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이 업종이다 보니 새로운 채널이 생기면 모니터링하는 게 의무다.
설령 그게 성인채널이라고 해도 말이다. ( ``)
하여간 지난 12월 1일자로 종편채널 4개 홈쇼핑 채널 1개 보도채널 1개가 더 생겼다.
이는 우리나라 방송 역사, 아니 방송 제도사의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변화인데,
개인적으로 그 변화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일거리가 무지하게 늘었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아무리 일이라 해도... 더 이상 이 채널만은 못 보겠다 포기하게 된 채널이 있다.
그 이름도 찬란한 TV조선.
북조선방송인줄 알았다는 후배의 이야기도 한 귀로 흘렸고,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도 웃으며 넘겼더랬다.
그러다 어느날 밤 습관처럼 신규 채널을 확인하다가 난 그만 입이 딱 벌어졌다.
'나는 꼼수다'를 겨냥한 듯한 느낌의 시사개그 프로그램이었는데 취중토크를 하다가
돌멩이 맞을 각오로 하는 얘기라며 국회의원 유임제를 주장하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정말 일 잘하는 국회의원인데,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는 걸 보면 안타깝다,
이런 국회의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따로 심사제도를 둬서 투표없이 유임시켰으면 좋겠다'는 것.
히야, 보수건 진보건 일단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모두 '민주주의'를 내거는 게 상식인데,
TV조선은 이제 그마저도 포기하고 자기만의 기준과 잣대, 제도를 옹호하는 거다.
아무리 시사개그의 형식을 띄었다 해도 그 오만과 독선은 견디기 힘들었다.
별 수 있나. 건너뜀 채널로 설정하는 수밖에. 에휴...
<옆길로 샌 이야기>
닥본사는 아니지만 종편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JTBC의 '청담동 살아요'.
시트콤인데도 불구하고 과장된 설정이나 코믹 연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모든 연기자들은 하나같이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역할에 성실하게 임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있을법한 에피소드들 뿐이란 말인가.
저절로 번져나오는 미소, 비죽거리고 새어나오는 실소, 아, 나의 웃음코드와 딱이다.
조용조용하게 울트라 파격시를 낭송하는 김혜자씨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다,
대체 이걸 감독한 사람은 누구야 하고 찾아보니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PD다.
아하, 역시!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되는 건 지금도 내가 올드미스 다이어리 홀릭이기 때문.
올미다의 팬들이라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