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30대 40대인 사람들이 모여 찬밥파티를 하기로 했다.

찬밥파티 사전 준비물은 유년시절,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사진 올리는 것.

언젠가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다가 어제밤에서야 사진첩을 뒤적였는데...

철푸덕... 나란 인간, 정말 사진이 없는 인간...

특히 정면사진은 공식적인 증명사진류 외에는 거의 전무... 

지금보다 이쁘고 젊고 날씬할 대학시절에(음...쿨럭...) 왜 사진을 안 찍어놨나 후회.

그나마 있는 사진들도... 하나같이 말꼬랑지 머리에 티셔츠, 청바지...

아무리 원판 불변이라지만 좀 이쁘게 꾸민 사진이... 없다... 없어... ㅠ.ㅠ

그래도 애들은 엄마 사진이라고 꺅꺅 좋아하니 알라딘에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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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2-1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참 예뻐요.
졸업 사진 속 아이는 똘망져보여요.

icaru 2012-02-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정면 사진들은 정말 똘망~ 그 자체네요!!!
왜, 찬밥 파티예요? 남은 밥 싸들고 와서 하는 파티인거죠? 설마 엄마들은 이제 찬밥이니 찬밥끼리 파티는 아니죠~(아니겠지 설마 ㅋㅋ)

조선인 2012-02-1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사실 저게 가짜 졸업사진이에요. 제가 유치원을 도중에 관뒀는데, 어머니가 그 점이 속상했는지 사진관에 가서 저렇게 사진만 박았답니다. ㅋㅋ
이카루님, 아, 찬밥파티도 공지하면 알라디너가 올까요? 기대기대.

다락방 2012-02-1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 사진 속 아이는 똘망져 보이는데 바로 그 위의 사진은 엄청 예쁘네요! 조선인님 미인이시군요!!

진주 2012-02-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송마로다!

책가방 2012-02-1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자색 옷 입고 찍은 사진은 따님이랑 똑같아요..^^
졸업사진은 아드님이랑 좀 닮은 듯..


조선인 2012-02-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아이참, 그나마 이쁘게 찍힌 사진을 고른 것일 뿐입니다. ㅠ.ㅠ
진주님, 네, 딸도 제 사진인 줄 알더라구요. 흐흐
책가방님, 홍홍 종자불변의 법칙이지요.

비로그인 2012-02-1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악 조선인님 이이~뻐어~~ (쌍칼 버전)

하긴 마로와 해람이의 미모가 어디서 나왔겠어요.. ㅎㅎ

Kir 2012-02-1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랑 해람이가 조선인님을 많이 닮았네요!
부모님을 전혀 닮지 않은 저로서는 정말 신기해요^^; (두 분께 좀 죄송하기도 하고요...)

반딧불,, 2012-02-16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치게 미인이셨군요. 흠흠.
갑자기 싫어지려고===333333

카스피 2012-02-1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조선인님 어렸을적에 넘 귀여우셨네요.근데 바닷가에 있는 사진속 머리 스타일을 보니 80~90년대에 대학을 나오셨나 봐요^^

조선인 2012-02-1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저도 사마귀 유치원이 좋아요. ㅎㅎ
kircheis님, 딸은 특히 제 얼굴을 빼다 박았지요. 뿌듯합니다.
반딧불님, 어맛, 센스쟁이, 이렇게 덕담을 해주시다니.
카스피님, 91학번이에요. 여대를 다닌 터라 '혼자 70년대'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

saint236 2012-02-1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머리 스타일을 보고 80년대 중반 학번인가 싶었습니다.

조선인 2012-02-1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int236님, 아하하 대학 졸업하고 20년만에 만난 친구도 그러더군요. 넌 지금도 어째 머리모양이 똑같니?

마노아 2012-02-1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똘망똘망한 눈망울이라니! 마로가 저 안에 있네요. 수수해 보이는 사진들에서는 이정희 의원 얼굴도 보여요.^^

조선인 2012-02-1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정말 과분한 칭찬입니다. ^^
 

어린 시절부터 나는 전원일기의 왕팬이었다.

아마 유일하게 닥본사를 했던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20세기가 정말 끝나버렸다는 걸 나는 전원일기의 종영으로 더욱 실감하기도 했고,

전원일기의 출연진들은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들이기에,

나의 이상형 용식오빠가 유인촌 장관이 되버렸을 땐 정말 기겁했더랬다.

종편채널이 생겼을 때 난 모니터링을 빙자하여

최불암씨가 나오는 채널A의 '천상의 화원-곰배령'을 보기 시작했고,

김혜자씨가 나오는 jtbc의 '청담동 살아요'도 보기 시작했다.


최불암씨는 그 분 표현으로는 한국인 정부식이고 내 표현으로는 또 다른 김회장님을 연기하신다.

난 그게 못내 좋아 최불암씨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산길을 걸을 때면 막 가슴이 뭉클해지고,

최불암씨가 혼자 술이라도 마실라치면 막 눈물이 난다.

이게 맞는 비유가 될런지 모르지만 아이돌 따라다니며 깍깍 소리지르는 심정이 이해될 정도다.


김혜자씨는 생애 첫 시트콤 출연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고 기사는 떠들썩하지만

사실 변신이라는 말은 그녀와 전혀 맞지 않는다.

그녀는 시트콤에서도 변함없이 정극 연기를 한다.

어떠한 과장도 몸개그도 없이 늘 그렇듯 얌전한 얼굴로, 차분한 목소리로, 한없이 진지하다.

그녀의 에피소드는 늘 있을법한 얘기인데, 그녀의 대사는 늘 파격적이다.

그래서 난 숏다리의 하이킥(음, 이 제목 맞나) 대신 늘 '청담동 살아요'를 택한다.

아, 그녀는 얼마나 진지한 얼굴로 시낭송을 하는지, 난 그녀의 시마저 사랑스럽다. 




처절한 설사


주룩주룩

빗소리가 아닙니다.

쏴아쏴아

수돗물 소리도 아닙니다.

냉장고에서

썩기 직전의 야채를 끌어 모아

벌레 피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가루를 털어 넣고

누린내 나기 시작한 기름을 두르고

부쳐 먹었습니다.

주룩주룩

쏴아쏴아

나는 음식물 쓰레기통

이토록

처절했던 적이 있었나

문득 처절의 끝에서

정신이 맑아집니다.

갈비뼈 아래서

졸졸졸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납니다.

처절함 끝에

나를 찾습니다.

나는 맑은 개울물

졸졸졸



그러니 김혜자님, 저의 팬심을 부디 이해하시어 연예뉴스에만 나오길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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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2-0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전원일기처럼,
'나 시골 살아요' 하는 연속극은 나올 수 없을까 모르겠네요..

조선인 2012-02-0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 그러고보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도 진작에 종영되었네요. 이제 시골살이는 1박2일에서 어쩌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는 걸까요. 한숨이 포옥 나오네요.

마립간 2012-02-0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너머 남촌에는'이라는 드라마는 아직 방영하잖아요.

노이에자이트 2012-02-0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산해보니 최불암 씨가 전원일기에 처음 나올 때 나이가 40대 초반이더군요.김혜자 씨도 그렇고...

조선인 2012-02-0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그게 그 드라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
노이에자이트님, 일용엄니가 압권이죠. 29살 때 첫 출연이니까요.

sooninara 2012-02-0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지상파만 나와서..
오늘은 '해품달 하는 날이다. 신난다'하고 있어요.
딴소리...한가인은 아무리해도 김수현 이모삘이..ㅠ
최불암아저씨는 한국인의 밥상에 나와서 울아이들도 좋아해요^^

비로그인 2012-02-0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담동 살아요'에 나오는 김혜자씨는 그저 좋아요 ㅎㅎ
소 눈처럼 커다랗고 맑은 눈에 어눌하면서도 소녀 같은 말투~
그런데 정작 시트콤은 재미가 없네요 ㅠ ㅠ
잠시 들렸다 가봅니다 ^^;;

icaru 2012-02-0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숏다리의 하이킥 ㅎㅎㅎㅎ 뜻만 통하면 되죠뭐!
전, 조금 일찍 퇴근하는 날은 저녁 7시 때 방영하는 최불암이 향토음식 기행다니는 프로를 보곤해요~

조선인 2012-02-10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해품달은 소설로 봐서 통과~시켰어요. 한가인과 김수현은 정말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문근영이 훨씬 더 좋지만... 고아라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말없는수다쟁이님, ㅎㅎ 전 조관우 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재밌던데. 취향은 다 다르니까요.
이카루님, 7시 프로그램은... 미션 임파서블. ㅎㅎ
 

나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많은 자손을 두셨고, 

그 중 둘인가는 아기 때 저 세상으로 가고 일곱이 무사히 성인이 됐었다.

큰아버지는 아들을 보기 위해 3번인가 4번인가 결혼을 하셨고,

팔순잔치를 잘 치르고 집에서 낮잠주무듯 돌아가셨다.

둘째 큰아버지는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집안의 기대주였으나,

육이오 전에 월북하여 80년대에 한참 이산가족찾기할 때 알아보니 60년대에 저세상에 가셨단다.

큰고모는 정이 많아 사촌과 조카까지 살뜰히 보살펴 모든 가족이 존경하는 유일한 분이셨고,

팔순을 얼마 앞두고 입원과 퇴원을 거듭하다 그래도 댁에 모신 채 돌아가셨다.

우리 아버지는 셋째셨는데 마지막 5년은 신장 투석을 하셨고,

요양병원에서 팔순을 넘기신 뒤 그 다음해 생일상을 받고 며칠 후 돌아가셨더랬다.

둘째고모 역시 정이 많은데 칭찬받는 큰고모와 달리 오지랍 넓고 말이 많다며 핀잔 받으시니,

두 분의 차이가 재미나게 여겨지다가도 고모의 말실수에 참 맘도 많이 상하곤 한다. 

넷째 작은아버지 역시 대구사범학교에 가는 게 꿈이었으나 연좌제에 묶여 포기했더랬고,

지금은 조금씩 치매가 오고 있어 작은어머니 고생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지난주 돌아가신 막내 작은아버지는 평생을 아지아로 낮춰 불려지던 분으로,

교통사고로 5년이 넘게 전신불수로 입원해 계시다가 요양병원에서 자식들이 임종을 지켰다.


첫날 장례식장은 아지아 가족 외에는 조문객이 거의 없다시피해 사촌들과 하루종일 빈소를 지켰다.

성복제 치르는 날은 어찌나 눈이 많은지 가는 길도 고생이었고, 오는 길은 더 힘들었다.

발인하던 날은 쌓인 눈과 빙판길로도 모자라 55년만의 2월 북극추위가 몰아쳐

우리는 불경하게도 가는 날까지 속썩이는 아지아라며 농담 아닌 농소리를 지껄였다.


결혼식에 본 게 고작이었던 사촌 동서는 그 며칠을 함께 겪으며 꽤나 친밀감이 생겼다.

동서는 수시로 전화해 삼우제며 생신제며 49재 치르는 법을 묻고 있고,

난 그녀에게 제기 고르는 법까지 훈수를 두며 꽤나 마음을 쓰게 되었다.

이미 저 세상에 가 계신 우리 어머니는 내가 아지아 가족과 이렇게 결부된 걸 진저리치실 거고,

형제라면 껌뻑 죽던 우리 아버지는 못내 좋아라 하시고 있을 거다.

우연히도 아지아 삼우제 치르던 날 우리 삼형제는 저녁에 모여 양주 한 병을 다 비우고도 모자라

맥주캔을 연거푸 비우며,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로 긴 밤을 보냈다.

이제 아버지 형제 중에는 2명이 남았고, 어머니 형제들은 모두 아직 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들이 모두 다 떠나면 지나간 은원은 모두 바람에 실려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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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2-02-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경상도 북부 지역 출신이시군요. 아지아...아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선인 2012-02-0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케님, 네, 아버지는 상주, 어머니는 예천이셨고, 전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진/우맘 2012-02-0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데 고생하셨다...몸살 안 나게 조심해요.

2012-02-06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6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2-07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들 떠나면,
이제 그분들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이며
조선인 님을 비롯한 어버이를 떠올리겠지요.

조선인 2012-02-07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제가 믿을 건 무식한 체력밖에 없는 터라, 고마워요.
ㅈ속닥님, 생각해보구요.
ㅂ속닥님, 전 대구에서 태어난지 1달만에 서울에 올라와 결혼할 때까지 쭈욱 서울에 살았어요. 그래도 참 어쩔 수 없는 경상도 사람이구나 많이 좌절합니다.
된장님, 그분들 다 떠나면 사촌들과 과연 만날 일이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것 또한 순리라고 위안 삼습니다.

책읽는나무 2012-02-0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상도 남부 지역에선 아재라고들 많이 불러 첨에 아지아 호칭을 잘 몰랐네요.ㅋ

그랬구나~
경상도 출신이라 님이 땡겼구나~
아~ 그랬구나~ㅋ
(울신랑은 서울에서 태어나 돌지나자마자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하던데 자신은 분명 서울사람이라고 우기더라구요.아주 찐~한 부산 사투리 써감서요.)

지난주 정말 추웠는데 고생하셨어요.특히나 대구는 더더 추웠을텐데~ㅠ
어르신들 부고 소식 들으면 마음이 참 무겁네요.

조선인 2012-02-0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경상북도도 원래는 아재 소리를 써요. 아지아는... 음...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낮춰 부르는 표현이기에 원래 조카인 저는 아지아 소리를 하면 안 되지요. 그럼에도 그 분은 평생... 누구에게나 아지아 소리를 듣고 살았어요. 이제 그분이 아예 가버리셨으니 더는 아지아라고 하면 안 되겠지요. 이제라도 아재라고 해야겠지요...

크산티페 2012-02-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데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부모님 세대가 벌써 그런 세대, 제가 보내드려야 할 세대란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많이 무거워요. 뭐, 가는 세월 잡을 순 없겠지요.

아, 전 귄.

조선인 2012-02-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귄, 너도 알라디너였구나. 방가방가.
 

옆지기 사정으로 일요일 저녁에서야 시골에 내려갔다.

이미 전이며 만두며 일거리가 파장한 뒤라 착한 동서들이 지청구를 안 해도 좌불안석이었다.

하여 설 당일에는 차례만 지나면 일어나도 된다는 애정남의 권고와 상관없이

저녁까지 다 먹고 치우고 한밤이 되어서야 출발했고 집에 오니 자정이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물이 안 나왔다.

찬 물도... 더운 물도...

아뿔사... 동파구나...


얼른 관리실에 전화하니 자다 깬 당직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내일 아침에 교체해주겠단다.

할 수 없이 씻지도 못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부터 집밖이 어수선했다.

천근만근같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현관문을 빼꼼히 열어보니 집밖이 물바다이고,

8층까지 물이 흘렀다는 신고를 받고 경비아저씨가 계량기 물을 잠그고

그새 얼어버린 복도를 청소하고 계셨다.


옆지기는 옷을 껴입고 나와 복도청소를 도왔고, 나는 관리실에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다.

어제의 당직자는 이미 퇴근하고 없고 연휴에 출근한 다른 당직자는 전화기로 잔소리했다.

보온처리를 제대로 안 해놔 동파 된 거다, 동파됐으면 바로 밸브를 잠궈야 한다 등등.

한참이나 반말 섞어가며 싫은 소리를 늘어놓더니 부품 챙겨 올라오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30분이 더 지나 직원이 올라오는데 많이 봐야 20대 후반? 솔직히 얼굴 보고 좀 울컥했다.

그런데 경비아저씨가 물을 잠그느라 빼놓은 헌 옷가지 꾸러미를 보고도 아무 소리 안 하고,

전기보온커버 해놓은 거 보고도 아무 소리 안 하는 거다.

전기보온커버는 개인선택사항이라 희망자만 사비 내고 관리실에 신청하면

관리실에서 공사를 한 뒤 공사한 사람만 정기점검 해주는 항목이다.

알고 보니 설 전에 정기점검을 했어야 하는데 관리실에서 이를 빼먹었고,

하필 운이 없게 우리집 전기보온커버 전원 부분이 그새 고장났다는 얘기.

이쯤되면 아까의 비아냥에 대해 슬쩍 미안한 내색을 할 법도 한데 아무 소리 안 하는 게 얄미워,

내가 한 말은 '어제 당직자가 밸브 잠궈야 한다는 걸 알려줬으면 했을 거에요.

일단 그냥 놔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하라는 소리 밖에 안 하셨어요.'하는 게 고작.


10층부터 8층까지 청소하며 이웃주민들에게 미안하다 계속 사과하고,

이유야 어쨌건 계량기며 보온커버 값까지 우리가 다 물어야 했고,

생뚱맞게 고생한 경비아저씨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수고비를 드리려고 보니

애들 받은 새뱃돈까지 슬쩍 써야 하는 지경이었다.


연신 내가 뚱해있자 옆지기는 정초부터 좋은 일에 기부한 셈 치고 잊자 달래주니

나는 정초 액땜으로 치고 알라딘에 궁싯거리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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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2-01-2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일단 8층부터 10층까지 복도랑 계단을 번쩍번쩍 윤나게 청소했으니 그렇게 쌓은 덕으로 올한해 무탈하겠다 위로합니다. 감사감사.

순오기 2012-01-25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에휴~ 정초부터 땜했으니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겁니다. 아자아자!!

조선인 2012-01-25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아자아자!

울보 2012-01-2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정말 고생하셨겠네요,,
그래요 이제부터는 좋은일만 있을거예요,아자아자 화이팅입니다,

조선인 2012-01-26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동파가 무섭긴 무섭더라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꼬 2012-01-2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깜짝 놀라서 왔어요. 에그, 진짜 막막하고 추워라 잉. 조선인님 올해는 내내 따뜻하시려나 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주 2012-01-2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무리 궁해도 애들 세뱃돈은 쓰지 마세요^^

조선인 2012-01-2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아웅 따뜻한 덕담 감사합니다.
진주님, 이크, 찔려요. 오늘도 마로한테 1만원 꿨는데. 우리집에서 마로가 제일 현금 부자. ㅋㅋ

진주 2012-01-28 16:34   좋아요 0 | URL
아...윤이 세뱃돈같은 거 꼬박꼬박 저축했더니 지금 돈 700만원은 되네요. 20년만에 거부가 된거죠!ㅋㅋ 마로도 거부가 되면 좋긋다~ㅋㅋ

조선인 2012-01-30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넵, 명심하겠습니다. 꾼 돈 갚고 저축할게요. ^^

책가방 2012-02-07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크면... 통장관리를 맡기지도 않더라구요..ㅋ
우리집 두 자매는 통장불리기 내기라도 한 듯 차곡차곡 모으며 때때로 비교도 하더군요.
아마도 제법 모았을걸요.ㅋ

액땜한번 크게 하셨네요.
좋은 일만 있기를~~~~

조선인 2012-02-0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가방님, 딸이 언제쯤이면 자기 통장을 가져갈까요? 지금은 3개 다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만. ㅎㅎ
 

어제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고 오후에는 우리 식구끼리 쇼핑도 하고 외식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목격한 교통사고가 자그마치 다섯 건! @.@

다행히 사람까지 다치는 사고는 아니었지만 렉카가 차 싣고 가야할 정도의 사고도 2건이나 됐죠.

고향에 일찍 가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다가 4집이나 고향에 못 내려가는 상황 발생. -.-;;

 

귀향을 서두르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무리한 끼어들기는 하지 말자구요.

모두 모두 안전운전하시고 좋은 꿈 꾸세요.

용띠 해를 맞아 우리 모두 용 되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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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2-01-2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설 잘 쇠요.^^

무스탕 2012-01-2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도 설 잘 쇠세요~ ^^

마노아 2012-01-2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란한 가족의 시간을 보내셨어요. 조선인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토트 2012-01-2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세요~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시구요~ ^^

재는재로 2012-01-2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라 차많이 막히됴 안전 운전하세요 설연휴 잘보네세요

토토랑 2012-01-2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댁내 두루 평안하시기를

조선인 2012-01-25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잘 다녀오셨나요? 저도 잘 다녀왔습니다. 좋은 꿈 많이 꾸는 한 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