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장장 5년간의 조사를 통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순위는 56위란다.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는 그리스(54위)와 내전의 고통이 아물지 않고 있는 코소보(55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반면 1위는 덴마크, 2위는 핀란드, 3위는 노르웨이, 4위는 네덜란드.


그런데 행복순위는 경제적 부와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IMF에서 발표한 2010-2011 1인당 GDP순위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GDP순위는 34위다. 행복순위보다는 꽤 차이나게 높은 편이다. 한편 덴마크 6위, 핀란드 14위, 노르웨이 2위, 네덜란드 10위 - 행복한 나라들의 1인당 GDP는 상위권에 속하긴 하지만 행복지수의 순서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내가 좀 더 비교해보고 싶은 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 순위다. 2011년도 순위를 보면 덴마크와 핀란드가 공동 2위, 노르웨이 6위, 네덜란드 7위, 대한민국 43위.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놀랄만큼 행복지수와 닮았다. 국가적으로 아무리 부를 축적해봤자, 부정부패가 횡행하고 분배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가난하고 불행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4.11 총선과 다가오는 대선에서 경제보다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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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4-05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사정위원회는 네덜란드 껍데기만 베꼈고 알맹이는 하나도 안 가져왔어요.
한국이란 나라는 뭐...

조선인 2012-04-05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 참 여러 모로 불행한 나라요, 불행한 아이들입니다. ㅠ.ㅠ

마노아 2012-04-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해지려면 정의가 필요하다! 이번 주에 본 가장 뜨거운 문장이에요.

조선인 2012-04-0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노아님, 감사.
 

01 나는 오늘 죽어가고 있는가, 살아가고 있는가

난 지금 살아있다. 잘 죽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02 어떤 집을 갖고 싶은가

지금 내 머리속에 구체화되어 있는 집은 평창에 있는 제로에너지하우스. 거기에 빗물저수조까지 갖추면 아마 완벽하지 않을까.

 

03 마라톤을 완주했는가

시도해본 적도 없다.

 

04 천직을 찾았는가

난 천직을 놔두고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거의 매일 분열되는 나를 보고 있어 슬프다. 그래도 꽤 적성에 맞는 직업이라 위안을 가진다.

 

05 막차를 쫓아가듯 열정을 쫓아간 적 있는가

물론.

 

06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난 내가 태어난 대구, 내가 자라난 서울보다 지금 살고 있는 수원을 훨씬 더 사랑한다. 틈나는대로 수원 거리 곳곳을 발로 알아가고 있다.

 

07 소울메이트를 찾았는가

그녀들을 난 소울메이트라 여긴다. 하지만 그녀들은 날 소울메이트로 여기고 있을까. 자신없다.

 

08 여전히 비를 좋아하는가

난 늘 비를 좋아한다. 건조한 세상은 내게 독과 같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 이젠 비를 맞고 다니진 못한다. 참 아쉬운 대목.

 

09 생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가

이제 겨우 한가운데라고! 오, 노!!! 적어도 절반 이상을 살았길 간절히 바란다.

 

10 누구에게 꽃을 주었는가

난 누구에게도 꽃을 줘본 적이 없다. 알레르기 환자의 슬픈 운명.

 

11 매일 웃고 있는가

매일매일. 사랑하는 나의 딸 아들... 고마워.

 

12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건 무엇인가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건 분노.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의지.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위대한 사람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건 내 주위에 산재한 자연.

 

13 장소와 사랑에 빠진 적 있는가

어린 시절 난 늘 꿈의 오솔길과 요정연못과 황금나무를 찾아다녔다. 20대에는 사람들의 거대한 함성이 모이던 장소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지금도 난 늘 수많은 장소와 사랑에 빠진다. 

 

14 행복한 사람들만 하는 일은 무엇인가

행복한 사람들만 하는 일??? 행복은 시간의 개념이 아니던가??? 행복이 특정한 사람과 딱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단 말일까? 질문의 요지를 잘 모르겠다.

 

15 꿈에 그리던 것을 가졌는가

내가 어려서 늘 꿈에 그리던 건... 행복한 가정... 지금의 난 남편도 있고 딸도 있고 아들도 있는데... 문득 깨달아버렸다. 내가 꿈꿨던 건 행복한 가정이라기 보다 내 어머니의 행복이었던 것을. 그리고 행복한 어머니 덕분에 행복한 딸로 자라는 나를 바랬다는 것을... 이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과거... 

 

16 애완 동물이 아니라 반려 동물과 살고 있는가

애완동물이건 반려동물이건 그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옆지기는 동물과 함께 사는 걸 싫어한다.

 

17 밤에 쓴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았는가

ㅋㅎㅎ 밤에 쓴 일기를 아침에 읽어보는 것만큼이나 부끄러운 일.

 

18 어떤 춤을 배웠는가

무슨 춤이든 배우고 싶다. 하지만 저주받은 앞발만큼이나 저주받은 몸뚱아리가 과연 리듬을 탈 수 있을까??? 

 

19 행복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아까도 말했지만 행복은 시간 개념이다. 어느 한 순간 다른 사람과, 혹은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는 그 순간. 그 멍한 감동. 그때 행복은 잠시 탄생했다가 숨어버린다. 행복이 늘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해탈한 사람이겠지.

 

20 과거와 이별했는가

과거와 무슨 수로 이별하는가. 그저 좀 더 관조할 수 있게 될 뿐. 아, 그때 난 이랬구나, 아, 난 지금도 이렇구나... 작은 깨달음이 있을 뿐.

 

21 나를 처음 알아본 사람은 누구인가

20살 농활 때 만난 89학번 홍세미언니. 언니는 나의 지독한 에고이즘과 자만심과 외로움을 정확히 간파했다. 언니는 그날 이후 나에 대해 어떤 평가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그녀가 참 존경스러웠다. 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둔 선배 덕분에, 난 조금 더 어른이 될 수 있었다.

 

22 내게 힘이 되어주는 현자는 누구인가

너무 많아 셀 수 없다. 세상에 현자는 널렸다. 내가 눈을 감고 있을 뿐.

 

23 시계를 5분쯤 빠르게 맞춰두었는가

모든 아날로그 시계는 적어도 5분 이상 10분 미만 빠르게 해둔다. 

 

24 아버지의 아버지를 기억하는가

친할아버지는 부모님이 결혼하시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내가 아는 그 분은 족보 혹은 위패속의 존재.

 

25 모험을 한 적이 언제인가

무엇을 모험이라 정의했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늘 도전과 모험.


26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한 적 있는가

기도라는 표현이 적절한가 싶지만... 늘 간절히 바란다.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건강하시길. 옆지기가 평화롭기를.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세상이 좀 더 바르고 따뜻해지기를.

 

27 간절하게 되찾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

지금 연락이 닿지 않는 동지들. 친구들...

 

28 내 아이는 지금 행복한가

대체로 행복한 순간이 많지 않을까.

 

29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는가

무거운 짐이 생명이라면.. 아직 내려놓지 않았다. 60이 넘으면...

 

30 몇 권의 일기장을 갖고 있는가

26살 때 집을 나오며 초등학교 때부터 그때까지의 모든 일기장과 수첩을 폐기하였다. 참으로 아픔많은 시절이었다. 이제 수첩은 사용하지만 여전히 일기장은 쓰지 않는다. 나의 흔적이라면 알라딘과 페이스북에 이미 넘쳐흐르니까. 죽기 전에 이 계정 두 가지를 삭제할 시간이 있길 바란다. 

 

31 자유로운 영혼을 만난 적 있는가

시골 장터에서 마주치는 할머니들... 생활의 덯과 가족의 굴레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거침없는 해탈한 영혼에 오싹 소름이 돋곤 한다.

 

32 가끔 멈춰 서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는가

무엇이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좀 쭉쭉 내질러 보는 게 소원이다.

 

33 발아래를 보며 살고 있는가

발아래만 보기엔 세상에 봐야할 것이 너무 많다. 

 

34 나의 앎과 믿음은 하나인가

거의. 알아야 믿는 게 나의 병이니까.

 

35 같이 걸을 동행이 있는가

옆지기. 미우니 고우니 해도 내 최고의 동지라 생각한다. 그리고 길동무는 내가 만드는 거다. 저기 누군가 걷고 있다면, 그 옆에 슬그머니 다가가 같이 걸으면 되는 거다.

 

36 단 한 명이라도 인생을 바꿔준 적 있는가

세상은, 인간은, 하나의 조건으로 바뀌지 않는다. 내가 하나의 매개변수나 촉매가 된 적은 있겠지만, 나로 인해 온전히 바뀐 인생이 과연 있을까. 만의 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무서울 듯.

 

37 인생을 회복시킬 리셋 버튼을 갖고 있는가

인생을 회복한다가 무슨 의미일까? 음, 미친 듯이 머리속이 질주할 때, 감정이 폭발할 때, 감속과 평정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있다. 맛있는 커피, 무한정 걷기, 꼬물거리는 딸아들 안기 등.

 

38 물려받은 것은 무엇이고, 물려줄 것은 무엇인가

물려받은 것은 너무 많아 쓸 수 없고, 물려주고 싶은 것은 딱히 없으니... 그냥 100년 쯤 후에는 내가 있었던 걸 아무도 기억하지 못 하길 바랄 뿐이다.

 

39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가

편견은 없는 편이라 생각한다. 편견을 가지기엔 난 너무 새대가리고 둔하다. 어떤 사람이 누구임을 알아보고 식별하는 것도 힘든데, 그 사람은 이러저러한 사람이다 판단하기엔 항상 모아놓은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40 기억할 만한 장례식에 갔는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장례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난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어머니가 오길 기다리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41 소중한 일을 먼저 하고 있는가

당연히 소중한 일을 먼저 해야한다. 내가 내 힘으로 무얼 할 수 있는 시간은 참 짧다. 그러니 소중한 일을 가장 먼저!

 

42 공정여행을 떠난 적 있는가

우리 가족의 여행에 공정여행이라 이름붙인 적은 없지만... 여행을 가면 농어촌마을의 민박집에 묵는다. 프랜차이즈 대신 동네 음식점에 가거나 우리가 해먹는다. 쓰레기는 다 싸짊어지고 돌아온다. 뭐, 이 정도가 우리 가족이 하는 실천.

 

43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가

미제 연필깎이. 초등학교 입학기념으로 어머니는 내게  연필깎이를 사주시려고 했다. 막내딸이 혼자 문구칼로 연필깎다가 손에 흉터라도 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신 거다. 오빠들은 가져보지 못했던  연필깎이를 사러 동네 문방구에 갔다가 어머니는 하나같이 너무 비싸다며 주저하시곤 결국 혼자 휭하니 문구점을 나섰고, 난 우물쭈물 그 뒤를 따라 집에 왔다. 난 그날 문구점에서 본 기차 모양으로 생긴 샤프  연필깎이가 정말 가지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못 했더랬다. 나에게 어머니는 항상 무섭고 엄격한 경상도 분이었고, 난 감히 뭘 사달라는 얘기를 못 하는 주눅든 아이였다. 그날밤 혼자 이불 뒤집어 쓰고 낮에 본 샤프 연필깎이를 생각하며 좀 훌쩍였던 거 같기도 하다.

연필깍이를 마음속으로부터 포기한 며칠 뒤 어머니는 미제  연필깎이를 사들고 퇴근하셨다. 문구점에서 본 알록달록 어여쁜 연필깎이와 달리 금속으로 만들어진 투박한 제품이란 난 실망했지만 차마 내색을 못 했다. 그런데 뒤늦게 하교한 오빠들이 그 연필깎이를 보고 난리가 났다. 오빠들에겐 보스턴 연필깎이가 부자집 애들이나 가지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 여자애라고 이런 것도 사주냐며 오빠 둘은 매우 부러워했고, 다음날 난 미제 연필깎이를 선물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우쭐거렸다. 아마 난 그 때 처음으로 어머니가 아들뿐 아니라 딸인 나도 사랑한다고 느꼈나 보다.

 

44 목 놓아 울어본 적 있는가

수석이와 희정이가 죽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 납골당에 갈 때.

 

45 당신의 인생을 선택했는가

떠밀린 순간도 있고, 차선책이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내 인생이다. 내가 선택한 거라 생각한다.

 

46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했는가

내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난 그 사람들을 용서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47 좋아지고 있는가

돌아가기도 하고 주춤 물러설 때도 있지만... 좋아지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

 

48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키우는가

나 혼자 뿌린 씨앗도 아니고 나 혼자 키우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조금은 보태고 있지 않을까.

 

49 거절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내 앎과 믿음에 반하는 것들.

 

50 때로는 슬픔도 힘이 되는가

제기랄.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슬픔이 힘이 된다고, 분노가 힘이 된다고 억지로 미화하지 마라. 이건 힘내는 게 아니라 발악하는 거다.


51 내 영혼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가

 나 역시 궁금하다.

 

52 선종을 위해 노력하는가

선종??? 어떤 의미의 선종? 딱 먼저 생각나는 건 선종 대 교종의 선종. 그게 아니면 고려 선종? 그제서야 살펴본 마립간님 답변으로 보면 善終? 글쎄, 뭔지 몰라 답변 못 하겠음.

 

53 나는 왜 운이 좋은가

난 건강한 편이고, 장애도 없고, 나와 앎과 믿음이 비슷한 사람과 결혼했고, 불임 고생없이 애들도 낳았고, 노력보다 꽤 괜찮은 결과가 나오는 머리와 일솜씨가 있고, 직업도 있고, 오빠나 새언니들과 사이도 좋은 편이고, 시댁 식구들도 좋은 분이시고, 이만하면 운이 좋은 거 아닌가?

 

54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삶, 우리가 함께 사는 삶 사이의 간극에 항상 왔다갔다 하는 중. 아직은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사람이 필요하다.

 

55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 나의 틀과 기준에 얽어매지 않되, 아이에게 모범의 한 예가 되고 싶다.

 

56 혼자만 만끽하는 기쁨이 있는가

난 내가 직접한 드립커피를 좋아하는데, 가끔 정말 기가 막히게 맛난 커피가 내려질 때가 있다. 어제 오후도 그랬었는데, 그 때 느끼는 황홀한 맛은 오르가즘 이상이다. 

 

57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지금까지 넌 잘 해온 편이야. 그러니 힘내자. 좀 더 노력하자. 

 

58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이 있는가

우리 가족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이자 내 친구 한 명과 내 선배 한 명이 알고 있는 비밀이자 알라딘 몇 명이 알고 있는 그 비밀. 

 

59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보았는가

난 초등학교 때부터 절대 결혼을 안 하겠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때 절대 데모를 안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난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본 셈이다.

 

60 내 형제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형제들은 참 외로운 사람. 그래서 난 그들에게 미안하고 그들에게 고맙다.

 

61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는가

나의 어머니...

 

62 아름다운 바닥을 보았는가

50번 질문 만큼이나 짜증나네. 아름다운 바닥이라니. 절망을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라. 이건 진짜 위선으로 보인다. 

 

63 선업을 쌓고 있는가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정도의 일은 주말이면 놀이터 청소하기, 정기적으로 헌혈하기 정도???

 

64 사랑이 필요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가

아주 조금이지만. 세이브더칠드런. 어린이재단. 노숙자 인문학센터 다시서기, 일다.

 

65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원하는가

당연히. 칭찬 받는 거 싫어하는 사람 있나? 하지만 후세에 남는 건 절대 사양.

 

66 사는 게 별 건가

사는 건 정말 별 거다. 내가 인류의, 지구의, 우주의 한 존재라는 게 가끔 숨막힌다. 유치환씨의 시처럼 바위가 되고 싶은 심정이 난 절절히 이해한다. 그러나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나무가 되고 싶다. 나에겐 바라볼 하늘이 필요하고, 뿌리박을 땅도 필요하다.

 

67 만트라를 찾았는가

만트라가 뭔지 모르겠다.

 

68 중요한 사람이 되었는가

글쎄. 회사에서 딱 차장만큼 필요한 노릇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69 인생의 목적을 찾았는가

목적이라? 잘 정리하고 죽는 거?

 

70 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인가

 68번이랑 상통. 회사에서 딱 차장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71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사람과 사람의 입장차이, 사람과 자연의 입장차이.

 

72 나를 후원하는 최고의 스폰서는 누구인가

스폰서는 잘 모르겠고, 나를 열렬히 사랑해주는 팬은 있다. 딸과 아들.

 

73 내 영혼을 만났는가

그럭저럭. 나란 사람에 대해 이젠 꽤 많이 이해하고 있는 거 같다.

 

74 인생의 신호를 따라가고 있는가

나이라는 신호는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75 관점을 바꿔 보았는가

역지사지와 화이부동을 가훈으로 삼고 노력하고 있다.


76 자아를 찾는 시간을 갖고 있는가

노력하는 편이다. 나를 모르는데 내가 누굴 알 수 있겠는가.

 

77 운명을 받아들였는가

주어진 운명이라는 거 믿지 않는다. 내 손으로 만들 수 없는 삶이라면 뭐하러 사나.

 

78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가

이미 죽은 사람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거고, 오지 않을 사람이라면 내가 가면 된다.

 

79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경험했는가

4번. 대학교 1학년 대동제 때 강경대열사의 살풀이춤을 본 순간. 옆지기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마로를 임신한 걸 안 순간. 해람이가 태어난 순간.

 

80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가

가장 높은 곳이라는 의미가 모호한데... 좀 엉뚱한 대답을 하면 난 늘 하늘을 보려고 노력한다. 며칠전에는 늘 그렇듯 퇴근길에 하늘을 보며 걷다가 달과 목성과 금성이 일렬로 서있는 걸 목격했다. 내 생애 다시 볼 수 없는 우주쇼라는 건 몰랐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경배하고 경탄하였다.

 

81 사람들의 예상대로 살고 있는가

가족이나 초중고 친구의  예상과는 많이 다르게 살고 있다.

 

82 가장 행복한 시절은 지나갔는가

아마도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절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83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고 있었는가

앎의 끝이 있을까. 그때도 알고 있었던 건 있었겠지만 지금의 앎이 더 깊고 더 넓기를 바란다.

 

84 가장 좋은 친구는 누구인가

이러니저러니해도 옆지기. 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어릴 적 소중한 동무는 꽤 있지만 함께 나아가자고 끊임없이 재촉하고 씨름하는 존재는 이제 옆지기가 제일인 듯 싶다.

 

85 흉터는 어떻게 사라지는가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흉터를 통해 세상의 풍경을 보는 법을 배울 뿐이다. 마립간님과 김훈님의 '풍경과 상처'에서 인용.

 

86 심우도를 보았는가

다 버리고 버린 것마저 잊어야 진짜 버린 거라는 건데, 그토록 높은 경지는 언감생심 꿈이다. 그냥 잘 버리는 것까지가 내 목표다.

 

87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을 아는가

멋지게 나이드는 법은 잘 모르겠고, 잘 죽고 싶은 열망은 있다.

 

88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가

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그곳에 나무를 심어줄 작정이다. 내가 다녔던 서울의 초중고는 너무 많이 바뀌어 도저히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슬펐다. 아이에게는 먼 훗날 찾아볼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89 로또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빚을 갚고, 남은 돈이 있다면 이사를 하고, 그래도 남은 돈이 있다면 여행을 가련다.

 

90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어주고 있는가

우리 회사 여직원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고, 딸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91 마지막 날까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버리기. 비우기. 다 털어내기.

 

92 눈부셨던 한 시절의 마지막 밤을 기억하는가

지금이 제일 눈부신 시절이 아닐까 싶다.

 

93 인생의 2막이 올랐는가

이미 79번에서 대답한 적이 있다. 결정적 순간이 네 번 있었고, 지금 직장으로 옮긴 건 생활의 변화가 있었으니 지금이 6막째인 셈이다.

 

94 사랑을 선택했는가

난 아직도 남녀간의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의 옆지기를 선택한 건 같이 늙어갈 사람이라고 판단했기에 선택한 것이다.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

 

95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가

솔직히 균형이란 말은 옳지 않다. 현재 하는 일은 돈벌기의 수단일 뿐이니까. 삶을 위해 일이 복속되는 게 옳지 않나?

 

96 인생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했는가

늘 하는 거 아닌가. 더 중요한 것. 덜 중요한 것. 급한 것. 덜 급한 것. 수시로 x축 y축을 그려놓고 배치해본다. 

 

97 뜨거운 가슴으로 찾았는가

항상 뜨겁고자 노력한다. 열정은 나의 힘이자 나의 약점.

 

98 피보다 진한 친구는 몇 명인가

피보다 진한 친구라니 지나치게 극적인 질문이다. 

 

99 행복 항아리에 채워 넣을 것은 무엇인가

참 행복에 집착하는구나. 아이고. 채워넣긴 뭘 채워넣어. 비워야 행복해지지.

 

100 가장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언젠가 은퇴 후 내가 지을 집. 태양열발전이 있고, 빗물저수조가 있고, 그리고 또???

 

101 죽기 전에 답해야 할 마지막 질문은 무엇인가

내가 남긴 그릇된 흔적은 없는가? 다 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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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3-3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번 답이 인상적이네요.

조선인 2012-03-3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꽤 재밌어요. 해보세요.

책읽는나무 2012-03-3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시느라 수고하셨어요.조선인님 은근히 앙케이트 좋아하세요.
여적 이런 것 그냥 넘기신적이 없었던 것같아요.ㅋㅋ
읽으면서 가슴이 짠 하기도 하고,우스워 웃기도 하고,고개도 끄덕여 보기도 하고..
100문제속에 님의 살아온 모습과 앞으로의 모습들이 훤히 다 보이는 것같네요.^^

조선인 2012-04-0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ㅎㅎ 네, 저 앙케이트 좋아해요. 내가 생각 못 해본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느라 골몰하는 시간이 좋아요.
 

제 몸무게요? 딸랑 500g 줄었습니다.

무릎은 여전히 몸무게를 감당 못 하겠다고 비명 지르고 있는데,

요새 여러 모로 좀 속상하다 보니 밤에 맥주 한 잔씩 먹고 자는게 습관이 되버려서.... ㅠ.ㅠ

부디 하이드님은 다이어트에 성공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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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시댁에 갔다. 아이들은 시댁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응석 부리는 것도 좋지만, 할아버지댁에 가면 평소에 못 먹어보던 맛있는 걸 실컷 먹는다는 기쁨이 있단다.

형님은 바리바리 온갖 반찬을 해오시고 고기를 재어오시고 순식간에 잡채를 해내시어 나의 기를 팍팍 죽이신다. 나는 대신 일품요리의 양으로 승부한다. 어제는 보쌈을 하려고 목삼겹을 세 근이나 끊었더랬다.


시아버님은 며느리 기살려주시느라 연신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며 한 접시를 싹 비우셨다. 어머님도 간이 잘 맞았네, 고기가 연하네 칭찬해 주셨고, 내가 아이들과 입실갱이하는 사이 먼저 일어나 설겆이도 하시고, 후식도 준비하셨다. 아버님, 어머님과 옆지기의 대화는 도란도란 이어지고, 아이들은 그 옆에서 놀고, 참 단란한 저녁시간...


그 와중에 문득 나는 외롭다. 쓸쓸하다. 마음이 아리다.

난 이제 부모에게 대접할만한 일품요리를 꽤 안다. 어제 한 보쌈뿐 아니라 내가 한 전복죽이나 황제삼계탕도 시부모님이 맛나 하신다. 이젠 불고기양념 안 사고 내가 직접 잴 줄 알고, 묵은지돼지찜도 합격점수는 되는 듯 싶다. 그런데 그 중 어떤 요리도 난 내 어머니에게 대접한 적이 없다. 어머니 살아계실 적의 난 할 줄 아는 요리가 거의 없었고, 푸짐한 일품요리를 차릴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그런 핑계로 난 어머니에게 그럴싸한 밥상을 차려드린 적이 없었다.


어머니에게 못 해 드렸던 만큼,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시부모님에게 잘 해드리고 싶다. 부모님 살아실 제 섬기기 다하여라 라는 말이 얼마나 뼈저린 말인지 너무 잘 알기에 옆지기가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도 참 외롭다. 쓸쓸하다. 마음이 아리다. 내가 못 가져본 시간, 내가 못 했던 효도, 내가 못 표현했던 사랑... 그 모든 게 참 외롭다. 쓸쓸하다. 마음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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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3-2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선인 2012-03-2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비부비 고마운 님들... 늘 어머니 얘기로 징징거리는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꽃임이네 2012-03-2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마생각하면 외롭고 쓸쓸해요님 .

같은하늘 2012-03-2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생각하는 이 세상 모든 딸들의 마음이겠지요...

조선인 2012-03-2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임이네님, 같은하늘님, 딸들은... 참 죄인입니다.

프레이야 2012-03-2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쩍~~~ 조선인님 찡해지잖아요.ㅠ

숲노래 2012-03-29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누구한테 무얼 해야만 좋은 선물이라고 느끼지 않아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과 마음으로 주고받는 선물을 느낄 테니까요.

조선인 2012-03-29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된장님, 감사합니다.
 

며칠전 미디어다음 뉴스를 보다가 한 기사의 제목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로망 자극하는 수컷향기, 아줌마라도 다 넘어가거든요"
이 기사의 부제는 '꽃미남 왕 전성시대 여기자 3인의 말랑말랑 뜨거운 수다'였다.
그녀들이 말하는 '수컷'은 김수현이였고, 정일우와 송중기의 사진도 삽입되어 있었다.
김수현 1988년생, 정일우 1987년생, 송중기 1985년생.
법적으로야 세 남자 모두 성인이지만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은
30-40대 유부녀기자들의 입담거리가 되어 모두 '수컷'으로 불려지고 있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만약 아이유를, 수지를, 신세경을, 30-40대 유부남기자들이 '암컷'이라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언제부터인가 여자에 의한 남성 성희롱이 만연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건 나뿐인걸까?
듣도보도 못한 시시껄렁한 연예정보 전문지도 아니고,
우리나라 4대 신문사인 동아일보에서 펴내는 주간지라면 최소한의 양식을 갖춰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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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3-1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기 오리는 뭐예요?

남자랑 여자가 말하는 방식이나 전해지는 뉘앙스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이든 여성들이 젊은 남성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기사를 읽어보니 더 가관이네요. 내용도 없고 궁금하지 않은 개인의 취향을 마구잡이로 쓴 것 같아요.

조선인 2012-03-1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 무슨 오리요???
다음 View on을 혹시 말씀하시는 건가요???

크산티페 2012-03-1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 클릭해보니 "duckduckgo"라는 검색엔진이 뜨네요. 검색어는 "남자"로 설정돼있구요. 그 옆에 회색 지구본은 위키피디아.

여튼, 사람한테 수컷이라니 보는 사람도 민망하네요. 나이가 무기가 될 수는 없는게지요. 정말 30-40대 남자기자들이 모여 20대 여자 연예인들 모아놓고 암컷향기 운운했으면 문제시됐을텐데... 수다는 일기장에~

조선인 2012-03-1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알라딘과 연계된 검색엔진이네요 ㅎㅎ
펭귄 맞아 기자가 뉴스랑 일기를 헷갈리면 안되지

saint236 2012-03-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의 암컷 발언 운운은 성희롱과 몰지각으로 매도되지만 묘하게도 여성들의 수컷 발언 운운은 저항과 쿨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불편한 진실. 갑자기 예전에 들었던 농담 한 토막이...여대는 있으나 남대는 없다. 이는 여성을 차별화하는 전략이라는 한 전투적인 여성의 발언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왜 남대가 없냐? 충 남대, 한 남대, 전 남대..." 순간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조선인 2012-03-1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뜬금없는 농담 한 토막 덕분에 저도 웃습니다.

같은하늘 2012-03-19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글을 읽고 에구에구~~~ 하다가
saint236님의 댓글에 넘어갑니다.ㅎㅎㅎ

조선인 2012-03-1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정말 에구에구죠?

icaru 2012-03-2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사석에서 30, 40대 여자 셋이 모여 수컷 운운하며, 어린 남자 배우들 얘기를 입방에 올렸다면 모를까만요. 그나저나 saint236 님 푸핫 ㅎㅎ 그러게요. 남대가 왜 없어요!! 남대,문도 있는뎅ㅎ

조선인 2012-03-21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캬햐햐햐 남대문... 이카루님도 참.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