, 아무리 좋은 크림을 발라도 효과없는 건 당연한 일.
그동안 각질 위에 낭비되었던 풋크림이 아깝고,
효과 멀쩡한 풋크림을 속으로 욕했던 것과 다른 리뷰어를 의심했던 것이 미안하다.

나처럼 멍청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확실한 개선을 원한다면 각질 제거 후 바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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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2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크림 참 좋더라고요 전 발뒤꿈치가 갈라지고 가려워서 바르기 시작했는데 이삼일 후면 멀정해지고 부드러워져서 여러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했어요

조선인 2006-09-2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전 요새야 효력을 보고 있어요.

세실 2006-09-2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제가 강추하는 제품이랍니다.
 
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내 나이 만 열여덟 되던 해 가을, 드디어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 당시 우리 사회의 기준상 주민등록증이 생긴다 해도 만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지만(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최소한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선 주민등록증이 꽤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미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아이들은 이마에 주민등록증을 떡 하니 붙인 채 아직 못 받은 친구들보고 자기를 언니라고 부르라며 뻐겼고, 발급통지를 받은 애들은 조금이라도 어른스러운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부모님 몰래 드라이기와 화장품을 챙겨 사진관에 달려가곤 했다.

나 역시 설레임을 가지고 주민등록증 날라오기만 기다렸는데 황당한 일이 생겼다.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 발급 불가 통지가 날라온 것. 신청서상의 이름과 호적상의 이름이 다르다나? 내 이름엔 '곧을 정'자가 들어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호적등본엔 '참 진'자가 기록되어 있었고, 동사무소에 문의를 해보니 호적상 이름으로 다시 신청서를 제출하든지, 호적등본을 정정하라는 것이다. 전산화가 이루어진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엔 정정신청을 위해 호적지까지 가야 했다.  나야 고등학생이고 부모님 두 분 다 가게를 비우기 어려운지라 차일피일하다가 족보에도 안 오른 이름이니 그냥 '진'으로 이름을 바꿔 신청하자는 얘기까지 나왔고, 난 그 말이 너무 서럽게 여겨져 방문 걸어잠그고 대성통곡을 했었다. 결국 아버지가 짬을 내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갔더랬는데, 무슨 서류가 하나 누락되는 바람에 그 다음달엔 어머니와 큰오빠가 또 대구에 내려갔더랬다. 호적정정이 완료된 후에서야 다시 주민등록증을 신청해야 했기에 결국은 해를 넘겨서야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땐 이미 한 해 일찍 학교를 들어온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주민등록증이 나온 뒤라 뻐길 상대가 없어 몹시 억울해 했던 기억이 난다.

90년대 초반엔 어머니를 잡으러 새벽같이 집으로 형사가 들이닥쳤던 사건도 있었다. 어머니가 사기 전과가 10개도 더 달린 수배자라는 것이다. 제대로 신발 신을 새도 없이 다짜고짜 연행하려고하는 형사에게 어머니는 노발대발하여 '그래, 경찰서에 가서 따져보자. 만약 내가 니들이 찾는 정영자 아니면 다들 내 손에 옷 벗을 줄 알아라' 고래고래 소리 질러가며 끌려가셨다. 가족이며 친척들이 몽땅 경찰서로 쫓아가 항의를 하고,  지문 조회로 어머니와 그 사기꾼이 동명이인임이 확인된 후에도 온갖 조사에 시달리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어머니는 풀려나셨다. 알고 보니 전산화 작업을 하다가 어머니와 이름과 생년이 같은 사기꾼 기록이 어머니 기록에 오기된 것이었고, 행정상 오기야 경찰관의 잘못이 아니니 경찰서에 분풀이할 방법도 없었다. 그런데 잘못된 전산화 때문에 억울한 사정을 가진 이는 의외로 많아 뉴스 르포로 다루어지기도 했더랬다.

생사불명 야샤르를 읽으며 우리 집이 겪은 두 사연이 떠올라 마냥 웃으며 읽을 순 없었다. 사람이 그 사람의 존재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서류로만 증명 가능한 세상이 우리가 사는 사회이다. 터키의 한 공무원의 사소한 실수로 야샤르가 부정된 것처럼, 전산시스템의 오류로 나의 존재가 아예 삭제되거나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지즈 네신의 풍자는 관료주의를 겨냥한 것이지만, 지문날인으로도 모자라 생체정보가 담긴 전자신분증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는 오늘날은 더 통렬히 풍자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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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9-2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이상 미룰 수 없겠는데요?
불끈=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