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수커피/에스프레소 - 에스프레소 A(홀빈 200g)
전광수커피
평점 :
절판


지난 일요일 커피가 똑 떨어졌다.
옆지기는 커피를 안 마시는 터라 소량포장을 사야 하는데,
배송비며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게 많아 단골 까페에 가서 원두만 조금 살까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전광수커피.

난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거는 사람을 믿는 편이다.
한국인의 名에 대한 집착을 생각한다면 자기의 모든 것을 건 장인일 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마침 포장도 소량, 약간 비싼 감이 있었지만 퇴직금 중간정산도 들어왔겠다 싶어 질렀다.

그리고 난 지금 행복하다.
강렬한 커피향은 사치가 아니다.
평소 한차 외에는 거의 입도 안 대는 옆지기도 바로 청할 정도로
갓 볶은 원두의 유혹은 절대적이다.

게다가 방금 확인한 것.
수첩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더니, 와!
퇴근길에 20분 남짓 커피를 넣어 왔을 뿐인데,
가방에까지 배어든 그윽한 커피향.
앞으로 '전광수' 이름 석자는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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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4-09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아주 반하겠는걸요

비로그인 2008-04-0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귀가 솔깃. 나중에 저도 한 번..후훗.

웽스북스 2008-04-1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커피샵에서 보고 휘둥글 했던 상품이에요
굉장히 믿음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커피를 내려먹는 일은 거의 없어서 그냥 울며 바라만 봤죠

조선인 2008-04-10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넵, 홀딱 반했습니다. 덕분에 옆지기는 안 먹던 커피 마신 뒤 새벽 4시까지 잠 못 들고 궁시렁궁시렁. ㅋㅋ
쥬드님, 넵, 나중에, 꼭.
웬디양님, 이궁, 커피 한 잔을 내려먹는 여유는 살다보면 꼭 필요해요. 가끔만 내려먹는다면 단골까페에서 한 주먹만 사서 냉장고에 보관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하얀마녀 2008-04-1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싫어하는 커피는 에코가 구정물 커피라고 부르던 그런 인스턴트 커피더군요. 표현하신 대로 갓 볶은 원두의 향기는 정말... 아 커피 땡기는데 집에 커피는 없고... -0-

프레이야 2008-04-1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광수 커피. 처음 들어요. 시도해 봐야겠어요.
옆지기님 커피 안 드시는데 그걸 모르고 전 그날 커피를...어쩐대요.ㅎㅎ

ceylontea 2008-04-1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전광수 커피 들어온 것 보고 관심이 있었는데, 드립서버 구입하면서 그쪽 커피를 샀어요. 전광수 커피도 마셔보고 싶네요..
요즘 집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 회사에서는 드리퍼로 컾를 즐기고 있어요..^^
(모유수유 끝나면 더 커피에 빠질 것 같은데, 요즘은 자제모드 -.ㅜ)

조선인 2008-04-1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아직 모유수유하시는군요. 존경해요. *.*
살천님, 사치가 아니라니깐요!!!

조선인 2008-04-18 09:11   좋아요 0 | URL
켁, 죄송합니다. ㅠ.ㅠ

비로그인 2008-04-14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커피를 들고 님에게 가는데 마로가 그러더군요.
"우리 엄마 커피 무지 많이 마시는데.."
그래서 알았어요,님이 커피 좋아하신다는것을...
누구에게나 사치를 부리고 싶은 때가 있어요.
잘 하셨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본격적으로 인사를 하고 싶어지네요.

조선인 2008-04-1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엄마가 커피를 마시는 건 비밀이라고 마로에게 누누이 당부하지만, 요 녀석 사방에 고해바치네요. 옆지기는 보면 안 되는데. ㅎㅎ

kimji 2008-04-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의 원두가 끝나기를 기다리게 하는 리뷰;;

조선인 2008-04-1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회 없으실 거에요.

2008-04-16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04-1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그래도 존경스러워요. ^^

털짱 2008-05-1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제품 한번 구입해봐야겠네요.^^

조선인 2008-05-13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는 만족스러워요. 히히.

선영아,사랑해 2008-06-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리뷰에서 커피향이 물씬 풍겨나오는 듯 하네요..^^

조선인 2008-06-19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안녕하세요. 커피는 제 사랑이지요.
 
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 카이에 소바주 2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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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의로 단군신화를 제외한 것일까 아니면 몰랐던 것일까.
그의 저작을 모두 읽지 못한 나로선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하다.

저자의 견해를 전적으로 따라간다면
우리의 조상은 야만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숲의 왕인 곰을 인간 왕의 밑으로 격하시켰다.
더욱이 신성한 겨울의 동면을 인간이 되기 위한 수련으로 철저히 왜곡시킨 것이다.
아귀 잘 맞는 주장에 절로 고개도 끄덕이게 되고,
아나키스트임이 분명한 저자의 입장과 관점에도 적잖이 동조한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모로 불편했다.
국가의 발생을 이야기하면서 억지로 아마테라스 신화를 끼워맞춘 것도 어색했고,
동북이라는 말에서는 오만함도 느껴졌다.

<뜬금없는 완전 뱀꼬리>
고대의 인간이 곰을 가장 친숙한, 혹은 신성한 동물로 느끼게 된 것에 대한 망상.
혹시 곰이 엄혹한 생존경쟁에 있어 인간의 가장 큰 적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잡식동물인 곰은 과일열매와 물고기와 벌꿀을 두고 인간과 늘 경쟁하는 존재이자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압도적 힘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먹는 종류가 같으므로 곰을 인간과 동일시하기 쉬웠을 것이나,
더 힘센 존재이다 보니 인격과 함께 신격을 함께 부여했을 지도.
게다가 기아와 추위로 인간이 쉽게 죽는 겨울에
곰은 동면으로 버티니 더욱 부럽고 위대한 모방의 대상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뱀꼬리 추가>
곰이 마늘과 쑥갓을 먹은 이유도 위와 비슷할 듯.
다른 먹이는 인간과 경쟁하나 곰이 먹지 않는 인간의 음식이 마늘과 쑥갓.
즉 신격인 곰에게 인격 하향을 자행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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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3-1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 왜 곰이 안 먹는 인간의 음식이 마늘과 쑥갓인게지요.
 
국어어원사전
서정범 지음 / 보고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고어의 '마로'란 산마루의 '마루'와 같아 산 꼭대기라는 뜻도 있지만 책임자라는 뜻이 더 있었단다.
신라 시대 임금을 마립간이라고 칭한 건 마로+칸(최고)을 합쳐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마립간이란 최고책임자라는 뜻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내가 고등학교 때.
그때부터 아이를 낳으면 첫애의 이름은 무조건 마로라고 짓겠다고 마음먹었더랬다.
딸아이는 제가 좋아하는 한자가 없다는 이유로 제 이름이 조금 싫다고 하지만
누구나 한 번만 들으면 딸아이 이름을 기억하는 터라 나로선 더 만족스럽다.

그러다 생긴 의문, 마루의 어원은 무엇인가.
국어어원사전에 따르면.

   
 

 마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의 길게 등성이가 진 곳을 이른다. 어근은 말+이며, 나무(木)의 뜻을 지닌다. 말뚝의 말이 나무의 본뜻을 지닌다. modo(蒙), moo(滿). moo는 moro의 r음이 탈락한 형이다. modo의 어근 mot은 나무의 본뜻을 지니는 국어 마루의 어근 말(맏)과 동원어일 것이다.

 
   

즉 딸의 이름을 거슬러올라가면 나무가 되는 것이요,
아들의 이름은 '햇님같은 사람'이니
오누이가 해와 나무처럼 어울리면 얼마나 좋을까.

몽골어와 만주어 뿐 아니라 일본어, 터키어, 중국어 등 아시아 각국의 말을 비교해가며
10년의 각고헌신 끝에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어원사전을 만들어내신
서정범 교수님에게 애용자로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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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3-0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범 교수님을 아시나 보죠?
나름 재미있어요. 좀 어려워서 그렇지. ^^

조선인 2008-03-10 08:05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나요? 큭큭 TV보는 건 '일'인지라.

순오기 2008-03-0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야겠군요. 무조건 찜이에요!
서정범교수님의 독특한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이게다예요 2008-03-0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님이 조선인님 얘길 하셔서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마로와 해람이가 아이들 이름이에요? 참 예쁘네요~
저도 요즘 아이 이름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말이죠.^^
반가워요. ^^

책향기 2008-03-0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혜린의 "불의 검"을 읽고 마로의 뜻을 알았었는데... 따님 이름 보고 혹 조선인님이 이 책을 너무 감명깊게 읽은게 아닌가 싶었다는...^^

하늘바람 2008-03-0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어쩜
정말 멋진 이름이네요 마로도 해람이도요
책임자란 뜻도 나무의 뜻도
아~ 마로!
정말 멋지네요.
해람이란 이름도 처음부터 정말 예쁘다 생각했지만 님 페이퍼를 읽으니 더 그런생각이 들어요

조선인 2008-03-0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서정범선생님을 아시나봐요. 일상어사전은 아닙니다만 나름 재밌어요.
이게다예요, 어미들의 걱정이지요. ^^
책향기님, 푸하하 많은 이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죠. 마시마로라고 놀리는 사람도 있구요. ㅠ.ㅠ
하늘바람님, 언젠가 친정오빠에게 근사한 그림을 하나 선물 받았으면 해요. 산위의 나무 한 그루 그리고 햇님. 해줄까요? ㅋㅋ

무스탕 2008-03-0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향기님처럼 제일 먼저 떠오른것이 '불의검'의 산마로였어요. ㅎㅎ
산을 닮은 산 사나이 산마로인데 우리 마로는 나무를 닮은 마로군요.

프레이야 2008-03-0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와 해람, 나무와 해, 해와 나무.
아무리 소리내어 봐도 참 예쁜 이름이에요.
뜻도 소리도 다 좋아요.^^
이궁 귀여운 오누이~~

조선인 2008-03-06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나무라는 말에서 참 많은 말이 파생되어 나왔죠? 신기해요.
혜경님, 한 폭 그림이죠. 헤헤

하늘바람 2008-03-0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오빠가 그림그리시는 분이던가요? 부럽네요 그런 그림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조선인 2008-03-10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네, 지금은 먹고 사느라 학원을 하고 있지만요. ㅠ.ㅠ
 
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
전광진 엮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로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초등국어사전과 영어그림사전을 사면서
서슴지 않고 속뜻사전도 함께 샀다.
안타까운 건 저걸 지른 직후에 어린이 속뜻사전이 나왔다는 건데,
마로만 볼 게 아니라 우리 부부도 볼 거니까 라며 애써 쓰린 속을 달랬다.
(하지만 어린이용과 달리 이건 글자가 좀 작으니 자녀를 위해 사는 거라면 다른 걸 추천한다ㅠ.ㅠ)

한자어만 집중적으로 다룬 사전이라 국어사전은 따로 있어야겠지만
마로가 사전을 활용해본 유일한 경험은 속뜻사전뿐이다.
워크북 매니아인 딸이 기탄을 섭렵하다가 한자까지 손댄 게 5살 때였고,
마법천자문 때문에 7살인 지금은 한자 매니아가 된 터라
모르는 말인데 어째 한자어같다는 생각이 들면 속뜻사전에서 찾아달라고 한다.

며칠 전에도 산맥이란 단어를 찾아달라고 한 뒤 제 예상대로 뫼산이 들어간 말이란걸 알고
만족스럽게 웃던 딸아이는 마치 생선을 듬뿍 물어든 고양이같았다.
그 표정을 봤으니 어찌 사전 값이 아까울 수 있으랴.

산맥: 뫼 산, 잇달 맥
산(山)봉우리가 띠 모양으로 길게 잇달아(脈) 있는 지형

* 안타깝게도 내가 애용해마지 않는 한+국어사전(성안당)의 경우
산맥은 산줄기의 동의어라고만 설명되어 있지만,
산줄기는 '높은 산에서 길게 뻗어 나간 산의 줄기'로 '산발'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하여
산발이라는 말도 새로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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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 12월 선정도서.친절한 복희씨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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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큰소리치건데 아무리 훼밍웨이라도 나이 스물에 '노인과 바다'를 쓸 수는 없었을 거다. 그 곳의 나이 개념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환갑을 목전에 뒀기 때문에 가능했던 소설이다. 나이 한 살을 더 보탠다고 해서 반드시 연륜이 생기는 건 아니기에, 필력이 더 총총해지고 삶의 깊이와 시각이 더 서늘해지는 작가를 가지는 건 행운이다.

하물며 근현대의 미칠 듯한 소용돌이 속에서 '아녀자'로 살아남아 '여류작가'로 늙어가는 박완서씨가 있다는 건 우리 한국아줌마의 행운이다. '아녀자'니 '여류작가'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낱말로 그녀에게 존경을 표한다는 게 심히 민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어머니와 동년배인 그녀가 있어 난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되뇌게 된다.

내 어머니는 30년생으로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났다. 양반가의 핏줄이라고 하지만 산골짝 마을에서 훈장이나 하던 할아버지에게 뭔 재산이 있었겠는가. 자식 욕심은 많아 줄줄이 아홉을 낳았고, 그 중 장녀가 울어머니였다. 태어날 때부터 약해빠졌다고 제때 출생신고도 안했던 여식이지만, 장남과 동생들 뒷바라지하라고 열두 살부터 공장에 내보내졌고, 그러느라 혼기를 놓치자 뒤늦게 10살이나 많은 노총각에게 시집보내졌다. 아들 둘을 연년생으로 낳은 뒤엔 먹고 사느라 난닝구 보따리 행상을 했고, 나를 낳은 직후 서울에 올라와 억척스러운 동대문 아줌마가 되었다. 못 배운 게 한이 되어 자식 셋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고 이젠 드디어 살만하다 싶을 때, 꼭 그럴 때 돌아가시는 게 부모님인 거고, 우리 어머니도 그랬다. 이게 우리 어머니의 평균치의 밥상에 대해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대강이다.

그런데 박완서씨는 나보다 더 내 어머니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낸다. 어쩌면 그녀는 내 어머니의 동숙이인가 보다. '촛불 밝힌 식탁'을 읽으며 비로소 알았다. 우리 어머니가 그리 바라셨던 게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였다는 것을. 어머니는 오빠나 나의 사정을 알아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당신이 그리 서둘러 간 걸 보면 받아들이지 못했었다는 것을. 하기에 친절한 복희씨를 읽는 건 불편했다. 어머니가 안방을 잠그던 날의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징그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그렇게 박완서씨가 있다. 자식 키우는 입장이 되어서야 뒤늦게 제 어미의 품을 그리는 머리 까만 짐승들에게, 너무나 늦게 철들기 시작한 딸들에게 이 땅의 어머니들 이야기를 가만 가만 펼쳐내주는 박완서씨가 있다. 그래서 이 땅의 어머니들은, 이 땅의 딸들은 참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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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박완서 선생님
    from 조선인, 마로, 해람의 서재 2011-01-22 12:55 
    난 그녀를 읽으며 내 어머니를 배웠다.당신의 글이 내게는 어머니의 자서전이었고, 내 미래의 일기였다.이제 우리 아줌마의 이야기를,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떠나버렸다.우리는 누구에게 의존해야 할까.박경리 선생이 없고, 박완서 선생이 없는 지금,사연많은 여자들은 누구에 기대어 자기의 심경을 토로할까.어리석은 나는 그미들이 너무 일찍 갔다고 마냥 투정하고 싶지만...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산사춘 2008-02-19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륜만큼 깊어지는 내공은 좋지만,
새로 나온 글 읽을 때마다 박완서씨 나이드시는 게 무서워져요.
오또케... 흙.

조선인 2008-02-19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심정도 이해합니다. 전 토지가 완결 안 될까봐 공포에 떨기도 했더랬죠.

순오기 2008-02-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분 댓글에 다 동감해요. 박경리 박완서...이분들처럼 기품있게 늙고 싶어요.

조선인 2008-02-19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