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에서 여의도로 들어가는 버스는 정말 콩나물 시루보다 더한 정말 올라타서 발 하나 디딜 틈만 있다면 정말 감사한 버스다.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2정거장. (노들 길을 타고 가니깐 한 정거장이 길긴 하다)
그 두 정거장을 타고 가기 위한 나의 필사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
어느 날은 닫히는 버스 문에 찡겨서 상처도 생기고 겨울날 두꺼운 옷자락이 문에 끼어 다음정거장에서 열리기 전까지 자세 한번 바꾸지 못하고 다니니...... 출장 가는 남편이 공항버스를 기다리다 내가 버스에 올라 타는 모습을 보고 네가 스파이더맨이냐 그렇게 붙어서 가게 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와서 편하게 해주겠다고 마음먹게 까지 했다니... 버스가 너무 하긴 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한 정거장 위로 가서 타기다.
거기서는 그나마 올라타기까지는 하니깐...
오늘처럼 추운 날... 보지 말았으면 좋았을 장면을 보았다.
남편이 내려주어서 육교를 건너 가려는데 멀찍이 검정색 좋은 차가 서있다.
한 신사가 쇼핑백을 들고 내린다.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의자에 쇼핑백을 두고 잠시 기웃하더니 봉투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잽싸게 휴지통에 버린다.
잠시 후..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지나가자 이 신사아저씨 또 서둘러 꺼내서 버린다.
세 번에 나눠서 쓰레기를 버리고 나더니 쇼핑백을 착착 접어서 옆구리에 끼더니 손짓을 한다.
검정색 잘나가는 승용차가 와서 서더니 타고서 훌쩍 떠나간다.
아침부터 못 볼 것을 봤구나 싶었다.
퉤퉤퉤... 그렇게 살아서 부자 되겠다....
연말정산에서 자그마치 70만원이란 세금을 토해내게 생긴 나는 순간... 저렇게 살면 부자가 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나는 구차하게 ...아니 저렇게 더럽게 살지는 않겠단 생각을 했다. (내년부턴 정말 연말정산할 때 환급받을 수 있게 머리 쥐어 짜야 겠다)
그냥 차라리 난 없으면 없는 데로 있으면 있는 데로 편하게 살란다.. 아침부터 남의 눈치 보면서 저렇게 살면 내가 제명에 못살고 죽을 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