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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아베 히로시.노부오카 료스케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5년 6월
평점 :
지금 나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모르는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생면 부지의 사람이 되었던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으려고 연결하려고 애를 쓴다. 어떤 때는 혼자 떠들듯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써볼까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며 글을 남겨놓는다. 좋게 말하면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기록 같지 않은 기록이겠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할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들에 매달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그것이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또 맺는다. 허영에 들떠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에 욕심을 내고 돈도 없으면서 당일 되면 어떻게 막나 전전긍긍하면서도 카드 하나 들고 남들 앞에서 괜히 허세도 부려보기도 한다.
삶이라는 것은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그들의 삶은 어디로 향해 있는 걸까.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고 SNS를 찾아다니며 삶을 엿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유명한 닭튀김인지, 백화점 문을 나서는 중년의 여성들의 손에는 네모반듯한 닭강정 박스가 하나씩 들려 있다. 누구 손에는 두 개도. 뿌듯함이 느껴지는 중년 여성의 오후. 크지 안 않지만 이런저런 브랜드들이 위아래 신발, 가방, 옷, 모자, 선글라스마다 다 달려 있다.
그 닭 상자를 들고 가 아마도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자랑을 하며 남은 오후를 보낼 것이다.
그렇게 닭을 들고 가는 중년 여성의 거리에서 비켜난 곳에서는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는 중년의 아저씨가 있다. 위아래 반바지 티셔츠 모두 검은색이다. 신고 있는 양말고 슬리퍼까지도. 구두약 때문일까,이라며 오래도록 입기 위해서. 한 사람의 일생을 누가 감히 쉽게 단정을 하겠는가.
그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공간이고 삶의 도구가 아닌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걸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든다. 이제는 그만 묻고 내가 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따라 움직여야 할 텐데도 나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는 그런 삶 가운데서 마주쳤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갈등으로 남겨져 있는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은 한 분 한 분 세상을 등지고 있다. 그분들의 듣고 싶은 것은 진정성이 담긴 '사과'다. 이런 일 이외에도 더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고 갈등으로 남아 있는 일본. 일본의 미래는 과연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역사적으로 얽힌 문제들을 뒤로하고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의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건가 하는 질문에 일본 청년들의 답이 이 책 안에 들어 있다. 다들 섬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때에 잘 나가는 기업에 몸담으며 생활하는 청년들이 도시에 사표를 던지고 섬으로 몸을 던졌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들은 섬 밖의 사람들을 안으로 불러 모으며 섬이 다시 살아나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기획하며 섬사람들과 하나가 되도록 애를 썼다. 도시에 사는 이유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그들이 내린 결정은 섬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하나둘 사람을 모으고 섬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애썼다.
우리나라 청년들도 농촌으로 들어가서 자신들의 역량과 꿈을 키우려고 한다. 청년이 없는 시골은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려고 한다. 생명이 있고 삶이 있은 그런 땅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기계 문명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이 아닌 다른 삶으로의 방향을 튼 청년들, 그들의 길이 쉽지 않겠지만 생명을 잃어버리고는 살아갈 수 없는 당연한 진리 앞에 마음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길 바란다.
어느 날 성장 동기를 잃어버렸지만 마음속에서는 자연과 접하는 즐거움을 찾았다는 주식회사 메구리노와의 아베 히로시, 노부 오카 로스케가 아마초에 일군 섬 학교 가 희망을 잃고 자신의 길을 놓쳐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길을 찾아 떠나는 용기를 불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직장 생활 20여 년을 하고 있다는 분은 여전히 회사를 그만두고 내 일을 해야지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꼬박꼬박 나오는 한 달 월급의 유혹을 벗지 못하는 탓이라고 한다. 내년에 그는 어디에 있을까. 닫혀 있던 생각을 깨고 나올 때 다시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아니 기회를 여는 것이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그 모든 것들을 활용하고 그 속에서 살아갈 때 다가오는 삶의 감동을 이들은 찾았다. 배우는 자세는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는 사람들을 움직였다.
"아마의 노력, 아마의 그런 자세를 배움의 콘텐츠로 제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섬에서 학교 만들기를 지속하는 이유이자 메구리노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역발상의 도전이다. 그러나 아마의 정신문화는 체험을 통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 것이고, 진정한 배움이란 문제의 해결 과정 안에 있다. 바로 그곳에 우리들이 만든 '섬 학교'의 존재 의의가 있다."
-196페이지 중에서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는 삶의 현실을 고민하고 얽혀 있는 문제들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도 삶의 기대를 걸 수 있는 한 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 전통의 공간에서 청년들이 살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섬 학교, 요리 체험, 오감 학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아마 섬을 가꾸고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역시 사람이 힘이다.