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실 마로 동생을 유산한 적이 있다. 전치태반의 후유증일까, 안정기에 들어갔다고 방심했던 탓일까,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여간 의사선생님은 몸이 여러 모로 안 좋으니 적어도 1년 이상 아이를 가지지 말 것을 권유했다. 이미 임신 5개월이었던 나로선 정신적 충격이 무척 컸고, 아예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말까 갈등했다. 갈팡질팡 고민하다가 앞날은 모르는 것이니 임플라논이나 미레나같은 장기피임을 하자고 생각했다.
미레나는 루프처럼 여성의 자궁내에 삽입하는 피임기구로 황체호르몬을 분비하여 정자의 운동과 수정을 방해한다. 한편 그 무렵 새로운 피임방법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임플라논은 임신을 억제하는 호르몬 분비를 해주는 기구를 팔 안쪽에 시술해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국부적으로 호르몬분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 호르몬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임플라논의 부작용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제약회사와 의사선생님이 늘어놓은 장점에 혹해 가격도 더 비싼 임플라논을 시술했다.
시술 후 첫 생리는 3개월만에 찾아왔고, 2주나 계속했다. 병원에서는 적응하려면 6개월 정도 걸리니, 조금만 참으면 된단다. 하, 그러나 1년을 참는 동안 몸무게는 8키로가 늘었고, 마지막 생리는 장장 45일 이상 계속되었다. 게다가 회사에서 일하던 도중 옷은 물론 의자까지 흥건히 적실 정도로 갑자기 엄청난 양의 하혈을 한 적도 있다.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며칠전 시술받은 병원에 제거하러 갔더니... 젠장... 10명 중 5명은 부작용으로 빼버리는 바람에 아예 시술을 중단했단다. 좀 더 알아보니 그 사이 식약청에서는 임플라논 부작용에 대해 경고문을 낸 적이 있고, 시술하는 병원도 급격히 줄어든 상태이다. 너무 분해서 법정 소송을 준비한다는 안티 임플라논 까페에 가입했다.
왜 대개 피임법은 여성을 대상으로 발달하는가?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약도 아닌데, 그 부작용은 개선되지 않고 인내 혹은 포기의 대상이 되는가? 남성이 콘돔과 정관수술을 모두 거부할 경우 피임은 온전히 여성의 책임과 영역으로만 남는다. 더욱이 그동안 정관수술은 복원비용을 보험처리해주지 않아 피임법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었다. 피임 문제에 있어서도 여성주의 실천이 할 일은 터무니없이 많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